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11.59호
첨부파일
59_대안세계화_최예륜.hwp

대안세계화를 향한 APEC 반대 행진

최예륜 |
1. 저들만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아펙(APEC)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다(최예륜, 「APEC의 본질」,『월간사회진보연대』5월호 참조). 자유무역의 증진을 통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발전과 나아가 세계의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 아펙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이들의 공통된 표어다. '하나를 향한 도전과 변화'라는 표제를 내건 2005 부산 아펙정상회의는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최고의 형태로 세계화된 경제를 꼽고 있으며 자유무역이 대대로 아시아 지역을 먹여 살려왔으며,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아시아-태평양, 나아가 전 세계에 걸쳐 확산될 수록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아펙은 이러한 의지를 천명하고 관철시킬 수단으로서 고안되었다. 애초에 EU나 브라질, 인도 등 핵심 개도국을 견제하는 것이 주 임무였던 아펙은 아시아 지역의 특성을 '역동성', '개방성'에서 찾고 있으며, 이 역동성과 개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착취와 수탈이 용이한 세계화를 앞당기고자 한다.
아펙의 준비상황과 의제를 살펴보면 이러한 세계화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극명히 드러난다. 우선, 이들의 세계화에서 정치, 군사 행위는 투자와 무역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사고된다. 따라서 확대되고 있는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민중의 불만과 비판은 제거되어야 할 위협으로 간주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부정하거나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세력, 국가는 '악'과 '전제주의'로 분류된다. 정치·외교 정책은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하며, 군사전략은 이러한 세계화를 확대할 초민족적 자본과 기업행위를 옹호한다. 또한 이들의 세계화는 의료, 교육, 에너지, 물, 식량 등이 누구에게나 제공되어야 할 공공재라는 인식을 기각한다. WTO 협상에서 이들 영역은 '서비스' 협정이나 농업협상의 틀로 포괄되어 자유무역의 증진을 위한 협상과제로 탈바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는 이들의 의제일 수 없다. 양극화 해소를 아무리 역설하고 다보스포럼에서 빈곤퇴치 문제를 논하여도 이들에게 민중의 권리는 '죽지 않을 정도의 삶' 이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기본 전제 때문에 이들의 세계화는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부정한다. '반부패'와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강탈과 착취에 의한 자본주의의 지탱을 합리화하고 이를 위한 강압을 포장하기 위한 것일 따름이다. 이들의 세계화는 '발전'의 환상을 작동하는 지역주의의 옹호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그것은 '개방적 지역주의'로 포장되어 드러난다. 개방적 지역주의란 역내 최대한의 개방을 실시하고 배타적이지 않은 지역블럭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단일제국의 형성보다는(또는 그것은 용이하지 않으므로) 착취와 수탈을 위한 다양한 지역결집이 자본주의의 위기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미국 중심의 세계화를 지탱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극대화된 발전주의 신화가 면면히 흐르고 있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WTO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관철시키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중대한 과제다.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아시아지역의 배타적인 블록화를 막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아시아지역 외환위기와 중국의 부상 이후 훨씬 적극성을 띄게 된 것은 EU의 현실화라는 조건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심화되는 자본주의 위기상황에 대해 헤게모니 국가로서 미국이 어떠한 전략을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결부된다. '자유와 해방'을 기치로 내세웠던 미국에서 네오콘이 득세하고 부시가 연이어 권력을 장악하는가 하면 이라크 점령 과정에서는 미국의 폭력성이 극대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를 향한 공동체의 도전과 변화'라는 수사를 계면쩍은 기색도 없이 내세우고 있는 아펙회의와 이를 구성하는 각 국 정상에게 우리가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경제협력체'의 본분을 넘어 대테러, 한반도 평화 등을 운운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지만 그들 스스로 부여한 권한마저도 넘나드는 국제기구의 반민주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아펙회의에 우리는 전면적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물론, 그를 주도하는 정상과 초민족 기업들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말이다.

2. 2005 부산 아펙 정상회의, 무엇이 준비되고 있나

2005 부산 아펙 정상회의는 11월 18일, 19일 이틀 간 이루어진다(공식회의 일정은 13일부터 19일로 15~16일 합동각료회의, 12~13일 최종고위관리회의, 17~19일 최고경영자회의, 14~18일 기업인자문위원회 회의, 14~17일 투자환경 설명회 등의 일정이 있다). 1차 회의에서는 '무역자유화의 진전'이라는 제목으로 WTO의 도하개발의제(DDA) 지원, 보고르 목표 달성, 자유무역협정(FTA)·지역무역협정(RTA) 확산과 대응, 경제 협력 양극화 해소 방안을 논의한다. 19일 2차 회의에서는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지역'이라는 의제로 대테러 조치, 조류독감 등 이동성 전염병에 대한 공동 대응, 재난 대응, 에너지 안보, 반부패를 위한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보고르 선언의 중간점검, 금융화와 DDA협상의 진전

APEC 정상들은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회의에서 무역 및 투자자유화 목표연도를 선진국은 2010, 개도국은 2020년으로 설정하는 보고르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화 목표 추진 현황과 성취를 중간평가하고 이를 기초로 무역, 투자자유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산 로드맵'을 제시할 방침이다.
지난 6월 1일~3일 아펙통상장관회의에서 채택된 '도하개발의제에 관한 특별선언문'(제주선언문)은 2006년 타결을 목표로 하는 DDA 협상을 공식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특별선언문에서는 DDA 협상이 12월 홍콩 6차 각료회의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내도록 공산품관세인하 분야에서 관세가 높은 개도국일수록 관세를 더 많이 낮추는 '스위스공식'을 도입하고, 서비스협상의 실질적인 진척을 위해 1, 2차 양허안을 제출하도록 지시하는 등 여러 분야별 계획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다. 한편 지난 9월 8-9일 경주에서 진행된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자유롭고 안정적인 자본 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지난 20년 간 APEC의 GDP 규모가 3.7배 증가한 데 비해 APEC 회원국에서 유입 및 유출된 자본 규모가 같은 기간 동안 8배 가까이 증가하여 1조 4천억 달러에 달하였으며, APEC 지역에 유입 및 유출되는 FDI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대단히 노골적인 계획이 제출되었는데, 금융 서비스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자본계정의 자유화를 도모하고 기관 투자자의 기반을 확충하면서 심층적, 탄력적 그리고 효율적인 자본 시장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결의한 것이 그것이다. 또한 국제송금이 국제금융흐름에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며 공적 송금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WTO협상을 진전시키는 한편, 자본의 금융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등 불안정성을 극대화하고 노동자들의 이주를 촉발시켜 이들에 대한 착취와 노동유연화, 저임금이 확산되어온 과정이 이들에게는 '긍정적 효과'인 셈이다.
지난 칸쿤 각료회의에서 협상이 결렬된 이래, 현재 DDA 협상은 12월 홍콩 각료회의에서 그 세부원칙(Modality)을 타결한 뒤 이행계획서 제출, 국가별 국회비준 등의 절차를 거쳐 2008년께 발효한다는 계획 아래 진행되고 있다. 비농산물 시장접근, 서비스시장 개방, 무역원활화 등 다른 분야의 DDA협상이 진전되고 있으며, 여전히 농업분야가 협상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 GDP의 58%, 교역량의 42%(2003년 기준)를 점하는 아펙의 '무역자유화 결의'를 한층 드높이는 것이 DDA협상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점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아시아 지역의 '개방성'이란 미-일동맹이라는 현존하는 권력관계의 지속을 승인하고 WTO 협상과 관세철폐 등 여타 지역블록 및 거대개도국 등을 압박하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말하며,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 질서로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는 촉매라는 APEC의 자기임무를 규정짓는 것이다. 아펙이 말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이라는 허울은 공공연한 '정경유착' 관계로 드러나기도 한다. 역내 주요 기업인들이 제시하는 구체적 건의안을 듣고 WTO DDA 협상 진전과 보고르 목표 달성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기업인들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가 그것이다. 아펙의 무역·투자자유화는 민중의 이해와 정확히 대립된다.

'인간안보' ; 대테러전쟁에서 북핵까지.

2003년 방콕 정상회의에서 처음 제기된 '인간 안보(Human Security)'는 테러 문제를 무역이나 기업활동과 연관시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펙 준비단은 테러, 에너지, 조류독감이나 사스, 괴질환 등 전염병 등이 모두 현재 인류의 자유로운 무역과 기업 활동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인간 안보'라는 이름으로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적 재앙이 APEC 회원국들을 하나로 묶는 기제로 작용한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빈발하는 기상 이변과 재해, 에너지 위기에 대해 각 국 정부와 기업이 해온 역할은 재해 복구라는 명목의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이식, 에너지 사유화, 지적재산권을 등에 업은 질병치료에 대한 독점권 강화였다. 이들은 환경을 무참히 파괴해온 역사에 대한 반성은 조금도 없이 기후협약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리까지 유포하고 있다. 테러의 증대와 전 세계 위협의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패권 강화 전략과 군사주의에 있다. 이를 정치·군사적 갈등을 경제적 이익을 위협하는 요소로 간주하는 대응전략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공고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5년 아펙정상회의에서 이 의제가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저항을 불식하고자 하는 데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노무현 정부는 아펙을 통해 동아시아-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처럼 선전하며,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 한-중 회담이 준비중이며,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중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올 1월 29일 베를린에서 "부산 APEC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국제적으로 선언하는 역사적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일찌감치 부산 APEC 정상회의의 '역사적' 의의를 부여했다. 지난 9.19 6자간 공동성명이 발표된 상황에서 이번 APEC에서는 참가국 정상들이 9.19 공동성명의 성과를 확인하는 동시에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감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펙회의에 북한의 참가는 추진되지 못했지만 '북핵 포기'를 더욱 넓은 국제무대에 공표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로 포섭하고자 하는 정부의 끈질긴 집착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핵무장과 동북아 군사전략재편에는 자주국방이라는 허울을 쓰고 조력하면서 말이다. 그동안 북핵 문제는 아펙 정상회의에서도 정상들의 공동의 목소리로 언급되어 왔다. 2002년 10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지 열흘만에 멕시코의 로스 카보스에서 열린 10차 아펙정상회의에서는 정상들의 특별성명이 있었다. 2003년 방콕회의 때는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다자 틀 내 대북 안전보장 의사를 밝히면서 북한의 반응을 유도한 바 있다. 이처럼 아펙회의는 안보의 초점을 미 패권의 강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프로그램의 전 세계적 확산에 있어서의 방해물 제거에 두고 있다.
요새와 같은 회의장소,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라는 3만7000명이 병력배치와 육·해·공 테러 대비, 집회·시위의 원천봉쇄 등으로 드러나는 아펙 대비 테러대책은 반민중, 반민주적 아펙의 단면이며, 아펙 정상들의 음모는 '테러 대비'라는 이름으로 삼엄하게 호위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 해상에서는 미국 항공모함이 배치되는 등 준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경찰은 보수·관변단체를 동원, '아펙반대 부산시민행동'이 부산지역에 내는 집회신고마다 금지조치를 내리고 있다. 무려 273 곳에 이미 다른 단체가 집회신고를 내놓았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는 아펙 '인간안보'의 허구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이에 관련해서는 정영섭,「준 전시상황 된 부산, 공포분위기 섬뜩 」, 『민중언론 참세상』, 2005.10.26일자 참조).

지역경제발전, 시민 통합을 빙자한 동원과 배제

부산발전연구원은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부산지역의 생산 유발효과가 4천 20억 원에 달하고 부가가치 유발효과 1천 747억 원, 소득 유발효과 935억 원 등 모두 6천700억 원대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부문에 있어서도 직접적인 취업 유발효과만 6천100명에 달하며 2차적인 고용 유발효과까지 포함하면 1만 여 명에게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라 예측했다. 이경훈 부산시 APEC 준비단장은 "APEC정상회의로 부산의 도시 브랜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APEC을 활용한 마케팅 강화와 외국 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경제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펙을 계기로 건설업, 소비업 등 일시적인 지역경제 활성화가 현상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간 지역총생산이 45조원에 달하며 취업자가 159만 명에 달하는 부산지역경제에 정부가 선전하는 아펙 유치효과는 미미한 수치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정상회의 장소인 누리마루의 건립과 벡스코(BEXCO)의 개·보수에 대대적인 공을 들이고 과열된 각종 선전, 홍보 과정에서 예산지출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부산시는 동북아 물류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해외자본 유치에 가속도를 붙이는 등 APEC 준비과정을 지역경제의 구조조정의 계기로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있다. 이른바 도시브랜드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지역경제 개편과 지역사회의 발전은 경제자유구역, 특구 지정 등을 둘러싼 지방 도시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행정기관의 분산이전, 새로운 지역정책 수립은 분권화와 지역사회의 민주화를 확대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역할을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월 14일 정부가 발표한 '제주 특별자치도 계획안'은 도민합의가 배제된 가운데 '4+1 전략산업'을 선정하며 이에 교육, 의료를 포함시키고 있다. 공적인 보급의 확대를 통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먼, 교육, 의료 개방의 시험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은 지역 민중들을 동원, 관리하는 가운데 그 과정을 확산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펙 등의 국제회의 유치, 월드컵 등 국제행사 개최는 그러한 실험의 적절한 계기로 활용되어오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중들을 동원되거나 배제되는 양극단을 경험한다. 부산시는 '시민안전봉사대'를 발족하고 부산지하철 역사 곳곳에 3천여 명을 배치해 테러 예방활동을 벌이기로 하는 한편, 각종 시민행사를 연달아 개최하고 있다. 아펙회의 기간의 자동차 2부제가 강제로 시행된다. 노점상과 판자촌은 싹쓸이 철거당하는 한편, 부산시는 노숙인을 수용소에 강제로 잡아넣기에 여념이 없다. 이 모든 것은 '환경정비'와 '거리정화'라는 이름으로 시행된다. 이에 저항하는 행위는 또한 테러로 간주될 위험에 처한다. 또한 경찰은 아펙회의 대비의 일환으로 10월 26일에 공단주변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11월 15일에도 일제 검문검색을 실시할 예정으로 있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것이다.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라는 현실은 높으신 분들의 눈에 거슬리는 장면일 따름이다. '아펙 성공 개최'를 위한 동원과 배제는 이 회의에 동의하지 않는 대다수 민중의 의사를 무시하는 독재행위이며 동의한 바 없는 행사에 대한 강제동원과 인권유린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3. 대안세계화를 향한 아펙반대 행진에 나서자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부하고 대안을 세계화하기 위한 논의는 해가 갈수록 깊고 넓어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투쟁은 여전히 국제회의 개최일정에 맞춘 원정투쟁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며 핵심 주체의 운동과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부산 아펙정상회의 반대투쟁은 대안세계화 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착취와 수탈의 네트워크가 형성된 아시아 지역에서 투쟁이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정치, 군사, 경제, 문화의 권한을 선점하고 민중이 부여한 바 없는 무한 권리를 행사하는 각 국 수반들에 대한 타격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첫째, 10만 대중의 결집과 370만 부산시민의 반대행동으로 아펙회의를 무산시키자. 우루과이라운드 이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온 농산물 수입개방은 농민을 빈곤하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왔다. 올해 추곡수매제가 폐지된 가운데 쌀개방 국회비준안이 상정되어 있는 만큼 농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김동윤 열사의 죽음으로 화물연대의 투쟁이 확산되고 노사관계로드맵 저지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공공서비스 사유화에 맞선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투쟁들이 11월 18, 19일 부산에 결집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수장인 부시를 비롯하여, 아펙의 21개국 정상의 만남 자체를 위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만남이 공공연한 비민주적, 반민중적 범죄행위임을 천명해야 한다. 기생충 같은 금융투자자, 초민족적 투기자본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아펙과 FTA 협상의 선두주자, WTO 양허안 제출의 모범이자 노동유연화, 빈곤 확산의 주범인 노무현정부의 본질을 만천하에 폭로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저항과 반대가 한국 민중, 나아가 전 세계 민중들의 권리 쟁취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임을 알려야 한다.

둘째,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반전평화운동을 조직하자. 한반도 평화와 더 나은 미래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전쟁'에 의해 파괴되고 있음을 폭로해야 한다. 부시와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 평화는 '북한의 핵포기'에 달려있다고 주장하지만 부시의 패권전략이 멈추지 않는 한, 한반도 나아가 전 세계는 군사적 긴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파병규모 3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군 철수를 위한 투쟁이 다시 한 번 결집되어야 한다. '신속기동군화'를 운운하며 동북아시아 군사전략을 강화, 확대하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대한 반대, 주둔 미군기지 철수, 일본의 재무장화 반대를 위한 투쟁이 확산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대한 반대운동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위해 위협요소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대테러전쟁'을 제시하는 저들에 맞서 우리는 '민중의 삶의 권리 확장'을 위한 '평화 쟁취와 군사주의 거부'를 제시해야 한다.
셋째, 빈민, 비정규직, 여성, 농민 등 민중의 연대를 확장하자.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한 삶의 파탄은 민중의 연대마저 파괴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은 가난하고 가지지 못한 자는 철저히 배제되는 폐허와도 같은 오늘날을 저들은 마치 자유무역이 완성되고 모든 규제가 철폐되면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결과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고 부가 흘러 넘치면 마른 대지를 적실 것이라던 거짓말은 더욱 높아 가는 배제의 담장 위를 떠돌고 있다. 노동자/농민 간에, 정규직/비정규직 간에 높아지고 있는 장벽은 우리 스스로 허물어야 한다. 사회 위기관리를 위한 양극화 해소가 아닌 빈곤의 철폐, 불평등의 철폐만이 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자. 민중의 지혜를 나누고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한 연대를 조직하자. 그를 위해서는 가지지 못한 자들의 발언권을 확대하고 오늘날 대다수 민중을 일컫는 빈민의 요구를 확대해야 한다. 그를 위한 소통과 연대의 공간을 마련하자.

민중의 물결을 이루어내자. 아펙을 무산시킬 수 있는 완고한 저항을 확산하고, 그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고통 받는 민중의 연대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노동, 농업, 에너지, 교육, 의료 등을 포괄하는 민중의 삶은 아펙회의의 목표와 방향의 정반대에 위치해 있으며, 어느 것 하나도 그들이 결정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민중의 자율적인 토론과 연대로 가능한 것임을 선언하자. 해방을 향한 새로운 희망을 조직하는 출발점이 될 아펙정상회의 반대투쟁에 나서자.
주제어
정치 경제 평화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