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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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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통합반대, 그 숨은뜻 찾기

박형근 |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어느 때부터인가 중앙 일간지에 '아∼근로자는 봉인가?', '근로자의 보험료가 대폭 인상됩니다!' 라고 주장하는 한국노총/전국공공서비스 노동조합연맹/전국직장 의료보험노동조합 명의의 광고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IMF 이후 소득은 줄어든 상황에,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국가가 연금이랍시고 빤한 월급봉투에서 에누리없이 돈을 빼가고, 의료보험료도 덩달아 오르는 것을 하염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던 직장 근로자들. 그들에게 의료보험 통합이 결국 근로자의 보험료만 대폭 인상시킬 뿐이라는 선전, 선동은 마음을 뒤틀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반발에 직면한 정부 여당은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하여 애초 2001년 1월에 직장조합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의 재정을 완전히 통합하기로 했던 계획에서, 2002년 1월 이후에 실시하는 것으로 한발 후퇴하였다.
이후에도 한국노총/직장의보노조를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세력들은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의 사회보험운영을 둘러싼 대중들의 정서적 불만의 틈새를 파고들면서 의료보험 통합반대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의료보험료 납부거부 1000만인 서명운동을 단위노조와 직장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벌여나가는 등 지속적인 여론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의보통합 반대 움직임의 배경과 그 주장의 사실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노총과 직장의보노조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통합 반대 주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b> 의보통합에 반대하는 세 가지 주장에 대한 검토와 비판</b>

<font color="#003366">'근로자의 보험료만 대폭 인상된다!'는 주장</font>

이 주장의 요지는 임금 근로자는 소득이 100% 파악되는 반면, 자영자의 경우 소득파악이 23%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보험통합이 되면 자영자의 누락된 소득분이 근로자에게 전가되어 근로자의 의료보험료는 평균 37% 인상되고, 자영자보다 3배가 넘는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는 것이다(표1).
<표 1> 의료보험 전면통합시 월평균 보험료

자료) 한국노총/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연맹/전국직장의료보험조합, 아∼근로자는 과연 봉인가?, 1998, 10,23일 중앙일보 광고물

지금까지 직장인과 공무원의 보험료는 표준보수월액(상여금, 수당 제외)에 대해서만 부과되어 왔고, 농어촌과 도시자영자의 경우는 식구 수, 소득, 재산, 자동차 4가지 요소에 대하여 조합별로 보험료를 책정, 부과하여 왔다. 이로 인해 비슷한 소득수준의 근로자보다 도시 자영자와 농어민의 보험료 부담이 높았으며, 지역조합과 직장조합 내에서도 소속된 조합의 재정상황에 따라 보험료 부담의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통합된 보험체계에서는 동일소득, 동일보험료 원칙에 따라 농어촌과 도시자영자도 소득만을 근거로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법에 규정하였다.
한국노총과 직장의보노조에서는, 통합이 되면 직장의보가입자들의 평균보수월액은 1백7만8천원이지만 상여금, 수당 등이 포함되면 보수 총액은 1백60만6천여 원으로 늘어나 직장인 평균 보험료율 3%를 적용하여 표 1과 같은 결과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보험료 부과기준이 올라가게 됨에 따라 보험료율은 낮아질 수 있으므로, 보험료율이 변동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한 한국노총과 의보노조의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자영자의 소득 파악이 투명해지기까지 과도기적으로 국세청 자료 이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소득 파악 방법을 적용, 보완할 수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 조합주의 체계에서 지적된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문제를 보완하면서도 지역과 직장근로자간의 형평성을 저해하지 않는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본질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통합의료보험료 부과방안'에 대한의 연구결과에서도 한국 노총에서 제기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제시되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가입자의 소득기준 부과방안으로 신고소득에 재산, 자동차, 경제활동인구 등을 조정계수로 보정해 실제소득에 근접하도록 조정한 결과 전체세대의 36.7%는 보험료가 인하되고, 64.3%는 보험료가 인상될 것이며,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는 25,842원에서 25,951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조합주의 체계에서 직장근로자보다 농어민과 도시자영자가 40%나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수용 가능한 결과로 생각된다.
둘째,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험료율이 현행 평균 3.29%에서 2.77% 인하되며, 또한 평균 보험료는 3만7천원에서 4만2천원으로 인상되어 13.5%의 인상이 예상된다. 이러한 인상의 내용을 보면,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포함된 과세대상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가되기 때문에 보수 중 상여금과 성과수당의 비중이 큰 사업장(금융기관, 대기업, 언론사 등) 중심으로 보험료가 인상되며, 보수 중 상여금 비중이 낮은 300인 미만의 중소업체와 영세업체의 경우 보험료가 인하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 연구결과를 정리하면, 소득에 기반한 통합의료보험 부과체계에서도 농어민과 도시자영자의 보험료가 대폭 인하되지 않고, 소득파악이 유리알 같은 직장가입자가 추가로 부담할 것이 없다. 또한 의료보험 통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가, 소득에서 상여금과 수당이 포함하는 비중이 높은 대기업 고소득근로자 위주로 인상되어 과거 조합주의체계의 보험료 부과에서 제기되었던 형평성 문제를 보완해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직장인의 보험료만 대폭 인상된다는 한국노총과 직장의보노조의 주장은 잘못된 부과기준을 적용하여 발생한 것으로 민심을 오도하기 위한 왜곡된 주장일 뿐이다.

<font color="#003366">의료보험 통합은 20년 동안 직장조합 근로자들이 모아놓은 적립금 2조 5천억원을 통합 이전시켜 근로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주장</font>

이 주장을 뒤집어 물어보자. 의보통합을 안 하면 직장의보조합의 적립금 2조5천억원이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적자조합이 상존하는 지금의 조합주의체계에서는 적립금이 아무리 많이 쌓여 있어도 급여 확대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직장가입자가 직장을 그만 두면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하게 되어 적립금은 자신과 무관한 돈이 되고 만다. 그리고, 정년퇴직 이후에는 자녀의 직장의료보험 카드를 사용하던가 지역의료보험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조합의 적립금은 단지 일부 의료보험조합 이사진들이 은행에서 커미션을 받거나 사용자들의 경영자금대출 담보용으로 활용될 뿐이다.

<font color="#003366">의보통합은 비효율을 초래하며 보험급여를 확대해, 보험재정의 위기를 초래하고 결국에는 경영자와 국가 부담을 높여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font>

단순히 보면, 의료보험 통합에 반대하기 위한 논리를 대기 위해 끌어다 쓴, 이미 익숙한 신자유주의의 어구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또, 한국노총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꼼꼼히 따져 볼 부분이 있다. 이러한 주장 이면에는 신자유주의 원리에 근거한 시장 중심의 의료보험제도 개편과 조합주의 의료보험 체계간에는 상호 연결고리가 형성될 수 있는 토대가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보험 관리 운영체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보면, 조합주의체계는 민간 의료보험제도로 쉽게 이전할 수 있는 체계이다. 각 지역조합과 직장조합을 민영화하기만 하면 조직과 체계를 쉽게 사회보험에서 민간보험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의보통합 반대 운동을 통하여 기존의 조합체계를 유지하고 향후 시장 중심의 의료보험 재편과정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그때에는 현재의 지역과 직장조합이 쉽게 민간 보험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현재 의료보험조합의 고위 관료들은 보험회사 경영자로 지위가 변하게 되고 대기업 경영자는 보험회사를 소유하거나 보험조합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막대한 규모의 보험시장과 의료시장이 형성되고 국가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책임을 시장에 떠넘길 수 있게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통합의 성패는 의료보장제도에 있어 국가기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인가, 아니면 시장기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인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의료보험 통합반대운동은 단지 기득권에 집착한 수구세력의 반발만이 아니라, 향후 의료보장제도를 시장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한국사회 신자유주의 흐름의 전개와 맥을 같이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b> 의료보험에 시장 논리를 끌어들이는가?</b>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를 시장 중심의 민간의료보험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아직은 조직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국내외적인 상황변화와 개별적인 움직임들이 민간자원 중심의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시장 중심의 의료보험제도로의 변화를 추동하는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한국 사회 보건의료체계의 토대는 국가의 방임 속에서 철저하게 민간자본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80%이상이 민간 소유로 되어 있고, 그나마 있는 공공의료기관도 그 기능상 민간의료기관과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의료체계를 운영하는데 있어 사회보험제도인 의료보험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국가는 현재 의료보험을 통해 수가를 통제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를 위하여 여러 측면에서 보건의료에 개입해 왔으나, 민간자본은 이에 대응하여 고가장비 도입, 비보험 항목개발 등을 통해 교묘하게 이윤추구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자본을 축적시켜 왔다.

둘째로, 앞서 언급한 민간자본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특성은 신자유주의 논리와 결합되어 등장한 것으로, 민간의료보험과 시장기제의 도입을 통하여 민간의료자본의 이윤추구 행위를 합법적 공간에서 보장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민간의료보험의 도입과 시장기제로의 재편을 주장하는 일부 학자의 글에서부터, 건강을 철저하게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시켜 사회보험의 확대로 인한 추가비용부담을 봉쇄하고 의료시장과 보험시장을 통해 이윤추구를 도모하려는 재벌의 논리(주:의료보험에 시장원리를)까지 그 폭과 수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셋째로, 재벌의 병원진출로 인하여 초래된 의료시장의 환경변화이다.
1990년대 전후하여 등장한 재벌병원을 의료시장과 보험시장을 연관시켜 생각해 보자! 이들 재벌병원은 몇년 사이에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급성장하였다. 재벌들은 병원을 세우면서 동시에 외국의 대표적인 의료기기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자회사를 동원하여 의료기기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또다른 자회사를 통해 병원건축, 장비, 조직, 운영 등 병원경영 일반에 관련된 기술과 자원을 축적하였으며, 전국적인 병원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한 병원군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한국사회에 초일류병원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혀놓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재벌들이 우리나라 최고수준의 생명보험 회사와 화재보험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보험운영에 대한 자료와 노하우를 충분히 축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에 민간 의료보험과 시장의 논리가 도입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기존의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보험회사들은 자회사로 되어있는 재벌병원을 정점으로 그 산하에 전국에 산재해 있는 중소병원과 의원을 편입시켜 전국적인 병의원 네트워크체제를 구축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최고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보험상품'을 만들지 않겠는가? 모름지기 매우 인기있는 보험상품이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보험시장과 의료시장을 석권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가정을 전제로 한 상상이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민간자본과 자원이 성장했다는 것이고, 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넷째로, WTO 체제하에서 외국자본이 한국의 의료시장과 보험시장 진입을 위해 한국정부에 법과 제도의 개편을 요구하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미투자협정을 둘러싼 논의에서 미국측은 보완적인 범위나마 민간 의료보험시장의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외국 병원자본의 국내진출도 본격화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미 세계적인 의료기기회사인 '벡스터 사' 같은 곳은 국내에서 신장투석관련 의원을 체인형태로 운영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영리추구 의료법인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외국 병원자본이 국내에 투자한 이윤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이들의 진입이 더디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만약 국가간 투자협정에서 상대국이 자국내 영리 병원투자를 개방하면서 우리나라에도 개방을 요구하고 압력을 행사하면, 현행 의료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복지부 차관의 증언이고 보면, 의료시장에 해외자본이 본격적으로 상륙하고 의료기관의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문제가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이미 자국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기에 한계를 느끼는 외국자본이, 국내 보험시장과 의료시장 진출을 위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의료보험 통합은 근 10여년간 의료보장 확대를 위해 조합주의 체계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반개혁세력에 대한 투쟁의 성과로 쟁취한 결과물이다. 또한, 하나의 관리체계로 통합된 의료보험에서는 보험급여를 보다 확대시켜 나갈 수 있으며, 보다 확대된 보험자의 역할을 통하여 민간중심의 무질서한 의료체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그 영향력이 대세를 뒤엎을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의료보험통합의 최종 단계를 목전에 둔 마지막 순간에 통합반대론자들의 조직적인 저항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그 반대의 목소리에는 초기의 수구논리에 더하여 근 10여년간 보건의료 분야에서 확대강화된 자본의 논리가 짙게 배여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의보통합을 둘러싼 대립은 의보통합에 관계된 수구 대 개혁의 논리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의료보장체계의 재편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대립으로 외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의료보장 쟁취를 위한 민중들의 투쟁과 운동만이 강력한 국내외 자본의 논리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주제어
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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