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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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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투쟁의 뒤안길

박현 |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사무국장

80년대 군사 정권의 정치적 이용물로 만들어진 장애인의 날이 25년째를 맞이한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의 삶, 인권 실태를 뼈저리게 느끼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40대 청각장애인이 생계를 위해 노점을 하다가 벌금 70만원 때문에 자살을 하고 청각 장애인인 형과 형수, 정신지체 장애인 조카를 더 이상 부양할 수 없다며 동생이 살인하는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3월20일 잠실대교에서는 뇌병변 장애인이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정립회관 231일 투쟁, B선교원 인권유린 사건, 청암재단, 천사원 등 인권유린과 비민주적 운영과 같은 시설에 대한 문제들이 맞물려 발생하면서 4백50만 장애인 가운데 20%는 절대빈곤, 30%는 절대빈곤 위험에 처해 있고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자립하거나 스스로 살아가는 기회조차 빼앗긴 체 시설로 내 몰려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조차도 장애인들에게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마저도 보장해 주지 못하고 그들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이번 420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은 이러한 절박함 속에서 2002년부터 요구해 온 장애인의 차별에 대한 문제들이 아직도 변함 없이 바뀌지 않은 채 여전히 차별이 가해지고 있는 이 사회와 이를 방관해온 정부를 향한 직접적인 투쟁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를 3월24일 기습 점거농성을 돌입하였으며 4월19일까지 진행하였다.
또한 올해에는 가장 많은 지역과 단체 95개가 420 투쟁에 같이 하였으며 특히 투쟁에 소극적이었던 장애인 단체들뿐만 아니라 장애인 운동과 다소 생소하거나 인연이 없었던 단체들도 올해 투쟁을 함께 하였다.
그만큼 올해 사안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던 부분들도 많았고 420투쟁이 이젠 진보운동 진영에서도 인정한 소중한 투쟁의 현장이기에 이러한 큰 연대를 만드는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420 투쟁 기간 동안 여느 때와 달리 풍성한 내용과 대중들이 동참할 수 있는 행사들이 주를 이루었으며 다양한 영역의 장애인 현안들에 대해서도 투쟁이 벌어졌다.
이렇게 장애인계 안에서는 올해 420투쟁은 내용으로나 질적으로도 보다 발전된 모습을 가지게 되었으나 반대로 이러한 흐름에 반하는 모습들도 나타났었다.
4월20일을 정부가 주는 떡고물을 받는 날이 아닌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는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자리매김하면서 정부와 관계를 갖고 있던 관변 단체들이 주도했던 체육관 행사와 같은 정부 주도의 행사들이 차츰 사라지는 가 했더니 올해 이러한 행태들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며 더욱 장애인 정책 중 가장 후퇴되어 있는 노동정책에 대해 정부의 입장에 서는 장애인 단체의 파렴치한 사건도 420기간 중 일어났다.
그리고 양적으로는 95개 단체라는 거대한 연대체를 구성하였으나 여전히 비정규직이라든지 갖가지 현안들로 인해 다소 묻히거나 이름만 거는 연대 단체가 많았으며 결국 작년과 같이 얼마 되지 않은 단체로 열악한 현장을 지켜나갈 수밖에 없었다. 또한 11가지의 요구안들이 있었지만, 우리의 역량부족으로 인해 몇 가지 요구안 외엔 제대로 투쟁을 조직하거나 이후에 과제로조차 남기지 못한 채 다소 우리들만의 420투쟁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다.
장애라는 사안이 소주자 중 가장 힘없는 계층의 문제이며 너무나 복잡한 내용들이기에 이 사회 안에서 동정과 시혜적이지 않고서는 최소한의 담론이나 관심조차 끌어내지 못하지만, 진보운동 안에서도 out side 운동이라는 것이 재확인 된 게 아닌가란 아쉬움도 올해 역시 씁쓸하게 남았다.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을 통해 현 정권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회적 차별(장애, 여성, 학력, 비정규직, 이주노동자)금지법을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독자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정부와 명확한 전선을 긋는 성과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작으로 올해 투쟁은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더불어 너무나 수동적이었던 청각장애인들과 사회복지라는 이데올로기 속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였던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장애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2001년에 장애인 문제는 이동권 뿐이었고 그 투쟁도 30여명도 되지 않은 인원으로 시청 앞 노숙농성, 서울역 천막농성, 버스타기 등 투쟁들을 지켜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시설민주화, 장애인차별금지법, 청각장애인 생존권 등 다양하고 많은 동지들이 지켜내고 싸워야할 투쟁들이 많아졌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발전한 장애인 운동이 더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다양한 사안과 투쟁을 벌일 수 있는 활동가들이 재 발굴되어질 뿐만 아니라 보다 이론화 된 장애인 투쟁과 서울을 벗어나 전국과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진보적장애운동연대체의 올바른 조직적 건설이 과제일 것이다.
또 2005년 현안 과제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실질적으로 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법률로의 제정이며 이 투쟁은 이후 법률 제정 및 투쟁의 전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5월1일 May-Day를 끝으로 사실상 해소한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투쟁을 조직하게 될 것이다. 2005 420투쟁은 95명이라는 연행자를 발생할 만큼 마포대교 점거라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던 절실함을 다시 생각하며, 420 투쟁을 마무리하는 뒤안길에서 21세기에 들어선 현재에 아직도 굶어 죽어야 하고 그것이 두려워 노점을 하다가 벌금 맞아야 하고 그래서 스스로 자살을 해야 하고 장애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단 하루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지도 못하는 장애인의 현실이 결코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내년에도 마포대교 점거 뿐 아니라 그 어떠한 방법이라도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결의를 다시금 모으는 420이 아니었나 싶다.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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