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1 봄. 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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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보궐선거 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

이유미 |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

1. 들어가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한편으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노골적 매표행위를 자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개혁 시즌 2’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권력형 비리수사를 무마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폭주를 막으려면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과 심판이 보궐선거의 핵심화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보수야당 역시 포퓰리즘 정책대결에 동참하고 있으며 정의당이 불출마하면서 사회운동의 선택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회운동은 문재인 정부 이후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반보수전선을 거부하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발본적 비판에 앞장서야 한다. 
 

2. 매표를 향한 질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골적인 매표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첫째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다. 오로지 선거를 위한 법임에도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 입법역사의 오점으로 남았다. 

가덕도 신공항은 안전성과 경제성 등이 검증되지 않았고 특별법은 적법성과 절차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심지어 주무부서인 국토부가 가덕도특별법 검토보고서를 통해 반대의사를 밝힐 정도였다. 국토교통위에 제출된 보고서는 가덕도 신공항이 안정성, 시공성, 운영성, 경제성 등 7가지 항목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성 측면에서는 진해 비행장과 공역이 중첩되고, 김해공항 관제업무가 복잡해서 항공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시공성 측면에서는 가덕도가 외해(外海)에 위치해 해상매립공사만 6년 이상의 난공사를 예상했고, 경제성도 문제 삼았다. 가덕고 신공항에 국제선만 이전하는 부산시의 구상으로는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기능할 수 없어, 김해공항의 국내선을 가덕도 국제선과 통합해야 하고 예산은 7조 5천억 원이 아니라 28조 6천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난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위해 프랑스 파리공항 엔지니어링(ADPi)이 발표한 검토 보고서에서 김해, 밀양에 이어 가덕도가 3위를 차지한 이유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국토부 보고서의 마지막에는 참고로 공무원의 법적 의무가 덧붙여져 있었다.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고, 성실 의무 위반 우려가 있기에 반대 입장을 밝혀 이후 면책의 근거로 삼기 위해서다.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는 특별법은 대규모 국책건설 사업이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특혜로 점철되었다. 우선 공항입지는 여러 부지를 검토해 결정해야 하지만 특별법에 가덕도로 못 박은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으로 김해가 2016년 선정되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추진되다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중단되었는데, 그렇다면 공항 대체부지 검토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하지만 김해신공항 중단의 근거가 불충분하자, 유례없이 입지를 가덕도라고 법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특별법은 애초에 대규모 국책건설 사업이 거쳐야 하는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실시설계를 모두 면제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토부 등의 반대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만 가능하도록 특별법을 조정했다. 기획재정부도 특별법 검토의견에서 예산 낭비 방지 등을 위해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미리 검증하는 제도로서 예비타당성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부 역시 특별법이 필수절차를 생략하는 것에 대해 적법 절차 및 평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공항을 짓겠다는 식이라, 동네 하천도 이런 식으로 정비하지 않는다는 개탄이 나올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 민주당 지도부를 이끌고 가덕도를 방문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사진 출처: 《한겨레21》)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법이 본회의 통과 하루를 앞둔 2월 25일, 경제부·행안부·국토부·해양수산부 장관을 대동하고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부산으로 향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등 경남권 지자체장들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 총출동했다. 선거법 위반이라는 비판도 개의치 않고 가덕도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묵은 숙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했다. 그리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토부의 ‘역할 의지’를 가져달라고 당부했고, 변창흠 장관은 “마치 국토부가 가덕신공항을 반대한 것처럼 비춰져 송구하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을 경제성·안전성 등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나쁜 선례가 되었으며, 이 때문에 타 지역에서도 개발 내용이 담긴 특별법 제정 요구가 빗발칠 수도 있다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태도다.

두 번째는 재난지원금 논란이다. 4차 재난지원금은 보궐선거를 노린 매표행위라는 비난이 거세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시민들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나 재정지원의 시기와 방식이 문제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3월 18일 본회의에서 추경을 처리한다는 방침이고 실제 지급이 시작되는 시기는 3월 25일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보궐 선거운동 기간 개시(3월 25일) 시점에 역대 최대 규모(19조 5천억)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게 된다. 

과정도 문제다. 올해까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지속될 것임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예산이 그것을 감안하여 편성되었다면 2월에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고, 재난지원금을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편성했다면 그것도 문제다. 게다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폭넓고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방향성만 있을 뿐이지, 지급기준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3차 재난지원금도 모두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지급기준이 졸속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코로나19 위기가 1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고 4차 지원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피해 실태 파악과 지원을 위한 기준이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손해를 본 국민에게 손해를 정확히 측정해 지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임의대로 기준을 가지고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불만과 문제를 야기할 것 같다”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지적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이 국회에 상정되지도 않았던 2월 19일,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선거용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처사다.

마지막으로 보궐선거 후보들의 비현실적인 개발공약과 현금성 복지공약이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불가피하다. 대선의 전초전으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관해 총체적 평가를 하는 장이자,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러한 쟁점이 부상하면 불리하기 때문에 ‘선심성 공약 대결’로 선거를 몰아가고 있다. 게다가 매표선거의 포문은 이미 지난 21대 총선에서 열렸다. 1차 전국민재난지원금을 통한 학습 효과로, 여야를 가리지 않는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비현실적인 개발공약 경쟁이 뜨겁다. 민주당 박영선 전 장관이 수직 정원(공원을 수직으로 세우고 주택, 스마트 팜, 공공시설 등을 입주)을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해서 절반은 수직 정원, 나머지 절반은 공원 부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덮어 공공주택 16만 호를 짓겠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후보들은 서로의 공약을 비판했다. 우상호 의원은 중국 쓰촨성의 수직정원 방치사례를 들며 박영선 전 장관의 수직정원도 흉물이 될 가능성이 있고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전 장관은 우상호 의원의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고층아파트 공약에 대해 “상상하면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공약을 내놓을 때보다 상호 비판할 때 오히려 합리적이다. 

한편 재원지출의 우선순위와 타당성, 그리고 재원마련의 현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제출된 정책인지 의문인 현금성 복지 정책도 남발하고 있다. 박영선 전 장관은 국유지 등에 아파트를 지어 평당 1000만 원의 공공 분양 주택을 내놓겠다는 ‘반값 아파트’ 공약을 제시했으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1조 원 기금을 마련하여 임차료를 2000만 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정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상호 의원은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일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보수야당 역시 포퓰리즘 대결에 참전했다.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나경영’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대표가 토지임대부주택 입주자를 대상으로 서울에서 결혼하고 출산하면 최대 1억1700만 원의 이자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것이 지난 대선에서 허경영 후보가 제시한 공약과 유사하다는 조롱으로 나온 말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8세 이상 전 시민을 대상으로 스마트워치를 보급해 서울시가 건강관리를 행정적으로 담보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시에 75만 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지확보나 공급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한 정책에서도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찬성했으며, 한일해저터널도 건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야당도 민주당의 포퓰리즘 공약을 합리적으로 비판하기는커녕 한술 더 뜨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3. 검찰개혁 시즌 2

 
‘검찰개혁 시즌 2’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가 설치되면서 검찰 수사권을 부패, 경제 등 6대 범죄로 축소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는데,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여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모두 넘기고 기소권만 남기자는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운영법’ 제정안은 황운하·김남국·김용민 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 2월 8일에 발의했다. 월성원전 수사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 4일 만의 일이다. 정권을 향한 검찰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게다가 발의한 의원들의 면면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 중인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사적 보복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법안의 대표발의자인 황운하 의원은 울산지방경찰청장 출신으로 울신시장 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 중이다. 최강욱 의원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마찬가지로 피의자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공수처 신설-수사권 조정’ 후에 ‘수사-기소 분리’로 나아가는 것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검찰수사권 박탈을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는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2월 22일 국회에서 “대통령께서 수사권 개혁의 안착과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가 안착하는 데 주력하라는 주문으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은 아직 성급하다는 취지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황운하 의원 등은 23일 중대범죄수사청 신속 설치를 촉구하는 공청회를 열었고, 같은 날 박주민 의원도 인터뷰에서 “(속도조절론을) 공식, 비공식으로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박범계 장관이 24일, 대통령도 속도 조절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한, 장관이기 이전에 여당 국회의원이라며 당론을 따르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 당부를 했다”라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검찰개혁 시즌 2를 향한 강경파들의 폭주가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강경파들은 청와대와 다르게 공수처만으로 권력형 비리수사를 무마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검찰수사권 박탈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프닝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목표가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민주적 통제’에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 ‘정치권력’이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한다는 것인데, 정치적 중립 여부를 ‘정치권력’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여 조국 일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 원전 조기폐쇄 의혹을 수사한다고 판단해 지휘권 발동 및 징계 청구라는 통제를 시도했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정권수사를 방해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었다. 이를 ‘정치권력의 민주적 통제’로 정당화했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은 이러한 ‘민주적 통제’라는 수고조차 거추장스럽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이 중립성을 가지려면 정치권력, 특히 대통령의 권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이 종속되어 있다면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하기 어렵다.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에 눈감아주고, 집권세력의 정적을 제거하는 칼로 검찰이 활용되었을 때다. 따라서 권력기관 개혁 방향은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여 중립성을 담보하는 것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반대로 대통령의 개입을 강화했다. 검찰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경찰을 강화하고 공수처를 설치했는데, 이 두 기관은 검찰보다 수월하게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는 기관들이다. 경찰은 행정부 소속으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검찰과 달리 직무독립성이 인정되거나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중립성이 담보되기 더욱 어렵다. 

단적으로,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가 강화된 경찰의 미래가 될까 우려된다.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서 무혐의 처리했다는 경찰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윗선이 개입하여 축소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집권세력에 불리한 수사는 윗선이 개입하거나 일선 경찰들이 알아서 무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집권세력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강력한 경찰’이라는 우려는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에서도 제기된다.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이 검찰의 지휘에서 벗어나 1차 수사종결권도 확보하면서 경찰권한이 강화되자, 수사역량 강화와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설립했다. 이에 전문성과 중립성을 고려하여 국가수사본부장에 외부인사도 선발할 수 있도록 했으나 결국 남구준 경남경찰청장으로 결정되었다. 그는 경찰 내부인사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다. 국가수사본부가 중립적인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공수처도 집권세력의 상설 사정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형상 독립기관이지만 공수처장을 비롯한 수사검사들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라던 야당거부권마저 무력화시켜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인사가 가능하다. 결국 대통령이 영향력을 미치기 손쉬운 기구가 수사권, 기소권을 가지고 집권세력의 비리는 무마시키고 야당 견제를 목표로 고위공직자를 사찰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현재 집권세력에게 불리한 권력형 비리수사를 무마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이성윤 서울지검장은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출금사건 수사 중단의혹으로 검찰소환 통보를 받자, 공수처로 수사를 이첩할 것을 요구했고 공수처가 수사를 맡기로 했다. 공수처법에 검사의 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공수처는 조직구성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조직구성이 될 때까지 수사가 지연된다면 그 자체로 수사 방해가 될 수 있다. 이에 검찰로 사건을 재이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성윤 지검장이 반대하고 있다. 정권 비리 관련한 수사를 방어하며 문지기 역할을 하던 이성윤 서울지검장에게 불리한 수사를 공수처로 넘겨 빠져나가려는 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뿐만 아니라 정권과 관련한 다수의 수사도 공수처 이첩대상이 될 수 있는데, 정부여당이 공수처 출범을 서두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거란 추정이 무리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국수본이나 공수처보다 집권세력의 개입이 용이하지 않은 검찰의 수사권은 완전히 박탈하려고 한다. 정권초기 적폐수사에 검찰이 힘을 쏟을 때는 특수부 강화를 주장하다가, 검찰이 정권수사로 방향을 돌리자 태도가 돌변했다. 게다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가 안착도 되기 전에 중대범죄수사청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수사 방해를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까지 했으나 실패하자 마지막 수단으로 들고나온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중수청 법안을 3월 발의, 6월 입법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중수청 법안 추진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치 말살이라며 강경입장을 밝히다 3월 4일 전격 사퇴했다. 윤석열 총장은 자신이 사임해야 형사사법체계를 흔드는 정부야당의 폭주를 멈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중수청 신설이 보궐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법시기를 일단 늦출 가능성이 있다. 
 

4.  선거 구도와 변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범야권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가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는 양상이다. 관건은 범야권 단일 후보가 정권심판 여론을 지지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민주당은 지난 3월 1일 박영선 전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같은 날 안철수 대표는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의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3월 4일 오세훈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41.64%를 득표해 승리했다. 현재 안철수 대표는 오세훈 후보를 상대로 41.1%대 26.1%로 앞서고 있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2월 28일 조사.)  

그러나 야권 단일화 방식에 대한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첫째로 단일화를 위한 경선 방식을 오픈프라이머리로 할 것인지 여론조사로만 할 것인지 쟁점이다. 둘째로 국민의힘은 기호 2번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는데, 후보단일화를 하더라도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하거나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출마하라는 의미다. 안 대표로서는 선뜻 응하기 어려운 제안이라 단일화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은 ‘여당심판을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3.6%로,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42.9%)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2월 28일 조사.) 그런데 주목할 바는 바로 직전인 2월 18~19일 조사보다 격차가 줄었다는 점이다. 당시 여당심판론은 48.5%로 국정안정론(40%)을 더 크게 앞섰다. 2월 26일부터 시작된 백신접종과 4차 재난지원금 계획 발표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여당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 규모가 20조 원을 넘길지도 모르겠다”는 발언을 통해 4차 재난지원금을 증액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독주하고 있으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여당후보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부산일보와 YTN 의뢰로 조사하여 3월 2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47.6% 지지율을 얻어 민주당 김영춘 후보(29.9%)를 크게 앞질렀다. 지지율 격차는 한 달 전 조사보다 더 커졌다. (14.5%p→17.7%p) 특이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방문한 직후인 2월 27~28일간 이뤄진 조사라는 점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평가가 보궐선거의 여당심판으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되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으로 반전을 꾀하긴 어려워 보인다. 같은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 못하고 있다’가 56.5%로 ‘잘하고 있다’(37.3%)를 크게 앞섰으며, 이번 선거는 여당심판이라는 답변이 50.2%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한편 윤석열 총장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면서 보궐선거와 이후 대선판도를 뒤흔들 최대변수로 등장했다.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정치출사표로 해석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 출처: 《이데일리》)

하지만 검찰총장이 임기까지 직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정치행보에 나서게 된 것은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는 정부여당의 수사방해가 자초한 결과로 그들의 책임이 크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지휘권발동 및 징계청구가 윤석열 총장을 대선주자 1위로 만들었고, 검찰수사권까지 박탈하려는 정부여당의 의중에 정권에 굽히지 않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는 의도가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윤석열 총장은 야권세력을 결집하는 구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곧바로 정치에 뛰어들기보다 보궐선거 이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따라서 윤 총장이 직접적으로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이나, 유력 야권주자의 등장으로 재난지원금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앞세워 민주당이 선거를 주도하던 판세가 흔들릴 가능성은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이는 민주당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 투기의혹이 불거지면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여론조사(한국갤럽 3월 2~3일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3기 신도시와 관련한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 및 가족에 대한 투기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참여하는 정부의 ‘셀프 조사’로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5. 사회운동의 과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집권 5년 동안 포퓰리즘 정책으로 진영 간의 대립과 사회혼란을 초래했으며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포퓰리즘적 행태가 노골적인 매표행위로 강화되었고, ‘검찰개혁 시즌 2’라는 이름으로 수사방해와 동시에 수사기관들을 집권세력의 사정기관으로 재편하려는 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보궐선거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폭주를 제어하기 위한 정권심판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운동은 정부여당의 포퓰리즘 정책과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비판에 앞장서야 이후 존립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운동은 첫째로, 정부여당의 포퓰리즘 정책과 매표행위를 비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들은 한국사회 주요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얼핏 대중의 불만을 수용하여 해결하려는 모양새를 취하는 정책들이지만, 합리적 근거가 부재하고 객관적 실현경로를 고려하지 않아 결국에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혼란을 초래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또한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 대중의 불만을 기득권에 대한 반감으로 동원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소득주도성장론, 한반도 비핵화 정책, 검찰개혁 정책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행태는 선거를 앞두고 매표행위로 노골화되었다. 여기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면 차기 대선에서는 더 큰 매표행위가 판치는 것을 목도할 수 있다. 

둘째로,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단호한 비판이 필요하다. 정부여당은 입법독주로 의회를 무력화했다. 민주당은 정당들과 합의를 통해 변경해야 하는 선거법을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켰다. 심지어 개정취지를 무시하고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자행했다. 이를 통해 총선에서 180여 석을 획득했으며, 여당견제를 위해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맡겨온 관행을 무시하고 상임위 위원장 전체를 독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사법의 일부를 장악하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사법의 일부영역을 행정부에 종속시키는 행위다. 사법은 법 위반을 해결한다는 의미로, 범죄에 대한 수사 역시 사법의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지휘를 폐지하여 행정부 소속인 경찰의 수사권한을 강화하고, 검찰보다 대통령 개입이 수월하면서도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진 공수처를 설립하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것은 행정부가 사법의 일부를 장악하는 것이다. 이처럼 집권세력이 사법장악을 통해 정권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정부를 향한 검찰수사가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 호도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사회운동의 존립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정부정책 상당 부분이 사회운동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며, 문재인 정부 집권기간 동안, 사회운동은 공직 진출과 정부지원을 대가로 정치적으로 정부를 지지하여 정권과 관계가 공고해졌다. 사회운동은 정부의 포퓰리즘적 정책을 지지하거나 완수할 것을 요구했고, 사법방해와 입법독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국면에서도 진영논리에 갇혀 침묵했다. 

따라서 사회운동은 사회운동 역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철저한 자기반성 속에서 반보수 진영과 단절해야 한다. 이는 민주당 정권을 비판하면 보수정권 집권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보다, 민주당 정권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들과 함께 몰락하는, 즉 사회운동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의미다. 

민주당이냐 보수정당이냐란 좁은 선택지에서 벗어나려면 사회운동이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첫걸음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대한 사회운동의 책임 있는 반성과 비판이 되어야 한다. 자기반성조차 하지 못한다면 대안세력으로의 혁신은 불가능하고, 반보수전선으로의 포섭은 사회운동이 민주당과 공멸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운동은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자기반성 속에 존립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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