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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7-8.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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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교육비평.hwp

동북아 중심국가를 향한 교육재편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의 진실

최고봉 | 범국민교육연대 정책국장
외국교육기관특별법 : 신성장주의 교육전략

정부는 지난 6월 15일 국무회의를 열고 「제주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정부안을 확정했다.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외국교육기관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순간이었다. 범국민교육연대는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정부안이 확정된 직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긴급규탄집회를 개최하고 총력대응할 것을 결의했다. 또한 국회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의 문제점을 담고 있는 자료를 긴급히 배포하기도 했다.
이미 알려진 것과 같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계기로 교육, 의료 등에 대한 상품화 공세가 강화되고 있었다. 이미 모법인 경제자유구역법은 교육과 의료 영역에 대한 개방을 규정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력은 경제자유구역법을 근거로 교육과 의료상품화를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했다. 정권은 '경제자유구역 내'라는 단서를 붙이지만 학교를 기업화하고, 병원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 의료분야 개방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된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정부안이 바로 경제자유구역법에 근거한 교육분야 법률(안)이었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 세력은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유포시켜왔다. 신자유주의 세력은 온갖 특혜와 노동권의 제약을 통해 초국적 자본의 천국을 만들어주면 외자유치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한국정부는 싱가포르의 예처럼 하버드, MIT 등의 분교가 한국에 진출하면 교육경쟁력이 높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 물론 이것은 전혀 근거없는 전망이다.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미국에 있는 하버드, MIT와 싱가포르에 있는 하버드, MIT를 같은 대학으로 보지 않는다.
세계자본주의가 중국의 성장에 과도하게-그러나 대안이 없으므로-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 역시 경제자유구역 설정을 통해 중국의 경제성장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경제자유구역 설정으로 노동조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종속이 심화되지만 과연 기대하는 만큼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예상한다. 그나마도 교육과 의료부분은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신자유주의적 발전전략도 부재한 가운데 '상품화'로만 내몰리고 있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의 진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초국적 자본이 한국에 마음 놓고 들어와 공교육을 상품화하여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악법이다. 특별법안에는 99% 내국민 학생 입학 허용, 한국사와 한국어를 주당 1시간만 이수해도 학력인정, 결산상잉여금 자국 송금 허용 등의 내용이 있다. 이 같은 조항들은 공교육(public education)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전환이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은 학생선발과 등록금 책정, 교육과정 편성 등 온갖 특혜를 부여받으면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리추구를 할 수 있다. 고등학교의 55%, 대학의 84%가 사립인 한국에서 외국의 교육자본에게 영리추구를 법적으로 보장할 경우 사학재단은 물론 국내기업까지 형평성을 요구하며 무분별한 학교설립과 영리추구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대학설립 허용으로 현재도 학생모집에 허덕이고 학생들을 '등록금 수입원' 정도로 여기는 교육과 학문토대가 허약한 지방 사립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학청산법과 연동하여 재산을 환수 받으면서 멋대로 학교를 정리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구조조정 대상인 사학이 해산했을 때, 자산의 30%를 설립자(혹은 재단 이사장)에게 환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학청산법(가)이 추진되고 있다.
}}

한국정부는 2003년 3월 31일 WTO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이 국제적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며 WTO 교육개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1차 교육개방 양허안을 제출하였다.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와 WTO 교육개방 반대의 흐름이 거세어지자, 1차 교육개방 양허안 수준은 현행 수준에 그치는 것이며, 따라서 WTO 교육개방이 국내 교육에 미칠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대국민적 약속'을 했다.
그러나 2003년 10월 법안을 최초 공개하기 시작하여 2003년 12월에 입법예고하고 마침내 2004년 6월 15일 확정된 정부안은 유·초·중등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실질적 WTO 교육개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초·중등은 교육개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불과 7개월만에 번복됐다. 1차 교육개방 양허안이 제출되었을 때 재계는 앞 다투어 실망감을 표시하였다. 1차 교육개방 양허안 수준이 현행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고등교육과 성인교육에 한하여 개방 양허, 내국민입학, 과실송금, 학력인정 등 한국에 교육개방 양허를 요청한 나라들의 주요 요구가 빠져 있어 외국교육기관을 국내로 유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교육개방은 전국민의 요구가 아니라 기업(자본)이 자기 이해를 추구하기 위해 추진한 이기적 요구일 뿐이다.


교육대전환 : 학교의 기업화 혹은 교육상품화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국민의 교육 평등권에 해당하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31조 1항에 위배된다. 외국교육기관의 연간 등록금은 2000만 원 이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교육권을 차별하는 것으로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모법인 경제자유구역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경제자유구역법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의 생활상의 편의를 위하여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것이 목적이라면 현행 외국인학교만으로도 충분하다.{{ 외국교육기관과 외국인학교를 혼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외국인학교는 해외에 체류중인 교민을 위해 자국 교육과정에 따라 설치한 학교로, 한국에 설치된 외국인학교는 설치국가에서만 학력이 인정된다. 예를 들어 미국인학교라면 미국에서만 학력인정이 되고 한국에서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 그러나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외국교육기관이 '장사'를 하도록 배려해주는 내용이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하나의 법률일 뿐이지만, 학교의 기업화(혹은 교육의 상품화)를 승인하는 '교육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현재의 교육제도는 계급타협-즉 일정한 한계와 성과-에 딛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지배계급은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력 재생산을 위하여 공교육을 기획했다. 이러한 전략에 맞서 노동자 민중은 교육을 인간해방의 기획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그러나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은 한국사회에서 구매력에 의해 교육이 이뤄질 것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대사건이다.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교육권은 보편적인 권리(생존권적 권리)가 아니라, 구매력이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선택적 권리로 전락한다.


사회적 의제로 재설정 필요

노무현 정권은 17대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최우선 법안으로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이 꼽았다. 이에 따라 범국민교육연대를 비롯한 교육운동진영에서는 교육상품화를 저지하기 위해 외국교육기관특별법 투쟁을 최우선 투쟁과제로 설정하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저지투쟁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교육운동진영만의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는 듯하다. 경제자유구역법 투쟁에서도 드러났듯, 입법저지투쟁은 일부 주체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투쟁이 힘을 받을 수 없었다.
또한 교육, 의료개방 저지투쟁은 (원했듯, 그렇지 않았든 간에)교육과 보건의료운동만의 과제로 설정되곤 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역시 교육운동진영, 일부 반세계화 운동주체의 투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교육상품화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임은 누구나 절감하고 있다. 이제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저지투쟁은 교육운동진영만의 과제에서 전체 사회운동, 민중운동의 과제로 재설정되어야 한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 투쟁승리에서부터 민중교육권 실현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자.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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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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