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이주노동운동의 전망
현장통신
좌담 : 2003 이주노동운동의 전망
* 2003년 '현장통신'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운동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기존의 노동운동으로 포괄되지 못했던 비정규, 여성, 일반노조, 지역운동, 이주노동운동 등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서 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두 번째로, 지난 해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이주노동운동에 대한 평가와 2003년 전망을 주제로 실시한 좌담회를 정리하였습니다.
일시 : 2003년 2월 21일 15:00
장소 : 사회진보연대회의실
참석 : 이윤주(평등노조 이주지부장), 샤말 타파(평등노조 이주지부 안양분회장), 변정필(이주정책모임), 조대환(이주정책모임), 김경근(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자원활동가), 주현숙(이주노동자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 : 정영섭(사회진보연대 노동차장)
정리 : 송명관(사회진보연대 노동차장)
사회 : 바쁘신 중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2002년 이주노동운동의 성과와 한계, 고용허가제의 내용 비판과 이주노동자의 요구, 이주노동운동의 확대 전략, 이주노동운동과 한국노동운동의 연대 방향 등입니다. 먼저 작년 투쟁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도록 하지요.
<2003년 투쟁에 대한 평가>
이윤주 : 2001년 이주지부를 결성하였고 작년은 2년째였습니다. 첫해에는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라는 것을 알려내는 것에 중심을 둔 한해였고 그 연대활동이 2002년 투쟁의 기반이 되었다고 봅니다. 2002년은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한 한해였는데요, 자진신고, 추방정책 등에 대해 3월 조합원 총회 이후 곧바로 등록거부 투쟁에 돌입하였지요. 4월 7일 첫 투쟁의 포문을 열었는데 1000여명이나 모였습니다. 그것도 이주노동자들이 5000원씩 모아 버스도 대절하고 작업장에서 쓰는 물품으로 피켓도 직접 만들어서 참가하였습니다. 훈련원 공원에서 명동으로 행진하는 긴 구간 동안 이주노동자들이 표출한 그 분노와 목소리는 한마디로 위력적이었습니다. "우리에서 호랑이가 나왔을 때 다시 우리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어느 이주노동자의 말처럼 되돌릴 수 없는 투쟁의 기점이었습니다. 청원하는 방식이었던 이전의 항의에 비해 직접투쟁으로 실천이 바뀌자 국정원, 경찰, 출입국의 합동대응도 강해졌는데요, 투쟁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였죠. 변화된 조건에 맞게 새로이 재조직화할 여유가 부족하여 이주지부와 공동체들은 4월 21일 집회를 하지 않기로 했고 10개 나라 대표들이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5인의 이주노동자 지도부가 명동성당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투쟁의 요구는 단속추방 반대,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연수제도 철폐, 노동비자 발급 등이었는데, 이것도 이주운동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즉 94, 95년 투쟁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알렸고 96년 외국인노동자보호법 운동으로 외노협이 결성되었는데, 노동자성 인정이나 거주, 노동권 보장보다는 개선책 요구에 그친 것입니다. 합법화가 전면에 부각된 적이 없는 것이지요. 2002년에 이주노동운동의 목소리로 합법화, 노동비자 요구가 대두된 것입니다. 조직적으로도 이전에는 일방적 동원 식이 많았던 것에 비해 발전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노투본 시절만 해도 메이데이나 노동자대회 때 수십 명 수준이 참가했는데 작년에는 양적, 질적으로 상승해서 평균 200여명 정도였습니다. 대중적인 힘이 확산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 노조라는 것에 비춰 보면 노조 일상활동이나 조합원 관리, 교육 등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어쨌든 성과를 높이고 한계를 극복하는 2003년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샤말 : 전체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 센터들이 있는데, 임금체불, 산재 문제 등을 도와주고 있어요. 노조하면서 많이 배웠지만 센터들에서 대리해 주는 게 많으니까 자기 문제 해결되면 노조는 신경 안 쓰는 측면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습니다. 부탁하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조합이 필요해요. 또, 한국노동자 이주노동자 함께 해야 합니다. 지금 네팔공동체에 속해 있는데, 공동체와 노조가 틀린 부분이 있고 외노협과 노조가 틀린 부분이 있어요. 4월 7일 집회에 생각보다 엄청 많이 왔는데요, 노동자의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조직했기 때문에 그렇게 참가했다고 생각해요. 4월 21일 집회 취소 이후에는 믿음이 떨어진 것도 있고, 집회 가면 잡힌다는 두려움도 있어요.
변정필 : 이 투쟁은 단기적 투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지금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기가 매우 어려운 단계인 것 같아요. 자본의 전지구적 세계화와 노동유연화 시대에 장기적인 전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주정책모임도 구성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이주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을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5월부터 투쟁에 결합했는데요, 출입국 집회만 너무 많이 한 건 아닌지, 다양한 전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조합원 교육이나 토론, 조직 등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조대환 : 조합원이긴 하지만 계속 외곽에 있었는데, 2001년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인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의 주체적인 투쟁이라는 측면에서는 발전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신생조합으로서 내부에 전술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되었던 것은 가슴 아픈 사실이지요. 어쨌든 이주노동운동의 활동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고용허가제 진단과 비판>
사회 : 현재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인수위에서 논의되는 것을 보면 산업연수제를 없애고 합법화를 해주고, 1년 단위로 갱신을 하고, 국가간 계약을 맺어서 인력송출을 하고 모든 관리를 국가가 하겠다고 합니다.
변정필 : 일단 중소기업들이 이해관계에 있고, 고령화사회로 되는 것도 관련있는 것 같아요. 한편 노동유연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본의 입장에서도 작년의 정세는 열릴 수 밖에 없는 시기였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도 투쟁의 동력을 이주노동자들이 형성한 것이 중요한 점이지요.
이윤주 : 왜 한국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려 하는지 봐야 하는데요, 고령화사회 준비 측면이 있고, 통일을 바라보면서 노동력 정책을 정비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즉 이주인력 정책을 정비하지 않으면 탈북자나 중국동포 등을 보았을 때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정부나 자본가들이 알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 뿐 아니라 프랑스나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외국도 추방정책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극우세력의 준동도 거세지고 있지요. 한국은 치밀하게 국가가 추방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요. 다른 나라는 일시적으로라도 인력을 줄여보자는 것인데, 한국은 고용허가제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강합니다. 김대중의 3대 인권공약이 인권위, 의문사위, 고용허가제 였고 2000년에 강하게 고용허가제를 밀어붙였는데 중기협의 반발로 좌절되었습니다. 2001년에 외국인산업인력심의위를 국무조정실 산하에 두고 불법체류종합방지대책을 세웠는데, 김대중 정권의 전술이 바뀐 걸로 볼 수 있지요. 단계적으로 추방해서 새로 도입될 노동자 자리를 만들고 연수제와 고용허가제 병존을 추진키로 한 것이죠. 중기협을 달래는 차원에서 연수제 쿼터를 증가시켰는데, 여전히 운동진영에서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의 논리가 유지되었습니다. 고용허가제는 제도정비 의미는 있으나 이주노동자의 요구와는 관계없습니다. 96년 고용허가제 안보다 2000년 당정협의안은 더욱 후퇴된 것입니다. 인수위 역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달라진 게 없어요.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이 그나마 나아진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보자면 실질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이 보장될 것이냐, 송출비리를 완전히 근절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조대환 : 인수위 입장이 법안으로 상정되는 문제도 또 하나의 국면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주노동자에게 직접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법과 현실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이지요. 실효성이 있으려면 이를 강제할 수 있게 하는 추가 조치가 필요합니다.
변정필 : 실질적 보장이 가능할 것인가를 보아야 하는데요, 총자본의 이해가 노동유연화에 서 맞아떨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내국인 우선고용조항을 봐도 그렇고요. 합법화가 이주노동자, 한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함께 하향시키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노동자도 적극적으로 함께 해야 합니다.
샤말 : 지금까지 싸워온 건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해서였어요. 공장 옮기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고, 노동3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싸워야 합니다. 연수제를 고용허가제로 바꾸는 건 이름만 바뀌는 것입니다. 고용허가제로 바뀐다는 소식이 네팔에도 퍼져 있는데요, 이에 따라 브로커들도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고용허가제로 바뀌어도 브로커들을 통하지 않으면 올 수 없을 겁니다. 또 인수위에서 3년 이상 4년 미만 이주노동자들은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도 한국정부에서 다시 들어오는 것을 보증해 줘야 이주노동자들은 출국할 것입니다.
이윤주 : 인수위 안 가운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합법화'인데요. 3년 미만 노동자들에게는 열려진 것이지요. 그렇더라도 1년 단위 갱신이 아니라 5년짜리 노동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마 지금 중소기업 사장들이 원하는 것도 지금의 노동자들이겠지요. 1년 단위 갱신안은 또 한번 정책실패를 예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땅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새로 도입될 비자를 먼저 발급해야 합니다.
사회 : 정리한다면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실질적인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이주노동자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이주노동운동과 한국노동운동의 연대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노동운동과의 연대>
이윤주 : 사실 한국노동자와 마찰이 있을 수 있어요. 조선업계에서 이주노동자 도입을 요구했는데 한국노동자들이 반대할 수 있고요, 중국동포들이 건설업이나 요식업에 많이 취업해 있는데 거기서도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이주노동자를 어떤 규모로 어떤 업종에 들일 것이냐 에 대해 갈등이 있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이주노동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자본이 이주노동을 필요로 하는 이유, 이주노동자 한국노동자 연대가 필요한 이유 등 이주노동 자체에 대한 담론을 정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 그동안 우리는 '국경 없는 자유로운 노동력의 이동'을 요구한 적은 없는데요, 이는 오히려 자본이 저임금 노동력만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본의 의도 속에 노동유연화가 보장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선은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막아내야 하고요, 이주노동자 규모와 업종에 대해 한국노동자와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한 것이지요.
조대환 : 한국노동운동은 대의로서는 이주노동운동을 인정하지만 구체적 노력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한국노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산업연수생들에 대한 한국노동자들의 반감이 연수제 철폐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났는데요,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이슈를 개발해 내고 이주노동조합에서도 정책과 전술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변정필 : 민주노동을 비롯한 노동운동 세력이 정확하게 자기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신자유주의 반대, 노동유연화 반대, 불안정노동 철폐의 관점을 가지고 정책을 마련하여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이주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연대 차원에서도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 문제를 우회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샤말 : 한국노동자 내부에도 정규, 비정규, 장애, 여성 등 많은 갈등이 있어요.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에 오해도 있고요. 민주노총 내에 이주지부가 있지만 민주노총이 많이 관심갖지 않아요. 얼마 전에 노동부에서 외노협도 부르고 민주노총도 불렀는데 민주노총은 이주지부에 알리지도 않았어요. 아쉬움이 있어요. 물론 민주노총이 한국노동자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야 이주노동자 문제도 적극적으로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 한국노동운동과의 연대 문제도 있지만, 같은 이주노동 문제를 다루고 있는 외노협과의 관계 문제도 있는데요. 어떻게 관계를 가져나가야 할까요?
샤말 : 95년에 만들어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외노협이 존재해 왔지요. 요즘은 언제까지 이주노동자들을 도와주면서 갈 것인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외노협은 그 존재가 이주노동자에게 도움도 되지만 노동운동으로 보면 한계가 있어요. 이주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외노협은 이주노동자 조직하면서 직접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는 따라만 다니죠. 이주지부 생기고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노동운동을 주장하니까 외노협도 영향을 받아요. 이주노동자들은 헷갈리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공동체들도 차이를 잘 알고 있어요. 오래동안 같이 했기에 외노협을 나올 수 없다고도 합니다. 이주지부는 노조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방향에서 열심히 할 것입니다.
<이주노동자 조직 확대 전망>
사회 : 이주지부는 서울과 경인지역 조직입니다. 그렇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전국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운동도 필연적으로 전국화해야 할 것인데요.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까?
샤말 : 그렇게 하려 하지만 참 힘들어요. 이주노동자들도 본국에서는 대부분 쁘띠 부르주아들이지요. 노조를 잘 안 하려 하기도 하고, 자기 문제 해결하면 관심을 가지지 않기도 해요. 그래도 계속 조직해야 합니다.
이윤주 : 지금 조직화가 미약하지요. 그렇지만 노조가 이주지부만 있을 건 아니라고 봅니다. 작년에 지역 순회투쟁이나 간담회를 하면서 만났던 동지들을 보면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할 의욕이 있었어요. 이를 더 촉발시켜야 할 것입니다. 지부 내부적으로 보면, 상담, 교육, 소모임 활동 등을 충실히 해야 할 것입니다. 조합원 모두가 활동가가 될 수 있도록 해야지요.
사회 : 지역마다 있는 지역일반노조를 통한 조직화 가능성은 어떨까요?
이윤주 : 지역노조로서 특성과 자기 위상이 있을 것인데요. 지역일반노조에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산 서부건설노조에도 중국동포들이 있어요. 물론 조직을 하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겠지요. 전국적으로 조직화를 고민하는 동지들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회 : 오랜 시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년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합법화와 노동비자, 노동3권을 쟁취하는 투쟁에 함께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PSSP
좌담 : 2003 이주노동운동의 전망
* 2003년 '현장통신'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운동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기존의 노동운동으로 포괄되지 못했던 비정규, 여성, 일반노조, 지역운동, 이주노동운동 등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서 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두 번째로, 지난 해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이주노동운동에 대한 평가와 2003년 전망을 주제로 실시한 좌담회를 정리하였습니다.
일시 : 2003년 2월 21일 15:00
장소 : 사회진보연대회의실
참석 : 이윤주(평등노조 이주지부장), 샤말 타파(평등노조 이주지부 안양분회장), 변정필(이주정책모임), 조대환(이주정책모임), 김경근(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자원활동가), 주현숙(이주노동자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 : 정영섭(사회진보연대 노동차장)
정리 : 송명관(사회진보연대 노동차장)
사회 : 바쁘신 중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2002년 이주노동운동의 성과와 한계, 고용허가제의 내용 비판과 이주노동자의 요구, 이주노동운동의 확대 전략, 이주노동운동과 한국노동운동의 연대 방향 등입니다. 먼저 작년 투쟁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도록 하지요.
<2003년 투쟁에 대한 평가>
이윤주 : 2001년 이주지부를 결성하였고 작년은 2년째였습니다. 첫해에는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라는 것을 알려내는 것에 중심을 둔 한해였고 그 연대활동이 2002년 투쟁의 기반이 되었다고 봅니다. 2002년은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한 한해였는데요, 자진신고, 추방정책 등에 대해 3월 조합원 총회 이후 곧바로 등록거부 투쟁에 돌입하였지요. 4월 7일 첫 투쟁의 포문을 열었는데 1000여명이나 모였습니다. 그것도 이주노동자들이 5000원씩 모아 버스도 대절하고 작업장에서 쓰는 물품으로 피켓도 직접 만들어서 참가하였습니다. 훈련원 공원에서 명동으로 행진하는 긴 구간 동안 이주노동자들이 표출한 그 분노와 목소리는 한마디로 위력적이었습니다. "우리에서 호랑이가 나왔을 때 다시 우리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어느 이주노동자의 말처럼 되돌릴 수 없는 투쟁의 기점이었습니다. 청원하는 방식이었던 이전의 항의에 비해 직접투쟁으로 실천이 바뀌자 국정원, 경찰, 출입국의 합동대응도 강해졌는데요, 투쟁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였죠. 변화된 조건에 맞게 새로이 재조직화할 여유가 부족하여 이주지부와 공동체들은 4월 21일 집회를 하지 않기로 했고 10개 나라 대표들이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5인의 이주노동자 지도부가 명동성당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투쟁의 요구는 단속추방 반대,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연수제도 철폐, 노동비자 발급 등이었는데, 이것도 이주운동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즉 94, 95년 투쟁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알렸고 96년 외국인노동자보호법 운동으로 외노협이 결성되었는데, 노동자성 인정이나 거주, 노동권 보장보다는 개선책 요구에 그친 것입니다. 합법화가 전면에 부각된 적이 없는 것이지요. 2002년에 이주노동운동의 목소리로 합법화, 노동비자 요구가 대두된 것입니다. 조직적으로도 이전에는 일방적 동원 식이 많았던 것에 비해 발전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노투본 시절만 해도 메이데이나 노동자대회 때 수십 명 수준이 참가했는데 작년에는 양적, 질적으로 상승해서 평균 200여명 정도였습니다. 대중적인 힘이 확산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 노조라는 것에 비춰 보면 노조 일상활동이나 조합원 관리, 교육 등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어쨌든 성과를 높이고 한계를 극복하는 2003년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샤말 : 전체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 센터들이 있는데, 임금체불, 산재 문제 등을 도와주고 있어요. 노조하면서 많이 배웠지만 센터들에서 대리해 주는 게 많으니까 자기 문제 해결되면 노조는 신경 안 쓰는 측면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습니다. 부탁하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조합이 필요해요. 또, 한국노동자 이주노동자 함께 해야 합니다. 지금 네팔공동체에 속해 있는데, 공동체와 노조가 틀린 부분이 있고 외노협과 노조가 틀린 부분이 있어요. 4월 7일 집회에 생각보다 엄청 많이 왔는데요, 노동자의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조직했기 때문에 그렇게 참가했다고 생각해요. 4월 21일 집회 취소 이후에는 믿음이 떨어진 것도 있고, 집회 가면 잡힌다는 두려움도 있어요.
변정필 : 이 투쟁은 단기적 투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지금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기가 매우 어려운 단계인 것 같아요. 자본의 전지구적 세계화와 노동유연화 시대에 장기적인 전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주정책모임도 구성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이주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을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5월부터 투쟁에 결합했는데요, 출입국 집회만 너무 많이 한 건 아닌지, 다양한 전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조합원 교육이나 토론, 조직 등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조대환 : 조합원이긴 하지만 계속 외곽에 있었는데, 2001년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인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의 주체적인 투쟁이라는 측면에서는 발전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신생조합으로서 내부에 전술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되었던 것은 가슴 아픈 사실이지요. 어쨌든 이주노동운동의 활동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고용허가제 진단과 비판>
사회 : 현재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인수위에서 논의되는 것을 보면 산업연수제를 없애고 합법화를 해주고, 1년 단위로 갱신을 하고, 국가간 계약을 맺어서 인력송출을 하고 모든 관리를 국가가 하겠다고 합니다.
변정필 : 일단 중소기업들이 이해관계에 있고, 고령화사회로 되는 것도 관련있는 것 같아요. 한편 노동유연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본의 입장에서도 작년의 정세는 열릴 수 밖에 없는 시기였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도 투쟁의 동력을 이주노동자들이 형성한 것이 중요한 점이지요.
이윤주 : 왜 한국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려 하는지 봐야 하는데요, 고령화사회 준비 측면이 있고, 통일을 바라보면서 노동력 정책을 정비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즉 이주인력 정책을 정비하지 않으면 탈북자나 중국동포 등을 보았을 때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정부나 자본가들이 알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 뿐 아니라 프랑스나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외국도 추방정책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극우세력의 준동도 거세지고 있지요. 한국은 치밀하게 국가가 추방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요. 다른 나라는 일시적으로라도 인력을 줄여보자는 것인데, 한국은 고용허가제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강합니다. 김대중의 3대 인권공약이 인권위, 의문사위, 고용허가제 였고 2000년에 강하게 고용허가제를 밀어붙였는데 중기협의 반발로 좌절되었습니다. 2001년에 외국인산업인력심의위를 국무조정실 산하에 두고 불법체류종합방지대책을 세웠는데, 김대중 정권의 전술이 바뀐 걸로 볼 수 있지요. 단계적으로 추방해서 새로 도입될 노동자 자리를 만들고 연수제와 고용허가제 병존을 추진키로 한 것이죠. 중기협을 달래는 차원에서 연수제 쿼터를 증가시켰는데, 여전히 운동진영에서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의 논리가 유지되었습니다. 고용허가제는 제도정비 의미는 있으나 이주노동자의 요구와는 관계없습니다. 96년 고용허가제 안보다 2000년 당정협의안은 더욱 후퇴된 것입니다. 인수위 역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달라진 게 없어요.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이 그나마 나아진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보자면 실질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이 보장될 것이냐, 송출비리를 완전히 근절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조대환 : 인수위 입장이 법안으로 상정되는 문제도 또 하나의 국면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주노동자에게 직접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법과 현실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이지요. 실효성이 있으려면 이를 강제할 수 있게 하는 추가 조치가 필요합니다.
변정필 : 실질적 보장이 가능할 것인가를 보아야 하는데요, 총자본의 이해가 노동유연화에 서 맞아떨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내국인 우선고용조항을 봐도 그렇고요. 합법화가 이주노동자, 한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함께 하향시키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노동자도 적극적으로 함께 해야 합니다.
샤말 : 지금까지 싸워온 건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해서였어요. 공장 옮기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고, 노동3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싸워야 합니다. 연수제를 고용허가제로 바꾸는 건 이름만 바뀌는 것입니다. 고용허가제로 바뀐다는 소식이 네팔에도 퍼져 있는데요, 이에 따라 브로커들도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고용허가제로 바뀌어도 브로커들을 통하지 않으면 올 수 없을 겁니다. 또 인수위에서 3년 이상 4년 미만 이주노동자들은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도 한국정부에서 다시 들어오는 것을 보증해 줘야 이주노동자들은 출국할 것입니다.
이윤주 : 인수위 안 가운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합법화'인데요. 3년 미만 노동자들에게는 열려진 것이지요. 그렇더라도 1년 단위 갱신이 아니라 5년짜리 노동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마 지금 중소기업 사장들이 원하는 것도 지금의 노동자들이겠지요. 1년 단위 갱신안은 또 한번 정책실패를 예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땅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새로 도입될 비자를 먼저 발급해야 합니다.
사회 : 정리한다면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실질적인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이주노동자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이주노동운동과 한국노동운동의 연대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노동운동과의 연대>
이윤주 : 사실 한국노동자와 마찰이 있을 수 있어요. 조선업계에서 이주노동자 도입을 요구했는데 한국노동자들이 반대할 수 있고요, 중국동포들이 건설업이나 요식업에 많이 취업해 있는데 거기서도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이주노동자를 어떤 규모로 어떤 업종에 들일 것이냐 에 대해 갈등이 있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이주노동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자본이 이주노동을 필요로 하는 이유, 이주노동자 한국노동자 연대가 필요한 이유 등 이주노동 자체에 대한 담론을 정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 그동안 우리는 '국경 없는 자유로운 노동력의 이동'을 요구한 적은 없는데요, 이는 오히려 자본이 저임금 노동력만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본의 의도 속에 노동유연화가 보장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선은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막아내야 하고요, 이주노동자 규모와 업종에 대해 한국노동자와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한 것이지요.
조대환 : 한국노동운동은 대의로서는 이주노동운동을 인정하지만 구체적 노력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한국노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산업연수생들에 대한 한국노동자들의 반감이 연수제 철폐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났는데요,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이슈를 개발해 내고 이주노동조합에서도 정책과 전술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변정필 : 민주노동을 비롯한 노동운동 세력이 정확하게 자기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신자유주의 반대, 노동유연화 반대, 불안정노동 철폐의 관점을 가지고 정책을 마련하여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이주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연대 차원에서도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 문제를 우회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샤말 : 한국노동자 내부에도 정규, 비정규, 장애, 여성 등 많은 갈등이 있어요.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에 오해도 있고요. 민주노총 내에 이주지부가 있지만 민주노총이 많이 관심갖지 않아요. 얼마 전에 노동부에서 외노협도 부르고 민주노총도 불렀는데 민주노총은 이주지부에 알리지도 않았어요. 아쉬움이 있어요. 물론 민주노총이 한국노동자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야 이주노동자 문제도 적극적으로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 한국노동운동과의 연대 문제도 있지만, 같은 이주노동 문제를 다루고 있는 외노협과의 관계 문제도 있는데요. 어떻게 관계를 가져나가야 할까요?
샤말 : 95년에 만들어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외노협이 존재해 왔지요. 요즘은 언제까지 이주노동자들을 도와주면서 갈 것인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외노협은 그 존재가 이주노동자에게 도움도 되지만 노동운동으로 보면 한계가 있어요. 이주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외노협은 이주노동자 조직하면서 직접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는 따라만 다니죠. 이주지부 생기고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노동운동을 주장하니까 외노협도 영향을 받아요. 이주노동자들은 헷갈리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공동체들도 차이를 잘 알고 있어요. 오래동안 같이 했기에 외노협을 나올 수 없다고도 합니다. 이주지부는 노조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방향에서 열심히 할 것입니다.
<이주노동자 조직 확대 전망>
사회 : 이주지부는 서울과 경인지역 조직입니다. 그렇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전국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운동도 필연적으로 전국화해야 할 것인데요.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까?
샤말 : 그렇게 하려 하지만 참 힘들어요. 이주노동자들도 본국에서는 대부분 쁘띠 부르주아들이지요. 노조를 잘 안 하려 하기도 하고, 자기 문제 해결하면 관심을 가지지 않기도 해요. 그래도 계속 조직해야 합니다.
이윤주 : 지금 조직화가 미약하지요. 그렇지만 노조가 이주지부만 있을 건 아니라고 봅니다. 작년에 지역 순회투쟁이나 간담회를 하면서 만났던 동지들을 보면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할 의욕이 있었어요. 이를 더 촉발시켜야 할 것입니다. 지부 내부적으로 보면, 상담, 교육, 소모임 활동 등을 충실히 해야 할 것입니다. 조합원 모두가 활동가가 될 수 있도록 해야지요.
사회 : 지역마다 있는 지역일반노조를 통한 조직화 가능성은 어떨까요?
이윤주 : 지역노조로서 특성과 자기 위상이 있을 것인데요. 지역일반노조에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산 서부건설노조에도 중국동포들이 있어요. 물론 조직을 하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겠지요. 전국적으로 조직화를 고민하는 동지들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회 : 오랜 시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년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합법화와 노동비자, 노동3권을 쟁취하는 투쟁에 함께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