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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7/8.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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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반전운동(1) '의지연합'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동맹국 호주

호주 반전운동가의 전망

안나 샘슨 | 시드니 반전연합 활동가
*편집자 註 : 지난 수년간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반전운동을 활성화시켰다. 미국 헤게모니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어느 때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반전·대안세계화운동'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구 곳곳에서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제적 반전운동의 일부로서 이라크 파병반대 운동을 중심으로 반전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월간 사회운동>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반전운동을 살펴봄으로써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 호주를 시작으로 하여 앞으로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의 반전운동을 실을 예정이다.
이 글을 보내온 필자는 호주의 '시드니 반전연합(Stop the War Coalition Sydney)'에서 일하는 활동가다. (홈페이지 http://www.StopWarCoalition.org 참조) 이 글에 표현된 내용은 시드니 반전연합 전체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다음과 같다: anna@puzzling.org



*번역 : 정영섭 | 반전팀

종종 우리가 잊고 있지만 '의지연합'의 동맹국임을 자랑으로 여기는 나라인 호주 정부는 2002년 이라크 침공계획이 공개된 이래 전쟁과 점령의 특징인 더러운 정치와 학살에 몰두해왔다. [역주 - 미국은 이라크 침공 개시 전부터 이미 '의지연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국제법이나 유엔, 나토와 같은 국제질서에 결박당하지 않고 자신의 이해와 의지에 따라 쟁점별로 유연하게 동맹체제를 구축할 것을 천명했다.]
호주 군대는 미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동맹군들과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해 뻔뻔스럽게도 그들의 순찰차 옆면에 캥거루 그림을 그려 놓은 채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들은 집단적으로 작전을 펼칠 뿐 아니라, 미군이 지휘하는 팔루자 학살작전에 참여한 특수작전부대 등에 개인들이 비밀리에 참여하여 작전을 펼치고 있다.
호주 군대는 이라크전쟁 참여를 온건하고 제한된 것으로 묘사하고 싶어한다. 파병군인 수 850여 명이 숫자상으로 적어 보여도 점령에 대한 참여와 그것이 초래한 비참한 상황에 대한 호주 군대의 진정한 책임의 범위를 속일 수 없다. 예컨대, 호주 군대는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구금자들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취급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지독한 사진들이 주류언론에 뿌려지기 몇 달 전에 국제적십자가 학대 사실을 밝혔는데도 그것을 옹호했다.

호주군대의 조지 오케인 소령은 미군 심문 기술의 '합법성'에 대해 자문을 해주면서 바그다드에서 6개월 간 법률장교로 근무했다. 그는 수용소 간수들과 조사관들에게 자문을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십자의 우려 표명에 대해서도 제네바협약이 아부 그라이브 수감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답변을 작성하기도 했다. 오케인은 미군에 파견된 6명의 호주장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들은 학대 사진들이 알려지기 전에 수용소를 방문했다. 오케인은 국제적십자의 우려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여 자신의 활동에 대한 주간 보고서를 호주 정부에 제출했다. 호주 국방부 소속의 다른 장교들 또한 오케인의 보고서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이들이 제네바협약과 전쟁범죄조사위원회를 철저하게 우롱했다는 것이 호주 군대의 진정한 책임을 밝히는 데 충분치 않다면, 호주에 기반을 둔 패트릭스(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이며 노조파괴 기술로 유명하다)와 ANZ은행과 같은 기업들이 이라크 사회의 기반시설 복구에 쓰여야 할 얼마 되지 않는 돈까지 등쳐먹는 "재건" 하청계약을 확보했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전쟁이 계속해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이라크 파병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군대를 철수하는 나라들이 늘어가지만 호주 정부는 오히려 전쟁에 대한 기여를 늘렸다. 2004년 말 존 하워드 수상은 재선하자마자 450명의 군대를 이라크에 추가 파병했다. [역주 - 호주의 집권보수정당인 자유-국민 연립당은 2004년 11월 총선의 승리를 통해 말콤 프레이저 정부 이래로 20년 만에 연방의회의 상하 양원을 장악했다.] 이는 호주 국민 60% 이상의 의견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었다. 하워드는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무시하고 반전운동을 '폭도'라고 불렀다. 그는 다른 국가의 철군을 보충하기 위해 호주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라크 민중의 요구가 아니라) 파병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라크 전쟁과 점령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은 지난 3년 반 동안 부침을 겪었지만 항상 다수를 차지했다. 2002년 후반과 2003년 초반의 몇몇 여론조사는 거의 90%가 이라크 침략전쟁 동참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5명당 1명 꼴로 거리로 나온, 호주 역사상 가장 거대한 대중시위가 침략 직전에 개최되었다. 인구가 적고 분산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보수적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성과였다.
광범위한 대규모 시위를 반영하는 지역적 행동들과 함께 수많은 지역 평화단체들이 전국에 생겨났다. 미술 전시회, 도로봉쇄, 콘서트, 공개포럼, 영화상영, 저명인사들의 고발, 호주의 상징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돛 모양 가운데 하나에 '전쟁반대'라고 쓴 행동 등은 호주의 이라크전쟁 참여에 대한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대응들이었다. 침공 이후 이러한 행동 가운데 일부는 잦아들었지만 호주의 반전운동과 광범위한 정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

호주 반전운동의 최전선에 '시드니 반전연합'이 있다. 이는 호주에서 매우 큰 규모의 반전단체로는 아마도 유일한 것이다. 반전연합은 호주 정부가 이라크 침략전쟁을 수행하고 있지만 전쟁과 점령, 미래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지속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개인들과 단체들이 2003년에 결성한 조직이다. 반전연합의 목표는 더욱 광범위하다. 반전연합은 시민적 권리의 억압, 무슬림과 아랍인에 대한 비난, 군사지출 증가, 군사기지 확대, 관타나모 기지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조직적인 인권침해를 낳고 있는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 반격하기 위해 구성되었다.
그러나 호주 반전운동은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호주의 특유한 상황과 관련된 것이며 다른 과제들은 세계 반전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동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라크 점령을 대중적인 의제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전쟁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에도 놀랄 만큼 흘러 넘쳤던 반전여론은 민중들의 의식 속에서 전쟁이 핵심 이슈로 유지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는 호주에서 상업적 언론들을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중요한 성과다.

전쟁에 찬성하는 하워드 정부의 재선, 이러한 강경 정책에 대한 제1야당[역주 - 노동당]의 대안마련 실패, 노동자의 권리, 난민에 대한 대우, 환경파괴와 같은 영역에서 후퇴하는 수많은 정책에 대해 싸워야할 필요성 등은 현재 이라크 점령에 대한 쟁점이 사라지도록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사주의와 이러한 투쟁들의 연관관계를 부각하는 것은 반전운동에 달려 있다. 또한 임금삭감, 공공서비스 파괴, 열화우라늄 사용, 난민 탄압 등이 지정학적 지배를 위한 더 광범위한 정치적, 경제적 징후이며 이라크 점령이 그 핵심 부분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역시 반전운동에 달려 있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운동들과 결합하면서 반전운동은 이라크 군사점령이라는 근본 이슈를 넘어 포커스를 넓혀야 한다. 우리는 원조활동과 군사행동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현실, 군사작전의 사유화, 경제적 세계화와 군산복합체, 종군 언론, 모병정책 등과 같은 점령의 장기적 결과들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다른 지역의 군사점령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프가니스탄은 완전한 반인도적 재앙으로 판명되었고, 이는 이라크에서 벌어질 결과나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선제공격의 전망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준다.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팔레스타인 점령과 그에 대한 확고한 저항은 이라크의 역사적,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많은 점에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 맥락에서 더욱 특별한 문제는 호주 제국주의가 동남아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호주는 군대와 경찰을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제도에 주둔시키고, 나우루에 호주 난민수용소를 건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단결된 운동의 필요성이다. 호주는 침략 이전에 반전운동의 전반적인 분열을 경험하였다. 한쪽에는 호주 군대 철수와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점령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 (주로 사회주의자, 자율주의자, 환경주의자, 지역 평화단체, 일부 정당). 시드니에서는 이러한 이들이 반전연합을 만들었다. 다른 한쪽에는 호주 군대를 지지해야 하고 이라크 문제에 대한 '유엔결의안'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 (주로 노조 관료, 교회, 호주공산당이 대표하는) 보수적인 반전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외국군 주둔에 대한 이라크 민중의 솔직한 반대가 더욱 명백해지고 점령이 초래한 폭력이 더욱 심각해지며 유엔의 지속적인 경제제재가 침략과 점령에 결부되면서, 이러한 보수적 운동들은 점차로 이라크 점령 중단 요구에 동참하는 입장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점령에 대한 두 진영의 입장이 유사하고 반전연합이 운동의 단결을 추진하고자 반복적이고 구체적으로 시도했지만 이러한 제안은 철저하게 거부되었다. 그러나 전쟁에 반대하여 운동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광범위한 정치적 프로젝트 속에서 일부 차이점이 있어도 전쟁에 반대하는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운동을 창출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입장의 공통성을 세워야 한다는 것은 거의 판에 박힌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각자의 정치적 강령, 연대운동 단체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활동이나 주장을 희생하지 않고도 달성할 수 있다.

호주의 반전운동을 재건함에 있어 아마도 우리들의 가장 큰 과제는 전쟁상황을 국내로 가져와서 점령을 끝나게 할 정치적 비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제 이라크 현장상황에 대한 부족한 언론보도 (미국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했다는 것이나 알-자지라 사례처럼 많은 이들이 이라크 밖으로 쫓겨났다는 단순한 보도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팔루자와 여러 지역에서 벌어진 군사작전에 대한 언론통제, 상업언론의 자기검열과 군대에서 나오는 자료에 대한 의존 등은 이라크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부족하게 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엄청난 전쟁의 참상에 대해 호주가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 잘 모르므로 전쟁참여에 대해 어느 정도 자족케 했다는 사실이다. 모든 진보적 운동처럼, 반전운동도 이러한 주류언론의 지배와 전통적인 의회정당이 채택한 빈약한 입장에 대항하기 위해 대안언론을 육성하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의 메시지를 호주 정부가 무시한 것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경악했지만, 각국 정부가 이러한 방식으로 표출된 분노를 기꺼이 무시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한번의 항의시위와 전쟁에 대한 전체적인 반감은 훌륭한 일이지만 충분치는 않다. 이라크 점령은 정치적 비용이 증가하여 이를 입안한 지배자들이 이 정책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해야만 끝날 것이다. 호주 반전운동은 반드시 현재 우리의 활동을 완수하고 정치적 위기를 촉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직접행동을 전개해야만 한다.
호주 내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으로 반전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과제들은 때때로 우리를 주춤하게 하지만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반전운동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많은 문제들 중에서도 전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다우닝 스트리트 메모[역주 - 영국 블레어수상의 법률자문단들이 이라크 전쟁 이전에 전쟁의 불법이라고 조언한 메모로서 최근에 밝혀졌다]는 이라크 점령의 '진실'이 우리의 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일 뿐이다. 아무리 많은 전쟁기구들이 정치선전을 해도 전쟁의 영구화를 위해 전쟁의 참상이나 근본이유를 없앨 수는 없다.
또한 반전운동을 조직하는 우리들은 이미 전쟁에 반대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풀뿌리운동을 (다시) 세우는 토대를 많이 쌓아 놓았다. 우리는 민중 대다수를 정치화했고 이로써 전쟁에 대한 민중들의 개인적인 경멸을 더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운동의 진정한 국제적 성격일 것이다. 시드니 반전연합은 한국과 세계의 동지들의 활동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미국의 군사헤게모니와 그것을 지탱하는 사회경제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폭력적 활동이 세계적인 것처럼, 이에 대한 우리의 저항 역시 세계적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인식한다. 우리는 실로 모든 곳에 존재하며 우리의 힘은 이러한 분권과 연대로부터 나온다. 우리의 실천, 국제주의, 보편성은 마침내 이라크 점령과 군사적 억압을 끝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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