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4 겨울. 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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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 3조 개정 투쟁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소감

특고·플랫폼 노동자가 주체로 서는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 투쟁이 필요하다

소영호 | 회원, 건설노조 정책국장


건설기계 노동자들과 특고대책회의

필자가 속한 전국건설노동조합에는 2만여 명가량의 건설기계 노동자가 건설기계 분과위원회 산하 지부들에 소속되어 있다. 건설기계 조합원 대부분은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일해야 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따라서 과거에는 노동조합법, 근로기준법, 4대 보험, 산업안전보건법 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기본권 쟁취는 2000년 레미콘 운송노동자, 2004년 덤프노동자가 조직될 때부터 주요한 요구였다. 그간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 적용,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안전·보건 조치, 건설산업기본법 및 건설기계관리법 개정 등 의미 있는 법·제도의 변화를 끌어내는 활동을 하였다.

한편, 2000년대 초부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본격화되었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골프장캐디, 화물차 기사 등 외관상 노동자가 아닌 직종의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투쟁했다. 2000년대 초중반 특수고용 노동자대책회의(이하 ‘특고대책회의’)를 결성하여 활동하였고, 노조법 2조 개정(제1항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적용을 주요 요구로 내걸었다. 건설기계 노동자 역시 특고대책회의의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대리운전 기사, 방과후 강사, 셔틀버스 기사, 퀵서비스 기사, 철도매점 운영원 등 수많은 직종이 특고대책회의에 결합했고, 최근에는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직종이 결합하고 있다.
 

특고대책회의의 성과와 현 정권 아래에서의 난관

200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특례(노무 제공자 특례)가 신설된 이후 많은 직종이 산재보험을 적용받게 되었다. 현재는 18개 직군이 노무 제공자 산재보험 특례를 적용받는다. 또한, 특고대책회의의 주요 투쟁 과제이기도 했던 ILO 기본협약 제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 제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이 2021년에 비준되었다. 비준 전후로 학습지 교사의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에 관한 대법원판결, 대리운전노조 및 방과후 강사노조의 노조 필증 교부와 같이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서 많은 진전이 나타났다. 건설노조에서도 해당 시기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하고, 지역 임단협을 체결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렇게 노조 인정과 집단적 노사관계가 진전하면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1항 개정은 필요하긴 하지만 당장의 과제일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되었던 것 같다. 한편, 코로나19를 거치며 플랫폼 노동자가 대거 등장하면서, 각 산업별 노조 및 연맹에서도 특고·플랫폼에 대한 조직사업을 지원하는 와중이었다. 특고대책회의도 초기에 설정했던 과제들을 어느 정도 달성한 가운데 예전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들어오고 나서 상황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윤석열 정권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이전에 추진된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법과 유사한 ‘노동약자법’을 추진하였다. 이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불안정한 단체교섭권만을 인정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하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했다. 건설기계 노동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시정명령을 받았고, 건설노조는 2억 1300만 원이라는 과징금을 물었다. 다시금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위해 노조법 2조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노조법 2, 3조 개정 운동본부와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 법안의 누락

2022년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노조법 2, 3조 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꾸리게 된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과 이에 대한 손해배상이 주요한 이슈였기에, 3조 손해배상 제한 내용이 운동본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대표하게 되었고 명칭도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를 위한 노조법 제2조 제1항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노조법 제2조 제1항 개정은 이전에 여러 차례 상정된 바 있다. 여기에는 ‘근로자가 아니면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정의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사회보험 관련 법안처럼, 시행령으로 해당 직종을 정하는 방식을 주로 논의했다. 그런데 운동본부에서는 현재의 노조법 내용이 근로자 정의 개념을 가장 폭넓게 포괄한다는 논의가 제기되었다. 그리고 시행령으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는 직종을 정하는 것의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문제는 정작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이러한 추진 과정을 몰랐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 해당 안건에 대해 논의를 했다지만, 그 내용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다. 건설노조 내에는 노조법 개정이 특수고용 건설기계 조합원의 의제라는 인식이 있다. 따라서, 정작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 문제의식은 빠졌음에도, 2023년 노조법 2, 3조 개정 투쟁이 진행될 때 건설기계 조합원이 주력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는 2023년 11월 9일 노조법 2, 3조 개정 국회통과, 같은 해 12월 1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였다.
 

2024년 노조법 재상정과 특고대책회의의 활동

2024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대거 당선된다. 노동계 일부에서도 총선 승리를 자축하는 가운데 노조법 2, 3조 개정을 포함한 민생·노동 입법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2024년에도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공정위의 조사와 과징금 부과에 시달리고 있었고, 건설회사들과의 교섭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5월에 경기 지노위는 한국노총 레미콘 운송노조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결정을 했다. 이에 노동기본권을 쟁취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적어도 필자가 노조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절박한 심정으로 노조법 2조 개정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결의가 있었다.

총선 직후에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다시 상정되는 시기가 9월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맞추어 차근차근 준비하려고 했다. 5월에 건설노조에서는 노동기본권 투쟁에 관한 토론이 있었고,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 수준이 높아졌다. 또한, 오랜만에 특고대책회의가 재개되었으며, 총연맹 차원에서는 특고담당자회의와 원청교섭 공투위 회의를 개최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전략과 함께 노조법 2, 3조 개정안 재상정 시기가 급작스레 앞당겨진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된 14개 법안을 일괄상정하고 해당 법안에 대해 다시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대통령 탄핵 국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민주노총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계획에 실질적으로 동참하고 있었다. 이러한 계획은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가 빠진 법안을 그대로 재상정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5~6월 건설노조를 비롯한 특고 단위들이 총연맹 회의와 운동본부 회의에 참석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에 운동본부는 제2조 제1항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안을 만들었다. 또한, 제2조 제4항 노동조합의 정의와 관련하여 단서의 ‘라.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이러한 운동본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이용우, 윤종오, 신장식 의원이 공동발의 했다. 한편, 박해철 의원은 21대 때 폐기되었던 안을 그대로 발의했고, 김태선 의원은 사회보험 관련 법령의 노무 제공자 정의와 유사한 근로자 정의를 규정한 노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후 투쟁 목표는 운동본부의 안을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으로 채택하게 하는 것이었다. 특고 단위들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환경노동위원회의 의원실을 방문하여 면담 사업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공동 결의문 작성, 더불어민주당 앞 선전전 및 기자회견, 이재명 대표 지역사무실 앞 기자회견 및 면담을 숨 가쁘게 진행했다. 건설기계 몇몇 대표자는 지역에 있는 모든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하고 점거 농성을 하면서,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가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역에서도 활발한 면담 사업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7월부터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에서는 개정안에 내용을 추가하여 발의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어떻게든 이번에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를 쟁취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더불어민주당 정책 단위에서 현재의 노조법이 근로자 정의 개념을 가장 폭넓게 보장할 수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하고, 진보적인 법학자들도 그러한 의견을 제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조법 안에 ‘추정’ 조항을 넣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필자에게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던 시기였다. 최종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제2조 제4항 라목 삭제를 포함하지만, 제2조 제1항은 포함하지 않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김주영 의원 안으로 7월에 확정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8월 5일 국회 본회의 통과, 8월 13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였다.
 

개인적인 평가와 소감

돌이켜보면, 필자는 올해 약 한 달 정도의 기간만 노조법 개정 투쟁에 힘을 쏟았다. 노조법 개정 투쟁이 이러한 수순을 따를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견한 것도 있었고, 제2조 제4항 라목 삭제 정도도 큰 진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021년 시행령 개정으로 ‘노조 아님 통보’ 제도는 이미 없어졌지만, 김주영 안이 통과되면 사업자단체 호명에 대응할 명분이 더 강화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유증은 있었다.

노조법 2, 3조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6월에는 특고·플랫폼 단위가 활발히 논의하고 움직였지만, 정작 김주영 의원 안이 발의된 이후에는 특고대책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주체들의 평가와 더불어 이후 투쟁을 도모해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물론 특고 단위들이 국회 일정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계획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말이다.

7월 건설기계지부의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건설기계 분과위원회 대표자 회의에서 노조법 2, 3조 개정 투쟁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이 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규탄과 함께 민주노총, 운동본부가 소극적으로 나섰다는 성토가 나왔다. 일부는 실무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했다.

한편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계획과 국회 일정에 특고 단위들이 힘을 보태면서 정치권에만 좋은 일 시켜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윤석열 정권 퇴진이라는 투쟁목표가 가장 중요하고, 어차피 현 정권 아래에서는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없는데, 특고 단위들이 괜히 정권 퇴진 전선을 흩트린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국회 일정에 끌려가는 투쟁이라고 하더라도, 주체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고 단결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노조법 2, 3조 개정 투쟁은 몇 년 만에 특고·플랫폼 주체들이 공동 투쟁을 할 수 있는 기회였고, 특고대책회의에 참여하는 단위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였다. 총연맹에서는 특고대책회의가 총연맹의 공식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며 상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별 차원으로 특고·플랫폼 조직 및 정책사업을 진행하더라도, 특고대책회의로 처지가 비슷한 주체들이 모이는 것 역시 여전히 의미가 있다.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은 계속해서 주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총연맹 및 각급 산별에서는 근로기준법, 국민연금법, 건강보험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입법 사업을 벌이고 있다. 모두 중요한 의제고 쟁취해야 할 목표다. 그러나 당사자를 조직화하고 주체로 나서게 하는 노력이 없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진전된 법안이 통과되어도, 그 과정에서 주체화된 당사자가 없다면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노조법 관련 연대체를 주도하는 일부 명망가들과 당을 중심으로 입법 사업이 진행되고, 당사자들은 형식적으로 참여하게 되기도 한다. 혹은 일부 세력이 주장하듯이 ‘노동자 국회의원이 없어서 그렇다’는 식으로 억지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업에 도구로 쓰일 위험도 있다.

노조법 2, 3조 개정 등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특고대책회의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조법 2조 개정을 위해 투쟁했다고 한다. 주체들이 스스로 논의하고 결의하며 투쟁을 만들어왔기에 성과를 얻고 서로의 조직화에 자극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2022년부터 이어져 온 노조법 2, 3조 개정 운동이 과연 당사자를 주체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시급히 쟁취해야 할 과제라고 하여 명망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입법 사업만으로는 설령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여도 남는 것이 있을까? 조합원들이 자기의 과제로 인식하고 스스로 적극적인 투쟁에 나서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2024년 노조법 2, 3조 개정 투쟁을 겪으며 계속해서 남는 질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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