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1 봄. 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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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의 총결 

임필수 |
 
이번 호 특집 주제는 ‘문재인 정부 4년과 노동조합운동’으로 잡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 차에 들어갔고, 지난해 말 선거를 통해 민주노총 새 집행부가 구성된 시점이기 때문에 지난 4년간 노동조합운동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총 인천본부,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사무총국에서 활동하는 사회진보연대 회원과 함께 「문재인 정부 4년,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좌담을 진행했다. 특집에 함께 실린 이소형의 「문재인 정부 4년, 노동조합운동의 흐름」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4년간의 흐름을 간략히 되짚어 본 글로 이번 좌담을 위해 사회진보연대 노동위원장이 작성한 글이다. 좌담은 지난 4년이 과연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운동이 전진한 시기인가 아니면 오히려 후퇴한 시기인가, 달리 말하면 성과를 올린 기간인가 아니면 한계를 드러낸 기간인가라는 화두로 참석자의 진단을 듣는다. 한편, 이 기간에 민주노총 조합원 규모가 크게 확대했는데, 이러한 변화가 함의하는 바를 따져본다. 또한 그와 동시에 민주노총 내부에서 나타난 산별노조 구획을 둘러싼 조직 갈등이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을 진단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새 집행부가 제시한 사업계획을 살펴보면서, 문재인 정부 시기에 명확히 드러난 노동조합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과제를 도출해보고자 한다. 모든 좌담 참석자가 여러 첨예한 쟁점에 대해 의미 있는 분석과 진단을 제시해주었지만, 여기서 일일이 소개하기는 어려운 만큼, 독자 여러분께 일독을 권한다. 

정세초점으로 싣는 이유미의 「4·7 보궐선거 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한편으로는 선거를 노리는 노골적인 매표행위를 자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개혁 시즌 2’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필자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폭주를 막으려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난 4년간 그들이 보인 행태를 비판하고 심판하는 것이 우리의 명확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운동이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그들의 실정에는 사회운동의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해야 하며, 그래야만 사회운동의 존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획으로는 ‘바이든 신행정부의 출범’이라는 주제로 두 편의 글을 묶었다. 임월산의 「바이든 정부하 미국 노동조합의 과제」는 먼저,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노동조합과 반인종주의 운동이 펼친 활동을 소개하면서, 특히 반인종주의 세력과 노동조합의 교류가 양 운동이 함께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나아가 대선 시기에 공동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노동조합과 여러 좌파 단체는 바이든 당선자가 ‘역사상 제일 노동친화적인 대통령’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으나, 노동조합이 바이든 정부와의 파트너십에 무비판적이라면 노동조합 자신의 기반을 확대하고 경기회복에 유의미하게 개입하는 데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 내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트럼프주의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데, 특히 노동조합과 반인종주의 운동 간 형성된 연대관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지원의 「2020년대의 미국은 어디로 나아가는가?」는 최근 미국 경제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한다. 첫째, 미국은 저금리-저인플레라는 상황을 벗어나야 하지만, 고금리-고인플레로 전환되면 또 새로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둘째, 미국이 금융 세계화를 포기할 수 없지만, 이와 동시에 불평등 완화를 추구한다면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셋째, 탈탄소정책이 자본주의 이윤율 경제와 충돌하는 상황을 극복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 넷째, 중국을 미국의 질서로 다시 포섭해야 하지만, 중국 역시 미국의 하위파트너로 머물러 있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런 딜레마로 인해 바이든 정부의 개혁 정책은 오바마 때 그랬던 것처럼 조정될 가능성이 크고, 나아가 이러한 조정이 바이든의 정치적 실패로 이어지게 되면, 제2, 제3의 트럼프가 탄생하는 조건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사실 이러한 딜레마 자체가 미국 헤게모니의 약화를 반영하는 것인데, 필자는 그 결과가 새로운 헤게모니의 등장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정치·경제적 혼란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한다. 

쟁점분석으로 실린 김진현의 「문재인 정부 ‘K-방역’의 실체」는 아시아 12개 국가와 특별행정구(홍콩)를 비교, 분석하여 문재인 정부 ‘K-방역’이 과연 성공적이었냐는 질문에 잠정적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구구성을 고려한 백만 명당 사망자 수를 비교하고, 신종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사회적, 물질적 조건을 함께 고려해볼 때, 대만,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한국에서 지난 1년간 코로나19 사망자의 70%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 사이에 집중되었는데, 이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무능한 대비가 낳은 결과였다. 

사회진보연대 교사회원모임이 쓴 「2021 교육정세와 전교조 활동 전망」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여 교육 현장에서는 즉 학습이탈, 교육 불평등 심화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학교는 어떤 공간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관련 주체들 간 심각한 갈등이 분출했다고 지적하면서, 학교의 상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주체들 간 이견을 조율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늘리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 하는 정부 정책에 어떤 맹점이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이러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개혁을 위해 전교조가 지금 해야 할 바를 제시한다. 

소설과 함께 보는 한국노동자운동의 역사 시리즈로, 지난호에 이어 조유리의 「서울의 봄, 거리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보았나2」를 싣는다. 이번 호부터 ‘노동조합 국제동향’을 새로운 꼭지로 준비했고, 그 첫 번째로 유럽노동조합연맹에 속한 유럽노동조합연구원이 발간하는 《트랜스퍼》에 실린 「포퓰리즘과 노동조합 국제주의: 이탈리아의 사례」를 번역, 소개한다. 이탈리아에서 보통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분류되는 오성운동이 2018년 총선에서 1당이 되고, 우여곡절 끝에 역시 보통 ‘극우’로 분류되는 ‘동맹’(과거에는 ‘북부동맹’이었으나, 최근 개명했다)과 연정을 구성했다. 이 글은 이탈리아 노동조합이 포퓰리즘과 싸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보여주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책 소개로는 먼저 2020년 12월에 출판된 윤소영 선생의 『문재인 정부 비판』을 소개하는 김태훈의 「민주정을 타락시키는 인민주의에 대한 준엄한 비판」을 싣는다. 2020년 여름호부터 세 번에 걸쳐 실린 ‘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와 한국사회성격논쟁’의 후속인 셈이다. 다음으로는 사회진보연대 한지원 연구실장이 올해 1월 출판한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를 소개하는 서단비의 「자본주의 이후, 무엇이 어떻게 오는가」를 싣는다. 

이번 호의 화두는 문재인 정부 4년, 민주노총 새 집행부 등장,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인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국제 정세의 변화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문재인 정부 4년 차의 보궐선거는 우리 사회의 향후를 결정하는 하나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 새 집행부의 등장은 한국 노동조합운동이 이러한 변화 속에 적극적으로, 유의미하게 대처할 수 있냐를 판가름 짓는 한 요소다. 우리 운동이 정세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계기에 유의미한 역할을 찾아내는 데 이번 호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1년 3월 8일
편집장 임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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