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40호
싸가지는 무죄
나는 ‘까타리나’ 라는 별명답게 음식뿐 아니라 가리는 ‘말’도 많다. 그런 편식 아닌 편식이 시작된 게 오래되진 않아서 아직은 뭘 싫어하는지, 왜 싫어하는지 잘 모른다. 많이 준비하진 못했지만 내 편식의 이유를 밝히려 한다.
'말'이라기보다는 엄밀히 '단어'인데, 그 어원이 심히 의심스러운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어원이라기보다는 누가 그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일까 하는 문제이다.
‘뭔가 땡긴다’, 내지 ‘하고 싶다’는 표현으로 ‘꼴린다’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사람들마다 쓰는 용도 다름, 이건 내 경우), 네** 지식검색을 해보곤 너무 황당했다.
꼴―리다[자동사]
1.생식기가 성욕으로 흥분하여 충혈되다.
2.(무슨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부아가 몹시 치밀다.
¶밸이 꼴리다.
남성 친구들에게 그 단어의 뜻이 진정 그러하냐고, 우린 의미도 알지 못한 채 사용해왔다고 말했더니 아연실색해했다. 남성들이 자신의 경험-특히 성경험과 성기에 관한-을 말하기 시작해서 공론화 된 단어들이 우리 주위엔 꽤 많다. 이처럼 남성들의 성경험과 성기에 관한 인식에 기반을 둔 것으로 추정되는 단어는 ‘꼴아 박다’, ‘빼도 박도 못한다’ 등등으로 이어진다. ‘빼도 박도 못한다’ 진정 진퇴양난의 지경일테지... ‘꼴리다’의 반대말은 ‘쫄다’ 가 아닌가 싶고... 남성들만의 군대경험에 기반을 둔, 단어 ‘삽질하다’. 그 뒤론 이러한 단어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진다.
출신 단대 새로배움터에서는 캠프파이어를 하며 대동놀이를 하곤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동놀이가 끝났을 때, 불을 꺼야한다며 여자들은 숙소로 들어가고 남자들만 남으라지 않는가. 그 뒤로 남자동기들이 키득거리며 당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남자선배들이 바지를 내리라고 거의 윽박 지르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결국 한 아이가 바지를 벗어 제꼈단다. 머 그 아이야 손해본 것 같진 않았다. 수치심 이런 거 절대 없다. 결단력 있는(?) 남자다운 남자로 평가됐던 것이다. 나중에야 난 대동(大同)의 의미를 훼손하는, 여성을 소외시키는 악습은 끊어버리자고 제안했고 당시 남자 과장들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난 한마디 덧붙여 그 짓은 유치하고 불결할 뿐이라고 불쾌한 심정을 토로하였건대 과장들은 그건 아니라며 입모아 반발하는 것이다. 난 수세에 몰려 반박도 못하고 ‘왜 그럴까’ 계속 혼자 고민거리로 남겨두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유치한 놀이의 초점은 ‘오줌’이 아니라 그들의 ‘성기’라는 걸. 성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그들은 남성으로서 서로를 인정하며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서부터 곤란함이 발생했다. 다름 아닌 호칭 때문이다. 머 여자선배들이야 ‘언니’하고 부르면 되지만, 남자선배들은 어떻게 부를지가 난처했다. 회의석상에서야 ‘아무개국장, 누구씨’라고 부르면 된다. 문제는 평소에 대화할 때, 부를 때. 통상 ‘형’이라 부르곤 하는데, 난 그렇게 부르긴 싫다. 학생시절 존칭인 ‘학형’의 줄임말로 ‘형’이라 쓰이는 단어를 굳이 안 쓸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공식적인 논쟁이 없었을지라도 회의석상에서 점점 ‘형’이라는 존칭은 사라지고 대신 ‘동지’를 썼던 경험이 있다. 머, 사소한(?) 호칭 때문에 에너지 낭비할 필요도 없긴 한데, 그간의 성과를 무로 돌리는 짓은 용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선배’라 부르는 것은 나이든 사람 일방만을 지칭하는 것이기에 싫다. (물론 ‘언니’도 나이든 사람을 부르는 말이긴 한데, 궁지에 몰림TT) 나이든 사람일지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지라 생각하기에 난 몇 살 나이 차이가 안 나는 사람에게 깍듯이 윗사람대접을 안 해주는 것이 또 나의 고약한 버릇이기도 하다. 머 우리 사무실 언니들에게 거의 말을 놓는 ‘버르장머리’인 이유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난 말꼬리를 흐르거나 이름만 불러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임필수, 전화받아요” (며칠전 입대한 류주형만이 이 사실을 알아 차렸다. 그 나이에 무사히 훈련을 감내하고 있는지...) 내가 이런 이야길 하는 건 당분간은 이러한 화법이 지속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남자동지들 양해 좀 바랍니다. 맘속에 담아두었던 변명과 미안한 심정을 토로하니 맘이 다 후련해지네. 끝! PSSP
'말'이라기보다는 엄밀히 '단어'인데, 그 어원이 심히 의심스러운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어원이라기보다는 누가 그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일까 하는 문제이다.
‘뭔가 땡긴다’, 내지 ‘하고 싶다’는 표현으로 ‘꼴린다’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사람들마다 쓰는 용도 다름, 이건 내 경우), 네** 지식검색을 해보곤 너무 황당했다.
꼴―리다[자동사]
1.생식기가 성욕으로 흥분하여 충혈되다.
2.(무슨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부아가 몹시 치밀다.
¶밸이 꼴리다.
남성 친구들에게 그 단어의 뜻이 진정 그러하냐고, 우린 의미도 알지 못한 채 사용해왔다고 말했더니 아연실색해했다. 남성들이 자신의 경험-특히 성경험과 성기에 관한-을 말하기 시작해서 공론화 된 단어들이 우리 주위엔 꽤 많다. 이처럼 남성들의 성경험과 성기에 관한 인식에 기반을 둔 것으로 추정되는 단어는 ‘꼴아 박다’, ‘빼도 박도 못한다’ 등등으로 이어진다. ‘빼도 박도 못한다’ 진정 진퇴양난의 지경일테지... ‘꼴리다’의 반대말은 ‘쫄다’ 가 아닌가 싶고... 남성들만의 군대경험에 기반을 둔, 단어 ‘삽질하다’. 그 뒤론 이러한 단어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진다.
출신 단대 새로배움터에서는 캠프파이어를 하며 대동놀이를 하곤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동놀이가 끝났을 때, 불을 꺼야한다며 여자들은 숙소로 들어가고 남자들만 남으라지 않는가. 그 뒤로 남자동기들이 키득거리며 당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남자선배들이 바지를 내리라고 거의 윽박 지르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결국 한 아이가 바지를 벗어 제꼈단다. 머 그 아이야 손해본 것 같진 않았다. 수치심 이런 거 절대 없다. 결단력 있는(?) 남자다운 남자로 평가됐던 것이다. 나중에야 난 대동(大同)의 의미를 훼손하는, 여성을 소외시키는 악습은 끊어버리자고 제안했고 당시 남자 과장들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난 한마디 덧붙여 그 짓은 유치하고 불결할 뿐이라고 불쾌한 심정을 토로하였건대 과장들은 그건 아니라며 입모아 반발하는 것이다. 난 수세에 몰려 반박도 못하고 ‘왜 그럴까’ 계속 혼자 고민거리로 남겨두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유치한 놀이의 초점은 ‘오줌’이 아니라 그들의 ‘성기’라는 걸. 성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그들은 남성으로서 서로를 인정하며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서부터 곤란함이 발생했다. 다름 아닌 호칭 때문이다. 머 여자선배들이야 ‘언니’하고 부르면 되지만, 남자선배들은 어떻게 부를지가 난처했다. 회의석상에서야 ‘아무개국장, 누구씨’라고 부르면 된다. 문제는 평소에 대화할 때, 부를 때. 통상 ‘형’이라 부르곤 하는데, 난 그렇게 부르긴 싫다. 학생시절 존칭인 ‘학형’의 줄임말로 ‘형’이라 쓰이는 단어를 굳이 안 쓸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공식적인 논쟁이 없었을지라도 회의석상에서 점점 ‘형’이라는 존칭은 사라지고 대신 ‘동지’를 썼던 경험이 있다. 머, 사소한(?) 호칭 때문에 에너지 낭비할 필요도 없긴 한데, 그간의 성과를 무로 돌리는 짓은 용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선배’라 부르는 것은 나이든 사람 일방만을 지칭하는 것이기에 싫다. (물론 ‘언니’도 나이든 사람을 부르는 말이긴 한데, 궁지에 몰림TT) 나이든 사람일지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지라 생각하기에 난 몇 살 나이 차이가 안 나는 사람에게 깍듯이 윗사람대접을 안 해주는 것이 또 나의 고약한 버릇이기도 하다. 머 우리 사무실 언니들에게 거의 말을 놓는 ‘버르장머리’인 이유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난 말꼬리를 흐르거나 이름만 불러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임필수, 전화받아요” (며칠전 입대한 류주형만이 이 사실을 알아 차렸다. 그 나이에 무사히 훈련을 감내하고 있는지...) 내가 이런 이야길 하는 건 당분간은 이러한 화법이 지속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남자동지들 양해 좀 바랍니다. 맘속에 담아두었던 변명과 미안한 심정을 토로하니 맘이 다 후련해지네. 끝!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