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5 봄. 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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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광장의 충돌, 극단주의의 부상

탄핵 찬성·반대 집회 분석

정성진 | 정책교육국장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대통령 탄핵소추 통과 이후 여론은 오히려 극심히 분열하고 있다. 작년 12월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대규모로 일어났고, 탄핵 반대 집회도 나날이 규모를 더해가면서, 주말은 물론이거니와 평일에도 서울과 전국 곳곳이 난리통이다. 2월 중순부터는 대학가에서 대학생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이어지며, 탄핵 찬성/반대 세력 간의 물리적 충돌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지금, 정치양극화가 내전으로 비화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필자는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약 4주간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 양쪽에 참여해 관찰했다. (이하 ‘찬탄’과 ‘반탄’으로 줄임) 양측의 양상을 분석하면서, 극단주의의 확산과 내전의 발발을 막으려면 사회운동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밝히기 위함이었다. 특히 필자가 잘 모르는, 지금은 찬탄 집회보다 규모가 더 커진 반탄 집회를 더욱 자세히 살펴봤다.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싣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10만 명 이상(3월 1일 기준)의 국민이 반탄 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라면, 이를 어떤 명확한 현상으로 인정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네 개의 단체가 주최한 집회에 참여해 관찰했다. 찬탄 쪽 단체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고, 반탄 쪽 단체는 ‘자유통일당·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와 ‘세이브코리아’다. 네 곳에 가능한 한 골고루 참여하려 했으나, 시간상 세이브코리아 집회를 충분히 보지 못해 영상 시청으로 대체했다. 한편, 2월 이전의 찬탄 집회에 대해서는 필자 주변의 집회 참여자를 인터뷰해 내용을 보완했다. 또한, 반탄 쪽은 집회뿐만 아니라 관련 유튜버들의 영상도 시청하며 이들의 주장과 행태를 파악하고자 했다. 다만, 반탄 집회 참여자의 일상적 정보 공유와 활동이 이루어지는 카톡방이나 지역 커뮤니티까지 살펴보지는 못했다.

 
[표] 필자가 직접 참여하거나 영상으로 본 집회 목록
 
 

1. 찬탄 집회와 반탄 집회의 전반적 흐름

 

양측 집회가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네 단체 모두 계엄 이전부터 집회를 열어왔던 역사가 있다. 그 전사(前史)를 확인한 후,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의 찬탄과 반탄 집회의 흐름을 개괄하겠다.

 
[그림] 찬탄/반탄 집회를 주도하는 네 단체
 

1) 찬탄: 촛불행동과 비상행동

먼저 촛불행동부터 살펴보겠다. 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촛불집회로부터 나온 단체다. 한국에서 촛불집회의 역사는 상당히 길지만, 이 단체에 국한하면 2019년 ‘조국 사태’가 출범의 직접적 계기였다. 이때,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던 광화문 집회와 조국 수호 및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서초동 촛불집회가 대립했다. 후자의 경향으로부터 2020년 1월, 김민웅 목사를 비롯한 ‘광화문 촛불연대’가 결성됐다. 이 단체는 2021년 9월 ‘검언개혁 촛불행동연대’를 거쳐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4월 19일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으로 계승됐다.

 

촛불행동은 윤 대통령 취임 3개월 후인 2022년 8월부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열어, 계엄 직전인 2024년 11월 30일 117차 촛불대행진까지 윤석열 퇴진·탄핵을 요구해 왔다. 작년 8월 17일 103차 촛불대행진에서는 범국민촛불 총력운동을 벌여 2024년 내로 탄핵을 이뤄내자고 선포했다. 9월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핵의 밤’ 행사를 개최했으며, 10~11월에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한편, 2023년 12월 12일에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결성된다. 이는 그전까지 1년 여간 촛불집회를 열어온 촛불행동에 더해, 윤석열퇴진국민운동본부(준), 민변, 참여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82개 단체가 참여한 단체였다. 이 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여러 의제를 다루며,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를 2024년 11월까지 이어 왔다.

 

이는 2024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장외집회의 흐름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11월 15일로 예정되자, 민주당은 11월 2일에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이라는 장외집회를 개최했다. 이는 계엄 직전인 11월 30일 5차 ‘국민행동의 날’까지 매주 토요일에 열렸다.

 

법원이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다음 날인 11월 16일,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을 개최했다. 민주당은 ‘국민행동의 날’ 3차 집회를 마친 뒤 이 시민행진에 합류했다. 23일과 30일에도 ‘국민행동의 날’을 마치고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됐다.

 

요컨대, 계엄 직전인 2024년 11월에 이미 윤석열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민주당·비상행동 중심으로 매주 열리고 있었다. 토요일 하루 집회의 마지막 순서인 비상행동 집회의 인원은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11월 2일 1만 7천, 9일 1만 5천, 16일 2만 5천, 23일 1만 5천, 30일 1만 명으로, 11월 16일에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이에 반대하는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비상행동 집회는 이미 ‘준비된 광장’으로서 그 시민들이 참여할 공간이 되게 된다.

 

계엄 이후,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확대되어 12월 11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 발족한다. 비상행동은 12월 7일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 이어 매주 토요일 ‘범시민대행진’을 열며 지금까지 찬탄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물론 촛불행동도 계엄 이후 비상행동 집회에 결합하면서도 독자 집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계엄 이후 양 단체의 집회는 뒤의 ‘12.3 계엄 이후 집회의 추이’ 절에서 다루겠다.

 

2) 반탄: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촛불집회의 역사에 상응하여 형성되어 온 ‘아스팔트 우파’의 역사도 길다. 다만 현재 광화문 반탄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자유통일당·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에 국한하면, 촛불행동과 마찬가지로 2019년 조국 사태가 출발점이었다.

 

들어가기 전에, 2016~17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확장된 일명 ‘태극기 부대’부터 보겠다. 이때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었던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을 주축으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대한민국엄마부대’ 등 단체들이 결합한 모임이었다. 탄기국 안에서 기독교 세력은 소수였고, 기독교 세력 안에서도 우파 집회에 적극 참여하는 경향은 소수였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 인용, 대선, 문재인 정부 출범을 거치며 태극기 부대가 혼란에 빠지고 탄기국이 분열하고 무너진 가운데, 전광훈 목사를 위시한 기독교 우파가 이를 수습하며 ‘아스팔트 우파’를 재조직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개신교 안에서 명백히 비주류이다. 전광훈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부흥사로 활동하다가, 청파동의 미인가 대한신학교를 중퇴한 후 당산동의 대한신학교 야간 학부를 졸업해 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교리에 입각한 종교적 지식과 해설 역량보다는, 대중을 동원하는 능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1998년부터 청교도영성수련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었다. 기독교 우파 정치운동을 시작하여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했고, 이후 기독사랑실천당 공동대표를 맡았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기독자유당을 창당했다. 이 당은 “동성애 차별금지법 반대”, “간통죄 부활”, “이슬람교도 특혜 철회” 등을 내세웠다.

 

박근혜 탄핵 정국이 닥치며 보수정당이 이합집산하고 우파 시민운동도 분열하는 가운데, 전광훈은 우파 운동과 기독교 내 다툼 양쪽에 몰두했다. 그는 2019년 1월,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이 탈퇴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대표회장이 됐다. 당시 약해졌던 한기총이, 전광훈이 태극기 집회로 모아낸 극우·보수 신자들에 힘입어 세를 회복한 데에 대한 보은이었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 신자들은 “보수 기독교에서조차 버림받은 하층계급 노년층”(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이라 분석된다. 전광훈도 2019년 7월, 속해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 총회에서 면직 및 제명당한다. 그는 그해 3월에 유튜브를 개설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상황을 일거에 바꾼 것은 2019년 후반 조국 사태였다. 전광훈 목사는 2019년 여름부터 한기총 목사들과 청와대 근처에서 시국 단식기도회를 열어왔다. 조국 사태가 터지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자, 9월 20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출범하고 전광훈이 총괄대표로 취임하게 된다. 박근혜 탄핵 이후 위축됐던 우파 시민운동이 조국을 규탄하며 거리로 나오려 할 때, 전광훈이 ‘준비된 광장’을 제공함으로써 태극기 세력이 다시 집결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한국 집회 시위의 상징적 장소인 광화문을 소규모라도 꾸준히 점유해 온 것이 유효했다고 평가된다. 서명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전광훈은 광화문 자리를 계속 고집했어요. 본인 자서전에도 광화문을 지켜야 한다는 부분이 있거든요. 조국 사태 당시 공식 집계로도 수십만 명이 참여했는데, 그게 큰 전환점이 됐어요. 전광훈에겐 자산이 된 거죠.” 광화문 집회가 서초동 집회에 대응하는 쌍으로 상징화되며, 전광훈이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를 중심으로 아스팔트 우파가 부활한다.

 

이후 전광훈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활용하여 세력을 불리고, 사랑제일교회와 지역 커뮤니티 조직, 광화문 집회, 사업을 연계해 나갔다. 이 단체와 사업체들은 2020년부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산하로 재조직됐다. 이는 한 축으로는 ‘자유마을’이라는 전국적 지역공동체, 다른 한 축으로는 광화문을 극우 및 보수진영의 의제를 흡수하는 ‘플랫폼’화를 통해 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이를 토대로 현재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정당들에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업을 벌여 집회 비용을 대고 동원 규모를 확장하며 그 인원을 다시 사업에 끌어들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필자도 대국본 집회에서 활동가들이 돌아다니며 정치 서명과 연계된 보험·통신사 가입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고, 가입 권유도 받았다. 이를 거절하자, “집회 참가자가 맞느냐”며 상당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집회에 참여하면 당연히 여기에 가입해야 한다는 듯 말이다.

 

2024년 10월, 대국본은 앞서 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흐름에 대응해 광화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키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계엄 직전인 11월 30일에 국민대회 참가자 수는 경찰 비공식 추산 400명으로,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다. 그러나 계엄·탄핵을 거치며 집회 참가자 수가 급증하는데, 이는 뒤의 ‘12.3 계엄 이후 집회의 추이’ 절에서 보겠다.

 

3) 반탄: 세이브코리아

세이브코리아는 올해 1월에 결성된 단체로, 반탄 집회의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등장했다.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우파 운동에, 한국사 강사 전한길, 트럼프주의자 유튜버 김성원(채널명 ‘GROUND C 그라운드씨’) 등 유명 인사가 결합한 단체다. 계엄 이후에 등장한 단체이므로, 여기서는 손현보 목사와 세계로교회만 다루겠다.

 

손현보는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의 담임 목사다. 이 교회는 외지에 있음에도 최근 급격히 성장했다. 재개발사업으로 공단이 들어와 인구가 유입된 덕분이기도 하고, 매주 목욕 봉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지역 활동을 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손현보는 전광훈에 비해 교계에서 평판이 좋다. 고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한 교계 엘리트이고, 언행이 비교적 부드러우며, 교회도 잘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전광훈의 노골적인 반문재인 정치운동을 대형 교회들은 부담스러워했던 반면, 손현보가 내세운 ‘반(反)동성애’는 한국 교회 다수에게 쉽게 통하는 주제였다고 한다. 거짓말, 부정, 낙태와 같은 성경의 다른 죄들과 달리, 동성애는 기독교인 다수가 저지르지 않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인식이 있고, 그렇기에 2000년대 들어 성장이 멈춘 개신교가 들고 나오기 좋은 카드였다는 것이다.

 

손현보가 전국구 인사가 된 계기는 2021년 1월 문재인 정부의 대면 예비 금지 방침을 거부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일이었다. 전광훈도 그렇게 했지만, 손현보 개인의 이미지가 훨씬 좋을뿐더러 고신 교단은 일제 강점기 신사 참배를 거부한 이들이 세웠기에, 어떠한 억압에도 불구하고 예배 양식을 지켜야 한다는 근본주의 정신을 인정받아 왔다. 2024년 10월 27일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동성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교인 23만 명을 거리에 모아내며, 손현보는 개신교 주류의 인정을 얻은 교계 중심인물이 됐다.

 

손 목사는 이번 계엄을 계기로 ‘반공’을 내세우며 집회 주제를 확장하고 몸집을 키우고 있다. 먼저 극우 개신교인은 반공을 정치가 아니라 ‘신앙’의 일부로 파악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탄압으로 월남한 개신교인의 원한이 그 뿌리다. 남한에서 개신교 세력이 누려온 기득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맥락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손현보의 ‘반방역지침-반동성애-반탄핵’이 신앙의 실천으로 정당화된다. 세이브코리아가 출범하면서, 전광훈이 이끌어왔던 아스팔트 우파의 일부도 이쪽으로 넘어오게 된다. 대국본 집회는 사업 가입 강요나 폭력 선동의 문제로, 반공이라는 정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너무 갈리기 때문이다.

 

폭력 선동을 배제하며 ‘문화전쟁’의 방식을 택한다는 점도 세이브코리아의 특징이다. 손현보 목사는 올해 2월 18일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에서, ‘반탄’을 넘어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공립학교는 반성경적이라 아이들이 진화론에 세뇌당한다. 교육법을 바꿔 기독교 대안학교에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평균 출산율보다 교인 출산율이 높으니 (시간이 가면) 자동으로 한국이 기독교 국가가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위대한 김일성 동지’를 말한다면, 우리 애들은 왜 못하겠는가?”라면서 말이다. 실제로 올해 3월에 세계로교회 내 대안학교 ‘세계로우남초중고교’가 개교할 예정이다. 손현보는 정치적으로도 전광훈보다 좀 더 유연한 인물이다. 가령 세이브코리아의 광주 집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 칭하고 현 국면이 “좌우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이는 세이브코리아의 또 다른 유명 인사 전한길도 그러하다.

 

4) 집회의 추이

먼저 12.3 계엄 이후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의 추이를 살펴보고 넘어가자.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작성한 「데일리 오피니언」 제605~614호를 참고했다) 계엄 이후 12월 2주에 탄핵 찬성 75%, 반대 21%였던 것이 1월 들어 격차가 줄어, 1월 3주에 찬성 57%, 반대 36%가 된 후 거의 변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12월 14일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발의와 가결 이후, 약 1달여간 탄핵 반대 여론이 고조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비율 (자료출처: 한국갤럽)

 

국민의힘·민주당 지지율과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의 추이에서도 비슷한 여론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계엄 이후 양당 지지율 격차가 확대되어 12월 3주에 극대화(국힘 24 대 민주 48)됐으나, 이후 격차가 다시 줄어 1월 2주(국힘 34 대 민주 36)부터 양당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지율은 12월 1주 29%에서 12월 3주 37%까지 상승했다가, 1월 2주 32%로 하락한 후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12월 3주에서 1월 2주 사이에 있었던 일이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면, 12월 27일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일, 그리고 1월 3일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혐의를 제외하기로 한 일이 그 요인일 것이다.

 

[그림] 작년 11월 30일부터 올해 3월 8일까지 각 집회 참가자 수

(* 그래프의 '11월 3일'은 오기)

모든 수치는 토요일 집회, 경찰 비공식 추산 기준이다. 시간대별로 경찰 비공식 추산 인원이 다른데, 기사를 다 확인할 수는 없어 검색된 상단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수치로 기록했다. 촛불행동의 경우, 보통 토요일 낮 독자 집회 후 비상행동 집회에 결합하는데, 참가자가 겹치는 문제가 있어 비상행동 집회 인원만 기록했다. 대국본과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동시간대에 장소를 다르게 하여 열리기에 따로 기록했다. 비상행동 집회는 12월 7일과 12월 14일은 서울 여의도, 이후로는 서울 동십자각 기준이다. 비상행동은 12월 22일에 서울 남태령에서의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행진에 결합했고, 1월 4일에는 동십자각에서 한남동으로 합류했다. 이 집회 인원은 표에 넣지 않고 본문에 적었다. 대국본 집회는 모든 날이 서울 광화문 기준이다. 대국본은 1월 4일에 광화문에서 서울 한남동으로 합류했고, 1월 18일에는 광화문에서 서울서부지법으로 합류했는데, 뒤의 집회 인원은 표에 넣지 않고 본문에 적었다. 세이브코리아의 경우, 1월 11일부터 1월 동안은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개최했으나, 규모가 작아서인지 1월 25일부터 경찰 비공식 추산 인원이 기록됐다.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2월 1일은 부산, 2월 8일은 대구, 2월 15일은 광주, 2월 22일은 대전 기준이며, 3월 1일부터는 서울 여의도 기준이다. 비상행동도 전국적으로 집회를 개최했으나, 경찰 비공식 추산 1만 명이 넘은 경우는 12월 15일 광주 집회뿐이다. 이 인원도 본문에 적었다. 한편 3월 1일부터 비상행동 집회 전에 야5당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이 인원은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

 

이제 찬탄/반탄 집회 참여자 수를 보자. 먼저 계엄 직후 12월 14일까지 비상행동 집회의 인원이 폭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봤듯 비상행동 집회의 참가자 수는 11월 16일 정점을 찍은 후 감소 추세였으나, 계엄에 반대하는 시민이 쏟아져 나오며 집회가 급작스럽게 커졌다. 특히 집회 참가자의 1/3이 ‘2030 여성’이며 이들을 주축으로 굿즈로 치장하고 응원봉을 들고 K팝을 열창하는 아이돌 팬덤 문화가 정치 집회에 도입된 점이 주목받았다. 걸그룹 에스파의 곡 위플래쉬의 도입부에 맞춰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일명 ‘위플래쉬 구호’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런 축제 같은 분위기가 집회 참여를 트렌드로 만들어 일반 시민도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나 12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을 기점으로 ‘사법의 시간’이 도래하며, 비상행동 집회 인원이 급격히 줄어 1월이 되면 계엄 이전 수치로 되돌아간다. 이는 계엄 직후 초기 2주 간의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의 다수는 ‘불법적’ 계엄에 반발을 표현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자 주변의 집회 참여자에게 물었을 때, 12월 7일과 14일 집회의 핵심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여부였고, 일반 시민이 참여자의 대다수인 데다가 특정 정치적 성향·이념이나 정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연사에게 시민들이 “내려와라!”라고 외치는 모습도 있었다고 한다.

 

찬탄 집회 참여자 수가 감소하는 와중에 두 집회가 주목받았다. 첫 번째는 12월 21일 정오부터 22일 16시까지 28시간 동안 남태령에서 열렸던 집회였다. (22일 15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4천 명이 참여했다.) 양곡관리법 거부와 12.3 계엄에 반발하며 농민단체들이 꾸린 ‘전봉준 투쟁단’이 트랙터를 끌고 상경하던 중, 21일 정오에 남태령에서 경찰에 막히며 일어난 집회였다. 이는 참가자들이 자유발언을 통해 농민, 여성, 성소수자 등으로서 각자의 처지와 정체성을 이야기했던, ‘소수자’ 문제가 부각된 집회였다. (이에 참여한 감상으로는 이번 호에 실린 홍현재의 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를 보라.)

 

두 번째는 1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 동안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집회였다. 12월 31일에 공수처가 요청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1월 1일 윤석열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전했고,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체포를 저지하고자 한남동으로 집결했다. 1월 3일 오전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됐으나 경호처에 막히며 대치하는 상황에서, 3일 낮부터 근처에서 민주노총이 집회를 열고 관저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혔다. 비상행동은 3일 저녁 19시부터 관저 앞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경찰 비공식 추산 1천 명 참여)을 열고 철야했다. 토요일인 4일에 비상행동은 동십자각 집회를 마친 후 한남동으로 이동해 민주노총 집회에 결합했다. (4일 저녁 18시 기준 한남동 관저 앞 찬탄 집회 인원은 경찰 비공식 추산 2만 3천 명으로 기록됐다.)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한남동 집회는 찬탄과 반탄 세력 양측의 충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였다. 1월 3일 오전부터 ‘신자유연대’를 비롯한 보수단체들(경찰 비공식 추산 400명)이 관저 근처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며 찬탄 집회와 대치했다. 4일 광화문 대국본 집회에서, 16시 반쯤 전광훈 목사가 “민주노총이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 시도한다”며 집회를 중단하고 참가자를 한남동으로 이동시켰다. 이후 한남동에서 민주노총 집회와 대국본 집회가 400m 정도 거리를 두고 대치했다. (4일 저녁 18시 기준 한남동 관저 앞 반탄 집회 인원은 경찰 비공식 추산 3만 5천 명으로 기록됐다.)

 

앞서 봤듯, 대국본 집회는 계엄 직전인 11월 30일에 규모가 작았으나, 계엄 이후 찬탄 집회의 인원 폭증에 대응하며 숫자가 많이 증가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 찬탄 집회 인원이 줄어든 것과 반대로, 반탄 쪽은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반감, 박근혜 탄핵의 트라우마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며 광화문에서만 3만 5천에서 4만 명 사이의 인원을 유지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위기감이 극심해졌다. 1월 3~5일 한남동 집회 중에, 반탄 측이 영장 집행을 저지하고자 관저로 향하는 길목을 막으며 행인에게 “이재명 욕을 해야 지나갈 수 있다”고 통제했다거나, 찬탄 측 1인 시위자의 피켓을 뺏으려다 실패하자 “귀싸대기를 때렸다”는 등의 증언이 있었다. (이번 호 홍현재의 글은 당시 찬탄 집회 참여자 입장에서 느낀 반탄 집회의 폭력적 양상을 다룬다.)

 

반탄 측의 위기감은 1월 15일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17일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극에 달했다.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윤 대통령이 1월 18일 14시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서부지법으로 이동하면서, 이른바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으로 몰려들고 광화문 대국본 집회 인원도 서부지법으로 이동하면서, 서부지법 앞 시위대 수는 경찰 비공식 추산 13시 20분 1천8백 명에서 14시 6천8백, 15시 40분 2만 4천, 18시 4만 명으로 급증했다. 시위대는 “위조 공문”, “영장 무효”, “불법 체포”, “불법 구금”, “즉각 석방”,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심사가 끝나고 대통령이 나간 뒤 공수처 차량이 뒤따르자, 시위대는 그 차량을 포위하고 파손시켰다. 한 시위자는 “저 차에 오동운(공수처장)이 탔다. 끌어내서 죽여 버리자”라고 외쳤다고 한다. 오후부터 계속 시위자 일부가 법원 난입을 시도했고, 결국 18일 밤에서 19일 새벽까지 서부지법 청사 난입과 폭동이 일어났다. 계엄 이후 찬탄/반탄 집회가 대립하는 가운데, 1월 초 한남동에서부터 서부지법 사태까지는 ‘집단적 폭력’이 등장한, 매우 위험한 시점이었다.

 

폭력의 선동자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전도사들이었다. 서부지법 폭동에 앞선 광화문 대국본 집회에서 전광훈은 “헌법 위에 또 하나의 권위인 국민저항권이 있다”며 “당장 서울서부지법으로 모여 대통령 구속영장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후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이 씨와 윤 씨 등이 청사 난입을 주도했고, 이 둘은 구속됐다. 그러나 2월 5일, 전광훈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부지법 사태는 “자신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전광훈과 함께하는 유튜버 신혜식(채널명 ‘신의한수’)은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 운영자 ‘박광배’와 유튜버 ‘목격자K’를 폭동의 배후로 지목했고, 이 둘은 반발했다.

 

한남동 집회에서 시작하여 서부지법 사태로 표출된 폭력을 둘러싸고 반탄 세력 내부의 격론과 분열이 일어났고, 폭력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대통령을 구하자는 경향은 이후 다소 수그러들었다. 게다가 1월에 세이브코리아가 출범하여 여의도에서 반탄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세이브코리아는 폭력적 방식을 배격하자고 선언하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며 대국본 집회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광화문파’에 맞서는 ‘여의도파’의 부상이라고도 평가된다.

 

세이브코리아는 2월 1일부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집중집회에 이어 3월 1일 서울 집중집회에 이르는 전국 순회 집회를 조직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월 15일 광주 금남로에서의 반탄 집회(경찰 비공식 추산 1만 명 참여)는 큰 화제가 됐다. (이날 광주 찬탄 집회 참여자 수는 경찰 비공식 추산 3만 명이었다.) 필자는 대국본 집회에서 종종 “애국세력을 분열시키지 말라”나 “저쪽(세이브코리아) 집회 가지 말라”는 발언을 들었던 반면, 세이브코리아 쪽 집회에서는 (비폭력 천명 등 간접적 비판은 있었지만) 대국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듣지 못했다. 서부지법 폭동 이후 2월 중순까지는 확실히 세이브코리아 쪽이 반탄 여론을 더 주도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인원 자체는 2월 8일 대구 집회를 제외하면, 대국본 쪽이 세이브코리아보다 계속 많았지만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래 최종 변론기일이었던 2월 13일, 기간 연장 후 마지막 변론기일인 25일을 지나면서 계속 증가한 반탄 집회 인원은 3월 1일에 정점을 찍는다. 필자가 참여한 반탄 집회의 80%가 그 사이에 있었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과 규탄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고조되는 흐름이었고, “(최종 변론기일 직후인) 3월 1일만큼은 꼭 나와달라”는 호소를 수없이 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찬탄 집회 인원은 비교적 적었다. 앞서 봤듯,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가 응당 탄핵을 인용하리라 예상됐기에,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이 굳이 집회까지 나와야 할 유인이 없었던 탓이다. 필자 주변의 노동조합 활동가들도, 조합원들이 탄핵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집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3월 1일에 반탄 집회 인원(양쪽 합쳐 약 12만 명)과 찬탄 집회 인원(약 1만 5천 명)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찬탄 집회의 분위기는 3월 7일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고, 8일 윤 대통령 석방이 이뤄지며 변하기 시작했다. 비상행동은 3월 8일 저녁 공동의장단 단식을 시작했고, 9일부터 매일 19시에 집회를 열고 있다. 같은 9일에 야5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대표회의에서 민주당은 의원 전원이 매일 비상행동 집회에 결합하겠다고 선언했다. 10일에 야6당(앞의 5당 및 정의당)과 비상행동은 간담회를 가진 후, 「윤석열의 파면과 내란종식, 사회대개혁을 위한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본래 3월 1일 토요일 촛불행동-비상행동 집회 사이에, 야5당이 처음으로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개최했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석방 후 야권이 비상행동 집회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을 요청하여, 향후 토요일 촛불행동-야5당-비상행동 집회의 구성과 내용이 더 일관되게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최근 찬탄 집회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재차 불붙는 상태다.

 

반탄 집회 역시 탄핵심판 판결을 앞두고 격화하고 있다. 필자의 관찰로는,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이대로면 탄핵 기각 혹은 각하가 이뤄지리라는 희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근 반탄 집회 참여자들이 열광하는, 2월 27일에 개봉한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도 이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 생각한다. 겉으로는 탄핵 기각·각하를 외쳐도 속으로는 탄핵 인용을 다소 예상하는 상태보다 인용 판결을 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부풀기 시작한 희망이 깨졌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전광훈 목사는 3월 9일 예배에서 “만약 헌법재판소가 딴짓했다 하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서 단칼에 날려버려야 한다”고 설교했다. 10일부터 대국본 측은 헌재 근처에서 24시간 집회를 이어 나가고 있다.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최고 수위 비상근무 태세인 ‘갑호 비상’을 발령할 것이라 결정했다.

 

5) 소결

한국의 정치양극화의 역사는 길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2000년대 등장했으나, 지금의 찬탄/반탄 집회의 주력이 형성된 시점은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정부 시기, 특히 2019년 조국 사태를 둘러싼 서초동/광화문 집회였다. 이 조국 사태에 힘입어 윤석열이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곧바로 촛불행동이 윤석열 퇴진·탄핵 집회를 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계기로, 촛불행동에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하여 비상행동으로 확장되었다. 2024년은 12.3 계엄 이전에 이미 윤석열 대통령 퇴진·탄핵 집회가 매주 벌어지고 있었다. 11월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 앞뒤로 민주당이 장외집회를 주도하는 흐름이 강해진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를 비상식적이라 여겨 반발하는 시민들이 이 ‘준비된 광장’에 쏟아져 나왔다. 허나 본래 민주당 중심의 집회였던 이 공간은, 시민들의 민주주의와 헌정에 대한 인식을 더 성숙시키는 자리가 되지 못했다. ‘계엄은 당연히 나쁜 것이고, 따라서 윤석열은 빨리 탄핵돼야 한다’는 인식,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과 같은 신나는 구호만이 지배했고, 따라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자 대다수 시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12월 초 찬탄 집회의 핵심 주제가 ‘헌정 수호’였기에, 헌정주의와 한국 헌정사에 관해 인식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뒤에서 보겠지만, 찬탄 집회는 1월쯤에 이르면 다시 기존의 야당·민주노총·시민사회단체 중심의 공간으로 되돌아가며, 반탄 집회의 확산에 대응하지 못하고 평행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서, 박근혜 때의 트라우마와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극렬한 반감을 토대로 반탄 집회가 급격히 성장한다. 이들의 위기감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의 집행을 두고 다툰 한남동 집회를 거치며 극심해졌고, 결국 서부지법 폭동으로 폭발한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었으나, 이후 극단주의가 어느 정도 수그러지고 좀 더 ‘문화적’인 방식을 지향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가 2월에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 판결이 남았기에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반탄 집회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시에 불복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3월 8일 윤석열 석방을 계기로 찬탄 집회 쪽의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헌재 판결에 양측(특히 반탄 집회)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한국의 정치양극화가 내전으로 비화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결정될 것이다.

 
 

2. 2~3월 반탄 집회 분석

 

2월 13일 헌법재판소 앞 대국본 집회와 세이브코리아 측 국민변호인단 출범식에서부터 약 한 달여간 반탄 집회를 참여·관찰하며 필자가 보고 느낀 바를 서술하겠다. 중간의 큰따옴표 인용은 필자가 집회에서 들은 말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1) 반탄 집회 참여자와 분위기

대국본과 세이브코리아 양쪽을 구분하지 않고 반탄 집회 참여자 전반에 대해 말하자면, 찬탄과 달리 반탄 집회에서는 모두가 태극기·성조기를 들며 ‘단체 깃발’은 거의 없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다. 깃발이 있어도 지역명만 적은 경우가 가끔 보이는 정도다. 즉 반탄 집회는 찬탄보다 더 통일되어 있다는 인상이었다. 물론 그 탓에 집회 참여자가 정확히 어디서 몇 명씩 왔는지 필자가 알 도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간간이 대화 기회가 생겼을 때 물어본 바로는, 대국본 집회 참가자들은 카톡방이나 사랑제일교회, 자유마을 같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집회 정보를 공유하고 참여하는 듯했다. 반면 세이브코리아 쪽은 교회 조직과 전한길·김성원 같은 특정 연사의 유명세가 중요해 보였다.

 

반탄 내에서 대국본과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분위기도 참여자의 인상도 달랐다. 먼저 대국본 집회의 가장 큰 차별점을 하나 꼽으라면, ‘직접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세이브코리아는 물론 찬탄 집회와 비교했을 때도, 대국본 집회는 발언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집회 시간 자체가 압도적으로 길다), 발언자의 범위도 넓은 데다가, 자유발언도 큰 비중을 차지하며, 발언 주제나 내용을 사전에 통제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사회자가 발언 중간중간 끼어들어서 “그건 이러저러한 뜻이지”, “이 부분은 좀 더 이야기해 줘야지”와 같이 말하며 보완한다.) 이런 ‘직접민주주의’와 연결된 또 다른 특징은, 훈련된 연사가 아닌 일반 시민 발언자들 대다수가 무대에 올라와 감정을 원색적으로 쏟아낸다는 점이다. 필자도 처음 대국본 집회 참여할 때는 왜 이리 ‘악’을 지르는지가 적응이 안 됐었다. 이 ‘악다구니’의 근원에 대해서는 ‘반탄 집회의 주장과 특징’ 절에서 설명하겠다.

 

대국본 집회 참여자를 ‘개신교 우파’로 묘사하는 글이 많은데, 현장을 겪어보니 이는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나 실제로는 그렇게 규정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토요일 집회에서는 간간이 찬송가를 부를 때나, 발언자가 “아멘”을 외칠 때 개신교 색채가 드러나긴 하나, 종교적 분위기는 별로 없었다. 찬송가도 거의 <참참참(성령의 불길)> 하나만 부른다. ‘개신교 우파’라고 할 때, ‘개신교여서 우파가 됐다’기보다는, ‘우파라서 (사랑제일교회의) 교인이 됐다’에 더 가까워 보였다. 실제로 종교가 서부지법 사태 옹호와 같은 극우적 입장과 통념만큼 상관성이 크지 않다는 통계도 있다.

 

일요일 ‘예배’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성경 말씀을 두고 설교하나, 이는 오히려 정통 기독교인일수록 굉장한 거부감이 들 내용일 듯했다. 가령 3월 9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서, 전광훈은 한동훈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윤석열을 배신할 것이라는 과거 자신의 발언 영상을 틀고, 시간이 지나서 보니 이 “예언”이 맞지 않았느냐며, 이는 자신이 “선지자의 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교했다. 이에 집회 참여자들이 “아멘”이라 열렬히 화답했는데, 이들을 교회 소속이라 하여 과연 ‘기독교인’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상당한 의문이 들었다.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는 이단 시비에 휘말려 있다.) 이와 같이 예배에서 성경 말씀 그 자체는 별 의미가 없고, 정치 얘기를 정당화하는 데 쓰였다. 예배의 대부분은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주장이 얼마나 옳은지 설파하고, 정치 집회 참여와 투쟁을 촉구하는 데 할애됐다.

 

대국본 집회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는 찬송가가 아니라 <양양가>다. 이는 6.25 전쟁 때의 군가(軍歌)로, 대국본 집회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낸다. (가사는 이러하다. “인생의 목숨은 초로(草露)와 같고, 조국의 앞날은 양양(洋洋)하도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아 이슬 같이 기꺼이 죽으리라.”) 대국본이 출범하기 전부터 아스팔트 우파가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하니, 정신적으로나 인적으로나 대국본 집회가 아스팔트 우파를 계승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국본 집회 참여자의 다수는 60대 이상으로 보였으며, 여기에 소수의 청년이 결합한다. 이들은 ‘군인·투사’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듯했다.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집중집회와 비집중집회의 차이가 있긴 하나, ‘직접민주주의’적인 대국본 집회와 달리 연사가 소수의 훈련된 자들로 정해져 있고, 발언 내용도 서로 강조점을 얼마간 배분하는 식으로 미리 협의가 된 듯하며, 연사들이 (내용이 옳다는 뜻이 아니라 무절제하게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다는 뜻에서) 논리적으로 연설한다. 집중집회의 주요 연사 전한길·김성원의 연설이 격렬하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대국본 집회의 발언들과 비교하면 그 격렬함도 어느 정도 훈련된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그런 연사들이 보통 1인당 10분 이상씩 주제를 깊이 논하며 집회 참가자들의 감정을 끌어내고, 사이사이에 적절한 영상을 배치하여 그 감정을 다음 발언으로 잇는 등, 상당한 수준의 집회 기술자들이 집회의 흐름을 미리 잘 설계한 듯했다. ‘직접민주주의’적인 대국본 집회와 달리, 훨씬 조직적이고 세련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차별점은 ‘종교적 분위기’다. 예배인지 정치 집회인지 알 수 없는 대국본 예배와 달리,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토요일도 개신교 예배 형식을 따르며, 목사들이 설교하고 나서 정치 발언을 진행한다. 전한길·김성원 등 주요 정치 발언자가 없는 비집중집회는 일반 교회 예배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집회 참여자도 대부분 개신교도인 듯했다. 주기도문이나 찬송가들을 당연하듯이 읊는 모습을 봤을 때 말이다. ‘기독교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다. 주요 연사 외의 시민 참여 발언자도 거의 다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소개했다. 손현보 목사는 세이브코리아 집회 참여자를 “기독교인이 60% 정도이고 같은 걱정을 가진 분이 40% 정도”라 추정했다.

 

한편, 대국본 집회보다 4050 장년층이나 2030 청년층 비중이 훨씬 높아 보였는데, 대부분 교회에서 나온 듯했다. 특별히 남성이 더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요컨대 세이브코리아 집회 참여자는 나이나 성별보다는 ‘종교’가 주요 특성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스팔트 우파와는 사뭇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다만 양쪽의 참가자가 완전히 구분된 것은 아니며,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있었다. 광화문의 아스팔트 우파는 기본적으로는 대국본 집회에 참여하나, 성향과 ‘집중집회’인지 여부에 따라 세이브코리아 쪽에도 가는 듯했다. 2월 13일 세이브코리아 측 국민변호인단 출범식에서, 옆에 있던 한 무리의 중년 여성들이 필자에게 “오늘은 전한길 강사 보고 싶어서 여기 왔는데, 토요일에는 광화문(대국본) 쪽으로 오는 게 낫다”고 말을 걸었다. 그 주 토요일(15일)에 세이브코리아 집중집회는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즉 서울에서는 세이브코리아 쪽이 집중집회가 아니니, 광화문으로 나오라는 뜻이었다. 손현보 목사는 “광화문은 그대로 있다. 거기서 쪼개졌으면 분열이지만 여기(세이브코리아)는 또 하나가 새로 생긴 것이니 확장이다. 거기(광화문)에 맞는 사람은 거기로 가고, 여기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기 때문에 확장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집회 현장에는 유튜버들도 꽤 있었다. 우파 유튜버의 활동은 방송을 통해 주장을 설파하거나 집회 현장에서 뛰는 것, 혹은 둘 다로 구분할 수 있겠다. ‘현장형’ 유튜버도 대국본이나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붙어서 발언·취재하는 경우와, ‘1인 군단’처럼 핵심 장소에 먼저 가서 보도하거나 이후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집회 자리를 여는 경우가 있다.

 

방송과 현장 취재 둘 다 하면서 대규모 집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유튜버로는, 대국본 쪽은 신혜식(채널명 ‘신의한수’), 세이브코리아 쪽은 김성원(채널명 ‘GROUND C 그라운드씨’)이 대표적이다. 한편 ‘1인 군단’으로 움직이는 우파 유튜버로는 안정권(‘안정권TV’, 유튜브 채널 아님)과 배인규(채널명 ‘신남성연대’)가 대표적이다. 김성원과 배인규의 채널은 청년 남성이 특히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유튜브를 통해서 반탄 집회에 새롭게 참여하게 된 인원이 얼마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2) 반탄 집회의 주장과 특징

대국본 쪽이든 세이브코리아 쪽이든, 다소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내용이 있다. 이를 최대한 필자가 보고 들은 그대로 하나씩 소개하겠다.

 

(1) 역사전쟁

 

반탄 집회에서 필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꼽으라면, “제2의 건국전쟁”,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 “나라가 넘어간다·무너진다” 등이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해방 직후의 1948~50년, 혹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까지와 같다는 이야기다.

 

이 전쟁·기로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즉 “자유민주주의인가 인민민주주의인가”를 둘러싼 것이다. 반탄 집회 참여자가 보기에, 전자는 민주주의지만 후자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다. 이러한 “민주주의 대 독재” 구도에서 전자를 지키려는 “싸움(투쟁)” 내지는 (특히 대국본 집회의 경우) “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대국본 집회 참여자가 ‘하층민, 군인, 투사’의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썼는데, 연단에 자주 서는 홍수환 전 권투선수는 2월 15일 “이 나라는 군인이 피로써 세운 것”이라며, “어떻게 건국했는데, 이렇게 망할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 필자도 특히 대국본 집회 쪽에서 전쟁을 앞둔 ‘군인’의 감각을 크게 느꼈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전에는) 승리를 향해 진격한다기보다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비장함을 말이다. (필자가 가장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때를 꼽으라면, 아마 2009년 용산참사나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이지 않을까 한다.)

 

반탄 집회 참여자들이 말하는 ‘독재’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1948~53년의 역사적 경험과 기억이 현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핵심은 ‘중국공산당’, 특히 시진핑 등장 이후의 중국공산당이다. 관련하여 반탄 집회에서 많은 사례가 언급된다. 그중 중국 공안의 강력한 국민 통제와 검열, 소수민족 억압, 2014년·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많다. (올해 2월, 홍콩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야당인 민주당도 해산을 결정했다.) 집회 발언 중에 중국공산당을 언급하지 않는 발언이 더 적을 정도이며, 반탄 집회의 대표 피켓 중 하나도 “CCP(중국공산당) OUT”이다. 물론 북한 김정은 독재정권의 끔찍함 역시 단골 소재다.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이재명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중국공산당의 방식을 모방해 한국도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관련해서도 수없이 많은 발언이 있었는데, 핵심을 정리하자면 지금껏 민주당이 보여준 정치가 도를 넘었으며,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 내용은 뒤에서 보고, ‘민주주의’와 ‘독재’ 간의 전쟁으로 돌아가자.

 

현재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핵심 세력이 중국공산당과 이재명 민주당의 ‘동맹’이라는 게 반탄 집회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생각이다. 특히 2월 15일 대국본 집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중해 중국공산당 서열 3위를 만난 일을 수많은 발언자가 규탄했다. 반탄 세력은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다. 군사적 침공만이 아니라 한국 국가기관과 사회의 다방면에 중국공산당이 침투해, 한국의 체제를 서서히 중국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따라서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1948~53년처럼, 이 전쟁에서 “피로써” 독재세력과 싸우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고 외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트럼프 동맹 즉 한미동맹(“자유동맹”)을 토대로 이재명-시진핑·김정은 동맹의 “야욕”에 맞서자고 말한다. 다만 현재 북한과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인 러시아를 향한 규탄은 없는데, 뒤에서 보겠지만 반탄 측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3월 8일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손현보 목사의, “우크라이나처럼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정도의 언급이 있었다. 유튜브에서는 젤렌스키와 이승만의 대미협상을 비교하는 영상이 돌고 있다.)

 

언론에서는 극우세력이 ‘중국인 혐오’를 확산한다고 지적하는데, 반탄 집회와 관련 유튜브 영상을 봤을 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 생각한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서로 다르지만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닌 여러 층위의 쟁점이 섞여 있다. ‘중국공산당의 독재’를 규탄하는 것, 중국공산당의 ‘한국 국가기관 침투’를 주장하는 것, ‘중국인이 한국 사회에 침투’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 ‘중국인의 이민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반탄 ‘집회’에서 주로 얘기되는 것은 앞의 두 층위다. 특히 중국공산당원을 포함한 중국인 3명이 부산해군작전사령부 인근에서 미국 항공모함을 불법 촬영한 일이 많이 언급된다. 최근 민주노총 조합원이 연루된 간첩 사건도 마찬가지다. 다만 유튜브 영상 수준으로 내려가면, ‘중국인 이주민의 (중국에 거주하는) 가족까지 건강보험을 타간다’, ‘중국인이 한국인보다 한국에서 부동산을 더 쉽게 살 수 있다’, ‘한국 학생보다 대학 입학이 더 쉽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다.

 

앞의 두 층위와 뒤의 두 층위의 사이에서, 최근 반탄 세력 내에서 가장 유행하는 컨텐츠가 바로 ‘찬탄 집회 참여자들에게 노래 <자유의 꽃> 들려주고 반응 보기’다. 이 곡은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의 희생자를 기리는 민중가요로, 홍콩 민주화 운동에서도 자주 불렸다고 한다. 찬탄 집회 쪽에 이 곡을 틀면 사람들이 등을 돌리거나 자리를 뜨거나 화를 내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며, 찬탄 집회에 중국인이 섞여 있다는 얘기가 퍼지는 것이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전쟁”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법정 다툼에서의 논리와 별개로) 정치적으로 정당화된다. 물론 발언에 따라 자유민주주의라는 ‘대의’를 ‘폭력’으로서라도 지켜야 한다며 계엄을 옹호하느냐, 아니면 윤 대통령의 계엄은 실제로는 폭력을 쓸 의도가 없는 ‘계몽령’이었다고 주장하느냐는 뉘앙스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대국본 집회의 발언자들은 전자의 경향과 후자가 섞여 있고, 세이브코리아 집회 발언자들은 후자의 경향에 확실히 가깝다는 인상이었다. 특히 세이브코리아 쪽의 전한길은 후자의 뜻에서 비상계엄이 내란과 같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든, 반탄 세력은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에 따라, 독재를 지향하는 중국공산당-민주당 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계엄을 한 것이라 본다. 따라서 법절차적 문제나 군대의 국회 투입, 계엄포고령 1호의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와 같은 기본권 침해는 무시해도 되는 ‘사소한’ 것이거나, 혹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식으로 본다. 저들이 독재를 추구하니, 이에 맞서려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한 듯했다.

 

앞서 대국본 집회의 ‘악다구니’를 언급했는데, 관련하여 인상 깊었던 발언은 2월 15일 대국본 집회에서 사회자가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의 내전(에서) … 종북좌파는 말로 설득할 수 없고, 힘으로 눌러야 한다”는 말이었다. “단순한 좌우의 싸움이 아니라, ‘생존인가 죽음인가’의 기로”라는 수많은 발언자의 외침도 인상 깊었다. 나라와 자신의 ‘생존’이라는, ‘죽는다’는 감각, 깊은 공포심이 논리적 사고 이전에 존재하는 듯했다. ‘저들’과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고 대화가 불가능하니, 우리가 죽지 않기 위해 저들을 더 강력한 힘을 통해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듯했다. 이런 심리 상태를 이해하면, 반탄 집회 참여자들이 각종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일부러’ 찾아보며, 현실 문제에 대한 논리적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2) 부정선거론

 

부정선거론과 ‘Stop the Steal(선거 도둑질을 멈춰라)’이 반탄 집회의 핵심 주장과 구호인 것은 맞으나, 약간의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적어도 필자가 참여한 집회에서는 부정선거론의 근거나 논리를 명확히 ‘설명’하는 발언을 듣지 못했다. 부정선거를 언급하는 발언은 대다수가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단언하며 ‘당연’하듯 넘어가거나, 선거에 대한 의심을 품는 게 ‘합리적’이라며 태도를 강조하거나, 더 알고 싶으면 ‘유튜브를 보라’는 식이었다. (소규모 집회에서 종종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 시청회를 한다고 한다.)

 

물론 유튜브에는 부정선거에 관한 온갖 설들이 난무한다. 최근 가장 유행하는 영상은 이영돈 전 PD가 제작한 <긴급취재: 부정선거, 그 실체를 밝힌다>(3월 10일 기준 조회수 129만 회)다. 필자가 시청해보니, 서로 모순되는 여러 주장을 짜깁기한 것이라 논리를 일관되게 정리할 수는 없으나 가장 핵심은 사전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이다. 근거도 여러 가지를 드는데, 핵심은 전라도를 제외한 지역 대부분에서 민주당의 득표율이 당일투표보다 사전투표에서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계학적 가설 검정이 부정선거를 입증하는 양 설명하는데, (‘z값’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z-검정을 한 듯한데) 검정의 전제(가정)에 대한 개념도 없다. 귀무가설 기각이라는 결과가 부정선거를 입증하는 것도 아닌데, 통계학을 모르는 사람들을 속이는 설명이다. 검정의 전제에 관해서는 영상에 등장하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의 설명이 정확한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영상이 게시되어 있다. (박원호 교수를 반박하는 이석원 뉴욕대 정치학 강사를 ‘뉴욕대 교수’로 속이는 것도 이상하다.) 이외에도 말이 안 되는 얘기가 많지만 (투표지에 관한 의혹은 전부 반박 영상이 있으니) 하나만 꼽자면, 영상 초반에 언급되는, ‘네 표마다 한 표씩’ 가짜 투표를 넣으면 지역구 대다수의 선거결과가 도출된다는, 이른바 ‘4의 규칙’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반박은 각주를 보라.) 부정선거론자들은 선관위에 “서버를 까라”, “입증”하라고 주장하는데, 본인들의 자료나 산식도 “까고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말이다.

 

다만 반탄 집회에 참여하며 느낀 건, 부정선거론에 대한 ‘논리적’ 비판은 별 의미가 없겠다는 점이다. 학자들의 설명과 논리를 종합적으로 듣고 판단하기보다, 자기 편이 얘기하는 것만 들으려 하고, 이쪽에 불리하고 저쪽에 유리한 내용은 어떻게든 의심하고 부정하며, 그 반대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믿고, 심지어 만들어 내려고까지 하는 심리가 더 근본적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일례로, 3월 9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서 전광훈 목사가 법률가를 초청해 탄핵 ‘기각’과 ‘각하’의 차이를 말해달라고 했다. 법률가가 둘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1분도 안 되어 전광훈이 말을 끊더니, “어려워서 모르겠다. 됐고 어느 게 우리한테 더 좋은지만 알려 달라”고 했다. 법률가가 설명하려는데, 또 끊더니 “됐고, 각하가 좋은 거죠”라며, 탄핵 기각이 아니라 탄핵 각하가 맞다고 말했다. 애초에 법적 지식과 논리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부정선거론도 마찬가지인데, 전광훈 목사는 이영돈 전 PD의 영상에서 ‘대수의 법칙’이라는 말만 따 와서, “여러분, 대수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부정선거랍니다”는 식으로 말했다. 전광훈 본인도 이영돈 전 PD의 영상이 어떤 논리를 펼치는지 모르는 듯했다.

 

이 심리에 관해,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미국 공화당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대선이 잘 관리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즉 대선을 얼마나 신뢰하는가의 질문에, 2020년에는 공화당 유권자의 79%가 부정적으로 답했으나, 24년에는 7%만 그러했다. (반면 민주당 유권자의 해당 비율은 2020년 6%에서 2024년 15%로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다.) 쉽게 말해, ‘우리가 지면 부정선거, 이기면 공정선거’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재명과 김어준이 2012년 18대 대선에 대해 부정선거론을 제기했던 바 있다. 2010년대 초반은 총선·대선에서 보수가 우세했던 시기였다. 허나 2016년 총선 이후 진보가 우세하게 되면서, 진보 쪽의 부정선거론은 들어가고 보수 쪽에서 부정선거론이 나온 셈이다. 따라서 한국 주류세력의 교체가 부정선거론의 ‘뿌리’라고 분석할 수 있다. 결국, 선거 불복이라는 정치문화가 문제다.

 

물론 선관위가 반탄 집회 참여자들에게 전혀 신뢰 받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원래는 부정선거론을 믿지 않았는데, 헌법재판소가 선관위를 감사하지 못 하게 막을 정도면 진짜 뭔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식의 발언을 많이 들었다. 이 측면에서, 최근 터진 선관위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과 각종 비리는 “거봐라, 저렇게 부정을 저지르고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까지 시도하는 놈들이라면 부정선거도 충분히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반탄 세력에 주었다. 비리가 보도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회와 유튜브 방송에서 수도 없이 이 얘기를 하고 있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할 모양새다. 3월 1일 대국본 집회에서 한 발언자는, “진보좌파는 삼성 재벌 세습은 비판하면서, 북한의 정권 세습이나 선관위의 세습에 관해서는 입을 다문다”고 비난했다. 물론 비리와 부정선거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중앙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헌재 판단도 법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민주당과 헌법재판소·선관위는 한통속”이라는 의심, “진보 좌파는 자기들에게 불리한 부정은 덮는 놈들”이라는 인식이 반탄 집회나 유튜브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3) 민주당 해체, 국힘의 배신자 처단, 국회 해산, 내각제 반대

 

앞서 썼듯,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이재명 민주당”이 지금껏 보여준 행태를 볼 때, 이들이 집권하면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며 독재를 지향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필자도 2월 13일 세이브코리아 쪽 국민변호인단 출범식에서 주변 중년 여성들과 대화를 나눌 때, “민주당이 너무하다”는 탄식의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저쪽은) 윤석열을 보고 독재다, ‘내란세력’이다 하는데, 180석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걔네는 독재가 아니냐”, “자기네들 법은 다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하려는 것은 다 못 하게 막고 말이야”, “탄핵이 국회의 권리라며 마음껏 해도 된다면, 계엄도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으로서 해도 되는 것 아니냐”, “삼권분립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민주당 쪽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바로잡으려 한 것이다” 등의 이야기를 이들과의 대화에서는 물론, 집회 발언에서도 수도 없이 들었다.

 

반탄 집회 참여자들을 인터뷰한 기사들에서도 공통으로 나오는 얘기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다. 반감의 구체적 내용은 정말 다양하나, 역시 29차례의 ‘줄탄핵’이라는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이 가장 빈도가 높았다. ‘카톡 검열’이나 ‘민주파출소’,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고소 협박, 전한길에 대한 고소 등도 많이 언급됐다. “대한민국에서 태극기를 드는 것조차 ‘극우’로 몰려 금지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무안공항 참사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때는 득달같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온갖 음모론을 제기하더니, 자기들이 불리한 사안에는 공항 사장이 자살하고 블랙박스가 지워졌는데도 민주당이 조용하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민주당은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일단 공격부터 하거나 덮고 본다”는 것이다.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이런 행태가 이재명 민주당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고 켕기는 점이 있음을 입증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특히 표현의 자유, 더 넓게는 정치적 자유가 침해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2월 13일 헌법재판소 앞 대국본 집회는 청년 자유발언으로 진행됐는데, 많은 청년이 “이재명 민주당이 이미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한 상태에서 정권까지 잡으면, “표현의 자유, 정치적 자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 발언했다. 전라도에서 온 한 청년은 “전라도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고, 심지어 압박한다”며, “민주당이 집권하면 전국을 이렇게 만들 것”이라 말했다. (이런 발언은 2월 15일 광주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도 반복됐다.) 전한길은 “지금껏 행태를 보면 이재명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헌법을 바꿔서라도 2선, 3선까지 하려 할 놈”라고 말했다.

 

매우 흥미로운 점은 “표현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려는 이재명 민주당과 맞서 싸우는 ‘우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허용할 수 없다는 이들의 생각이다. 3월 1일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중도는 없다. 좌파냐 우파냐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고, ‘우리’는 상식이며, 상식을 부정하는 것은 ‘좌빨’이기 때문”이라는 발언이 있었다. “독재정권 시절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짓을 지금 민주당이 하고” 있으니 “일제시대에 독립운동가들이 고문을 당하면서도 싸웠듯,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뭔들 못 하겠냐”는 것이다. 앞서 썼듯, ‘민주주의 대 독재’ 구도에서 전자를 지향하는 ‘우리’는 ‘상식’을 지키는 정의로운 자로 격상시키며, 후자를 지향하는 것은 “상식”을 부정하는 “악”이므로 “밟아”도 된다는 것이다. 대국본 집회에서 (세이브코리아 쪽은 그렇지 않지만) “밟아 밟아”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를 종종 트는데, 사회자가 이재명, 민주당, 문형배, 한동훈 등 “밟을” 대상을 외치면 이어서 청중들이 “밟아 밟아”라고 외치는 것을 반복한다. 필자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 집회 장소에 한동훈 등의 사진을 바닥에 붙여 놓은 ‘밟아 밟아 존(zone)’도 있었다고 한다.

 

[그림] ‘밟아밟아 존(zone)’과 국민의힘 비난 현수막

‘배신자 밟아야 제맛! feat. 대머리한동훈’, ‘거짓보수 위장우파 2중대 정당해체’와 같은 문구가 있다. 아래쪽 사진의 현수막은 3월 1일 광화문 광장에서 찍었다. (출처: 머니투데이(위), 직접 촬영(아래))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북한 핵미사일보다 위험한 게 한동훈”이라 본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명계를 ‘수박’이라 공격하듯, 찬탄 세력 내에서도 윤석열 개인에 충성하지 않는 “배신자”는 극도의 증오 대상이다. 국민의힘 내 배신자를 한 명씩 열거하며 모욕하는 영상이 대국본 집회에서 상영되기도 한다. 반탄 집회는 원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을 신뢰하지 않는다. 국민의힘도 ‘의원’들이 집회에 와서 발언을 종종 하지만, 당원들이 지역별로 깃발을 들고 집단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의힘 당원들의 실제 집회 참석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찬탄 집회 참가자의 상당수가 깃발을 들고 조직적으로 참가한 원내 야당 당원인 것과는 다르다.

 

물론 반탄 집회 참여자의 생각을 보수진영 전체가 공유하는 건 아니다. 최근 한국리서치와 《시사IN》의 조사에서,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사람 중 ‘계엄 비판·탄핵 찬성’, ‘계엄 비판·탄핵 반대’, ‘계엄 옹호·탄핵 반대’ 입장의 비율은 각각 31%, 16%, 40%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국한하면 각각 14%, 19%, 54%다. 대국본 쪽이든 세이브코리아 쪽이든 반탄 집회 참여자들의 입장은 확실히 세 번째다. 앞의 두 입장은 집결해 집회를 열지 않기에, ‘목소리가 큰’ 반탄 집회가 보수층의 여론을 대표하며 다른 의견을 묵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해체” 구호로 표현되는 반탄 집회의 민주당을 향한 격렬한 반감, 그리고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은 앞서의 부정선거론과 맞물려 지금의 22대 국회, 나아가 ‘국회’와 ‘정당’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나아간다. 부정선거로 민주당 우위의 국회가 구성됐으므로,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해야 한다는 발언,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개헌을 하자는 국민의힘 일각을 비난하는 발언, 국회의원들 다 썩었다는 발언, “내각제 반대”를 외치는 것을 종종 들었다. 반탄 집회에서 가장 많이 외치는 구호 중 하나가 “윤석열(이),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윤석열(이다)!”이듯,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확실히 대통령 개인에 의한 통치를 선호하는 듯했다. (그런데 반탄 세력이 그렇게나 싫어하는 이재명 대표도 내각제보다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4) 헌법재판소·법원·검찰·경찰에 대한 압박

 

필자가 반탄 집회에 참여한 시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이 막바지로 접어든 때였다. 그래서 특히 헌재를 압박하는 발언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국본과 세이브코리야 양쪽이 공통되게 지적하는 것은 헌재의 편향성이다. 먼저 법원이 이재명 재판은 온갖 지연 전략을 ‘방어권 보장’이라고 허용하며 느리게 진행하는 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그와 같은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졸속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른바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 홍장원이 박지원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국정원장의 발언, 핵심 증인들이 민주당 유튜브에 나왔던 것, 최근에는 ‘곽종근 양심선언 회유’ 녹취 등 재판의 증거에 관한 얘기도 많았다. 헌법학자 허영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읊는 식의 발언도 많았다. 민주당이 가결된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삭제한 것이 탄핵심판의 정당성을 없앤다는 취지의 발언도 많았다.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헌법재판소가 “민주당 좌파에게 장악”된 탓이라 본다.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우리법연구회다. 많은 발언이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의 “좌편향성”과 더불어 “너무 많다”는 점, 즉 과잉대표성을 규탄한다. 이는 어떻게 헌법재판관의 절반 이상(마은혁 후보자까지 고려하면)이 한 단체 출신으로만 이뤄질 수 있냐는 제기다.

 

반탄 집회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성향이 심판의 불공정함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들을 크게 불신하고 있다. 세이브코리아 측 주요 연사인 전한길은 거의 모든 발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미선 재판관 여동생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정계선 재판관도 남편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국선언을 했다. 어떻게 이들이 공정한 심판을 할 수 있겠는가. 둘은 양심이 있다면, 재판 회피신청을 해야 할 것이다. 정정미 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한민국의 주적을 밝힐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국가관이 의심스런 사람이다. 이들의 판단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만약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을 한다면 (문형배 재판관과 마은혁 후보자를 포함한) 다섯 명은 “제2의 을사오적”이 될 것이라 공격했다.

 

세이브코리아 쪽은 이 정도 수준의 발언에 머무는 반면, 대국본 집회에서는 문제의 재판관들을 인신공격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2월 13일 헌법재판소 앞 집회에서는 당일에 나온 보도를 보고 집회 참여자들이 “야동형배”라는 구호를 만들어 외쳤다. “문형배 재판관은 (탄핵심판에서 윤석열의) 선관위 서버 해킹에 대한 수사 요구는 묵살하면서, 자신의 야동 건은 (카페 해킹 여부를) 곧바로 수사 요청했다”면서 말이다. 이렇듯 반탄 집회는 ‘좌파’ 헌법재판관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나머지 네 명의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응원한다”, “믿는다”고 외치며, 헌법재판소를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림] 재판관을 인신공격하는 피켓·포스터와 사법부를 비난하는 현수막

왼쪽 위 사진은 2월 13일 헌법재판소 앞 대국본 집회, 나머지 사진은 3월 1일 광화문 대국본 집회에서 찍었다.

 

필자가 반탄 집회에 참여할 때는 국면이 지나가긴 했지만,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구속과 관련하여 공수처·검찰·경찰을 모두 규탄하는 발언도 종종 있었다. 이 역시 여러 층위가 있었다. 공수처가 권한이 없는데 그리했다는 수준부터, “법을 주무르는 자들이 국민의 뜻을 거역한다”는 인민주의적 주장까지 말이다. 특히 한남동 집회부터 서부지법 사태까지 경찰과 직접 충돌해서 그런지, 경찰 가운데 중국인이 있다는 주장도 유튜브에 많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3월 8일 양측 집회에서는, 애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잘못이라며 검찰을 규탄하는 발언도 꽤 있었다.

 

(5) 국민저항권, 탄핵심판 판결과 조기대선에 대한 불복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사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서도, 자신들이 헌정을 수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민주당’에 의해 “법치가 파괴 … 헌재, 국회, 검찰, 경찰이 다 이에 동조”하여 “법이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었기에, “국민”이 사법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탄 집회에서 많이 외치는 구호 중 하나가 “탄핵 기각/무효·각하”인데, 앞서 부정선거론 부분에서 본 3월 9일 대국본 예배에서 전광훈 목사의 말을 상기하자. 반탄 집회는 탄핵심판의 법적·절차적 문제 그 자체보다는, 그 탓에 ‘인용 판결 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며, 더 나아가 “국민저항권”의 관점에서 탄핵 무효·각하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헌법 위에 국민 있다, 국민을 무시하지 마라”, “헌재는 마음대로 판결할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과거 촛불집회의 간판 구호였으며, 지금의 찬탄 집회도 외치는 바이다.) 전한길은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박근혜 지지율이 너무 낮아서 헌법재판관들이 탄핵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탄핵했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윤석열 지지율이 높다. 그런데도 헌법재판관이 탄핵 인용을 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고 말했다. 법적·절차적 문제를 떠나서 애초에 여론전으로, 즉 ‘직접민주주의’로 판결을 좌우할 수 있다는 발상인 셈이다.

 

반탄 집회는 “지배 카르텔 대 애국시민”이라는 구도도 강조한다. “대대손손 나라를 해 처먹은 탐관오리 … 국회와 사법 카르텔”에 맞서는 반탄 집회 참여자들을 찬양하는 것이다. “입법부 해체, 사법부 무효, 국민저항권!”이라는 구호가 보여주듯, “애국시민”의 뜻에 맞는 국가기관의 행위는 옳고, 그렇지 않은 행위는 “국민이 용납 못하는”, 투쟁으로 바로잡아야 할 대상이다.

 

[그림] 헌법 제1조 피켓과 ‘조기대선 X, 조기총선’ 피켓

헌법 제1조 문장을 따라 외치는 구호는 이제 반탄 집회에서 더 자주 들린다. 위쪽 사진은 2월 13일 헌법재판소 앞 대국본 집회, 아래쪽 사진은 3월 1일 광화문 대국본 집회에서 찍었다. 아래 사진 화면 안에는 ‘무조건 탄핵무효야, 개판에 개판개판 개판관’이라는 가사가 나오고 있다. (출처: 직접 촬영, 위쪽 사진은 허가 받음)

 

지금까지의 모든 주장을 통하여, 반탄 집회는 현재 22대 국회가 ‘국민의 뜻’이 아닌 부정선거로 구성됐으니, 이들의 탄핵 역시 무효이고 헌재의 탄핵심판도 무효이며, 따라서 인용 판결과 조기대선에 불복하겠다는 태도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2월 13일 대국본 집회에서는 여당 대권 후보들을 굴비처럼 엮은 모형을 들고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 이준석 다 ‘조기’대선 처먹어라”는 식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앞서 썼듯,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탄핵 기각/각하를 확신하며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6) 유튜브

 

“기성 언론 보지 말고 유튜브 보라”는 얘기도 반탄 집회에서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다. 한국리서치와 《시사IN》의 조사에 따르면, 보수 유튜브를 하루 1시간 이상 시청하는 층에서 12.3 계엄이 정당하다고 보는 비율이 68%, 탄핵에 반대하는 비율이 74%였다. 이는 보수 유튜브를 시청하지 않는 층(계엄 정당 6%, 탄핵 반대 15%), 하루 1시간 미만 시청하는 층(각각 32%, 46%)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필자도 이번에 우파 유튜브를 꽤 봤는데, 확실히 기존 언론보다 ‘빠르다’는 장점은 있었다. 앞서 썼듯, ‘1인 군단’과 같은 현장형 유튜버들이 뭔가 사건이 있을 만한 곳에 먼저 가서 생방송을 켜놓고 있기에 보도의 ‘원료’인 정보가 즉각 잡히고, 이를 수많은 유튜버가 바로 공유하며 집회로 전달된다. 필자도 집회에서 사회자가 “방금 이런 소식이 들어왔습니다”며 유튜버들을 통한 정보를 전하는 것을 듣고 기존 언론에서 검색해 보면 아직 기사가 나오지 않은 경우를 몇 번 경험했다.

 

이런 즉각성은 정보가 걸러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후 사정과 상황 전체를 조망하여 정보를 검토하기보다는, 유튜버의 시선(카메라)에서 보이는 순간과 유튜버의 순간적 코멘트를 보는 것이다. 해당 유튜버 개인의 생각과 주장은 기성 언론의 기사와 달리 정제되지 않는다. 생방송 소통에서 다른 의견 제기나 반박이 이뤄지긴 하나, 1인 방송이다 보니 모든 얘기를 포괄하기에 한계가 있고, 결국 ‘이 방에 안 맞으니 네가 나가라’는 식이 된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경향이 기성 언론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다.

 

다음 인용은 우파 유튜버들의 인터뷰로, 이들은 그런 편향성의 원인을 극단적 정치 양극화에서 찾는다. “선진국으로 접어들면 정치적 관심도가 낮아지는 편인데 우리나라는 적대적 대립 구도가 여전히 유지돼서 그런지 점점 정치적 관심도가 높아져요. 좌파들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정상적인,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치판을 뒤집었고, 그렇게 탈취한 권력을 가지고 5년 동안 자유 우파 진영을 도륙해 왔기 때문에 (정치가) 생존의 문제가 된 거죠. 정치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 돼버렸어요. 그래서 훨씬 뜨거워졌고, 그걸 기존의 기성 언론으로는 다 담아낼 수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유튜브가 그렇게 뜨거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유튜브를 찾는 사람은 자기 듣고 싶은 말 들으러 오는 거예요. 서로 다른 시각에서 토론하려면 지상파나 종편 보면 되지. 그러니 저도 신문사에 있을 때는 다 하지 못했던 말이나 생각을 여기서는 여과 없이 풀어 놓는 거죠. … 좌든 우든 자기네끼리 노는 거죠. … 중도층이 봤을 때는 양쪽 다 편향된 거죠. 중도층은 정치 유튜브 안 봐요. 제 방송의 시청자 연령대를 보면 65세 이상이 65%예요. 그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맞춤형 콘텐츠는 조회수가 많이 나오죠. 윤석열-한동훈 갈등 이런 거 다루면 떨어지고요. 우리끼리 싸우는 거는 보기 싫다는 거죠. 반대로 이재명이나 조국 비판하면 조회수가 확실히 올라가고요.”

 

최근 찬탄/반탄 집회가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다루는 컨텐츠의 인기가 올라갔고, 그러면서 유튜버들도 그러한 자리에 몰리는 문제가 있다. 필자는 3월 3일 전국 청소년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보려 했는데, 집회 장소 일부를 찬탄 측이 점거하고 나가지 않았다. 반탄 측과 찬탄 측은 서로 <얼레리꼴레리> 노래에 맞춰 “빨갱이래요”와 “박정희가 빨갱이래요”라며 조롱했고, “빨갱이 뒤져라”, “개 X 같은 XX들, 김건희 개XX년” 등 욕설이 난무했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자, 양측에서 유튜버들이 서로 카메라를 들고 온갖 욕을 하며 밀쳐댔다.

 

[그림] 광화문 광장에서 찬탄/반탄 측 간의 충돌

3월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 청소년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탄핵에 찬성하는 열 댓명(‘자주독립’ 깃발)이 광장을 지키며 탄핵 반대자와 찬성자 간에 고성이 오갔다. 아래쪽 사진은 이때 한 탄핵 반대자가 들고 있던 상징물이다. (출처: 직접 촬영)

 

이 방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튜버는 배인규(채널명 ‘신남성연대’)다. 최근 대학가의 대학생 반탄 시국선언에서, 집회가 신고된 장소를 점거하고 비키지 않으며 시국선언 중에도 계속 방해하는 찬탄 측을 몰아내는 게 컨텐츠의 서사다. 어느 신남성연대 영상에서 “빌런(악당)은 더 큰 빌런으로 대처해야 하는 법”이라는 발언을 들었다. 소음으로 반탄 시국선언을 방해하는 찬탄 측에 배인규가 더 큰 소음으로 대응하며 “내가 소리 더 커, 내가 이긴다”고 하는 식이다.

 

대학가 반탄 시국선언 실제 인원은 보통 10명 남짓이므로, 이를 그냥 뒀다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허나 찬탄 측이 이를 방해하면서 “소리가 더 큰” 배인규에게 영상의 소재를 제공했고, 수십만 명이 그 장면을 보게 됐다. 반면, 어느 학교인지는 확인 못했으나, 반탄 시국선언에 찬탄 측이 방해하러 오지 않자 우파 유튜버들이 실망하고 되돌아가는 영상도 봤다. 시국선언도 조용히 지나갔다. 요즘 초등학생을 포함한 미성년자들이 이런 류의 영상을 많이 본다고 한다. <얼레리꼴레리> 노래와 소음, 욕설 대결이 오가는 찬탄-반탄 충돌 광경이 자극적인 탓이겠다.

 

(7) 청년

 

필자가 참여한 반탄 집회 중 청년 집회는, 청년 자유발언으로 진행된 2월 13일 헌법재판소 앞 대국본 집회, 3월 1일 전국 대학생 탄핵 반대 시국선언, 3월 3일 전국 청소년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있었다. 2월 13일 세이브코리아 측 국민변호인단 출범식도 청년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청년 집회라 하여 발언 내용들이 앞서 살펴 본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만 청년들은 간간이 “지금껏 나라를 지켜 온 애국시민”에 존경을 표하며, 이른바 “틀딱 비하”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 노년층은 청년들이 발언할 때마다 “잘 한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역사전쟁’의 틀 속에서, 1948~53년을 겪은 노년층과 2010년대 이후 중국 권위주의의 부상과 김정은 정권을 경험한 청년층이 ‘반공’을 중심으로 만나는 느낌이었다.

 

물론 3월 1일 대학생 시국선언 직전에, 이번 집회는 청년들의 자리니 노인은 뒤로 물러가 달라는 주최 측과 항의하는 노인 참가자 간의 다툼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세대 간 통합의 분위기였다. 필자도 집회에서 노인 참가자들로부터 음식과 방한품 등을 여러 번 받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박구용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의 “2030 남성은 말라 비틀어지게 고립시켜야 한다” 발언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자기 편 아니라고 청년을 그렇게 대하냐, 정말 나쁜 놈들”이라고 말이다.

 

이번 계엄·탄핵 정국에서 2030 청년, 특히 보수 청년의 태도를 다룬 기사나 인터뷰가 매우 많다. 보수 청년의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반감’, ‘중국에 대한 반감’,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으로 내용을 요약할 수 있겠다. 첫 번째에 관해서는, 2월 13일 청년 자유발언에 나온 수십 명의 청년 중 한 1/3 정도가 자기가 어렸을 때는 진보였다가 보수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전향 시점을 언급한 경우 거의 다 문재인 정부 때라고 밝혔다. 두 번째에 관해서는, 앞서 ‘역사전쟁’에서 쓴 것과 크게 다르진 않으나, 보수 ‘청년층’에서는 중국 청년들의 ‘혐한’에 맞서는 측면도 좀 더 있는 듯했다. 세 번째, ‘반페미니즘’은 보수 노년층보다 청년층에서 확실히 더 중요한 이슈다. 관련해서 집회에서나 유튜브에서나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최근 동덕여대 사태였다.

 

다만 반탄 집회에 나오는 청년이 남성 위주라는 것은 잘못된 분석인 듯하다. 아마 서부지법 폭동 구속자 중 2030 남성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서 그런 인식이 생겼겠지만, 필자가 참여한 반탄 집회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대국본 집회에서 계속 돌아다니는, (뒤에서 볼 찬탄 집회의 ‘개딸’과 비슷하게) 온몸을 탄핵 반대 상징물로 도배한 청년 남성 한두 명을 간간이 봤다. 하지만 안에서 봤을 때, 청년층 규모가 대국본 쪽이 더 적고 세이브코리아 쪽이 더 많다는 차이는 있지만, 성비는 비슷해 보였다. 뒤에서 보겠지만, 찬탄 측 비상행동 집회에서 여성·성소수자 정체성을 내세우는 발언이 꽤 있는 것과 달리, 반탄 측은 ‘군인·투사’(대국본)나 ‘기독교인’(세이브코리아) 정체성을 강조하지만 ‘성별’을 내세우는 발언은 없었다. ‘군인’은 ‘남성’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대국본 집회에 나오는 노년·청년 여성도 ‘군인’ 정체성을 공유한다.

 

집회 문화의 측면에서 보면, 세이브코리아 쪽은 본래 청년·장년 비중이 높고 집회가 세련돼 괜찮지만, 아스팔트 우파 노년층 중심의 대국본 집회는 청년들이 괴리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3월 1일 대국본 집회가 저녁 8시쯤 청년문화제로 프로그램이 바뀌었는데, 그전까지 계속 발언자들이 ‘악’을 지르는 전형적인 대국본 집회를 보다가, 갑자기 ‘힙’한 노래 공연들이 이어지고, 찬탄 집회처럼 ‘위플래쉬 구호’도 외치니, 필자는 좀 어색했다.

 

(8) 트럼프에 대한 지지와 연대 호소

 

앞서 ‘역사전쟁’에서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윤석열-트럼프 동맹’을 외친다고 썼다. 실제로 집회에서 종종 트럼프를 향해 영어로 호소한다. “Fight, Fight, Fight(투쟁, 투쟁, 투쟁)”, “Make Korea Great Again!(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같이, 트럼프주의 운동의 구호를 따라 외치기도 한다. 발언 내용은 주로 트럼프가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해 달라, 부정선거론을 지지해 달라, 윤석열과 함께 중국공산당을 격퇴해 달라 등이다. 특히 세이브코리아 측 유튜버 김성원(채널명 ‘GROUND C 그라운드씨’)은 2024년 미국 대선 이전부터 한국의 트럼프 지지자들을 규합, 대표해 왔던 인물이다.

 

한편, 한국 보수진영에 부정선거론이 전파되는 데 미국의 트럼프주의 단체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한국지부인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이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올해 2월 19~22일에 KCPAC 행사가 있었는데, 몇몇 우파 유튜버가 이에 참여하여 관련자를 인터뷰하거나, 트럼프주의 활동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운동방식을 소개하는 등의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3) 소결

반탄 집회에서는 정말 온갖 이야기가 섞여서 나오지만, 핵심은 이대로 가면 ‘역사전쟁’에서 밀린다, ‘이재명 민주당’에게 나라가 넘어 간다는 위기의식 하에서, 부정선거론과 결합된 국회 부정, 탄핵 부정, 탄핵심판·조기대선 불복으로 나아가는 논리다. 이들이 탄핵심판의 편향성과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지적하나, 결국은 ‘국민저항권’ 즉 “애국시민”의 뜻에 맞지 않는 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인민주의적 주장을 하고 있음이 중요하다.

 

필자는 한 달여간 반탄 집회를 다니면서, 《계간 사회진보연대》 지난 겨울호에 실린 김성균의 글 「헌정주의를 결여한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나오는 이승만 시대의 모습이 연상됐다. 이승만은 반공을 외치며 자유민주주의자라 자처했지만, 대중운동을 동원해 국회 등의 기관을 공격하고 헌법을 자기 뜻대로 바꾸며 헌정주의를 위배했다. 그 글은 이런 행태의 근저에 있는 이승만의 사상을 일민주의(전체주의)로 짚었다. 자유주의가 아니거나 심지어 자유주의에 반(反)하는 보수라는 것이다.

 

현대 세계에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영국과 미국에서 발전한 경제학,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헌정을 표준으로 하는 헌정주의다. 실제 현실에서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을 이끌고 관리하는 능력과 체계를 발전시킴으로써 다수파를 이루는 게 반공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탄 집회의 주도세력 가운데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고학력자인 전한길·김성원도 기독교 반공주의와 부정선거론에 머물러 있다. 이는 반탄 세력이 결국 자신이 그리도 싫어하는 ‘이재명 민주당’과 똑같이, 대중을 동원해 상대를 공격하는 것밖에, “지도자 윤석열”을 받드는 것밖에 할 수 없음을 뜻한다. 이들이 ‘반중’을 명분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포퓰리즘에 기초해 동맹국을 위협하는 트럼프를 옹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당장의 문제는 이들이 탄핵심판에 불복할 가능성이다. 지금 반탄 집회의 분위기를 보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판결을 내리면 서부지법 사태 이상의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여기에는 이들과 평행하며 대립하고 있는 찬탄 집회가 개입할 여지도 없을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반탄 집회 참여자들을 봤을 때 (지금은 판결을 앞두고 자중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인용 판결에 승복할 것인가, 아니면 반탄 집회를 향해 불복을 호소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후자의 길을 택한다면 상당한 소요가 일어나는 것을 피할 도리는 없어 보인다.

 
 

3. 2~3월 찬탄 집회 분석

 

찬탄 측은 촛불행동과 비상행동 집회에 참여했는데, 반탄의 대국본/세이브코리아와 달리, 두 단체의 토요일 집회는 연속된다. 3월 1일부터는 그 사이에 야5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대회가 들어와, 촛불행동~야5당~비상행동 집회 순으로 진행된다. (2장과 마찬가지로 큰따옴표 안의 서술은 필자가 들은 말을 인용한 것이다.)

 

1) 찬탄 집회 참여자와 분위기

반탄 집회와 비교되는 찬탄 집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반탄 집회가 모두 태극기·성조기를 드는 것과 달리, 찬탄 집회 참여자들은 여러 단체 깃발들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촛불행동 집회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각 지부 깃발이 대부분이다. 이어지는 비상행동 집회는 깃발이 다양한데, 절반 정도는 앞서 민주당·조국혁신당 깃발이고, 그 외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의 깃발이 많다. 그다음으로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참여연대, 여성, 성소수자, 통일, 기후, 팔레스타인연대 등과 관련된 각종 단체 깃발이 있다. 언뜻 보기에 알 수 없는 깃발들도 있었는데, 그중 규모가 가장 큰 집단은 “굥 닭치고 탄핵”이었다. 이는 이른바 ‘개딸’ 모임이다. 그 외에도 “이재명 대통령 한번 만들어보자 64년생 용띠 모임”, “조국을 보호하는 고양이들”, “부일매국노토착왜구 단칼에 쓸어버리리”, “우린 평생 같이 살테니까 너희들이 나가” 등 온갖 이름의 단체들이 있었다.

 

[그림] 3월 1일 비상행동 집회

비상행동 집회는 네 단체의 집회 중 단체 깃발이 가장 많고 다양하다. (출처: 직접 촬영)

 

이어지는 두 번째 특징은, 참가자들이 특정 정당 소속임을 명확히 드러낸다는 점이다. 앞서 썼듯, 대국본 집회는 자유통일당이 주최자이긴 하나 참여자들이 정당 정체성을 드러내진 않으며, 원내정당인 국민의힘도 ‘의원’은 연단에 서지만 당원들이 깃발을 들고 오진 않는다. (정체를 숨기고 섞여 있을 수는 있지만, 이는 확인할 수 없다.) 반면, 찬탄 집회에서는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참여하고 참여자들이 특정 정당에서 왔음을 명확히 표현한다. (실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집회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3월 1일부터는 야5당 대회가 집회의 일부가 된 상황이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부스가 집회에 항상 있다. 정당에서 온 참여자의 경우, 이재명이나 조국과 같은 특정 정치인의 얼굴이 그려진 자보를 몸에 걸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집회 발언에서도 정당 측 발언자의 발언 비중이 반탄 집회보다 훨씬 높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직접민주주의’적인 대국본 집회에서 자유통일당 발언 시간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며, 세이브코리아 집회의 경우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회 시작할 때 축사 발언을 하는 정도였다.

 

또 하나 특징은 발언보다는 구호를 외치거나 공연을 보는 시간의 비중이 더 컸다는 점이다. (집회 시간 중 발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대국본, 세이브코리아, 촛불행동, 비상행동 집회 순이다.) 촛불행동 집회나 야5당 대회의 경우 발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면, 비상행동 집회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한 후 마무리 집회가 공연 중심으로 진행된다. 필자는 3월 1일에 촛불행동 집회부터 비상행동 마무리 집회까지 참여했는데, 거의 온종일 백 명 가까이가 발언을 이어 나가는 대국본 집회와 비교할 때, 찬탄 집회는 발언의 양이나 주제의 다양성이 훨씬 작았다. 이와 연결되는 마지막 특징은, 적어도 2월 집회까지는 찬탄 집회가 반탄 집회보다 더 밝고 유쾌한 분위기였다는 점이다. 다만 3월 8일 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찬탄 집회 쪽도 위기감과 분노가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3월 8일 비상행동 집회에서 발언 비중이 늘었다.

 

찬탄 집회 참가자는 주로 4050 장년층과 2030 청년층이었는데, 두 집단 간의 비율은 약 2:1 정도였다. 전체적인 성비는 비슷해 보였으나, 청년층에서는 여성이 더 많아 보였다. 이는 ‘개딸’이 상당히 특이한 패션으로 눈에 띄는 탓에 발생한 착시일 수도 있다. 가령 3월 1일 ‘개딸’의 드레스코드는 ‘외계인’이었다. 외계인 문양의 담요를 두르거나 풍선을 몸에 달고, 머리나 팔에 ‘개딸’, ‘민주여성’ 등이 쓰인 파란색 띠나 완장을 두르고, 옷이나 가방을 각종 상징물로 도배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집회 자리에서 이들은 서로 자신이 가진 ‘굿즈’를 보여주거나 교환했다.

 

2) 찬탄 집회의 주장과 특징

(1) 역사전쟁
 

반탄 집회가 1948~53년을 지금과 연결시키듯, 찬탄 집회도 역사적 사건들을 특정하게 해석하여 지금 상황으로 잇는 ‘세계관’을 주장하고 공유한다. 특히 3월 1일 집회에서 역사전쟁과 관련된 발언이 많았다. 올해가 “을사늑약 120년, 굴욕적 한일협정 60년, 광복 80년”이라며, 광복에도 불구하고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결과, “친일·친미 반공주의, 종속적 파쇼극우세력”이 시대에 따라 “친일경찰에서 친미군부, 검찰독재로 변신”해왔으며, 그 “끝판왕 윤석열”이 “매국·굴종 외교”와 “전쟁 조장”으로 “민생을 파탄”내고, 급기야 “내란”을 일으켜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군사독재” 복원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한편, 역사 속에서 그런 세력에 맞선 “혁명”과 “민중”이 있었다고 말한다. “나라를 팔아먹은 위정자”에 맞서 “민중이 주권을 되찾은 3.1 혁명”부터 시작해, “4.19, 5.18, 6월 항쟁, 박근혜 탄핵”에 이르기까지, 민중은 “정의와 민주주의, 평화”를 지켜왔다. 그리하여 결국 계엄이라는 “저들의 추악한 기도”를 “국민이 박살냈”다. 다만 이러한 “빛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찬탄 집회는 “매국노 전쟁광 윤석열”을 “파면”하고 “사형”(‘사형’은 특히 촛불행동 집회에서 자주 나왔다) 해야하며, “제2의 반민특위”를 열어 “국가기관에 포진한 신종 친일파를 쓸어버리고,” “국민의힘을 해체하고 그 뿌리를 뽑으며,” “곳곳에 숨어 있는 친일 부패기득권”을 “소탕”해, 향후의 비슷한 시도를 원천 차단하고 “역사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외친다.

 

찬탄 집회도 반탄 집회처럼 “민주주의 대 독재”의 구도를 제기하며, 이를 “빛과 어둠” “진실과 거짓”이라는 표현으로 대비시킨다. 요컨대 이 전쟁은 옳고 그름, 선악이 명확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수많은 발언처럼 말이다.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은, 과거 촛불집회에서는 “촛불혁명”으로 표현했으나, 이번 찬탄 집회에서 촛불이 응원봉으로 대체되면서 “빛의 혁명”이라 칭해진다. 찬탄 집회 발언자들은 집회 참여자를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사랑과 연대의 정신”으로 가득 찬 “빛의 혁명가”로 칭송한다. 3월 8일 비상행동 집회에서 “역사를 공부해보니 결국 기득권이 패배하고 정의가 승리한다”는 발언은 그런 인식을 보여줬다.

 

[그림] 3월 1일 촛불행동 집회의 피켓과 깃발

오른쪽 아래 사진의 깃발에는 ‘윤석열 사형, 내란정당 국민의힘 박멸하자! - 촛불행동’이라고 적혀 있다. (출처: 직접 촬영, 피켓들은 촬영 허가 받음)

 

반탄 집회가 ‘이재명 민주당’의 ‘친중·종북’을 문제 삼는 것처럼, 찬탄 집회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친일·친미’를 문제 삼는다. 찬탄 집회 발언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안보협약을 체결"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계속"하는 등 미국·일본의 요구에 따라 북한과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는 점, 평양에 무인전투기를 침투시키고 북한에서 보내는 오물풍선의 원점 타격을 검토하는 등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근거로, ‘친일·친미세력’이 국가기관에 포진해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공군 오폭 사고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3월 8일 촛불행동 집회의 한 발언자는 “윤석열과 전쟁을 공모한 외환범들이 버젓이 요직을 차지하고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신속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3월 1일 집회에선, “분단된 한반도는 전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에, “미국과 일본에 굴하지 않고 외교와 국방에서 당당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민주정부와 자주국가”를 세워 “분단체제를 끝내야”만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있었다. 전쟁과 독재를 추구하는 세력이 나라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한다는 생각에서, 찬탄 집회 참여자들은 반탄 집회와 마찬가지로 ‘죽는다’는 감각을 공유한다. 이를 좀 더 살펴보겠다.

 

(2) 전쟁, 상식과 일상의 파괴, 폭력과 혐오에 대한 공포심

 

반탄 집회에서 표출되는 “생존인가 죽음인가”라는 위기감은 찬탄 집회에서도 똑같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구집권”이라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수단” 삼았다는 발언처럼 말이다. 윤석열이 북한과의 전쟁을 일으켜 계엄을 성공시키려 했다는, “외환”과 “내란”을 연결하는 논리다.

 

이런 인식에서, 찬탄 집회 참여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과 계엄으로) 일거에 국민 수만 명의 학살을 기도”했다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공유했다. 특히 3월 7일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며, ‘죽는다’는 위기감이 상당히 고조됐다. 당일 비상행동이 연 긴급 규탄대회에서 한 발언자는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인용하며, “윤석열이 (감옥) 밖으로 나온 사회에서, (국민을) 살릴지 죽일지는 윤석열에 달려있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애를 낳을 수 있겠느냐”면서 “살아나느냐, 죽임당하느냐, 이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찬탄 집회 발언자들 중엔 “‘내란’성 불면증”이라는 표현이나, 발언을 시작하며 “불안해서 여기 (집회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라고 이유를 드는 발언이 많았다. 12.3 계엄으로 “평화로웠던 일상이 무너지고,” “상식이 파괴”됐다는 표현이 상당했다. 이들은 일상과 상식의 파괴를 근거로 탄핵심판에서의 윤석열 대통령측의 주요 주장에 반박했다. 가령, 2월 15일 비상행동 집회에서 “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라 강변하는데, 이는 우리 삶과 생존을 위협”했다며 “나는 살고 싶다”는 발언이 있었다. 3월 7일 비상행동 집회에서 한 발언자는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은 계엄이라니 무슨 헛소리냐”며 반박하며, “헌법과 사회의 상식이 난도질당했고, 윤석열이 만든 선례로 인해 또 다른, 국민의 주권을 빼앗으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게” 됐다며, 미래를 걱정했다.

 

특히 반탄 집회를 보며 그런 우려가 더 커졌다는 언급도 다수 있었다. “차별과 혐오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내란옹호 극우세력이 활개 치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그들은 이들 반탄 집회 참여자를 “내란 범죄자를 옹호”하고, 북한과의 “전쟁을 지지”하며, 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키고, “빨갱이와 중국인은 죽여도 된다”는 발언을 쏟아내는, 혐오로 가득 찬 자들이라 규탄한다. 찬탄 집회 참여자들은 따라서 “내란세력, 전쟁유도세력”과 “극우 파시즘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만, 비로소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될 수 있다고 외친다. 같은 하늘 아래 ‘저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본, “우린 평생 같이 살테니까 너희들이 나가”라고 적힌 한 단체 깃발처럼 말이다.

 

(3) ‘범죄자 윤석열’, 법에 대한 불신과 ‘민심’의 우위

 

찬탄 집회 참여자들은 탄핵심판이나 재판과 상관없이, 이미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외환 범죄자”로 확정을 지은 듯했다. 반탄 집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범죄자’로 보듯 말이다. 3월 7일 비상행동 집회에서 한 발언자는 “이미 내란수괴 탄핵은 명약관화”라 외쳤는데, 비슷한 발언을 찬탄 집회에서 수도 없이 들었다. 3월 8일 촛불행동 집회에서는 “내란범 선처는 없어 무기징역 땅땅, 내란정당 ‘국짐’도 수감, 우리나라 정의실현”과 같은 가사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물론 찬탄 집회에서 종종 민변 법률가가 나와서 재판과 법리에 관한 설명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은 참가자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3월 9일 대국본 예배에서의 전광훈 목사와 청중의 모습처럼 말이다.

 

가령 3월 1일 촛불행동 집회에서는 “법비(法匪, 법을 악용하는 도적) 탓에 법치가 죽었다”며 한국의 사법이 “범죄자 인권만 보호한다”는 규탄이 있었다. 탄핵심판이 윤석열 대통령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장한다는 것이다. 3월 7일 비상행동 집회에서도 “(한국에서는) 가해자들이 너무나 잘 산다. 가해자들이 한국 법을 사랑한다고 한다”며, “왜 법은 내란범 앞에서만 상냥해지는가”라고 ‘범죄자 윤석열’을 “풀어놓은” 검찰을 성토했다. 3월 8일 촛불행동 집회에서는, “대국민 학살을 기획한 자를 풀어놓았음에도 항고하지 않는 검찰은 내란공범이 확실”하다며, 이들 “내란공범이 윤석열을 복귀시키고자 ‘법기술을 이용한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특히 검찰과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한 분노와 공격이 극심해졌다. 가령 3월 8일 비상행동 집회에서는, “검사들은 정의를 부르짖으며 무고한 사람들을 압수수색하면서, 왜 윤석열 석방에는 단 한 명도 항명하지 않았는가. 검사들이 좋은 음식 먹으며 따뜻한 방에서 희희낙락할 때, 시민들은 윤석열 체포를 외치며 한남동에서 밤세웠다”며, “검찰총장 심우정은 나쁜 놈, 이런 도둑놈에게 나라를 맡겨선 안 된다, 몰아내야 한다”고 외쳤다.

 

정의를 지키는 것은 검사나 법관이 아닌 ‘시민’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나왔다. 3월 7일 비상행동 집회에서 “우리가 윤석열을 어떻게 구속시켰는가, 이는 남태령과 한강진 등에서의 전민(全民)적 저향으로 얻어낸 결실”이라며, 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법원과 검찰은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며, “저들의 마지막 발악과 저항”을 “우리들의 힘으로 깨부수자”는 발언이 있었다. 3월 8일 비상행동 집회에서는, 국민의 “법상식, 법감정”이 있기에 “민심을 거스르는 사법부, 헌법재판소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투쟁을 촉구했다. “남태령을 가로막은 경찰의 차벽을 뚫어낼 수 있을까, 윤석열을 관저에서 끄집어내 구속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지만, 여러분이 해냈다”면서, “판결은 헌법재판소 판관이 내리지만, 결국은 여기 모인 민심이 재판을 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압도적 민심을 헌법재판소에 보여줘야, 그들이 감히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투쟁해야” 한다는 호소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 공격대상만 반대로 바꾸면 반탄 집회에서 외치는 내용과 똑같아진다는 점이다. 찬탄, 반탄 집회 모두 시민들의 힘으로 원하는 판결을 만들어야 하며, ‘저들’이 좋아할 판결은 법관이 내려선 안 된다고 말한다. 다만 반탄 집회가 공수처, 검찰, 법원, 경찰, 헌재를 모두 공격하고 압박하는 것과 달리, 찬탄 집회는 검찰은 공격하고 헌재는 압박하나, 공수처와 경찰은 응원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에 공을 세웠다고 "공수처, 경찰을 칭찬해 주자"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물론 “서울경찰청장 내정자는 윤석열이 옥중에서 임명한 사람이므로, 파면시켜야 한다”는 단서가 있었다.)

 

(4) ‘극우세력’의 표현의 자유 부정, 윤석열·김건희에 대한 인신공격

 

찬탄 집회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또다른 이야기는, 이번 계엄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 개인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구조'란 광범위한 ‘내란세력, 전쟁옹호세력, 극우세력’의 존재와 이들이 퍼뜨리는 말들을 뜻한다. 찬탄 집회 참여자들은 국가기관에 포진한 정치인들과 관료들뿐만 아니라, 장외의 ‘극우세력’ 즉 반탄 집회 참여자들도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3월 1일 비상행동 집회에서 한 대학생은 “계엄 이후 학생총회를 소집하여 탄핵을 대학가의 정신으로 세웠으나, 학우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내란동조세력이 학생총회 정신에 반(反)하는 ‘탄핵 반대, 내란 옹호, 독재자 비호’ 집회를 열었”고, 그들이 “학우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폭력을 행사하고, 여성혐오적 발언을 내뱉었다”고 규탄했다. 발언자는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란 딱 그 수준, 혐오와 반민주적 선동일 뿐”이라며, “마치 찬탄/반탄 양측이 대립하는 양 보도하는 언론은 반성하고, 그들에게 스피커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3월 8일 촛불행동 집회에서, 다른 대학생 발언자는 대학가 반탄 시국선언을 “한 줌도 되지 않는 극우 대학생의 난동”이라 표현하며, “극우 유튜버들이 대학생 몇 명을 방패 삼아 학내로 들어온 것”일 뿐이라고 묘사했다. 발언자는 “이런 준동, 비상식적 행태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극우가 학내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투쟁하고, 내란세력을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완전히 소탕”해, “다시는 신성한 대학가가 감히 윤석열 따위를 수호하려는 이들에게 오염되지 않도록”, “저들을 더 강력히 짓밟아 버리자”고 촉구했다. 반탄 집회의 발언들에서도 이 정도의 표현은 상당히 강한 축에 속하는데, 찬탄 집회에서 들으니 놀라웠다.

 

촛불행동 집회에서는 참여자들이 자기가 만들어 온 피켓을 선보이는 ‘피켓 자랑대회’를 거의 매번 한다. 찬탄 집회에서 일반적으로 외치는 구호를 적은 피켓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윤석열이나 김건희 개인을 공격하는 내용이었고, 그런 피켓에 집회 참가자들의 호응이 좋았다. 필자가 취재를 시작한 2월 13일에, 대국본 집회의 ‘밟아밟아’ 노래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게 촛불행동 집회에서 “X석열”, “X건희”, “사형”, “처형”, “길로틴”과 같은 표현들에 참가자들이 웃는 모습이었다. 필자는 이를 보며 큰 위화감을 느꼈다. 물론, 비상행동 집회 쪽은 극단적 표현의 빈도가 촛불행동 집회보다 더 낮기에, 찬탄 집회 전체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림] 2월 13일과 3월 1일 촛불행동 집회 ‘피켓 자랑대회’에서 필자가 본 피켓들

‘호스 위 달 그림자’, ‘X석열’, ‘김건희 직업: 극혐요괴(여성상위), 별명: 탬버린 여제’, ‘매국좀비’(이는 찬탄 측 유튜버들이 반탄 집회 참여자를 두고 자주 쓰는 표현이다) 등의 표현이 보인다. (출처: 촛불행동tv)

 

이런 표현들이 찬탄 집회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는 3월 8일 비상행동 집회에서 나온 발언처럼, ‘우리 시민’을 죽이려 한 “최종보스이자 빌런, 최악의 원수인 윤석열”은 “피해자가 당한 고통만큼 고통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별과 혐오'를 퍼뜨리는 극우세력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찬탄 집회는 이들을 공격하는 것은 “혐오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사랑’을 동력으로 삼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행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5)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차별 금지, 기후위기, 팔레스타인 문제

 

찬탄 집회 참여자의 다수는 정당에서 온 사람들이지만, 다양한 시민단체들도 집회에 참여한다. 이들은 주로 비상행동 마무리 집회에서 발언했다. 이 발언들은 많은 경우, ‘왜 찬탄 집회에서 이 주제를 이야기하는가’ 즉 해당 주제와 윤석열 대통령·내란세력·극우세력 간의 관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가령 “윤석열을 비호하는 극우세력이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고 있으니, 이에 맞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라던가, “윤석열의 반(反)기후정책으로 폭염·폭우·폭설 등의 기후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니, 조속히 탄핵하여 기후정책을 실행하자” 등이다. 다만, 낮에 진행하는 촛불행동 집회나 야5당 대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의 발언처럼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발언들에 비해, 비상행동 마무리 집회에서의 그런 다양한 주제의 발언들은 호응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편이었다.

 

3) 소결

한국의 기존 진보운동세력에 익숙한 역사전쟁의 논리와 민주당·조국혁신당 지지자가 주축인 인원 구성을 볼 때, 찬탄 집회는 12월 초에 폭발적으로 나왔던 일반 시민들이 다시 들어간 후, 내용적으로나 인적으로나 작년 11월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다만, 작년 11월 때와 차이가 있다면, 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내란세력’을 향한 분노의 수위가 훨씬 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찬탄 집회 참여자들은 ‘윤석열이 전쟁을 일으켜 우리를 죽이려 했다’는 공포심을 강력히 표출하며, “윤석열 씨의 즉각 파면”은 물론이거니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모든 세력을 응징해야”(2월 13일 촛불행동 집회) 한다고 외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월 1주 기준 60%라는 탄핵 찬성 비율과 대비되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40%)과 이재명 대표 지지율(35%), 그리고 현재 찬탄 집회 참여자의 수가 국민 다수의 탄핵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으레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 예상하기에 집회에 나와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크겠지만, 집회의 극단성도 한몫하지 않았는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찬탄/반탄 집회 양쪽을 다 보면서, 발언 내용이나 외치는 구호나 ‘어쩜 이렇게 똑같지’라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하나만 꼽자면, 찬탄 집회도 반탄 집회처럼 ‘헌정주의’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헌정 수호”나 “헌법대로 해라”라는 외침은 많지만, 한국에서 성문화된 헌법을 넘어서는 ‘헌정주의’적 정치문화·제도에 관한 고민을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해보려는 발언이나 시도는 없어 보였다. “헌정 수호” 구호는, 헌법을 위반한 윤석열 대통령은 당연히 즉각 파면되어야 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민주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런 요구는 “상식”이기 때문에, 더는 논할 이유가 없고 그저 외치고 관철시키기만 하면 된다는 찬탄 집회의 주장은,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한국 정치의 발전에 관한 생각을 다방면으로 진척시키지 못하게 가로막고, 상대를 세력으로 제압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4. 결론

 

서두에서 “극단주의의 확산과 내전의 발발을 막으려면 사회운동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밝히”고자 찬탄/반탄 집회를 다녔다고 썼다. 한 달이 지나 글을 마무리하며, 이대로면 한국에서 내전의 발발을 막을 길이 없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2월 찬탄 집회는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밝았는데,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주말을 거치며 지금은 반탄 집회 이상으로 험악해졌다. 찬탄/반탄 양측 모두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매일 최대치의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고, 취재 기간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계속 들었던 분노, 비난, 증오의 말을 상기하니 우려가 현실이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그 한 번의 발언에 대해서는 맨 마지막에 쓰겠다.)

 

[그림] 3월 1일 광화문 광장 북쪽의 찬탄 집회외 남쪽의 반탄 집회

이날 저녁 6~7시 쯤에 양측에서 집회 음량을 키우며, 광화문 광장은 소음으로 가득찼다. 매주 토요일,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출처: 직접 촬영)

 

양측 모두 ‘저들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는 절대 살 수 없다’며 ‘죽음’과 ‘생존’의 기로를 강조하는 모습을 볼 때, 이번 계엄 사태가 기나긴 ‘역사전쟁’에서 하나의 계기에 불과하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이 지금 혼란의 종식이 아닌, 더 큰 혼란을 열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반탄 집회에서 누군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정말 1950년 6.25를 앞둔 해방정국 상황에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발언자는, 못다 이룬 1950-53년 내전의 승리를 완수하자는 의미에서 말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본문을 토대로 몇 가지 논의해볼 방안을 제기할 수 있겠다. 근본적으로는, ‘역사전쟁’에서 한국현대사에 대한 제3의 역사관이 세워져야 한다. 찬탄/반탄 집회의 ‘역사전쟁’ 항목에서 확인했듯, 현재 양측의 역사관은 모두 ‘전쟁·투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탄 측은 6.25 전쟁에서부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시대를 공산주의에 맞선 투쟁을 중심으로 파악한다. 반탄 집회나 관련 유튜브 영상에서의 ‘경제’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일천한데, ‘그때는 지금보다 경제가 좋았고, 이는 그 대통령들이 반공주의자여서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했기 때문’이라는 수준에 머문다. 반공을 ‘전쟁’으로만 인식하다 보니, 헌정주의 관점에서 한국 헌정사에 대한 인식도 일천하다. 찬탄 측도 항일투쟁, 4.19, 5.18, 6월 항쟁, 촛불혁명에 이르는, “친일매국세력-군사독재세력-검찰독재세력”에 맞선 투쟁과 독재 철폐, 직선제, 민주정부 수립을 중심으로 한국현대사를 파악한다. 그러다 보니 찬탄 측과 마찬가지로 경제와 헌정주의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전쟁과 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양측의 역사관을 넘어, 한국현대사를 경제학과 헌정주의의 관점에서 ‘제도’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그런 역사관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적 경제성장과 그 한계(성장 둔화), 경제구조개혁의 쟁점들을 인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헌정주의 관점에서 민주정으로의 이행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후자에 관해서는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4년 가을호와 겨울호의 김성균의 헌정사 관련 글, 그리고 이번 호 바로 뒤의 글, 임지섭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는 어떻게 실패하는가: ‘헌정주의 없는 헌법’의 관점에서 살펴본 대만과 한국의 헌정사 비교」를 보라.) 또한, 한국을 둘러싼 국제관계 역시, 일본, 미국, 중국, 북한 등의 국가들을 어떤 고정된 상으로 보기보다는, 헌정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입장을 세울 필요가 있다.

 

나아가, 현재 찬탄/반탄 집회 양측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헌정주의 관점에서 비판할 필요가 있다. 임지섭의 글에서 더 자세히 보겠지만, 헌법과 헌정주의는 다른 것이다. ‘헌법에 쓰여 있으면 계엄이든 탄핵이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헌정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헌정주의의 핵심은 권력의 자기제한으로, 특히 어떤 옳은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경향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의 헌정사에서, 좌파든 우파든 상관없이 ‘인민주권’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지도자 즉 ‘국민 다수 여론이 이를 지지하니, 소수의 반대자를 무시하고 이를 관철해야겠다’는 경향은 언제나 헌정 파괴와 극한의 대립, 독재의 출현을 야기했다.

 

이런 관점에서 양측 집회의 구체적 문제들을 몇 가지 비판할 수 있다. 먼저 반탄 집회를 보자. 특히 세이브코리아 측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소위 ‘계몽령’을 계속 주장한다. 그러나 무엇을 근거로 윤석열이 국회나 국민의 정치활동을 제한할 ‘의도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한 번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들어보지 못했다. 반탄 집회 참여자들은 ‘저쪽은 이재명이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옹호한다’고 규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충분한 근거가 없이 결백하다고 과도하게 확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에게 ‘이재명 개XX’라 말해보라고 윽박지르기 전에, 자신들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무조건 옹호하는 행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태는 ‘저쪽’을 이기려면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겠다. 가령 ‘계엄 반대·탄핵 반대’의 입장을 가진 한 보수 유튜버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나 12월 3일 계엄을 비판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보수세력이 망하는 것을 막으려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탄 집회의 목소리가 반탄 여론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관련한 한국리서치와 《시사IN》의 여론조사 기사의 결론처럼, 당장의 내전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수세력 내에서 극단주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필요가 있다.

 

내부 자성의 목소리를 인정해야 할 것은 찬탄 측도 마찬가지다. 앞의 여론조사만큼 찬탄 측에 대한 상세한 조사는 없지만,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건대 탄핵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전부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다고 보지만 “그래도 이재명은 못 찍겠다”는 청년들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반탄 집회와 똑같이) ‘내로남불’과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극단주의적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찬탄 집회는 반탄 집회의 ‘부정선거론’을 총선 불복이라 비판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문재인 정부의 ‘배신자’로 취급하며 2022년 대선 직후부터 윤석열 퇴진·탄핵을 주창해 온 역사가 있다. 이재명 대표는 아직 판결이 다 안 나왔으니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애초부터 ‘국민’의 이름으로 ‘내란범·외환범’임을 확정했다. ‘저쪽’이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라 욕하는 것은 ‘혐오’이고,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수괴’라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빛의 혁명’이라 말한다. 그러나 작년 11월 찬탄 집회가 보여준, 윤석열 대통령을 막고 정권교체를 이루고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자는 모습은, 앞서 언급한 보수 유튜버의 말과 거울상이다.

 

지금의 찬탄/반탄 집회 양측이 ‘법 위에 국민 있다’고 주장하는 점도 똑같다. 자신들에 유리한 조치나 판결에 대해서는 ‘정의가 살아 있다, 법관들이 잘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불리한 조치와 판결에 대해서는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 투쟁으로 우리의 힘을 법관들에게 보여주자’며 실력 행사를 한다. 특히 반탄 집회는 탄핵심판 인용 판결 시 불복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런 태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반탄 집회 참여자들이 싫어 마다하지 않는 ‘공산주의식 인민재판’을 옹호하기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양측에서 극단주의가 부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 유튜버는 이번 계엄 사태에서 극좌, 좌파, 중도, 우파, 극우 입장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좌파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냐’고 비판하고, 우파는 ‘대체 왜 저런 짓을 하지? 이유를 생각해 보니 민주당이 잘못한 게 많네’라고 생각한다. 중도는 ‘대명천지에 계엄? 황당하지만, 나는 상관없으니 평소처럼 먹고 놀자’라 행동한다. 반면 극우는 ‘윤석열 계엄 선포 참 잘했다. 이 기회에 좌파들 다 쓸어 버리자’고 생각하고, 극좌는 ‘윤석열 계엄 선포 참 잘했다. 이 기회에 우파들 다 쓸어 버리고 좌파정부 세우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설명을 미루어 볼 때, 지금 반탄/찬탄 집회 내에는 극단주의 경향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극단주의의 부상과 내전 발발을 막는데, 내전에 관한 연구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번역된, 바버라 월터의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국역: 열린책들, 2025)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내전을 연구한 결과, 통념과 달리 경제위기 같은 요인보다는 ‘아노크라시’(anocracy), 그다음은 정체성에 기반한 ‘파벌’주의와 이를 이용하는 ‘사업가’가 내전 발발의 주요 요인임을 짚는다.

 

‘아노크라시’란 독재(autocracy)와 민주주의(democracy)의 중간 경계에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와 정치적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면서, 동시에 권력에 독재적 성격도 있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독재국가에서 민주정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아노크라시' 상태를 겪는다. 뒤의 임지섭의 글에서 자세히 다룰 것인데, 한국도 얼마간 이런 상태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체성에 기반한 파벌에 관하여, 책은 이념보다는 종족과 종교를 강조한다. 이는 전자와 달리 후자는 태생부터 정해지거나, 분리된 상태로 고정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럽·미국보다 종족·종교갈등은 덜 하나, 이념갈등이 ‘역사전쟁’이라는 표현처럼, 분리된 상태로 고정되는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이런 갈등을 이용해, 적대세력을 공격함으로써 자기세력을 단결·확대하며 이익과 권력을 추구하는 ‘사업가’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한국의 정치 양극화의 양상에 대해서는, 사회진보연대의 여러 글에서 다룬 바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의 글을 보라. 임필수,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정치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 사회진보연대 신년 정세워크숍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정치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 자료집, 2025.1.7.)

 

책의 중요한 교훈은, 내전은 일단 한번 시작되면 누가 시작했건 상관없이 계속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즉 상대를 향한 물리적 폭력은 처음 한 번이 어렵지, 일어나면 그다음부터는 복수의 악순환이 발생하므로 그 처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은, 내전의 발발과 재발을 막는 데서 ‘상대를 절멸하겠다’는 태도를 버리고 일단 물러서는 것, 아무리 상대가 문제라고 생각하더라도 일단 타협과 양보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과거와의 화해’다.

 

책은 군부독재에서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발발하는 내전을 막은 사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 데클레르크(국민당, 독재세력)와 그 뒤를 이은 만델라(아프리카민족회의, 민주화 세력) 간의 타협을 든다. 이 사례는 마찬가지로 민주정으로의 이행 과정에서 내전의 발발 위험성이 높아진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만델라를 비롯한 흑인 지도자들은 백인들이 상당한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계속 유지하게 해주는 조건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 데클레르크는 흑인에게 완전한 시민권과 과반수의 정부 장악을 부여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었다. … 원래 무력 저항에 찬성했던 만델라는 종족적 폭력을 옹호할 수 있었다. 또는 종족 사업가가 되어 내전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흑인 동포들의 분노와 원한을 활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대신 치유와 통합, 평화를 설파했다. … 비판자들은 데클레르크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 자신이 수십 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을 억압한 체제의 일부였으며, 단지 생존을 위해 타협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나라를 구한 사람은 만델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 만약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새 지도자가 1990년에 교섭을 거부했었다면, 즉 중대한 정치개혁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면, 만델라의 동참 여부와 상관없이 흑인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책 244쪽)

 

[그림] 프레데릭 데클레르크와 넬슨 만델라

데클레르크와 만델라는 199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이 지배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의 기초를 닦았다는 이유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출처: 로이터)

 

필자는 한 달 동안 양쪽 집회에서 분노, 비난, 증오의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딱 한 번 (우리끼리의 ‘연대’ 말고) ‘저들’과의 ‘상생과 화해’를 호소하는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3월 1일 전국 대학생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서 나온 말이었다. 물론 이는 집회 발언 전체의 일부에 불과했고, 필자는 그 학생의 본래 생각이 정말 그러한지, 그날만 발언 주제를 그렇게 받아서 그리 말한 것인지, 그가 ‘상생과 화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생각하고 말했는지 등은 모른다. 다만, 그 호소가 울려 퍼질 때 분위기가 그동안 봐왔던 것과 너무나 달라서, 신경이 곤두섰던 느낌을 지금도 기억한다. (반면, 청중들은 이에 다른 발언만큼 크게 호응하지 않았다.)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며, 무엇을 지켜야 하며, 어떤 가치를 수호해야 하냐. 바로 자유민주주의다. … 나는 그 길을 가로막는, 자유민주주의의 장애물이 분열과 적대감이라 생각한다. 서로가 적이 되어 싸우는 게 익숙해진 사회,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역사를 돌아보면 갈등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을 때 사회는 항상 큰 위기를 맞았다. 반대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려 했을 때 우리는 더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사회는 극심한 좌우갈등에 시달렸다. 이념 차이가 컸고, 서로 배척하고 적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좌우합작운동이 진행됐다. 그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이 말이,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지 않을까? 분열을 넘어서 하나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3.1 운동 때도 그랬다.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자유와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1980년대에도 국민은 화합의 선택을 내렸다. 민주주의를 향한 길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이념의 차이를 넘어 자유민주주의를 이뤄냈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를, 아픔을 또다시 겪을 것인가? 여러분께 호소드린다. 서로를 이해하고, 적대하지 말고, 사랑하자. 이제는 싸울 때가 아니라, 분열된 정치를 멈추고 서로 손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물론 유구한 ‘역사전쟁’의 역사가 있기에 덮어두고 화해하자고만 말할 수 없다. 당장은 탄핵심판 판결 불복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사와 헌정사를 중심으로 한국현대사에 대한 인식을 모아내고, 변화한 국제정세에 대한 공통의 합의를 형성할 필요성은 장기적인 과제이다. 이를 토대로 경제문제의 해결과 정치제도 개혁도 이뤄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쟤들을 먼저 안 죽이면 우리가 ‘죽는다’는 공포심이 만연한 상황에서, 그런 논의를 하려면 일단 ‘대화’가 가능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적대적 감정을 진정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소개한 바버라 월터의 책은 미국의 ‘시민예배’를 소개한다. 이는 예배 형식을 빌려, 국기에 대한 맹세, 독립선언서와 헌법 낭독, 시 낭독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특정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파벌’주의에 맞서 모든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정체성과 감정을 형성하고자 한다. 이런 집회처럼, 그리고 위 학생의 발언처럼, 지금은 서로 ‘싸우자’고 외치는 공간보다 진정시키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고, 극우세력이 준동하는 상황에서 무슨 한가한 헛소리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양쪽 집회를 다니면서 이대로 가면 정말 내전이 발발하겠다고 느꼈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소규모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고, 그 싸움들은 영상으로 ‘컨텐츠’화 되어 수십만 명의 사람이, 심지어 아이들도 보고 있다. 이 청중들에게 좌파란 <얼레리꼴레리> 노래를 부르고, 반탄 집회 발언자 귀에 확성기를 대고 소리를 지르는, ‘빌런’으로 소비되고 있다. 폭력, 증오, 조롱의 악순환을 누군가가 끊어내지 않으면, 훗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따위는 한낱 해프닝’이라고 치부될 만큼, 대중적인 폭력의 악순환이 지속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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