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드리워진 그림자-비즈니스모델 특허
교육과정 자체에 특허가 부여된다면?
인터넷의 급속한 확장은 '교육' 분야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아교육에서부터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기술 분야에서 인문, 사회과학 분야까지 다종다양한 교육사이트들이 개설되고 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만도 65개 학교, 15개 사이트에 이르며, 네튜니(http://www.netuni.net)와 같이 온라인에서만 운영되는 대학도 있다(2000년 3월 1일 한겨레신문).
또한 온라인 대학도 '평생교육법'에 의해서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일반 대학처럼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아직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지만, 운영의 경험이 축적된다면 교육분야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실 교육이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하고 또 원한다면 평생동안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정규교육을 마친 후 회사생활을 하면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또 경제적·지리적 조건에 따라 교육여건이 불평등하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인프라의 발전과 함께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된다면, 이러한 제약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온라인 교육은 대부분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용자가 수강신청을 하면, 학교의 수강생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될 것이다. 이용자의 요구와 수준에 따른 학습내용이 웹페이지 등의 인터넷을 통해서 이용자에게 전달되고, 일정한 시기에는 시험문제가 출제될 것이다. 이용자의 답안지는 채점되고 적절하게 평가되어 다시 이용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이 과정은 사실 대부분의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인터넷에서는 그에 맞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 대해서 특허가 부여된다면?
발빠른 삼성, "온라인 교육은 내 특허야"?
'특허'란 다른 사람이 똑같은 발명을 시행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이다. 즉 특정회사가 위와 같은 온라인 교육과정에 대해서 특허를 받는다면, 다른 회사나 단체 혹은 개인들은 온라인 교육을 같은 방법으로 실행하지 못하거나, 실행하기 위해서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한다. 로열티를 지불할 여력이 없는 경우는 교육사업을 포기해야 하며, 로열티를 지불하고 교육사업을 한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수강료에 반영이 되어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벽을 높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으로 교육사업을 실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경쟁력에서 현저히 뒤처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특허가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안타깝지만, 이미 원격교육에 대한 특허가 존재한다. 삼성전자가 취득한 '인터넷상에서의 원격교육방법 및 장치' 특허가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위 특허를 1996년 10월에 출원하여 1999년 1월에 특허권 인정을 받았다. 참으로 재빠른 삼성의 행보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000년 3월 4일, 삼성전자의 위 특허에 대해서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하였다. 즉 위 특허는 특허를 받을 자격이 없으니, 특허를 무효화해달라고 특허심판원이라는 곳에 요청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특허를 청구한 내용을 들여다 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networker.jinbo.net/nopatent/ 에서 볼 수 있다.)
[청구범위] 1.제 1항에 있어서, 상기 서버장치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접속부; 상기 접속부와 운영시스템으로부터 입력되는 데이터를 출력하는 인터페이스부; 상기 인터페이스부로부터 입력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각 장치를 동작하게 하는 운영시스템; 및 상기 운영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인터넷상에서 원격학습을 실행하며 그 학습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원격교육수단을 포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상에서의 원격교육장치.
특허법요건에 맞지도 않는 인터넷특허
위 특허에 대해서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무효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특허법 상에는 발명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으로서 고도한 것'이라고 규정되어있다. 그런데, 위 특허는 '원격교육을 위한 방법'으로서, 이것은 인간들 사이의 약속이지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 물론 교육을 위한 장치에 대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원격교육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장치이고 이 장치에 무슨 특별한 발명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특허는 특허법상의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이야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그에 맞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니 이 문제는 일단 덮어두도록 하자. 더 큰 문제는 위 특허와 같이 인터넷 상의 사업방법에 대해서 특허를 부여해준다면, 인터넷의 자유로운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상상해본 바와 같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인정해준다면,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교육이 삼성전자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어 다른 경쟁업체 및 인터넷 이용자들이 피해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당장의 경제적 피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교육이 자유롭게 활성화되는 것을 가로막아, 장기적으로 인터넷의 발전을 억누르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내용이 다소 전문적이라 일반인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특허무효심판 청구는 인터넷 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관련업계로서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삼성전자의 특허와 같은 인터넷상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커다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무효심판을 청구한 첫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화는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의도한 바이기도 한데, 즉 삼성전자의 특허만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인터넷상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대해서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고자 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발전에 대한 위협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란 정보시스템과 결합된 독창적인 비즈니스 방법에 대해서 특허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의 '원격 교육방법' 외에도 예를 들어, 구매자가 먼저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부르고 판매자들이 이를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역경매', 클릭 한번으로 온라인 쇼핑에 필요한 정보가 전달되는 '원클릭 구매', 인터넷을 이용한 광고방법 등이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해당한다. 최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출원도 급증하고 있다. 작년 1999년의 출원건수는 513건인데, 올해는 벌써 400건을 넘어서고 있으며 올말까지 2000~3000건 정도가 출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특허는 예전에는 특허가 허용되지 않았던 영역이다. 문제는 최근 정보통신이나 인터넷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특허를 부여해달라는 기업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의 자유로운 발전을 억압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진원지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이전까지는 비즈니스 관련 발명의 특허성을 부정해왔으나 1998년 여름 소프트웨어로 구현된 비즈니스 방법도 특허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State Street Bank & Trust Co. v. Signature Financial Group Inc)하였다. 그해 8월 프라이스라인사의 역경매 시스템이, 그리고 9월에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의 원클릭 구매방법이 특허를 획득하였다. 이에 대한 분쟁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데, 아마존은 경쟁회사인 반즈앤노블사가 자사의 '원클릭 구매방법'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하였다. 법원은 '참해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림으로써 일단 아마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데,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아마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http://noamazon.com). 특히 GNU/Linux의 창시자인 자유소프트웨어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의 리차드 스톨만이 이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아마존은 다른 사람들이 이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이 이 아이디어를 독점할 의사가 정말로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비판하며 이는 '일반적인 WWW와 전자 상거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한다. (이에 대한 한글 문서는 다음 사이트 참조 : http://www.gnu.org/philosophy/amazon.ko.html) 그는 아마존 불매운동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특허법 개정에 간접적인 압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문제점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문제점은 먼저 그 적용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데에 있다. 삼성전자의 '원격교육방법'을 비켜나갈 온라인 교육업체가 얼마나 있겠는가? 아마존의 원클릭 쇼핑기술은 온라인 서점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업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는 이것을 대체할 만한 여지가 너무 적어서, 특허권을 획득한 특정기업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 이는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생명인 인터넷의 가능성을 상당부분 제약할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특허를 부여할만한 가치가 있느냐하는 문제도 있다. 특허는 개발과 혁신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일종의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스톨만이 비판한 바, 아마존은 원클릭 기술을 고안하는 시간보다 특허출원서를 쓰거나 웹사이트를 실제로 구축하기 위해서, 스크립트와 웹페이지를 디자인하고 테스트하는 등의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 분야는 굳이 특허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크고 작은 아이디어로 넘쳐왔으며, 계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져 왔다.
지금까지 인터넷의 발전은 오히려 특허제도가 아니라 정보공유의 문화 때문이 아니던가?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특허의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자유프로그래밍 연맹의 자료를 참고할 만하다. http://lpf.ai.mit.edu/)
너무나 긴 특허기간의 문제도 있다. 특허권의 보호기간은 출원일로부터 20년간이다. 삼성전자의 위 특허의 경우 2016년 10월 23일에 보호기간이 만료되게 된다.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말을 들어본지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놀랄만치 빠른 기술의 발전속도로 볼 때, 20년이라는 보호기간은 '영원히'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인터넷 특허를 3년~5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특허청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가입한 TRIPs 협정에 보호기간이 20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추세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하여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인터넷과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심도깊게 연구할 생각은 않고, 그저 선진국의 흐름에 따라가겠다는 것일까? 오히려 만일 인터넷 특허가 인터넷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터넷은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생명이다
사회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특허청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특허청에서도 지난 4월 4일 '인터넷특허의 쟁점사항과 특허청의 정책방향'을 내놓았다. 특허청의 입장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터넷 특허는 허용해야 하며 우선심사대상으로 하여 조기권리화를 가능하게 하되, 다만 엄격하게 심사하여 부실한 특허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고민과 계획보다는 대내외적 압력에 밀려, 특히 거센 자본의 압력에 밀려 급조한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인터넷 특허에 대한 우려가 단지 '시장의 원리에 맡기자'라는 말로 덮어버릴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삼성전자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의 향후 일정은 당분간 삼성전자측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문서상으로 자신의 주장을 주고받게 되며, 일정기간(약 1년여)이 지나고 나면 특허심판원에서 심판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 결과는 한참 후에나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은 단지 삼성전자와 진보네트워크센터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대해 어떠한 판단이 내려지는가는 향후 인터넷의 모습을 엄청나게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인터넷을 통하여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http://networker.jinbo.net/nopatent) 인터넷의 자유를 열망하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장은 '교육' 분야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아교육에서부터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기술 분야에서 인문, 사회과학 분야까지 다종다양한 교육사이트들이 개설되고 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만도 65개 학교, 15개 사이트에 이르며, 네튜니(http://www.netuni.net)와 같이 온라인에서만 운영되는 대학도 있다(2000년 3월 1일 한겨레신문).
또한 온라인 대학도 '평생교육법'에 의해서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일반 대학처럼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아직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지만, 운영의 경험이 축적된다면 교육분야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실 교육이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하고 또 원한다면 평생동안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정규교육을 마친 후 회사생활을 하면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또 경제적·지리적 조건에 따라 교육여건이 불평등하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인프라의 발전과 함께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된다면, 이러한 제약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온라인 교육은 대부분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용자가 수강신청을 하면, 학교의 수강생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될 것이다. 이용자의 요구와 수준에 따른 학습내용이 웹페이지 등의 인터넷을 통해서 이용자에게 전달되고, 일정한 시기에는 시험문제가 출제될 것이다. 이용자의 답안지는 채점되고 적절하게 평가되어 다시 이용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이 과정은 사실 대부분의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인터넷에서는 그에 맞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 대해서 특허가 부여된다면?
발빠른 삼성, "온라인 교육은 내 특허야"?
'특허'란 다른 사람이 똑같은 발명을 시행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이다. 즉 특정회사가 위와 같은 온라인 교육과정에 대해서 특허를 받는다면, 다른 회사나 단체 혹은 개인들은 온라인 교육을 같은 방법으로 실행하지 못하거나, 실행하기 위해서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한다. 로열티를 지불할 여력이 없는 경우는 교육사업을 포기해야 하며, 로열티를 지불하고 교육사업을 한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수강료에 반영이 되어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벽을 높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으로 교육사업을 실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경쟁력에서 현저히 뒤처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특허가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안타깝지만, 이미 원격교육에 대한 특허가 존재한다. 삼성전자가 취득한 '인터넷상에서의 원격교육방법 및 장치' 특허가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위 특허를 1996년 10월에 출원하여 1999년 1월에 특허권 인정을 받았다. 참으로 재빠른 삼성의 행보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000년 3월 4일, 삼성전자의 위 특허에 대해서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하였다. 즉 위 특허는 특허를 받을 자격이 없으니, 특허를 무효화해달라고 특허심판원이라는 곳에 요청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특허를 청구한 내용을 들여다 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networker.jinbo.net/nopatent/ 에서 볼 수 있다.)
[청구범위] 1.제 1항에 있어서, 상기 서버장치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접속부; 상기 접속부와 운영시스템으로부터 입력되는 데이터를 출력하는 인터페이스부; 상기 인터페이스부로부터 입력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각 장치를 동작하게 하는 운영시스템; 및 상기 운영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인터넷상에서 원격학습을 실행하며 그 학습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원격교육수단을 포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상에서의 원격교육장치.
특허법요건에 맞지도 않는 인터넷특허
위 특허에 대해서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무효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특허법 상에는 발명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으로서 고도한 것'이라고 규정되어있다. 그런데, 위 특허는 '원격교육을 위한 방법'으로서, 이것은 인간들 사이의 약속이지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 물론 교육을 위한 장치에 대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원격교육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장치이고 이 장치에 무슨 특별한 발명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특허는 특허법상의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이야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그에 맞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니 이 문제는 일단 덮어두도록 하자. 더 큰 문제는 위 특허와 같이 인터넷 상의 사업방법에 대해서 특허를 부여해준다면, 인터넷의 자유로운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상상해본 바와 같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인정해준다면,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교육이 삼성전자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어 다른 경쟁업체 및 인터넷 이용자들이 피해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당장의 경제적 피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교육이 자유롭게 활성화되는 것을 가로막아, 장기적으로 인터넷의 발전을 억누르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내용이 다소 전문적이라 일반인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특허무효심판 청구는 인터넷 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관련업계로서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삼성전자의 특허와 같은 인터넷상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커다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무효심판을 청구한 첫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화는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의도한 바이기도 한데, 즉 삼성전자의 특허만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인터넷상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대해서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고자 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발전에 대한 위협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란 정보시스템과 결합된 독창적인 비즈니스 방법에 대해서 특허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의 '원격 교육방법' 외에도 예를 들어, 구매자가 먼저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부르고 판매자들이 이를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역경매', 클릭 한번으로 온라인 쇼핑에 필요한 정보가 전달되는 '원클릭 구매', 인터넷을 이용한 광고방법 등이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해당한다. 최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출원도 급증하고 있다. 작년 1999년의 출원건수는 513건인데, 올해는 벌써 400건을 넘어서고 있으며 올말까지 2000~3000건 정도가 출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특허는 예전에는 특허가 허용되지 않았던 영역이다. 문제는 최근 정보통신이나 인터넷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특허를 부여해달라는 기업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의 자유로운 발전을 억압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진원지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이전까지는 비즈니스 관련 발명의 특허성을 부정해왔으나 1998년 여름 소프트웨어로 구현된 비즈니스 방법도 특허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State Street Bank & Trust Co. v. Signature Financial Group Inc)하였다. 그해 8월 프라이스라인사의 역경매 시스템이, 그리고 9월에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의 원클릭 구매방법이 특허를 획득하였다. 이에 대한 분쟁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데, 아마존은 경쟁회사인 반즈앤노블사가 자사의 '원클릭 구매방법'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하였다. 법원은 '참해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림으로써 일단 아마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데,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아마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http://noamazon.com). 특히 GNU/Linux의 창시자인 자유소프트웨어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의 리차드 스톨만이 이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아마존은 다른 사람들이 이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이 이 아이디어를 독점할 의사가 정말로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비판하며 이는 '일반적인 WWW와 전자 상거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한다. (이에 대한 한글 문서는 다음 사이트 참조 : http://www.gnu.org/philosophy/amazon.ko.html) 그는 아마존 불매운동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특허법 개정에 간접적인 압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문제점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문제점은 먼저 그 적용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데에 있다. 삼성전자의 '원격교육방법'을 비켜나갈 온라인 교육업체가 얼마나 있겠는가? 아마존의 원클릭 쇼핑기술은 온라인 서점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업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는 이것을 대체할 만한 여지가 너무 적어서, 특허권을 획득한 특정기업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 이는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생명인 인터넷의 가능성을 상당부분 제약할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특허를 부여할만한 가치가 있느냐하는 문제도 있다. 특허는 개발과 혁신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일종의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스톨만이 비판한 바, 아마존은 원클릭 기술을 고안하는 시간보다 특허출원서를 쓰거나 웹사이트를 실제로 구축하기 위해서, 스크립트와 웹페이지를 디자인하고 테스트하는 등의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 분야는 굳이 특허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크고 작은 아이디어로 넘쳐왔으며, 계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져 왔다.
지금까지 인터넷의 발전은 오히려 특허제도가 아니라 정보공유의 문화 때문이 아니던가?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특허의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자유프로그래밍 연맹의 자료를 참고할 만하다. http://lpf.ai.mit.edu/)
너무나 긴 특허기간의 문제도 있다. 특허권의 보호기간은 출원일로부터 20년간이다. 삼성전자의 위 특허의 경우 2016년 10월 23일에 보호기간이 만료되게 된다.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말을 들어본지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놀랄만치 빠른 기술의 발전속도로 볼 때, 20년이라는 보호기간은 '영원히'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인터넷 특허를 3년~5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특허청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가입한 TRIPs 협정에 보호기간이 20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추세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하여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인터넷과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심도깊게 연구할 생각은 않고, 그저 선진국의 흐름에 따라가겠다는 것일까? 오히려 만일 인터넷 특허가 인터넷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터넷은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생명이다
사회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특허청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특허청에서도 지난 4월 4일 '인터넷특허의 쟁점사항과 특허청의 정책방향'을 내놓았다. 특허청의 입장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터넷 특허는 허용해야 하며 우선심사대상으로 하여 조기권리화를 가능하게 하되, 다만 엄격하게 심사하여 부실한 특허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고민과 계획보다는 대내외적 압력에 밀려, 특히 거센 자본의 압력에 밀려 급조한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인터넷 특허에 대한 우려가 단지 '시장의 원리에 맡기자'라는 말로 덮어버릴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삼성전자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의 향후 일정은 당분간 삼성전자측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문서상으로 자신의 주장을 주고받게 되며, 일정기간(약 1년여)이 지나고 나면 특허심판원에서 심판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 결과는 한참 후에나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은 단지 삼성전자와 진보네트워크센터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대해 어떠한 판단이 내려지는가는 향후 인터넷의 모습을 엄청나게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인터넷을 통하여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http://networker.jinbo.net/nopatent) 인터넷의 자유를 열망하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