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한민국, 이주노동자의 삶 이야기
말해요, 찬드라', 이란주, 삶이 보이는 창, 2003년
“...현장에서 그들을 지휘하고 지시하는 사람은 한국인으로 때에 따라서는 격한 언어가 사용될 수도 있고 답답한 마음에서 손이 갈 때도 있을 것이다. 기술을 배우러 온 사람의 입장에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이야 당연한 것을 가지고 문제삼을 수는 없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의 위험이 있는 현장에서 거친 말들이 나올 수 있는 것쯤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위 글은 <경제풍월>이라는 월간지에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사장이라는 인사가 경영컬럼란에 기고한 글이다.
-3부 외국인 노동자는 적당히 두들겨줘야 해? 中에서-
거짓된 진실
한국 땅에서 일하고 있던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일어나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3년째가 채 못되는 지금,
언론에선 산업연수생제도의 대안으로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자주하고 있고 모 TV프로그램에선 ‘아시아 아시아’란 이름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모 경찰정보과장의 말마따나 한마디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뜨고’ 있다.
80년대 말부터 꾸준히 증가해온 이주노동자들은 어느덧 40만 명에 달하고 있고 이들의 삶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그리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었고, 지금의 고용허가제도 언론에서 현란한 수사로 더 나은 인권보장장치라고 떠들어 대기만 할 뿐 그 기만적인 본질은 거의 알려지고 있지 못하다.
이런 거짓된 이야기들만이 선전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난 5월말에 출간된 “말해요, 찬드라”라는 책은 수고스럽게라도 읽어볼 가치가 있는 이주노동자의 삶의 리포트라고 말하고 싶다.
말해요 찬드라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이란주씨가 1995년부터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상담해오면서 그들과 함께 해왔던 삶의 고통들을 고스란히 담아, 소설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안타까운 진실들을 써 내려간 책이다.
1부는 ‘뿌리 없이 자라는 나무’라는 제목으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과 또는 그들간에 혼인하여 한국 땅에서 낳은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삶에 대해 몇 편에 걸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불법체류자와의 국제결혼에 대해서는 혼인신고조차 가능하지 않은 현실,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2세들에 대해서는 출생신고는커녕 학교조차 보낼 수 없고,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본국에 보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2부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 등의 상담소와 공동생활 터에 찾아오고 함께 했던 ‘식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학교에 뒤늦게 다닐 수 있게된 ‘외국인 2세’ 나잉나잉의 이야기, 상담소식구들의 이런 저런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 무료진료소활동과 한국어교육과 한국어말하기대회를 열던 이야기 등을 희망차게 다루고 있다.
3부는 ‘불법 대한민국’이란 제목으로 불법체류자신분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출입국관리소, 경찰의 단속추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떠한 법적인 권리나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업장에서의 유독 물질을 잘못 마시고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주노동자사망사건에 대해 경찰에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목격자들을 진술을 받겠다고 데려가서는 강제추방해버린 이야기, 귀국하겠다는 이에게는 벌금을 받아야하니 돈을 벌어오라고 하고 계속 일하겠다는 이는 단속추방으로 내쫓는 모순으로 가득한 출입국관리소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4부 ‘떠도는 사람들의 노래’는 자국의 정치상황에 의해 ‘망명’생활을 하던 이와 한국 땅에서 죽거나 상처입고 귀국하려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5부 ‘말해요,찬드라’는 한 네팔인이 식당에서 지갑을 분실한 걸 모른 채 식사를 한 뒤 무전취식으로 신고 받아 경찰서에 끌려가 한국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으로 끌려간 뒤 6년 4개월씩이나 병원에 갇혀있었던 것에 대한 내용과 정신병원과 정부에 대해 그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다룬 이야기이다.
6부는 한국에서 있었던 최초의 파업이야기라 불려지는 아모르가구공장파업의 과정과 상황을 다룬 ‘아모르, 그 엿새 동안의 기록’이란 제목의 리포트이다.
투쟁 없이 권리 없다. 우리의 싸움은 우리의 힘으로!
이 책은 이주노동자가 한국 땅에 들어와서 겪는 여러 유형의 문제들을 거의 총망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진실들을 마치 ‘전태일 평전’을 읽고 있는 듯할 정도로 구체적인 경험담들로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는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불쌍하다거나 안타깝다거나 말하면서 그들을 돕는 이들을 좋은 일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드러내는데 충실한 이 책을 다소 감상적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의 역사가 거의 10년이 다 된 지금 이들은 이제 그들의 힘을 스스로 조직하고 스스로 싸워나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현장에서의 구타, 모욕, 부당처사, 임금체불 등등의 문제에 대해 불안한 신분 때문에 쉽게 드러내지 못하던 그들은 이젠 당당히 맞서려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아모르 파업과 비슷하게도 지난 7월말에는 경기도 평내의 대성기업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서의 폭행에 맞서 노조나 어떤 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파업을 감행하고 합의안을 만들어내고 노동조건과 관련한 단체협상까지 진행해가면서 싸우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 스스로의 조직인 평등노조 이주지부는 이번에 국회에 상정된 고용허가제의 기만성을 폭로하며 정면에서 싸우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제 이들은 서서히 어떠한 상담소나 자원봉사단체들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40만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조직으로 스스로 해결해갈 수밖에 없음을 알아가고 있다. 비타협적으로 앞에서 먼저 싸우려 하는 이주노동자‘투사’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아니라 이들과는 무엇을 가지고 함께 싸울 것인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문제잖아요. 우리싸움이잖아요.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서 연대단위들한테 어떻게 해줄건데하고 물으면 안 돼요.”-마석분회 방글라데시 노동자
“한국의 Regular worker(정규직노동자), irregular worker(비정규직노동자)의 문제는 한국노동자, 우리(이주노동자)문제나 같은 문제인 것 같아요.”-성수분회 이주노동자
마지막으로 이 책의 3부 ‘외국인노동자는 적당히 두들겨줘야 해?’의 이야기를 짧게 소개해본다.
[휴식시간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사장이 손짓으로 불렀다. 장갑을 벗어놓고 가려고 조금 주춤거렸다. 부르르 화가 난 사장이 달려들어 주먹질 발길질을 쏟아놓았다. 처음에는 말리던 한국인 직원들이 나중에는 사장과 합세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인간샌드백이었다. 리폰은 너무 맞아서 허리를 다쳤는데 하루 쉬게 해달라고 애원하니까 목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가 억지로 일을 시켰다. 이런 광경을 열몇개나 되는 주위 공장 사람들이 다들 목격하였으나 누구하나 나서서 말려주지 않았다. 도움 요청을 청한 방글라데시 통역인은 100만원씩 내면 다른 공장으로 옮겨주겠다고 했다.]PSSP
위 글은 <경제풍월>이라는 월간지에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사장이라는 인사가 경영컬럼란에 기고한 글이다.
-3부 외국인 노동자는 적당히 두들겨줘야 해? 中에서-
거짓된 진실
한국 땅에서 일하고 있던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일어나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3년째가 채 못되는 지금,
언론에선 산업연수생제도의 대안으로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자주하고 있고 모 TV프로그램에선 ‘아시아 아시아’란 이름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모 경찰정보과장의 말마따나 한마디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뜨고’ 있다.
80년대 말부터 꾸준히 증가해온 이주노동자들은 어느덧 40만 명에 달하고 있고 이들의 삶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그리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었고, 지금의 고용허가제도 언론에서 현란한 수사로 더 나은 인권보장장치라고 떠들어 대기만 할 뿐 그 기만적인 본질은 거의 알려지고 있지 못하다.
이런 거짓된 이야기들만이 선전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난 5월말에 출간된 “말해요, 찬드라”라는 책은 수고스럽게라도 읽어볼 가치가 있는 이주노동자의 삶의 리포트라고 말하고 싶다.
말해요 찬드라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이란주씨가 1995년부터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상담해오면서 그들과 함께 해왔던 삶의 고통들을 고스란히 담아, 소설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안타까운 진실들을 써 내려간 책이다.
1부는 ‘뿌리 없이 자라는 나무’라는 제목으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과 또는 그들간에 혼인하여 한국 땅에서 낳은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삶에 대해 몇 편에 걸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불법체류자와의 국제결혼에 대해서는 혼인신고조차 가능하지 않은 현실,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2세들에 대해서는 출생신고는커녕 학교조차 보낼 수 없고,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본국에 보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2부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 등의 상담소와 공동생활 터에 찾아오고 함께 했던 ‘식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학교에 뒤늦게 다닐 수 있게된 ‘외국인 2세’ 나잉나잉의 이야기, 상담소식구들의 이런 저런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 무료진료소활동과 한국어교육과 한국어말하기대회를 열던 이야기 등을 희망차게 다루고 있다.
3부는 ‘불법 대한민국’이란 제목으로 불법체류자신분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출입국관리소, 경찰의 단속추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떠한 법적인 권리나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업장에서의 유독 물질을 잘못 마시고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주노동자사망사건에 대해 경찰에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목격자들을 진술을 받겠다고 데려가서는 강제추방해버린 이야기, 귀국하겠다는 이에게는 벌금을 받아야하니 돈을 벌어오라고 하고 계속 일하겠다는 이는 단속추방으로 내쫓는 모순으로 가득한 출입국관리소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4부 ‘떠도는 사람들의 노래’는 자국의 정치상황에 의해 ‘망명’생활을 하던 이와 한국 땅에서 죽거나 상처입고 귀국하려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5부 ‘말해요,찬드라’는 한 네팔인이 식당에서 지갑을 분실한 걸 모른 채 식사를 한 뒤 무전취식으로 신고 받아 경찰서에 끌려가 한국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으로 끌려간 뒤 6년 4개월씩이나 병원에 갇혀있었던 것에 대한 내용과 정신병원과 정부에 대해 그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다룬 이야기이다.
6부는 한국에서 있었던 최초의 파업이야기라 불려지는 아모르가구공장파업의 과정과 상황을 다룬 ‘아모르, 그 엿새 동안의 기록’이란 제목의 리포트이다.
투쟁 없이 권리 없다. 우리의 싸움은 우리의 힘으로!
이 책은 이주노동자가 한국 땅에 들어와서 겪는 여러 유형의 문제들을 거의 총망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진실들을 마치 ‘전태일 평전’을 읽고 있는 듯할 정도로 구체적인 경험담들로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는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불쌍하다거나 안타깝다거나 말하면서 그들을 돕는 이들을 좋은 일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드러내는데 충실한 이 책을 다소 감상적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의 역사가 거의 10년이 다 된 지금 이들은 이제 그들의 힘을 스스로 조직하고 스스로 싸워나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현장에서의 구타, 모욕, 부당처사, 임금체불 등등의 문제에 대해 불안한 신분 때문에 쉽게 드러내지 못하던 그들은 이젠 당당히 맞서려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아모르 파업과 비슷하게도 지난 7월말에는 경기도 평내의 대성기업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서의 폭행에 맞서 노조나 어떤 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파업을 감행하고 합의안을 만들어내고 노동조건과 관련한 단체협상까지 진행해가면서 싸우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 스스로의 조직인 평등노조 이주지부는 이번에 국회에 상정된 고용허가제의 기만성을 폭로하며 정면에서 싸우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제 이들은 서서히 어떠한 상담소나 자원봉사단체들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40만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조직으로 스스로 해결해갈 수밖에 없음을 알아가고 있다. 비타협적으로 앞에서 먼저 싸우려 하는 이주노동자‘투사’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아니라 이들과는 무엇을 가지고 함께 싸울 것인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문제잖아요. 우리싸움이잖아요.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서 연대단위들한테 어떻게 해줄건데하고 물으면 안 돼요.”-마석분회 방글라데시 노동자
“한국의 Regular worker(정규직노동자), irregular worker(비정규직노동자)의 문제는 한국노동자, 우리(이주노동자)문제나 같은 문제인 것 같아요.”-성수분회 이주노동자
마지막으로 이 책의 3부 ‘외국인노동자는 적당히 두들겨줘야 해?’의 이야기를 짧게 소개해본다.
[휴식시간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사장이 손짓으로 불렀다. 장갑을 벗어놓고 가려고 조금 주춤거렸다. 부르르 화가 난 사장이 달려들어 주먹질 발길질을 쏟아놓았다. 처음에는 말리던 한국인 직원들이 나중에는 사장과 합세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인간샌드백이었다. 리폰은 너무 맞아서 허리를 다쳤는데 하루 쉬게 해달라고 애원하니까 목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가 억지로 일을 시켰다. 이런 광경을 열몇개나 되는 주위 공장 사람들이 다들 목격하였으나 누구하나 나서서 말려주지 않았다. 도움 요청을 청한 방글라데시 통역인은 100만원씩 내면 다른 공장으로 옮겨주겠다고 했다.]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