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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6.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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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사업을 통한 '발전'이라는 환상에 경종을 울리며

김정은 | 편집부장
새만금 간척사업현장에서 보았던 그 거대했던 방파제는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바다를 메꾸겠다는 인간들의 허영된 발상이 빚어낸 대규모 재앙의 현장...여의도의 140배나 되는 토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시행하고자 주변 석산들은 파헤쳐지고 국립공원마저 파괴되어 있었다.
새만금 현장활동을 다녀온 지 자그마치 2년이나 지났기에 잊고 있었던, 새만금이 어느 날부턴가 '삼보일배' 라는 단어로 TV나 인터넷에 떠들썩하며 등장하기 시작했다. 350킬로미터의 대장정에 나선 문규현 신부님, 수경스님, 이희운 목사님, 김경일 교무님 및 삼보일배 실무단의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 하루 3000배 이상을 하며 하루 한번씩 손에 낀 장갑을 바꿔가며 '시위'에 쓰러져 휠체어를 타고 참가하는 한이 있더라도 인류최대의 재앙인 새만금 사업을 막아보겠다는 이들의 종교를 초월한, 희생적인 모습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한다. 꽤 오래 전부터 환경단체,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새만금 사업 추진 반대 투쟁이 있어왔지만 새만금 공사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고 공사는 계속 진척될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바꿔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처럼 삼보일배는 시작되었고 '처절한 고행'을 통해서나마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국민들의 지지를 모으고 있다는 것은 씁쓸하지만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나마 아주 다행한 일이다.
새만금 삼보일배단이 서울로 입성하면서 새만금 공사 중단 여론이 확산되자 새만금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이들의 집회모습도 속속 방송에 나오고 있다. 전북 도민들이 새만금 사업 추진을 적극 찬성하는 것처럼 보이려 전북지역 공공기관에서는 공무원들을 집회에 동원하는 행태까지 벌이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전라북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선전했을 지방정부의 모습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애초 노태우가 대통령선거 출마 때 전라북도 도민들에게 지역발전이라는 환상을 제시하려는 득표전략의 일환으로 뚝딱 만들어진 새만금 사업이 십 년 넘은 세월을 지나면서도 여전히 정부에 의해,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해 똑같은 발전이데올로기를 등에 업고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쌀이 남아돌아 논경지를 놀리고 있는 상황에서 '농경지 조성'이라는 새만금 사업의 당초 목적이 그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새만금 간척지를 산업용지로 전환하는 것은 더욱 실현불가능한 일이다. 29조원(농지 용도시 6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극심한 수질오염으로 인한 피해와 공단 분양율이 전국적으로 50%를 밑돌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산업용지를 조성하는 것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재경부에서도 전북지역에는 기간시설이 취약하여 산업단지 조성은 비현실적이라고 실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작 새만금 사업이 추진되면 전북 주민들이 새만금 수질 유지를 위한 각종 규제에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며 어민들은 생계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다. 전북 도민들이 그토록 바라는 새만금 사업 추진을 통한 '발전' 이라는 것은 거대한 환경파괴와 무모한 땅메꾸기일 뿐, 얼마나 허구적인지 그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고민 없이 성급히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전북의 미래란 결코 밝지 못할 것이다. 환경파괴를 막고 갯벌도 살리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채 새만금 사업만을 발전을 위한 방책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정부 및 지방단체의 태도는 다시금 비판 받어야 한다.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 효용을 거론하며 "갯벌 매립공사를 중단하고 오히려 복원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새만금 반대 입장을 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새만금 사업 중단을 위한 삼보일배에 대해 '건강을 위해 거두어달라'는 발언 이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국민여론 수렴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당초 1조 3000억 원이었던 총 사업비가 현재 4조 6570억 원으로 3.5배 증액되었다. 지금까지 투입된 금액만 해도 1조 4258억 원으로 농업기반공사는 공사가 73.4% 진행되었다고 하지만, 총 투자대비 공사 진척 도는 20%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한다. 애초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을 '농경지는 포기해도 새만금은 추진한다' 라고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국민들의 혈세를 쏟아 붓는 일은 당장 멈춰져야 한다! 우리는 새만금 사업 중단을 통해 경제적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생명과 자연, 평화를 파괴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믿는 발전이데올로기에 경종을 울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삼보일배에는 하루 약 300여명의 시민과 학생, 어린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행렬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급속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여의도 대회에서는 약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새만금 공사 중단을 촉구하였다. 서울뿐만 아니라 새만금 공사 현장인 계화도에서도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삼보일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내딛어온 수많은 걸음들과 수고로이 흘린 땀방울들이 헛되지 않게 부디 새만금 공사 중단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비록 두렵고 긴장되지만, 저는 이 긴 여정을 단순한 마음으로 떠나겠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죄 없는 생명들이 죽어가고 참 평화가 몹시 절실한 때이니 더더욱 길을 떠나야겠습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십여 년이 넘게 벌어지고 있는 저 소리 없는 총성과 떼죽음, 그리고 제발 전쟁을 중단해달라는 이라크 양민들의 피 어린 호소를 함께 가슴 속 깊이 품고 이 길을 떠나겠습니다. 우리가 새만금 갯벌을 살릴 수 있다면, 소리내지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것들의 소중함과 귀함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참혹한 전쟁도, 저 터무니없는 죽음과 공포의 행진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길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입니다. 이런저런 타산과 계산을 허용하지 않는 길입니다. 생명과 죽음, 그 가운데 중립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온 힘을 다하여 삼보일배의 여정을 끝까지 갈 것입니다. 기어서라도 가겠습니다. 살고자 하는 이는 죽고, 제 목숨을 버리고자 하는 이는 산다고 했습니다.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 없이 부활의 영광과 기쁨을 누릴 수는 없으니, 저는 이 고행을 기쁘게 기꺼이 받겠습니다
-문규현 신부님의 "삼보일배를 시작하며" 中에서 발췌- PSSP
주제어
생태 민중생존권
태그
네덜란드 노사정 협약 코포라티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