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고, 빈곤문제 해결하라!
희망이 없는 '빈곤의 굴레' - 고층아파트에 가려진 도시의 빈곤
'4인 가족이 26평형 아파트에 살고 월 소득은 281만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최근 제시한 평균적인 서울 시민의 모습이다. 가구당 부동산은 1억2000만원, 금융자산은 4100만원이며 31평형 아파트로 이사를 꿈꾼다. 그러나 이러한 이면에는 '영구임대주택 거주자 4만5천 가구, 비닐하우스 촌 4100가구, 쪽방 거주자 3천명, 생활보장 대상자 17만 명'이 있다. 서울의 절대빈곤층은 약 40만 명이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여기저기 가려진 채 흩어져 있는 수많은 지하 셋방과 쪽방 등에서 빈곤은 재생산되고 있다.
화려한 경제성장을 거치며 잠시 잊혀졌던 절대빈곤은 외환위기와 함께 다시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라 생활비를 지원받는 대상자(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월 소득 99만 원이하, 재산기준 3600만 원이하)는 1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3%다.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기준 빈곤선 이하 인구는 전체 인구의 7.8%로 추정된다. 따라서 줄잡아 약 400만 명 정도가 절대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이러한 빈곤은 은폐되고 개별화 파편화되어 있다. 빈곤 양상이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빈곤의 상징이었던 판자촌, 달동네, 산동네라는 빈곤층 집단거주지는 198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사라지고 현대식 고층아파트로 바뀌었다. 빈민들도 뿔뿔이 흩어져서 서울 곳곳 지하셋방으로, 쪽방으로 숨어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가려진 쪽방, 영구임대주택 등에 빈곤층이 은폐되는 빈곤 집중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빈민을 죽이는 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은 IMF 이후 대량실업 사태와 빈곤층 양산, 소득의 양극화 속에서 사회적 불안국면 수습이라는 시급한 당면과제 해결의 욕구와 함께, 지속될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과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에 의해 도입되었다. 이른바 김대중 정권이 제시했던 '생산적 복지'의 일환이었다. '생산적 복지'는 빈곤과 실업의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나태에서 원인을 찾고, 개인이 부지런히 일할 의지를 가질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결국 빈곤과 실업은 개인이 책임져야지, 국가가 책임질 일이 아닌 것이다. 그리하여 빈곤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접근과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시행 이후 증가하는 빈곤층, 불안정 노동층의 문제가 어찌하여 개인이 나태해서 생긴 문제인가? 결국 '생산적 복지'는 이름만 거창할 뿐, 정권의 기만적인 정책에 불과한 것이었다.
참여복지란 이름의 복지정책을 주창해 오고 있는 노무현정권도 여기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탈빈곤 정책'은 삶의 최저 수준에 있는 기초법 수급자들을 기존의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각지대로 인식되고 있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한다고는 하나 이 역시 약간의 생색내기 지원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마저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언제 시행될지 요원한 상태다. 결국 참여복지 또한 빈곤층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한 기초법의 현실은 도입 당시의 광범위한 기대와 정권의 화려한 수사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도 우리나라의 빈곤규모를 500만에서 800만까지 잡고 있음에도 실제 기초법의 수급자 현황은 2000년 148만 명으로 시작하여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2003년 134만 명에 그치고 있으니 빈곤인구의 1/4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우리나라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02만원이다. 그러나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부족분을 지급하겠다던 기초법은 실제 많아야 30만원 정도의 금액만을 지급하고 있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을 거부하며 농성을 벌이다 세상을 떠난 최옥란 열사는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생활을 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게 하는 빈민을 죽이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 수급권자 선정기준의 독소조항들을 살펴보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현주소를 파악해보도록 하자.
비현실적 소득인정액제도
우선 수급자 선정기준인 소득인정액제도의 문제이다. 정부는 소득인정액제도가 기존의 재산기준과 소득기준으로 이원화된 선정기준을 일원화함으로써, 합리적인 선정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빈곤계층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독소조항이다. 먼저 소득환산을 하지 않는 기본재산 면제액이 대도시의 경우 일반재산 3천만 원, 금융재산 3백만 원으로서 평균 최저 전세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다. 또한 이것을 공제한 재산의 소득환산률은 일반재산 년 50.04%(월 4.17%), 금융재산 년 75.12%(월 6.26%) 로서 현행 이자율 수준(년 4.5%)보다 너무 높다. 승용차는 무려 년 1,200%를 소득으로 환산한다.(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상의 차 가격이 120만원이라면, 이는 월수입 120만원으로 환산된다.) 이에 따르면, 1인가족의 경우 실제로는 월소득이 전혀 없어도 천만 원짜리 집이 있다면 월 소득이 29만원으로 환산되어 급여액에서 삭감되게 되며 천 5백만 원짜리 집이라도 있다고 한다면 월소득이 35만 9천원으로 환산 적용되어 수급권자에서 탈락된다. 가족구성원이 많으면 최소주거면적 또한 커야하므로 소득인정액의 산정에 있어서 일반재산 면제액이 가족구성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높아야 하는데 현재의 소득인정액은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가장 많은 수급자를 탈락시키고 수급자 생계급여를 낮추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부양의무자 기준과 간주부양비 기준이다. 현행 기초법에서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계보장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빈곤의 1차적인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양능력이 '미약'한 경우에 더욱 커진다. 대표적인 부양능력 미약자로는 출가한 딸이 해당되며, 일반적으로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부양능력 있음'에 미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러한 부양능력 미약자의 경우 일정 정도의 부양비를 수급자에게 지급한다고 '간주'하여 소득으로 잡아 생계급여에서 제하고 있는 것이다. 부양비를 실제 지급받는지의 여부는 부양비를 '간주'하는데 중요하지 않다. 부양의무자 가구의 최저생계비 120% 이상의 소득에 대하여 15%에서 40% 정도를 부양비로 간주하여 수급자의 소득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수급자에게 간주부양비가 1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그러나 실제 부양비로 받는 금액이 4만원이라면, 사적이전소득으로 4만원을 잡고 부양비로 6만원을 책정한다. 모두 소득으로 잡히는 것은 동일하다. 실제 부양비를 하나도 받지 못하는 경우일지라도 사전이전소득은 0원이나 부양비는 10만원으로 책정된다. 간주부양비보다 실제 부양비가 16만원으로 더 많이 받는 경우에는 부양비는 0원, 사적이전소득은 16만원이 책정되는 것이다. 이렇듯, 실제 소득 이외에도 추정소득의 책정이나 간주부양비가 일상적으로 부과되면서 실질적인 생계급여는 최저생계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이 최저생계비의 현실이다.
무엇을 근거로 소득을 '추정'하는가
현행 기초법에 따르면 소득파악이 어려운 자에 대해서는 소득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다고 추정하여 해당수급자의 전직임금이나 유사직종의 평균임금을 월 9일에서 13일 이상 분으로 추정하여 소득으로 산정, 생계급여에서 제하는 것이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추정소득에 대해서 실제 소득이 없음을 증명할 의무가 수급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진단서 등을 제출하지만, 진단서를 제출하더라도 행정부처는 막무가내로 추정소득을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단신가구 일용직과 노숙인 등 일하는 빈곤층의 최저생계는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빈곤에서 나올 수 없게 된다.
또한 계속되는 주거불안정 상황의 반복과 여러 가지 중첩된 이유로 인해 주민등록상의 문제(주민등록이 말소되었거나, 확인이 불가능, 또는 주민등록지와 실제거주지가 다른 주민등록상의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숙인을 비롯한 주거불안정계층은 주거지가 없으면 일체의 보장을 해주지 않는 제도 때문에 기초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국가의 공적부조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기초법 수급자를 선정하는 기준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기초법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이런식의 방식은 수급권자 수를 될 수 있는 한 줄이려는 것이 선정기준의 목적이 아닌가? 이런 선정기준을 맞춰서 수급권자가 되는 위해서 빈민들은 더욱 가난해져야하고, 그 가난에서 벗어나지 말아야한다. 실제 생존이 가능한가, 생활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소득이 확인된다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든 없든 정부는 수급권을 박탈하고 있는 현실이 잘 말해주고 있다. 비상식적으로 높은 소득환산율이나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 조건부수급기준 등을 보면 수급권자를 '선정' 하겠다는 것보다는 '탈락'시키기겠다는 의도가 더 강력해 보인다.
생활이 불가능한 수급액 수준
기초법을 통해서는 기본적으로 수급자가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그러나 험난한 길을 어찌어찌 통과하여 수급권자가 된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급여액 때문이다.
빈곤계층 대다수(75.4%)의 주거지의 하나인 쪽방의 경우도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위생과 안전에 있어서 상당히 불량함에도 불구하고 월 임대료가 12~15만원인데, 주거유형에 관계없이 동일금액(23,000원~51,000원)을 현금으로 정액급여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주거급여로 인해 기초법에 의해 지급 받는 현금급여의 50%에 가까운 금액이 주거비로 지출되어 최저 생활조차 유지하기 힘든 위태로운 생활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평균 15만 8천원의 생계비가 더 드는 장애나 간병이 필요한 환자가 있는 가족 등의 가구유형별 차이는 급여액 산정에 반영되지 않아 실질적 기초생활보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의료급여 수급자마저도 의료비의 35% ~ 46%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부담비율의 원인은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실질적인 급여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기초법에서는 수급자가 되어야만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수급자가 되지 못한 빈곤계층은 660만 명에 이른다.
민중들의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하여
11월 24일부터 20여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기본생활권 쟁취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를 위한 연석회의'가 수많은 빈곤계층을 기만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현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과 빈곤문제 해결, 실질적인 최저생계비를 쟁취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농성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하지만 가난해지는 현실, 국민의 대다수가 빈곤 속에서 삶보다 죽음을 택하는 현실은 현재 자본과 정권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노동자, 농민, 빈민의 삶을 쥐어짜 자본의 이윤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의 방향이다. 이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빈곤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현재의 빈곤문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고, 빈곤을 양산하는 정책을 바꿔내는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초법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려내고, 빈곤문제의 구조적인 원인들을 폭로해내면서 빈곤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해야한다. 이러한 투쟁이 빈곤계층의 실질적인 생활이 보장하고, 나아가 민중들을 점점 더 빈곤하게 만드는 현실을 바꿔낼 수 있을 것이다. PSSP
'4인 가족이 26평형 아파트에 살고 월 소득은 281만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최근 제시한 평균적인 서울 시민의 모습이다. 가구당 부동산은 1억2000만원, 금융자산은 4100만원이며 31평형 아파트로 이사를 꿈꾼다. 그러나 이러한 이면에는 '영구임대주택 거주자 4만5천 가구, 비닐하우스 촌 4100가구, 쪽방 거주자 3천명, 생활보장 대상자 17만 명'이 있다. 서울의 절대빈곤층은 약 40만 명이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여기저기 가려진 채 흩어져 있는 수많은 지하 셋방과 쪽방 등에서 빈곤은 재생산되고 있다.
화려한 경제성장을 거치며 잠시 잊혀졌던 절대빈곤은 외환위기와 함께 다시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라 생활비를 지원받는 대상자(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월 소득 99만 원이하, 재산기준 3600만 원이하)는 1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3%다.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기준 빈곤선 이하 인구는 전체 인구의 7.8%로 추정된다. 따라서 줄잡아 약 400만 명 정도가 절대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이러한 빈곤은 은폐되고 개별화 파편화되어 있다. 빈곤 양상이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빈곤의 상징이었던 판자촌, 달동네, 산동네라는 빈곤층 집단거주지는 198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사라지고 현대식 고층아파트로 바뀌었다. 빈민들도 뿔뿔이 흩어져서 서울 곳곳 지하셋방으로, 쪽방으로 숨어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가려진 쪽방, 영구임대주택 등에 빈곤층이 은폐되는 빈곤 집중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빈민을 죽이는 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은 IMF 이후 대량실업 사태와 빈곤층 양산, 소득의 양극화 속에서 사회적 불안국면 수습이라는 시급한 당면과제 해결의 욕구와 함께, 지속될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과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에 의해 도입되었다. 이른바 김대중 정권이 제시했던 '생산적 복지'의 일환이었다. '생산적 복지'는 빈곤과 실업의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나태에서 원인을 찾고, 개인이 부지런히 일할 의지를 가질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결국 빈곤과 실업은 개인이 책임져야지, 국가가 책임질 일이 아닌 것이다. 그리하여 빈곤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접근과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시행 이후 증가하는 빈곤층, 불안정 노동층의 문제가 어찌하여 개인이 나태해서 생긴 문제인가? 결국 '생산적 복지'는 이름만 거창할 뿐, 정권의 기만적인 정책에 불과한 것이었다.
참여복지란 이름의 복지정책을 주창해 오고 있는 노무현정권도 여기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탈빈곤 정책'은 삶의 최저 수준에 있는 기초법 수급자들을 기존의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각지대로 인식되고 있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한다고는 하나 이 역시 약간의 생색내기 지원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마저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언제 시행될지 요원한 상태다. 결국 참여복지 또한 빈곤층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한 기초법의 현실은 도입 당시의 광범위한 기대와 정권의 화려한 수사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도 우리나라의 빈곤규모를 500만에서 800만까지 잡고 있음에도 실제 기초법의 수급자 현황은 2000년 148만 명으로 시작하여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2003년 134만 명에 그치고 있으니 빈곤인구의 1/4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우리나라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02만원이다. 그러나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부족분을 지급하겠다던 기초법은 실제 많아야 30만원 정도의 금액만을 지급하고 있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을 거부하며 농성을 벌이다 세상을 떠난 최옥란 열사는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생활을 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게 하는 빈민을 죽이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 수급권자 선정기준의 독소조항들을 살펴보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현주소를 파악해보도록 하자.
비현실적 소득인정액제도
우선 수급자 선정기준인 소득인정액제도의 문제이다. 정부는 소득인정액제도가 기존의 재산기준과 소득기준으로 이원화된 선정기준을 일원화함으로써, 합리적인 선정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빈곤계층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독소조항이다. 먼저 소득환산을 하지 않는 기본재산 면제액이 대도시의 경우 일반재산 3천만 원, 금융재산 3백만 원으로서 평균 최저 전세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다. 또한 이것을 공제한 재산의 소득환산률은 일반재산 년 50.04%(월 4.17%), 금융재산 년 75.12%(월 6.26%) 로서 현행 이자율 수준(년 4.5%)보다 너무 높다. 승용차는 무려 년 1,200%를 소득으로 환산한다.(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상의 차 가격이 120만원이라면, 이는 월수입 120만원으로 환산된다.) 이에 따르면, 1인가족의 경우 실제로는 월소득이 전혀 없어도 천만 원짜리 집이 있다면 월 소득이 29만원으로 환산되어 급여액에서 삭감되게 되며 천 5백만 원짜리 집이라도 있다고 한다면 월소득이 35만 9천원으로 환산 적용되어 수급권자에서 탈락된다. 가족구성원이 많으면 최소주거면적 또한 커야하므로 소득인정액의 산정에 있어서 일반재산 면제액이 가족구성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높아야 하는데 현재의 소득인정액은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가장 많은 수급자를 탈락시키고 수급자 생계급여를 낮추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부양의무자 기준과 간주부양비 기준이다. 현행 기초법에서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계보장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빈곤의 1차적인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양능력이 '미약'한 경우에 더욱 커진다. 대표적인 부양능력 미약자로는 출가한 딸이 해당되며, 일반적으로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부양능력 있음'에 미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러한 부양능력 미약자의 경우 일정 정도의 부양비를 수급자에게 지급한다고 '간주'하여 소득으로 잡아 생계급여에서 제하고 있는 것이다. 부양비를 실제 지급받는지의 여부는 부양비를 '간주'하는데 중요하지 않다. 부양의무자 가구의 최저생계비 120% 이상의 소득에 대하여 15%에서 40% 정도를 부양비로 간주하여 수급자의 소득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수급자에게 간주부양비가 1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그러나 실제 부양비로 받는 금액이 4만원이라면, 사적이전소득으로 4만원을 잡고 부양비로 6만원을 책정한다. 모두 소득으로 잡히는 것은 동일하다. 실제 부양비를 하나도 받지 못하는 경우일지라도 사전이전소득은 0원이나 부양비는 10만원으로 책정된다. 간주부양비보다 실제 부양비가 16만원으로 더 많이 받는 경우에는 부양비는 0원, 사적이전소득은 16만원이 책정되는 것이다. 이렇듯, 실제 소득 이외에도 추정소득의 책정이나 간주부양비가 일상적으로 부과되면서 실질적인 생계급여는 최저생계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이 최저생계비의 현실이다.
무엇을 근거로 소득을 '추정'하는가
현행 기초법에 따르면 소득파악이 어려운 자에 대해서는 소득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다고 추정하여 해당수급자의 전직임금이나 유사직종의 평균임금을 월 9일에서 13일 이상 분으로 추정하여 소득으로 산정, 생계급여에서 제하는 것이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추정소득에 대해서 실제 소득이 없음을 증명할 의무가 수급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진단서 등을 제출하지만, 진단서를 제출하더라도 행정부처는 막무가내로 추정소득을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단신가구 일용직과 노숙인 등 일하는 빈곤층의 최저생계는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빈곤에서 나올 수 없게 된다.
또한 계속되는 주거불안정 상황의 반복과 여러 가지 중첩된 이유로 인해 주민등록상의 문제(주민등록이 말소되었거나, 확인이 불가능, 또는 주민등록지와 실제거주지가 다른 주민등록상의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숙인을 비롯한 주거불안정계층은 주거지가 없으면 일체의 보장을 해주지 않는 제도 때문에 기초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국가의 공적부조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기초법 수급자를 선정하는 기준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기초법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이런식의 방식은 수급권자 수를 될 수 있는 한 줄이려는 것이 선정기준의 목적이 아닌가? 이런 선정기준을 맞춰서 수급권자가 되는 위해서 빈민들은 더욱 가난해져야하고, 그 가난에서 벗어나지 말아야한다. 실제 생존이 가능한가, 생활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소득이 확인된다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든 없든 정부는 수급권을 박탈하고 있는 현실이 잘 말해주고 있다. 비상식적으로 높은 소득환산율이나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 조건부수급기준 등을 보면 수급권자를 '선정' 하겠다는 것보다는 '탈락'시키기겠다는 의도가 더 강력해 보인다.
생활이 불가능한 수급액 수준
기초법을 통해서는 기본적으로 수급자가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그러나 험난한 길을 어찌어찌 통과하여 수급권자가 된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급여액 때문이다.
빈곤계층 대다수(75.4%)의 주거지의 하나인 쪽방의 경우도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위생과 안전에 있어서 상당히 불량함에도 불구하고 월 임대료가 12~15만원인데, 주거유형에 관계없이 동일금액(23,000원~51,000원)을 현금으로 정액급여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주거급여로 인해 기초법에 의해 지급 받는 현금급여의 50%에 가까운 금액이 주거비로 지출되어 최저 생활조차 유지하기 힘든 위태로운 생활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평균 15만 8천원의 생계비가 더 드는 장애나 간병이 필요한 환자가 있는 가족 등의 가구유형별 차이는 급여액 산정에 반영되지 않아 실질적 기초생활보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의료급여 수급자마저도 의료비의 35% ~ 46%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부담비율의 원인은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실질적인 급여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기초법에서는 수급자가 되어야만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수급자가 되지 못한 빈곤계층은 660만 명에 이른다.
민중들의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하여
11월 24일부터 20여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기본생활권 쟁취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를 위한 연석회의'가 수많은 빈곤계층을 기만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현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과 빈곤문제 해결, 실질적인 최저생계비를 쟁취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농성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하지만 가난해지는 현실, 국민의 대다수가 빈곤 속에서 삶보다 죽음을 택하는 현실은 현재 자본과 정권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노동자, 농민, 빈민의 삶을 쥐어짜 자본의 이윤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의 방향이다. 이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빈곤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현재의 빈곤문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고, 빈곤을 양산하는 정책을 바꿔내는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초법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려내고, 빈곤문제의 구조적인 원인들을 폭로해내면서 빈곤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해야한다. 이러한 투쟁이 빈곤계층의 실질적인 생활이 보장하고, 나아가 민중들을 점점 더 빈곤하게 만드는 현실을 바꿔낼 수 있을 것이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