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국가 그리고 미디어, 그 트라이앵글
나는 전황을 CIA로부터가 아니라, CNN으로부터 더욱 많이 배운다
-미국의 대통령 조지 부시 -
칠흑 같은 새벽, 바그다드를 강타한 미사일이 섬광처럼 퍼져나가는 모습, 이곳저곳에서 부상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군사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잔상들을 기억하고 있다. 전선에 있지 않았지만, 텔레비젼 영상을 통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우리는 전쟁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간다. 우리는 바로 그들 미디어 산업을 통해 전쟁을 알아가고 경험한다.
미디어와 전쟁, 그 은밀한 동거
미디어를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전달하는 도구라고 정의한다면, 전쟁에는 그것을 알리고 이를 해석하는 미디어가 언제나 존재해왔다. 스파르타와의 전쟁결과를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뛰었던 그리스 병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근대적인 대중매체의 시작이었던 전신 역시 전쟁과 같은 거대 사건의 속보전달과 긴밀하게 관련이 있다. 라디오, 텔레비젼, 그리고 인터넷 등의 새로운 매체의 탄생은 언제나 군사적인 목적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었고, 이를 위한 자본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끊임없이 제공되었다. 전쟁 때마다 당사국들은 다른 나라를 경계하기 위해 다양한 선전을 활용하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흑인병사들과 백인병사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실시하였던 독일의 선전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며, 냉전시기 미국은 선전을 위해 각종 위성채널들을 활용하기도 하였다.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전파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가 정부의 전쟁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정치인들의 많은 수가 미국이 베트남 전에서 패배한 원인 중의 하나를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로 보고 있으니, 미디어 그 자체가 전쟁에 대한 여론과 국제적 분쟁에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역사를 생각해 보면, 지금 미디어와 전쟁에 대해 유난스럽게 말하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CNN 효과(?)-정보통신기술과 국제 분쟁의 변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쟁과 미디어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기술의 발달은 기존의 시공간 개념을 바꾸었으며, 세계 각지의 소식들은 동시에 전달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이제까지 수행되던 전쟁의 양상과 전쟁을 경험하는 방식을 동시에 바꾸었다. 새로운 기술 발달을 통해 지능화되고 군사화 된 공간 체계가 등장하면서 세계의 분쟁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지배가 가능해졌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은 전쟁의 양상을 바꾸어 놓았고, 전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미디어의 위력은 더욱더 크게 느껴졌다. 전쟁을 비롯한 국제 분쟁이 일어났을 때 미디어의 역할과 그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91년 걸프전이다. CNN이 위성통신을 이용하여 전달한 전쟁 이미지는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CNN은 보통 사람들의 전쟁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CNN 효과(CNN effect), 즉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의 텔레비젼의 보도는 정책결정론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전세계의 국가 지도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국제분쟁에 대한 전세계의 여론과 분위기를 읽어가고 정책 결정을 고려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제 분쟁 시 각 국의 정상들은 CNN 등의 글로벌 미디어, 정확히 말하면 텔레비전을 통해 분쟁 당사국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외교행위를 펼친다. 걸프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90-91년, 사담후세인이 평화안을 제기함으로써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에 도전한 것도 CNN을 통해서였다. Baker가 후세인에게 최후통첩을 한 것도 미국 대사가 이라크를 방문해서가 아니라, CNN을 통해서였다. Fitzwater 전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듯이 국제분쟁의 과정에서 그들의 의도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방법은 이제 미디어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속보들 속에서 외무부 관리들은 미디어에 끊임없이 반응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세계의 눈들은 끊임없이 기다린다. 오래 생각할 시간이 정책관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으며, 미디어 보도에 기반을 둔 직관적인 정책 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점차 커진다. 빠른 속도로 제공되는 미디어 이미지에 의해, 정치가들은 사건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점차 잃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Gilboa 2002).
하지만 Rubin(2002)이 지적하듯이, 이와 같은 미디어의 역할은 언제나 동일한 것은 아니다. 사건에 대한 정부 전략의 확실성의 정도와 리더쉽의 범위 그리고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9․11 이후 이라크 침공까지 애국주의로 일관하였던 미국 미디어의 태도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여론을 관리하라-9․11이후의 미 국방부의 정부보도 관리
결론부터 말하면, 아랍권에 대한 대 테러전쟁의 분위기가 확실하였던 9․11 이후, 국제 분쟁에 대한 관리는 미디어의 몫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부 관리들이 이를 주도하고 미디어가 동조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2001년 세계무역센터 폭격 이후 국제분쟁을 다루는데 있어서 미국무성으로 대변되는 미국 정부의 언론통제와 전략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을 강타한 애국의의 물결 속에서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정부와 국가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9․11 이후 정부 또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이 모든 행위는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되고 미디어가 동행하였던 극단적인 애국주의의 물결 속에서 용인되었다(Magder 2003). 국제정책에 대한 미디어 보도를 통제하는 양상은, 단순하게 정보제공을 줄이고, 정보원을 제한․관리함으로써 사건에 대한 인식을 조절하는 차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지난 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 국방부의 대 언론정책은, 외교 분쟁이 일어날 때 정부의 정보관리와 선전 전략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공습 작전명이었던 ‘shock and awe'는 국방부가 제공한 말로, 저널리즘의 구미에 잘 어울려서 신문기자라면 누구나 알아서 채택할 용어였다. 전쟁 이전 부시의 최종기자회견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 시큰둥 하자, 국방부 관리들은 미디어가 알아서 쉽게 써먹을 만한 용어들을 작성해서 제공하였다(Martin 2003). 이것은 이라크 침공당시 미 정부가 국내외에 대한 선전을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2003년 미 국방부는 전쟁관련 보도에 있어서 베트남 전쟁이후 금기시하였던 언론정책을 구사하였다. 즉, 각 언론사의 기자들이 이라크에 파견할 군대를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던 것이다. 지난 이라크 침공 당시 약 3주 동안 700여명의 기자들이 각 소대별로 흩어져서 전쟁에 대해 밀착취재를 할 수 있었다(Smith 2003). 전쟁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와는 달리 종군기자 베테랑들은 과연 기자들이 얼마만큼의 자율성을 가지고 기사를 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Nation지의 기자 Hodge가 기술하였듯이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기자들은 음식과 잠자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군인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적대적인 분위기로 인해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기자들은 그들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군대와 함께 이동하였던 종군기자들이 전쟁의 일부분만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들이 같이 생활하는 군대의 이익에 반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행위를 이적행위로 인식하는 자기검열의 과정이 기자들에게 지속되었으니 미 정부의 대담한 정보 관리 정책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Hanley가 지적하듯이 미국 국무성이 제안한 게임에 미국 언론들은 일정정도 놀아나고 있는 것이었다.
더 빠르게, 더 강렬하게-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당시의 종군기자 시스템이 성공을 거둔 것은 미 국방부의 대외 홍보 정책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업주의적인 글로벌 미디어의 성격이, 전세계적으로 지지 받지 못한 전쟁에서 여론을 돌리고자 하였던 국방부의 의도와 훌륭하게 맞아떨어진 것도 한 몫을 하였다.
외교정책에서 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각 신문사와 방송사의 외신보도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었으며, 각 언론사들은 해외지국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그 이유는 바로 비용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외신기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의 문제였다. 기술 발달로 외국 뉴스를 생산하는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뉴스에 비해 비용은 많이 들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그다지 끌어당기지 못하였다. 수익을 가장 커다란 가치로 두고 있는 미국 내 각 언론사들이 정규직 외신기자나 사무실을 해외에 두는 것은 수지가 맞지를 않았다. 대신 방송사와 주요 일간지들은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현장으로 기자나 뉴스 앵커를 보내 거의 동시에 보도하는 방식(just-in-time approach)으로 외신보도를 생산했다.
이와 같은 뉴스 생산조건 속에서 삶과 문화를 알지 못하는 기자들은 그냥 사건 현장에 떨어진다. 하지만, 그 지역의 문화적․정치적․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상황에서 기자의 역할은,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그 자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Magder 2003
). CNN을 비롯한 미국의 방송사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리고 전쟁 직전 전쟁의 근거가 되었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IAEA 보고서의 존재여부를 알지 못했던 것도, 경제원리에 따라서 외신뉴스를 생산하는 관행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두 개의 전쟁, 스펙터클과 처절함 사이
전쟁시기 미 정부의 정보관리와 상업미디어의 보도는 깔끔하고 별로 잔인하지 않은 전쟁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외신보도는 기자들이 소속된 맥락 속에서 생산되고 소비된다. 종군기자들은 시청자들이 이 메시지를 소비하는 상황- 즉 전쟁 발발 전날과 마찬가지로 식사하고 운동하고 일하는 - 을 고려하면서 상을 만들어내었다.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의 뉴스들은 대부분 전쟁을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였다. 전쟁의 잔혹함을 나타내는 선혈도, 병사들을 괴롭혔던 사막의 모래바람도 등장하지 않았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보다 더 위협적인 미국의 최첨단 무기는, 너무나도 정밀해서 민간인에게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것으로 그려졌다. 이라크 사람들은 자신들을 해방시키려고 목숨을 걸고 파병된 미군 병사들을 환영하고 그들이 주는 원조물품을 무척 반가워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보도를 자신의 일상 속에서 접한 미국의 텔레비젼 시청자들은, 미군의 바그다드 진격이 있던 날 대략 2000-3000여명의 이라크 군사들이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3주 동안의 이라크 침공이 비교적 깨끗한 전쟁이었다고 생각한다(Martin 2003). 결국 미국 국민들은 일상속에서 자신의 텔레비젼 화면에서 탱크와 미사일 그리고 군인들과 기자들이 등장하는 한편의 스펙터클을 감상했던 것이다.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라크 사람들이 주연이 된 전쟁이 펼쳐졌다. 미국과 영국의 거대한 무기와 미․영연합군에 끊임없이 저항하면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이라크인들, 폭격 당한 건물, 연기, 그리고 혼란, 폭력으로 부상당한 사람들, 절규하는 이라크 여성들과 아이들, 포로로 잡혀 공포에 떨고 있는 이라크인들.... 공포 속에 사로잡힌 전쟁의 군상들이 아랍권의 방송과 유럽의 신문 속에 등장한다. 하지만, 미․영 기자들 중에서 이와 같은 고통을 목격하고 포착한 사람들은 없었다. 고통의 전쟁은 애국주의와 상업주의로 가득 찬 미국과 영국의 기자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Hanley 2003).
Hanley(2003)의 표현처럼 미디어에 비춰진 이라크 전쟁은 두 개였다. 하나는 미국 미디어에 보도된, 잔인하지 않은 서방의 민주주의를 증진시킬 인간주의적인 전쟁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아랍권의 방송에 나타난 전쟁 즉 공포스럽고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전쟁이었다. 이 둘은 공존하고 있었다.
전쟁이 가져다 준 선물
미국의 미디어 비평가들이 ‘더러움으로 가득 찬 전쟁보도’, ‘객관성과 공평성이 결여된 전쟁보도’, ‘이미지만 존재하고 심층취재는 부족하였던 보도’라고 악평을 퍼부었던 미국의 이라크 침공 관련 보도는,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그 청중들에게 전쟁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전달해주고 있었다.
이라크 침공 당시의 전쟁보도가 현란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사람들에게 생생함을 전달해 주었을 지는 몰라도, 전쟁의 장기적인 결과에 대한 심도 깊은 시각은 제공해주지 못하였다. 그 원인에 대해 Martin은 ‘각 언론사들이 명목상으로는 이와 같은 보도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와 같은 심층 보도가 언론사들이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Martin 2003).
그렇다면 상업적 미디어가 전쟁을 통해 얻은 경제적 이해득실은 무엇인가? 대차대조표상 이들 미디어들은 이라크 침공으로 인하여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 Variety지 4월 둘째 주 기사에 의하면, CNN, MSNBC, Fox News등 전쟁 보도를 주도하였던 방송사들은 전쟁 첫 주 동안 100만 달러 정도의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종군기자들의 동시다발적 보도는 기자, 앵커, 심지어는 장군들까지 스타로 키웠다. 뿐만 아니라, 전쟁 보도가 있었던 3주 동안의 케이블 방송국의 시청률은 급격하게 증대하여, 즉각적인 돈으로 환산되지 않은 브랜드 가치는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바그다드 초기 공습이 시작되었을 때, CNN의 한 종군기자가 뉴욕의 앵커에게 했던 말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건인 전쟁이 미디어에 가져다 준 선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 미디어들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아주 매력적인 사건”이 있습니다. 제가 머무르고 있는 소대의 군인들이 ‘후세인에 대한 처형’에 대해서 다른 어떠한 미디어가 아니라 CNN에서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The year in TV, America, pg 18>
이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미디어에 있어서 전쟁이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것-CNN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창구로, CNN이 그들의 상품성을 홍보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마무리되어갈 즈음, 이라크 지역에서 벌어진 갈등은 해결되지도 않았고, 이라크 군의 저항이 끝나지도 않았으며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이 철수하지도 않았지만, 이들 미디어들은 더 이상 사막의 풍경에 집중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들 미디어가 스포츠 중계와 드라마 방송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점은 이들에게 전쟁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쟁 속에 사라진 가치와 비극
이라크 침공을 전후한 오보의 속출, 보도 관점의 문제와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의 실종은 국내외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의 가장 중요한 근거였던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침공이 발생하기 직전 부시가 관련 자료로 지적하였던 IAEA 보고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쟁 직전 미국의 언론사와 기자들은 부시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근거자료로 활용했던 IAEA보고서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내 굴지의 언론사 기자들 중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외신부의 전반적인 축소에 따라 정부에 대한 적절한 비판을 할 수 없는 조건, 그리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매국적인 행동으로 간주토록 만들었던 당시의 분위기 속에서 언론사들은 사회의 공론을 형성하는 데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한다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정신은 사라졌으며 고통 받는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로지 돈벌이와 자국의 이익에 눈먼 정부와 상업적 미디어의 합작품인 더러운 이미지와 글들이 오늘도 전쟁을 하나의 구경거리로 만들어간다. 또한 국가의 정보통제와 전지구적인 전쟁담론을 정당화하고 있다. PSSP
<참고문헌>
Gilboa, E.(2002), Global Communication and Foreign Policy, Journal of Communication Vol. 52, Issue 4, Sage Publication
Rubin, P.(2003), CNN Effect:The myth of news, foreign policy and intervention, Routledge, London and New York.
Magder, T.(2003), Watching what we say: Global communication in a time of fear, Tussu, D. K & Freedman,D. eds, War and Media, Sage Publication 2003.
Martin, J. The year in TV, America, New York: June 9-June16 vol 188 iss 19 pg 18
Hanley, D.C.(2003), Two Wars in Iraq: One for U.S. audience, the other for the arabic speaking world. The Washington Report of Middle East Affairs, Washington: May, 2003. Vol.22, Iss.4;pg 6
Smith,T(2003), Hard Lesson, Columbia Journalism Review, New York: May/Jun 2003. vol 42, Iss 1; pg 26.
-미국의 대통령 조지 부시 -
칠흑 같은 새벽, 바그다드를 강타한 미사일이 섬광처럼 퍼져나가는 모습, 이곳저곳에서 부상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군사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잔상들을 기억하고 있다. 전선에 있지 않았지만, 텔레비젼 영상을 통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우리는 전쟁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간다. 우리는 바로 그들 미디어 산업을 통해 전쟁을 알아가고 경험한다.
미디어와 전쟁, 그 은밀한 동거
미디어를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전달하는 도구라고 정의한다면, 전쟁에는 그것을 알리고 이를 해석하는 미디어가 언제나 존재해왔다. 스파르타와의 전쟁결과를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뛰었던 그리스 병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근대적인 대중매체의 시작이었던 전신 역시 전쟁과 같은 거대 사건의 속보전달과 긴밀하게 관련이 있다. 라디오, 텔레비젼, 그리고 인터넷 등의 새로운 매체의 탄생은 언제나 군사적인 목적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었고, 이를 위한 자본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끊임없이 제공되었다. 전쟁 때마다 당사국들은 다른 나라를 경계하기 위해 다양한 선전을 활용하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흑인병사들과 백인병사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실시하였던 독일의 선전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며, 냉전시기 미국은 선전을 위해 각종 위성채널들을 활용하기도 하였다.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전파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가 정부의 전쟁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정치인들의 많은 수가 미국이 베트남 전에서 패배한 원인 중의 하나를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로 보고 있으니, 미디어 그 자체가 전쟁에 대한 여론과 국제적 분쟁에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역사를 생각해 보면, 지금 미디어와 전쟁에 대해 유난스럽게 말하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CNN 효과(?)-정보통신기술과 국제 분쟁의 변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쟁과 미디어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기술의 발달은 기존의 시공간 개념을 바꾸었으며, 세계 각지의 소식들은 동시에 전달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이제까지 수행되던 전쟁의 양상과 전쟁을 경험하는 방식을 동시에 바꾸었다. 새로운 기술 발달을 통해 지능화되고 군사화 된 공간 체계가 등장하면서 세계의 분쟁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지배가 가능해졌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은 전쟁의 양상을 바꾸어 놓았고, 전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미디어의 위력은 더욱더 크게 느껴졌다. 전쟁을 비롯한 국제 분쟁이 일어났을 때 미디어의 역할과 그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91년 걸프전이다. CNN이 위성통신을 이용하여 전달한 전쟁 이미지는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CNN은 보통 사람들의 전쟁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CNN 효과(CNN effect), 즉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의 텔레비젼의 보도는 정책결정론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전세계의 국가 지도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국제분쟁에 대한 전세계의 여론과 분위기를 읽어가고 정책 결정을 고려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제 분쟁 시 각 국의 정상들은 CNN 등의 글로벌 미디어, 정확히 말하면 텔레비전을 통해 분쟁 당사국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외교행위를 펼친다. 걸프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90-91년, 사담후세인이 평화안을 제기함으로써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에 도전한 것도 CNN을 통해서였다. Baker가 후세인에게 최후통첩을 한 것도 미국 대사가 이라크를 방문해서가 아니라, CNN을 통해서였다. Fitzwater 전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듯이 국제분쟁의 과정에서 그들의 의도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방법은 이제 미디어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속보들 속에서 외무부 관리들은 미디어에 끊임없이 반응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세계의 눈들은 끊임없이 기다린다. 오래 생각할 시간이 정책관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으며, 미디어 보도에 기반을 둔 직관적인 정책 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점차 커진다. 빠른 속도로 제공되는 미디어 이미지에 의해, 정치가들은 사건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점차 잃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Gilboa 2002).
하지만 Rubin(2002)이 지적하듯이, 이와 같은 미디어의 역할은 언제나 동일한 것은 아니다. 사건에 대한 정부 전략의 확실성의 정도와 리더쉽의 범위 그리고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9․11 이후 이라크 침공까지 애국주의로 일관하였던 미국 미디어의 태도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여론을 관리하라-9․11이후의 미 국방부의 정부보도 관리
결론부터 말하면, 아랍권에 대한 대 테러전쟁의 분위기가 확실하였던 9․11 이후, 국제 분쟁에 대한 관리는 미디어의 몫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부 관리들이 이를 주도하고 미디어가 동조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2001년 세계무역센터 폭격 이후 국제분쟁을 다루는데 있어서 미국무성으로 대변되는 미국 정부의 언론통제와 전략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을 강타한 애국의의 물결 속에서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정부와 국가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9․11 이후 정부 또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이 모든 행위는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되고 미디어가 동행하였던 극단적인 애국주의의 물결 속에서 용인되었다(Magder 2003). 국제정책에 대한 미디어 보도를 통제하는 양상은, 단순하게 정보제공을 줄이고, 정보원을 제한․관리함으로써 사건에 대한 인식을 조절하는 차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지난 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 국방부의 대 언론정책은, 외교 분쟁이 일어날 때 정부의 정보관리와 선전 전략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공습 작전명이었던 ‘shock and awe'는 국방부가 제공한 말로, 저널리즘의 구미에 잘 어울려서 신문기자라면 누구나 알아서 채택할 용어였다. 전쟁 이전 부시의 최종기자회견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 시큰둥 하자, 국방부 관리들은 미디어가 알아서 쉽게 써먹을 만한 용어들을 작성해서 제공하였다(Martin 2003). 이것은 이라크 침공당시 미 정부가 국내외에 대한 선전을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2003년 미 국방부는 전쟁관련 보도에 있어서 베트남 전쟁이후 금기시하였던 언론정책을 구사하였다. 즉, 각 언론사의 기자들이 이라크에 파견할 군대를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던 것이다. 지난 이라크 침공 당시 약 3주 동안 700여명의 기자들이 각 소대별로 흩어져서 전쟁에 대해 밀착취재를 할 수 있었다(Smith 2003). 전쟁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와는 달리 종군기자 베테랑들은 과연 기자들이 얼마만큼의 자율성을 가지고 기사를 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Nation지의 기자 Hodge가 기술하였듯이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기자들은 음식과 잠자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군인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적대적인 분위기로 인해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기자들은 그들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군대와 함께 이동하였던 종군기자들이 전쟁의 일부분만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들이 같이 생활하는 군대의 이익에 반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행위를 이적행위로 인식하는 자기검열의 과정이 기자들에게 지속되었으니 미 정부의 대담한 정보 관리 정책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Hanley가 지적하듯이 미국 국무성이 제안한 게임에 미국 언론들은 일정정도 놀아나고 있는 것이었다.
더 빠르게, 더 강렬하게-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당시의 종군기자 시스템이 성공을 거둔 것은 미 국방부의 대외 홍보 정책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업주의적인 글로벌 미디어의 성격이, 전세계적으로 지지 받지 못한 전쟁에서 여론을 돌리고자 하였던 국방부의 의도와 훌륭하게 맞아떨어진 것도 한 몫을 하였다.
외교정책에서 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각 신문사와 방송사의 외신보도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었으며, 각 언론사들은 해외지국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그 이유는 바로 비용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외신기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의 문제였다. 기술 발달로 외국 뉴스를 생산하는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뉴스에 비해 비용은 많이 들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그다지 끌어당기지 못하였다. 수익을 가장 커다란 가치로 두고 있는 미국 내 각 언론사들이 정규직 외신기자나 사무실을 해외에 두는 것은 수지가 맞지를 않았다. 대신 방송사와 주요 일간지들은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현장으로 기자나 뉴스 앵커를 보내 거의 동시에 보도하는 방식(just-in-time approach)으로 외신보도를 생산했다.
이와 같은 뉴스 생산조건 속에서 삶과 문화를 알지 못하는 기자들은 그냥 사건 현장에 떨어진다. 하지만, 그 지역의 문화적․정치적․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상황에서 기자의 역할은,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그 자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Magder 2003
). CNN을 비롯한 미국의 방송사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리고 전쟁 직전 전쟁의 근거가 되었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IAEA 보고서의 존재여부를 알지 못했던 것도, 경제원리에 따라서 외신뉴스를 생산하는 관행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두 개의 전쟁, 스펙터클과 처절함 사이
전쟁시기 미 정부의 정보관리와 상업미디어의 보도는 깔끔하고 별로 잔인하지 않은 전쟁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외신보도는 기자들이 소속된 맥락 속에서 생산되고 소비된다. 종군기자들은 시청자들이 이 메시지를 소비하는 상황- 즉 전쟁 발발 전날과 마찬가지로 식사하고 운동하고 일하는 - 을 고려하면서 상을 만들어내었다.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의 뉴스들은 대부분 전쟁을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였다. 전쟁의 잔혹함을 나타내는 선혈도, 병사들을 괴롭혔던 사막의 모래바람도 등장하지 않았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보다 더 위협적인 미국의 최첨단 무기는, 너무나도 정밀해서 민간인에게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것으로 그려졌다. 이라크 사람들은 자신들을 해방시키려고 목숨을 걸고 파병된 미군 병사들을 환영하고 그들이 주는 원조물품을 무척 반가워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보도를 자신의 일상 속에서 접한 미국의 텔레비젼 시청자들은, 미군의 바그다드 진격이 있던 날 대략 2000-3000여명의 이라크 군사들이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3주 동안의 이라크 침공이 비교적 깨끗한 전쟁이었다고 생각한다(Martin 2003). 결국 미국 국민들은 일상속에서 자신의 텔레비젼 화면에서 탱크와 미사일 그리고 군인들과 기자들이 등장하는 한편의 스펙터클을 감상했던 것이다.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라크 사람들이 주연이 된 전쟁이 펼쳐졌다. 미국과 영국의 거대한 무기와 미․영연합군에 끊임없이 저항하면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이라크인들, 폭격 당한 건물, 연기, 그리고 혼란, 폭력으로 부상당한 사람들, 절규하는 이라크 여성들과 아이들, 포로로 잡혀 공포에 떨고 있는 이라크인들.... 공포 속에 사로잡힌 전쟁의 군상들이 아랍권의 방송과 유럽의 신문 속에 등장한다. 하지만, 미․영 기자들 중에서 이와 같은 고통을 목격하고 포착한 사람들은 없었다. 고통의 전쟁은 애국주의와 상업주의로 가득 찬 미국과 영국의 기자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Hanley 2003).
Hanley(2003)의 표현처럼 미디어에 비춰진 이라크 전쟁은 두 개였다. 하나는 미국 미디어에 보도된, 잔인하지 않은 서방의 민주주의를 증진시킬 인간주의적인 전쟁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아랍권의 방송에 나타난 전쟁 즉 공포스럽고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전쟁이었다. 이 둘은 공존하고 있었다.
전쟁이 가져다 준 선물
미국의 미디어 비평가들이 ‘더러움으로 가득 찬 전쟁보도’, ‘객관성과 공평성이 결여된 전쟁보도’, ‘이미지만 존재하고 심층취재는 부족하였던 보도’라고 악평을 퍼부었던 미국의 이라크 침공 관련 보도는,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그 청중들에게 전쟁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전달해주고 있었다.
이라크 침공 당시의 전쟁보도가 현란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사람들에게 생생함을 전달해 주었을 지는 몰라도, 전쟁의 장기적인 결과에 대한 심도 깊은 시각은 제공해주지 못하였다. 그 원인에 대해 Martin은 ‘각 언론사들이 명목상으로는 이와 같은 보도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와 같은 심층 보도가 언론사들이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Martin 2003).
그렇다면 상업적 미디어가 전쟁을 통해 얻은 경제적 이해득실은 무엇인가? 대차대조표상 이들 미디어들은 이라크 침공으로 인하여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 Variety지 4월 둘째 주 기사에 의하면, CNN, MSNBC, Fox News등 전쟁 보도를 주도하였던 방송사들은 전쟁 첫 주 동안 100만 달러 정도의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종군기자들의 동시다발적 보도는 기자, 앵커, 심지어는 장군들까지 스타로 키웠다. 뿐만 아니라, 전쟁 보도가 있었던 3주 동안의 케이블 방송국의 시청률은 급격하게 증대하여, 즉각적인 돈으로 환산되지 않은 브랜드 가치는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바그다드 초기 공습이 시작되었을 때, CNN의 한 종군기자가 뉴욕의 앵커에게 했던 말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건인 전쟁이 미디어에 가져다 준 선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 미디어들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아주 매력적인 사건”이 있습니다. 제가 머무르고 있는 소대의 군인들이 ‘후세인에 대한 처형’에 대해서 다른 어떠한 미디어가 아니라 CNN에서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The year in TV, America, pg 18>
이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미디어에 있어서 전쟁이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것-CNN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창구로, CNN이 그들의 상품성을 홍보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마무리되어갈 즈음, 이라크 지역에서 벌어진 갈등은 해결되지도 않았고, 이라크 군의 저항이 끝나지도 않았으며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이 철수하지도 않았지만, 이들 미디어들은 더 이상 사막의 풍경에 집중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들 미디어가 스포츠 중계와 드라마 방송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점은 이들에게 전쟁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쟁 속에 사라진 가치와 비극
이라크 침공을 전후한 오보의 속출, 보도 관점의 문제와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의 실종은 국내외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의 가장 중요한 근거였던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침공이 발생하기 직전 부시가 관련 자료로 지적하였던 IAEA 보고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쟁 직전 미국의 언론사와 기자들은 부시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근거자료로 활용했던 IAEA보고서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내 굴지의 언론사 기자들 중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외신부의 전반적인 축소에 따라 정부에 대한 적절한 비판을 할 수 없는 조건, 그리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매국적인 행동으로 간주토록 만들었던 당시의 분위기 속에서 언론사들은 사회의 공론을 형성하는 데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한다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정신은 사라졌으며 고통 받는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로지 돈벌이와 자국의 이익에 눈먼 정부와 상업적 미디어의 합작품인 더러운 이미지와 글들이 오늘도 전쟁을 하나의 구경거리로 만들어간다. 또한 국가의 정보통제와 전지구적인 전쟁담론을 정당화하고 있다. PSSP
<참고문헌>
Gilboa, E.(2002), Global Communication and Foreign Policy, Journal of Communication Vol. 52, Issue 4, Sage Publication
Rubin, P.(2003), CNN Effect:The myth of news, foreign policy and intervention, Routledge, London and New York.
Magder, T.(2003), Watching what we say: Global communication in a time of fear, Tussu, D. K & Freedman,D. eds, War and Media, Sage Publication 2003.
Martin, J. The year in TV, America, New York: June 9-June16 vol 188 iss 19 pg 18
Hanley, D.C.(2003), Two Wars in Iraq: One for U.S. audience, the other for the arabic speaking world. The Washington Report of Middle East Affairs, Washington: May, 2003. Vol.22, Iss.4;pg 6
Smith,T(2003), Hard Lesson, Columbia Journalism Review, New York: May/Jun 2003. vol 42, Iss 1; pg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