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인권활동가대회에 대한 단상
1. 둥지골로 가기 위해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국인권활동가대회’가 개체되었다. 경기도 용인의 ‘둥지골 수련원’이라는 곳에서 진행된 2박 3일간의 일정은 작년보다 한층 풍부한 프로그램과 보다 많은 토론이 진행되었다. 약 100여명의 인권활동가들과 총 34개의 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행사에는 현재 ‘인권’이라는 화두로 포괄하고 있는 다양한 부문, 영역운동의 활동가들이 결집하였다.
‘전국에서 인권운동하는 사람들, 한번 모여보자’며 급하게 준비된 작년 1박2일의 짧은 수련회는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연대와 결집을 도모하는 의의만을 확인한 채 많은 과제를 남겼었다. 이에 대한 평가는 2회 인권활동가대회를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준비하도록 활동가들을 강제하였고, 2003년 가을 2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3개월마다 포럼형식으로 인권활동가들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으로 실현되었다.
그 첫 번째 모임으로 준비된 3월 포럼은 불행히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시작일에 진행되었다. 같은 시간에 ‘전쟁과 인권’이라는 이름 하에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도 안일하게 보일 수도 있었던 당시의 당혹감과 분노는 토론시간 내내 어떤 실천적인 결의를 끌어낼 것을 촉구하였다.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소위 ‘인권운동진영’에서 반전운동에 대한 그리고 평화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이 부족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3월 포럼이후 몇 개의 인권단체와 평화운동 활동가들로 구성된 ‘평화권 모임’을 결성할 것을 결의했다. 3개월뒤 이어졌던 6월 포럼은 삼보일배투쟁이 진행되고 있었던 새만금 갯벌에서 진행했다. 이 두 번의 커다란 계기와 10월 활동가대회까지 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두 번의 대회에 대한 기획의 아이디어가 모여졌다.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인권활동가대회 준비모임을 구성, 운영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범위의 활동가들이 2박 3일의 기간동안 어떻게, 무엇으로 결집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시켜왔다. 일명 ‘3․6․9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포럼이 활동가대회를 보다 의미있게 만들어가는 어떤 성과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된바가 없지만, 적어도 약 10개월의 기간동안 긴장감을 가지고 인권활동가들의 일상적인 연대를 의식적으로 도모했다는 점에서 인권활동가들만이 가능했던 색다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2. 2박3일간의 고민들
인권활동가대회의 2박3일의 일정은 정말로 많은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첫날 "인권운동의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한다"를 주제로 열린 연대마당에서는 국가보안법, 비정규직 노동자 인권, 부안 반핵투쟁 등 총 10개 분야의 인권현안을 중심으로 올해 인권운동의 흐름과 과제를 짚어봤다. 이튿날에는 '반세계화와 인권', '평화와 인권' 등 총 12가지 주제별 워크샵이 열렸다. 발제와 토론을 중심으로 깊이있는 전략논의를 펼친 워크샵이 있었는가 하면, 역할극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하고 있는 폭력을 직접 체험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실험적 형식의 워크샵도 진행됐다.
연대마당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방송사 비정규직 노조 주봉희 위원장이 호소한 비정규직의 차별의 문제였고 힘들게 조합을 일궈 세워도 번번이 조합원들이 잘려나가 조합이 와해되어 온 가슴아픈 역사를 되짚었던 부분이다. 이를 인권적인 문제로 제기하였을때의 유의미성을 확인하고 그러기 위한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전혀 다른 차원의 운동이라고 생각했었던 노동운동과 인권운동, 이 양자의 만남은 아마도 현재 존재하고 있는 ‘대공장 정규직 남성 비장애인 노동자들’만의 고착화된 노동조합운동이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속에서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현재 존재하는 인권운동의 시야 역시 보다 넓혀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한국동성애자연합에서는 자신의 존재조차 드러내기 힘든 현실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문제를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만들어나가야 과정에서의 어려움들, 그리고 향후 과제를 이야기하였다.
장애여성공감에서는 장애여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운동은 장애인운동도, 여성운동도 아닌 새로운 영역의 운동, 즉 ‘장애여성’의 운동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최근 송두율 교수 사건을 통해 전향제도가 다시 부활하고 운동사회 내부에서조차 '국가보안법에 따른 자기검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인권운동 진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자기 반성도 이어졌다. 이 부분에서는 과연 인권의 이름으로 정치 사상의 완전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인권운동에게 필요한 관점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둘째 날 진행된 총12가지 주제의 소규모 워크샵에서는 전 날의 연대마당에서 제기된 쟁점들 하나 하나를 보다 자세히 토론하는 시간을 갖았다. 각각의 쟁점과 과제들이 너무도 다양하고 포괄적이어서 다소 병렬적인 늘어놓기식으로 진행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상적으로 진행되었던 운동적 고민들보다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성과를 찾기엔 주어진 시간과 제한된 활동가들만의 논의가 왜소했던 것 같다.
한편 본행사를 시작하기 전의 ‘여는 마당’과 둘째 날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배치한 ‘공동체 놀이’는 서로의 어색함을 새로운 공동체의 만남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실험의 장이었다. 지난 1회 인권활동가대회의 결실로 구성된 ‘인권교육네트워크’는 사소한 작은 놀이를 통해서도 서로의 다양함과 차이를 배려하고 그러한 조건에서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활동가 대회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이번 대회에서 공유된 바를 바탕으로 공동의 성명서를 채택하였는데 주제는 현재 인권운동진영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정부의 이라크 파병결정에 대한 규탄이었다. 참가자 일동은 성명에서 최근 정부가 '전투병' 대신 '치안유지군'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전투병 파병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는 기만적 행위에 분노하면서 "파괴와 학살전쟁에 노무현 정부는 과연 누구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파병을 하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치안유지군으로 포장된 단 한 명의 파병도 불가"하다고 주장이 담긴 공동의 성명서를 채택하였다.
‘인권’의 이름으로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많은 활동가들의 고민과 준비로 채워진 이번 대회를 참가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사회운동활동가들의 결집, 특히 무척이나 다양한 영역의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운동과 공동의 운동전망을 모색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들었던 고민은 지금 규정되고 있는 ‘인권운동진영’이라는 언명이 가지고 있는 모호한 틀거리와 결코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함이 ‘인권’이라는 추상적인 테두리 속에 공존한다는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가보안법, 과거청산의 문제, 사회보호법 폐지, 네이스 반대, 부안 핵폐기장, 평화권, 반세계화 등의 사회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한 운동들 역시 각 투쟁의 대상과 투쟁의 방법, 목표하는 것들의 상이함이 존재한다. 또한 장애인의 이동권의 문제, 장애여성의 문제, 성적소수자들의 사회적 차별의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의 문제 등등... 몇 년 전 만해도 각기 다른 대중운동들일 뿐이었던 이러한 부문의 운동들이 ‘인권의 차원’에서 공동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운동의 결집은 다양한 사안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의 문제와 국가권력이 행사하는 폭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중심으로 연대와 단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운동의 일보전진이다. 하지만 나는 '인권운동진영‘이라는 또 하나의 어떤 영역을 만들어 내기에 앞서 지금 우리 앞에 형성되어있는 운동진영의 고착화되고 상호분리적인 질서들을 보다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둥지골에 모인 ‘인권활동가들’이외에도 투쟁의 주체들은 다른 어떤 영역의 활동가들로 존재하며 단지 ‘인권운동’의 연대와 단결이 전체 운동진영의 그것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를 그 누구나 차별없이 영유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인간해방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운동은 ‘인권적 특수성’ 이라는 측면으로 규정된 어떤 특정한 영역의 운동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인권’이라는 화두가 가지고 있는 보편성으로 분리되어있는 현재의 운동질서를 통합하는 매개로 인권운동이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무척이나 어려운 과제이지만, 인권활동가대회를 이처럼 내실있게 준비할 수 있는 인권활동가들의 진지한 열정으로 향후 인권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모색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나의 짧은 고민을 제기하고자 한다. PSSP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국인권활동가대회’가 개체되었다. 경기도 용인의 ‘둥지골 수련원’이라는 곳에서 진행된 2박 3일간의 일정은 작년보다 한층 풍부한 프로그램과 보다 많은 토론이 진행되었다. 약 100여명의 인권활동가들과 총 34개의 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행사에는 현재 ‘인권’이라는 화두로 포괄하고 있는 다양한 부문, 영역운동의 활동가들이 결집하였다.
‘전국에서 인권운동하는 사람들, 한번 모여보자’며 급하게 준비된 작년 1박2일의 짧은 수련회는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연대와 결집을 도모하는 의의만을 확인한 채 많은 과제를 남겼었다. 이에 대한 평가는 2회 인권활동가대회를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준비하도록 활동가들을 강제하였고, 2003년 가을 2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3개월마다 포럼형식으로 인권활동가들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으로 실현되었다.
그 첫 번째 모임으로 준비된 3월 포럼은 불행히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시작일에 진행되었다. 같은 시간에 ‘전쟁과 인권’이라는 이름 하에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도 안일하게 보일 수도 있었던 당시의 당혹감과 분노는 토론시간 내내 어떤 실천적인 결의를 끌어낼 것을 촉구하였다.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소위 ‘인권운동진영’에서 반전운동에 대한 그리고 평화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이 부족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3월 포럼이후 몇 개의 인권단체와 평화운동 활동가들로 구성된 ‘평화권 모임’을 결성할 것을 결의했다. 3개월뒤 이어졌던 6월 포럼은 삼보일배투쟁이 진행되고 있었던 새만금 갯벌에서 진행했다. 이 두 번의 커다란 계기와 10월 활동가대회까지 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두 번의 대회에 대한 기획의 아이디어가 모여졌다.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인권활동가대회 준비모임을 구성, 운영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범위의 활동가들이 2박 3일의 기간동안 어떻게, 무엇으로 결집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시켜왔다. 일명 ‘3․6․9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포럼이 활동가대회를 보다 의미있게 만들어가는 어떤 성과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된바가 없지만, 적어도 약 10개월의 기간동안 긴장감을 가지고 인권활동가들의 일상적인 연대를 의식적으로 도모했다는 점에서 인권활동가들만이 가능했던 색다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2. 2박3일간의 고민들
인권활동가대회의 2박3일의 일정은 정말로 많은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첫날 "인권운동의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한다"를 주제로 열린 연대마당에서는 국가보안법, 비정규직 노동자 인권, 부안 반핵투쟁 등 총 10개 분야의 인권현안을 중심으로 올해 인권운동의 흐름과 과제를 짚어봤다. 이튿날에는 '반세계화와 인권', '평화와 인권' 등 총 12가지 주제별 워크샵이 열렸다. 발제와 토론을 중심으로 깊이있는 전략논의를 펼친 워크샵이 있었는가 하면, 역할극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하고 있는 폭력을 직접 체험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실험적 형식의 워크샵도 진행됐다.
연대마당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방송사 비정규직 노조 주봉희 위원장이 호소한 비정규직의 차별의 문제였고 힘들게 조합을 일궈 세워도 번번이 조합원들이 잘려나가 조합이 와해되어 온 가슴아픈 역사를 되짚었던 부분이다. 이를 인권적인 문제로 제기하였을때의 유의미성을 확인하고 그러기 위한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전혀 다른 차원의 운동이라고 생각했었던 노동운동과 인권운동, 이 양자의 만남은 아마도 현재 존재하고 있는 ‘대공장 정규직 남성 비장애인 노동자들’만의 고착화된 노동조합운동이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속에서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현재 존재하는 인권운동의 시야 역시 보다 넓혀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한국동성애자연합에서는 자신의 존재조차 드러내기 힘든 현실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문제를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만들어나가야 과정에서의 어려움들, 그리고 향후 과제를 이야기하였다.
장애여성공감에서는 장애여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운동은 장애인운동도, 여성운동도 아닌 새로운 영역의 운동, 즉 ‘장애여성’의 운동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최근 송두율 교수 사건을 통해 전향제도가 다시 부활하고 운동사회 내부에서조차 '국가보안법에 따른 자기검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인권운동 진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자기 반성도 이어졌다. 이 부분에서는 과연 인권의 이름으로 정치 사상의 완전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인권운동에게 필요한 관점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둘째 날 진행된 총12가지 주제의 소규모 워크샵에서는 전 날의 연대마당에서 제기된 쟁점들 하나 하나를 보다 자세히 토론하는 시간을 갖았다. 각각의 쟁점과 과제들이 너무도 다양하고 포괄적이어서 다소 병렬적인 늘어놓기식으로 진행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상적으로 진행되었던 운동적 고민들보다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성과를 찾기엔 주어진 시간과 제한된 활동가들만의 논의가 왜소했던 것 같다.
한편 본행사를 시작하기 전의 ‘여는 마당’과 둘째 날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배치한 ‘공동체 놀이’는 서로의 어색함을 새로운 공동체의 만남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실험의 장이었다. 지난 1회 인권활동가대회의 결실로 구성된 ‘인권교육네트워크’는 사소한 작은 놀이를 통해서도 서로의 다양함과 차이를 배려하고 그러한 조건에서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활동가 대회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이번 대회에서 공유된 바를 바탕으로 공동의 성명서를 채택하였는데 주제는 현재 인권운동진영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정부의 이라크 파병결정에 대한 규탄이었다. 참가자 일동은 성명에서 최근 정부가 '전투병' 대신 '치안유지군'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전투병 파병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는 기만적 행위에 분노하면서 "파괴와 학살전쟁에 노무현 정부는 과연 누구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파병을 하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치안유지군으로 포장된 단 한 명의 파병도 불가"하다고 주장이 담긴 공동의 성명서를 채택하였다.
‘인권’의 이름으로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많은 활동가들의 고민과 준비로 채워진 이번 대회를 참가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사회운동활동가들의 결집, 특히 무척이나 다양한 영역의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운동과 공동의 운동전망을 모색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들었던 고민은 지금 규정되고 있는 ‘인권운동진영’이라는 언명이 가지고 있는 모호한 틀거리와 결코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함이 ‘인권’이라는 추상적인 테두리 속에 공존한다는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가보안법, 과거청산의 문제, 사회보호법 폐지, 네이스 반대, 부안 핵폐기장, 평화권, 반세계화 등의 사회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한 운동들 역시 각 투쟁의 대상과 투쟁의 방법, 목표하는 것들의 상이함이 존재한다. 또한 장애인의 이동권의 문제, 장애여성의 문제, 성적소수자들의 사회적 차별의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의 문제 등등... 몇 년 전 만해도 각기 다른 대중운동들일 뿐이었던 이러한 부문의 운동들이 ‘인권의 차원’에서 공동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운동의 결집은 다양한 사안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의 문제와 국가권력이 행사하는 폭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중심으로 연대와 단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운동의 일보전진이다. 하지만 나는 '인권운동진영‘이라는 또 하나의 어떤 영역을 만들어 내기에 앞서 지금 우리 앞에 형성되어있는 운동진영의 고착화되고 상호분리적인 질서들을 보다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둥지골에 모인 ‘인권활동가들’이외에도 투쟁의 주체들은 다른 어떤 영역의 활동가들로 존재하며 단지 ‘인권운동’의 연대와 단결이 전체 운동진영의 그것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를 그 누구나 차별없이 영유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인간해방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운동은 ‘인권적 특수성’ 이라는 측면으로 규정된 어떤 특정한 영역의 운동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인권’이라는 화두가 가지고 있는 보편성으로 분리되어있는 현재의 운동질서를 통합하는 매개로 인권운동이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무척이나 어려운 과제이지만, 인권활동가대회를 이처럼 내실있게 준비할 수 있는 인권활동가들의 진지한 열정으로 향후 인권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모색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나의 짧은 고민을 제기하고자 한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