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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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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원개발, 그 암울한 교육의 앞날

강신현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전교조 총파업유보, 한국노동계급의 오늘!

11월 19일 전교조는 26일부터 벌이기로 한 총파업투쟁을 전격 유보하였다. “7차 교육과정 개선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논의하기 위하여 교육과정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하고, 조합활동 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다음부터 ‘교육부’) 장관은 수업과 학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교육 방법의 개선을 위해 방과 후 월 2시간 연수할 수 있도록 교육감에게 권고한다”는 합의문을 들고서 말이다.(나중에 알려졌지만 이것마저도 교육부장관이 구두로 약속한 사항이었다).
교육의 시장화를 저지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던 전교조가 왜 이토록 쉽게 방향을 바꾼 것일까.
우선 들 수 있는 이유로 지도부를 중심으로 협상주의가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총파업투쟁을 밀고 나가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지면, 지금 지도부는 아래로부터 일어나는 대중투쟁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는 총파업을 무기로 정부에 압력을 불어넣으면서 몇 가지 성과를 따내는 것이 지도부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교육개혁이 전체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신자유주의 재편 과정 속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그냥 지나쳐 보았기 때문이다. 노동부문과 금융부문 그리고 기업부문의 구조조정과 유연화는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어느덧 공공부문의 민영화(사유화)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재편 속에서 교육부문이 홀로 남겨질 수 없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부문은 또 다른 재편의 의도가 있다. 체질을 바꾸고 있는 남한 산업구조에 맞는 인력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길러내는 것!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가 교육을 전면적으로 수술해야 했던 이유이다. 전면적 수술을 위해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었고, 99년 시작된 BK21사업(다음부터 ‘BK21’)은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자본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만을 길러내기 위해 대학을 쥐고 흔드는 정부의 개혁은, 이미 있던 불평등을 깊게 하는 것이다. 개혁으로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계급이 노동자라는 것은 어쩌면 자명한 일. 하기에 정부 개혁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개혁’, ‘지식정보화사회’와 같은 미사여구가 동원되어 정부 정책을 포장한다고 하더라도 민중에게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적자원개발과 신자유주의 교육개혁

엥겔스는『영국 노동계급의 실상』어딘가에서 어느 중류계급 신사와 맨체스터를 지나며 했던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곳의 빈민굴은 창피스러울 정도로 더럽고 지저분하다. 그곳 공장노동자들이 사는 꼴은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평생 이렇게 엉망으로 세워진 도시는 본 적이 없다며 신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잔뜩 부풀려 말하였다. 참을성 있게 듣고만 있던 부르주아지. 헤어질 때쯤 나지막히 엥겔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저는 그곳에서 큰돈을 벌고 있거든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전교조 투쟁의 화통은 멈추었다. 그나마 평등할 수 있었던 교육기회가 어떤 모습으로 계층화되고, 더 좋은 교육을 가지기 위해 민중들이 얼마나 서로 경쟁해야 하는가. 전교조의 투쟁이 멈춘 지금 아련하게 불안한 앞날이 떠오른다. 하지만 자본과 국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충분히 돈을 벌고 있고 필요한 노동력도 가질 수 있으니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가 아니라 일부 선택받은 인재뿐이고 민중들은 선택받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으니까.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주체인 인적자원의 양과 질이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국가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인적자원을 관리하고 양성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2001년 1월 교육부가 개편되어 교육인적자원부가 출범했다.
인적자원과 이어진 논란거리는 방향에 따라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지식과 정보를 가진 인적자원이 가치를 창출하는가 하는 문제가 첫째이다. 이 부분은 교육비평 6호 강남훈 교수가 쓴 「지식기반경제론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비판」을 참조하기 바란다.
지식과 정보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계화한 자본의 이해를 보장하는 WTO 같은 국제기구, 지적재산권과 같은 제도로 자본의 이해를 실현하고 노동을 더욱 유연하게 함으로서 이윤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가이다. 결론을 앞당겨 말한다면 인적자원개발이 중요한 것은 교육 특히, 고등교육이 기업에서 필요한 노동력을 그들의 입맛에 맞게 길러내는 노동시장이 돼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영재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영재가 가진 경제적 가치를 더욱 빨리 이윤추구에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결국 인적자원개발은 교육을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만드는 것이며, 지금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자본을 떠받드는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다. 하물며 정주영에 관한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고 떠들어대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육과정도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서 바꿔야한다고 하니 오죽하겠는가. 이렇게 교육의 목적은 사라지고 자본이 교육을 이해에 따라 좌우하려는 전략이 교육의 방향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한 일이다.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와 KDI는 인적자원에 관한 연구보고서와 정책을 쉴 새 없이 발표하고 있다. 내용은 인적자원을 산업정책과 연관지어 효율적으로 양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교육정책이 수요자인 산업계의 요구와 동떨어져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대학과 초․중등학교의 자율성을 내세우면서 발표하고 있는 정책이 대학의 자율성을 살리고 국가의 간섭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 발표된 ‘경제비전2011’과 ‘중장기 인적자원개발 5개년 계획’ 그리고 11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인적자원개발특별법’을 중심으로 그렇게 단정지어 이야기 할 수 있는 근거를 들어보기로 하자.

알아서 학교를 경영하되 국가는 평가의 고삐를 움켜쥔다
초․중등 교육은 국민의 기초역량 강화란 방향 속에서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기초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에 따라 학교는 그들이 필요한 기초능력이라고 정한 외국어와 정보화능력을 개발하는 책임이 커진다. 모든 학교의 자율성과 독립성도 큰 폭으로 강화된다. 모든 학교에게 운영에 대한 책임을 주는 대신 국가는 표준화된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성취도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가성취도시험’을 본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영국이나 미국에서 유행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그대로 판박이 한 것이다. ‘모든 학교를 책임지고 경영하게 하는 제도(단위학교책임경영제)’가 도입되면 교장과 학교운영위의 역할이 커진다. 교장은 학교를 경영하는 최고경영자가 되며 학교운영위는 인사, 재정, 학교 운영에 관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학교성취도시험은 우수한 학교와 열등한 학교 나누어서 고정하기
이렇게 되면 국가에서 제시한 성취도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국 학교가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에 대한 기준을 국가에서 정하고, 기준을 맞추지 못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교장과 교사가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시험의 결과로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는 일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교사의 전문성과 권한은 위축되고, 성적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가 시험성적으로 판가름된다. 이미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중소도시, 강남과 강북 사이에 출발선이 다른 마당에 자율경영과 성취도시험이 도입되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분명하다.
경제력이 있는 지역에 우수한 학교가 많아지고, 경제력이 떨어지는 지역에는 열등한 학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처럼 부동산가격과 성취도 시험성적은 비례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진다. 부동산가격이 높은 지역에는 우수한 학교가 많아진다. 우수한 아이도 많다. 그럴수록 열등한 학교와 열등한 아이도 많아진다.
학교에 자율적인 경영권한을 주고 성취도 시험이 도입되면, 이미 있는 불평등을 더욱 심하게 만들 뿐 아니라 아예 선을 그어 고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인적자원개발이란 이유로 계층화되는 대학
대학에서 인적자원개발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아야겠다.
지식정보화사회는 지식과 사람이 핵심역량이다. 앞으로 고용구조는 단순생산직 인력수요는 감소하고 전문기술직과 지식근로자의 고용은 증가한다. 고등교육은 충분히 대중의 접근이 가능하지만 성인의 전직이 많아지고 있으며 대부분 산업현장에 맞지 않는다. 지식기반산업으로 개편하기 위해서 대학이 더욱 산업현장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 따라서 세계 1위 인적자원 강국을 목표로 교육․훈련을 연구개발이나 고용 그리고 산업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6T IT, BT, CT, NT, ST, ET와 같은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으로 키우고자 하는 분야이다. 정부는 기업과 대학이 이런 기술을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경제전략과 교육전략을 만들어내고 있다.
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연구중심대학을 선정하여 집중투자하고 대학의 특성화를 추진한다. 방만하게 널려진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연구중심대학, 교육과 연구중심대학, 기술중심대학으로 대학을 특성화한다.
대학은 6T에 중점을 둔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게 된다. 국가가 하는 재정지원은 중점분야를 육성하는 곳에만 투자되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대학이 알아서 해야한다. 인문학이 어떻게 되든, 자연과학이 어떻게 되든 돈이 될 수 있는 6T중심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사는 길이고, 국가가 사는 길이니까.
그런데 99년부터 인적자원개발을 위해 1조 5천억을 퍼부어서 시작된 BK21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우리 교육이 편식을 해도 단단히 하고 있다는 생각부터 든다.
2000년 전국 4년제 대학연구비 분포는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 10개 대학이 연구비 50%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서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2.8%에 이른다. 서울대는 1차 연도 BK21 지원금에서도 1984억원 중 4분의 1을 차지했다.
BK21 전체 사업 중에서 과학기술분야와 소형 핵심프로젝트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2000년까지 2,032억으로 58%에 이르며, 사업단은 과학기술분야가 26개, 핵심프로젝트 사업단은 317개로 82%이다.
이런 편중지원이 대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BK21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부정원을 줄이고, 광역단위로 학생을 모집’ 해야 한다. 이런 까닭으로 기초 학문분야는 교수 임용과 학부정원 줄이기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었을 뿐 아니라, 서울대 물리학과의 경우 교수 한 명이 157명을 가르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겠다는 이유로 시행되고 있는 ‘모집단위 광역화’도 학생들의 전공선택을 오히려 제한할 뿐 아니라 전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는 지경이다. 모집단위 광역화는 72년 박정희 정권에서 강행했다가 낭패를 본 일이 있는데 그때와 똑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고 있으니 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의 어리석음이 이보다 더할 수 있으리.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이 BK21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에게 사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를 물었다. 설문조사 결과 55.9%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보냈다. 최근 발표된 BK21 감사결과는 더욱 심하다. 대학마다 사업비를 다른 곳에 유용할 뿐 아니라, 이행 조건을 지키기 않는 곳은 부지기수며, 연구비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지급되고 있으니 말이다.
한 방에 교육개혁을 끝장내겠다는 BK21. 과연 인적자원개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오히려 대학교육을 통째로 기업의 노동시장으로 내 줄 것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모조리 6T에 관한 것이거나 돈버는 것으로 도배질 되고, 대학은 제대로 된 지식인을 길러내기보다 편식을 해서 반쪽밖에 알지 못하고 돈벌이만 관심이 가 있는 ‘파행적인 인간’을 양성하는 곳이 될 것이다. 그 속에서 명문대학이라 말하는 대학은 새로운 탈을 쓰고 다시 명문으로 부상할 터이다.

기업과 같이 되가는 대학과 외국 대학개방
앞으로 교육정책에 따라 대학의 운영은 자율화한다. 특성화하거나 연구중심대학으로 지정 받지 못하면 생존하기 위해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국가가 전국 모든 대학에 재정을 지원해야 했다면, 이제는 대학에 등급을 메기고 그것에 따라 재정지원을 다르게 할 수 있다.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대학의 교육과정과 대학개혁정도를 평가하는 정부의 기능은 큰 폭으로 기업의 수중으로 들어간다. 평가는 산업체의 전문가와 전문평가기관이 맡는다. 앞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에 평가전문기관이 세워질 계획이다. 나아가 대학교육의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인정하는 시스템이 더해진다. 평가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에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최우수 인간자본, 우수 인간자본, 불량 인간자본을 구분하는 기관이 생기는 셈이다.
수요자의 요구에 맞춘 교육은 단지 기업이 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딱지를 붙이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이 필요한 노동력을 제때에 충분하게 대주는 것도 수요자의 중요한 요구의 하나가 된다. 이런 이유로 대학 정원운영구조가 바뀐다. 과별로 할당된 정원을 가르치는 대학정원이 아니라 수요자가 평가한 교육의 질이 대학의 교육역량이 된다. 대학정원관리가 자율화되어 수요에 따른 정원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몇몇 지역의 이름 없는 대학은 무너지거나, 교육은 없고 다만 대학을 가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대학간판을 판매하는 판매점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에 대학을 개방하는 체제가 되면, 대학은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사실 허울좋은 평생교육기관이란 계획은 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착취와 평생토록 생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협이 담겨있다. 평생교육기관으로써 대학은 시간제 등록제, 외국 대학의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보유한 기관으로 살아남게 된다.
“교육부는 2일 서울대․연세대․KAIST(한국과학기술원)․성균관대․경희대․이화여대 같은 국내 12개 대학이 하버드․스탠퍼드․와튼․콜롬비아․암스테르담 따위 세계 명문대학 대학원과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추진방안을 신청한다고 했다. 이것은 교육부가 지난 7월 20일 국내 대학원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교육내용과 방법을 혁신하기 위해 외국대학원 국내 유치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사업신청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르면 내년 9월부터 외국대학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12월 2일자 조선일보)
기업처럼 운영하고 기업의 노동시장이 되어버릴 대학. 평가에서 살아남아야 가치가 인정받는 대학. 그곳을 과연 대학의 이름에 맞게 우니베르시타스(학문의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대학교육정책이라기보다는 대학이 기업과 똑같이 학문상품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으로 만드는 대학기업육성 정책에 가까운 인적자원개발정책에 대학의 앞날은 있을까. 독재에 가까운 학교운영과 비리로 대학교육의 숨통을 막아버린 사립대학. 이제 그들을 기업으로 육성하여 화려한 변신술을 주려는 교육정책. 대학장사치들이 판치는 대학에서 교육의 앞날을 말하는 것은 사치스러울 뿐이다.
결국 인적자원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분명하다. 학교기업으로 성장해갈 사립학교와 기업 그리고 외국자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학교육을 나락으로 몰고 갈 대학원중심대학

그런데 그 대학원 중심대학이란 것이 문제 투성이다. 대학원중심대학이 어떤 모습인지 몇 가지 살펴보자.

<표>

위 표에서 보다시피 대학원중심대학 이후 일반대학원의 증원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대학원정원이 늘어나기만 하면 대학원중심대학이 되는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무척 심각해지고 있다.
“ 지난 8월 30일 개정된 학칙개정의 골자 중 하나가 총괄정원제이다. 총괄정원제란 전체 입학 정원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대학원의 전공별 모집인원을 학생들의 지원에 따라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총괄정원제를 시행하면 특정계열의 합격자 수가 적을 경우, 나머지의 정원수를 다른 계열로 돌릴 수 있어 지원자가 많은 계열에서는 그만큼 더 많은 정원수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전보다 많은 대학원생수를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취업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기초 학문들에 대한 지원보다는, 양적 팽창에 도움이 되는 인기학과를 더욱더 육성할 것이다.”(중앙대 대학원 신문 10월 31일자)
이런 상황이고 보면 대학원 교육의 질이 떨어지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표에서 보듯이 특수대학원의 정원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 특수대학원은 이름만 다른 학과가 180여 개에 이르는데, 예전부터 사교장이란 비아냥이 잦았던 곳이다. 요즘은 국공립대학도 수입증대를 위해 특수대학원의 설립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할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분야이다.
그렇다고 교수가 제대로 확보된 것도 아니고, 학생에 대한 처우도 좋은 것도 아닌데 등록금은 엄청 비싸다. 학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져 학위를 따기 위해 진학은 했지만 전문인을 육성한다는 취지와는 상관없이 대학의 잇속만 채워주는 수단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원중심대학, 평생교육 해놓으면 뭐 하는가. 돈 버는 것은 대학장사치에 불과한 사립대학과 기업이고, 대중들은 학력에 대한 요구를 따라가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곳이거늘.
국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자율성을 주었다는 핑계로 알아서 살 것을 강요하면서 대학교육을 송두리째 경쟁체제에 던져놓았을 때 교육이 갈 길은 지금 BK21과 대학원중심대학이 보여준 그대로이다. 이제는 돈벌이를 위해서 외국 유명대학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 않은가. 백 번 양보해서 순진하게 그들의 뜻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학문과 지식에 대한 토대를 만들고 우리 상황에 맞은 우리에게 필요한 우리의 지식과 학문이 아니라 손쉽게 남의 나라 학문과 지식을 가져오겠다는 발상은 주체성을 포기하는 것이자 대학을 아예 죽이는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세우기 위한 투쟁이 절실한 때

정부의 교육개혁과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교육계의 관료주의가 불행하게 만난 지금, 개혁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대학과 민중을 혼란과 고통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대학은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다만 자본의 논리에 목을 내놓아야 하는 종속물이 되거나, 아예 발벗고 나서서 돈 되는 것이면 어떤 나라 학문이던 상관없이 수입해서 판매에만 여념이 없는 학문판매 가게가 될 것이다. 게다가 대학교육이 부실해질수록 사회에서 요구하는 학력 수준은 높아지게 되고 결국 교육비가 지금보다 증가하리란 사실은 너무도 분명하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부터 좋은 학교를 선택하기 위한 경쟁이 심해지고, 대학의 교육환경이 안 좋아지고, 학부 교육이 부실해지고, 학생들이 전공선택이란 이름으로 대학에 와서도 성적이 쩔쩔 매야 해도 국가와 기업은 아무 말이 없다. 노동력을 공급받는데 아무 지장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해 경쟁할 때 더욱 흐뭇하니까. 하기에 교육공공성을 세우기 위한 민중의 투쟁이 절실해진다.
주제어
교육
태그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정치방침 총선방침 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