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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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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화를 통한 사회화와 대우해결의 노동자적 관점

이현대 | 사무국장
<b>공기업화를 통한 사회화</b>

정부와 채권단의 매각방침 속에 GM, 포드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대우차 인수를 위해 달려들고, 내수시장에서 입지를 지키기 위해 현대자동차가 '해외매각 반대'를 외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정작 고용과 생존권을 위협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대우협력업체 82.7%가 어음할인 곤란, 부도위기에 처해 있고 대우계열사와 협력업체를 포함하여 16만 여명의 노동자들이 생존권 파괴에 직면해 있지만 정부와 채권단에게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은 고려의 대상이나 기준이 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노동자는 자본의 목적을 위해 죽이고 버려야 하는 사석(死石)일 뿐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금속연맹 '자동차산업 정상화 및 해외매각 반대와 자동차산업 노동자 생존권 사수 공동대책위원회', '대우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 등이 '해외매각반대·공기업화'를 공식적인 투쟁방향으로 표명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운동진영 내부에는 신자유주의적 워크아웃과 단절하지 못하거나 노동자들의 투쟁의 발목을 잡는 입장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우기업 바로 세우기', '우리사주 또는 차입종업원지주제를 통한 노동자기업인수' 등의 주장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공기업화를 통한 사회화 투쟁'이 노동자들의 올바른 입장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b>'대우기업 바로 세우기'라는 주장에 대해</b>

이 주장은 99년 7월 대우그룹 내의 일부 현장조직의 명의로 제안되었다. 제안서에서 이들은 김우중 퇴진, 재산환수, 총수체제 해체, 나아가 현재의 그룹체제를 독립적인 개별기업들의 네트워크 정도로 개편하여 책임경영원칙을 확립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양심적인 경영자층과 노동자가 공동으로 '기업 바로세우기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을 바로세우는 작업을 추진하고, 이 기구가 정부와 협의하여 재벌을 올바르게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크게 쟁점화되지 못했고 현재 제기되고 있지는 않지만, '신자유주의적 재벌구조조정'과 단절하지 못하고 노사협조주의를 유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들이 말하는 '독립적인 개별기업들의 네트워크'와 '책임경영원칙'은 상호출자와 상호지급보증의 제한과 규제를 통해 재벌의 경영형태를 합리화하고, 오너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재벌들이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한 합리화 과정일 뿐이고, 지주회사를 통해 재벌지배체제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재벌해체의 핵심적인 문제는 재벌에 대한 '사회적 소유와 사회적 (노동자)통제'의 문제이다. 또한 '노동자 경영통제'는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가능한 것이지, '기업 바로세우기 공동위원회'라는 기구구성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 주장은 노사정위원회의 예처럼 노동자들에게 노사협조주의를 유포하여 투쟁의 발목을 잡고, 정부의 노동자 통제기구로 전락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b>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막는 우리사주제</b>

또한,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대안과 관련하여 극히 특이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계열회사가 상호보유하고 있는 출자주식을 구매하여 우리사주조합이 관리하게 하고, 차입종업원지주제(ESOPs)를 결합하여 기업의 소유구조를 노동자 경영참가와 전문경영인체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들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채탕감, 감자 등을 통한 부채 줄이기는 단기적인 방안일 뿐이며, 오히려 은행과 증시를 다시 불안하게 하고 고용불안과 노사갈등을 필연적으로 가져온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부실채권을 정상채권으로 전환하는 것은 부실화의 경향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을 회생시키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결국 종업원지주제를 통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우선 노동자들의 임금삭감과 그에 상응하는 자사주 제공, 정부의 신용과 세제혜택, 재정지원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면 주식소유를 통한 노동자의 기업통제라는 이 주장은 이론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도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대우사태의 주범인 재벌에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삭감, 근로조건의 양보를 노골적으로 강요한다는 점이다. 재벌과 최고경영진, 채권단에 대한 재산환수는 뒷전에 있고 그 대신 노동자에게 임금삭감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은행에 대출까지 받아가며 파산상태의 회사 주식을 배당받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97년 기아노동자들이 적금을 깨고 임금까지 반납해 가며 회사 살리기를 했던 결과가, 현대라는 재벌기업의 이윤만 늘려주었던 현실이 웅변하듯이 이러한 주장은 노동자에게 기업파산의 책임을 지우는 반노동자적인 입장이다.

둘째, '우리사주'를 통해 지배구조를 분산시켜 놓더라도 결국에는 또다른 독점재벌의 수중으로 주식이 집중되기 때문에, 재벌지배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우리사주'는 '회사의 지배'보다는 매매차익에 더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어, 이들 주식들이 대자본에게 집중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80년대 후반 한전과 포철의 국민주 보급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영국의 공기업 민영화과정 역시 이를 반증하고 있다. 영국은 국민주 방식을 선택, 개인주주와 종업원주주에 대하여 여러가지 우대조치들을 시행하여 1993년에는 주식보유자의 수가 성인의 22%인 1000만명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많은 주식소유주들이 민영화된 기업 발행주식을 구입했다가 금융기관에 되팔아, 정작 그 과정에서 최대의 수익을 올린 집단은 금융자본과 대자본이었다.

셋째, 이 주장은 주식의 지분을 경영참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움으로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식 소유의 확대를 통해 경영을 장악할 수 있다는 왜곡된 관념을 유포시키고 있다. 우리사주를 통한 대우의 경영참가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개별주식소유자'로 만들기 때문에 노동자의 단결은 물론 권리마저 포기하는 방안이다.

넷째, 무엇보다도 우리사주제도는 현재 기업별 노조체계 속에서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저해하는 경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사주제는 노동자를 기업의 생사와 함께 하는 것으로 여기게 하고, 자신의 고용과 기업만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에 빠지게 한다. 이런 기업이기주의는 노동자들이 기업을 넘어선 노동자 민중의 연대를 외면하게 하고 수많은 하청기업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해체시킨다.


<b>'공기업화를 통한 사회화'투쟁만이 노동자적 대안이다</b>

운동진영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대우기업 바로 세우기', '우리사주와 차입 종업원지주제를 통한 노동자기업인수'라는 주장은 결코 노동자적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운동진영의 의견이 '해외매각반대·공기업화'로 집약되고 있는 것은 한발 전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화 방안이, 단순히 우리사주 몇%, 채권단 몇%, 정부지분 몇% 식의 소유지분의 구획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공기업화'는, 20조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해외)매각을 하는 것보다 공기업이라는 형태로 사회적 환수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대우사태를 시장 논리대로 처리한다면 채권자들의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산업질서에 엄청난 파괴효과를 일으키면서 연쇄 파산과 금융·산업공황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우그룹과 협력업체에 고용된 수십만명의 노동자가 실업상태로 내몰리고, 이것은 다시 경제에 엄청난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진단은 대우문제의 해법방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대우 부실화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사회적으로 개입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이유가 '채권과 채무'의 문제로 국한될 수 없다.
초점은 극단적인 이윤추구의 공간인 시장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파괴' 현상을 어떻게 조절하고 제한할 것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자금은 산업의 소유구조를 사회적으로 개편하고, 시장질서를 규제·제한할 수 있는 성격을 가져야 한다. 또한 공기업화는 부실한 사기업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있다는 관점이 아니라, 사적 자본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되는 '경제의 사회적 의미와 효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공기업화는 시장에 대한 사회적 개입과 제한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또한, 공기업화를 통한 시장통제와 공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를 통해서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계획을 가질 수 있다. (해외)매각, 책임경영 또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대우가 민영화의 길을 걷게 된다면, 노동자들은 폭력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피해나갈 수 없다. 대우사태의 본질이 부실경영 뿐만 아니라 과잉생산에 따른 과잉경쟁이 문제라면, 대우의 시장주의적 해결은 대책없는 정리해고와 노동자 권리의 해체로 귀결될 뿐이다.


<b>대우해결, 전국적이고 정치적인 쟁점으로 부각시키자</b>

지난해 대우노동조합은 대중적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워크아웃 동의서까지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노동조합의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동의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하였다. 또한 '자신들의' 구조조정을 위해 노동조합을 철저히 배제한 채, 협상을 마무리하고 발빠르게 대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우노동조합은 반노동자적 작태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와 채권단에 맞서, 파업결의로 다시 투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인천시민대책위 역시, 공기업화를 기치로 활발한 지역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의 '자동차산업 정상화 및 해외매각 반대와 자동차산업 노동자 생존권 사수 공대위' 역시 3말 4초의 총파업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사태 해결에 대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신문지상에는 정부와 채권단의 협상과정만 보여주고 있을 뿐, 대우문제는 노동진영의 '전국적인 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 문제가 인천이라는 지역문제로 국한되거나 채권회수 문제만 부각되는 상황에서 대우사태의 노동자적 해결은 아직도 요원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우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진영의 전국적인 투쟁전선형성은 시급한 문제이다. 노동진영은 지난해 보여주었던 공청회나 정당 방문 등 상층위주의의 투쟁에서 벗어나, 조합원 대중을 투쟁의 대열로 조직하고 대우워크아웃의 해결 주체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다가오는 총선에서 기만적 개혁정국을 깨고 공기업화를 통한 사회화 투쟁을 '정치적 쟁점'으로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대우사태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우 공기업화 투쟁을 2000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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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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