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단속과 처벌, 그리고 남겨진 것은?
성매매 방지법 시행을 맞이하여
2004년 9월 23일 자정을 기점으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통칭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었다. 이 시기를 전후해 각종 언론 매체들에서는 남성들에 대한 처벌이 얼마나 강화되었는지를 선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경찰은 한달간 전국적으로 성매매 단속 특별반을 구성하는 등 집중 단속에 들어갔으며, 첫날 모두 138명의 성매매 사범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성매매방지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성매매 방지법은 명칭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성매매 알선 범죄의 처벌 및 방지에 주안점을 둔다. 그리고 성매매 피해자인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운동은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감금된 성매매 여성 5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00년 10월 성매매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국가대상배상청구소송‘을 벌이는 등의 활동을 기반으로 2001년 4월 여성단체들 중심의 ’성매매 방지 특별법 마련을 위한 전문인 간담회‘가 구성되었다. 2001년 11월 국회에 ■■성매매 알선 등 범죄의 처벌 및 방지를 위한 법률안■■을 청원, 2002년 9월 10일 86명의 여야의원에 의해 성매매방지법이 발의된다. 그리고 2004년 3월 2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6개월 후인 2004년 9월 23일 본격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내년에는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집창촌을 폐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주요 내용과 의의
지난 9월 22일까지 남한에서 성매매 관련 처벌법은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이었다. 성매매방지법은 기간 윤락행위등방지법이 가지고 있던 많은 악법 요소들을 변형시킨 대체입법으로 제정되었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우선 윤락이란 용어를 성매매로 변경하였다. 윤락이란 스스로 타락하여 몸을 버린다는 의미로 성매매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감추게 되는 위험이 있으며, 성매매의 문제를 파는 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성을 파는 행위자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함축하고 있다. 성매매가 성을 사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만큼 성이 거래된다는 의미의 성매매란 용어가 적합하다.
그리고 윤락여성을 피의자로 처벌하던 것이 성매매피해자 개념을 설정(위계·위력 그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보호 또는 감독하는 자에 의하여 마약 등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자, 청소년,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자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유인된 자,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하여 그녀들을 비범죄화하고, 알선행위자와 남성 성구매자(기존의 경우 대다수 훈방처리) 처벌을 대폭 강화하였다. 성매매 강요 및 알선을 통해 얻은 재산상의 이익 몰수 및 추징을 통해 성매매 알선이 이윤추구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보호처분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선불금 등 성매매와 관련된 채무관계는 무효가 된다. 이는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신고하는 것에 큰 장애가 되었던 부분을 제거한 것이다.
본래의 문제의식에 미달하는 한계
그러나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하여 이번 9월 23일 시행된 성매매방지법은 애초의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과정에서 입법 청원된 성매매방지법에 크게 미달하는 점들이 존재한다.
첫 번째 문제는 성매매피해자 개념의 축소에 있다. 성매매피해자의 규정에서 ‘선불금 등 채무의 이용에 의하여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가 제외된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이 선불금 등의 채무로 인해 노예와 같은 조건 속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피해자 규정 중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에서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것을 불문하고’가 삭제되어 동의 여부를 따져 다른 해석이 발생할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의 경우에도 장애 등급에 무관하게 성매매피해자로 보아야 한다는 요구가 ‘대통령령이 정한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즉 1, 2급 정신, 신체장애와 3급 정신, 신체 중복장애로 그 폭이 매우 좁다)로 한정되어 장애 여성이 성매매로 겪게 되는 피해를 사실상 눈감아 버렸다.
두 번째는 성매매 여성의 보호·처벌 및 처리의 문제이다. 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지원에서 외국인 여성은 3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귀국을 지원한다(5조, 7조). 많은 외국인 여성들은 1996년 이후 E-6라는 연예인 비자를 통해 국내로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이주하고 있다. 이들의 귀국 또한 자신의 의사에 의해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귀국을 원치 않을 경우 국내에서 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규정상 피해자로 분류되지 않는)성매매 여성에 대해서 형벌 또는 보호처분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 보다 유연한 사회복귀가 가능하게 하려는 초기의 고민들은 사라지고, 대신에 보호사건의 처리 및 보호 처분 결정은 검사와 판사의 몫이 되었다(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 3장에서 보호사건)
자발과 강제란 허구적 이분법을 지워버리자!
성매매 여성을 둘러싸고 자주 언급되는 문제가 바로 강요와 자발(때로는 동의 여부)이란 용어다. 이것은 강요에 의한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은 피의자라는 등식을 만든다. 현재의 성매매방지법도 강요에 의한, 그것도 저항능력이 없거나 판단능력이 모호한 여성만을 성매매피해자로 규정하여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는 성매매방지법의 문구처럼 그 자체로 ‘자발’과 ‘강제’로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발성의 논리는 결국 성매매가 발생하는 문제를 여성에게 돌리려는 인식을 반영한다. 자발적 선택이 무엇인가. 그것은 적어도 자신의 발로 걸어갔는가가 아니라 ‘다양한 대안과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성매매를 선택하는가, 그리고 성매매 여성은 ‘성매매 행위 전반에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가, 끝으로 성매매 여성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그만둘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여성의 성매매 시장으로의 유입은 결코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 이들의 자발적 유입은 진정한 자발성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제반 요인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 여성노동자에 대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상태, 복지서비스 절대적 부족 등 경제적, 사회문화, 제도적 요인들로 인해 양산된 것이다. 성매매가 보편화되고 산업화된 현실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언제나 성매매 여성 자신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어떠한 동기로 성매매에 유입되었든지 간에 성매매의 과정에서 여성들은 심각한 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다. 따라서 성매매에 대한 접근은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에서 시작해야한다. 성매매 여성들은 모두 성매매 피해자이며 비범죄화해야 한다.
성매매 시장의 성장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삭제할 수 없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성매매 문제를 방지하고 처벌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지금, 어찌하여 우리의 성매매 시장이 이렇게 거대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부의 성매매 관련 정책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남한의 경우, 미군기지 주변의 군대매춘과 기생관광을 중심으로 ‘국가주도’의 체계적 성산업이 자리 잡았다. 일제시대부터 있어온 공창제는 1948년 2월 ‘공창제도 등 폐지령’이 발휘되면서 폐지된다. 이후 정부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단속조치와 함께 약간의 수용 설치 등의 선도책을 병행했으나 사창, 고급 요정은 더욱 번창했다. 그리고 정부는 미군 주둔 필요에 따라 미군 매춘을 오히려 장려하였다. 1961년 최근까지 성매매 정책의 골격을 이루는 ‘윤락행위등방지법’을 제정하게 된다. 반면 ‘관광산업진흥법’에서는 외국인 상대 성매매에 한해 윤락행위등방지법 적용을 보류한다. 미군매춘 문제 등 특정지역-단속을 면제해주는 적선지구-의 설치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실시(1962년)했는데, 이는 70년대에 폐지된다. 국가적 과업으로 경제성장이 강조되면서 정책적인 차원에서 외화획득의 일환으로서 관광산업이 장려되었다. 관광산업을 빌미로 외화를 획득한 것이 이른바 ‘기생관광’이었다. 73년에는 ‘허가증’제도를 신설하여 많은 여성들이 나라경제 발전의 역군으로 국가가 장려하는 산업형 성매매에 종사했다. 미군이 감소하면서 기지촌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관계시의 관광특구 지정요구가 늘어난다. 그로 인해 동두천과 송탄, 이태원이 관광특구로 지정되었다. 80년대에는 외국의 성산업에 한국여성을 수출했고, 90년대에는 외국여성을 수입(96년 E-6비자 발급 등)하게 된다. 외국여성의 수입은 저임금대체노동력 수입(이주노동자)이 확대되면서 더욱 증가하고 있다. 61년 이후 정부 성매매 관련 정책은 원칙적으로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존재해왔지만, 집창촌(集娼村)이란 형태는 당당히 대한민국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경찰과 성매매업주들은 각종 편법과 비리로 얽혀있기도 하다.
지난 23일 대법원 1부는 상고심에서 2000년 군산화재참사 사건 당시 국가대상 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국가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위자료 지급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성매매 여성들은 창녀에서 윤락녀로, 윤락녀에서 이제는 성매매 여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천대받는 인간이하 여성에서 선도하고 처벌해야할 대상, 이제는 국가적 보호의 대상이 되었다. 남한 사회의 성매매 정책과 역사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어야 한다. 성매매를 산업으로 확대하고 성매매 여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말이다.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여성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물론, 성매매 방지법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고, 성매매를 방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강력한 법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듯이 그자체로 성매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윤락’에서 ‘성매매’로 바뀐 명칭이 즉각적으로 성매매 여성을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에서 피해자로 바라보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성문화된 법은 성매매 여성의 권리를 위한 기반과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국내 유흥·향락 업소는 전국적으로 33만, 종사 여성은 100만 여명으로 추정한다(99년 여성개발원). 성매매와 관련된 논점은 이제 성매매 여성의 인간다운 삶, 성매매 여성의 시민권의 문제로 옮겨져야 한다. 강력한 처벌의 효과로 예상되는 성매매의 음성화, 그에 따라 인권의 사각지대에 이중으로 갇히게 될 성매매 여성의 문제를 방기할 수 없다. 성매매에 대해 법률적으로 금지를 택하더라도, 분명히 발생하고 있는 성매매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이 폭력 등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그리고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며칠간 일상적으로 남성들끼리 모여 있는 곳의 화제는 성매매 방지법이었다. ‘그래봐야 범죄가 많아지고, 성폭력만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가 주요 내용이다. 이것은 남성의 성욕은 절제할 수 없고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 성매매가 필요하다란 전형적인 논리다. 그러나 사실은 반대다. 성매매 시장에서 항상 성매매되는 자는 여성이며, 성매매 구매자는 남성이며 그에 따른 수혜자도 남성이다. 남성들은 성매매가 있기 때문에 상품화된 여성의 몸에 쉽게 접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사물로 취급하는 경험을 하고 이는 오히려 성폭력을 증가시킨다. 성매매 시장이 이만큼 커졌어도 성폭력은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고, 강간은 줄지 않았다.
성매매방지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성매매안하기를 결의시키는 것으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매매 근절은 개인의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2월경 최초의 성매매 방지 광고는 ‘성은 사고 파는 것이 아닙니다’만을 피력했다. 이제 ‘왜 성을 사고 팔아서는 안되는 것인지’, 이것이 남성들의 성문화의 문제임을 좀 더 대중적으로 선전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성매매 폐지와 성매매 여성의 권리를 위해, 우리는 법제정과 개정 운동으로 한정되지 않는 남성중심의 이중적 성문화에 대한 투쟁 그리고 여성의 빈곤화에 맞선 투쟁을 차분히 기획해 나가야 할 것이다. PSSP
성매매방지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성매매 방지법은 명칭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성매매 알선 범죄의 처벌 및 방지에 주안점을 둔다. 그리고 성매매 피해자인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운동은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감금된 성매매 여성 5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00년 10월 성매매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국가대상배상청구소송‘을 벌이는 등의 활동을 기반으로 2001년 4월 여성단체들 중심의 ’성매매 방지 특별법 마련을 위한 전문인 간담회‘가 구성되었다. 2001년 11월 국회에 ■■성매매 알선 등 범죄의 처벌 및 방지를 위한 법률안■■을 청원, 2002년 9월 10일 86명의 여야의원에 의해 성매매방지법이 발의된다. 그리고 2004년 3월 2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6개월 후인 2004년 9월 23일 본격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내년에는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집창촌을 폐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주요 내용과 의의
지난 9월 22일까지 남한에서 성매매 관련 처벌법은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이었다. 성매매방지법은 기간 윤락행위등방지법이 가지고 있던 많은 악법 요소들을 변형시킨 대체입법으로 제정되었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우선 윤락이란 용어를 성매매로 변경하였다. 윤락이란 스스로 타락하여 몸을 버린다는 의미로 성매매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감추게 되는 위험이 있으며, 성매매의 문제를 파는 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성을 파는 행위자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함축하고 있다. 성매매가 성을 사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만큼 성이 거래된다는 의미의 성매매란 용어가 적합하다.
그리고 윤락여성을 피의자로 처벌하던 것이 성매매피해자 개념을 설정(위계·위력 그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보호 또는 감독하는 자에 의하여 마약 등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자, 청소년,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자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유인된 자,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하여 그녀들을 비범죄화하고, 알선행위자와 남성 성구매자(기존의 경우 대다수 훈방처리) 처벌을 대폭 강화하였다. 성매매 강요 및 알선을 통해 얻은 재산상의 이익 몰수 및 추징을 통해 성매매 알선이 이윤추구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보호처분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선불금 등 성매매와 관련된 채무관계는 무효가 된다. 이는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신고하는 것에 큰 장애가 되었던 부분을 제거한 것이다.
본래의 문제의식에 미달하는 한계
그러나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하여 이번 9월 23일 시행된 성매매방지법은 애초의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과정에서 입법 청원된 성매매방지법에 크게 미달하는 점들이 존재한다.
첫 번째 문제는 성매매피해자 개념의 축소에 있다. 성매매피해자의 규정에서 ‘선불금 등 채무의 이용에 의하여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가 제외된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이 선불금 등의 채무로 인해 노예와 같은 조건 속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피해자 규정 중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에서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것을 불문하고’가 삭제되어 동의 여부를 따져 다른 해석이 발생할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의 경우에도 장애 등급에 무관하게 성매매피해자로 보아야 한다는 요구가 ‘대통령령이 정한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즉 1, 2급 정신, 신체장애와 3급 정신, 신체 중복장애로 그 폭이 매우 좁다)로 한정되어 장애 여성이 성매매로 겪게 되는 피해를 사실상 눈감아 버렸다.
두 번째는 성매매 여성의 보호·처벌 및 처리의 문제이다. 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지원에서 외국인 여성은 3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귀국을 지원한다(5조, 7조). 많은 외국인 여성들은 1996년 이후 E-6라는 연예인 비자를 통해 국내로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이주하고 있다. 이들의 귀국 또한 자신의 의사에 의해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귀국을 원치 않을 경우 국내에서 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규정상 피해자로 분류되지 않는)성매매 여성에 대해서 형벌 또는 보호처분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 보다 유연한 사회복귀가 가능하게 하려는 초기의 고민들은 사라지고, 대신에 보호사건의 처리 및 보호 처분 결정은 검사와 판사의 몫이 되었다(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 3장에서 보호사건)
자발과 강제란 허구적 이분법을 지워버리자!
성매매 여성을 둘러싸고 자주 언급되는 문제가 바로 강요와 자발(때로는 동의 여부)이란 용어다. 이것은 강요에 의한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은 피의자라는 등식을 만든다. 현재의 성매매방지법도 강요에 의한, 그것도 저항능력이 없거나 판단능력이 모호한 여성만을 성매매피해자로 규정하여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는 성매매방지법의 문구처럼 그 자체로 ‘자발’과 ‘강제’로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발성의 논리는 결국 성매매가 발생하는 문제를 여성에게 돌리려는 인식을 반영한다. 자발적 선택이 무엇인가. 그것은 적어도 자신의 발로 걸어갔는가가 아니라 ‘다양한 대안과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성매매를 선택하는가, 그리고 성매매 여성은 ‘성매매 행위 전반에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가, 끝으로 성매매 여성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그만둘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여성의 성매매 시장으로의 유입은 결코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 이들의 자발적 유입은 진정한 자발성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제반 요인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 여성노동자에 대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상태, 복지서비스 절대적 부족 등 경제적, 사회문화, 제도적 요인들로 인해 양산된 것이다. 성매매가 보편화되고 산업화된 현실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언제나 성매매 여성 자신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어떠한 동기로 성매매에 유입되었든지 간에 성매매의 과정에서 여성들은 심각한 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다. 따라서 성매매에 대한 접근은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에서 시작해야한다. 성매매 여성들은 모두 성매매 피해자이며 비범죄화해야 한다.
성매매 시장의 성장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삭제할 수 없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성매매 문제를 방지하고 처벌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지금, 어찌하여 우리의 성매매 시장이 이렇게 거대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부의 성매매 관련 정책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남한의 경우, 미군기지 주변의 군대매춘과 기생관광을 중심으로 ‘국가주도’의 체계적 성산업이 자리 잡았다. 일제시대부터 있어온 공창제는 1948년 2월 ‘공창제도 등 폐지령’이 발휘되면서 폐지된다. 이후 정부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단속조치와 함께 약간의 수용 설치 등의 선도책을 병행했으나 사창, 고급 요정은 더욱 번창했다. 그리고 정부는 미군 주둔 필요에 따라 미군 매춘을 오히려 장려하였다. 1961년 최근까지 성매매 정책의 골격을 이루는 ‘윤락행위등방지법’을 제정하게 된다. 반면 ‘관광산업진흥법’에서는 외국인 상대 성매매에 한해 윤락행위등방지법 적용을 보류한다. 미군매춘 문제 등 특정지역-단속을 면제해주는 적선지구-의 설치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실시(1962년)했는데, 이는 70년대에 폐지된다. 국가적 과업으로 경제성장이 강조되면서 정책적인 차원에서 외화획득의 일환으로서 관광산업이 장려되었다. 관광산업을 빌미로 외화를 획득한 것이 이른바 ‘기생관광’이었다. 73년에는 ‘허가증’제도를 신설하여 많은 여성들이 나라경제 발전의 역군으로 국가가 장려하는 산업형 성매매에 종사했다. 미군이 감소하면서 기지촌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관계시의 관광특구 지정요구가 늘어난다. 그로 인해 동두천과 송탄, 이태원이 관광특구로 지정되었다. 80년대에는 외국의 성산업에 한국여성을 수출했고, 90년대에는 외국여성을 수입(96년 E-6비자 발급 등)하게 된다. 외국여성의 수입은 저임금대체노동력 수입(이주노동자)이 확대되면서 더욱 증가하고 있다. 61년 이후 정부 성매매 관련 정책은 원칙적으로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존재해왔지만, 집창촌(集娼村)이란 형태는 당당히 대한민국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경찰과 성매매업주들은 각종 편법과 비리로 얽혀있기도 하다.
지난 23일 대법원 1부는 상고심에서 2000년 군산화재참사 사건 당시 국가대상 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국가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위자료 지급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성매매 여성들은 창녀에서 윤락녀로, 윤락녀에서 이제는 성매매 여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천대받는 인간이하 여성에서 선도하고 처벌해야할 대상, 이제는 국가적 보호의 대상이 되었다. 남한 사회의 성매매 정책과 역사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어야 한다. 성매매를 산업으로 확대하고 성매매 여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말이다.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여성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물론, 성매매 방지법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고, 성매매를 방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강력한 법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듯이 그자체로 성매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윤락’에서 ‘성매매’로 바뀐 명칭이 즉각적으로 성매매 여성을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에서 피해자로 바라보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성문화된 법은 성매매 여성의 권리를 위한 기반과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국내 유흥·향락 업소는 전국적으로 33만, 종사 여성은 100만 여명으로 추정한다(99년 여성개발원). 성매매와 관련된 논점은 이제 성매매 여성의 인간다운 삶, 성매매 여성의 시민권의 문제로 옮겨져야 한다. 강력한 처벌의 효과로 예상되는 성매매의 음성화, 그에 따라 인권의 사각지대에 이중으로 갇히게 될 성매매 여성의 문제를 방기할 수 없다. 성매매에 대해 법률적으로 금지를 택하더라도, 분명히 발생하고 있는 성매매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이 폭력 등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그리고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며칠간 일상적으로 남성들끼리 모여 있는 곳의 화제는 성매매 방지법이었다. ‘그래봐야 범죄가 많아지고, 성폭력만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가 주요 내용이다. 이것은 남성의 성욕은 절제할 수 없고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 성매매가 필요하다란 전형적인 논리다. 그러나 사실은 반대다. 성매매 시장에서 항상 성매매되는 자는 여성이며, 성매매 구매자는 남성이며 그에 따른 수혜자도 남성이다. 남성들은 성매매가 있기 때문에 상품화된 여성의 몸에 쉽게 접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사물로 취급하는 경험을 하고 이는 오히려 성폭력을 증가시킨다. 성매매 시장이 이만큼 커졌어도 성폭력은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고, 강간은 줄지 않았다.
성매매방지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성매매안하기를 결의시키는 것으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매매 근절은 개인의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2월경 최초의 성매매 방지 광고는 ‘성은 사고 파는 것이 아닙니다’만을 피력했다. 이제 ‘왜 성을 사고 팔아서는 안되는 것인지’, 이것이 남성들의 성문화의 문제임을 좀 더 대중적으로 선전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성매매 폐지와 성매매 여성의 권리를 위해, 우리는 법제정과 개정 운동으로 한정되지 않는 남성중심의 이중적 성문화에 대한 투쟁 그리고 여성의 빈곤화에 맞선 투쟁을 차분히 기획해 나가야 할 것이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