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오늘'을 알려거든 그 나라의 '대학'을 보라!!
등록금 300만원 시대! 돈 없으면 교육도 없다?
올해 대학가를 가장 떠들썩하게 한 사건은 바로 등록금의 터무니없는 고액 인상일 것이다. 각 학교들은 서로의 눈치만 바라보다 2월말에서 3월초 평균 10% 가량의 등록금 인상을 고지했다. 대학별로 최저 6%, 최고 14% 가량 인상된 등록금은 그 액수만큼이나 갑작스러운 조처였기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학생들은, 작년 12월부터 진행되어 온 등록금 동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행된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조처에 반발하여 3개월째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액수를 평균적으로 따져보면, 2000학년도 신입생들의 경우 인문계열 약 230여 만원, 이공계열 약 270여 만원, 의과계열 약 310만원이 1학기 등록금으로 학교에 수납되었다. 이와 같은 액수는 IMF 이후 아직 가계가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다수 학부모들에게 있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과거 대학이 牛骨塔이란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은 바 있다지만, 이제는 牛骨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프랑스는 공짜? 우리는 300만원
잠시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해볼까? 3년전 영국에서는 그동안 무료였던 등록금을, 우리나라 한학기 등록금에도 못 미치는 한 해 100만원 정도로 인상하는 조치를 두고 대대적인 반발이 있었다. 우리는 대학등록금이 무료인 프랑스에서 수학하였던 한 교수가, 학비걱정 안하고 공부하였다는 이야기를 부러운 마음으로 듣기도 하였다. 독일의 경우에는 등록금의 80%를 국가에서 납부해준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처럼 사립대가 많은 일본과 미국 역시, 대학재정의 30-40%는 국가에서 부담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등록금 문제로 인하여 학생들이 학교 건물을 점거해야 할 정도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일까?
학생은 봉?
등록금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대학의 재정비율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부터 살펴보자.
대학의 재정은 국가 지원금, 법인 전입금, 학생납입금(신입생 입학금, 수업료, 기성회비로 구성되는 소위 등록금), 기타 수익금으로 구성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립대의 경우, 대학 재정에 있어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나 된다. 이에 비해 국가 지원금은 7% 정도, 법인 전입금 10% 내외, 기타 수익금은 3% 내외에 불과하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경우등록금이 대학재정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결과적으로 대학이 다른 경로를 통해서 대학재정이 확보되지 않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지원금은 표에서 보듯이 전체 대학재정의 7% 정도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독일 등에서 80% 가량 되는 교육관련 국가보조금의 비율과 비교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립대 비중이 높은 일본이나 미국의 30-4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게다가 국고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부제의 전국적 실시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부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교육부로부터 꼭 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교육부의 대학재정의 대부분은 국립대로, 이름있는 명문대학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해서 사립대를 책임지고 있는 재단, 즉 법인으로부터의 자금확보는 어떠한가? 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의 총자산에서 산출되는 수익금의 80%는 법인전입금으로 확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조항일 뿐, 대다수 대학에서 이 원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인이 대학에서 돈을 빼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게다가 법인의 총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또한 거기서 얼만큼의 수익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총괄적인 감사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학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과연 법인 전입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산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또한 기타 수익금은 주로 동문 후원금 등으로 구성되는 재정인데, 이 재정의 경우 특정한 목적(예를 들자면, 학교의 몇십주년 행사를 위한 기금조성 등)을 가지고 확충되는 재정이기 때문에 특별기금으로 관리되며 따라서 일상적인 대학운영을 위한 재정확충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대학의 재정확충이 총체적인 난맥상에 있기 때문에, 돈을 내지 않으면 학교로부터 퇴출당하는 학생들에게서 재정을 확충하는 악순환이 매년 계속되고 있다.
등록금 문제는 국가의 책임방기에서 기인한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단연코 국가가 쥐고 있다. 국민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육환경 보장을 위해, 그리고 모든 학문이 골고루 육성되기 위해 일정정도의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각 교육기관이 대학구성원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는 것도 국가의 몫이다.
하지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대한민국 정부는 1989년 대학자율화 조치를 취하면서 재정확보를 사립대에 일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교육재정규모를 1997년 GNP대비 4.6%에서 1999년 4.3%로 축소하였다. 그리고 BK21 사업에서 알 수 있듯이, 돈이 되는 학문 그리고 우수한 대학에만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공표하였다. 게다가 1990년대 이래 끊이지 않던 사립대 재단의 비리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고 있다. 그리고는 각 대학재정 확보의 한 통로인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학부제 실시·교수 연봉제 및 업적평가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실시 정도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은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불러일으킨다. 1998년 광주예술대, 한려대 등 4개 대학의 퇴출결정에서 알 수 있듯이 경쟁과 효율의 원칙에 입각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은, 위계서열화된 현재의 대학구조에서 학생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대학의 재정악화를 낳는다. 그리고 대학의 민주화와 재정운용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우리의 대학구조를 생각할 때, 대학의 각종비리를 조장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그 피해는 모두 고액의 등록금을 납부하고 졸업 후에 사회적 기여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로부터 외면받는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등록금이 인상되어도 좋아진 것 하나도 없다'는 학생들의 불만은 결과적으로 국가의 교육에 대한 책임방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대정부·대국가 투쟁으로의 교육투쟁의 전화를 위하여-전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올해 등록금 투쟁에 있어 가장 큰 소득은 바로 교육투쟁(특히 등록금 투쟁)의 관점이 상당부분 수정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995년 학부제가 도입된 이후, 교육사안과 관련한 국가의 책임성에 대해 언급되기 시작했고 1996년 3.28-29 한총련 총궐기를 통해 교육재정 문제에 대한 최초의 대국가 대학연대투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문제를 포함한 교육사안에 대한 투쟁들은 대학 내의 경제투쟁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 등록금 투쟁은 등록금 인상의 사회적 맥락을 짚어내면서 국가의 교육재정 확충을 핵심적인 과제로 제기하여, 등록금 투쟁이 정치투쟁으로 전화되는 하나의 계기를 발견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특히, 전사회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맥락 하에서 학부제 실시-BK21 사업 시행-올해의 국공립대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대학의 구조조정의 양상을 바라볼 때, 대학 내의 교육사안이 결코 대학 안에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점점 줄어드는 국가 교육재정은 사회복지예산의 축소와 맞물려 국민기본권에 대한 국가책임 방기로 이해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현재의 교육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에 맞서 대학 구성원을 넘어 노동자, 민중까지 전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누군가 그랬다. 한 나라의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대학을 보라고... 그렇지만, 이제 그 말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오늘'을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대학을 보라고! 전사회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각축장으로 방치되고 있는 대학의 오늘에 대해 투쟁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겐 더 이상의 희망도 없을 것이다.
※등록금을 둘러싼 또다른 이야기 하나 -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이월적립금※
각 대학당국은 등록금 인상의 이유로 '돈이 없어서' 즉 재정부족을 이야기한다. 국고 보조금의 감소 그리고 뚜렷이 재정확보의 경로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납득할만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전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자료에 다르면 각 대학별로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에 이르는 이월적립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월적립금이란, 그 전 해 사용하고 남은 대학의 재정을 말한다. 학생 일인당 평균등록금을 3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러한 액수는 학생 1000여명 정도의 등록금의 액수를 상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적립금의 사용내역은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재정부족의 원인과 이월적립금 관련 사항을 밝히지 않은 채, 단지 재정부족을 이유로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늘이는 정책과 더불어서 사립대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보완 또한 시급히 요구된다.
※등록금을 둘러싼 또다른 이야기 하나 - 등록금 예고제※
교육부는 올해 각 대학들에서 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지난 2월 6일 등록금 사전예고제의 도입을 각 대학에 권고하였다. 이에 서울대 및 동국대에서는 3월 22일, 2001학년도부터 등록금 사전예고제를 실시할 것을 발표했다.
등록금 사전예고제는 대학에 입학할 때 신입생들에게 재학 4년 간의 등록금 총액을 공지하여 이에 대한 일종의 '서약'을 받는 것이다. 등록금 총액은 4년 동안의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적자예산을 결코 짜지 않는 대학들의 전례로 미루어보아, 인상된 등록금이 고지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입학할 때 서약을 한 신입생들로서는 등록금의 인상에 반대를 할 수 없게 되어 학생들의 권리를 더욱 축소시키는 방안인 것이다.
등록금 예고제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등록금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가의 책임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대학당국과 학생들만의 문제로 축소시킨다는 점이다. 등록금 예고제는 등록금을 둘러싼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 단지 미봉책에 불과하다.
올해 대학가를 가장 떠들썩하게 한 사건은 바로 등록금의 터무니없는 고액 인상일 것이다. 각 학교들은 서로의 눈치만 바라보다 2월말에서 3월초 평균 10% 가량의 등록금 인상을 고지했다. 대학별로 최저 6%, 최고 14% 가량 인상된 등록금은 그 액수만큼이나 갑작스러운 조처였기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학생들은, 작년 12월부터 진행되어 온 등록금 동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행된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조처에 반발하여 3개월째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액수를 평균적으로 따져보면, 2000학년도 신입생들의 경우 인문계열 약 230여 만원, 이공계열 약 270여 만원, 의과계열 약 310만원이 1학기 등록금으로 학교에 수납되었다. 이와 같은 액수는 IMF 이후 아직 가계가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다수 학부모들에게 있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과거 대학이 牛骨塔이란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은 바 있다지만, 이제는 牛骨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프랑스는 공짜? 우리는 300만원
잠시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해볼까? 3년전 영국에서는 그동안 무료였던 등록금을, 우리나라 한학기 등록금에도 못 미치는 한 해 100만원 정도로 인상하는 조치를 두고 대대적인 반발이 있었다. 우리는 대학등록금이 무료인 프랑스에서 수학하였던 한 교수가, 학비걱정 안하고 공부하였다는 이야기를 부러운 마음으로 듣기도 하였다. 독일의 경우에는 등록금의 80%를 국가에서 납부해준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처럼 사립대가 많은 일본과 미국 역시, 대학재정의 30-40%는 국가에서 부담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등록금 문제로 인하여 학생들이 학교 건물을 점거해야 할 정도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일까?
학생은 봉?
등록금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대학의 재정비율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부터 살펴보자.
대학의 재정은 국가 지원금, 법인 전입금, 학생납입금(신입생 입학금, 수업료, 기성회비로 구성되는 소위 등록금), 기타 수익금으로 구성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립대의 경우, 대학 재정에 있어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나 된다. 이에 비해 국가 지원금은 7% 정도, 법인 전입금 10% 내외, 기타 수익금은 3% 내외에 불과하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경우등록금이 대학재정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결과적으로 대학이 다른 경로를 통해서 대학재정이 확보되지 않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지원금은 표에서 보듯이 전체 대학재정의 7% 정도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독일 등에서 80% 가량 되는 교육관련 국가보조금의 비율과 비교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립대 비중이 높은 일본이나 미국의 30-4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게다가 국고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부제의 전국적 실시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부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교육부로부터 꼭 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교육부의 대학재정의 대부분은 국립대로, 이름있는 명문대학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해서 사립대를 책임지고 있는 재단, 즉 법인으로부터의 자금확보는 어떠한가? 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의 총자산에서 산출되는 수익금의 80%는 법인전입금으로 확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조항일 뿐, 대다수 대학에서 이 원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인이 대학에서 돈을 빼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게다가 법인의 총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또한 거기서 얼만큼의 수익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총괄적인 감사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학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과연 법인 전입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산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또한 기타 수익금은 주로 동문 후원금 등으로 구성되는 재정인데, 이 재정의 경우 특정한 목적(예를 들자면, 학교의 몇십주년 행사를 위한 기금조성 등)을 가지고 확충되는 재정이기 때문에 특별기금으로 관리되며 따라서 일상적인 대학운영을 위한 재정확충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대학의 재정확충이 총체적인 난맥상에 있기 때문에, 돈을 내지 않으면 학교로부터 퇴출당하는 학생들에게서 재정을 확충하는 악순환이 매년 계속되고 있다.
등록금 문제는 국가의 책임방기에서 기인한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단연코 국가가 쥐고 있다. 국민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육환경 보장을 위해, 그리고 모든 학문이 골고루 육성되기 위해 일정정도의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각 교육기관이 대학구성원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는 것도 국가의 몫이다.
하지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대한민국 정부는 1989년 대학자율화 조치를 취하면서 재정확보를 사립대에 일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교육재정규모를 1997년 GNP대비 4.6%에서 1999년 4.3%로 축소하였다. 그리고 BK21 사업에서 알 수 있듯이, 돈이 되는 학문 그리고 우수한 대학에만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공표하였다. 게다가 1990년대 이래 끊이지 않던 사립대 재단의 비리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고 있다. 그리고는 각 대학재정 확보의 한 통로인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학부제 실시·교수 연봉제 및 업적평가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실시 정도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은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불러일으킨다. 1998년 광주예술대, 한려대 등 4개 대학의 퇴출결정에서 알 수 있듯이 경쟁과 효율의 원칙에 입각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은, 위계서열화된 현재의 대학구조에서 학생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대학의 재정악화를 낳는다. 그리고 대학의 민주화와 재정운용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우리의 대학구조를 생각할 때, 대학의 각종비리를 조장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그 피해는 모두 고액의 등록금을 납부하고 졸업 후에 사회적 기여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로부터 외면받는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등록금이 인상되어도 좋아진 것 하나도 없다'는 학생들의 불만은 결과적으로 국가의 교육에 대한 책임방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대정부·대국가 투쟁으로의 교육투쟁의 전화를 위하여-전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올해 등록금 투쟁에 있어 가장 큰 소득은 바로 교육투쟁(특히 등록금 투쟁)의 관점이 상당부분 수정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995년 학부제가 도입된 이후, 교육사안과 관련한 국가의 책임성에 대해 언급되기 시작했고 1996년 3.28-29 한총련 총궐기를 통해 교육재정 문제에 대한 최초의 대국가 대학연대투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문제를 포함한 교육사안에 대한 투쟁들은 대학 내의 경제투쟁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 등록금 투쟁은 등록금 인상의 사회적 맥락을 짚어내면서 국가의 교육재정 확충을 핵심적인 과제로 제기하여, 등록금 투쟁이 정치투쟁으로 전화되는 하나의 계기를 발견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특히, 전사회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맥락 하에서 학부제 실시-BK21 사업 시행-올해의 국공립대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대학의 구조조정의 양상을 바라볼 때, 대학 내의 교육사안이 결코 대학 안에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점점 줄어드는 국가 교육재정은 사회복지예산의 축소와 맞물려 국민기본권에 대한 국가책임 방기로 이해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현재의 교육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에 맞서 대학 구성원을 넘어 노동자, 민중까지 전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누군가 그랬다. 한 나라의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대학을 보라고... 그렇지만, 이제 그 말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오늘'을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대학을 보라고! 전사회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각축장으로 방치되고 있는 대학의 오늘에 대해 투쟁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겐 더 이상의 희망도 없을 것이다.
※등록금을 둘러싼 또다른 이야기 하나 -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이월적립금※
각 대학당국은 등록금 인상의 이유로 '돈이 없어서' 즉 재정부족을 이야기한다. 국고 보조금의 감소 그리고 뚜렷이 재정확보의 경로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납득할만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전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자료에 다르면 각 대학별로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에 이르는 이월적립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월적립금이란, 그 전 해 사용하고 남은 대학의 재정을 말한다. 학생 일인당 평균등록금을 3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러한 액수는 학생 1000여명 정도의 등록금의 액수를 상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적립금의 사용내역은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재정부족의 원인과 이월적립금 관련 사항을 밝히지 않은 채, 단지 재정부족을 이유로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늘이는 정책과 더불어서 사립대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보완 또한 시급히 요구된다.
※등록금을 둘러싼 또다른 이야기 하나 - 등록금 예고제※
교육부는 올해 각 대학들에서 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지난 2월 6일 등록금 사전예고제의 도입을 각 대학에 권고하였다. 이에 서울대 및 동국대에서는 3월 22일, 2001학년도부터 등록금 사전예고제를 실시할 것을 발표했다.
등록금 사전예고제는 대학에 입학할 때 신입생들에게 재학 4년 간의 등록금 총액을 공지하여 이에 대한 일종의 '서약'을 받는 것이다. 등록금 총액은 4년 동안의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적자예산을 결코 짜지 않는 대학들의 전례로 미루어보아, 인상된 등록금이 고지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입학할 때 서약을 한 신입생들로서는 등록금의 인상에 반대를 할 수 없게 되어 학생들의 권리를 더욱 축소시키는 방안인 것이다.
등록금 예고제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등록금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가의 책임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대학당국과 학생들만의 문제로 축소시킨다는 점이다. 등록금 예고제는 등록금을 둘러싼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 단지 미봉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