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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6.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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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을 지속하자!

인드라 루비스 | 비아 캄페시나
세계무역기구(WTO)의 간략한 배경

마라케시 협정과 WTO의 출범은 전 세계적으로 무역 및 여타 분야의 자유화가 이루어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WTO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발전을 추동하며, 고용을 촉진하여 결국 세계의 부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WTO의 주된 목표는 개혁과 무역정책의 자유화, 즉 수출 지향적 모델, 지역 시장의 개방, 무역 왜곡 감축 등이었다. WTO는 많은 나라들로 하여금 이러한 노선을 따르도록 했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산물인 WTO는 농업협정, 지적재산권협정, 위생 및 검역에 관한 협정, 서비스협정 등 여러 협정들을 출범시켰다. 이 모든 협정들은 소농, 무토지 농민, 농업노동자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WTO는 선진국,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의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더욱 의존하게 됨에 따라 이들 나라에 의해 주도되었다. WTO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농업이 협상의 중요한 의제임을 알 수 있다.
농업협정 20조는 농업개혁을 지속하는 것에 관한 협상을 시작하는 기초가 된다. 사실 농업협정에 서명함으로써 개도국들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데 동의하는 것이 결국 대규모의 농업기업이 수출-지향적 생산시스템을 강화하고, 다량의 잉여농산물을 덤핑하도록 허용하여 결국 소농-기반의 농업이 붕괴하도록 허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미국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첫 번째는 WTO로 대표되는 다자 시스템 하에서 무역 자유화를 강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방적, 혹은 쌍무협정이었다. 신자유주의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아세안자유무역협정,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과 같은 자유무역협정 또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미-태국 FTA와 같은 양자 협정을 장려한다.

시에틀에서 칸쿤까지

2003년 9월 칸쿤에서 열린 WTO 5차 각료회의의 붕괴는 유럽연합과 미국에 의해 형성된 교착상태를 부각시켰다. 두 강대국은 자신들의 수출지향적 농업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할 의사가 없었다. 유럽연합과 미국, 그리고 일본과 호주의 입장은 브라질과 인도가 이끈 G-20 그룹과 인도네시아가 이끈 G-33그룹에 의해 거부되었다. 이 그룹들은 비록 소농과 민중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농업에 관한 대안적인 제안을 제출했다. G-20의 제안은 그들 나라의 농업기업의 이해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G-33의 제안은 불행하게도 G20의 제안에 비해 영향력이 적었다. 1999년 시애틀에서 WTO 3차 각료회의가 무산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칸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각료회의의 무산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자신들의 막대한 보조금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금감축] 공식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무역의 미명하에 발전을 희생하도록 한 다자 무역 시스템에서 개도국들을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도하 각료회의에서는 WTO를 위기에서 구출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도하 각료회의를 통해 “도하개발의제(DDA)”가 출범했다. 도하 각료회의 선언문은 “국제 무역은 경제발전의 촉진과 빈곤감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도하선언문, 2001)”고 밝히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도하개발의제(DDA)는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 모든 수출보조금의 폐지를 목표로 하는 감축, 무역 왜곡적 국내 보조금의 지속적인 감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골자로 하고 있다.

WTO는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

WTO 체제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무역자유화는 여러 가지 악영향을 불러오고 있다. 식량 혹은 여타 농업분야에서 드러나는 최악의 효과는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데, 값싼 수입농산물의 덤핑이 농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개도국으로 하여금 농산물 시장을 전적으로 개방하도록 한다. 이에 반해 미국의 농업법과 유럽연합의 공동농업정책은 초국적 기업의 이해를 방어한다. 이들은 농업 생산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여, 이들이 제3세계의 시장에 농산물을 덤핑할 수 있도록 한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수출보조금을 직접지불(WTO가 허용하는 보조금의 형태)로 대체함으로써 낮은 수출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는 분명하다. 식량산업과 슈퍼마켓에 낮은 가격으로 농산물을 공급하게 되면, 유럽에서는 농민의 수가 대폭 감소하게 될 것이고, 농업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해질 것이며, 제3세계 나라들에 낮은 가격의 잉여농산물을 수출함으로써 농업을 기반으로 한 이 나라들의 지역경제는 황폐화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총 농업보조금은 WTO가 출범한 1995년에 1820억 달러였던 것에서 1997년 2800억 달러, 1998년 362억 달러로 점차 증대하고 있다.
초국적 기업은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그들은 정부로부터 수출보조금을 지급 받으며, 생산비용 이하의 가격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도록 하며 식량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촌에서 떠나 도시나 해외로 이주하도록 강제 당하고 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이를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필리핀에서 농업생산성의 감소와 농산물 수입자유화로 인해 농민들의 생존권은 파괴되고 농민들의 수입은 더욱 감소하고 있다. 1994년 이후, 농업분야에서 189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로 인해 타격을 입은 것은 대부분 쌀, 생선, 야채, 가축 등의 생산물을 지역 시장에 내다 파는 소규모 독립생산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한 후, 멕시코의 농민들은 옥수수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값싼 수입옥수수 때문이었다. 수백만의 농가는 농촌을 떠나 이민 대열에 합류했다. 남한에서도 마찬가지로 WTO에 서명한 이후 쌀값이 75%로 폭락했고, 10년 동안 농가 수는 6백만에서 3백만으로 줄어들었으며 이촌향도 현상이 두드러졌다. [농가부채로 인한] 농민들의 자살도 빈번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유화의 결과가 매우 극적으로 드러난다. 수입농산물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하룻밤사이에 수입쌀이 세 배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연간 수입량이 350만 톤으로 안정화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국내소비의 6% 정도이다. 설탕 수입 역시 국내 소비의 20%에서 50%로 급등했다. 콩 수입 역시 최소한 국내 소비의 50%에 달한다. 이러한 곡물에 대한 미국정부의 보조금은 최근 급등하고 있다. 2002년 미국의 쌀은 두 말에 18.26 달러에 생산되어 11.8 달러에 수출된다. 콩 생산비는 두 발에 7.34 달러인데, 5.48달러에 수출된다.
이상의 여러 사례를 통해 비아 캄페시나의 소농, 무토지 농민, 원주민, 농업노동자들은 WTO가 농민 생존권을 파괴하고 심지어는 농민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WTO는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 그렇기 때문에 WTO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 비아캄페시나 4차 회의에서 우리는 WTO의 농업정책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지에서 농민들의 실종과 억압, 죽음을 강화하고 있으며, 빈곤을 증가시키며, 사회운동을 억압하고, 기초적인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박탈하고, 저임금 노동력 층을 형성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모든 정책은 유럽연합, 남한, 일본, 캐나다, 미국과 같은 산업화된 나라에서도 농민 가족의 실종을 유발하고 있다.

WTO 홍콩 각료회의를 향하여

2004년 7월에 열린 일반이사회에서, WTO는 협상틀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다. 7월 협상들은 도하개발의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협상들은 수출지향적 농업모델을 그 근간으로 유지하고 있다. 7월 일반이사회의 결과는 WTO 협상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당시까지 농업협상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었다. 농업이 여전히 도하개발의제 협상 전반에 있어 중요한 의제임이 분명했다. 이것이 농민운동에 의미하는 바는 6차 WTO 각료회의가 우리의 투쟁, 그리고 "WTO는 농업과 식량에서 떠나라"는 우리의 요구를 지속하기 위해 겨냥해야 할 목표물이라는 점이다. 모든 소농, 무토지농민들, 원주민 공동체가 손을 맞잡고 각국 정부가 2005년 12월에 열릴 홍콩 각료회의 전까지 WTO 내에서 더 이상의 협상을 진행하지 않도록 투쟁해야 한다. 또한 농민들의 삶에 마찬가지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양자간 협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투쟁을 지속하자!

올해 12월 WTO 6차 홍콩 각료회의 준비 한창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5차 각료회의는 농산물수출국그룹(G-22)을 비롯한 개발도상국 · 최빈국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로써 자유무역의 혜택을 전세계 민중들이 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사실 초국적 자본의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WTO가 농민을 죽인다"고 외치던 한국의 농민 이경해 열사의 죽음은 전 세계를 들끓게 했다. 2005년 말 타결을 목표로 하던 도하개발의제가 이렇게 해서 지체되던 중, 미국은 브라질과 인도를 포섭하여 농산물수출국그룹을 무력화시킨 뒤 협상 기본골격을 2004년 7월에 타결시켰다. 현재 도하개발의제 협상은 다시 2006년 타결을 목표로 해서 한창 진행 중이다. 올 12월 홍콩에서 열릴 6차 각료회의는 도하개발의제의 성공여부를 가름하는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이에 지난 1월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린 5차 세계사회포럼에서 전 세계의 사회운동은 홍콩 WTO 각료회의에 맞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전 지구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을 결의했다. 현재 홍콩 사회운동들은 6차 각료회의 대응투쟁을 준비하기 위해 'WTO 대응 홍콩민중동맹(Hongkong People's Alliance on WTO, HKPA)을 구성하여 활동 중이다. 지난 5월 12일, 홍콩민중동맹에서 활동하는 비엔 몰리나(Bien Molina, 아시아 이주센터), 누룰 코이리아(Nurul Qoiria) 두 활동가가 서울을 방문하여 '자유무역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전국민중연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두 활동가가 전한 홍콩 사회운동들의 6차 WTO 각료회의 대응 계획을 소개한다.

홍콩민중동맹의 구성과 활동

홍콩민중동맹은 2004년 9월 결성되었고, 현재 홍콩노총, 아시아이주노동자센터 등 홍콩에 기반을 둔 학생, 노동자, 종교, 이주노동자, 여성, 인권 관련 24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결성된 이후 참여조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말에는 12월 홍콩 6차 각료회의 저지투쟁을 함께 조직하고자 하는 세계 여러 단체들을 초청하여 국제적인 준비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내부에 총 8개의 실무팀을 두고 있다. '조직투쟁팀'은 12월 11일~18일 '행동주간'동안 진행될 여러 대중집회 및 시위를 조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홍콩 정부의 탄압을 대비하여 여러 인권단체들과 연계를 형성하는 한편 법률적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교육팀은 홍콩 민중들에게 WTO의 악영향에 관해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여러 가지 교육 자료를 만들고 워크숍도 개최한다. '대외협력팀'은 홍콩투쟁에 참여하고자 하는 해외 조직들과 국제적인 연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재정 마련을 비롯한 여러 실무를 담당하는 '재정사무팀', 준비에서 실행까지 WTO 6차 각료회의의 전 과정을 자료화하는 '자료정리팀', '프로그램팀', '언론홍보팀', '정부모니터링팀'이 있다. 현재 홍콩민중동맹은 WTO에서 논의되는 의제들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행동주간 동안 평화적인 시위를 보장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일찍이 자유무역도시로 개발된 홍콩의 민중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WTO의 해악성과 문제점을 널리 알려내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12월 6차 각료회의 저지 '행동주간' 계획과 준비 상황

홍콩민중동맹은 '행동주간' 동안 세 차례의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이다. 행동주간 개막시위(12월 11일), 6차 각료회의 개막 항의 시위(12월 13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맞이 공동행동(12월 18일)으로 세 차례 열릴 대규모 집회는 홍콩섬 내 빅토리아 공원과 각료회의가 열리는 컨벤션센터 사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컨벤션센터는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으며, 홍콩 정부는 주변을 보안구역으로 설정하고 집회나 시위를 철저하게 통제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여러 문화행사, 사진전, 부문별 집회 및 포럼 등 다양한 항의행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홍콩정부는 홍콩민중동맹이 폭력집단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며, 해외참가자들이 일으킬 우발적 폭력사태의 가능성을 거론하며 집회 신고를 불허하고 있다. 홍콩민중동맹은 모든 행사를 최대한 평화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법적 지원 체계 등 안전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홍콩경찰이 칸쿤 투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는데, 명단에 오른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공항에서 입국시키지 않거나, 비자발급 기간을 고의적으로 연장시켜 입국을 방해할 가능성도 예상되는바, 홍콩민중동맹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며,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공식적으로 책임지게 할 방침이다.

한국 민중운동에 당부한다

한국의 사회운동들이 WTO 6차 각료회의 저지투쟁에 최대한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 해외 단체들과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대외협력팀'은 해외 참가자들을 ①국제네트워크, ②개별 조직, ③중국, 대만, 한국 단체들의 세 층위로 나누어 조직화 및 지원활동을 벌일 예정인데, 한국 단체들에 대해서는 홍콩 노총이 지원 및 조율을 전담할 예정이다. 한편, 이 투쟁에 참여하고 싶지만 재정상의 어려움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제3세계 활동가들의 참가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홍콩민중동맹은 참여를 희망하는 제3세계 활동가들로부터 재정 지원 요청을 받으면 지원이 가능한 단체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한국의 단체들도 이러한 지원활동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또한, 한국의 여러 단체들이 올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 반대행동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홍콩민중동맹도 이 행동에 참여할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APEC 투쟁과 홍콩각료회의 반대투쟁이 준비과정에서부터 연계를 형성하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말

*인드라 루비스는 인도네시아 소농연맹(FSPI) 출신 활동가로서 현재 비아 캄페시나 국제사무국에서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 비아 캄페시나는 '농민의 길'이란 의미이며, 인도네시아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 세계소농조직이다. 한국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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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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