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좌파운동의 세 번째 물결
남미 좌파운동의 세 번째 물결1)
제임스 페트라스·티모시 F. 하딩
*번역: 윤 여 협(회원)
라틴아메리카에서 신자유주의 지배는 한편으로는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의 증가와 다른 한편으로 혁명적 좌파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강조하는 분석은 동반한다.
많은 필자들은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지배와 ‘세계화’는 급진적 좌파를 시대에 뒤떨어지게 만들었다고 논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소비에트 시대 공산주의의 붕괴, 1980년대 게릴라운동의 소멸, 수많은 좌파운동 조직들의 자유민주적 정치운동으로의 전환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분석은 유효성이 없다. 오늘날 라틴아메리카는 이전 좌파운동의 형태와 구별될 뿐만 아니라 자율적이고 새로운 혁명적 좌파가 부활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 여기서 새로운 혁명적 좌파와 이전의 좌파를 구별하는 것은 이러한 주장에 실체를 부여하고 강조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우리는 분석을 위해 남미 좌파의 세 번의 물결을 구별할 수 있다. 첫 번째 물결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의 운동이며, 두 번째 물결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의 운동이다. 세 번째 물결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운동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좌파운동은 라틴아메리카의 군사독재와 미국의 저강도전쟁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압살 당했고 일부는 체제에 흡수되었다. 당시 칠레 사회주의자들은 현재 극단적 자유주의 체제의 하위 파트너이다. 베네주엘라의 <사회주의운동>(MAS) 지도자인 테오도로 페트코프는 국제화폐기금(IMF)이 권장하는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하였고, 볼리비아의 <혁명적 좌파운동>(MIR)은 전임 우익 독재자인 휴고 반제르와 동맹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마약자본이 돈 세탁을 하는 데 깊이 연루되어있다. 이 세대는 거의 예외 없이 비판적 활동가의 기준이 되는 운동성을 상실하였고, 그 구성원들은 새로운 대중봉기를 진압하는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좌파운동의 두 번째 물결은 니카라과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 엘살바도르의 <파라분도마르티민족해방전선>(FMLN), 브라질 <노동자당>(PT), 과테말라의 <혁명적민족연합>(UNRG)이 주도한 운동으로서 중앙아메리카와 브라질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시장과 선거정치의 요구에 부합하는 운동을 시작하였다.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의 핵심 지도자들은 우익 차모로(Chamorro) 체제와 동맹을 맺고 민중의 저항을 압살했으며, 멕시코의 전임 대통령인 카를로스 살리나스와 연계를 맺고 과거 조직의 지도자들이 공직기간 동안 획득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싸웠다. 이들은 기껏해야 선거주의적 전망을 갖는 개혁주의자들이다. 1999년 대통령선거에서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의 후보자는 어떠한 구조개혁(남미에서 구조개혁의 문제는 원래 부패하고 매판적인 사회경제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좌파가 제기했음 - 역자)에도 반대하는 자본주의 현대화 강령을 제안하였다. 과테말라의 UNRG는 조직을 서둘러 합법화하고 몇 개의 국회의석을 획득하기 위해 선거정당을 조직하였으며, 소농의 사회적 요구와 인권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무시하였다. 브라질의 노동자당은 개혁프로그램과 대중 지지기반을 보유했지만 “재분배적” 접근을 옹호하는 급진적 사회경제적 요구들을 사실상 방기하였다. 멕시코의 <민주혁명당>(PRD)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널리 수용하였고, 1980년 이전 공식정당들의 부르주아 인민주의 연합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마디로 1980년대의 혁명주의자들은 1990년대에 선거 개혁주의자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과거 혁명주의 그룹들은 상파울로 포럼의 다수를 구성하는 다른 선거 야당 그룹들과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느슨한 연합에 참가하게 되었다. 과거 혁명주의자들과 선거연합들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악영향들을 비판하고 가난한 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주장을 하였지만 부의 토대와 이를 지탱하는 국제적 금융연계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하지 않고 있다. 정당들과 [선거]연합들 중 그 누구도 사회주의적 대안을 진지하게 제기하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그들은 자본주의 위기와 수탈의 효과를 완화하는 규제 메커니즘으로서 국가를 재도입하자고 제안할 뿐이다.
남미 좌파의 두 번째 물결이 지닌 기본적인 약점은 토지 보유와 자본 소유관계에 대한 급진적 변혁의 요구, 은행 및 대외무역 통제에 대한 요구를 버리면서 우익과 타협하려는 경향이다. 그들은 무력한 의회 내 반대 세력으로서 기능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혹평과 비난으로 그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점차 대중적 토대로부터 분리되고 현상유지에 만족하는 보수적 모습을 드러내면서 두 번째 남미 좌파는 선거 캠페인과 떨어진 대중투쟁에 개입할 수 없거나 이를 내켜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민주혁명당>의 쿠아우테목 카르데나스가 멕시코시티 선거에서 승리하고 그 후 집권을 통해 그에게 투표한 중요한 지지세력들에게 혼란을 주고 지지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사실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같은 시기에 브라질 <노동자당>이 집권한 포르투 알레그레 시 정부는 예산배정 우위를 공식화하면서 기층의 농민에 기초하여 효과적인 도시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사회적 기반을 성공적으로 강화하고 확장하였다.
남미 좌파의 세 번째 물결은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결과와 기존 중도 좌파 선거정당과 선거연합체들의 무능력·무책임에 대한 대응으로서 일어났다.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 세 번째 물결은 선거기간 전후를 경과하는 동안에도 선거정치보다 직접행동을 우위에 두는 운동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토지, 공공건물, 공장, 관청을 점거하면서 자율적인 자기통치를 위한 권력중심을 세워냈다. 이들은 2세대 운동의 권위주의적이고 제한적인 선거정치의 외부를 조직함으로서 사회구성원들의 생활에 기초한 즉각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남미좌파운동의 세 번째 물결은 브라질의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MST),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파라과이의 <전국농민연맹>, 볼리비아의 <코칼레로스(코카재배농민을 가리킴 - 역주)소농연맹>, 에콰도르의 <전국노동자농민연합>(FENOC),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아르헨티나의 반체제지역 노동조합·시민운동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물결은 기존 중도좌파와 선거야당들과는 구별되는 몇몇 사회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회정치운동들은 소작농들, 인디안들, 소농민들, 무토지농업노동자 등을 중심으로 농촌에 기원을 둔다. 에릭 홉스봄과 같은 관찰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농촌 노동력의 상대적 쇠퇴가 정치적 구성요소로서 소농을 소멸시키지 못했다. 반대로 그들은 새로운 사회정치적 운동에서 가장 중심에 있다. 오늘날 소농과 농업 노동자운동의 지도자들은 과거 운동의 지도자들과는 매우 상이하다. 그들은 훨씬 단련되었고, 국제주의자이며, 도시의 정치 정당들로부터 독립적으로 운동을 조직할 수 있다. 그들은 국제회의들에 참가하고 전국적 논쟁에 개입하며 자신의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들은 동등한 입장에서 도시의 운동들, 노동조합, 선거정당들과 협상한다. 새로운 운동의 성장과 응집력은 운동 지도자들의 지도력과 직접행동의 정치가 지닌 역동적 매력과 농촌에서 운동을 불러일으키는 신자유주의 정책수단들의 극단적 약탈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일단 남미좌파운동의 세 번째 물결은 정치방식에서 중도좌파 선거연합과 다르다. 즉 결과에 반응하는 대신 새로운 운동은 “(정치적) 현실을 야기하고 있다.”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은 미경작된 거대한 토지를 점거하고, 사파티스타는 일당지배 국가(멕시코에서 <제도혁명당>(PRI)의 70여 년에 걸친 장기집권을 가리킴 - 역자)의 과도한 중앙집권주의에 대항하여 자기-통치의 공동체를 조직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코칼레로스는 중앙체제와 독립적으로 생산과 분배의 연계망을 세웠으며. 콜롬비아 <무장혁명군>과 <민족해방군>(ELN)는 콜롬비아 지역의 40%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에콰도르의 소농-인디오 운동은 대통령 압달라 부카람을 부패 책임을 물어 퇴임시키고, 후임 대통령이 IMF 자유시장 의제를 실행하려는 시도를 저지하였다. 오늘날 사회정치운동들은 거시적 사회경제 구조를 변혁하는 투쟁을 전개할 뿐만 아니라 대중 계급들의 직접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들을 제출하고 있다.
무능한 소수자로서 전통적 중도좌파 선거 정치인들은 영원히 새로운 선거만 기다리는 반면 인민계급 다수의 지지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정치운동은 사회를 바꾸는 과정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있다.
소수의 중간계급 전문가들이 계획을 세우고 수직적 결정구조를 통해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결정하는 1980년대 게릴라운동 방식과는 달리 새로운 사회정치운동은 대중 총회, 협의회, 기층 성원에 대한 책임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산디니스타-FMLN-UNRG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정부와의] 평화협정에 대한 거부이며, 과거 게릴라조직 지도자들과 중간계급 간부들이 선거를 통한 지위상승을 노리며 인민계급의 즉각적인 요구를 무시하고 선거주의로 이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다. 새로운 사회정치운동은 과거의 전달 모형(대중운동은 정당의 지침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관이라는 관념 - 역자)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정당에 대해 독립적이다. 그들은 스스로 새로운 운동들 간에 동맹을 맺으며, 선거정당들을 지지할 수 있으나(MST는 종종 진보적인 PT당 후보를 지지한다), 그 결정은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 투쟁을 제한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회정치적 운동의 수많은 지도자들 나이는 대부분 20세에서 35세 사이다. 그들은 새로운 세대로서 종파적인 이데올로기 갈등과 이전 [운동]세대를 향한 충성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들은 민족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되었고, 그들의 국제적 연계는 자유로운 연합과 교환, 연대에 기초하고 있다. 외부의 ‘혁명 중앙’으로부터 ‘계시’는 없다. 구성원 다수는 인민계급 출신이며(외부 전문가들이 아니다) 스스로 단련되었다.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은 ‘전위’가 아니라 ‘운동의 재원’으로서 참여한다.
사회정치운동들은 부문적 개혁을 넘어서서 민족적 변혁에 이르는 광범위한 의제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지역으로부터 전국적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점차 그들은 토지소유 관계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국가 전체와 엘리트 계급 내 지지자들에게 도전하고 있다. 수많은 농촌 기반 운동들은 민족적 강령과 전략을 정식화하였다.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은 일당 국가와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비판을 정교하게 수행하고, 소농과 인디오들의 자율적 공동체와 지역적 민주주의에 기초한 민족-민중 전략을 포함하는 탈집중화된 대안을 정식화하였다. MST는 새로운 ‘브라질 프로젝트’를 정식화하고 주요 도시의 빈민가에 거주하는 민중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였다. 볼리비아의 <코칼레로스>는 지역 기반의 정당인 ‘인민주권 총회’를 결성하여 지역선거를 휩쓸면서 의회에서 그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활기찬 강령을 공식화하였다.
많은 필자와 분석가들은 낮은 임금과 어떠한 사회급여도 없이 노동자들이 고용된 거대한 ‘비공식 부문’의 성장을 비판적으로 지적한다. 그들은 비공식 부문의 성장은 지위가 하락하는 노동자들이 전투적인 계급투쟁보다 개인적인 해결책을 추구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다른 관찰자들은 점증하는 권위주의적 지배 스타일을 언급한다. 이러한 지배 스타일은 행정부가 명령을 통해 지배하며, 자신의 재선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을 교체하려고 입법부를 조종하며, ‘자유시장’ 정책을 추구하여 유권자와 의회를 주변화한다. 이런 통치 스타일의 함의는 선거 공약을 배반하더라도 사기 당한 유권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역동적 농촌운동들은 강령, 전략, 투쟁을 조정하는 <라틴아메리카 농촌조직 대회>(CLOC)에 가입해 있다. 그 안에서 젠더 평등은 더욱 발전하고 있으며, 40퍼센트 이상의 대표들이 여성이다. 실제로 종족성, 젠더, 그리고 계급적 사안은 농촌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사회정치운동이 수행하는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된다. 새로운 운동의 지도자들은 국가의 변혁을 지향하는 민족적인 정치프로젝트와 제휴해야 한다고 명확히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은 직접적인 사회적 행동을 하지 않는 정치운동들은 무기력에 빠지고 체제로 포섭될 것이라고 깨닫고 있다. [좌파의 세 번째] 세대의 창의력은 열린 민주주의 구조를 통해 제도적 또는 제도를 넘어서는 ‘정치’를 직접적 사회행동과 결합하는 능력이다.
오늘날 [남미 운동이 극복해야 할] 가장 거대한 도전은 농촌에서 형성된 기존 투쟁의 영역을 넘어서 도시운동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유사한 운동들과 동맹과 연합을 맺는 전략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농촌지역들은 체제에 포섭되지 않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의 기폭제로서 성공적 사례가 되었다. 저항으로부터 정치로, 지역으로부터 전국적 행동으로, 부문적 개혁으로부터 민족-민중적 혁명으로 나아가는 운동은 시작되었다. 신자유주의는 라틴아메리카 남부 원뿔지대(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 역자)에서 군사독재가 뿌린 민중의 피로부터 출현했다. 신자유주의는 국제금융기구의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기꾼들과 다를 바 없는) 집행관들과 현임 대통령들에 의해 유지·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대통령 궁에서 쓰이지 않는다. 좌파운동은 치아파스 산맥으로부터 브라질 대농장으로, 파라과이 분지로부터 볼리비아 차파레 계곡에 이르기까지 반격을 가하고 있다.
1) James Petras and Timothy F. Harding, "Introduction", Latin America Perspective, Issue 114, Vol. 27 No. 5, September 2000, pp.3-10. 본문으로
제임스 페트라스·티모시 F. 하딩
*번역: 윤 여 협(회원)
라틴아메리카에서 신자유주의 지배는 한편으로는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의 증가와 다른 한편으로 혁명적 좌파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강조하는 분석은 동반한다.
많은 필자들은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지배와 ‘세계화’는 급진적 좌파를 시대에 뒤떨어지게 만들었다고 논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소비에트 시대 공산주의의 붕괴, 1980년대 게릴라운동의 소멸, 수많은 좌파운동 조직들의 자유민주적 정치운동으로의 전환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분석은 유효성이 없다. 오늘날 라틴아메리카는 이전 좌파운동의 형태와 구별될 뿐만 아니라 자율적이고 새로운 혁명적 좌파가 부활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 여기서 새로운 혁명적 좌파와 이전의 좌파를 구별하는 것은 이러한 주장에 실체를 부여하고 강조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우리는 분석을 위해 남미 좌파의 세 번의 물결을 구별할 수 있다. 첫 번째 물결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의 운동이며, 두 번째 물결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의 운동이다. 세 번째 물결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운동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좌파운동은 라틴아메리카의 군사독재와 미국의 저강도전쟁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압살 당했고 일부는 체제에 흡수되었다. 당시 칠레 사회주의자들은 현재 극단적 자유주의 체제의 하위 파트너이다. 베네주엘라의 <사회주의운동>(MAS) 지도자인 테오도로 페트코프는 국제화폐기금(IMF)이 권장하는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하였고, 볼리비아의 <혁명적 좌파운동>(MIR)은 전임 우익 독재자인 휴고 반제르와 동맹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마약자본이 돈 세탁을 하는 데 깊이 연루되어있다. 이 세대는 거의 예외 없이 비판적 활동가의 기준이 되는 운동성을 상실하였고, 그 구성원들은 새로운 대중봉기를 진압하는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좌파운동의 두 번째 물결은 니카라과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 엘살바도르의 <파라분도마르티민족해방전선>(FMLN), 브라질 <노동자당>(PT), 과테말라의 <혁명적민족연합>(UNRG)이 주도한 운동으로서 중앙아메리카와 브라질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시장과 선거정치의 요구에 부합하는 운동을 시작하였다.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의 핵심 지도자들은 우익 차모로(Chamorro) 체제와 동맹을 맺고 민중의 저항을 압살했으며, 멕시코의 전임 대통령인 카를로스 살리나스와 연계를 맺고 과거 조직의 지도자들이 공직기간 동안 획득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싸웠다. 이들은 기껏해야 선거주의적 전망을 갖는 개혁주의자들이다. 1999년 대통령선거에서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의 후보자는 어떠한 구조개혁(남미에서 구조개혁의 문제는 원래 부패하고 매판적인 사회경제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좌파가 제기했음 - 역자)에도 반대하는 자본주의 현대화 강령을 제안하였다. 과테말라의 UNRG는 조직을 서둘러 합법화하고 몇 개의 국회의석을 획득하기 위해 선거정당을 조직하였으며, 소농의 사회적 요구와 인권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무시하였다. 브라질의 노동자당은 개혁프로그램과 대중 지지기반을 보유했지만 “재분배적” 접근을 옹호하는 급진적 사회경제적 요구들을 사실상 방기하였다. 멕시코의 <민주혁명당>(PRD)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널리 수용하였고, 1980년 이전 공식정당들의 부르주아 인민주의 연합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마디로 1980년대의 혁명주의자들은 1990년대에 선거 개혁주의자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과거 혁명주의 그룹들은 상파울로 포럼의 다수를 구성하는 다른 선거 야당 그룹들과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느슨한 연합에 참가하게 되었다. 과거 혁명주의자들과 선거연합들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악영향들을 비판하고 가난한 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주장을 하였지만 부의 토대와 이를 지탱하는 국제적 금융연계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하지 않고 있다. 정당들과 [선거]연합들 중 그 누구도 사회주의적 대안을 진지하게 제기하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그들은 자본주의 위기와 수탈의 효과를 완화하는 규제 메커니즘으로서 국가를 재도입하자고 제안할 뿐이다.
남미 좌파의 두 번째 물결이 지닌 기본적인 약점은 토지 보유와 자본 소유관계에 대한 급진적 변혁의 요구, 은행 및 대외무역 통제에 대한 요구를 버리면서 우익과 타협하려는 경향이다. 그들은 무력한 의회 내 반대 세력으로서 기능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혹평과 비난으로 그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점차 대중적 토대로부터 분리되고 현상유지에 만족하는 보수적 모습을 드러내면서 두 번째 남미 좌파는 선거 캠페인과 떨어진 대중투쟁에 개입할 수 없거나 이를 내켜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민주혁명당>의 쿠아우테목 카르데나스가 멕시코시티 선거에서 승리하고 그 후 집권을 통해 그에게 투표한 중요한 지지세력들에게 혼란을 주고 지지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사실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같은 시기에 브라질 <노동자당>이 집권한 포르투 알레그레 시 정부는 예산배정 우위를 공식화하면서 기층의 농민에 기초하여 효과적인 도시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사회적 기반을 성공적으로 강화하고 확장하였다.
남미 좌파의 세 번째 물결은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결과와 기존 중도 좌파 선거정당과 선거연합체들의 무능력·무책임에 대한 대응으로서 일어났다.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 세 번째 물결은 선거기간 전후를 경과하는 동안에도 선거정치보다 직접행동을 우위에 두는 운동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토지, 공공건물, 공장, 관청을 점거하면서 자율적인 자기통치를 위한 권력중심을 세워냈다. 이들은 2세대 운동의 권위주의적이고 제한적인 선거정치의 외부를 조직함으로서 사회구성원들의 생활에 기초한 즉각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남미좌파운동의 세 번째 물결은 브라질의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MST),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파라과이의 <전국농민연맹>, 볼리비아의 <코칼레로스(코카재배농민을 가리킴 - 역주)소농연맹>, 에콰도르의 <전국노동자농민연합>(FENOC),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아르헨티나의 반체제지역 노동조합·시민운동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물결은 기존 중도좌파와 선거야당들과는 구별되는 몇몇 사회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회정치운동들은 소작농들, 인디안들, 소농민들, 무토지농업노동자 등을 중심으로 농촌에 기원을 둔다. 에릭 홉스봄과 같은 관찰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농촌 노동력의 상대적 쇠퇴가 정치적 구성요소로서 소농을 소멸시키지 못했다. 반대로 그들은 새로운 사회정치적 운동에서 가장 중심에 있다. 오늘날 소농과 농업 노동자운동의 지도자들은 과거 운동의 지도자들과는 매우 상이하다. 그들은 훨씬 단련되었고, 국제주의자이며, 도시의 정치 정당들로부터 독립적으로 운동을 조직할 수 있다. 그들은 국제회의들에 참가하고 전국적 논쟁에 개입하며 자신의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들은 동등한 입장에서 도시의 운동들, 노동조합, 선거정당들과 협상한다. 새로운 운동의 성장과 응집력은 운동 지도자들의 지도력과 직접행동의 정치가 지닌 역동적 매력과 농촌에서 운동을 불러일으키는 신자유주의 정책수단들의 극단적 약탈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일단 남미좌파운동의 세 번째 물결은 정치방식에서 중도좌파 선거연합과 다르다. 즉 결과에 반응하는 대신 새로운 운동은 “(정치적) 현실을 야기하고 있다.”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은 미경작된 거대한 토지를 점거하고, 사파티스타는 일당지배 국가(멕시코에서 <제도혁명당>(PRI)의 70여 년에 걸친 장기집권을 가리킴 - 역자)의 과도한 중앙집권주의에 대항하여 자기-통치의 공동체를 조직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코칼레로스는 중앙체제와 독립적으로 생산과 분배의 연계망을 세웠으며. 콜롬비아 <무장혁명군>과 <민족해방군>(ELN)는 콜롬비아 지역의 40%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에콰도르의 소농-인디오 운동은 대통령 압달라 부카람을 부패 책임을 물어 퇴임시키고, 후임 대통령이 IMF 자유시장 의제를 실행하려는 시도를 저지하였다. 오늘날 사회정치운동들은 거시적 사회경제 구조를 변혁하는 투쟁을 전개할 뿐만 아니라 대중 계급들의 직접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들을 제출하고 있다.
무능한 소수자로서 전통적 중도좌파 선거 정치인들은 영원히 새로운 선거만 기다리는 반면 인민계급 다수의 지지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정치운동은 사회를 바꾸는 과정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있다.
소수의 중간계급 전문가들이 계획을 세우고 수직적 결정구조를 통해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결정하는 1980년대 게릴라운동 방식과는 달리 새로운 사회정치운동은 대중 총회, 협의회, 기층 성원에 대한 책임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산디니스타-FMLN-UNRG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정부와의] 평화협정에 대한 거부이며, 과거 게릴라조직 지도자들과 중간계급 간부들이 선거를 통한 지위상승을 노리며 인민계급의 즉각적인 요구를 무시하고 선거주의로 이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다. 새로운 사회정치운동은 과거의 전달 모형(대중운동은 정당의 지침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관이라는 관념 - 역자)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정당에 대해 독립적이다. 그들은 스스로 새로운 운동들 간에 동맹을 맺으며, 선거정당들을 지지할 수 있으나(MST는 종종 진보적인 PT당 후보를 지지한다), 그 결정은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 투쟁을 제한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회정치적 운동의 수많은 지도자들 나이는 대부분 20세에서 35세 사이다. 그들은 새로운 세대로서 종파적인 이데올로기 갈등과 이전 [운동]세대를 향한 충성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들은 민족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되었고, 그들의 국제적 연계는 자유로운 연합과 교환, 연대에 기초하고 있다. 외부의 ‘혁명 중앙’으로부터 ‘계시’는 없다. 구성원 다수는 인민계급 출신이며(외부 전문가들이 아니다) 스스로 단련되었다.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은 ‘전위’가 아니라 ‘운동의 재원’으로서 참여한다.
사회정치운동들은 부문적 개혁을 넘어서서 민족적 변혁에 이르는 광범위한 의제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지역으로부터 전국적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점차 그들은 토지소유 관계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국가 전체와 엘리트 계급 내 지지자들에게 도전하고 있다. 수많은 농촌 기반 운동들은 민족적 강령과 전략을 정식화하였다.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은 일당 국가와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비판을 정교하게 수행하고, 소농과 인디오들의 자율적 공동체와 지역적 민주주의에 기초한 민족-민중 전략을 포함하는 탈집중화된 대안을 정식화하였다. MST는 새로운 ‘브라질 프로젝트’를 정식화하고 주요 도시의 빈민가에 거주하는 민중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였다. 볼리비아의 <코칼레로스>는 지역 기반의 정당인 ‘인민주권 총회’를 결성하여 지역선거를 휩쓸면서 의회에서 그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활기찬 강령을 공식화하였다.
많은 필자와 분석가들은 낮은 임금과 어떠한 사회급여도 없이 노동자들이 고용된 거대한 ‘비공식 부문’의 성장을 비판적으로 지적한다. 그들은 비공식 부문의 성장은 지위가 하락하는 노동자들이 전투적인 계급투쟁보다 개인적인 해결책을 추구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다른 관찰자들은 점증하는 권위주의적 지배 스타일을 언급한다. 이러한 지배 스타일은 행정부가 명령을 통해 지배하며, 자신의 재선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을 교체하려고 입법부를 조종하며, ‘자유시장’ 정책을 추구하여 유권자와 의회를 주변화한다. 이런 통치 스타일의 함의는 선거 공약을 배반하더라도 사기 당한 유권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역동적 농촌운동들은 강령, 전략, 투쟁을 조정하는 <라틴아메리카 농촌조직 대회>(CLOC)에 가입해 있다. 그 안에서 젠더 평등은 더욱 발전하고 있으며, 40퍼센트 이상의 대표들이 여성이다. 실제로 종족성, 젠더, 그리고 계급적 사안은 농촌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사회정치운동이 수행하는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된다. 새로운 운동의 지도자들은 국가의 변혁을 지향하는 민족적인 정치프로젝트와 제휴해야 한다고 명확히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은 직접적인 사회적 행동을 하지 않는 정치운동들은 무기력에 빠지고 체제로 포섭될 것이라고 깨닫고 있다. [좌파의 세 번째] 세대의 창의력은 열린 민주주의 구조를 통해 제도적 또는 제도를 넘어서는 ‘정치’를 직접적 사회행동과 결합하는 능력이다.
오늘날 [남미 운동이 극복해야 할] 가장 거대한 도전은 농촌에서 형성된 기존 투쟁의 영역을 넘어서 도시운동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유사한 운동들과 동맹과 연합을 맺는 전략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농촌지역들은 체제에 포섭되지 않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의 기폭제로서 성공적 사례가 되었다. 저항으로부터 정치로, 지역으로부터 전국적 행동으로, 부문적 개혁으로부터 민족-민중적 혁명으로 나아가는 운동은 시작되었다. 신자유주의는 라틴아메리카 남부 원뿔지대(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 역자)에서 군사독재가 뿌린 민중의 피로부터 출현했다. 신자유주의는 국제금융기구의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기꾼들과 다를 바 없는) 집행관들과 현임 대통령들에 의해 유지·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대통령 궁에서 쓰이지 않는다. 좌파운동은 치아파스 산맥으로부터 브라질 대농장으로, 파라과이 분지로부터 볼리비아 차파레 계곡에 이르기까지 반격을 가하고 있다.
1) James Petras and Timothy F. Harding, "Introduction", Latin America Perspective, Issue 114, Vol. 27 No. 5, September 2000, pp.3-1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