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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3.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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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신노동자의 희망으로 선다

이상민 | 노동국장
총회에서
지난 2월 29일 철도노조 서울본부에서는 전국체신민주노동자회(이하 체신민노회)가 창립되었다. 비록 체신민노회 창립에 많은 노동자들이 참가하지 못하였으나 전국에서 모인 수십 명의 노동자들은 차분하게 때론 논쟁적으로 6시간이 넘는 총회를 진행하였다. 이날 총회는 집배원노동자협의회(집노협)가 기존 집배원노동자들만의 협의체 수준에 머물렀던 한계에서 벗어나, 전체 체신노동자의 활동가 현장조직으로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자리였다. 이로써 체신민노회는 집노협의 장시간노동과 비정규직 철폐라는 과제를 계승하고, 체신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서 체신노조를 실질적으로 민주화하기 위한 길에 올라섰다.

3년 전 지금, 체신의 비정규직투쟁
2001년 10월, 비정규직 집배원노동자들은 집노협을 탄생시켰다. 그 후 2년 6개월의 참담한 세월이 흘렀다. ‘상시위탁집배원’이라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노동하던 체신노동자들은 비참한 현실에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이미 정보통신부는 IMF외환위기 이후, 지난 수년간 수천 여명의 체신노동자들을 감축한 바 있으며, 비정규직의 확대, 민영화 계획까지 제출할 전망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체신 노동자의 생존권과 건강권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었으며, 정권과 자본의 다양한 칼날에 무방비로 공격 당하고만 있었다. 여기에 반세기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체신노조는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조합활동을 온전하게 실행해오지 못했기에 체신 노동자들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노예의 삶을 강요받아 왔다. 하지만 수많은 차별과 근로기준법 위반 그리고 안정되지 못한 신분이라는 부당함에 맞서 자신의 목숨을 내맡겨 둘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이러한 상황에 내맡겨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2001년 3월 ‘비정규직 노동조합’설립 투쟁과 ‘비정규직 대책위원회’로 결집된 활동은 이후 집노협의 출범을 낳았다. 이로써 체신노조를 실질적으로 민주화시키기 위한 지난한 싸움이 시작되었으며 그 귀결로 ‘전국집배원노동자협의회’의 탄생하였다. 정보통신부는 당시 투쟁하던 노동자에게 계약해지라는 최대의 탄압을 휘둘렀다. 하지만 집노협은 탄압에 절대 굴하지 않으며, 비록 소수였지만 전국 순회 투쟁을 전개하며 강인한 역사를 만들어 갔다.

체신현장의 상태
체신현장은 각종 통제로 힘겨워지고 있다. 집배 업무 완화를 위하여 여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되었지만 몇 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 어느 우체국을 막론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축소되거나 폐지되었다. 애초 비정규직 도입 자체를 막아내지 못한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나, 인원 증원이 수반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폐지 및 축소는 집배원 노동자에게 또다시 상당한 업무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업무의 원칙성만을 강요하는 행정지침 속에 체신 노동자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집배 결위 구역에 대한 충원은 몇 개월째 표류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구체적 계획이 잡히지 않고 있다. 겨우 해결된다 하여도 또 다른 비정규직 고용으로 대체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집배 구역 축소 이야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금융기관과 정부당국은 우체국금융의 비효율성과 낮은 수익성을 지적하며 민영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체신사업에 대한 수익성을 목표로, 철저하게 자본의 이해와 논리에 의해 진행되는 연장선이라 할 수밖에 없다. 업무 관련하여 현장의 통제 강화, 비정규직 증가 및 인력 감원 등 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은 결국 직종과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전체 체신 노동자의 생존권 침해와 건강권 하락으로 이어질 뿐이다.

체신의 현장조직으로 서기까지
이러하듯, 희망이라고는 도대체 보이질 않는 체신에서 제대로 살아보고픈 자그마한 소망의 확고한 실현을 위하여 체신노동자들의 활동력을 모아 체신민노회로 집결하였다. 과거 체신에서는 전국체신노조위원장 직선제추진위원회와 같이 일정하게 체신노조 민주화를 지향하는 단체도 존재하였지만 체신노동자들 사이에 뿌리박지 못하고, 해산하는 경험을 밟기도 했다이로 인해, 체신민노회는 체신에서 유일하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전체 체신 노동자의 단결을 추구하며 체신노조를 자주적?민주적 조직체로 바로 세우고 인력감축, 민영화, 비정규직화 등 정권의 구조조정을 분쇄하는데 일조하는 역할을 자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거 민주노조 운동의 귀감이 되었던 몇 몇 사업장 노동조합조차 최근 만연된 노사협조주의 등에 휘둘려 조합원의 뜻과 괴리된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작년에 연이어 터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분신에 거의 속수무책인 민주노조가 아니던가. 이러한 민주노조의 상황은 분명 민주노조를 지향하는 체신민노회가 어느 방향으로 자신의 활동을 가져나가야 하는지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고 있다. 비록 체신 민노회가 제대로 된 조직력을 완비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한계를 인식하고 진정한 노동운동을 찾아나가려는 모습은 전체 노동운동 속에서도 하나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체신노동자의 희망으로
체신노조는 애초 조합원의 의지가 담겨지지 않은 이승만 정권의 요구에 의해 출범하였으며 반세기의 역사 속에 체신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의 공격에 무방비로 모든 희생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체신노조는 조합원의 방패막 역할이라는 자기임무에 충실하지 못하였던 바, 체신민노회는 체신노조의 자기역할을 강제시키며 체신에서 민주화의 주체가 설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 우선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리하여 이 계급적 원칙에 입각한 치열함으로 자본의 공격을 분석?격파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며 내부에 썩어있거나 썩어가는 의식을 도려내고 건강한 의식을 발굴?발전시킬 것을 결의했다. 모든 사안의 뿌리가 될 노동자 대중들이 모든 것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PSSP
주제어
노동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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