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볼 것인가?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한계
한국사회의 부동산 투기열풍과 노무현정권의 대응
얼마 전 행자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토지소유 현황 수치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 편중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상위 1%(48만 7천명)가 전체 사유지의 51.5%를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 10%가 전체 면적의 91.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4일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집 값으로 환산한 빈부격차의 정도가 단순히 월평균 소득으로 따졌을 경우 보다 두 배 이상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한 편 사회적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토지 소유현상에 대한 불만과 부동산투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 내에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투기는 꼭 때려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잇따른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 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색이 없어 보이자, 다음에는 토지공개념 제도를 언급하며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진영은 토지공개념 제도는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연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출범 이후 줄곧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도시, 혁신도시 사업 등을 추진하며 전 국토를 투기지역으로 만들어 놓고 토지 공공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이러한 2개월 간의 지난한 공방은 8월31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일단락 될 듯하다. 애초 검토되었던 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여 발표된 이번 안은 결국 또다시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후퇴가 강력한 조세저항을 우려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은 애초부터 노무현 정권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이번 8.31 부동산 대책은 주식, 채권과 더불어 투기시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저금리로 인해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자 이를 가능한 수준에서 제어하고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일시적인 장치인 셈이다.
1980년대 말 위기관리정책으로 출발한 ‘토지공개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공개념은 1980년대 후반 올림픽 개최를 전후로 전국 곳곳에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에 따른 지가 상승이 서민들의 생활고에 무게를 더하는 상황에서 ‘공공의 복리를 위해 토지 소유권에 일정한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토지공개념제의 취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이에 정부는 1989년 정기국회에서 '택지소유에 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은 실제로 사회 안정과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3저 호황으로 발생한 막대한 유동성 자금이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일시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게 되었다.1) 그 결과 발생한 부동산 투기 열풍은 노태우 정권에서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이렇게 과도하게 형성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언제 어떻게 붕괴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안된 토지공개념 제도는 부동산 투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단지 이미 형성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은 결국 중단되고 만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토지초과이득세법이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의 주요 내용은 별장용 토지, 부재지주 농지, 기준초과 공장용지 등의 소유자에게 3년 단위로 토지 초과이득의 30~50%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데, 이것은 1994년 7월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이유로 위헌이 아닌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다(그러나 토지초과이득세법의 결함을 수정한 개정 토초세법에 대한 위헌 소송 네 건이 1997년 8월~ 1999년8월에 걸쳐 모두 합헌 판정을 받았다).
주거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소유를 금지한 택지소유상한법도 마찬가지이다. 이 법은 소유 상한을 200평으로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는 점, 소유 목적이나 택지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획일적인 상한을 정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어 지난 1999년 4월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위헌 판결이 나기 전인 98년 9월, 정부는 이 법을 폐지했다.
끝으로 택지개발, 공단·관광단지·유통단지·골프장 등의 조성 시 사업시행자에게 개발 이익의 25%(도입 초기에는 50%)를 개발 부담금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개발이익환수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합헌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2004년 이후 사실상 시행이 중지되었다.
그런데 현재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조차 토지초과이익세법이나 택지소유상한법은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개발부담금제만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1989년 당시 노태우 정권이 제안했던 토지공개념에도 훨씬 미달한다. 정부가 대책은 부동산 투기로 인한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토지와 주택에 대한 왜곡된 소유 편중 현상을 해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님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한계: 노무현정권의 대국민 사기극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이 토지공개념 제도까지 운운해가며 추진하려고 하는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이것을 통해 노무현 정권이 얻으려고 하는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8.31 부동산 대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현행 0.15%에서 2009년까지 1%로 높이고, 현행 9~36% 차등세율로 부과되고 있는 양도세가 중과돼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최대 50%까지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초 보유세액 증가 상한선을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현행 150%에서 200%로 소폭 조정되었고, 1가구 2주택자 중과세율을 60%~70%로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50%로 하향 조정되었고2) , 이마저도 각종 예외규정을 두어 결국 중과 대상은 전체가구에 2%에도 못 미치는 20만 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강력한 조세저항을 핑계로 애초 검토되었던 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발표된 이번 부동산 대책은 실제 집 값 하락에는 큰 영향이 없고 다만 일시적으로 부동산 매매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친절하게도 부동산 거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4%인 정도인 거래세율을 0.5%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포함시켰지만 결국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당장 부동산을 처분할 필요성이 없는 강남 ‘큰 손’들의 손익계산은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애초부터 실질적인 집 값 안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오히려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개발부담금제와기반시설부담금제의 시행이다. 이 제도의 주된 내용은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등 대규모 국책 사업과 재건축, 재개발에 따른 초과이익을 국가가 환수해 도로와 지하철, 공원, 학교 등을 설립하는 공공의 목적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반시설 부담금제의 경우 당초 200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번 부동산 대책을 계기로 2006년부터 조기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뜻 보면 토지공개념 제도의 삼대 축 중 하나였던 개발부담금제의 시행을 통해 마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투기로 발생한 이익을 환수해 공공시설 확충에 사용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참여 정부 출범 이후 국토 균형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행정중심 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해서 전국적인 땅값 상승을 주도해온 노무현 정권이 다시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해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3) 결국 개발부담금제와 기반시설부담금제의 근저에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국책 사업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을 민간부문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 발표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가 상승을 보장해주고 개발 사업자는 여기에서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도로와 상하수도, 학교와 공원 같은 기반시설 설치비용에 부담하는 일종의 빅딜이 형성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빅딜의 피해자는 개발 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서민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8.31 부동산 대책에 강남 인근의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거여동 특전사 부지(58만평)와 남성대 골프장(24만평)에 약 100만평 규모의 강남 대체 미니 신도시를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이 지역 일대는 벌써부터 매물이 실종되는 등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 값을 잡겠다던 정권이 여전히 부동산을 하나의 투기의 대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고 부동산 투기를 나서서 조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대책은 결국 투기 시장의 위기관리 방책일 뿐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 문제는 단순히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경제 위기를 지연시켜 온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부동산 경기의 호황이었다.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사상 최고 수준인 평균 13.6% 상승했고, 심지어 텍사스 리오그란데 지방의 쓸모 없는 사막 지대 땅값이 최근 6개월 사이 무려 12배나 뛰어오르는 등 미국 전역이 그야말로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6년부터 7년 동안 4배 가까이 급등했던 호주의 주택 가격이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자 이것을 세계 부동산값 거품 붕괴의 조짐으로 해석하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실물 경제에 기반 하지 않은 부동산 거품은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 다양한 원인들이 의해 언제든지 그 거품이 붕괴되기 마련이다.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 시중 유동성 중 일부가 증시로 흘러 들 가능성이 높아질 것처럼 보인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부동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 수탁고는 올해만 23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지난 8월 24일 기준으로 82조 6461억 원을 기록 중이고 은행·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단기수신은 7월말 현재 434조6000억 원으로 한 달 사이 13조3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비교적인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꾸준히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25일 KBS의 '참여정부 2년 반, 대통령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 "집을 사려다가 최근 주식에 간접투자 했다"며 "내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주식에 걸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8.31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노무현 정권이 노리는 것은 하반기 주요 과제로 상정한 극심한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에 대한 립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의 균형을 유지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장기적으로 보완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결국 유동성 자산 자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빈곤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사회적 실천
최근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오른 강남의 타워 팰리스의 그림자 밑에는 군부독재 시절 정권에 의해 강제이주 되어 28년이나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소지를 인정받지 못해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의 모습은 비단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8.31 부동산 대책과 같은 부동산 투기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주거는 부의 축적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인간의 권리다!라고 절규하고 있는 수많은 도시 빈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와 같이 투기를 억제하고 투자를 보호하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1989년 노태우 정권이 제정했던 토지공개념 제도의 한계에서 살펴보았듯 투기 시장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법률·정책적인 차원에서의 중재라는 것은 역시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수많은 민중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양산하는 다양한 빈곤의 문제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1)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은 1986년 무렵부터 시작되어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로 이어지면서 1988년까지 지속되었다. 하지만 3저 호황 동안 자본의 이윤량은 증가하지만 이윤율은 계속 떨어졌고 이에 따라 실물경제에 투자하기보다 자본이 증권시장,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종합주가지수와 지가가 급상승했다. 1986년에 227.8이었던 종합주가지수가 1987년에는 417.6, 1988년에는 693.1, 89년에는 918.6으로 초특급 상승을 하였고, 동시에 지가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땅값 상승이득도 급증, 1986년에 45조원 대이던 것이 89년에는 314조원에 달하였다. 본문으로
2) 양도세율을 60~70%로 올린다고 해도, 실제 내는 양도세는 장기보유특별공제나 기본공제등을 빼면 양동차익의 절반도 안 된다. 마치 양도차익의 60~70%를 세금으로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도세 실효세율(양도차익 대비 양도세 비율)은 50%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현재 양도세 실효세율은 고작 15%(1가구 1주택 비과세 포함)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문으로
3) 전국적인 땅값 상승의 양상을 살펴보면, 충청권에서는 호남고속철 분기역으로 결정된 청원 오송 지역과 행정수도 후보지에 오른 천안, 아산, 논산, 공주, 연기 등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 강원권의 기업도시 예정지인 원주도 땅값이 오르고, 호남권에서는 기업도시가 들어설 무안과 광주 인근지역에 통합혁신도시가 건설될 장성, 담양, 나주 등지 및 혁신도시 후보지로 예상되는 전주· 김제·완주도 마찬가지다. 영남권에서도 행정도시 예정지인 공주·연기와 인접한 경북 상주의 땅값도 상승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1~3년 전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울주군 삼남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투기광풍이 일었다. 본문으로
얼마 전 행자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토지소유 현황 수치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 편중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상위 1%(48만 7천명)가 전체 사유지의 51.5%를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 10%가 전체 면적의 91.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4일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집 값으로 환산한 빈부격차의 정도가 단순히 월평균 소득으로 따졌을 경우 보다 두 배 이상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한 편 사회적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토지 소유현상에 대한 불만과 부동산투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 내에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투기는 꼭 때려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잇따른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 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색이 없어 보이자, 다음에는 토지공개념 제도를 언급하며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진영은 토지공개념 제도는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연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출범 이후 줄곧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도시, 혁신도시 사업 등을 추진하며 전 국토를 투기지역으로 만들어 놓고 토지 공공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이러한 2개월 간의 지난한 공방은 8월31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일단락 될 듯하다. 애초 검토되었던 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여 발표된 이번 안은 결국 또다시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후퇴가 강력한 조세저항을 우려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은 애초부터 노무현 정권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이번 8.31 부동산 대책은 주식, 채권과 더불어 투기시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저금리로 인해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자 이를 가능한 수준에서 제어하고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일시적인 장치인 셈이다.
1980년대 말 위기관리정책으로 출발한 ‘토지공개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공개념은 1980년대 후반 올림픽 개최를 전후로 전국 곳곳에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에 따른 지가 상승이 서민들의 생활고에 무게를 더하는 상황에서 ‘공공의 복리를 위해 토지 소유권에 일정한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토지공개념제의 취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이에 정부는 1989년 정기국회에서 '택지소유에 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은 실제로 사회 안정과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3저 호황으로 발생한 막대한 유동성 자금이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일시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게 되었다.1) 그 결과 발생한 부동산 투기 열풍은 노태우 정권에서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이렇게 과도하게 형성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언제 어떻게 붕괴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안된 토지공개념 제도는 부동산 투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단지 이미 형성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은 결국 중단되고 만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토지초과이득세법이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의 주요 내용은 별장용 토지, 부재지주 농지, 기준초과 공장용지 등의 소유자에게 3년 단위로 토지 초과이득의 30~50%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데, 이것은 1994년 7월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이유로 위헌이 아닌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다(그러나 토지초과이득세법의 결함을 수정한 개정 토초세법에 대한 위헌 소송 네 건이 1997년 8월~ 1999년8월에 걸쳐 모두 합헌 판정을 받았다).
주거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소유를 금지한 택지소유상한법도 마찬가지이다. 이 법은 소유 상한을 200평으로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는 점, 소유 목적이나 택지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획일적인 상한을 정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어 지난 1999년 4월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위헌 판결이 나기 전인 98년 9월, 정부는 이 법을 폐지했다.
끝으로 택지개발, 공단·관광단지·유통단지·골프장 등의 조성 시 사업시행자에게 개발 이익의 25%(도입 초기에는 50%)를 개발 부담금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개발이익환수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합헌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2004년 이후 사실상 시행이 중지되었다.
그런데 현재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조차 토지초과이익세법이나 택지소유상한법은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개발부담금제만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1989년 당시 노태우 정권이 제안했던 토지공개념에도 훨씬 미달한다. 정부가 대책은 부동산 투기로 인한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토지와 주택에 대한 왜곡된 소유 편중 현상을 해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님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한계: 노무현정권의 대국민 사기극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이 토지공개념 제도까지 운운해가며 추진하려고 하는 8.31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이것을 통해 노무현 정권이 얻으려고 하는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8.31 부동산 대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현행 0.15%에서 2009년까지 1%로 높이고, 현행 9~36% 차등세율로 부과되고 있는 양도세가 중과돼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최대 50%까지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초 보유세액 증가 상한선을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현행 150%에서 200%로 소폭 조정되었고, 1가구 2주택자 중과세율을 60%~70%로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50%로 하향 조정되었고2) , 이마저도 각종 예외규정을 두어 결국 중과 대상은 전체가구에 2%에도 못 미치는 20만 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강력한 조세저항을 핑계로 애초 검토되었던 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발표된 이번 부동산 대책은 실제 집 값 하락에는 큰 영향이 없고 다만 일시적으로 부동산 매매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친절하게도 부동산 거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4%인 정도인 거래세율을 0.5%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포함시켰지만 결국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당장 부동산을 처분할 필요성이 없는 강남 ‘큰 손’들의 손익계산은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애초부터 실질적인 집 값 안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오히려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개발부담금제와기반시설부담금제의 시행이다. 이 제도의 주된 내용은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등 대규모 국책 사업과 재건축, 재개발에 따른 초과이익을 국가가 환수해 도로와 지하철, 공원, 학교 등을 설립하는 공공의 목적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반시설 부담금제의 경우 당초 200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번 부동산 대책을 계기로 2006년부터 조기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뜻 보면 토지공개념 제도의 삼대 축 중 하나였던 개발부담금제의 시행을 통해 마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투기로 발생한 이익을 환수해 공공시설 확충에 사용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참여 정부 출범 이후 국토 균형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행정중심 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해서 전국적인 땅값 상승을 주도해온 노무현 정권이 다시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해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3) 결국 개발부담금제와 기반시설부담금제의 근저에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국책 사업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을 민간부문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 발표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가 상승을 보장해주고 개발 사업자는 여기에서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도로와 상하수도, 학교와 공원 같은 기반시설 설치비용에 부담하는 일종의 빅딜이 형성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빅딜의 피해자는 개발 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서민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8.31 부동산 대책에 강남 인근의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거여동 특전사 부지(58만평)와 남성대 골프장(24만평)에 약 100만평 규모의 강남 대체 미니 신도시를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이 지역 일대는 벌써부터 매물이 실종되는 등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 값을 잡겠다던 정권이 여전히 부동산을 하나의 투기의 대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고 부동산 투기를 나서서 조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대책은 결국 투기 시장의 위기관리 방책일 뿐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 문제는 단순히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경제 위기를 지연시켜 온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부동산 경기의 호황이었다.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사상 최고 수준인 평균 13.6% 상승했고, 심지어 텍사스 리오그란데 지방의 쓸모 없는 사막 지대 땅값이 최근 6개월 사이 무려 12배나 뛰어오르는 등 미국 전역이 그야말로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6년부터 7년 동안 4배 가까이 급등했던 호주의 주택 가격이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자 이것을 세계 부동산값 거품 붕괴의 조짐으로 해석하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실물 경제에 기반 하지 않은 부동산 거품은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 다양한 원인들이 의해 언제든지 그 거품이 붕괴되기 마련이다.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 시중 유동성 중 일부가 증시로 흘러 들 가능성이 높아질 것처럼 보인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부동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 수탁고는 올해만 23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지난 8월 24일 기준으로 82조 6461억 원을 기록 중이고 은행·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단기수신은 7월말 현재 434조6000억 원으로 한 달 사이 13조3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비교적인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꾸준히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25일 KBS의 '참여정부 2년 반, 대통령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 "집을 사려다가 최근 주식에 간접투자 했다"며 "내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주식에 걸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8.31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노무현 정권이 노리는 것은 하반기 주요 과제로 상정한 극심한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에 대한 립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의 균형을 유지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장기적으로 보완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결국 유동성 자산 자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빈곤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사회적 실천
최근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오른 강남의 타워 팰리스의 그림자 밑에는 군부독재 시절 정권에 의해 강제이주 되어 28년이나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소지를 인정받지 못해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의 모습은 비단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8.31 부동산 대책과 같은 부동산 투기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주거는 부의 축적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인간의 권리다!라고 절규하고 있는 수많은 도시 빈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와 같이 투기를 억제하고 투자를 보호하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1989년 노태우 정권이 제정했던 토지공개념 제도의 한계에서 살펴보았듯 투기 시장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법률·정책적인 차원에서의 중재라는 것은 역시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수많은 민중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양산하는 다양한 빈곤의 문제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1)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은 1986년 무렵부터 시작되어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로 이어지면서 1988년까지 지속되었다. 하지만 3저 호황 동안 자본의 이윤량은 증가하지만 이윤율은 계속 떨어졌고 이에 따라 실물경제에 투자하기보다 자본이 증권시장,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종합주가지수와 지가가 급상승했다. 1986년에 227.8이었던 종합주가지수가 1987년에는 417.6, 1988년에는 693.1, 89년에는 918.6으로 초특급 상승을 하였고, 동시에 지가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땅값 상승이득도 급증, 1986년에 45조원 대이던 것이 89년에는 314조원에 달하였다. 본문으로
2) 양도세율을 60~70%로 올린다고 해도, 실제 내는 양도세는 장기보유특별공제나 기본공제등을 빼면 양동차익의 절반도 안 된다. 마치 양도차익의 60~70%를 세금으로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도세 실효세율(양도차익 대비 양도세 비율)은 50%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현재 양도세 실효세율은 고작 15%(1가구 1주택 비과세 포함)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문으로
3) 전국적인 땅값 상승의 양상을 살펴보면, 충청권에서는 호남고속철 분기역으로 결정된 청원 오송 지역과 행정수도 후보지에 오른 천안, 아산, 논산, 공주, 연기 등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 강원권의 기업도시 예정지인 원주도 땅값이 오르고, 호남권에서는 기업도시가 들어설 무안과 광주 인근지역에 통합혁신도시가 건설될 장성, 담양, 나주 등지 및 혁신도시 후보지로 예상되는 전주· 김제·완주도 마찬가지다. 영남권에서도 행정도시 예정지인 공주·연기와 인접한 경북 상주의 땅값도 상승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1~3년 전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울주군 삼남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투기광풍이 일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