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42호
불안정노동의 확산과 빈곤에 맞선 계급주체 형성에 매진하자-2003년 노동자운동평가와 2004년의 과제
2003년 노동자투쟁은 쉼 없이 진행되었다. 손배가압류․노동운동탄압은 벽두부터 배달호 열사를 만들었고 하반기 수많은 노동자들이 분신하는 원인이 되었으며, 이는 노동자 투쟁의 국면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자유구역법 폐기투쟁, 철도노조와 화물연대의 2차례 파업투쟁, 전교조의 네이스 폐기투쟁이 벌어졌다. 또한 현대자동차 아산과 울산공장,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단결권쟁취 투쟁, 최저임금․최저생계비 쟁취투쟁,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와 현재의 이주노동자 투쟁까지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들의 투쟁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수치상으로 보아도 1991년 이후 최고의 쟁의건수를 기록했고, 보수언론에서는 남한을 ‘파업공화국’이라 냉소적으로 칭하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비정규직 투쟁이 늘어나고 쟁의건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남한 노동자운동이 전진했다고 보기 어렵다. 주된 이유는 남한 노동자운동의 혁신의 주체이자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정규직․남성․대공장 노동자운동이 여전히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며, 전체 민주노조운동이 지난 몇 년간 부침을 겪으면서도 전화시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에 출범한 노무현 정권은 지난 몇 년간 혁신이 지체되었던 민주노조운동 진영을 지속적으로 타격하고 교란․포섭해 왔다.
2003년 노무현 정권의 등장과 연이은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
주지하듯이 노무현정권의 개혁은 실패한 김대중 정권과의 연속선상에 있으면서도, 그것과는 차별화되고 전진된 남한 자본주의의 청사진을 제출하고 추진할 것을 요구받았다. 동북아중심국가건설 구상이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특히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안정된(관리될 수 있는) 노동자집단-이른바 국민통합적 노사관계구축-을 형성하는 한편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에 반하는 각종 규제를 없애고, 노동유연화를 제도화하는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규범) 확립이 필요했다. 전자는 대기업 정규직노동자에 대한 도덕적 공격과 전투적 노동자운동 부위에 대한 폭력탄압으로 이어져 노동자운동을 분할․교란․순치시키고 있다. 후자 역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고용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격과 더불어 주5일제를 빌미로 한 노동법개악, 화물연대의 단결권행사를 저지하기 위한 업무복귀명제, 이주노동자를 통제․관리하기 위한 고용허가제 등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이란 탈을 뒤집어쓰고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보호방안이 제출되었는데 노동자들의 커다란 저항에 부딪칠 것이 예상되자 올해 상반기에 논의하고 총선이후 하반기에 노사정 대통합을 이루어보겠다는 의도로 올해로 넘겨버리는 기만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경제자유구역법 시행에 이어 인천, 광양, 부산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며, 의료․교육 등에 있어서도 더욱더 외국자본의 돈벌이에 맞는 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이는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권․생활권 파괴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은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공격과 폭력적 탄압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해 내기 힘든 허약함을 드러냈다. 이렇게 일년이 지나는 사이 대기업 정규직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은 남한 사회에서 기득권층으로 인식되었고, 저들의 표현에 의하면 이미 기득권을 누리고 있어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올라있다. 이러한 노무현 정권에 대해 민주노조운동은 철저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다. 정권초기 개혁성에 기대어 노사정위 참여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보여주었던 것이나 정책협의를 추진하였다가 철회하는 모습은 오늘날 민주노조운동의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민주노조운동의 대표성, 정당성 위기와 지체되고 있는 혁신
이미 민주노조운동은 지난 수 년 전부터 위기 담론에 휩싸여왔고, 그때마다 주로 지도부 교체를 통하여 혁신의 수술을 무마하였다. 1998년에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제도화를 위한 노사정합의, 2002년 발전노조 투쟁 연대총파업 철회 때 그러하였다. 여기에 남한 노조운동의 조직률 하락-현재 11%수준-과 계속되는 정권과 자본의 구조조정에 대한 수세적 대응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절감케 하였다. 더욱이 불안정노동자층의 급증한 증가 속에서 이들을 노동운동의 주체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은 민주노조운동의 대표성과 정당성마저 상실하게 하고 있다. 대표성과 정당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운동이 자기만의 틀에 박혀 실리적이고 수세적으로 변해간다는 의미이며, 이는 민중연대투쟁과 변혁 운동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늘날 민주노조운동은 바로 이 자리에 위치해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남한 노동자운동은 비정규직․여성․이주 등 불안정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를 제기하였지만, 제기한 것에 비하면 조직의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민주노조운동은 혁신의 문제를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조직건설 문제에 중심을 두는 경향이 있고, 불안정노동자의 문제를 주체화나 연대의 입장이 아니라 조직화 중심의 관점으로 본 문제점 또한 노정 하였다.
“지난해 수많은 열사들을 만들게 한 장본인이 바로 우리, 민주노조 하는 사람들”이라는 한 활동가의 외침은 어떻게 보면 정확하다. 노동자들의 분신과 자결은 바로 민주노조 사수에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자결은 전체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민주노조운동이 거듭나길 촉구하는 절규였다.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과 근로조건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노동계급의 분할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미 남한의 노동자운동은 다른 계급에 대한 연대(민중연대투쟁)가 취약하고 계급 내에서도 스스로 비정규직/정규직, 여성/남성, 이주/내국인 등으로 분절화 되어 단결에 약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혁신의 노력이 지체되고 있다. 이는 노동자 사이의 분할을 막고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며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주체를 형성하는 관점이 가장 관건적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흐름
그럼에도 엄동설한의 한복판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전체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새로운 기풍을 세울 만큼 이 새싹이 자랄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작년에는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선 투쟁뿐만 아니라 수많은 비정규직과 여성․이주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된 한해였다. 이제까지 숨 죽여 지냈던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자-현대아산․울산자동차의 하청노동자,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사내하청-와 근로복지공단과 직업상담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권과 자본의 탄압을 뚫고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주체화하고, 정규직과의 단결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활발하였다. 화물연대의 두 차례의 파업은 정권의 폭력적인 탄압으로 40여명의 구속자를 발생시켰고, 정권은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를 끊임없이 방해하면서 업무복귀명령제를 제도화하여 이들의 단결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하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전국의 물류를 멈춰 자본과 정권으로 하여금 교섭에 나서게 하고, 물러섬이 없었던 화물연대의 투쟁은 지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저지투쟁 과정에서 보였던 수세적인 민주노조운동의 대응에 하나의 활력을 제공하였음이 분명하다. 또한 골프장도우미, 학습지노동자 등 여성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사업장에서 지속적인 쟁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여성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노동권을 찾기 위한 길을 걷고 있음일 것이다. 그리고 미약하지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빈곤에 맞선 불안정노동자들의 최저임금․최저생계비 실질화 투쟁은 향후 빈곤에 맞선 투쟁과 주체화의 가능성에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2004년 노동자운동의 과제
최근 민주노총은 새로운 임원진을 선출하였다. 새로운 임원진의 선택은 올해, 아니 향후 남한 노동자운동의 향방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만큼 민주노총은 올해 노동자운동에서 핵심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대정부 관계문제, 노사정위 참가여부문제에 대한 계급적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남한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계급주체형성과 사회운동적 혁신으로 거듭나는 한해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당면한 현안투쟁은 민주노조운동 혁신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진영은 다가올 2007년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한 장기적 대응뿐 만 아니라 현재의 노동자운동 내부의 실리주의를 극복하고, 전체노동자의 단결을 꾀하여 다시금 노동자운동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곧추세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올해 말로 협상시효가 다가오는 WTO 개방 협상문제, 특히 농업, 의료, 교육시장개방에 대한 압력, 경제자유구역 설치로 인한 노동권 생활권 파괴가 바로 눈앞에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3권을 근저에서 허무는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보호방안 등이 총선이전에 논의하든, 이후에 논의하든 시기적으로 별로 달라질 것 없는 내용들이 노사정 협력틀 구축이라는 공세로 노동자운동의 내부를 더욱더 교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올해는 카드사 부실문제를 인력감축과 (외국)금융자본 유입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금융부문, 제조업 생산기지 해외이전과 공동화문제와 매각문제, 대규모의 비정규직 도입과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예를 들어 철도) 등의 사업장들에서 정권은 자본의 이해를 보장하고 노동의 유연화를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더욱더 강도 높은 공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외환카드노조와 쌍용자동차 노조처럼 파업으로 대응하는 곳도 있지만, 은행과 제조업 일부에서는 노조의 동의 하에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있어 노동유연화를 기업별로 수용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지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별기업(노동자)의 경제적 이득 확보라는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투쟁, 대기업 사업장의 양보교섭과 다른 한편의 합의주의에서 나타났던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의 현안투쟁이 단사 노동자들의 대응만으로 시작되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전국적 수준의 시야를 확보하고 전체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구축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불안정노동자의 확산과 빈곤에 맞선 노동자계급 주체형성에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의 확대와 빈곤은 더 이상 운동사회에서 선언적 수준이나 관심을 환기시키는 정도로는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미 남한은 절대 빈곤계층이 150만 명 수준에 이르렀고, 노동하며 빈곤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차상위계층’ 이미 300만 명이 넘는다는 보도가 정부기관으로부터 보고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연구기관의 보고서에 관계없이, 이미 남한 사회는 한 달에 평균 85만원을 받고 살아가는 800만여 명의 비정규직과 불안정노동층으로 가득하며, 이들은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며 빈곤을 재생산하는 구조에 얽매여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우리는 빈곤 문제가 개인의 나태함과 능력부족이 아닌 사회경제적인 문제임을 부각시키고, 주체들을 형성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청소용역과 시설관리 등 저임금노동자들의 투쟁에 의존해온 최저임금 현실화투쟁과 장애, 노숙인 등 극빈층을 중심으로 벌여온 최저생계비 실질화투쟁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투쟁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한의 빈곤실태를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불안정노동자들이 이 투쟁을 통하여 남한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동자운동의 적극적인 연대 투쟁이 되어야 한다.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이루어진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보장을 위한 투쟁을 바탕으로 올해는 기본생활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더욱더 강화된 공동투쟁을 벌일 필요가 있다. 올해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맞선 공동투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다른 노동자를 희생시키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계급 내적으로 분할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연대의식을 강화함으로써 노동자계급 주체를 형성하는 투쟁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시작한 대규모 사내하청 노동자, 두 차례 파업과 이로 인한 정권의 집중적인 탄압을 겪은 화물연대 노동자들과 경기도우미, 학습지노동자, 레미콘기사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3권 쟁취와 기존 노동자 운동의 혁신에 복무할 새로운 주체형성에 끊임없이 매진해 들어가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이 한계에 부딪친 것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주체 형성이 미약했기 때문이라 파악된다. 따라서 노동자간 분할을 막고 연대의식과 헌신성을 강화하는 주체 형성의 관점이 당장의 영향력 행사보다 오히려 더 긴급한 시점이다. 당장 눈앞의 해고와 노동조건 악화를 조금이나마 저지하는 것에도 급급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되지 않는 한, 노동자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극히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영향력 행사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전혀 아니다. 실제로 노조가 노동자들의 이익을 수호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 노동자들의 헌신성과 연대의식도 높아진다. 따라서 대중투쟁을 동원하거나 현안투쟁을 중시하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어떠한 관점을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제도화든 대중투쟁이든 그 과정이 바로 노동자의 주체 형성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노조의 교육적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또한 어떠한 단위의 교섭에서도 노조의 내용은 노동자간 연대와 바텀-업(bottom-up, 하후상박)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불안정노동 투쟁은 노동운동이 주체 형성의 전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시금석이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과 노조)이 불안정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어떤 전망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인지, 나아가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할 것인지, 이를 아우르는 전체적인 전략을 개발하고 시행할 수 있을 건지가 남한의 노동운동의 미래를 가늠할 관건이 될 것이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이 주체로 설 수 있는 기풍이 세워져야 한다.
노동조합이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자기 과제로 받아 안을 수 있도록 노조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노조들이 남성 편향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조하기 위한 강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현재 여성의 대표성과 노조 조직률이 1970년대 이후 최저, 민주노조운동이 본격화된 87년 이후부터 살펴보더라도 최저라는 사실은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성별분업의 폐지와 그에 따른 노동시장에 진입에 있어서의 차별을 해소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가족과 노동시장으로부터의 이중적 억압을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가족형태를 전제로 역사적으로 성별 분업화 된 노동시장은 여성들의 노동시장진입에 있어서 어려움을 만들고 있다. 또한 결혼, 가족과 연결되어 여성들이 가진 불리한 조건은 단순․미숙련 업종에 여성노동력이 집중되게 만들며, 남성노동을 대체하는 성격을 갖게끔 한다. 이러한 조건들은 산업구조와 경제에 따라 항상적인 고용불안, 불안정한 고용형태, 실업과 취업이 반복되는 등 여성노동의 불안정화와 여성노동력에 대한 초과착취를 만들고 있음을 인식하고 알려내야 한다.
또한 노조의 활동방식, 대의체계, 노조의 단체교섭요구 등에 있어서 여성배제적인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정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급 노조 안에서 여성조합원의 독자적인 조직(여성위원회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제기 할 수 있는데 여성들의 독자적인 조직화는 노조의 이러한 변화를 더욱 추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속에서 여성들에게 노조를 개조하기위한 적극적인 권한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성할당제는 여성노동자들이 주체화되는 근본적인 고민 하에서는 한계가 존재하겠지만 하나의 계기로서 충분히 활용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성차별적인 생산, 재생산 영역에서의 여성노동문제에 눈감아 왔다. 여성노동자들은 노조가 잇는 경우(31.6%)가 없는 경우(24.4%)보다 더 성차별적인 퇴직이 많이 이루어졌다. 고용불안감도 노조가 있는 경우가 더 커서(60.1%, 노조가 없는 경우 48.7%) 성차별적 퇴직에 노조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 여성민우회의 실태조사 참고, [여성독자노조의 출범이 한국노동조합운동에 주는 의미] 민주노동과 대안 99.2(서정영주)에서 재인용”
-민중연대투쟁강화․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등 사회운동적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앞서 노동의 불안정화는 정규직을 중심으로 조직된 기존 노조조직의 계급 대표성과, 정당성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주의(코포라티즘)적 대응은 고립과 실패를 거듭해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1998년 총연맹 수준에서 대정부 정책협상에 주력해왔던 결과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법 노사정합의를 했던 치욕스러운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무현정권은 올해에도 민주노조운동진영에 끊임없는 분할과 배제․고립․포섭․타격을 가할 것이다. 특히 노사관계로드맵에 관한 노사정 협의틀 구성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노무현이 ‘올해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국민들에게 한국의 희망을 보여주겠다’고 신년사에서 밝힌 것은 이러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노조가 자신의 위기를 극복함은 물론 신자유주의공세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화에 반대하는 투쟁을 ‘구호 끼워 넣기’ 수준에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자신의 요구를 계급적인 일반원칙 속에서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조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에 열려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그러한 사회운동적 과제를 자신의 임무로 수용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경제위기 시에 노동자운동이 방어적 투쟁과 실리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일반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이것은 금융세계화로 인한 세계적 경향임과 동시에 외환위기 이후 겪어온 남한 노동자운동의 계속적인 실패의 원인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현재 투쟁의 승패의 갈림길은 준비된 파업을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아니라 정세를 명확히 인식하고 변혁적 전망을 갖는 노동자운동 개척에 달려있음을 새삼 강조하는 바이다.PSSP
2003년 노무현 정권의 등장과 연이은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
주지하듯이 노무현정권의 개혁은 실패한 김대중 정권과의 연속선상에 있으면서도, 그것과는 차별화되고 전진된 남한 자본주의의 청사진을 제출하고 추진할 것을 요구받았다. 동북아중심국가건설 구상이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특히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안정된(관리될 수 있는) 노동자집단-이른바 국민통합적 노사관계구축-을 형성하는 한편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에 반하는 각종 규제를 없애고, 노동유연화를 제도화하는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규범) 확립이 필요했다. 전자는 대기업 정규직노동자에 대한 도덕적 공격과 전투적 노동자운동 부위에 대한 폭력탄압으로 이어져 노동자운동을 분할․교란․순치시키고 있다. 후자 역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고용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격과 더불어 주5일제를 빌미로 한 노동법개악, 화물연대의 단결권행사를 저지하기 위한 업무복귀명제, 이주노동자를 통제․관리하기 위한 고용허가제 등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이란 탈을 뒤집어쓰고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보호방안이 제출되었는데 노동자들의 커다란 저항에 부딪칠 것이 예상되자 올해 상반기에 논의하고 총선이후 하반기에 노사정 대통합을 이루어보겠다는 의도로 올해로 넘겨버리는 기만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경제자유구역법 시행에 이어 인천, 광양, 부산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며, 의료․교육 등에 있어서도 더욱더 외국자본의 돈벌이에 맞는 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이는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권․생활권 파괴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은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공격과 폭력적 탄압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해 내기 힘든 허약함을 드러냈다. 이렇게 일년이 지나는 사이 대기업 정규직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은 남한 사회에서 기득권층으로 인식되었고, 저들의 표현에 의하면 이미 기득권을 누리고 있어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올라있다. 이러한 노무현 정권에 대해 민주노조운동은 철저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다. 정권초기 개혁성에 기대어 노사정위 참여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보여주었던 것이나 정책협의를 추진하였다가 철회하는 모습은 오늘날 민주노조운동의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민주노조운동의 대표성, 정당성 위기와 지체되고 있는 혁신
이미 민주노조운동은 지난 수 년 전부터 위기 담론에 휩싸여왔고, 그때마다 주로 지도부 교체를 통하여 혁신의 수술을 무마하였다. 1998년에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제도화를 위한 노사정합의, 2002년 발전노조 투쟁 연대총파업 철회 때 그러하였다. 여기에 남한 노조운동의 조직률 하락-현재 11%수준-과 계속되는 정권과 자본의 구조조정에 대한 수세적 대응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절감케 하였다. 더욱이 불안정노동자층의 급증한 증가 속에서 이들을 노동운동의 주체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은 민주노조운동의 대표성과 정당성마저 상실하게 하고 있다. 대표성과 정당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운동이 자기만의 틀에 박혀 실리적이고 수세적으로 변해간다는 의미이며, 이는 민중연대투쟁과 변혁 운동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늘날 민주노조운동은 바로 이 자리에 위치해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남한 노동자운동은 비정규직․여성․이주 등 불안정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를 제기하였지만, 제기한 것에 비하면 조직의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민주노조운동은 혁신의 문제를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조직건설 문제에 중심을 두는 경향이 있고, 불안정노동자의 문제를 주체화나 연대의 입장이 아니라 조직화 중심의 관점으로 본 문제점 또한 노정 하였다.
“지난해 수많은 열사들을 만들게 한 장본인이 바로 우리, 민주노조 하는 사람들”이라는 한 활동가의 외침은 어떻게 보면 정확하다. 노동자들의 분신과 자결은 바로 민주노조 사수에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자결은 전체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민주노조운동이 거듭나길 촉구하는 절규였다.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과 근로조건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노동계급의 분할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미 남한의 노동자운동은 다른 계급에 대한 연대(민중연대투쟁)가 취약하고 계급 내에서도 스스로 비정규직/정규직, 여성/남성, 이주/내국인 등으로 분절화 되어 단결에 약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혁신의 노력이 지체되고 있다. 이는 노동자 사이의 분할을 막고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며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주체를 형성하는 관점이 가장 관건적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흐름
그럼에도 엄동설한의 한복판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전체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새로운 기풍을 세울 만큼 이 새싹이 자랄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작년에는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선 투쟁뿐만 아니라 수많은 비정규직과 여성․이주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된 한해였다. 이제까지 숨 죽여 지냈던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자-현대아산․울산자동차의 하청노동자,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사내하청-와 근로복지공단과 직업상담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권과 자본의 탄압을 뚫고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주체화하고, 정규직과의 단결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활발하였다. 화물연대의 두 차례의 파업은 정권의 폭력적인 탄압으로 40여명의 구속자를 발생시켰고, 정권은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를 끊임없이 방해하면서 업무복귀명령제를 제도화하여 이들의 단결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하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전국의 물류를 멈춰 자본과 정권으로 하여금 교섭에 나서게 하고, 물러섬이 없었던 화물연대의 투쟁은 지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저지투쟁 과정에서 보였던 수세적인 민주노조운동의 대응에 하나의 활력을 제공하였음이 분명하다. 또한 골프장도우미, 학습지노동자 등 여성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사업장에서 지속적인 쟁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여성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노동권을 찾기 위한 길을 걷고 있음일 것이다. 그리고 미약하지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빈곤에 맞선 불안정노동자들의 최저임금․최저생계비 실질화 투쟁은 향후 빈곤에 맞선 투쟁과 주체화의 가능성에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2004년 노동자운동의 과제
최근 민주노총은 새로운 임원진을 선출하였다. 새로운 임원진의 선택은 올해, 아니 향후 남한 노동자운동의 향방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만큼 민주노총은 올해 노동자운동에서 핵심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대정부 관계문제, 노사정위 참가여부문제에 대한 계급적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남한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계급주체형성과 사회운동적 혁신으로 거듭나는 한해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당면한 현안투쟁은 민주노조운동 혁신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진영은 다가올 2007년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한 장기적 대응뿐 만 아니라 현재의 노동자운동 내부의 실리주의를 극복하고, 전체노동자의 단결을 꾀하여 다시금 노동자운동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곧추세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올해 말로 협상시효가 다가오는 WTO 개방 협상문제, 특히 농업, 의료, 교육시장개방에 대한 압력, 경제자유구역 설치로 인한 노동권 생활권 파괴가 바로 눈앞에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3권을 근저에서 허무는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보호방안 등이 총선이전에 논의하든, 이후에 논의하든 시기적으로 별로 달라질 것 없는 내용들이 노사정 협력틀 구축이라는 공세로 노동자운동의 내부를 더욱더 교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올해는 카드사 부실문제를 인력감축과 (외국)금융자본 유입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금융부문, 제조업 생산기지 해외이전과 공동화문제와 매각문제, 대규모의 비정규직 도입과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예를 들어 철도) 등의 사업장들에서 정권은 자본의 이해를 보장하고 노동의 유연화를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더욱더 강도 높은 공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외환카드노조와 쌍용자동차 노조처럼 파업으로 대응하는 곳도 있지만, 은행과 제조업 일부에서는 노조의 동의 하에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있어 노동유연화를 기업별로 수용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지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별기업(노동자)의 경제적 이득 확보라는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투쟁, 대기업 사업장의 양보교섭과 다른 한편의 합의주의에서 나타났던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의 현안투쟁이 단사 노동자들의 대응만으로 시작되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전국적 수준의 시야를 확보하고 전체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구축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불안정노동자의 확산과 빈곤에 맞선 노동자계급 주체형성에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의 확대와 빈곤은 더 이상 운동사회에서 선언적 수준이나 관심을 환기시키는 정도로는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미 남한은 절대 빈곤계층이 150만 명 수준에 이르렀고, 노동하며 빈곤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차상위계층’ 이미 300만 명이 넘는다는 보도가 정부기관으로부터 보고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연구기관의 보고서에 관계없이, 이미 남한 사회는 한 달에 평균 85만원을 받고 살아가는 800만여 명의 비정규직과 불안정노동층으로 가득하며, 이들은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며 빈곤을 재생산하는 구조에 얽매여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우리는 빈곤 문제가 개인의 나태함과 능력부족이 아닌 사회경제적인 문제임을 부각시키고, 주체들을 형성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청소용역과 시설관리 등 저임금노동자들의 투쟁에 의존해온 최저임금 현실화투쟁과 장애, 노숙인 등 극빈층을 중심으로 벌여온 최저생계비 실질화투쟁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투쟁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한의 빈곤실태를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불안정노동자들이 이 투쟁을 통하여 남한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동자운동의 적극적인 연대 투쟁이 되어야 한다.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이루어진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보장을 위한 투쟁을 바탕으로 올해는 기본생활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더욱더 강화된 공동투쟁을 벌일 필요가 있다. 올해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맞선 공동투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다른 노동자를 희생시키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계급 내적으로 분할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연대의식을 강화함으로써 노동자계급 주체를 형성하는 투쟁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시작한 대규모 사내하청 노동자, 두 차례 파업과 이로 인한 정권의 집중적인 탄압을 겪은 화물연대 노동자들과 경기도우미, 학습지노동자, 레미콘기사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3권 쟁취와 기존 노동자 운동의 혁신에 복무할 새로운 주체형성에 끊임없이 매진해 들어가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이 한계에 부딪친 것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주체 형성이 미약했기 때문이라 파악된다. 따라서 노동자간 분할을 막고 연대의식과 헌신성을 강화하는 주체 형성의 관점이 당장의 영향력 행사보다 오히려 더 긴급한 시점이다. 당장 눈앞의 해고와 노동조건 악화를 조금이나마 저지하는 것에도 급급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되지 않는 한, 노동자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극히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영향력 행사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전혀 아니다. 실제로 노조가 노동자들의 이익을 수호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 노동자들의 헌신성과 연대의식도 높아진다. 따라서 대중투쟁을 동원하거나 현안투쟁을 중시하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어떠한 관점을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제도화든 대중투쟁이든 그 과정이 바로 노동자의 주체 형성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노조의 교육적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또한 어떠한 단위의 교섭에서도 노조의 내용은 노동자간 연대와 바텀-업(bottom-up, 하후상박)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불안정노동 투쟁은 노동운동이 주체 형성의 전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시금석이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과 노조)이 불안정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어떤 전망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인지, 나아가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할 것인지, 이를 아우르는 전체적인 전략을 개발하고 시행할 수 있을 건지가 남한의 노동운동의 미래를 가늠할 관건이 될 것이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이 주체로 설 수 있는 기풍이 세워져야 한다.
노동조합이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자기 과제로 받아 안을 수 있도록 노조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노조들이 남성 편향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조하기 위한 강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현재 여성의 대표성과 노조 조직률이 1970년대 이후 최저, 민주노조운동이 본격화된 87년 이후부터 살펴보더라도 최저라는 사실은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성별분업의 폐지와 그에 따른 노동시장에 진입에 있어서의 차별을 해소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가족과 노동시장으로부터의 이중적 억압을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가족형태를 전제로 역사적으로 성별 분업화 된 노동시장은 여성들의 노동시장진입에 있어서 어려움을 만들고 있다. 또한 결혼, 가족과 연결되어 여성들이 가진 불리한 조건은 단순․미숙련 업종에 여성노동력이 집중되게 만들며, 남성노동을 대체하는 성격을 갖게끔 한다. 이러한 조건들은 산업구조와 경제에 따라 항상적인 고용불안, 불안정한 고용형태, 실업과 취업이 반복되는 등 여성노동의 불안정화와 여성노동력에 대한 초과착취를 만들고 있음을 인식하고 알려내야 한다.
또한 노조의 활동방식, 대의체계, 노조의 단체교섭요구 등에 있어서 여성배제적인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정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급 노조 안에서 여성조합원의 독자적인 조직(여성위원회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제기 할 수 있는데 여성들의 독자적인 조직화는 노조의 이러한 변화를 더욱 추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속에서 여성들에게 노조를 개조하기위한 적극적인 권한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성할당제는 여성노동자들이 주체화되는 근본적인 고민 하에서는 한계가 존재하겠지만 하나의 계기로서 충분히 활용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성차별적인 생산, 재생산 영역에서의 여성노동문제에 눈감아 왔다. 여성노동자들은 노조가 잇는 경우(31.6%)가 없는 경우(24.4%)보다 더 성차별적인 퇴직이 많이 이루어졌다. 고용불안감도 노조가 있는 경우가 더 커서(60.1%, 노조가 없는 경우 48.7%) 성차별적 퇴직에 노조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 여성민우회의 실태조사 참고, [여성독자노조의 출범이 한국노동조합운동에 주는 의미] 민주노동과 대안 99.2(서정영주)에서 재인용”
-민중연대투쟁강화․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등 사회운동적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앞서 노동의 불안정화는 정규직을 중심으로 조직된 기존 노조조직의 계급 대표성과, 정당성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주의(코포라티즘)적 대응은 고립과 실패를 거듭해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1998년 총연맹 수준에서 대정부 정책협상에 주력해왔던 결과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법 노사정합의를 했던 치욕스러운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무현정권은 올해에도 민주노조운동진영에 끊임없는 분할과 배제․고립․포섭․타격을 가할 것이다. 특히 노사관계로드맵에 관한 노사정 협의틀 구성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노무현이 ‘올해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국민들에게 한국의 희망을 보여주겠다’고 신년사에서 밝힌 것은 이러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노조가 자신의 위기를 극복함은 물론 신자유주의공세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화에 반대하는 투쟁을 ‘구호 끼워 넣기’ 수준에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자신의 요구를 계급적인 일반원칙 속에서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조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에 열려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그러한 사회운동적 과제를 자신의 임무로 수용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경제위기 시에 노동자운동이 방어적 투쟁과 실리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일반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이것은 금융세계화로 인한 세계적 경향임과 동시에 외환위기 이후 겪어온 남한 노동자운동의 계속적인 실패의 원인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현재 투쟁의 승패의 갈림길은 준비된 파업을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아니라 정세를 명확히 인식하고 변혁적 전망을 갖는 노동자운동 개척에 달려있음을 새삼 강조하는 바이다.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