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10.49호

편집실에서

편집실 |
후세의 어떤 시점의 어떤 국가로 모든 역사는 귀속되어야 하는가.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대립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또 우리에게 과연 진정한 일제 청산은 무엇인가. 현 시점에서 과거에 대한 평가와 반성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며 현재 진행되는 논쟁의 허구성은 무엇인지 집어보자.
특집은 고구려사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립과 현재 여-야의 열띤 공방으로 드러나는 과거청산 논쟁을 분석했다. 은정태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원래 있었던 개념이 아니라 근대에 형성된 개념이며, 그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갔는지 살피고 있다. 백승욱은 중국의 중앙정부가 주변 소수민족을 관리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동북공정이 의도하는 바를 분석하고, 결국 고구려사와 관련한 한-중의 대립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체성이 약한 소수민족을 통합하려는 중국의 전략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런 논의의 연장에서 임필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야간의 뜨거운 논쟁이 친일 인사 몇 몇을 숙청하는데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일본이 전쟁 범죄를 반성하고 한국에 이를 사과하는 절차는 생략되는 과거 청산의 허점을 꼬집고 있다. 결국 과거 청산이란 세계질서 속에 미국과 일본이 허용한 선을 넘지 못하며, 이미 일제 청산은 일본과 수교를 맺은 이후 다시 논쟁할 수 없는 과거의 일로 묻혀버린 것이 현실이라 말하고 있다.
커버스토리에서 이소형은 민중재판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김재복 수사님과 박기범 동화작가가 파병반대, 전쟁반대를 외치며 벌였던 단식과 평화바람이란 순례단이 전국을 순회하며 한국의 민중들과 함께 이라크에 평화가 함께 하길 기도했던 성과를 이어 전범민중재판운동으로 반전운동을 이어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전개되는 전범민중재판운동과 함께, 한국에서도 12월에 재판을 준비하면서 1만인 기소인 조직을 목표로, 수많은 사람의 한 걸음이 이라크에, 한국에, 세계에 평화를 앞당기는 투쟁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밖에 집중분석에서 정지현은 파견근로와 기간제 근로에 대한 새 법안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고, 국제에서 정영섭은 베이루트 반전회의를 다녀와서 세계 반전운동의 동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기획으로 ‘공공부분 구조조정 그 이후’는 네 번째에 이르렀는데, 이번 호에는 공무원노조를 통해 ‘물 사유화’를 저지하자는 주장을 담았다. 이정일의 영화속으로는 이번 호 필자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쉬게 되었고, 시선의 ‘강화된 단속과 처벌, 그리고 지금 남겨진 것은’과 교육비평의 ‘교육시장 개방저지와 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1030 범국민대회’, 역시 일독을 바란다.

아직, 이라크는 전쟁 중이다. 오늘 이라크의 모습을 통해 과거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오늘 우리의 모습에서 이라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과장일까? 그 형태를 달라졌을지도 몰라도, 미국의 대외팽창주의는 예나 오늘이나 제3세계 민중들의 피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평화를 요구하는 것은 다만, 목숨이 보전될 것을 요구하는 것을 뛰어넘어 우리의 삶이 인간다운 삶이길 바라는 ‘투쟁’인 것이다.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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