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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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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공기업화의 의미와 역할

정종권 | 정책기획국장
<b>대우차 해외매각은 초국적 자본의 길이다</b>

대우차의 문제는 중복·과잉투자와 부실 경영, 부채위주의 생산구조에 기인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과잉설비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 삼성차 사태도 이 점에서는 동일하다. 즉 공기업화된 대우이든 GM이나 포드의 자회사가 된 대우이든 과잉생산에 대한 대응방향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부실화와 고용불안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결국 생산의 사회적 조절과 규제다.
구조적인 과잉설비 상태와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세계적 환경에서, 거대자동차기업은 생산방식의 합리화(일상적 구조조정)와 인수합병 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한 몸집불리기를 생존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다. 정부의 해외매각론자나 GM, 포드의 경우가 이러한 방향과 목표에서 대우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내수시장을 잠식하여 국내 자동차산업을 와해시키고, 대우차를 거대자동차기업의 단순조립과 하청기지로 전락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과잉설비 해소와, 수출 및 생산감축, 인원감축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으며, 자동차산업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권한을 구조적으로 축소·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길은 사회적 파괴효과를 극단화시키는 길 일뿐이다.


<b>자동차 산업에서 공기업의 역할</b>

이 때문에 노동조합(운동)에서는 '공기업화' 주장이 대우차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집약되어 제기되고 있다. 공기업화 방안은, 산업적 연계효과가 큰 부실기업에 대해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정상화시키고 소유구조를 공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업의 소유형태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서 공기업의 역할과 의미는 차이가 난다. 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전력산업이나 철도산업과 같은 공공분야 독점산업의 공기업이냐, 한국중공업과 같은 부분적 경쟁관계가 존재하는 시장의 공기업이냐, 아니면 자동차산업과 같은 소비재 산업이면서 산업연계효과가 큰 산업의 공기업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의 '공'적인 성격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공급되는 서비스(상품)의 공익적 성격을 의미하며, 다른 하나는 국민경제에서의 비중과 산업적 연계효과가 큰 기간(infra-structure)산업이라는 성격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공공분야의 공기업일 경우는 독점적 지위를 지향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무제한적인 경쟁을 제한하고 규제하는 '시장 조절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공기업이라는 것은 기업의 소유구조와 생산체계만이 아니라, 공기업이 존재하는 산업분야에서 어떤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자동차산업은 생산품이 공익적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기계산업의 꽃'이라는 표현이 의미하듯이, 전체 국민경제에서 미치는 산업연관의 효과, 직간접적인 고용의 규모, 산업기술력의 핵심지표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기업화'의 요구는 정부에 대한 '정책적 요구사항'으로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공기업화 주장이 관료적이고 친자본적 경제도구인 현존 공기업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기업은 경제에 대한 사회적 조절, 규제기구이지만 동시에 '현재의 국가권력 성격과 계급관계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공기업화는 그것을 둘러싼 조건과 상황, 역관계와 무관한 것일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공기업화 주장은 특정한 경제, 기업모델에 대한 정책제안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성격과 정책방향을 비판하고 전환하려는 투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b>공기업화된 대우차가 자동차 시장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b>

대우차의 공기업화는 부실기업의 소유구조를 사유가 아닌 공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띠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과잉생산/과잉설비 상태에 처해 있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우차 공기업화는 기업의 소유구조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동차산업에 대한 사회적 조절과 규제로 나아가는 길이며, 대우차의 생산·판매과정을 통해 형성된 자동차산업의 인프라를 유지하고, 1·2차 부품업체와 같은 연관산업을 보호 육성하고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공기업화가 특정기업에 대한 보호장치가 아니라, 자동차산업에 대한 적극적이고 사회적인 산업정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자동차산업의 핵심기술과 환경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사회적인 투자 부담(한 기업의 부담이 아닌)이 필수적이다.
둘째는 국내 자동차기업들간의 무한경쟁을 제한하고 기술개발과 생산규모의 조절을 위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며, 셋째는 노동자들의 생산과정에 대한 통제를 강화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자동차산업의 구조가 내수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기준에 의해 내수시장의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경쟁을 제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소형차 시장에 대해서는 핵심기술의 개발과 자립화, 부품업체와 각종 관련 산업과의 연관효과 그리고 기타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여 경쟁을 제한하고 공기업의 준(準)독점을 허용해야 한다. 중소형차 시장을 일정하게 제한하여 규제하고, 이를 담당하는 주체가 중소형차 전문 공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우차는 공기업이면서 중소형차 전문기업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은 대우차의 처리문제만이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전반적인 재편문제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대우차 문제를 하나의 단위 기업 문제로만 접근할 때 그 해결방식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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