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축적 둔화, 제조업 침체, 금융위기 위험
2020년 세계 경제 전망
세계경제가 2007~2009년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2017년 이후 상승세를 탔던 세계경제 성장률이 2019년 들어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부진했던 세계 제조업은 완연한 침체로 돌아섰다.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생산 증가 속도는 크게 감소했으며, 일본과 독일은 생산량 자체가 감소했다. 경제의 중추를 차지하는 제조업 부진은 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제조업이 고전하고 있는 현 상황은 침체가 조만간 금융, 서비스 등 경제 전체로 전파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의 경제위기 가능성이다. 미국은 금융시장과 기축통화인 달러를 통해 세계 모든 국가의 경제에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경제 이윤율은 2000년대 이후로 장기적 추세로 하락하고 있다. 산업혁명과 미국 헤게모니의 영향으로 20세기 초부터 상승하던 이윤율은 1960년대 말부터 하락하다, 1990년대 금융세계화의 영향으로 소폭 반등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금융세계화의 효과도 사라지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7~2009년 금융위기는 이윤율을 반등시키려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모델의 몰락을 보여줬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는 최종적으로 이윤율과 자본축적이 동시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미국 메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의 코츠(David M. Kotz)와 바수(Deepankar Basu)에 의하면 2007년 이후 평균 자본축적률이 실제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자본축적률은 한 해 순투자액을 연초 고정자산량으로 나눈 수치다. 이들은 자본축적률을 1948~1973년, 1974~1979년, 1980~2007년, 2008~2014년의 네 시기로 나누어 분석했다. 미국경제분석국 고정자산 통계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각각의 시기의 평균 자본축적률은 3.71%, 3.74%, 2.83%, 1.45%다. 1980년 이후로 자본축적률이 크게 감소했으나, 2007년 이전까지는 일정수준 유지된다. 이는 특히 1990년대 큰 폭의 자본축적률 증가에 기인한 것인데, 이윤율 하락을 이윤량 증대로 대응하는 금융세계화의 효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는 이마저도 줄어들어 자본축적률이 크게 감소했다.
코츠는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통해 2008년 이후 자본축적률과 이윤율의 단기적 추세도 분석한다. 2009년 이후 경제회복 과정에서 자본축적률이 어느 정도 상승한다. 그러나 2014년을 기점으로 자본축적률은 다시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고 이윤율도 하락하기 시작한다. 2017년부터 미미하게 반등하지만, 감세 정책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즉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미국의 수량완화 정책과 대규모 감세 정책,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은 착시효과일 뿐이다.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향후 경제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미국의 주식시장 호황은 장밋빛 미래를 암시하는 듯하지만, 미국 국채 이자율은 명확히 불황을 가리키고 있다. 2009년 1월부터 시작된 경제확장은 2019년 10월까지 이어지며 123개월 연속으로 역사상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반면 2015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미국 기업들의 세전 이윤폭(이윤/매출액) 감소도 4년 넘게 계속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포퓰리즘 확대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 등이 더해지면서 세계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다.
생산성 저하와 불확실성 증대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키운다. 미국의 수량완화 정책과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양국의 기업부채가 2019년 기준으로 역사상 최고수준에 도달해 있다. 수량완화 정책은 자산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면서 자산 가격거품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각국 정부는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부분도 있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 부분도 있다. 그 결과 2007~2009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비슷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이라는 파생금융상품이 거대하게 팽창했다. 규모만 비교했을 때, 2018년 CLO는 2007년 CDO보다도 규모가 더 크다.
그렇다면 경기침체 또는 경제위기는 언제 발생할 것이며, 어떤 형태로 발생할 것인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향후 몇 년 안에 발생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버트 고든의 2019년 초 전망에 의하면 큰 폭의 생산성 향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2021년에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며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1. 미국: 기술혁신의 허상과 다시 등장한 파생금융상품의 위험
현재 미국경제는 침체로 접어들고 있는 세계경제를 유일하게 지지해주고 있는 버팀목이다. 따라서 2020년 세계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관찰해야 할 국가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 역시 제조업 생산은 하강 중이다. 미국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뒤에서 살펴볼 자본 유입과 서비스업 부문 고용이다. 미국경제가 앞으로도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이 부분이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이는 자본이 대거 유입된 첨단기술 분야 기업들이 진정한 기술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미국경제 상승세의 또 다른 축인 민간 소비와 관련해서는 미중 무역갈등의 향방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19년 12월에 부과될 보호관세다. 2019년 9월 이전까지 소비재에 대한 관세는 많지 않았지만, 2019년 9월과 12월에 부과되는 관세는 대부분 소비재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12월에 부과될 관세는 대부분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집중되어 있다. 12월 관세가 부과되면 컴퓨터와 전자기기의 50~60%가 새롭게 보호관세를 적용받게 되며, 이전까지 부과했던 관세와 합하면 95% 이상의 컴퓨터와 전자기기가 보호관세를 적용받는다. 컴퓨터와 전자기기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 중 36.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아직은 미국 내 중국산 소비재의 가격이 대부분 관세 부과 이전 수준이다. 관세 부과 전에 대량 수입한 제품들이 재고로 쌓여있고 기업이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손실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 1월부터다.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11~12월은 미국의 유통업계가 매출의 절반을 거두는 시기다. 이 시기가 끝날 때쯤 가격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중 무역협상이 실패하여 12월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민간 소비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또 12월에 관세가 부과되는 소비재를 생산하는 중국 내 기업의 68%는 외국자본 소유이며, 20%는 중국과 외국자본의 합작투자 기업이다. 외국자본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주로 중국의 노동집약적 산업 부문에 진출했다. 반대로 자본집약적 산업은 대부분 중국 국유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재 관세는 외국자본에 뼈아픈 손실을 안겨주며, 미국 기업의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적인 예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컴퓨터와 전자기기 중 미국 기업이 생산에 관여하는 상품 비중이 38.7%에 달한다.
이 글에서는 2017년부터 시작된 미국 경기 회복이 감세 정책과 주식 붐에 힘입은 단기 현상에 불과하며,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하락했던 경제성장률 추이로 돌아갈 거라는 논지를 제시할 것이다. 금융적 위험요소로는 고위험 기업부채와 CLO라는 파생금융상품을 살펴본다.
1) 미국의 경기 회복, 기술혁신인가 거품인가?
한국은행과 미국 의회예산처의 분석을 참고해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회복되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미국 의회예산처의 2019년 8월 발표에 의하면,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007~2009년 금융위기에는 미달하지만 많이 회복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002~2007년이 2.5%, 2008~2018년이 1.6%이며 2019~2023년 예상치가 2.1%, 2024~2029년 예상치는 1.8%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 역시 수치는 약간 다르지만 추이는 비슷하다.
그런데 잠재성장률 상승 요소를 노동시간, 자본투입, 총요소생산성 세 가지로 나눠보면 자본투입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분석한다. 비농업 부문만 고려했을 때 2008~2018년 중 실질 잠재성장률은 1.8%인데, 이 중 노동시간 기여분이 0.3%, 자본투입 기여분이 0.8%, 총요소생산성 기여분이 0.7%다. 2002~2007년 중 잠재성장률은 2.8%인데, 이 중 노동시간 기여분이 0.2%, 자본투입 기여분이 0.9%, 총요소생산성 기여분이 1.6%다. 기술혁신을 반영하는 총요소생산성 기여분이 크게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년은 1950년 이후로 총요소생산성이 가장 낮은 기간이었다.
2007~2009년 금융위기에 불구하고 자본투입이 경제성장을 견인할 만큼 유지되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수량완화 정책 때문에 연방기금금리가 매우 낮고, 주가 상승으로 인해 기업의 시장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주가 상승 현상을 두고는 여러 상반된 의견이 있다. 최근 정보통신업계의 생산성이 많이 증가하면서 IT 기업의 높은 미래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지만, 거품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거품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때 쓰는 수치 중 ‘토빈의 큐(q)’가 있다. 기업의 자기자본 및 신용부채의 시장가치를 유형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분기별로 발표하는 수치를 이용해 투자분석가 질 미스린스키가 계산한 토빈의 q 수치를 살펴보자. 현재의 q 수치는 2000년에 폭발한 닷컴 버블 시기를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높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1.85인데, 1900년 이후 역사적 평균은 0.77이며 최고치는 1999년의 2.17이다.
IMF가 2019년 10월에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의 결론도 비슷하다. IMF가 직접 기업수익의 3개월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해 세계 각국 주식시장의 적정가격을 계산한 결과 미국과 일본의 주식시장이 과대평가되어 있었다. 반면 독일, 영국, 중국 등은 적정가격 수준이었다.
현재로서는 토빈의 q 수치로 실제로 기술혁신에 진전이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거품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보통신업계의 수익 증가는 회계 장부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수익은 지대를 통해 부가가치를 이전해오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업계의 수입은 대부분 특허와 같은 무형자산이나 네트워크 사용료에 기초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폴리는 이런 식의 수익은 이윤이 아니라 지대라고 비판한다. 정보통신기업들은 지적재산권과 네트워크 독점을 통해 수입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수입은 다른 기업의 소득을 이전받는 것이다. 가치 창출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에 불과한 지대다. 정보통신산업의 수익 증대가 지대라면, 현재의 주가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2) 금융적 위험요소: 미국의 기업부채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최근 세계적으로 기업부채가 크게 증가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미국은 비금융기업 부채(대출과 채권)의 GDP 대비 비율이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약 47%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 닷컴 버블 폭발 직전과 2007~2009년 금융위기 직전의 45%를 넘어선 수치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다. 여기서는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의 조사보고서를 참고하여 미국의 기업부채와 금융위기 가능성을 살펴보자.
기업의 고위험부채는 대출과 채권으로 나뉜다. 대출은 레버리지론, 채권은 하이일드 채권이라 불린다. 대개는 신용등급 BBB 이하 평가를 받는 기업의 부채다. BBB 등급은 투자적격 기업 중 거의 최하위에 속한다. 국가에도 비슷한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BBB 밑으로 떨어져 ‘투자주의’ 등급이 되었다가 2002년이 되어서야 ‘투자적격’ 등급으로 올라왔다.
최근 레버리지론 관련 위험이 매우 증가했다는 분석이 많다. 레버리지론 시장은 최근 1.4조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 중 2000억 달러 규모는 유로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 달러다. 2000년 이후 전체 기업부채 중 BBB 등급의 비율이 유럽은 14%에서 45%로 증가했고, 미국은 29%에서 36%로 증가했다. 레버리지론 이용 기업 중 영업이익 대비 부채 배율이 6 이상인 기업의 비중도 2015년 말 19%에서 2018년 3분기 말 34%로 상승했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 기업부채의 부도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라는 금융상품을 통해 은행 손실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CLO는 2007~2009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부채담보부증권(CDO)와 비슷한 금융상품이다. 최근 신규 레버리지론의 60%가 CLO로 증권화된다. 2018년 CLO 총량은 7500억 달러로, 2007년 당시 CDO의 64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규모다.
CDO와 CLO는 모두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유한 부채증서를 또 다른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채권증서를 현금화했다고 해서 자산유동화증권이라고 보통 부른다. 원리는 이렇다. 먼저 기초자산을 모아서 각각의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소득을 합친다. CLO의 경우는 고위험 기업의 대출, 즉 레버리지론이 기초자산이다. 고위험 기업이 지불하는 이자소득이 CLO 수입의 원천이며, 이자소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증권화한 것이다. CDO는 기초자산이 주로 부동산 대출증서를 증권화한 주택담보부증권(MBS)이다.
그렇다면 CLO는 정말 안전한 걸까? 일반적으로 CLO의 안전성 판단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소득이 충분한가? 둘째, 기초자산의 가치가 이자소득에 비해 충분하게 큰가? 셋째, 기초자산의 안정성은 충분한가?
그런데 이 세 가지 기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세 기준을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파생금융상품의 특성상 위험을 감추고 가격은 높이는 꼼수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CLO의 기초자산인 레버리지론 중 약식대출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약식대출은 차주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재무비율 준수, 일정 이상의 배당 금지 등의 의무가 완화된 대출이다. 2012년에는 20%에 불과하던 레버리지론의 약식대출 비중이 2018년에는 80%까지 증가했다. 약식대출은 의무가 적기 때문에 단기 채무불이행 확률은 감소시키지만 최종 손실의 규모는 증가시킨다. 마치 금융위기 전에 CDO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같은 저신용자 상대의 모기지증권이 증가했던 것처럼 말이다.
미국 연준에 의하면, 미국 CLO의 24.2%를 보험회사가, 17.9%를 뮤추얼펀드가, 17.6%를 은행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일본 주요 은행의 해외 투자 자산의 20%가 CLO이며 세계 CLO 시장에서 일본 주요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다. 결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고위험 기업에 수익성 위기가 닥치면, CLO를 통해 보험회사나 은행에까지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 은행은 레버리지론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CLO가 다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2. 중국: 난관에 봉착한 과잉착취와 과잉투자 전략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IMF의 10월 발표에 의하면 2019년 중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6.1%이며, 비관적인 투자은행 중에서는 6.0% 달성도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많다. 세계적인 제조업 생산 약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중국은 제조업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업 중심 경제다. 경제성장은 과잉착취와 과잉투자가 결합한 구조다. 먼저 소비재 부문 산업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수출 목적 제조업 생산을 해서 외화를 벌어들인다. 가장 수익성이 높은 소비재 부문 기업들은 대부분 사기업인데 중국 금융정책상 사기업은 중국 내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저축한다. 따라서 외화 자산이 중국에 축적되게 되고, 이 외화로 천연자원과 생산재를 수입해 고정자산에 과도한 투자를 진행한다. 과잉투자는 대부분 국유은행이 국유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토대로 이루어졌고, 중국 국유기업의 생산성은 낮으므로 낮은 수익률을 보인다.
1) 소비재 수출산업의 위기와 국유기업의 낮은 생산성
중국 제조업은 수출 중심이라는 통념과는 다르게, 수출이 수입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제조업 생산물 중 절반가량이 중국 내 고정자산 투자에 사용되는 자본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출과 수입의 상품 구성이 매우 다르다. 수출 상품의 40%가량이 소비재인 데 반해, 수입 상품의 소비재 비중은 10%도 채 안 된다. 대신 수입 상품에는 천연자원, 자본재, 중간재 등 고정자산 투자에 필요한 상품이 대거 포함된다.
중국의 성장은 한계가 명확하다. 임금 상승과 국유기업의 낮은 수익률 때문이다. 첫째, 경제가 성장하면서 임금이 상승해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의하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의 시간당 임금은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 국가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 메릴린치의 분석에 의하면 2016년 멕시코의 시간당 임금은 중국의 60% 수준이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분석도 비슷한데, 2016년 중국의 시간당 제조업 임금은 칠레를 제외한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보다 높으며, 포르투갈의 70% 수준까지 올라왔다.
둘째, 국유기업이 이자를 지불하고 새로운 투자를 할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한다. 중국 국유기업의 20%를 관리하는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이하 SASAC)의 자산수익률을 살펴보자. 2007~2009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6~7%의 자산수익률을 기록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계속 떨어져 2015년과 2016년에는 2.4%까지 하락했다. 그런데도 SASAC 하 국유기업들의 자산 규모는 2005년에서 2017년 사이 6조 4500억 달러나 증가했다. 해당 기간 국유기업 세후 이익의 4배나 된다. 자산 구매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은행 부채로 조달한 셈이다.
한편 2019년 하반기에 부과될 예정인 미국의 보호관세는 소비재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19년 12월에 부과될 보호관세다. 2019년 9월 이전까지 소비재에 대한 관세는 많지 않았지만, 2019년 12월에 부과되는 관세는 대부분 소비재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 내 소비재 생산 제조업 부문이 침체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외화 자산 축적 속도가 감소한다. 그러나 이미 중국이 축적한 달러 자산은 미국을 제외하면 압도적인 세계 1위 수준이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다.
둘째, 고용에 문제가 발생한다. 노동집약적 소비재 생산 부문은 지금까지 농촌에서 올라온 저숙련, 저학력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2013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의하면 2013~2017년 동안 감소한 제조업 일자리는 1,250만 개에 이른다. 따라서 현재도 노동집약적 산업에 일하던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현상은 자본집약적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의해 더 심화한다. 제조업 노동자 중 대졸자는 4.2%에 불과하며,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노동자가 57%나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호관세로 인해 미국 내 중국산 소비재 가격이 올라 매출이 감소하면, 남부해안지역 주강 삼각주(광저우, 홍콩, 선전, 마카오를 잇는 삼각지대)에 위치한 수출생산단지에서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뚜렷한 경제성장 둔화 신호 가운데, 현재 중국에는 거대한 파급력이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위험인 3대 ‘회색 코뿔소’가 존재한다. 기업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이다. 이런 위험요인이 격화되어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은 기업부채를 감축하고 금융과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등 구조적 개혁들을 최근 몇 년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 둔화에 미중 무역갈등이라는 외부적 요인까지 겹쳐 현재는 정체된 상황이다. (기업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에 대한 해설과 분석은 계간사회진보연대 2019년 가을호 기사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 자본주의 헤게모니의 미래’를 참고하라.)
3. 유럽에 다가오는 경기침체의 그림자
2020년 유럽 경제 정세의 핵심 이슈는 두 가지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의 침체와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에 가장 큰 혼란을 주고 있는 브렉시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19년 11월에 발표한 향후 경제 전망을 참고해 2020년 유럽 경제를 예측해보자.
2019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1.1%, 2020년과 2021년 전망치는 1.2%였다. 위원회는 EU 경제의 위험요인들을 장기/중기/단기와 수요/공급 측면으로 구분했다. 단기부터 살펴보자. 단기 수요 측 위험요인은 세계경제 둔화다. 미국과 아시아, 신흥국들이 모두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단기 공급 측 위험요인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규제 변화와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자동차산업의 침체다. 중기 수요 측 위험으로는 무역갈등과 브렉시트를 꼽았고, 공급 측 위험은 디젤과 휘발유 차 수요 감소를 꼽았다. 장기 수요 측 위험은 중국의 구조적 침체와 고령화를 꼽았고, 장기 공급 측 위험으로는 제조업 공급사슬의 와해와 총요소생산성의 추세적 하락을 꼽았다.
현재 EU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제조업의 완연한 침체다. 2017년 말 5%로 고점에 달했던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201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즉, 제조업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 침체는 특히 독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독일 GDP 성장률은 2017년 2.5%에서 2019년 전망치가 0.5% 수준까지 떨어졌다. 독일이 수출 주도 제조업 중심 경제이기 때문이다. 또 유럽의 가장 중요한 무역파트너인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고정자산 투자를 줄이거나 취소하게 만든다. 실제로 EU 지역 고정자산 투자는 2018년 이후로 하락해서 아직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서비스업 부문은 아직 침체하지 않고 있고, 고용 역시 아직은 양호한 상태다. 따라서 EU 집행위원회는 단기적인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 증가율이 점점 둔화하는 추세는 우려스럽고, 최근 심화하고 있는 인구 고령화와 결합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독일 등 EU 내 경제대국의 국채 금리 하락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1) 세계 자동차산업의 침체와 독일 경제
독일은 2018년 기준 GDP 대비 수출액이 48%로, 한국(44%)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절대액 기준으로도 세계 2위 미국에 약간 못 미치며, 4위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출액을 자랑한다. 핵심 수출 상품은 자동차, 기계, 의약품이다. 이 중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보면 자동차산업이 가장 중요하다. 자동차는 대부분 미국, 유럽, 중국으로 수출한다. 최근 독일 경제성장률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 생산 및 수출의 감소다.
2018년 자동차산업은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침체를 경험했다.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2.4% 감소했다. 판매량은 3% 감소했다. 중국 생산량이 4%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없었던 일이다. 2019년에도 감소세는 지속하였다. 세계 상위 14개 자동차 기업의 주가는 2018년 3월 이후로 평균 28% 감소했다.
IMF는 중요한 원인 두 가지로 중국과 유럽의 변화를 꼽는다. 첫째, 중국 내 자동차 수요가 감소했다.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중국 정부가 자동차 구입세 감세 정책을 연장하지 않고 중단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2009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자동차 구입세를 한시적으로 5%까지 인하했다. 2011년부터는 원래 기준인 10%로 상승했다. 그러다가 2015년 주가 폭락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다시 2016년에 5%까지 인하했고, 2017년에도 7.5%만 부과했다. 2018년 1월 1일부터 다시 원래 수준인 10%로 돌아왔다. 또 개인 간 대출을 연결해주는 사금융인 P2P 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한 것도 자동차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유럽에 새로운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방식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훨씬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었는데, 시행된 2018년 9월에만 유럽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기업에서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자동차를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외에도 신흥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자동차 수입량을 줄이는 예도 있었는데, 터키가 대표적이다. 브렉시트 논란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영국도 자동차 수입량이 줄었다. 디젤과 휘발유 차량에서 대체연료 차량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장차 디젤과 휘발유 차 중심 생산에서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초기투자가 예상되지만, 과거 휘발유차 생산보다 공급사슬이 단축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전기차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은 자동차 수요를 견인하는 데 많은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독일은 남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후에도 2%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유럽 경제를 견인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두드러지는 독일의 경제성장은 새로운 기술혁신이 아니라 유로화 도입으로 인한 환율 평가절하와 낮은 노동비용 덕분이었다. 눈에 띄는 기술혁신이 없으므로 주변국으로 경제성장이 확산되지 못한다. 결국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상품 수요가 감소하면 경기침체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2019년 11월에 일본 경제무역산업 연구소(RIETI)의 미야가와(Tsutomu Miyagawa) 교수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독일의 기술혁신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야가와 교수는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연구생산성을 반영하는 지표인 연구개발비(R&D) 투자액 대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생산성은 기술혁신을 반영하는 지표인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유효연구자 수로 나눈 것이다. 그 결과 독일의 제조업 분야 연구생산성은 2006~2015년 시기에 1996~2005년 시기의 50% 수준에 머물렀다.
2) 브렉시트 논란의 경과와 부정적 경제적 효과
영국은 브렉시트 논란으로 고통받고 있다. 2018년 11월에 EU와 영국은 탈퇴협정에 서명했지만, 2019년 11월까지도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단기적 전망마저도 어렵게 만들어 투자와 무역을 감소시킨다. IMF에 의하면 2019년 1사분기에 있었던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논란 때문에 세계경제 성장률이 0.75%p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브렉시트에는 크게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는 유의미한 통상 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경우다. 소위 ‘하드(hard) 브렉시트’라 불린다. 합의조차 하지 않는 노딜(No-Deal) 브렉시트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 경우 영국과 EU의 통상관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규정된다. 아예 남남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EU에서는 탈퇴하지만 유럽경제구역(EEA)에는 남는 경우다. 경제적으로는 여타 EU 회원국과 거의 유사하다. 이른바 ‘소프트(soft) 브렉시트’다. 그러나 영국은 이렇게 합의하기 어렵다. 아직도 EU 탈퇴파가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며 ‘난민 수용 반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측은 상품·서비스·자본·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은 절대 분리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즉, 난민은 받지 않으면서 무역과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권만 허용받는 ‘특별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셋째 선택지는 영국과 EU가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현재 EU-영국 합의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합의를 하지 않고 영국이 일방적으로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있다.
이제 브렉시트의 경과를 간단히 살펴보자. 2018년 11월에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하고 서명했다. 합의안은 크게 3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첫째, 영국-EU 자유무역지대 추진 등을 위해 전환기간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가진다. 둘째, 영국이 390억 파운드를 EU에 지불한다. 셋째,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에 대해서는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국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엄격한 국경 통과 절차를 강제하는 하드 보더를 설치하지 않고 영국 전체가 EU 관세 연합에 잔류하는 것이다.
위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면 2019년 3월에 브렉시트가 완결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전장치와 브렉시트 자체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영국 의회에서 합의안이 계속 부결되었다. 결국 브렉시트 실행일은 두 차례 연기되어 2019년 10월 31일이 되었다. 2019년 7월 테레사 메이 총리가 사임하고 브렉시트 찬성 강경파 보리스 존슨이 총리로 취임하였다. 보수당은 강경한 브렉시트 입장을 내세우는 브렉시트당에게 지지층을 흡수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존슨을 새 총리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존슨은 안전장치 조항 삭제를 주장하면서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2019년 9월, 야당 주도로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이 통과되었다. 10월 19일까지 기존 합의안을 EU와 재협상하는 데 실패하면, 2020년 1월 31일로 브렉시트 실행일을 연기해달라고 EU에 요청해야 한다는 법안이었다.
10월 17일, 존슨 총리와 EU 집행위원회는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했다. 핵심 수정 사항은 안전장치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대신 새로운 관세 부과 방식을 통해 하드 보더는 설치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개인 여행자들도 현재와 같이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북아일랜드는 당분간 영국이 아니라 EU의 상품 규제를 따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새로운 합의안을 영국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실패했다. 하원에서 표결 자체를 거부한 것이었다. 결국 EU의 승인 하에 2020년 1월 31일로 브렉시트 실행일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존슨 총리는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12월 조기 총선이라는 강수를 뒀다. 12월 12일 치러질 영국 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의 향방이 결정될 예정이다.
4. 일본: 자본축적 둔화와 은행의 해외 고위험 투자 및 CLO 리스크
1) 실물경제 침체 요인 – 자본축적 둔화와 무역갈등
IMF는 2019년 10월, 일본의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같은 해 4월보다 0.1% 낮춘 0.9%로 예상했으며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5%로 예상했다. 2017년 1.9%까지 반등했던 경제성장률이 다시 0%대로 추락하고 있다. 2017년 들어 반등했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2018년 2월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다. 저성장의 원인을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눠보면, 내부적 요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가운데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내부적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자본축적 둔화와 기술혁신 정체다. 먼저 자본축적 둔화부터 살펴보자. 주오 대학의 사토(Takuya Sato)에 의하면, 일본은 1980년대부터 이윤율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자본축적이 심각하게 둔화되었다. 그나마 2008년 이전에는 자본축적이 존재라도 했다면, 2009~2014년 시기의 고정자산 총량은 아예 증가하지 않았다. 사토는 마르크스가 단지 설명을 위한 예시로 들었던 ‘단순재생산(계속 일정 수준의 생산력을 유지만 하고, 확대하지 않는 자본재생산)’이 일본에서는 현실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에 일본기업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구조조정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대기업들뿐이었고, 중소기업들은 낮은 수익성을 유지하며 위기를 지연시키거나 파산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들도 그 이후에 다시 대규모 고정자산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고정자산 투자는 하지 않는 대신,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윤율을 극대화하려고 했고 차입을 통한 투자를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생겨났다. 일본은행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사실상 빚 없는 기업’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었다. 또 비금융기업들은 대거 금융투자에 뛰어들었는데, 이러한 경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더 심화하였다.
고정자산 투자의 급격한 감소는 기업 대출과 부동산 대출이 주요 수입원이었던 일본 시중 은행들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다. 수익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요 은행들은 해외 투자에 나서게 되는데, 이는 추후 서술하겠지만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둘째, 기술혁신이 정체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미야가와 교수 연구에 의하면, 일본 제조업 분야 2006~2015년 동안의 연구생산성은 1996~2005년의 6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외여건 악화 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역갈등이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중 서비스업 비중이 70%가 넘는 선진국형 경제이지만, 제조업은 2017년 기준으로 20.7%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품으로 따지면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자동차, 반도체 등의 전자제품, 기계류다.
미중 무역갈등은 일본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홍콩대학교 쑨(Chang Sun) 교수가 2019년 7월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일본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중국 내 자회사 중 북미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의 총매출액이 2018년 1사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 내 자회사 중 북미 수출 비중이 낮은 기업이나, 중국 외 다른 국가에 위치하는 자회사 중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 매출액은 약간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에 관여하고 있는 일본기업의 주가 역시 부진하다. 단적인 예로 미국의 보호관세 정책이 시작된 2018년 3월 22일부터 3일간 미중 무역에 관여하는 기업의 주식 수익률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평균 0.4% 낮았다.
사실 미중 무역갈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일 자동차 관세다. 일본 상품 수출 중 단일 품목 기준으로는 자동차가 압도적인 1위이고, 2018년 기준으로 자동차의 36.8%를 미국에 수출한다. EU, 일본, 한국 등을 겨냥한 자동차 보호관세는 본래 2019년 11월 14일에 부과 여부를 결정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미룬 부과 결정을 또 한 번 미룰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지층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할 가능성은 작고, 협상카드로 이용해 다른 걸 따내려는 게 트럼프의 속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미국의 요구 사항은 3가지다. 첫째는 연간 260만 대를 초과하는 자동차 수입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일본은행이 환율조작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엔화 평가절하를 금지하고 외환시장 개입 명세를 매월 공개하라고 하고 있다. 셋째는 농축산물 관세 인하다. 예컨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가 현재 38.5%인데, 9%까지 단계적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9월에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미국과 합의하면서 다행히 자동차 관세는 피해간 듯하다.
2) 금융적 위험요인: 주요 은행의 CLO 투자와 지방은행의 저수익기업, 부동산 투자
이제 일본은행이 2019년 10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참고하여 금융위기 위험요인을 살펴보자. 초저금리와 기업들의 고정자산 투자 감소로 인해 전반적으로 일본 시중 은행들의 수익성은 높지 않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은행들과 지방은행들은 서로 다른 전략을 써왔다. 주요 은행들은 해외 투자를 크게 늘렸고, 지방은행들은 수익성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과 부동산 대출을 늘렸다.
먼저 주요 은행들의 해외 투자부터 점검해 보자. 해외 고위험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과 CLO의 부도 가능성이 주의 대상이다. 주요 은행들의 해외 대출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대출의 30%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1980~1990년대 거품경제 수준으로 상승했다. 2000년대 초반 10%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2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투자 적격 등급 이하 고위험 기업에 대한 대출(레버리지론)이 많이 증가했다. 일본 금융기관의 레버리지론 투자는 2018년 기준으로 2009년의 약 5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의 레버리지론 투자가 약 2배 증가한 걸 감안하면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또 앞서 미국경제 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한, 레버리지론을 증권화한 CLO에 대한 투자 규모도 급증했다. 2018년 기준, 일본 주요 은행의 해외 투자 자산의 20%가 CLO이며 세계 CLO 시장에서 일본 주요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기초자산의 질이 하락하면서 CLO 부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음으로 지방은행의 위험요인에 대해 알아보자. 저수익기업의 채무불이행과 부동산 시장 거품 형성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로 기업들은 저축을 늘리고 대출을 줄여왔다. 여기에 초저금리가 더해져 지방은행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하였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 지방은행들은 2010년 이후로 저수익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왔다. 2000년대 중반 10%대를 유지하던 저수익기업 대출 비중은 2017년 기준, 20% 중반에 이르렀다.
또 부동산에 대한 대출도 늘려왔는데, 이로 인해 2018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부동산 대출 시장은 과열 상태에 이르렀다. GDP 대비 부동산 대출 비중은 2019년 14% 수준으로, 거품경제 시절 정점에 달했던 1990년대 13%보다 더 높다. 다만 GDP 대비 토지 가격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안정되어 있으며, 1990년대 거품경제 시절의 1/3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일본은행은 실행된 부동산 대출이 토지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부동산 상품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일본 주식시장에도 위험이 존재한다. IMF가 2019년 10월에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일본 주식시장은 가장 과대평가 되어 있다. IMF가 직접 기업수익의 3개월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해 세계 각국 주식시장의 적정가격을 계산한 결과 일본은 미국과 함께 적정가격에 비해 주가가 훨씬 높았다.
이런 위험은 일본은행의 수량완화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 일본은행은 매년 일본 주식시장에서 6조 엔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인덱스펀드란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KOSPI 200과 같은 시장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좇아가도록 분산투자한 펀드이다. ETF 매입정책은 주가를 상승시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ETF 매입정책으로 인해 일본은행이 가진 주식의 시가총액은 2019년 상반기 기준, 28조 엔으로 1부 상장기업(2141개사) 가운데 23개사의 최대주주이며, 49.7% 기업의 상위 10위 이내 주주에 해당한다. 이 추세로는 2020년 하반기에는 일본은행이 동경증권거래소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향후 일본은행이 출구전략으로 ETF를 매각할 때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일본 주식시장이 적정가격 수준으로 하강하기 시작할 때 일본은행이 보아야 할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5. 결론
제조업 위기가 본격화되었다는 점에서, 2020년 세계경제 정세는 2019년보다 더 어둡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블룸에 의하면 미국의 기술혁신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경제무역산업 연구소(RIETI)의 미야가와에 의하면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의 기술혁신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오늘날 제조업의 위기는 기술혁신이 정체된 가운데 값싼 노동력과 자본투입에 기대 성장해온 중국과 독일 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한편 2007~2009년 금융위기를 돌파했던 데는 미국, 유럽, 일본의 대대적인 수량완화 정책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미래로의 도피는 금융위기의 위험성을 키우면서 언젠가는 그 후과를 치르게 되어 있다. 현재 예측되는 위험은 수량완화 이후로 급성장한 기업부채, CDO와 비슷한 CLO라는 파생금융상품이다.
미국의 비금융기업 부채(대출과 채권)의 GDP 대비 비율이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약 47%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폭발 직전과 2007~2009년 금융위기 직전의 45%를 넘어선 수치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다. 2018년 CLO 총량은 7500억 달러로, 2007년 당시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CDO의 64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규모다. 미국, 유럽, 일본 은행들은 CLO의 17.6%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CLO에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다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2007~2009년에 그랬던 것처럼 수량완화 정책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아직까진 여유가 있지만, 일본과 유럽의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일본의 실제 정책 금리는 2019년 4월 기준으로 –8.3%다. 일본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17년 기준 238%로 압도적 세계 1위다. 유럽 역시 2015년 이후로 줄곧 마이너스 금리였으며 몇 번 올리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아직도 2016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탈리아 공공 부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고, 브렉시트가 임박한 상황에서 재정적 여력을 가진 유일한 국가는 독일이다. 그러나 독일마저도 최근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0년 세계경제는 잠복한 위험요소들 가운데, 서서히 침체를 향해 다가갈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점치고 있는 한국 지배계급의 태평한 낙관과는 달리, 경제위기를 대비한 채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론] 대출채권담보부증권의 구조와 위험요소
2007~2009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CLO는 모두 자산유동화증권이라 구조가 비슷하다. 먼저 기초자산을 모아서 각각의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소득을 합친다. CLO의 경우는 고위험 기업의 대출, 즉 레버리지론이 기초자산이다. 고위험 기업이 지불하는 이자소득이 CLO 수입의 원천이며, 이자소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증권화한 것이 CLO다. CDO는 기초자산이 주로 부동산 대출증서를 증권화한 주택담보부증권(MBS)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고위험 기업 A, B, C, D, E가 각각 100만 원씩 돈을 빌렸고, 매년 10만 원의 이자를 낸다고 가정하자. 편의상 원금은 따로 상환계획이 있고, 여기서 고려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A, B, C, D, E의 대출증서를 모두 합쳐서 CLO를 만들면, 매년 50만 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한다. 그런데 A, B, C는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확률이 모두 20%이고, D는 40%, E는 50%다. 그래서 합친 대출증서를 통째로 판매하면 헐값으로 내놓지 않는 이상, 아무도 살 사람이 없다. 손실위험이 평균 30%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CLO를 10개로 나눈다. 나눈 증권을 ‘트랑쉐’라고 한다. 트랑쉐에는 세 등급이 있다. AAA, 메자닌(mezzanine), 지분(equity)이다. 각각의 트랑쉐 소유자는 매년 5만 원씩 받는다. 그런데 CLO로 들어오는 이자소득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떠안는 위험은 등급에 따라 다르다. 10개 트랑쉐 중 AAA 등급이 7개, 메자닌 등급이 2개, 지분 등급이 1개라고 가정하자. E가 경영이 어려워져서 5만 원의 이자 밖에 지불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지분 등급 트랑쉐는 한 푼도 받지 못하지만, AAA와 메자닌 등급 트랑쉐는 동일하게 5만 원을 받는다. 이번에는 E가 이자를 하나도 지불하지 못하고, D는 절반인 5만 원 지불한 상황을 가정하자. 메자닌과 지분 등급 트랑쉐는 한 푼도 받지 못하지만, AAA 등급 트랑쉐는 5만 원을 지급받는다.
따라서 AAA 등급 트랑쉐는 가장 안전한 CLO이며, 지분 등급 트랑쉐는 가장 위험한 CLO다. 이 위험도에 따라 트랑쉐의 가격이 결정된다. 만약 이 CLO의 전체 가격이 5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AAA 등급 트랑쉐는 55만 원, 메자닌 등급 트랑쉐는 45만 원, 지분 등급 트랑쉐는 25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위험할수록 싸고, 안전할수록 비싸진다.
CLO는 최근 보험회사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저금리 때문에 금융상품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위험한 상품들은 싸게 살 수 있어서 수익률이 높지만, 기관투자자들은 법률과 계약 조건상 너무 위험한 금융상품은 살 수 없다. 하지만 CLO의 AAA 등급 트랑쉐는 살 수 있다. 메자닌과 지분 등급 트랑쉐가 손실을 먼저 떠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LO는 정말 안전한 걸까? 여기서 기준이 되는 건 AAA 등급이다. 메자닌이나 지분 등급은 어차피 싸게 산 거라서, 구매자들이 손실을 예상해서 재무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에 의하면, CLO의 안전성 판단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소득이 AAA 등급 트랑쉐 보유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의 몇 %인가? 앞선 사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이자소득이 50만 원, AAA 등급 트랑쉐가 지급받는 돈이 35만 원이므로 약 143%다. 이를 ‘수익 지불 능력’이라 한다. 실제 발행된 CLO의 경우 평균적으로 200%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둘째, 기초자산의 가치가 AAA 등급 트랑쉐의 가치의 몇 %인가? 앞선 사례에서 대출증서의 총 가격을 5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AAA 등급 트랑쉐의 총 가격이 385만 원(55만 원 X 7개)이므로 약 130%다. 이를 ‘담보 적절성 비율’이라고 한다. 실제 발행된 CLO의 해당 비율은 135%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담보 적절성 비율은 CLO가 CDO보다 더 크다. CLO가 손실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하는 지분 등급과 메자닌 등급 트랑쉐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CDO는 지분등급과 메자닌 등급 트랑쉐 비율이 12~25%인 반면, CLO는 37%에 이른다.
셋째, 기초자산의 질은 어떤가? 앞선 사례에서 이자를 받지 못할 확률 30%가 자산의 질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라고 볼 수 있다. CLO의 기초 자산의 질은 CDO보다 안전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CDO는 부동산담보 대출, 학자금 대출, 회사채 등 여러 종류의 금융상품을 묶어서 증권화했다. 예컨대 2006년에 발행되었던 CDO의 기초자산은 평균적으로 70%가 서브프라임 MBS였고, 15%는 다른 CDO였다. 하지만 CLO는 기업 대출 계약만 묶어서 증권화한다. 또 여러 분야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성을 평가하여 분산 투자한다. 과거 CDO는 기초자산이 MBS에 집중되어 있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화로 인한 손실 규모가 기대치보다 훨씬 컸다.
그러나 기초자산의 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CLO의 기초자산인 레버리지론 중 약식대출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식대출은 차주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재무비율 준수, 일정 이상의 배당 금지 등의 의무가 완화된 대출이다. 2012년에는 20%에 불과하던 레버리지론의 약식대출 비중이 2018년에는 80%까지 증가했다. 약식대출은 의무가 적기 때문에 단기 채무불이행 확률은 감소시키지만 최종 손실의 규모는 증가시킨다.
허술한 대출 계약은 기초자산의 질이 과대평가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컨대 앞선 사례에서 사실은 A, B, C도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확률이 향후 4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AAA 등급 트랑쉐에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AAA 등급 트랑쉐는 보험회사나 은행도 대거 소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