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2 봄.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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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궐하는 인민주의: 지속불가능한 경제정책과 반지식인주의

마르크스주의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진현 | 정책교육국장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정치학 교수인 야스차 뭉크는 저서 『위험한 민주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면서, 인민주의자(populist)들이 세계 곳곳에서 집권하는 현상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그에 의하면 자유와 민주주의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만 각자가 존속할 수 있다. 먼저 민주주의가 있어야 부유층과 권력자들이 저소득층의 권리를 짓밟을 수 없다. 또 자유가 존중되어야 사회적 영향력이 적은 소수집단의 권리가 보호되고 언론이 자유롭게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 이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이어진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다수의 폭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체제에 비판적인 철학자를 처형하고, 정치적 연설부터 악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검열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현대에서는 인민주의가 강도는 약하지만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민주주의 없는 자유는 자본가와 기술관료들이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사회로 이어지는데, 신자유주의의 폐해 중 하나로 지적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시대 이후에 오늘날과 같이 인민주의가 폭발하는 시대가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제위기로 인해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인민주의자들이 ‘엘리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되찾아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대중을 선동하는 것이다. 그걸 상징하는 핵심 사건이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이라고 뭉크는 이야기한다. 미국은 1829년부터 1837년까지 집권했던 앤드류 잭슨 이후 트럼프 등장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인민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적이 없다. 
 
 

1. 인민주의의 세계적 창궐과 한국에서 인민주의자 대통령의 등장

 
인민주의의 세계적 창궐은 통계로도 증명되는데, 독일의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본대학 연구소는 1900~2018년 사이 존재했던 세계 주요 60개국 1500여명의 정치지도자를 분석한 결과, 인민주의 세력이 가장 강력한 시기는 2018년이라고 결론 내렸다. 표본 국가 중 인민주의 정권이 들어선 곳의 비율은 2000년대 이전까지 단 한 번도 15%를 넘은 적이 없었으나, 2018년에는 25%에 달한다.

뭉크 교수는 인민주의자들의 등장이 두 가지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국민의 편에 서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가가 정권을 잡는 일이고, 둘째는 그렇게 당선된 지도자가 ‘국민의 뜻을 따르는 일’에 방해가 되는 제도는 뭐가 됐든지 폐지하는 일이다. 이는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즉 한 당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갖는 일을 막고, 여러 집단의 이익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인민주의자들은 이를 무시하는데, 국민의 뜻은 중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소수집단을 배려하는 일은 부패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독립적인 기관이나 개인의 권리가 민중의 목소리를 약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민주의자였던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 문헌을 통해 국내외 학계에서 확립된 사실이다. 미국 정치학자 무데 교수와 칠레 정치학자 칼트바서 교수가 공저한 인민주의 개론서에도 “아웃사이더” 인민주의자의 예시로 언급될 정도다. 다만 그는 인민주의적 수사를 동원하는 정치가적 인민주의에 그쳤고, 실제 정책은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대표적인 게 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었다. 

앞서 언급한 킬 세계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아래와 같이 서술하면서 노무현을 우파 인민주의자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자신은 개혁을 거부하는 기득권의 편이 아니라 대중의 편에 서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호응을 끌어냈다. 대중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했으며, 단순하고 설득력 있는 담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인민주의자이자 역사 수정주의자’로 분류되는데, 민족주의적 수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무현은 ‘민족정체성의 상징들’을 매우 강조했으며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민족주의적 수사에 크게 기대었다. 그는 또한 강한 반미 정서를 활용했으며, 일본과의 분쟁을 부추겼으며,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는 전략을 이용하기도 했다. 연구진들은 경제적 불평등은 그의 담론에서 핵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파 인민주의자로 분류했다고 이야기한다.
 
 

2. 집권 86세대의 주류화와 본격적인 인민주의의 대두

 
그렇다면 노무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이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어떨까? 아직은 연구 자체가 많지 않으나, 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와 인민주의를 비판하는 연구들도 찾아볼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인 사회학자 신기욱 교수는 2020년 《민주주의 저널》(Journal of Democracy)에 발표한 「남한 민주주의의 부패」라는 글에서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비판한다. 참고로 《민주주의 저널》은 독재자를 감별하는 정치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한 도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레비츠키 교수가 편집장으로 있는 학술지다. 신 교수는 한국도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고 있으며, 민주주의적 규범이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 교수는 한국 정부의 반자유주의적 행태들이 인민의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헌법과 민주주의에 적대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파워 엘리트로 자리잡은 과거 민주화 운동 세력이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에서 핵심 역할을 해서 충격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면서 증오와 원한의 정치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그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그가 지적하는 건 “적폐 청산”의 정치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정책이 바뀌거나 정책 결정자가 교체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실행하기만 했던 관료들까지 모두 수사하고 처벌하려고 했다. 2015년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했던 외교부 관료들, 201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개성공단을 폐쇄했던 통일부 관료들, 2015년 국정 역사교과서를 복귀시켰던 교육부 관료들이 대표적인 수사 대상이었다. 심지어 실무를 하던 공무원들까지 검찰에 고발되었다. 이 수사는 전문성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평가 기준이었고, 공직자 윤리는 파괴되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지적하는 점은 시민사회가 정치화되었다는 점이다. 소위 386세대라 불리는 운동권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는데, 다수가 참여연대 출신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권력자가 된 후에도 “권력에 맞서 싸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중요 요소인 관용과 타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남한의 정치화된 시민사회는 정부의 권력을 제어하지 않고 있고, 스스로도 절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향성으로 나타나는데, 심지어 이는 외국에까지 손을 뻗쳤다. 워싱턴에 위치한 싱크탱크 중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는 한국 정부로부터의 자금 지원이 끊겨 2018년에 문을 닫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연구소의 소장과 부소장이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해고할 것을 요구했다. 연구소가 이를 거부하자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신 교수는 또한 소위 ‘문파’라고 불리는 지지층들의 광신주의와 과격한 행동도 비판한다. 그들의 의견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판사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 인터넷에 유포한다든지, 그들의 생각에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견해를 내비친 국회의원, 지식인들, 언론인들을 위협하는 문자메시지를 집단으로 보낸다든가 사이버테러를 자행하는 행위다. 이 때문에 한국 지식인들은 자기검열을 하거나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인민주의가 대두하면서 정치적 논리와 감정적 대응이 모든 것을 장악했으며, 전문가들의 견해는 무시되었고 이성적 토론은 실종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이었다고 지적한다. 많은 경제학자가 점진적 인상을 할 것을 권고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 경제학자들이 “소수 특권계층”의 대변자라며 무시했다는 것이다.

한편, 광신적 애국주의적 인민주의(Chauvinistic populism) 역시 한국에서 등장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순신 장군, 동학농민운동, 국채보상운동 등을 빈번히 언급하면서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일본과의 마찰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한일갈등이 2020년 총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서술한 민주당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신 교수는 사법부 독립성 침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선거법 개정을 하면서 야당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일, 조국 사태를 둘러싼 이중 잣대의 문제 등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비판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진보연대가 꾸준히 비판해온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다시 다루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인민주의자였으나 정책에서는 신자유주의로 일관했는데, 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정책 자체도 인민주의적으로 변화했을까.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론적 근거가 취약하고 현실성이 없는 소득주도성장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여러 번 국정 기조로 등장한 적이 있으나 한국에서는 2017년에 처음으로 국정 과제가 되었다. 

그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0년 봄호에 실린 「‘집권 86세대’의 포퓰리즘」을 통해 사회진보연대는 ‘집권 86세대’에 주목한 바 있다. 86세대란 1960년대에 태어나서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운동 경험을 공유하는 집단을 일컫는다. 특히 1987년에 대학을 다니고 있었던 학번들이 주류를 형성한다. 이 글에서는 2007~2009년 금융위기라는 신자유주의의 몰락을 상징하는 정세적 사건에도 주목하지만, 주체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제도권 정치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된 86세대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86세대들이 주축이 되어 옹립한 인물인 만큼, 이들이 정권 핵심부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언급되는 이들은 대부분 86세대로, ‘집권 86세대’의 주축이다. 최측근으로 분류되었던 ‘3철’ 중 두 명이 86세대였고, 선거운동 참모조직이었던 ‘광흥창팀’도 13명 중 11명이 86세대다. 광흥창팀 중 10명은 청와대로 들어갔다. 국회로 눈을 돌려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86세대 국회의원은 19대(2012~2016)에서 107명이었지만, 20대에서 147명, 21대에서 175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증가분은 민주당 86세대 국회의원 수 증가에 의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19대 45명, 20대 49명, 21대 51명으로 많이 증가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19대 53명, 20대 75명, 21대 11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고, 반일·반미 감정을 선동하는 발언이 정권 핵심부에서 돌출하는 이유는 모두 집권 86세대가 공유하는 정서와 맞닿아 있다. 민주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86세대들은 대부분 민족주의적 통일운동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들은 한국사회를 일제시기부터 이어진 식민지반봉건사회라 진단하고, 진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외세(미국)의 개입을 분쇄하고 조국을 통일하는 것을 꼽았다. 이들과 다르게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그룹도 있었으나, 소수였고 주류가 되지 못했다.

통일운동 세력은 수적으로는 주류였으나, 현실 인식에 오류가 있었고 경제적 분석 없이 민족주의 정서를 이용해 운동을 했기 때문에 1990년대 들어서면서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고 쇠퇴했다. 그러나 86세대들 중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지도부에 있었던 이들은 학생운동 경험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인맥과 경력을 활용해 민주당 핵심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제 조국 통일 대신 ‘반보수’, ‘반기득권’이라는 인민주의적 개념을 활용해 지지자들을 결집시킨다. 동시에 여전히 학생운동 당시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적 분석은 부재하고, 민족주의적 정서가 핵심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소득주도성장과 반일 민족주의로 귀결된 것이다.
 
 

3. 마르크스주의자의 인민주의 비판: 경제학 비판의 부재와 반지식인주의

 
그렇다면 한국에도 인민주의가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유주의적 정치세력이 남아있는 유럽 국가에서는 인민주의에 맞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 세력이 미약한 한국에서는 인민주의가 계속해서 위세를 떨칠 가능성이 크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회운동이나 좌파 세력이 인민주의를 제어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인민주의가 수사와 정책을 기존 사회운동의 요구로부터 흡수하기 때문이다.

인민주의자들은 정치 엘리트의 권력 독점을 비판하고 인민의 권력을 주장하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의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가 몰락하고 사회주의 운동 역시 쇠퇴하면서, 일부 좌파 지식인들이 인민주의를 정치위기의 대안으로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인민주의로 전환하는 일이 발생한다. 인민주의를 통해서 세상을 바꿔보자는 것인데, 이들에게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라클라우와 무페 같은 학자들이다. 그러나 라클라우와 무페의 입장은 마르크스주의와 공존할 수 없다. 이를 비판한 사람이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자크 비데다.

이제부터 자크 비데가 2019년 저술한 「현재 남부 유럽에서 마르크스주의와 좌파 인민주의」를 통해 마르크스주의자가 인민주의를 어떻게 비판했는지 살펴보자. 그는 여러 쟁점을 제기했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그의 주장을 재구성해 보겠다. 경제학 비판의 부재와 반지식인주의다.

비데는 무페가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사회의 역사적 경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마르크스주의자가 사회구조를 이야기할 때, 경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주체의 측면에서 정치도 중요하겠지만, 경제적 구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한에서만 타당성을 지닐 수 있다. 하지만 무페는 정치의 출발점이 정치라고 간주한다. 인민주의자로서 그에게는 주류경제학을 체계적으로 지양하는 경제학 비판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자본주의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경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대신 단순히 부패했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주의적 생산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변혁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인민주의 세력이 엘리트들 대신 집권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과는 대체로 두 가지로 많이 나타난다. 생산에 대한 고민 없이 막대한 재정 지출을 통해 생산의 토대를 무너뜨리거나, 쫓아냈던 경제관료를 복귀시켜 다시 집권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바로 반지식인주의다. 반지식인주의는 과학적 토론과 논쟁을 억압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부합하는 지식인만 옹호하며, 전문가 사이에 합의된 과학적 사실을 정당한 비판 없이 무시하는 흐름을 뜻한다. 인민주의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논쟁 없이 모든 반기득권 세력의 요구와 관점을 수용한다. 그런데 보통 특정한 사회의 지배적인 구조적 모순이 어떤 것인지, 어떤 요구가 먼저 실행되어야 하는지는 이론과 관점에 따라 결론이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토론을 해보면 내부에 심각한 모순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반기득권 전선이 무너지기 쉬우므로, 카리스마적 리더의 인민주의적 수사가 토론과 논쟁을 대체한다. 따라서 인민주의 정권의 정책은 과학적 비판에 의해 견제받지 않는다. 모든 요구를 다 수용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재정 지출은 화폐 발행이나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

비데는 노동자계급이 소위 ‘엘리트’라고 인민주의자의 공격을 받는, ‘능력·자격을 갖춘 자’와 동맹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본가와 동일시할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 자본가들과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가들은 잉여가치 추구가 지상목표이지만, 이들은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물론 단순히 ‘능력·자격을 갖춘 자’와 동맹만 형성하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데의 입장을 인민주의 비판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자면, 노동자들이 지식인들과 동맹을 맺고 인민주의에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변혁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노동자들은 지식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적 차이를 감축하고 육체노동과 지식노동의 분리를 극복함으로써 자본주의 또는 자유주의를 지양해야 한다. 이는 노동자들이 지식인들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게 아니라, 교류와 비판적 논쟁을 통해 넘어서고, 스스로가 지식인이 되어야 변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이것이 함의하는 바는 명료하다. 인민주의의 반지식인주의적 경향은 자유주의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적 변혁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쟁점, 경제학 비판의 부재와 반지식인주의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 현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4. 지속불가능한 경제정책을 통한 사회정책

 
인민주의자는 정권을 잡고 나면, 지지층의 요구를 ‘인민의 뜻’으로 해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 장치를 극대화하여 활용한다. 알튀세르와 브뤼노프에 의하면, 자본주의적 국가 장치는 세 가지 기능을 가진다. 첫째로 경제적 기능인데, 화폐와 노동력을 재생산한다. 이들 두 가지 특수한 상품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내에서 재생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인데, 가족과 학교를 통해 노동자들은 노동규율에 복종하고 민족의 일원으로서 국가에 충성하게 된다. 셋째는 억압적 기능으로 군대와 경찰을 통해 영토 내에서 폭력을 독점한다.

여기서 인민주의자가 핵심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경제적 기능이다. 본래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화폐의 재생산을 위해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각각 화폐정책과 재정정책을 구사하고,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서 사회행정기관이 사회정책을 구사한다. 인민주의자가 등장하는 시기는 경제위기 직후이거나,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지자들은 사회정책의 확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모든 종류의 사회정책에는 재정 지출이라는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사회정책 실행을 위해서는 일단 증세가 필요하다. 또 어떤 사회정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할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증세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것을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민주의 정권에게는 경제학도, 경제학 비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정책의 비용은 무시하고 효과만 과대포장한 다음, 증세가 허용하는 범위를 심각하게 넘어서는 사회정책을 실행한다. 부족한 비용은 중앙은행을 이용해 화폐를 발행해 충당하거나, 국채를 발행해 다음 세대에게 떠넘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던 곳이 바로 라틴 아메리카다. 이를 전형적으로 정리한 것이 라틴 아메리카 경제 전문가인 세바스티안 에드워즈 교수가 1990년대에 정립한 모델이다. 이 모델은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에는 생활수준 저하로 인한 대중의 불만을 등에 업고 집권한 인민주의 정부가 공공부문 지출과 화폐 팽창의 한계를 없애버린다. 그들은 재정 적자의 위험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화폐량을 증가시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제시하는 핵심 근거가 바로 가동률 상승으로 인한 경제 성장 효과다. 이는 현대화폐이론(MMT)의 주장과 매우 유사하다. 

2단계에는 단기적으로 급격한 경기 부양과 실질임금 상승, 실업률 저하가 발생한다. 대량의 화폐를 공급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총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재고는 소진된다. 또한 외화 보유고를 수입 기업에게 공급해 수입 물가를 낮춘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시에는 가격 통제 정책을 시행한다.

3단계에는 외화 보유고가 부족해지고 자본 도피가 발생한다. 외화 암시장이 생기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진다. 교통, 공공서비스, 음식에 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재정 적자도 지속해서 악화한다.

4단계는 물자 부족이 심각해지고 심각한 자본 도피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는다. 가격 통제 정책이 엄격해지고, 이를 어긴 소매업자들은 감옥에 갇힌다. 정부는 뒤늦게 보조금을 삭감하고 통화 가치절하를 시도하나,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외채 부도의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하며, 실질임금은 빠르게 하락한다.

5단계에는 이 재앙을 수습하는 단계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 주류경제학적 정책을 시행하고 국제통화기금이 개입한다. 실질임금은 인민주의 정부 집권 이전보다 훨씬 더 후퇴한 상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차베스 집권 이후의 베네수엘라다. 차베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회정책을 대폭 확대하며 복지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석유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었다. 그가 실시한 사회정책은 모두 국유화한 석유 기업에서 비용을 조달했다. 생산 부문에서는 소생산자 협동조합과 지역화폐를 결합한 모델을 대안으로 추구했다. 이 프로젝트는 ‘스페인 정복 이전의 사회주의’라는 신비화된 전자본주의적 과거로의 회귀를 목표로 했다.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9년 집권 이후 몇 년간은 이 경제 모델이 유지될 수 있었는데,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이어진 석유 가격의 상승세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을 기점으로 석유 가격은 하락세로 반전했고, 사회정책을 후퇴시킬 수 없었던 차베스 정부는 화폐 발행을 통한 재정 적자 충당이라는 늪으로 빠져들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8%였던 재정 적자 규모는 2017년 31.8%까지 증가했다. 2018년에 이르면 전년 대비 화폐 발행량 증가율이 5000%에 이르고 인플레이션은 13만 퍼센트에 도달한다. 화폐가치 하락은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졌는데, 1999년과 비교했을 때, 2013년 베네수엘라의 실질임금은 21% 하락했다.

물론 경제학 비판의 부재는 이런 전형적인 사례 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형태의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인민주의 지도자가 실제 사회정책에 큰 의지가 없었던 경우, 재무부 관료들의 말을 듣고 공약을 모두 무효화시키고 여기에 반발하는 대중을 탄압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5. 반지식인주의와 반백신운동

 
반지식인주의는 인민주의 정치가와 지지자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엘리트에 대한 혐오가 인민주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반백신운동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반백신운동의 확산은 보건의료 위기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 많은 국가에서 반백신운동은 인민주의와 함께 성장한다.

런던 퀸스메리 대학 케네디 교수가 2019년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백신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많은 국가일수록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인민주의 정당의 득표율이 높았다. 두 변수 간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상관계수가 0.7222로 매우 높게 나타났는데(최대값은 1), 이 중에서도 이탈리아는 눈에 띈다. 이탈리아에서 백신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전체의 약 18%였고, 인민주의 정당의 득표율은 40%를 넘었다. 이제 현재 이탈리아 집권당인 오성운동과 반백신운동의 사례를 통해 반지식인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살펴보자.

최근 반백신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은 1998년, 앤드류 웨이크필드라는 의사가 《란셋》이라는 유명 학술지에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은 연구자가 임의로 대상자를 선정하였고, 후원자에 반백신 재판을 진행 중인 변호사 한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웨이크필드가 새로운 홍역 백신 제작 연구에 참여하고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다른 연구진들이 실시한 추가 연구에서 MMR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아, 이 논문은 2010년 공식 철회되었다. 그러나 웨이크필드의 연구는 세계 곳곳에서 반백신운동의 과학적 근거로 쓰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1930년대부터 4가지 백신을 법적으로 의무화해왔지만, 유럽에서 백신접종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였다. 위반 시 제재가 효과적이지 않았고 지역 정부가 보건 정책에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리미니(Rimini)시 법원이 공식적으로 2010년 철회된 웨이크필드의 논문을 근거로 MMR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는 일이 있었다. 2년 후 밀라노 법원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판결들은 반백신운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2010년대 들어 접종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반백신 정서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논란의 대상이 아니었다. 의무화된 백신이 4종류뿐이었고, 회피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오성운동의 창립자인 그릴로(Beppe Grillo)는 원래 코미디언이었는데, 1998년부터 백신의 효과를 희화화하는 내용의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를 해왔다. 오성운동 초기에 그릴로의 블로그는 선전과 조직의 허브였다. 이곳에는 웨이크필드의 논문을 포함해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자료들(“백신이 죽일 수 있다.”, “자폐증 유행”)이 많이 올라왔다. 

2013년 오성운동은 25%의 득표율을 얻으며 의회로 처음 진출했다. 오성운동 정치인들은 백신이 위험하며, 제약회사의 음모가 숨어있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펼쳤다. 2015년에는 12명의 오성운동 의원들이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백신이 백혈병, 중독, 염증, 면역 억제, 유전 가능한 유전자 변이, 암, 자폐증, 알러지와 연관이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유럽의회 선거 후보자였던 오성운동의 페디치니(Piernicola Pedicini)는 2015년 “백신접종은 적을수록 좋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오성운동을 포함한 반백신운동의 열풍 속에 2013년에는 90%였던 홍역 백신 접종률이 2015년에 이르면 85%까지 하락했다. 홍역은 자연면역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95%의 인구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백신 접종률 하락의 영향으로 2017년 1~8월 기간에만 홍역 감염자가 4400여 건 발생했으며, 이는 평년의 세 배가 넘는 수치였고 이 중 88%는 미접종자였다. 두 명이 심각한 부작용인 뇌염을 앓았고, 세 명의 소아가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2017년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이탈리아 민주당(PD)은 여섯 개의 추가 백신을 포함해 10개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로렌진 시행령(Lorenzin decree)을 선포했는데, 이는 반백신운동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2018년에 총선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성운동 정치인들은 시행령을 강력히 비난하고 자신들이 집권하면 이 시행령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움브리아주 주지사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던 오성운동의 리버라티(Andrea Liberati)는 이 시행령에는 대형 제약사들의 수익 창출이 숨어있다고 이야기했다. 

오성운동과 연정에 참여했었던 북부동맹(Lega)은 2018년 총선을 준비하면서 반백신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오성운동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약간 달랐는데, 백신을 강제하는 시행령이 “스탈린주의적”이며, 선택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중에는 오성운동과 같이 백신무용론을 주장했다.

이들은 2018년, 집권에 성공하고 나서는 입장을 바꿨다. 처음에는 로렌진 시행령의 일부를 철회했으나, 나중에는 다시 복귀시켰다. 그러나 이들이 부추긴 반백신운동은 규모와 강도 면에서 모두 크게 성장했다. 

최근 오성운동은 집권 전의 입장과는 정반대로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제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12세 이상 인구의 80%가 넘는 인구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반대 운동도 강력하다. 2021년 5월에는 반백신운동가 두 명이 백신 센터에 화염병을 던졌다. 2021년 10월 9일에 백신 패스에 반대하며 발생한 폭력시위로 30명이 넘는 경찰관이 부상을 입고 이탈리아 극우정당 새로운 힘(Forza Nuova)의 리더가 수십 명의 시위대와 함께 체포되었다. 시위대는 노동조합, 극우 깡패,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결한 반백신운동가들로 구성되었다. 시위대는 병원을 습격하기도 하고, 의회 문을 부수고 진입하려고 시도하는가 하면, 백신 접종에 우호적이었던 이탈리아노총(CGIL) 본부를 파괴하기도 했다.
 
 

6. 한국 사회는 인민주의의 늪에 빠질 것인가

 
2022년 대선은 향후 한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인민주의의 창궐에 맞서 싸우는 게 시급한 과제지만, 아직 한국의 자유주의 세력은 매우 취약한 상태이고 사회운동 역시 인민주의의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마르크스주의가 해야 할 일은 경제학 비판 없는 경제정책과 반지식인주의의 위험성과 모순을 폭로하면서, 반인민주의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민주의자는 경제학과 경제학 비판에 모두 무관심하다. 특히 생산의 영역에 관심이 없고 잉여가치를 소비하는 데만 몰두한다. 인민주의 세력이 집권 이후 잘못된 경제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사회적 생산을 위한 물적 토대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생존할 수 없을 정도가 될 수 있다. 과도한 화폐 발행은 화폐 가치와 실질임금을 떨어뜨리고, 무책임한 재정 적자는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려 자본 축적이 멈추게 된다. 

생산한 노동생산물을 전부 소비하지 않고, 소모된 생산수단을 보전하고 확대재생산을 위해 축적하는 일은 자본가들이 주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사회주의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역설한 일이기도 하다. 인민주의자처럼 ‘국민의 이름으로’ 생산한 가치 이상으로 소비하는 일은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에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금 현재 투표권이 있는 국민을 위한 정책의 비용을, 지금 투표권이 없는 미래의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지식인주의 역시 마르크스주의자로서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 지식인들과 과학적 이론을 교류하지 않는 노동자는 변혁의 주체로 거듭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주의적 지식인이라 해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의 이론은 비판하고 논쟁해서 지양하는 것이지 무시하고 억압해서는 안 된다. 마르크스주의는 고전파 경제학과 케인스주의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발전해왔다. 만약 마르크스가 고전파 경제학을 무시하고 무조건 반대하려고만 했다면 『자본』은 탄생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야스차 뭉크는 자유를 억압하는 극단적 민주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인민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그의 주장은 사회주의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지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자본주의적 소유권의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같이 인민주의 정권이 탄압하고 있는 권리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와 같은 편에 설 수 있다. 사회주의에도 자유는 필요하고, 노동자가 지식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유는 오히려 자유주의보다 더 나아간 것이기 때문이다. 

반지식인주의 비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 우려되는 것은 역시 민주당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2020년부터 2021년에 걸쳐 여러 개의 역사왜곡 금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들이 모두 통과되면, 지금 주류인 민족주의적 역사해석과 다른 해석을 제시하기만 해도 처벌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보수적 역사해석이 처벌받을 수도 있지만, 마르크스주의적 역사해석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 대응 당시 백신 구매를 서두르라는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적이 있었으며, 2021년 위드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확진자 급증세에 대응하여 긴급조치를 발동하라는 의료전문가의 주장을 묵살한 것으로 보인다. 방역의 정치화이자 반지식인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대선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인식도 우려스러운데, 권력으로 연구와 토론을 억압하려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 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간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개적으로 연구원을 적폐로 낙인찍고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 

경제학 비판의 부재와 무책임한 재정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이재명 후보는 위험하다. 그는 모든 국민에게 저리로 천만 원을 빌려주겠다는 기본대출 공약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현대 금융시스템에 대한 분석과 합당한 비판 대신, 오늘날의 서민금융이 “족징, 인징, 황구첨정, 백골징포”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조선 후기 군역이 문란해져 양민을 광범위하게 수탈했던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군역을 회피하고 도망간 사람의 군역을 이웃 양민에게 부과하거나, 군역의 나이가 되지 않은 어린이나 죽은 사람에게까지 군역을 부과하던 것을 뜻한다. 이는 사실관계에도 어긋나고, 대안적 금융시스템 구축을 위한 토론을 금융기관에 대한 증오로 대체한다. 한편으로는 국가부채가 GDP 대비 100%가 넘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며, 스스로 고통받는 약자를 위해 포퓰리스트가 되겠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를 해체하고 예산 기능을 청와대로 가져오겠다고 선언했는데, 견제받지 않고 재정 지출을 마음껏 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분간은 인민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86세대를 매개로 지지층을 규합한 민주당의 세력이 단번에 사그라질 것 같지 않고, 민주당 외에도 인민주의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민주의 세력은 민중의 불만과 사회운동의 요구를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어떤 세력에 반대하고, 어떤 주장에 찬성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쉽지 않은 정세다. 이 글에서 제기한 두 가지 주요 쟁점이 판단의 준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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