전북지역 노동자운동 현황과 과제
이창석 전북지역본부 사무처장 초청 노동자운동연구소 5차 월례워크숍
작년 겨울 전북의 버스노동자들이 운전대를 놓았다. 노동조합이라고 이름을 달고 있지만 어용인 지도부를 몰아내고 자주적인 노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쟁을 위해서다. 버스파업은 연속된 투쟁 패배와 복수노조를 악용한 자본가들의 흔들기로 움츠러들었던 민주노조 운동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파업을 조직하고 강고한 투쟁을 전개하는데 전북지역본부의 역할이 컸다. 버스파업 투쟁경과와 전북지역운동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노동자운동 연구소는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노동운동이 열세인 상황을 극복하고 조직력을 확장시켜나간 전북의 사례는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고 향후 과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게 했다.
지역총파업으로 되살아난 연대 기풍, 회복된 자신감
이창석 사무처장은 전북지역에서는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노동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2010년 현재 집행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외곽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지역본부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지 않으면 노동운동에 개입하기 어려워서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새날을여는정치연대(새여정)와 노동운동 포럼 등은 2007년 이랜드 투쟁을 통해 다양한 세력이 결집하도록 노력했고 지역본부를 견인하면서 지역총파업까지 성사시켰다. 그러나 집행부 교체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본격적으로 지역분위기를 쇄신한 계기는 2010년 지역본부 집행부를 바꾼 것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집행부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방치된 투쟁사업장에 집중하면서 연대 기풍을 바로 세우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활동가들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집행부 시작과 동시에 지역총파업 준비에 착수했다. 지역총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은 만만하지 않았다. 방침이 정해져도 실제로 되겠느냐는 회의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꾸준히 사업장 돌아다니면서 교육하고 간담회 개최해서 설득하고 투쟁사업장에 결집하기를 반복했다. 지역파업 앞두고 사전에 집회도 기획해 700~800명의 조합원을 모아냈다. 결국 현대차, 지엠, 건설 등이 파업에 돌입했고 2,5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했다. 총연맹 총파업 지침 때보다 두 배가 많은 인원이었다. 그는 총파업 집회를 마치고 인근 술집에 조합원들로 가득한 진풍경을 바라보면서 ‘조직하면 되는데 왜 지레 안 된다고 단정 짓고 실제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지역 활동가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고 투쟁 사업장 연대가 강화되는 성과를 얻었다. 이러한 기세는 버스파업투쟁으로 이어졌다.
전주버스파업으로 구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주버스파업은 10.26 지역총파업 이후 한 달의 준비를 거쳐 돌입했다고 한다. 사실 조직화를 시작한 것은 십 년 전부터였다. 조직하고 깨지기를 반복하다가 터져 나온 투쟁이 이번 파업이었고 전주 시외버스 대부분을 조직한 것이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이번 버스파업의 의미는 한국노총의 어용성을 폭로하고 그동안 노동자를 착취하며 권력을 향유했던 지역 토호세력과 격돌한 것에 있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전북에 와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버스파업을 거치면서 적나라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토호세력과 결탁해서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음이 투쟁과정에서 드러났고, 이들 세력 간 균열이 생기고 민주당은 타격을 입었다. 지역총파업에 이은 전북버스파업은 전북 도내 민주당 중심의 정치 세력이 아닌, 노동조합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계기가 됐다. 노동자들의 정치세력이 반드시 당으로 결집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력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고 이창석 사무처장은 얘기했다.
5대 현안 과제와 시민단체와의 연대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 집행부를 시작하면서 총파업으로 지역운동을 쇄신하는 한편, 전투적 조합주의를 반성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얘기했다. 실리적인 이해를 중심으로 방어적인 투쟁에만 머무는 관행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의제를 통한 이데올로기 전선 확대를 시도하기로 하고, 5대 요구안을 지역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모아내면서 구체적인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농어촌 의료 확대가 부분적으로 이뤄졌고, 2012년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이 시행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지역 산업의학과 설치와 보육시설 확충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창석 사무처장이 생각하는 5대 요구안의 의미는 노동운동이 사업장을 벗어난 의제를 중심으로 이데올로기 전선을 확장한 데 있으며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낸 것에 있다고 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와 사안별 연대가 아니라 공동 작업을 통해 함께 추진 한 것 역시 중요한 지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시민사회단체가 노동운동에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노동운동이 시민사회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활동이 저변이 넓어지는 시너지효과가 사라진 현재의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노동자운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실리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실이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단적인 사례로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투쟁 시 이경훈 집행부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전의 다른 성향의 현대차 집행부들도 비정규직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으며, 더 큰 문제는 조합원들의 전반적 정서가 실리주의로 경도되어 이경훈 집행부의 입장이 관철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사례로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투쟁을 얘기했다. 울산이나 아산에 비해 전주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실질적인 연대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규직과 다른 조건에 놓인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방식의 투쟁을 고수하면서 현장과 괴리가 생기거나 진전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단적으로 정규직은 파업지침이 하루 전에 떨어져도 다음날 바로 수행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규직 노조를 통해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조건이 다르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고려 없이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정규직화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비단 파업전술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정규직의 전투적 조합주의를 답습하는 것은 비정규직운동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노동조합 운동의 상태는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무수히 늘어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창석 사무처장은 지역운동의 중심은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이 책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나마 활동성과 역량이 보존된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상황은 예전에 전국운동 지형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노동조합운동에 개입하던 시절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노동조합에 의존해서 활동을 만들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의지가 있는 집행부가 있으면 시민단체 활동에 어느 정도 지원을 해서 활동을 지속하다가도 집행부가 바뀌어버리면 지원을 중단하여 타격을 입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운동역량이 그나마 노동조합에 보존되어서 의존적인 관계가 형성된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활동유지 자체를 위협할 정도의 조건은 오히려 해악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이창석 사무처장은 노동조합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필요할 때만 실용적으로 연대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동조합은 단사투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의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으면서 이데올로기 전선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동반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운동이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정세적 의미 속에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 정세를 자본주의가 구조적 위기에 빠졌지만 지배세력은 위기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시기라고 말했다. 반복적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고 여기에서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파열구를 낼 것인지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전노협과 같은 방식으로,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지역에서 정치세력화한 조직들을 네트워킹하면서 세력을 결집해 가는 것은 어떨지 구상해 본다고 했다. 엄혹한 정세에서 노동운동이 이념 지향성을 상실하고 분열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의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을 강조하면서 발표를 마쳤다.
질의응답
이창석 사무처장은 버스파업의 경과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는 참석자의 질문에 답했다. 전주지역에서 10년 전에 버스 노민추(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고 한다. 열다섯에서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을 6년간 꾸준히 만났다. 노조선거에 민주세력이 출마해서 낙선하면 해고되는데 그것을 감수하고도 계속 노민추 사람들 가운데 계속 후보를 내면서 어렵지만 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작년 한국노총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기존에 일반조합원들이 180만 원 수준의 임금 받았을 때, 전임자는 300만 원 정도를 받아왔다. 작년 어용집행부들은 전임자 임금을 370만 원으로 대폭 올리고, 통상임금은 사업주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하려고 했다. 특근수당이나 잔업수당을 계산할 때 기본급과 함께 통상적인 수당도 포함해야 하는데 이를 빼고 지급해온 것을 소송하면 개인당 700만 원 이상 금액인데 100만 원 수준에서 합의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조합원들이 반발하며 저지하려고 했으나 조합원투표 없이 사측과 한국노총 지도부가 합의해버렸다. 결국 비민주적 행태를 견딜 수 없어 제일여객이 파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오랜 기간 버스노조 조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파업에 돌입하고 상급단위 전환이 이뤄졌다. 한 곳이 조직되니 봇물처럼 터져 나와 1,000여 명의 시외버스 노동자들 가운데 800명을 조직했다고 이창석 사무처장이 말했다. 투쟁 초반에는 이제 막 민주노조가 되었으니 오래 버티는 투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2차 파업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노동자들은 강고했고 150일이 넘는 싸움을 만들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전적으로 버스노동자들의 힘으로 성공한 투쟁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참석자들은 이창석 사무처장에게 좌파운동단위들이 주요 현장이나 전국 차원에서 주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적인 동력 확보가 중요한데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전국의 좌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명확히 논의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지역과 서울의 특성상 각각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 되는데 중앙차원의 계획을 지역에 밀어 넣기 식으로 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동의 정세인식을 바탕으로 조직 형식은 유연하지만 투쟁은 열심히 하는 기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은 92년 대선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좌파단위들에게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당시와 비교할 수 없게 당 운동이 보편화 되어 있는 상황이다. 거대세력에 의해 분열주의자로 낙인찍히면 우리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을 명심하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이창석 사무처장은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넘어야 할 사안을 그냥 두고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넘어야 한다면 과감하게 넘어가자고 했다. 가진 건 없지만 의기양양했던 시절의 패기를 가져야 한다는 말로 정리인사를 대신했다. 참석자들은 전북지역 총파업과 버스파업이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지역에서부터 노동운동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워크숍을 통해 확인했다. 또한 조건이 어렵지만 진심을 다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성과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한 전북지역의 노동운동을 보면서 자신감과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 되었다.
지역총파업으로 되살아난 연대 기풍, 회복된 자신감
이창석 사무처장은 전북지역에서는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노동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2010년 현재 집행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외곽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지역본부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지 않으면 노동운동에 개입하기 어려워서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새날을여는정치연대(새여정)와 노동운동 포럼 등은 2007년 이랜드 투쟁을 통해 다양한 세력이 결집하도록 노력했고 지역본부를 견인하면서 지역총파업까지 성사시켰다. 그러나 집행부 교체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본격적으로 지역분위기를 쇄신한 계기는 2010년 지역본부 집행부를 바꾼 것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집행부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방치된 투쟁사업장에 집중하면서 연대 기풍을 바로 세우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활동가들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집행부 시작과 동시에 지역총파업 준비에 착수했다. 지역총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은 만만하지 않았다. 방침이 정해져도 실제로 되겠느냐는 회의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꾸준히 사업장 돌아다니면서 교육하고 간담회 개최해서 설득하고 투쟁사업장에 결집하기를 반복했다. 지역파업 앞두고 사전에 집회도 기획해 700~800명의 조합원을 모아냈다. 결국 현대차, 지엠, 건설 등이 파업에 돌입했고 2,5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했다. 총연맹 총파업 지침 때보다 두 배가 많은 인원이었다. 그는 총파업 집회를 마치고 인근 술집에 조합원들로 가득한 진풍경을 바라보면서 ‘조직하면 되는데 왜 지레 안 된다고 단정 짓고 실제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지역 활동가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고 투쟁 사업장 연대가 강화되는 성과를 얻었다. 이러한 기세는 버스파업투쟁으로 이어졌다.
전주버스파업으로 구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주버스파업은 10.26 지역총파업 이후 한 달의 준비를 거쳐 돌입했다고 한다. 사실 조직화를 시작한 것은 십 년 전부터였다. 조직하고 깨지기를 반복하다가 터져 나온 투쟁이 이번 파업이었고 전주 시외버스 대부분을 조직한 것이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이번 버스파업의 의미는 한국노총의 어용성을 폭로하고 그동안 노동자를 착취하며 권력을 향유했던 지역 토호세력과 격돌한 것에 있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전북에 와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버스파업을 거치면서 적나라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토호세력과 결탁해서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음이 투쟁과정에서 드러났고, 이들 세력 간 균열이 생기고 민주당은 타격을 입었다. 지역총파업에 이은 전북버스파업은 전북 도내 민주당 중심의 정치 세력이 아닌, 노동조합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계기가 됐다. 노동자들의 정치세력이 반드시 당으로 결집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력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고 이창석 사무처장은 얘기했다.
5대 현안 과제와 시민단체와의 연대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 집행부를 시작하면서 총파업으로 지역운동을 쇄신하는 한편, 전투적 조합주의를 반성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얘기했다. 실리적인 이해를 중심으로 방어적인 투쟁에만 머무는 관행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의제를 통한 이데올로기 전선 확대를 시도하기로 하고, 5대 요구안을 지역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모아내면서 구체적인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농어촌 의료 확대가 부분적으로 이뤄졌고, 2012년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이 시행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지역 산업의학과 설치와 보육시설 확충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창석 사무처장이 생각하는 5대 요구안의 의미는 노동운동이 사업장을 벗어난 의제를 중심으로 이데올로기 전선을 확장한 데 있으며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낸 것에 있다고 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와 사안별 연대가 아니라 공동 작업을 통해 함께 추진 한 것 역시 중요한 지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시민사회단체가 노동운동에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노동운동이 시민사회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활동이 저변이 넓어지는 시너지효과가 사라진 현재의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노동자운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실리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실이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단적인 사례로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투쟁 시 이경훈 집행부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전의 다른 성향의 현대차 집행부들도 비정규직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으며, 더 큰 문제는 조합원들의 전반적 정서가 실리주의로 경도되어 이경훈 집행부의 입장이 관철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사례로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투쟁을 얘기했다. 울산이나 아산에 비해 전주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실질적인 연대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규직과 다른 조건에 놓인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방식의 투쟁을 고수하면서 현장과 괴리가 생기거나 진전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단적으로 정규직은 파업지침이 하루 전에 떨어져도 다음날 바로 수행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규직 노조를 통해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조건이 다르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고려 없이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정규직화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비단 파업전술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정규직의 전투적 조합주의를 답습하는 것은 비정규직운동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노동조합 운동의 상태는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무수히 늘어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창석 사무처장은 지역운동의 중심은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이 책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나마 활동성과 역량이 보존된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상황은 예전에 전국운동 지형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노동조합운동에 개입하던 시절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노동조합에 의존해서 활동을 만들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의지가 있는 집행부가 있으면 시민단체 활동에 어느 정도 지원을 해서 활동을 지속하다가도 집행부가 바뀌어버리면 지원을 중단하여 타격을 입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운동역량이 그나마 노동조합에 보존되어서 의존적인 관계가 형성된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활동유지 자체를 위협할 정도의 조건은 오히려 해악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이창석 사무처장은 노동조합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필요할 때만 실용적으로 연대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동조합은 단사투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의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으면서 이데올로기 전선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동반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운동이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정세적 의미 속에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 정세를 자본주의가 구조적 위기에 빠졌지만 지배세력은 위기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시기라고 말했다. 반복적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고 여기에서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파열구를 낼 것인지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전노협과 같은 방식으로,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지역에서 정치세력화한 조직들을 네트워킹하면서 세력을 결집해 가는 것은 어떨지 구상해 본다고 했다. 엄혹한 정세에서 노동운동이 이념 지향성을 상실하고 분열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의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을 강조하면서 발표를 마쳤다.
질의응답
이창석 사무처장은 버스파업의 경과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는 참석자의 질문에 답했다. 전주지역에서 10년 전에 버스 노민추(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고 한다. 열다섯에서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을 6년간 꾸준히 만났다. 노조선거에 민주세력이 출마해서 낙선하면 해고되는데 그것을 감수하고도 계속 노민추 사람들 가운데 계속 후보를 내면서 어렵지만 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작년 한국노총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기존에 일반조합원들이 180만 원 수준의 임금 받았을 때, 전임자는 300만 원 정도를 받아왔다. 작년 어용집행부들은 전임자 임금을 370만 원으로 대폭 올리고, 통상임금은 사업주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하려고 했다. 특근수당이나 잔업수당을 계산할 때 기본급과 함께 통상적인 수당도 포함해야 하는데 이를 빼고 지급해온 것을 소송하면 개인당 700만 원 이상 금액인데 100만 원 수준에서 합의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조합원들이 반발하며 저지하려고 했으나 조합원투표 없이 사측과 한국노총 지도부가 합의해버렸다. 결국 비민주적 행태를 견딜 수 없어 제일여객이 파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오랜 기간 버스노조 조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파업에 돌입하고 상급단위 전환이 이뤄졌다. 한 곳이 조직되니 봇물처럼 터져 나와 1,000여 명의 시외버스 노동자들 가운데 800명을 조직했다고 이창석 사무처장이 말했다. 투쟁 초반에는 이제 막 민주노조가 되었으니 오래 버티는 투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2차 파업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노동자들은 강고했고 150일이 넘는 싸움을 만들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전적으로 버스노동자들의 힘으로 성공한 투쟁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참석자들은 이창석 사무처장에게 좌파운동단위들이 주요 현장이나 전국 차원에서 주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적인 동력 확보가 중요한데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전국의 좌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명확히 논의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지역과 서울의 특성상 각각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 되는데 중앙차원의 계획을 지역에 밀어 넣기 식으로 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동의 정세인식을 바탕으로 조직 형식은 유연하지만 투쟁은 열심히 하는 기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은 92년 대선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좌파단위들에게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당시와 비교할 수 없게 당 운동이 보편화 되어 있는 상황이다. 거대세력에 의해 분열주의자로 낙인찍히면 우리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을 명심하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이창석 사무처장은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넘어야 할 사안을 그냥 두고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넘어야 한다면 과감하게 넘어가자고 했다. 가진 건 없지만 의기양양했던 시절의 패기를 가져야 한다는 말로 정리인사를 대신했다. 참석자들은 전북지역 총파업과 버스파업이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지역에서부터 노동운동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워크숍을 통해 확인했다. 또한 조건이 어렵지만 진심을 다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성과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한 전북지역의 노동운동을 보면서 자신감과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