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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6.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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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투쟁의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하자

이현대 | 조직국장
하반기 투쟁의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하자!
- 전국민중연대 본 조직 출범과 하반기 '민중 총궐기 투쟁' 논의에 부쳐

이 현 대 | 조직국장

지난 5월 21일, 2년여의 준비위 활동을 거쳐 37개 단체, 8개 지역조직을 참가단체로 하는 '전국민중연대' 본 조직이 출범했다. 1998년 '고용실업 대책과 재벌개혁 및 IMF 대응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1999년 '민중생존권 쟁취, 사회개혁, IMF반대 범국민운동본부', 2000년 '신자유주의 반대 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 등 포괄적인 공동투쟁기구의 활동을 거쳐 2001년 '민중운동의 상설적 공동투쟁체'의 위상을 표방하는 전국민중연대(준)가 건설된 지 꼬박 2년만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준비위의 활동을 돌아볼 때, 전국민중연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미제국의 군사패권주의에 맞선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단결과 지도력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민중대회와 대규모 집회의 개최, 그리고 무수한 현안 투쟁에 대한 지지, 엄호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으나, 정세적으로 주요한 투쟁에서는 이견이 발생하거나, 투쟁을 주도적으로 책임지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몇몇 주도적인 단체를 제외하면 참가단체들의 충분한 토론과 합의, 공동의 실천의 기풍도 세워내지 못했다. 따라서 '전국민중연대' 본조직의 출범은 전체 민중운동진영에게 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민중연대'를 민중운동의 투쟁과 단결의 조직으로 세워내기 위한 새로운 각오와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국민중연대 출범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하반기 투쟁을 어떠한 기조와 목표로 조직하는가는 향후 전국민중연대의 위상에 있어서 중요한 방향 각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1. 하반기 투쟁을 둘러싼 정치적 목표의 상이함

2003년 연초 민중운동진영의 투쟁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민중총궐기 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작년 11월 13일 10만여 농민들의 대규모 전국농민대회에 고무 받아 민주노총도 2003년 사업계획을 통해 10만 노동자대회와 30만 민중대회 개최를 제안했다. 이러한 요소들을 배경으로 '민중총궐기 투쟁'의 필요성이 제안되었으나, 당시 '민중총궐기 투쟁'의 정치적 목표, 조직화 방식과 투쟁형태 등을 충분한 검토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등 각급 대중조직은 '민중총궐기 투쟁'을 염두에 두고는 있으나, 여전히 하반기 공동투쟁의 구체적 투쟁목표와 수위, 투쟁형태를 확정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농민의 공동투쟁 목표를 확정해야 하는데, 민주노총과 전농이 처한 조건이 다르고, 하반기 투쟁의 정치적 목표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농의 박흥식 사무총장은 "오는 9월 시군별 농민대회는 작년 11.13 투쟁의 성과를 더욱 튼튼히 해 농민회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고, 농민대중의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 해 2004년 총선을 주도적으로 전개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투쟁역량을 확대 강화해 면 지회, 군 단위를 강화할 것"(민족의 진로, 4-5월호)이라며, 농민 정치세력화의 주요 계기로 하반기 투쟁을 사고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런 기조의 연장에서 '민중총궐기 투쟁'을 적극 배치하려는 것이다. 전농은 내적으로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지난 2월 16일 전농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에서도 드러났듯, 농민의 정치세력화 즉 정당 건설을 둘러싸고 매우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정당운동 자체에 대해 불신하는 활동가들도 있고, 정당운동을 지향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개혁적 국민정당 방식을 선호하는 흐름과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흐름이 공존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농민출신 인사들이 조합장, 시의원, 국회의원으로 진출했으나 농민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해 정치세력화에 대한 많은 불신이 있었다. 이제까지 전농이 진보정당 운동에 합류하지 못한 것은 이러한 내적인 곤란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전농 활동가의 다수의견은 "민주노동당의 재창당 과정에 합류하는 방식"에 동의하고 있고, 재창당에 필요한 조건을 성숙시키기 위해 중앙, 도연맹과 가능한 시군단위까지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치위원회'를 조직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노농연대를 핵심으로 민족민주진영의 정치적 단결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농민대중 속에서 의식화, 조직화 사업을 강화하고 그 성과를 하나로 모아낸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농의 입장은 전국연합의 공세적 계획에서도 확인되는데, '전농, 전국연합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시군구 연대조직 건설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이를 중심으로 9월 시·군·구 투쟁과, 11월 민중대투쟁을 통해 노동자-농민의 연대를 강화하고, 2004년 총선에 대한 공동대응을 통해 정치적 통일성을 획득한다. 이 힘을 바탕으로 사회민주당(한국노총), 시민운동세력, 나아가 기성정치권 내부의 일부 개혁적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강력하고 단일한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정당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중앙연대조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견지한 시군구 연대조직을 중심으로 연대연합운동을 통일하고, 이러한 시군구 조직이 전국적으로 결집하여 광범위한 민족민주전선을 건설하고, 이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단일진보정당'을 통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자는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전농과 사정이 다르다. 현재까지 민주노총의 공식 입장은 산별노조/진보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고, 이미 민주노동당을 건설하여 일정한 시민권을 획득했다. 민주노동당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치세력화 자체가 당면한 화두는 아닌 셈이고, 따라서 정치세력화의 방향 하에 하반기 투쟁을 배치하는데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정치세력화 보다는 민주노총의 당면한 문제는 현재 IMF 이후 전반적으로 박탈된 노동권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전체 노동자의 60%를 넘어서는 비정규직의 문제, 노동자 내부의 심화되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기전략을 마련하고, 투쟁동력을 형성할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이와 연관되어 민주노총이 자기전략으로 표방한 산별노조/진보정당이라는 전략이 드러내고 있는 현실적 한계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하는 점이 현실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민주노총은 2003년 사업계획에서 10만 노동자대회와 30만 민중대회를 개최할 것을 밝혔으나, 명확한 기조와 투쟁계획이 선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는 '민중총궐기 투쟁'에 걸맞는 투쟁계획이 없다. 여기에는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정치총파업'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총파업'이 조직되지 않는다는 딜레마에다 일회적인 정치집회로는 민중의 요구를 쟁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곤란함도 놓여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전국민중연대 하반기 투쟁, '민중총궐기 투쟁'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현재 대중운동이 처한 어려움과 서로의 정치적 목표를 드러내고, 공동의 전망을 세우는 방식으로 토론하지 않는데 있다. 물론, 전농의 내적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전국연합이 그리는 하반기 투쟁의 기조에 대해 민주노동당/민주노총을 비롯해서 많은 정치사회단체가 동의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이러한 논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성격 전환을 고려해야 하고, 그것도 사회민주당(한국노총), 시민운동, 기존 정치권의 개혁인사까지 포함하는 정당이 노동자, 농민들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이라 불릴 수 없을뿐더러, 한국노총을 비롯하여 거명되고 있는 세력들의 역사를 고려할 때 쉽게 대중적 동의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전농, 전국연합의 경우, 시·군·구 연대조직을 중심으로 연대연합을 통일하자는 구상이 있는데, 전농과 전국연합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조직적 기반에 근거할 때 실현 가능한 계획일 수도 있으나,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상황과 광역시도단위의 민중연대 운동마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는 다분히 자기 중심적인 전망임을 알 수 있다. 참가단위인 광역시도 단위 지역민중연대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와 계획을 통해 노-농간의 신뢰와 책임 있는 연대, 연합을 실현하는 것이 현 단계 계획이 되어야 한다.
하반기 투쟁에 대한 정치적 목표가 불투명한 조건, 혹은 상이한 판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민중총궐기 투쟁'을 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전국민중연대로서는 사실상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당위적인 말을 반복하고 있는 셈인데, 주관적인 바램으로 투쟁을 말하기보다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투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 지금 민중운동의 상황을 직시하자.

구체적인 대중운동의 조건을 살펴보자.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조건을 보면, 1997년 노개투 총파업 투쟁을 제외하고는 매해 총파업이 일부 산별조직의 투쟁에 머무르고 있는데다, 이들마저도 동시에 싸우기보다는 번갈아 가면서 투쟁의 중심역할을 맡고 있는 등 투쟁의 불균등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목적의식적인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도 아니고, 주요 대사업장의 투쟁이 승패를 좌우하거나, 특정 업종 혹은 개별 사업장의 투쟁을 엄호하는 방식이다. 개별 사업장으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패배 후과로 형성된 대사업장 노동자들의 지배적 사고 중 하나가 '벌 수 있을 때 벌자, 회사가 살아야 내가 산다'이다. 전투적으로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진행했던 일부 사업장의 경우, 생산 확대에 따른 신규채용에서 비정규직의 채용을 자기 고용의 안전판으로 사고하는 경향마저 팽배해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 탓에 민주노조가 있는 대공장마저도 하청노동자와 함께 하는 공동투쟁마저 쉽지 않다.
민주노총은 올 한해 신자유주의 분쇄 3대 사회의제로 '비정규노동과 차별철폐, 노동3권 강화, 공공성강화·빈부격차해소'를 제기하고, 주5일제 쟁취 경제특구 저지 최저임금 현실화·비정규직 권리보장법 쟁취의 3대 요구를 내세워 6월 말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주 5일제 쟁취'와 '최저임금 현실화·비정규직 권리보장법 쟁취'라는 두개의 요구는 상당히 괴리가 큰데, 먼저 주 5일제 쟁취부터 살펴보자. 전체 노동자의 60%가 비정규직이고, 노동자 대중 내부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어 있다. 저임금 장시간으로 고생하는 비정규직들에게는 '주 5일제' 투쟁요구는 먼 나라 이야기고, 이는 노동자 사이에 장벽을 쌓을 뿐이다. '주 5일제 쟁취' 요구는 98년 경제위기와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출되었으나, 그 의미는 상실되었다. '중소, 영세, 비정규직 희생 없는'이라는 조건을 달아야 하는 상황이 역설하듯 '주 5일제'가 이들의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지금 자본에게서 주 5일제는 생리휴가·주휴 무급화를 비롯한 노동유연화 정책을 관철하는 계기이자, 노동자의 생활패턴을 바꿈으로서 소비를 재조직하기 위한 계기일 뿐이다. '주 5일제'하자고 협상하면 노동법 개악안이 나오고 그러면 근기법 개악 반대투쟁을 벌여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명백한 평가 없이 '주 5일제'는 여전히 민주노총의 핵심적인 요구로 상정되어 있다.
민주노총의 또 다른 딜레마는 비정규직 문제다. 조합원의 대부분이 정규직인 상황에서 이들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내걸고, 총력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저임금 현실화·비정규직 권리보장법 쟁취'라는 식의 제도적 접근을 중심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대중적인 노동법 개정투쟁을 벌인 것도 아니고, 대부분 캠페인식 사업과 노사정 협상에 의존해왔다. 제도개선이 문제가 아니라 대중투쟁을 통한 제도의 쟁취라는 관점의 부재가 문제인 것이다.

한편, 정부의 농업포기 정책에 직면한 전농은 지금 한-칠레 FTA 국회비준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한-칠레 FTA의 경우, WTO 농업협상 이전에 농업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국농민연대를 발족시켜 농민단체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가 내놓은 한-칠레 FTA 특별법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6월 20일과 27일 강력한 투쟁을 통해 국회비준저지를 대정부, 국회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9월에는 WTO 쌀수입개방반대, 농가부채해결, 농업협동조합개혁 전국동시다발 농민대회를 열 예정이고, 11월에는 신자유주의와 쌀 수입 개방반대를 위한 민중총궐기 투쟁에서 노동자-농민이 연대한다는 계획이다.
전농은 작년 10만 명이 참가하는 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전국농민들의 결집으로 힘과 자신감을 느꼈다는 것과 손에 쥐어지는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해 허탈감을 느꼈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올해에도 이러한 부담이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전농에게 답답한 것은 농업포기정책와 전면개방에 맞서야 하지만, 쌀 개방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UR때와 같이 전면적인 대중투쟁을 하반기에 배치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딜레마로 인해 사안에 대한 해결보다는 '농민의 정치세력화'를 중심으로 정치투쟁의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고 있는 듯 하다. 정부는 전면적인 개방을 전제로 향후 20-30만으로 농민을 축소하고, 나머지 농촌인구에 대해서는 사회복지적 시각으로 접근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농업, 농촌의 변모 속에서 협동조합, 혹은 생산자 조직에 대한 전농의 개입력을 강화하는 문제, 혹은 리조트화 되고 있는 농촌지역의 파괴적 양상에 대한 대응의 문제, 방치되고 있는 농촌공동체의 교육, 의료 문제에 대한 해결,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농간의 연대계획 등 농민운동의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전농의 내적 조건은 대다수 간부가 현업 농사에 묶임으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는 전농 자체의 발전전략을 수립함을 통해서만, '농민 정치세력화'는 힘을 받을 수 있고, 유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경험을 통해서 보이듯이 '민주노동당'의 건설 자체가 노동운동의 내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어떠한 운동내용 마련과 실천을 통해 '운동주체'를 광범위하게 형성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전빈련의 경우, 살인적인 강제철거와 용역깡패를 동원한 노점탄압(최근 서울시 노점 단속을 위해 15억 예산책정), 최근 청계천 개발로 인한 생존권 위협 등으로 완강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철거민 투쟁은 이제까지 성과의 축적이 상당히 미약한 상황이고, 노점상 조직도 조직의 분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내적 역량의 부족으로 빈민운동에 걸맞은 지역 공동체적 운동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운동의 경우는 전쟁반대, 파병반대 투쟁에서 선도적 투쟁과 동맹휴업을 진행한 바 있으나 광범위한 투쟁동력을 형성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적이다. 또한, 반신자유주의 투쟁과 반전/반미투쟁의 접점을 형성하지 못함으로 인해 학생운동 전체의 힘있는 투쟁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학생운동 상설공투체 건설 논의 등 학생운동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모색이 진행 중이다.

이것이 객관적인 민중운동의 현실이다. 전국민중연대 또한 별도의 조직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대중조직의 조건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올해 투쟁만 보더라도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반대, 한국군 파병반대 투쟁을 힘차게 전개하였으나, 광범위한 대중적인 동력을 형성하지 못했다. 게다가 파병 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노무현의 국익론 앞에 무력하게 투쟁동력이 소실되었다. 현재 민중운동의 주체적 조건과 역량을 그대로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현안투쟁을 전개하는 대오가 없으면 대중 동원조차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 민중운동진영의 조건이기도 하다.

3. 하반기 투쟁의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하자!

현 정세는 '금융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표상되는 자본주의 위기'와 이와 연동된 '미제국의 반테러전쟁을 통한 반동적 세계질서 재편'에 의해 지배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현재 노무현 정권은 이러한 미제국과 초국적 자본의 전략에 그대로 수용하는 반민중성과 무능을 보이고 있고, 이 때를 놓칠세라 보수 세력들은 정권에게 노골적인 반민중적, 반평화적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남한의 민중운동은 '신자유주의와 미제국의 군사패권전략'에 주도적으로 맞서기에는 주체적 역량이 취약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민중운동의 현재적 조건에 비추어 볼 때, '노동자는 총파업으로!, 농민은 총력투쟁으로!, 빈민은 철시로! 청년학생은 동맹휴업으로!'라는 '민중총궐기 투쟁'은 선언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투쟁의 기조로서 '민중총궐기 투쟁'은 적합하지 않다. 하반기 투쟁은 민중운동, 대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는, 대중동원 규모 중심의 판단이어서는 안 된다. 정세적 과제를 중심으로 주체의 조건에 걸맞은 투쟁을 배치하자. 현재 긴밀한 정세적 대응 자체가 힘든 것이 민중운동의 현실이 아니던가?

"쌀, 교육, 의료 등 WTO 개방저지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한미군사공조 반대"를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투쟁을 조직하자. 여러 가지 투쟁사안을 묶는 방식이 아니라 정치적 기조를 분명히 하고,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하는 정치집회로 12월 민중대회를 준비하자. 선언만 난무하는 총파업, 총력투쟁이 아니라 현재 운동실정에 맞게 그리고 이를 실질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노동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학생운동을 책임지는 주체들을 결집시키고, 향후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선포하는 정치적 공간으로 기획해 보자. 이 자리를 통해 내년도 공동의 투쟁, 조직전망을 힘 있게 결의하자. 현재 민중운동의 상황은 목적의식적인 주체의 결집과 공동의 계획과 실천을 추동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역민중연대를 중심으로 지역의 기초단위인 농민과 노동자(농협노동자, 전교조, 사회보험노동자, 공무원, 한국통신, 철도, 발전 등), 빈민, 학생이 함께 교류하기 위한 대중사업, 정치사업들을 광범위하게 전개함으로써 '지역연대의 주체'를 세우고, 이를 토대로 지역별로 11월 민중대회를 개최하도록 하자.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12월 민중대회로 집결하자.
현재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전국민중연대 혹은 민주노총과 전농 차원에서 구체적인 지역 민중연대 강화의 경로와 주체형성에 대한 논의가 불충분하다는 사실이다. 전농과 민주노총은 시·군·구 연대조직을 중심으로 하반기 투쟁을 고려하고 있으나, 전국민중연대 가입조직은 광역시도 단위 민중연대다. 시군구 민중연대를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적 조건에서 노-농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광역시도단위의 공동투쟁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고민되어야 하며, 이것과 함께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민중연대 내에서 혹은 민주노총과 전농 수준에서도 하반기 공동투쟁의 과정을 통해서 어디로 성과를 수렴하고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판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 없이 '전국민중연대 강화'는 실질적 목표 없는 공허한 슬로건이 될 뿐이다.
이러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민주노총과 전농 등 대중조직의 문제만이 아니다. 특히나, 노동자운동의 경우, 노동조합과 단위사업장의 틀을 벗어나서 지역차원의 공동투쟁과 현장 활동을 긴밀히 결합해 나갈 선진노동자들의 결집이 필요하다. 일정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하더라도 '반신자유주의, 반미반전'의 입장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선진노동자층을 묶어내고 대중적 투쟁을 조직할 주체를 세워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미제국의 예방전쟁, 한반도 전쟁위협'이라는 조건은 최근 노무현의 국가위기관리특별법 제정 발표에서 보이듯이 '신자유주의'로 신음하는 민중들의 저항과 비판의 권리마저 폭압적으로 짓밟으려 하고 있다. 한반도 절멸의 위기와 민중들의 삶의 파탄은 결코 다른 문제가 아닐 것이다. 지금 민중운동이 현재의 정세를 정확히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이는 우려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대중조직과 활동가들의 책임 있는 결정, 정치사회단체의 책임 있는 결의를 통해, 투쟁주체와 지원연대 세력의 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투쟁대오를 갖추고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맞선 총체적인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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