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제 이주노동자 인권의 현실을 말하다
얼마 전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 제작하고 6명의 충무로 감독들이 만든 <여섯 개의 시선>이라는 옴니버스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인권위는 기획 당시 이를 국내 첫 '인권 영화'의 출현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참된 인권영화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 또한 분주히 있어왔다. '영상을 통한 인권교육의 실현과 인간을 위한 대안 영상의 발굴'을 목적으로 시작된 인권영화제가 올해로 벌써 8년째다. 인권영화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개념조차 생소하고, 변변한 학문적인 담론조차 존재하지 않는 '인권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계기로 작동하면서, 척박한 국내 영상문화의 지형에 균열을 일으키고, 인권 교육의 지평을 한 뼘 넓히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해오고 있다.
인권영화제의 상영작은 크게 해외 프로그램과 국내 프로그램으로 나뉘는데 해외 프로그램은 전세계적인 인권 실태를 구체적인 영상을 통해 조망해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해외 프로그램의 대다수는 거의 자국 내에서만 상영되는데, 이러한 작품들은 철저히 상업적인 메카니즘 하에서 작동하는 영화산업시장과 사회/역사적 맥락은 거세한 채 과도하게 작가주의에 매몰되는 예술 영화 진영의 관심 영역에서는 제외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국내작품들의 경우, 몇 년 전부터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신설되고, 일부 국내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배급 확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행하면서 이전에 비하면 접근도가 훨씬 용이해졌다. 또한 최근 영상미디어 센터 <미디액트>를 필두로 전지역에서 미디어 센터 설립이 확산되어 가는 추세이고, 공중파를 통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신설되는 등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된 영상 문화의 지형도 안에서 인권 영화가 설자리는 아직도 좁기만 하다. 물리적으로 불안정한 제작 환경을 감내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은 제작자들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방해할 뿐더러, 질적 도약을 이룬 액티비즘 작품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체계적인 배급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의 인권 현실을 담아낸 호소력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 제한된 유통망을 통해 고정화된 사람들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권 영화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소수의 현장 중 하나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말한다. <옴니버스-여정>
이번 인권영화제에서는 인권영화제 측에서 사전제작지원을 한 <옴니버스-여정>이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동일한 주제로 삼았으되 4편의 단편 다큐멘터리가 각각 상이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둘러싼 쟁점들을 다층적으로 드러내주는 옴니버스 작품이다.
<이주>는 제3세계 노동자들이 왜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이주노동자로서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는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방글라데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 노동자의 사례를 통해 제3세계 국가의 불안정한 정치, 경제적인 요인이 전세계적으로 팽배해 있는 이주를 추동하는 요인임을 시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아에서 직접 촬영한 이국적인 풍경을 마냥 색다른 구경거리로만 감상할 수 없게 만드는 현지의 고단한 현실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동행>은 작년 1월에 아모르 가구에서 있었던 이주 노동자들의 파업 당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언어적인 폭력을 자행하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재정상태를 운운하며 몇 달치의 임금을 체불하는 사측의 태도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파업을 결의한다. 감독은 파업을 둘러싼 노동자와 자본가간의 갈등 양상을 그리는 것은 물론, 이주 노동자들을 지지·연대하는 한국인 활동가들과 이주 노동자들간의 미약한 신뢰 관계가 파업투쟁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동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하기 짝이 없는 노동 환경이 노동허가제 도입을 외면하면서 고의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해 내는 정부의 정책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Stop crackdown>은 작년 3월 강제 출국을 유예시켜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주 노동자들에게 자진신고를 하라는 정부의 기만적인 정책이 제시되자, 평등노조 이주 지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가열찬 투쟁 현장들을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신변에 위협을 가하는 정부의 단속추방 정책이 이주 노동자 운동의 연대 고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또한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돌아가기 전에>는 추석 연휴를 맞아 모처럼 휴식 시간을 갖는 미얀마 노동자들 사이에 오가는 삶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미얀마의 노래를 부르고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다소 촬영이 서투르고 한정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만든 단순한 다큐멘터리인 듯 싶지만, 이주 노동자가 직접 주체가 되어 카메라를 찍었기에 연출 가능한 진솔한 풍경들이 가슴깊이 울리는 작품이다.
미약한 재정적인 지원과 시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옴니버스-여정>은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둘러싸고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과제들을 던지면서 작품들은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얼마 전부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주 노동자를 등장시켜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아픔을 전하고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가시적인 영향력이 큰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이주 노동자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걸 느끼해 준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저열하기 짝이 없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의 여파를 막아내는 데에 그 프로그램이 얼마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사실은 '우리'와 다르다는 배제의 시선을 전제로 유발하는 감정들, 여전히 그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가두어 버리는 시선에 못내 감화되다가도 결국 불편해지고 만다. 차별과 배제를 넘어선 시선, '인권 영화'의 확장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PSSP
인권영화제의 상영작은 크게 해외 프로그램과 국내 프로그램으로 나뉘는데 해외 프로그램은 전세계적인 인권 실태를 구체적인 영상을 통해 조망해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해외 프로그램의 대다수는 거의 자국 내에서만 상영되는데, 이러한 작품들은 철저히 상업적인 메카니즘 하에서 작동하는 영화산업시장과 사회/역사적 맥락은 거세한 채 과도하게 작가주의에 매몰되는 예술 영화 진영의 관심 영역에서는 제외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국내작품들의 경우, 몇 년 전부터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신설되고, 일부 국내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배급 확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행하면서 이전에 비하면 접근도가 훨씬 용이해졌다. 또한 최근 영상미디어 센터 <미디액트>를 필두로 전지역에서 미디어 센터 설립이 확산되어 가는 추세이고, 공중파를 통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신설되는 등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된 영상 문화의 지형도 안에서 인권 영화가 설자리는 아직도 좁기만 하다. 물리적으로 불안정한 제작 환경을 감내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은 제작자들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방해할 뿐더러, 질적 도약을 이룬 액티비즘 작품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체계적인 배급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의 인권 현실을 담아낸 호소력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 제한된 유통망을 통해 고정화된 사람들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권 영화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소수의 현장 중 하나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말한다. <옴니버스-여정>
이번 인권영화제에서는 인권영화제 측에서 사전제작지원을 한 <옴니버스-여정>이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동일한 주제로 삼았으되 4편의 단편 다큐멘터리가 각각 상이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둘러싼 쟁점들을 다층적으로 드러내주는 옴니버스 작품이다.
<이주>는 제3세계 노동자들이 왜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이주노동자로서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는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방글라데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 노동자의 사례를 통해 제3세계 국가의 불안정한 정치, 경제적인 요인이 전세계적으로 팽배해 있는 이주를 추동하는 요인임을 시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아에서 직접 촬영한 이국적인 풍경을 마냥 색다른 구경거리로만 감상할 수 없게 만드는 현지의 고단한 현실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동행>은 작년 1월에 아모르 가구에서 있었던 이주 노동자들의 파업 당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언어적인 폭력을 자행하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재정상태를 운운하며 몇 달치의 임금을 체불하는 사측의 태도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파업을 결의한다. 감독은 파업을 둘러싼 노동자와 자본가간의 갈등 양상을 그리는 것은 물론, 이주 노동자들을 지지·연대하는 한국인 활동가들과 이주 노동자들간의 미약한 신뢰 관계가 파업투쟁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동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하기 짝이 없는 노동 환경이 노동허가제 도입을 외면하면서 고의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해 내는 정부의 정책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Stop crackdown>은 작년 3월 강제 출국을 유예시켜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주 노동자들에게 자진신고를 하라는 정부의 기만적인 정책이 제시되자, 평등노조 이주 지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가열찬 투쟁 현장들을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신변에 위협을 가하는 정부의 단속추방 정책이 이주 노동자 운동의 연대 고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또한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돌아가기 전에>는 추석 연휴를 맞아 모처럼 휴식 시간을 갖는 미얀마 노동자들 사이에 오가는 삶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미얀마의 노래를 부르고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다소 촬영이 서투르고 한정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만든 단순한 다큐멘터리인 듯 싶지만, 이주 노동자가 직접 주체가 되어 카메라를 찍었기에 연출 가능한 진솔한 풍경들이 가슴깊이 울리는 작품이다.
미약한 재정적인 지원과 시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옴니버스-여정>은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둘러싸고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과제들을 던지면서 작품들은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얼마 전부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주 노동자를 등장시켜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아픔을 전하고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가시적인 영향력이 큰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이주 노동자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걸 느끼해 준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저열하기 짝이 없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의 여파를 막아내는 데에 그 프로그램이 얼마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사실은 '우리'와 다르다는 배제의 시선을 전제로 유발하는 감정들, 여전히 그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가두어 버리는 시선에 못내 감화되다가도 결국 불편해지고 만다. 차별과 배제를 넘어선 시선, '인권 영화'의 확장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