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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5.35호

교육개방계획서 제출 이후

송권봉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차장
교육개방계획서 제출 이후

송권봉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차장


들어가며

2003년 3월 31일 노무현 정권은 ‘교육부문 개방’을 포함하는 남한의 서비스부문일반협정(이하 영문약칭 ‘GATS’) 1차 양허안을 WTO에 제출하였다. ‘교육개방 양허안 철폐’를 목표로 전교조․교육학생비상대책위원회․교수노조․대학노조․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운동주체를 비롯하여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문화운동단체 및 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를 총망라하여 ‘WTO교육개방 음모 분쇄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를 결성․투쟁해 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전국민적인 교육개방 반대투쟁과 여론에도 불구하고, WTO개방을 강행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의 변화 및 선회’를 기대하던 대중의 기대심리는 무너졌고,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솔직하게 말하자. 지난 대선 노무현 당선 이후부터 일부 시민운동단체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노골적인 기대심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한 개혁에 대한 대중의 기대심리 역시 높았다. 예컨대 미국에 굽실대지 않는 ‘자주적이고 당당한 외교’나 ‘정치․언론․검찰 개혁’ 등.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지지․동참하며, 기대심리는 ‘환상’에 불과한 것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관심을 모았던 교육개방 문제는 어떠한가. 모든 교육주체가 반대했고 전국민적인 저항운동이 펼쳐졌다. 심지어 담당부처인 교육부조차 일단 개방을 유보하자고 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경제통상관료의 손아귀에 교육을 맡기며 지난 3월 31일 서비스부문 1차 개방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다.
교육적인 피해를 우려해 최소한만 개방하지만, 추가적인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잖은 충고도 잊지 않는다. 개방계획서 제출로만 그칠 게 아님을 분명히 확인하는 대목이다. EBS 토론회에 정부 대표로 나온 경제관료 말씀. ‘핸드폰을 더 팔기 위해 교육을 개방하자’. 하지만 WTO 서비스 협상은 ‘시장자유화(liberalization)’를 전제로 한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앞선 경제관료의 말은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의 지속을 의미하며, 독점재벌 주력상품 판매시장 확보를 위해 ‘교육’을 수단으로 삼겠다는 통상전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교육 개방이며, 노무현 정권이 누구 편에 서 있는가.

정권 초기의 ‘개혁 기조 설정’이란 성격과 맞물려, 지금 시기는 교육운동주체를 비롯한 민중운동에 있어 향후 5년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의 완성국면으로 밀리느냐 교육 공공성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느냐. 또한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바꿔내기 위한 투쟁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 그리고 교육개방계획서 제출로 더욱 거세질 개방화 압력과 기존의 교육시장화에 맞서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가.
아래 글에서는 공투본 활동의 의미․성과 및 한계를 몇 가지 평가지점을 통해 짚어보고, 교육개방계획서(1차 양허안)의 의미를 개략적으로 분석하며 추후 협상과정에서의 전망을 짚어보겠다. 더불어 공투본의 전화를 중심으로 반WTO연대투쟁전선 및 교육부문의 과제를 제출해 보고자 한다.


공동투쟁본부 투쟁의 성과와 한계

공동투쟁본부 구성의 의의와 역할

2002년 하반기 들어 교육개방 관련법안들이 입법예고 되는 등 김대중 정권 말기에 교육개방 흐름이 거세졌다. 구체적으로 살피자. 내국인이 전혀 교육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기괴한 내용의 ‘사립학교법 및 고등교육법 개정안’. 무자격 외국인도 교사로 임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공무원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안’. 학교의 기업화를 촉진하는 ‘산업교육진흥법개정안’. 국공립대학의 구조조정과 사유화를 밀어붙이기 위한 ‘국립대운영특별법안’. 외국인학교를 제한 없이 허용하여 사교육특구를 만들 ‘경제자유구역법’. 작년부터 남한 정권이 앞장서서 추진해오고 있는 입법조치다.
이에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교수노조, 진보교육연구소 등 교육운동주체들은 9월 중순 이후 3차례의 준비모임 및 워크샵을 통해, ‘WTO교육개방․교육시장화 관련 4대 입법 및 양허안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약칭 ‘WTO교육개방저지공투본’)’을 결성하여 10월 7일 공식 발족기자회견을 갖고 활동에 들어갔다. 이때 공투본 구성 주체들은, 5대 입법조치가 교육개방․시장화를 위한 자발적 자유화 조치이며, 2003년 3월 개방계획서가 제출되면 교육 공공성과 교육주권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명확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기에 한시적인 공동투쟁기구로서 공투본을 결성하여 급박한 정세에 대응하고자 했다. 당시 인식과 계획을 짚어보자.

■ 올 하반기부터 교육개방을 위한 체계적인 법적 제도화를 막아내고, 「양허안」을 통한 교육개방을 저지하기 위해서 교육주체들은 단결해서 투쟁해야 한다. ■ 이 시기는 교육주체들의 실물적인 투쟁이 기획․입안․실천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투쟁을 효과적으로 기획․집행하기 위한 한시적인 투쟁기구가 필요하다. ■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적 개악의 성격은 ‘교육개방’에 집중되어 있으며, 교육주체들 역시 이 투쟁과제로 중심으로 연대 투쟁해야 한다. ■ ‘한시적’ 공동교육투쟁기구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3월말까지의 급박한 교육정세를 능동적․적극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것이며, 이 시기 투쟁이 끝나면 이후 전망을 논의하며 해소할 것이다. ■ ‘한시적’ 공동투쟁기구는 공동투쟁 경험을 축적하고, 상호간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여 교육행동연대, 사학국본, 교육학생연대 등의 연대질서를 안정․강화하는 데 복무해야 한다.
- 2002년 9월, ‘교육시장화․개방 관련 한시적 공동투쟁기구 제안’ 중에서

당시 투쟁과제로는 △ 경제특구법안,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개정안,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 등 4대 입법․개악 저지 △ 국공립대 민영화 저지와 대학 기업화 정책 반대 △ 교육개방 밀실협상 중단 및 진행되는 논의 철저한 공개 △ 초국적 자본만 배불리는 GATS 반대 △ ‘교육예외’ :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 교육의 시장화․투기화 반대 등이었다.
이는 ‘GATS 양허안 제출’로 극명하게 드러날 교육의 상품화 경향을 반대하며, 교육주체들 간의 공동투쟁, 특히 3월 시기 집중투쟁을 통해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킨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따른 전술로는 2003년 3월 양허안 제출 시기 ‘교육예외’를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해 실질적으로 교육예외를 관철시켜 내어, WTO체제에 일정한 균열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평가지점

무릇 평가란 성과의 긍정적인 부분을 이어 나가고, 한계를 명확히 가려내어 이를 지양하는 방안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공투본 평가와 전망 논의를 위한 워크샵’ 논의를 통해 개략적인 평가가 진행되었고, 공투본 전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다 다루기보다는 몇 가지 논점을 통해 평가와 과제로 나아가고자 한다.
앞서 짚었던 공투본 구성의 의의와 역할에 비추어, 그리고 올 3월까지 공투본 활동과정에서의 평가지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 반WTO투쟁전선을 구성함에 있어 교육부문의 한시적 공동투쟁기구로서 ‘교육예외’ 전술의 의미는 무엇이었는가. 둘째, 교육운동주체들의 ‘공동투쟁’ 경험이 연대운동에서 어떤 성과로 남았으며 이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하는가. 셋째, 교육부문을 비롯 전국민적인 흐름이 형성되었던 3월 투쟁의 성과․한계는 무엇인가. 넷째, 교육개방계획서 제출 이후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교육예외’ 전술의 의미 평가

WTO협상의 특징은 다자간․포괄적 협정이란 점이다. 이 협상의 하부 의제로서 서비스부문일반협정에 따른 GATS 협상은 ‘양허요구 → 양허안 제출 → 양자협상 → 포괄적 협상안 마련 → 각료회의’ 등을 거친다. 그런데 다자간 포괄적인 분야에서 협상이 진행되므로, 어느 한 분야라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협상 전체가 늦춰지거나 결렬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999년 OECD국가들 간에 진행된 ‘다자간투자협정(이하 ‘MAI’)’도 프랑스가 ‘문화부문은 예외’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좌초된 것이 그 예이다. 이미 유럽은 교육․의료․문화․공공서비스 등은 상품교역식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중적인 인식에서 비롯되는 대중투쟁을 벌여내었고, 결국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부문을 빼고 개방계획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공투본 구성주체들도 ‘교육예외’를 전술적으로 채택함으로써 WTO체제에 일정하게 균열을 내고자 하였다. 이에 다음과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 먼저, 남한 내에서 ‘교육예외’ 전술은 대중적인 평등관념과 비교적 쉽게 결합되었다. 개방으로 인해, 대학 등록금이 폭등한 멕시코나 캐나다 대학 사례나 미국이나 호주 등의 상업적 학교기업만이 개방의 이익을 노리고 침투해 온다는 사실에서 대중적인 개방반대의 논리는 힘을 받았다. 즉, 교육은 사회적 기본권이지 사고파는 ‘상품’일 수 없으며, 상품으로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노동자 서민에게는 교육불평등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둘째로, 노무현 정권이 외교통상에서 교육을 맞바꾸기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자본의 전략을 인식하게 되었다. 재경부와 외통부를 중심으로 ‘대외신인도’ 운운하며, 개방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한 이면에는, 남한정권이 독점재벌 수출전략을 위해 ‘(공)교육부문’을 맞바꾸겠다는 통상전략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예컨대 핸드폰을 더 팔기 위해 교육을 개방하라는. 셋째로 ‘교육예외: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는 국제적인 흐름과의 연대운동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이나 북미지역에서의 교육개방 반대투쟁은 이제 GATS식 ‘교역’이 아니라 국제적인 교육의 ‘교류’를 위한 모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역시 국제포럼을 통해 이런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앞으로 교육부문의 국제연대운동에서는 ‘GATS 교육예외와 국제적 교류 및 공교육 모델의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도출될 것이다.

교육부문 공동투쟁이 반WTO전선에서 갖는 의미

평가를 진행하면서 공투본이 무엇을 목표로 투쟁하였는가를 다시금 되짚어 보게 된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히도 핵심적인 투쟁사안인 WTO 교육개방을 반드시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이른바 자발적 자유화 조치로서 진행되고 있는 5대 법안을 막아내고, ‘공교육포기각서’이자 ‘교육주권포기각서’인 교육개방계획서(양허안)가 3월에 제출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자는 것이었다.
- 김수정, ‘WTO 교육개방저지 공투본 활동평가’ 중에서
2003년 4월 17일, WTO 교육개방 음모 분쇄 공투본 평가와 전망 논의를 위한 워크샵

이번 공투본 활동은 교육주체들의 사상 유례없는 ‘공동투쟁’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사립학교법 개정투쟁’이나 ‘BK21 반대 투쟁’ 등 굵직한 투쟁이 진행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사와 대학생, 교수, 학부모, 지식인, 대학노동자 등 교육주체들이 조직적으로 공동투쟁을 해본 경험은 없었다. 또한 전북, 충남, 광주전남에서는 지역공투본을 꾸렸고, 그렇지 못한 지역이더라도 전국적으로 투쟁을 진행하며 명실상부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했다. 그 결과 비록 개방계획서(1차 양허안)가 제출되었으나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완화시켰고, 교육부 차원에서 국내법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이끌어 내었다. 더불어 자발적 자유화 조치인 5대 입법안 중 ‘경제자유구역법’을 뺀 나머지 입법조치들을 유보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성과의 측면을 요약해 보자. 먼저, WTO교육개방 저지를 위한 대중투쟁 기반을 마련하였다. 특히 3월 투쟁은 대중적이고 위력적인 교육개방 저지투쟁의 한 예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공투본 투쟁을 통해 교육개방의 문제점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수준이 높아진 것도 이후 투쟁의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불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노동․농민 등 기층 민중운동 조직과 의료․문화 등과의 연대투쟁의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다. 교육주체들의 공동투쟁 경험만이 아니라 다른 부문과의 연대투쟁전선을 구축함으로써 자칫 한 부문․영역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운동의 과제로 상승시켜 낸 것이다. 그리고 반WTO 민중연대투쟁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특히 교육부문의 투쟁은 문화운동의 개방저지투쟁, 예컨대 스크린쿼터문화연대나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등의 투쟁사례를 적극적으로 입안하여 교육부문에 맞게 재구성해 싸워 나갔으며 이는 의료나 금융 및 공공부문의 투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월 총력투쟁의 의의와 한계

공투본 활동이 위력적인 투쟁을 전개하며 언론을 비롯한 전국민적인 주목과 반대 흐름을 형성한 것은 3월 총력투쟁이었다. 국제포럼을 비롯한 3/15 범국민대회를 경과하며, 교육주체 공동투쟁전선은 탄력을 받았다. 지식인선언, 학부모선언 등을 비롯해서, 민주노총이 공투본에 결합하며 더욱 큰 합력을 모아내기도 하였다. 또한 3월 27일 4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전교조 연가투쟁과 3월 28일 1만여명이 참가한 대학생총궐기 투쟁은, 노무현 정권의 ‘개방정책기조’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위력적인 반WTO대중투쟁이었다.

그러나 이런 의의에도 불구하고 3월 투쟁전선 구축에 있어서 한계 역시 드러났다. 첫째, 3월 15일 ‘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쟁취를 위한 범국민대회’ 이후 교육주체들의 공동투쟁을 모아내는 상과 경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각 교육운동주체들의 다소 상이한 조건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전교조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 저지와 ‘교육개방’ 저지라는 두 과제를 3월 시기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안의 성격상 물리적으로 결합시키기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있었다. 또한 학생운동은 ‘등록금 인상 저지투쟁’과 ‘교육개방 저지투쟁’을 결부지어 대중동력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등록금이 개별학교 사안으로 그치는 데 반해, 교육개방의 폐해에 대해 학생대중의 명확한 인식과 이에 따르는 대중적인 흐름을 형성하기에는 시간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노동자나 교수노조운동에서 교육개방 반대투쟁과제를 어떻게 펼칠 것인가. 학부모운동에서는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 등 공투본 구성주체들의 자기과제가 보다 명쾌하게 해명되지는 못했다.
둘째, 공동투쟁전선에 대한 일정한 동의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개별 주체들의 사안으로 그치지 않고 전체 교육부문 요구로 묶어 세울 공동요구안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이는 3월말 교육개방투쟁전선에서 노무현 정권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에 대한 동의지반 형성이 미약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교육개방 계획서 제출 저지’라는 명확한 요구가 없었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공동투쟁전선의 구체화된 자기과제로 각 주체들의 요구사안을 모아내어 단일하게 정권에 요구하지 못하고, 전교조는 전교조 연가투쟁 일정으로 교육학생비대위는 대학생총궐기 투쟁 일정으로 소급해 버린 것이었다. 정작 3월 29일 있었던 민중대회 흐름이나 여타 다른 흐름에서는 교육개방저지로부터 부각될 수 있었던 ‘반WTO투쟁과제’의 형성이 미약했던 것이다. 연대전선의 형성에 있어서 다소 상이할 수 있는 개별 주체들의 투쟁과제(예컨대 등록금 인상저지와 정보인권 수호, 대학구조조정 반대, 사교육비 민중전가 등)가 시장화․개방화 흐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분석해서 공동요구안으로 제출하지 못했다.
세 번째 한계는 두 번째와 연동된다. 상품화 반대에 대한 명분획득과 사회적 쟁점화에 성공했음에도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공교육의 상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경쟁력 강화의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허물면서 구체적 성과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즉, 교육개방을 막아낸다는 것이 곧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기에 질 높은 교육을 위한 ‘대안’에 있어서는 개방논리를 압도할 정도로 대중적인 역동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교육개방 반대와 더불어 대안으로서 ‘질 높은 교육’의 경로를 마련하고, 대중적인 논의와 합력을 모아내는 과제가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교육개방계획서 제출 이후

교육개방계획서(1차 양허안) 의미 분석과 협상 전망
노무현 정권은 지난 3월 31일 WTO에 서비스부문 개방계획서(1차 양허안)를 제출하였다. 개방계획서 원문은 여전히 ‘외교상의 관례’라며 밝히지 않은 가운데, 교육부는 지금까지 공개하던 내용보다는 비교적 상세하게 교육부문 개방 양허 내용을 공개하였다. 골자는 ‘현행 개방되어 있는 수준으로 개방을 약속했으나 국내법 상의 규제조치를 통해 규제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는 교육부 차원의 약속일 뿐 실상은 다르다. 무엇보다 개방계획서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은 ‘교육부문 시장자유화’를 약속하는 것으로 돌이키기 힘들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지금 수준의 개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대만, 중국 등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개방의 폭이 넓어진다. 게다가 WTO가 관장하는 권한으로서 서비스부문일반협정의 규약은 교육에 대한 국가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자유화에 맡기는 것이므로, 국내규제가 가능하다는 말은 허황된 약속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WTO투쟁과제와 향후 대응방향

따라서 교육개방을 비롯한 WTO의 본질을 꿰뚫으며 강고한 연대투쟁전선의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교육부문만의 과제가 아니라 전 민중운동 진영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교육운동 차원에서는 한시적 공동투쟁기구 성격으로 운영되던 ‘WTO교육개방저지 공동투쟁본부’를 전화시켜야 한다. 공투본 투쟁의 성과는 WTO개방의 본질이 ‘시장자유화’에 있으며, 노무현 정권은 ‘개방정책 기조’를 확고히 틀어쥔 채 독점재벌의 이해를 위해 언제라도 노동자민중의 권리를 맞바꾸겠다는 입장임을 명백히 밝혀냈고, 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투쟁기반을 형성해 왔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4월 9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밝혀진 노무현의 교육정책기조는 ‘신자유주의 시장화와 개방화’라는 경제정책에 종속된다.
노무현 정권의 개방정책기조와 WTO협상을 중심으로 하는 개방압력에 맞서 반WTO투쟁전선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는 전농의 쌀개방반대투쟁이나 스크린쿼터투쟁 및 의료개방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히 올 7월 경제자유구역법의 전면시행과 맞물려 중대한 현안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WTO교육개방저지 공동투쟁본부의 전화 역시 이런 전선형성의 과제를 비켜갈 수 없으며, 오히려 기존의 성과를 토대로 중심주체로 서야 한다.
더불어 교육부문의 새로운 과제로서 ‘대안형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3월 집중투쟁읜 한계에서 드러났듯이, 수세적․방어적 투쟁으로만 그친다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형성된 쟁점 자체를 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현재 공투본의 전화 방향으로 제출되고 있는 (가칭) ‘WTO교육개방․교육시장화 저지와 공공성 실현 교육개혁을 위한 범국민연대(약칭 ‘범국민교육연대’)는 교육공공성에 입각한 구체적인 교육대안에 나설 것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방향과 과제 실현은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기조에 맞서 전민중적인 교육개혁 대안을 마련하기에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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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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