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운동진영의 총선투쟁 평가와 향후 전망
4·13 총선,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16대 총선이 끝났다. 한나라당 제1당 유지(133석), 민주당 약진(115석+호남무소속 4석), 자민련 몰락(17석) 그리고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실패와 총선시민연대의 승리의 팡파레가 이번 총선의 결과다. 우리는 DJ정권이 16대 총선을 통해 개혁정국을 형성하여, 개혁이미지로 무장한 신자유주의 정당과 DJ정권의 개혁파트너로서 시민운동의 정치적 지위상승을 통해 강력한 신자유주의 개혁주체를 형성하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98년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DJ정권의 지지율은 급감하여 올초에는 20% 안팎을 맴돌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DJ정권은 반공보수주의와의 차별화 즉, 자민련과의 거리두기 그리고 386세대와 한국노총 상층인사, 시민운동 등 개혁세력의 영입을 통한 신당의 개혁이미지 조작을 진행했다. 그것이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효과가 상승되었고 병무비리조사 등 사정작업을 통해 공세적으로 개혁국면을 형성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민련의 몰락과 총선시민연대의 승리는 DJ정권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민주당은 의석수에서 한나당에 뒤지긴 했지만, 영남을 제외한 수도권, 충청, 강원 등 모든 곳에서 승리하여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승리한 원인은 한축으로는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 386세대 영입 등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했다는 것, 다른 한축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해 한잠재된 대중들의 불만, 반DJ 감정에 '지역주의'라는 효과적인 방법을 동원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민중운동진영은 이러한 총선 지형에서 어떤 실천을 벌였어야 하는가?
정치적으로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에 대한 타격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신자유주의 구조개편에 저항하는 모든 투쟁을 반DJ 투쟁으로 연결시키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명확한 비판과 타격이 필요했다. 또한 전국적인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민주노총, 청년진보당의 후보전술과 신자유주의반대·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대중투쟁을 아우르는 공동대응이 필요했던 것이다.
DJ정부의 신자유주의 개혁주체 형성에 맞선 자승자박(自繩自縛)적 대응 !
이번 총선투쟁에서 민중운동진영은 극도의 무력함을 드러냈다. 이러한 무력함은 민중운동진영의 역량의 한계에서 기인한다기보다 16대 총선지형에 대한 명확한 인식의 부재와 총체적 총선 투쟁전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금번 16대 총선을 통해 DJ정권이 일련의 개혁드라이브를 통한 신자유주의 개혁주체를 형성하려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총선시민연대에 대한 명확한 비판과 타격을 하지 않으면, 민중운동진영을 억누르고 무력화시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렇다면 일련의 개혁정국에서 민중운동진영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민주노총은 총선시민연대에 공식적으로 참가하겠다고 요청했으나, 총선시민연대측이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받아주지 않았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행보로 인해 낙선운동의 한계가 지적되는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의 일부지역지부에서는 총선시민연대의 낙선활동을 함께 벌이는 사태도 벌어졌다. 민주노동당과 청년진보당 또한 공식적인 지지표명을 했고, 민주노동당의 경우 선거법 개정과 관련하여 시민단체 정치활동 보장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던 '총선시민연대'에 1인 2표제, 공탁금 문제 등을 가지고 싸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3월 8일 민중운동의 과도적 공동투쟁체로 출범한 신자유주의 반대·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조차도 내부적인 논쟁이 있긴 했지만, 공식적인 입장표명과 명확한 비판을 유보함으로써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민중대회위원회의 기자회견이 낙선운동 지지로 표현되는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민중운동진영의 自繩自縛적인 대응은 DJ정권과 언론, 방송사의 대대적인 지원 속에 '총선시민연대'를 시민혁명의 주역으로 만들어 신자유주의적 경향의 시민운동의 세력화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했고, DJ정부가 개혁적 이미지로서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동조하는 효과를 낳았다.
민중운동진영은 총선시민연대가 지향하는 인물 위주의 낙천·낙선운동이 보수정치세력에게 면죄부를 줄 뿐, 현실의 노동자, 민중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음을 명확히 비판하고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주장했어야 했다.
총체적 총선투쟁전략의 부재, 그리고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의 결집 실패
16대 총선에서 민중운동진영은 대중조직과 정치조직,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투쟁전략이 부재했다. 민주노총과 청년진보당은 몇몇 지역의 후보전술로 국한되었고, 민중운동의 과도적 공동투쟁체인 민중대회위원회도 4월 1일 민중대회를 제외하면 자동차투쟁, 축협투쟁, 농민투쟁, 교육투쟁 등을 조정하고 엄호하는 수준 이상으로 활동을 조직하지는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한 선거전략이 파탄난 상황에서 진보정당으로서 대중조직과 정치조직을 아우르는 총선대책기구 건설 등을 통해 전국적인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강화의 계획을 내오지 못하였다. 그 대신 몇몇 출마지역을 중심으로 당선전략에 집중하였다. 16대 총선 전반을 거쳐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노동자 밀집지역, 출마가 가능한 곳, 전략지역에 후보를 출마한다'는 것 외에 총선투쟁 전반에 대한 전략과 전술 없이 각 지역별로 각개약진했던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갖는 나름의 성과와 가능성은 지도력의 부재 속에서도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투쟁하는 지역노동자와 활동가들의 헌신적 활동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청년좌파'라는 급진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지역 전지역구와 인천부평을에 출마했던 청년진보당의 경우 '민중헌법제정, 자본주의 폐절' 등 내용의 급진성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반신자유주의/반개혁주의/반DJ 전선운동과 결합하지 못하고 '급진적 선거주의'에 머무르고 말았다.
한편, 진보정당운동과는 다른 축으로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등 대중조직과 전국연합, 노동자의힘 등 정치조직과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신자유주의 반대·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는 <한미·한일투자협정과 WTO협상의 즉각 중단, 공기업 민영화와 기간산업 해외매각 중단/대우·쌍용차 공기업화,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개악된 통합농협법 철폐, 강제철거 중단/철거민 주거권 및 노점합법화 보장, 지역의보 국고지원 50% 약속 즉각 이행/의료보험 통합공단 즉시 확정, 대학등록금 인상 철회, 교육재정 GDP 6% 확보하여 교육공공성 보장 등> 6대 요구를 중심으로 대중투쟁과 민중연대투쟁으로 반DJ전선을 강화시켜 총선국면을 돌파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내부의 이견과 한계로 후보전술과 관련한 대응과 협조는 애초부터 배제되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노동자, 민중의 삶을 피폐화시키는 주체가 김대중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민중대회위원회는 참가단체의 조건와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반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반DJ 투쟁을 명확히 표명하지 못하는 모순을 드러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4월 1일 민중대회는 '신자유주의 반대/민중생존권 쟁취/김대중 정권 규탄'으로 대회명칭이 결정되기도 했다. 민중대회위원회는 나름의 한계 속에서도 3월 15일 '4·13 총선과 김대중 정부 중간평가' 토론회 등을 통해 민주노동당과 청년진보당 등 진보정당과의 공동의 투쟁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반신자유주의/반개혁주의/반DJ 정권이라는 공동의 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공동투쟁은 이루어내지 못했다.
총선이후 정세전망
민중운동진영의 총체적 총선투쟁전략의 부재,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의 결집실패, DJ정부의 신자유주의 개혁주체 형성에 맞선 자승자박적 대응... 결과는 DJ정권에게 개혁적 이미지와 정치적 정당성을 재부여하고, DJ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의 파트너인 시민운동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주는 효과를 낳았다. 결국 DJ정권이 총선으로 지체된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은 16대 총선의 결과인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야당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의 안정적인 성사'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고, 한축으로는 병역비리, 선거법 위반 수사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여공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또한 부패방지법, 인권법, 정치관계법 개정 등 일련의 개혁드라이브를 통해 시민운동의 개혁세력을 포용할 것이다.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경향의 시민운동세력의 지속적인 개혁요구에 발맞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개혁'이라는 허구적 개혁이미지를 통해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을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이기주의'으로 매도하며 무력화시키려 할 것이다.
여기에 이후 정세의 돌풍이 예고되는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하며 야당, 그리고 시민운동, 일부 통일운동세력을 포괄하는 거국적 동원체계를 구성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DJ정권은 이러한 '남북정상회담'과 개혁드라이브라는 두가지 조건을 충분히 활용하며, 총선으로 지체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2단계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정부의 2단계 구조조정은 주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맞추어져 있다. 재벌의 황제식·선단식 경영, 탈법적 주식·재산증여 및 상속, 탈세, 2001년부터의 총액출자제한 조치 시행, 순환출자 금지, 주주 집단소송제 도입, 단독주주권이나 집중투표제, 이사회의 외부감사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안은 OECD의 기업지배구조의 원칙에 입각해 있다.
이는 금융세계화에 부합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주주이익의 강조에 입각한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로의 재편을 의미한다. 경영의 성과는 오로지 주식에 의해 평가되고, 전문경영인은 주식가치의 상승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을 착취하는 구조, 노동자들의 주식소유를 확대함으로써 주식소유자로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과 임금의 불안정화를 용인하게 하는 구조,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재벌개혁이고 2단계 경제개혁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재벌문제의 핵심은 '소유의 사회화'와 '주식소유를 통한 경영참가'가 아니라 '노동조합투쟁과 강력한 힘에 입각한 통제'에 있는 것이다. 금융부문에서도 추진 중인 부실금융기관 정상화를 조기완료하는 한편 금융의 대형화, 겸업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 관련 법제를 정비할 것이다. 향후 은행간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금융권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노동자들의 대응이 예상된다. 또한 산업자원부는 지난 18일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 5월 법제처 심사와 6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6대 원구성이 끝나는 대로 법안을 제출한다고 한다. 전력뿐만 아니라 포철을 비롯한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대우자동차도 6월말 우선협상대상업체 선정, 2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빠르면 8월말까지 해외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민중운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민중운동진영은 DJ정권의 '남북정상회담' 국면과 개혁=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현재 민중운동진영의 과도적 공동투쟁체인 신자유주의 반대·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정치적으로 엄호하고 민중운동진영의 연대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메이데이 투쟁을 기점으로 민중대회위위회 6대 과제를 다시 한번 전민중적 과제로 전면화시키며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남북정상회담 정국에 완전히 묻히면서 집단이기주의로 역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 집권여당의 하위파트너로 투항한 한국노총과 신자유주의 개혁의 파트너인 시민운동에 대해 명확하게 비판하고 타격함으로써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개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분쇄하고 '신자유주의=DJ정권=노동자,민중의 삶의 파탄'임을 적극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시민운동에 대한 분할 견인은 말로 설득해서 참여시키는 게 아니라, 입장에 대한 명확한 비판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대응은 DJ정권의 대국민통합을 위한 야당을 포함하여 지식인, 시민운동과 통일운동 일부세력의 협력체계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방향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DJ정권이 정치적 수준에서 국가보안법, 한총련·범민련 이적단체규정 철회 등을 의제로 상정하고, 국가보안법 개정이라는 기만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하여 반DJ/반개혁주의라는 기본적 관점에서 배치되어야 한다.
남북한의 실질적 평화를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철폐, 평화협정체결, 군축, 주한미군철수등'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에 종속되어 있는 김대중 정권의 대미종속성과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폭로하며 반DJ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지금의 정세는 부문차원 또는 민중생존권 차원의 투쟁으로는 당면한 정치정세를 돌파하지 못할 정도로 현재의 민중운동진영은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민중운동진영은 시급하게 전선적 형태든, 네트워크 형태든, 정당형태든, 정치적 대항전선을 강력하게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지배진영에 의해 각개분산되거나 분할견인될 정치적 지형에 처해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민중진영의 통일전선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민중대회위원회는 당면한 4-5월 투쟁을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동시에 참여단체는 물론이고 제정당 사회단체들과 그간 민중운동진영의 활동에 대해 광범위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정치정세전망 및 민중운동진영의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들어가야 할 것이다.
16대 총선이 끝났다. 한나라당 제1당 유지(133석), 민주당 약진(115석+호남무소속 4석), 자민련 몰락(17석) 그리고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실패와 총선시민연대의 승리의 팡파레가 이번 총선의 결과다. 우리는 DJ정권이 16대 총선을 통해 개혁정국을 형성하여, 개혁이미지로 무장한 신자유주의 정당과 DJ정권의 개혁파트너로서 시민운동의 정치적 지위상승을 통해 강력한 신자유주의 개혁주체를 형성하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98년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DJ정권의 지지율은 급감하여 올초에는 20% 안팎을 맴돌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DJ정권은 반공보수주의와의 차별화 즉, 자민련과의 거리두기 그리고 386세대와 한국노총 상층인사, 시민운동 등 개혁세력의 영입을 통한 신당의 개혁이미지 조작을 진행했다. 그것이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효과가 상승되었고 병무비리조사 등 사정작업을 통해 공세적으로 개혁국면을 형성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민련의 몰락과 총선시민연대의 승리는 DJ정권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민주당은 의석수에서 한나당에 뒤지긴 했지만, 영남을 제외한 수도권, 충청, 강원 등 모든 곳에서 승리하여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승리한 원인은 한축으로는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 386세대 영입 등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했다는 것, 다른 한축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해 한잠재된 대중들의 불만, 반DJ 감정에 '지역주의'라는 효과적인 방법을 동원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민중운동진영은 이러한 총선 지형에서 어떤 실천을 벌였어야 하는가?
정치적으로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에 대한 타격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신자유주의 구조개편에 저항하는 모든 투쟁을 반DJ 투쟁으로 연결시키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명확한 비판과 타격이 필요했다. 또한 전국적인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민주노총, 청년진보당의 후보전술과 신자유주의반대·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대중투쟁을 아우르는 공동대응이 필요했던 것이다.
DJ정부의 신자유주의 개혁주체 형성에 맞선 자승자박(自繩自縛)적 대응 !
이번 총선투쟁에서 민중운동진영은 극도의 무력함을 드러냈다. 이러한 무력함은 민중운동진영의 역량의 한계에서 기인한다기보다 16대 총선지형에 대한 명확한 인식의 부재와 총체적 총선 투쟁전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금번 16대 총선을 통해 DJ정권이 일련의 개혁드라이브를 통한 신자유주의 개혁주체를 형성하려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총선시민연대에 대한 명확한 비판과 타격을 하지 않으면, 민중운동진영을 억누르고 무력화시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렇다면 일련의 개혁정국에서 민중운동진영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민주노총은 총선시민연대에 공식적으로 참가하겠다고 요청했으나, 총선시민연대측이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받아주지 않았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행보로 인해 낙선운동의 한계가 지적되는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의 일부지역지부에서는 총선시민연대의 낙선활동을 함께 벌이는 사태도 벌어졌다. 민주노동당과 청년진보당 또한 공식적인 지지표명을 했고, 민주노동당의 경우 선거법 개정과 관련하여 시민단체 정치활동 보장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던 '총선시민연대'에 1인 2표제, 공탁금 문제 등을 가지고 싸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3월 8일 민중운동의 과도적 공동투쟁체로 출범한 신자유주의 반대·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조차도 내부적인 논쟁이 있긴 했지만, 공식적인 입장표명과 명확한 비판을 유보함으로써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민중대회위원회의 기자회견이 낙선운동 지지로 표현되는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민중운동진영의 自繩自縛적인 대응은 DJ정권과 언론, 방송사의 대대적인 지원 속에 '총선시민연대'를 시민혁명의 주역으로 만들어 신자유주의적 경향의 시민운동의 세력화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했고, DJ정부가 개혁적 이미지로서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동조하는 효과를 낳았다.
민중운동진영은 총선시민연대가 지향하는 인물 위주의 낙천·낙선운동이 보수정치세력에게 면죄부를 줄 뿐, 현실의 노동자, 민중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음을 명확히 비판하고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주장했어야 했다.
총체적 총선투쟁전략의 부재, 그리고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의 결집 실패
16대 총선에서 민중운동진영은 대중조직과 정치조직,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투쟁전략이 부재했다. 민주노총과 청년진보당은 몇몇 지역의 후보전술로 국한되었고, 민중운동의 과도적 공동투쟁체인 민중대회위원회도 4월 1일 민중대회를 제외하면 자동차투쟁, 축협투쟁, 농민투쟁, 교육투쟁 등을 조정하고 엄호하는 수준 이상으로 활동을 조직하지는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한 선거전략이 파탄난 상황에서 진보정당으로서 대중조직과 정치조직을 아우르는 총선대책기구 건설 등을 통해 전국적인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강화의 계획을 내오지 못하였다. 그 대신 몇몇 출마지역을 중심으로 당선전략에 집중하였다. 16대 총선 전반을 거쳐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노동자 밀집지역, 출마가 가능한 곳, 전략지역에 후보를 출마한다'는 것 외에 총선투쟁 전반에 대한 전략과 전술 없이 각 지역별로 각개약진했던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갖는 나름의 성과와 가능성은 지도력의 부재 속에서도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투쟁하는 지역노동자와 활동가들의 헌신적 활동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청년좌파'라는 급진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지역 전지역구와 인천부평을에 출마했던 청년진보당의 경우 '민중헌법제정, 자본주의 폐절' 등 내용의 급진성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반신자유주의/반개혁주의/반DJ 전선운동과 결합하지 못하고 '급진적 선거주의'에 머무르고 말았다.
한편, 진보정당운동과는 다른 축으로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등 대중조직과 전국연합, 노동자의힘 등 정치조직과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신자유주의 반대·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는 <한미·한일투자협정과 WTO협상의 즉각 중단, 공기업 민영화와 기간산업 해외매각 중단/대우·쌍용차 공기업화,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개악된 통합농협법 철폐, 강제철거 중단/철거민 주거권 및 노점합법화 보장, 지역의보 국고지원 50% 약속 즉각 이행/의료보험 통합공단 즉시 확정, 대학등록금 인상 철회, 교육재정 GDP 6% 확보하여 교육공공성 보장 등> 6대 요구를 중심으로 대중투쟁과 민중연대투쟁으로 반DJ전선을 강화시켜 총선국면을 돌파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내부의 이견과 한계로 후보전술과 관련한 대응과 협조는 애초부터 배제되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노동자, 민중의 삶을 피폐화시키는 주체가 김대중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민중대회위원회는 참가단체의 조건와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반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반DJ 투쟁을 명확히 표명하지 못하는 모순을 드러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4월 1일 민중대회는 '신자유주의 반대/민중생존권 쟁취/김대중 정권 규탄'으로 대회명칭이 결정되기도 했다. 민중대회위원회는 나름의 한계 속에서도 3월 15일 '4·13 총선과 김대중 정부 중간평가' 토론회 등을 통해 민주노동당과 청년진보당 등 진보정당과의 공동의 투쟁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반신자유주의/반개혁주의/반DJ 정권이라는 공동의 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공동투쟁은 이루어내지 못했다.
총선이후 정세전망
민중운동진영의 총체적 총선투쟁전략의 부재,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의 결집실패, DJ정부의 신자유주의 개혁주체 형성에 맞선 자승자박적 대응... 결과는 DJ정권에게 개혁적 이미지와 정치적 정당성을 재부여하고, DJ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의 파트너인 시민운동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주는 효과를 낳았다. 결국 DJ정권이 총선으로 지체된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은 16대 총선의 결과인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야당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의 안정적인 성사'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고, 한축으로는 병역비리, 선거법 위반 수사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여공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또한 부패방지법, 인권법, 정치관계법 개정 등 일련의 개혁드라이브를 통해 시민운동의 개혁세력을 포용할 것이다.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경향의 시민운동세력의 지속적인 개혁요구에 발맞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개혁'이라는 허구적 개혁이미지를 통해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을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이기주의'으로 매도하며 무력화시키려 할 것이다.
여기에 이후 정세의 돌풍이 예고되는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하며 야당, 그리고 시민운동, 일부 통일운동세력을 포괄하는 거국적 동원체계를 구성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DJ정권은 이러한 '남북정상회담'과 개혁드라이브라는 두가지 조건을 충분히 활용하며, 총선으로 지체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2단계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정부의 2단계 구조조정은 주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맞추어져 있다. 재벌의 황제식·선단식 경영, 탈법적 주식·재산증여 및 상속, 탈세, 2001년부터의 총액출자제한 조치 시행, 순환출자 금지, 주주 집단소송제 도입, 단독주주권이나 집중투표제, 이사회의 외부감사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안은 OECD의 기업지배구조의 원칙에 입각해 있다.
이는 금융세계화에 부합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주주이익의 강조에 입각한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로의 재편을 의미한다. 경영의 성과는 오로지 주식에 의해 평가되고, 전문경영인은 주식가치의 상승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을 착취하는 구조, 노동자들의 주식소유를 확대함으로써 주식소유자로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과 임금의 불안정화를 용인하게 하는 구조,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재벌개혁이고 2단계 경제개혁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재벌문제의 핵심은 '소유의 사회화'와 '주식소유를 통한 경영참가'가 아니라 '노동조합투쟁과 강력한 힘에 입각한 통제'에 있는 것이다. 금융부문에서도 추진 중인 부실금융기관 정상화를 조기완료하는 한편 금융의 대형화, 겸업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 관련 법제를 정비할 것이다. 향후 은행간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금융권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노동자들의 대응이 예상된다. 또한 산업자원부는 지난 18일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 5월 법제처 심사와 6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6대 원구성이 끝나는 대로 법안을 제출한다고 한다. 전력뿐만 아니라 포철을 비롯한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대우자동차도 6월말 우선협상대상업체 선정, 2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빠르면 8월말까지 해외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민중운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민중운동진영은 DJ정권의 '남북정상회담' 국면과 개혁=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현재 민중운동진영의 과도적 공동투쟁체인 신자유주의 반대·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정치적으로 엄호하고 민중운동진영의 연대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메이데이 투쟁을 기점으로 민중대회위위회 6대 과제를 다시 한번 전민중적 과제로 전면화시키며 반DJ/반개혁주의/반신자유주의 전선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남북정상회담 정국에 완전히 묻히면서 집단이기주의로 역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 집권여당의 하위파트너로 투항한 한국노총과 신자유주의 개혁의 파트너인 시민운동에 대해 명확하게 비판하고 타격함으로써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개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분쇄하고 '신자유주의=DJ정권=노동자,민중의 삶의 파탄'임을 적극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시민운동에 대한 분할 견인은 말로 설득해서 참여시키는 게 아니라, 입장에 대한 명확한 비판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대응은 DJ정권의 대국민통합을 위한 야당을 포함하여 지식인, 시민운동과 통일운동 일부세력의 협력체계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방향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DJ정권이 정치적 수준에서 국가보안법, 한총련·범민련 이적단체규정 철회 등을 의제로 상정하고, 국가보안법 개정이라는 기만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하여 반DJ/반개혁주의라는 기본적 관점에서 배치되어야 한다.
남북한의 실질적 평화를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철폐, 평화협정체결, 군축, 주한미군철수등'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에 종속되어 있는 김대중 정권의 대미종속성과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폭로하며 반DJ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지금의 정세는 부문차원 또는 민중생존권 차원의 투쟁으로는 당면한 정치정세를 돌파하지 못할 정도로 현재의 민중운동진영은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민중운동진영은 시급하게 전선적 형태든, 네트워크 형태든, 정당형태든, 정치적 대항전선을 강력하게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지배진영에 의해 각개분산되거나 분할견인될 정치적 지형에 처해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민중진영의 통일전선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민중대회위원회는 당면한 4-5월 투쟁을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동시에 참여단체는 물론이고 제정당 사회단체들과 그간 민중운동진영의 활동에 대해 광범위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정치정세전망 및 민중운동진영의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