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역사자료실』을 소개합니다!
"투쟁의 역사들을 우리가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다시 역사는 회귀되어 노동자가 자본에 의해 속박당하게 될 것이다." - 故 김종배동지 인터뷰 中
흔히, 한국사람들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조차 몇 개월이 지나면 금새 잊어버리는 습성을 가졌다고 한다. 지난 100여년동안 식민지화, 6·25전쟁, 민족분단, 군사독재하의 경제발달 등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구성원 각자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은 아픔과 고통을 빨리 잊으려 노력하다보니 그러한 습성을 지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친일행적을 감추고 민족의 영도자로서 행세하려던 박정희 등 수구보수세력이 정권유지의 목적으로 지배이데올로기차원에서 민중을 망각의 늪으로 몰아간 것일 수도 있다.
몇 주 전, 최근 소설 <꿈>을 출판한 소설가 김성동선생님 등 몇몇분들과 술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다. 김성동선생님의 아버님은 전쟁전 보도연맹사건으로 학살된 남로당 충남도당위원장이었다. 그 자리에서 김성동선생님은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계속 회귀되는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주 4·3민중항쟁 당시 군경과 함께 양민학살을 주도했던 '서북청년단'이라는 극우청년단체의 위원장이 현재 살아있고 실향민단체의 중앙간부를 맡고 있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할 시 암살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잡지를 통해, 그 암살을 위해 전직 특수부대요원으로 구성된 조직을 구성하고 훈련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첫째 관심은 "실향민단체의 간부라는 자가 어떻게 서북청년단 위원장이었는지 알았느냐"는 것이었다. 그 자 스스로가 잡지에서 제주도에 파견되어 빨갱이를 때려잡았다는 이야기를 했고, 선생님이 그 얘기를 읽는 순간 그 이름이 기억에 떠올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위 이야기에서 느끼는 바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것으로 돌린다. 다만 "투쟁의 역사들을 우리가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다시 역사는 회귀되어" 동일방직 똥물사건, 현대중공업 식칼테러사건 등과 같이, 정말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으랴!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을 열기까지
김종배 추모사업회(jongbae.labordata.org)는 1999년 8월 27일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김종배 동지를 추모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은 이 추모사업회에서 노동운동가 김종배동지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서 열게 된 것이다. 故 김종배동지는 전노협백서발간팀장을 맡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주성·민주성·투쟁성의 민주노조운동 정신에 충실했던 전노협의 기록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를 전노협백서 13권으로 발간한 바 있었으며 사고로 운명하기 전까지 전노협 관련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추모사업회에서는 발족 이후 2000년 8월 27일 운영위원회를 통해, 회의·소식지 발간·추모식 등의 기초적인 추모사업 이외에 중요한 사업계획을 결정하였다. 김종배동지의 정신계승사업의 하나로 노동운동사연구를 추모사업회의 주요사업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따라 운동사 연구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면서, 운동사 연구를 위해서는 우선 1차 자료의 수집정리와 연구역량의 확보가 첫째 과제라는 점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추모사업회는 기금 및 회비를 출연하여 사무실을 마련하고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을 구축하여 1987년부터 1995년까지의 노동운동 조직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할 것을 결정했다.
노동운동사 연구와 자료 수집·보존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이후 이어진 노동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특히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그 힘에 의해 민주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왔다. 그에 따라 전노협이라는 전국단위의 민주노동운동 진영의 조직을 창출했으며 이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탄생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20세기 후반 치열한 민주노동운동이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의 자료 자체는 체계적으로 정리되거나 보관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학자들이 노동운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몇 군데 연구소에서 운동사를 집필하고는 있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풍부하게 담지 못하여 심층적 분석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자료 및 기록이 손실되었거나 혹은 체계적으로 집결되고 정리되지 않은 데서 연유한다.
노동운동에 관한 자료가 이런 상태에 있기 때문에, 격변하는 계급관계와 새로운 운동방향을 모색하고 역사적으로 누적된 힘을 규명하고 찾아가는 데 심각한 장애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노동자계급이 대두되면서 고무되고 추동된 것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구성하는 데에도 민주노동운동사의 구성이 절실하다.
한국 민주노동운동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크게 1960/70년대 이후부터 1987년 이전까지의 노동운동,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부터 1995년까지의 노동운동, 1995년 민주노총 건설 이후의 노동운동으로 구분하여 연구할 수 있다. 이 중, 본 자료실은 전노협을 중심으로 한 운동시기 즉,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쳐 지역노동조합 조직을 결성하고 이들이 전국적 조직을 결성·활동하였던 시기를 민주노동운동의 첫번째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노협 백서]에서 담아내지 못한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1차 자료를 광범하게 축적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1차 자료축적은 1단계 연구기간 뿐만 아니라 전체 운동사 연구기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연구팀을 구성하고, 자료를 검토분석하여 자료집 등을 발간할 예정이다.
자료실의 운동사 연구작업은 운동사 발간을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온 노동운동진영 내에 전노협 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대 재생산되어야 한다. 또한, 연구사적으로도 일정한 수준과 의의를 갖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운동사 발간사업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는 첫째, 연구관련 1차 자료의 발굴과 축적 둘째, 운동의 발전과 연구의 발전을 상호침투·통일시켜내는 연구역량의 성장이다. 우선 연구관련 1차 자료의 발굴과 축적을 통해, 운동사 연구사업의 기반을 확대·강화해 나갈 것을 주요사업으로 설정하여 이를 한시적 사업(2003년 이내)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 성과를 근거로 다음 전망(자료의 영구보존. 노동운동자료실 운영, 열람구조, 운동사 집필)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보관자료소개와 보관자료의 집중을 바라며
현재 『노동운동역사자료실』에는 1987년부터 1995년까지의 노동운동자료가 주로 보관되어 있으며, 이 시기의 자료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500여권의 출판단행본, 40여종의 노동잡지 1,000여권, Industry Relations 등 외국노동서적 150여권, 각종 논문집, 자료집 등 책자 500여권 등의 단행본류와 그 외 문서형태의 자료, 각종 비디오테이프, 회의록·강의록 등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 각종 신문, 유인물, 포스터 등이 3만여건 정도이다. 그 외 각종 물품, 사진, 현수막, 문화용품, 그림, 인물사진, 컴퓨터 파일자료 2천여건 등이 있다.
자료의 출처로는 전국회의, 전노협, 마창·부산·서울 등 각 지노협 자료, ILO공대위, 전노대, 민주노총준비위, 업종회의, 각 연맹, 주요 투쟁사업장, 국민연합, 전국연합, 전국노련 등 노동단체, 민중당 등 정치단체, 각 전위조직, 한국노총, 경총 등 자본가단체, 노동부 등 정부기관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자료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본가단체와 정부기관의 자료들은 관련 시기에 나온 자료 일부만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사무업종연맹, 단위노조자료, 대기업연대회의, 정치단체 자료들은 아주 일부분만이 보관되어 있다.
자료의 경우 자료의 보관, 분류, 활용에 있어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한 곳에 집중되기보다는, 여건이 보장된다면 해당 단체에서 자료실을 구축하고 타 자료실과의 수평적 협조체계를 통해 자료보관·활용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여건을 갖추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개인의 경우에는 버리긴 아깝고 계속 가지고 있자니 부담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 『노동운동역사자료실』에 자료를 기증하면 노동운동사 연구에 보탬이 되며, 민주노동운동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김진균 교수, 양규헌 前전노협 위원장, 김진순 前민주노총 교선실장, 이근원 공공연맹 교선실장 등이 개인보관자료 다수를 기증하였고, 여러 단체 및 노조에서 자료기증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사회과학서점 논장(www.nonjang.co.kr)에서는 서가를 기증하는 등 자료보관이 용이하도록 도움을 주었고, 노동자와 학생동지들이 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다 더 많은 동지들의 관심과 자료기증, 참여가 필요하다.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의 향후 계획
현재 자료실은 구체적인 사업으로 노동운동 1차 자료수집과 이미 수집된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 노동운동가 인터뷰작업, 연구모임으로서 <노동운동 1차자료 읽기모임>을 구성하여 진행하고 있다.
자료 데이터베이스화는 시간이 갈수록 훼손·변형되는 귀중한 자료들의 원형태를 데이터화한 후 원자료를 영구보존하는 작업이다. 현재 수집된 문건자료 3만여건 전부의 내용(목차 및 자료요약이 아니라 내용전체를)과 단행본목록, 노동관련 잡지목차 등을 컴퓨터에 입력한 후 노동운동 역사자료 데이타베이스(www.labordata.org)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데이터베이스사업과 관련해서는 우선 인터넷 전노협백서(wbook.labordata.org)홈페이지를 통해 전노협백서 검색이 가능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화작업의 기술적 부분은 울산에 소재하고 있는 '노동자정보통신지원단(LISO)'동지들이 맡아 헌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노동운동사의 서술에 있어서는 구술자료의 축적이 필수적이며 그만큼 <노동운동가 인터뷰작업>은 그 의미가 크다. 자료 자체가 유실되거나 자료가 남아있더라도, 그 자료의 구성과정 등에 대해서는 구술을 통해서만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보안 문제로 자료를 만들지 않은 경우나, 자료화되었다 하더라도 잦은 수배로 소각하기 일쑤였고, 정권의 압수 등으로 쪽지 한 장 남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현실운동의 긴박성 때문에 시기가 지난 자료들은 관리가 소홀해져 유실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구술이 더욱 절실하다.
현재 노동조합 및 여러 단체의 자료실에서 보관하고 있는 자료 대부분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 공식적인 논의구조를 통해 모아진 사항 등이 많기 때문에 그 이면에서 진행된 논의를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당사자, 관계자의 분석이 없으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실을 왜곡할 위험성도 있다.
여러 이유로 빈 시간과 공간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아직 남아있는 '기억'들이다.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것이라, 이제라도 본격적인 채록작업을 하는 것은 더욱 절실하다. 어떠한 사실이 있었는지, 그 사실과 내가 어떠한 관련이 있었는지 점점 희미해지게 마련이므로.
노동운동 현장에서 뛰는 모든 활동가들은 자기기록을 남겨야 한다. 잘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도 좋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투쟁, 논의, 그 속에서 나의 견해, 다른 사람의 견해, 고민, 느낌, 전망…. 이런 것들이 하나의 역사를 만들게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제된 글로 남는 노동운동의 기록도 소중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사실을 기록해 놓는다면, 그 거친 숨결이 노동운동사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한 회의장에서, 한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수많은 논의와 논쟁을 진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회의결과는 종이 한 장으로 정리되기 십상이다. 한 장의 기록 속에는 수많은 기록들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기록하고 풀어야 한다.
집회건 문화행사장이건 가는 데마다 노트를 꺼내 뭔가 적는 한 선배가 있다. 그런 모습이 참으로 소중하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몇몇 사람이 정리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 기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모든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자기기록을 남길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
<노동운동 1차자료 읽기모임>의 취지는 노동운동자료구축과 동시에 노동운동사 연구 역량축적을 위한 것이다. <읽기모임>의 연구기조는 "노동운동사는 대중성, 현장성, 투쟁성, 민주성을 축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때문에 운동사 연구의 방법론을 추상적인 데서 찾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투쟁과 사건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자료 구성능력, 분석능력을 기르려는 것"에 있다. 아울러 운동가 인터뷰의 사전작업으로 자료분석과 인터뷰 질문내용구성, 인터뷰내용분석 등의 작업을 담당할 것이다. 관심있는 노동운동가와 연구자의 참여를 바란다.
흔히, 한국사람들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조차 몇 개월이 지나면 금새 잊어버리는 습성을 가졌다고 한다. 지난 100여년동안 식민지화, 6·25전쟁, 민족분단, 군사독재하의 경제발달 등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구성원 각자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은 아픔과 고통을 빨리 잊으려 노력하다보니 그러한 습성을 지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친일행적을 감추고 민족의 영도자로서 행세하려던 박정희 등 수구보수세력이 정권유지의 목적으로 지배이데올로기차원에서 민중을 망각의 늪으로 몰아간 것일 수도 있다.
몇 주 전, 최근 소설 <꿈>을 출판한 소설가 김성동선생님 등 몇몇분들과 술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다. 김성동선생님의 아버님은 전쟁전 보도연맹사건으로 학살된 남로당 충남도당위원장이었다. 그 자리에서 김성동선생님은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계속 회귀되는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주 4·3민중항쟁 당시 군경과 함께 양민학살을 주도했던 '서북청년단'이라는 극우청년단체의 위원장이 현재 살아있고 실향민단체의 중앙간부를 맡고 있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할 시 암살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잡지를 통해, 그 암살을 위해 전직 특수부대요원으로 구성된 조직을 구성하고 훈련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첫째 관심은 "실향민단체의 간부라는 자가 어떻게 서북청년단 위원장이었는지 알았느냐"는 것이었다. 그 자 스스로가 잡지에서 제주도에 파견되어 빨갱이를 때려잡았다는 이야기를 했고, 선생님이 그 얘기를 읽는 순간 그 이름이 기억에 떠올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위 이야기에서 느끼는 바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것으로 돌린다. 다만 "투쟁의 역사들을 우리가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다시 역사는 회귀되어" 동일방직 똥물사건, 현대중공업 식칼테러사건 등과 같이, 정말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으랴!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을 열기까지
김종배 추모사업회(jongbae.labordata.org)는 1999년 8월 27일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김종배 동지를 추모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은 이 추모사업회에서 노동운동가 김종배동지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서 열게 된 것이다. 故 김종배동지는 전노협백서발간팀장을 맡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주성·민주성·투쟁성의 민주노조운동 정신에 충실했던 전노협의 기록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를 전노협백서 13권으로 발간한 바 있었으며 사고로 운명하기 전까지 전노협 관련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추모사업회에서는 발족 이후 2000년 8월 27일 운영위원회를 통해, 회의·소식지 발간·추모식 등의 기초적인 추모사업 이외에 중요한 사업계획을 결정하였다. 김종배동지의 정신계승사업의 하나로 노동운동사연구를 추모사업회의 주요사업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따라 운동사 연구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면서, 운동사 연구를 위해서는 우선 1차 자료의 수집정리와 연구역량의 확보가 첫째 과제라는 점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추모사업회는 기금 및 회비를 출연하여 사무실을 마련하고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을 구축하여 1987년부터 1995년까지의 노동운동 조직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할 것을 결정했다.
노동운동사 연구와 자료 수집·보존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이후 이어진 노동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특히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그 힘에 의해 민주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왔다. 그에 따라 전노협이라는 전국단위의 민주노동운동 진영의 조직을 창출했으며 이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탄생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20세기 후반 치열한 민주노동운동이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의 자료 자체는 체계적으로 정리되거나 보관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학자들이 노동운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몇 군데 연구소에서 운동사를 집필하고는 있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풍부하게 담지 못하여 심층적 분석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자료 및 기록이 손실되었거나 혹은 체계적으로 집결되고 정리되지 않은 데서 연유한다.
노동운동에 관한 자료가 이런 상태에 있기 때문에, 격변하는 계급관계와 새로운 운동방향을 모색하고 역사적으로 누적된 힘을 규명하고 찾아가는 데 심각한 장애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노동자계급이 대두되면서 고무되고 추동된 것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구성하는 데에도 민주노동운동사의 구성이 절실하다.
한국 민주노동운동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크게 1960/70년대 이후부터 1987년 이전까지의 노동운동,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부터 1995년까지의 노동운동, 1995년 민주노총 건설 이후의 노동운동으로 구분하여 연구할 수 있다. 이 중, 본 자료실은 전노협을 중심으로 한 운동시기 즉,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쳐 지역노동조합 조직을 결성하고 이들이 전국적 조직을 결성·활동하였던 시기를 민주노동운동의 첫번째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노협 백서]에서 담아내지 못한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1차 자료를 광범하게 축적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1차 자료축적은 1단계 연구기간 뿐만 아니라 전체 운동사 연구기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연구팀을 구성하고, 자료를 검토분석하여 자료집 등을 발간할 예정이다.
자료실의 운동사 연구작업은 운동사 발간을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온 노동운동진영 내에 전노협 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대 재생산되어야 한다. 또한, 연구사적으로도 일정한 수준과 의의를 갖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운동사 발간사업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는 첫째, 연구관련 1차 자료의 발굴과 축적 둘째, 운동의 발전과 연구의 발전을 상호침투·통일시켜내는 연구역량의 성장이다. 우선 연구관련 1차 자료의 발굴과 축적을 통해, 운동사 연구사업의 기반을 확대·강화해 나갈 것을 주요사업으로 설정하여 이를 한시적 사업(2003년 이내)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 성과를 근거로 다음 전망(자료의 영구보존. 노동운동자료실 운영, 열람구조, 운동사 집필)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보관자료소개와 보관자료의 집중을 바라며
현재 『노동운동역사자료실』에는 1987년부터 1995년까지의 노동운동자료가 주로 보관되어 있으며, 이 시기의 자료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500여권의 출판단행본, 40여종의 노동잡지 1,000여권, Industry Relations 등 외국노동서적 150여권, 각종 논문집, 자료집 등 책자 500여권 등의 단행본류와 그 외 문서형태의 자료, 각종 비디오테이프, 회의록·강의록 등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 각종 신문, 유인물, 포스터 등이 3만여건 정도이다. 그 외 각종 물품, 사진, 현수막, 문화용품, 그림, 인물사진, 컴퓨터 파일자료 2천여건 등이 있다.
자료의 출처로는 전국회의, 전노협, 마창·부산·서울 등 각 지노협 자료, ILO공대위, 전노대, 민주노총준비위, 업종회의, 각 연맹, 주요 투쟁사업장, 국민연합, 전국연합, 전국노련 등 노동단체, 민중당 등 정치단체, 각 전위조직, 한국노총, 경총 등 자본가단체, 노동부 등 정부기관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자료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본가단체와 정부기관의 자료들은 관련 시기에 나온 자료 일부만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사무업종연맹, 단위노조자료, 대기업연대회의, 정치단체 자료들은 아주 일부분만이 보관되어 있다.
자료의 경우 자료의 보관, 분류, 활용에 있어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한 곳에 집중되기보다는, 여건이 보장된다면 해당 단체에서 자료실을 구축하고 타 자료실과의 수평적 협조체계를 통해 자료보관·활용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여건을 갖추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개인의 경우에는 버리긴 아깝고 계속 가지고 있자니 부담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 『노동운동역사자료실』에 자료를 기증하면 노동운동사 연구에 보탬이 되며, 민주노동운동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김진균 교수, 양규헌 前전노협 위원장, 김진순 前민주노총 교선실장, 이근원 공공연맹 교선실장 등이 개인보관자료 다수를 기증하였고, 여러 단체 및 노조에서 자료기증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사회과학서점 논장(www.nonjang.co.kr)에서는 서가를 기증하는 등 자료보관이 용이하도록 도움을 주었고, 노동자와 학생동지들이 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다 더 많은 동지들의 관심과 자료기증, 참여가 필요하다.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의 향후 계획
현재 자료실은 구체적인 사업으로 노동운동 1차 자료수집과 이미 수집된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 노동운동가 인터뷰작업, 연구모임으로서 <노동운동 1차자료 읽기모임>을 구성하여 진행하고 있다.
자료 데이터베이스화는 시간이 갈수록 훼손·변형되는 귀중한 자료들의 원형태를 데이터화한 후 원자료를 영구보존하는 작업이다. 현재 수집된 문건자료 3만여건 전부의 내용(목차 및 자료요약이 아니라 내용전체를)과 단행본목록, 노동관련 잡지목차 등을 컴퓨터에 입력한 후 노동운동 역사자료 데이타베이스(www.labordata.org)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데이터베이스사업과 관련해서는 우선 인터넷 전노협백서(wbook.labordata.org)홈페이지를 통해 전노협백서 검색이 가능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화작업의 기술적 부분은 울산에 소재하고 있는 '노동자정보통신지원단(LISO)'동지들이 맡아 헌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노동운동사의 서술에 있어서는 구술자료의 축적이 필수적이며 그만큼 <노동운동가 인터뷰작업>은 그 의미가 크다. 자료 자체가 유실되거나 자료가 남아있더라도, 그 자료의 구성과정 등에 대해서는 구술을 통해서만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보안 문제로 자료를 만들지 않은 경우나, 자료화되었다 하더라도 잦은 수배로 소각하기 일쑤였고, 정권의 압수 등으로 쪽지 한 장 남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현실운동의 긴박성 때문에 시기가 지난 자료들은 관리가 소홀해져 유실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구술이 더욱 절실하다.
현재 노동조합 및 여러 단체의 자료실에서 보관하고 있는 자료 대부분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 공식적인 논의구조를 통해 모아진 사항 등이 많기 때문에 그 이면에서 진행된 논의를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당사자, 관계자의 분석이 없으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실을 왜곡할 위험성도 있다.
여러 이유로 빈 시간과 공간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아직 남아있는 '기억'들이다.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것이라, 이제라도 본격적인 채록작업을 하는 것은 더욱 절실하다. 어떠한 사실이 있었는지, 그 사실과 내가 어떠한 관련이 있었는지 점점 희미해지게 마련이므로.
노동운동 현장에서 뛰는 모든 활동가들은 자기기록을 남겨야 한다. 잘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도 좋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투쟁, 논의, 그 속에서 나의 견해, 다른 사람의 견해, 고민, 느낌, 전망…. 이런 것들이 하나의 역사를 만들게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제된 글로 남는 노동운동의 기록도 소중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사실을 기록해 놓는다면, 그 거친 숨결이 노동운동사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한 회의장에서, 한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수많은 논의와 논쟁을 진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회의결과는 종이 한 장으로 정리되기 십상이다. 한 장의 기록 속에는 수많은 기록들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기록하고 풀어야 한다.
집회건 문화행사장이건 가는 데마다 노트를 꺼내 뭔가 적는 한 선배가 있다. 그런 모습이 참으로 소중하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몇몇 사람이 정리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 기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모든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자기기록을 남길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
<노동운동 1차자료 읽기모임>의 취지는 노동운동자료구축과 동시에 노동운동사 연구 역량축적을 위한 것이다. <읽기모임>의 연구기조는 "노동운동사는 대중성, 현장성, 투쟁성, 민주성을 축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때문에 운동사 연구의 방법론을 추상적인 데서 찾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투쟁과 사건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자료 구성능력, 분석능력을 기르려는 것"에 있다. 아울러 운동가 인터뷰의 사전작업으로 자료분석과 인터뷰 질문내용구성, 인터뷰내용분석 등의 작업을 담당할 것이다. 관심있는 노동운동가와 연구자의 참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