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그 해결책은 있는가?
신종전염병의 확산
베트남, 태국에서 조류독감 유사증세로 잇달아 여러 사람이 사망하고 중국, 쿠웨이트 등 10개 국가에서 조류독감(H5N1)에 걸린 조류가 계속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인체감염 사례는 없었으나 음성, 천안, 양산, 아산 등지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2년 중증급성기호흡증후군(SARS)의 위협이후 조류독감은 아시아 지역을 또 한번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SARS, 조류독감과 같은 신종전염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69년 미국 공중위생국장 윌리엄 스튜어트가 "전염성 질병은 이제 대부분 끝이 보인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과학기술의 진보를 확신했었다. 그러나 1980년 성매개질환(STD), 1981년 에이즈, 라사열, 라임병, 에볼라 등은 수십 년 동안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환으로 등장하였다. 새로운 질병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어떤 신비한 블랙박스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오지에서 있었으나 독성은 더 강해지고, 한때 자신들을 억제했던 약물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면서 새로운 질병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이 만들어낸 질병
실질적으로 신종전염병의 확산의 주요한 원인은 두 가지로 진단해볼 수 있다. 첫째, ‘세계화’가 질병조차 세계화시키고 있다. 질병은 국경을 넘어 전파되고,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19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이 발생, 18명이 감염되고 6명이 사망했으나 사람간 전파는 없었지만, 이후 홍콩, 네덜란드 등지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새로운 아형이 속속들이 출현하고 있다. 또한 한 지역의 질병유행은 다른 지역으로 재빠르게 퍼지고 있다. 1918년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안 독감, 1968년 홍콩독감, 1977년 러시안 독감 등 독감의 대유행은 세계적으로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이러한 질병의 세계화는 독감이나 조류독감만이 아닌, 다른 질환에도 해당된다.
두 번째, 가금류의 대량사육이 질병의 전이를 가능케 하는 매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한두 마리 가금류를 사육하던 방식에서 대량 사육하는 대공업적 방식으로의 전환으로 인해, 대량 서식하는 가금류의 간에서 미생물은 유전자변형을 일으키는 등 자가발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생물을 접하지 못한 인간에게 전파되면서 엄청난 독력(毒力)을 행사케 되는 것이다.
조류독감의 위협, 그 유일한 치료제 타미플루
이러한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항바이러스 제제를 투여하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미플루'(Oseltamivir Phosphate)는 독감 바이러스가 인체를 통해 증식하고 확산되지 못하도록 효소를 억제하는 혁신적인 치료제이다. 1999년 10월 스위스에서 처음 발매되어 2000년 11월에는 미국, 2001년 11월에 우리나라에서도 발매가 시작되었다. 로슈사가 생산하는 타미플루 캅셀 75mg은 한 알에 4,109원으로, 하루 2알을 5일간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당장 환자개인에게야 한번 먹을 치료제인 만큼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백만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의 생산과 관련된 모든 권한이 한 제약회사 로슈사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타미플루 외에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가 생산·판매하는 항바이러스제 리렌자가 있다고 하지만, 분말로 돼있어 흡입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먹는 타미플루 만큼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만티딘(Amantidine), 리만티딘(Rimantidine) 등의 다른 항바이러스 제제 성분의 경우에도 내성 바이러스가 빈발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타미플루의 대량 구비만이, 조류독감의 재앙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타미플루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 강제실시1)
조류독감 치료제를 구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뜨거워지고 있다. 글리벡 강제실시 당시, 꿈쩍도 않던 국내 보건당국이 되려 타미플루에 대한 강제실시권 발동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해 놀라움을 사고 있다. 글리벡의 강제실시로 인해 통상압력이 들어올 경우, 손해가 더 크다는 이유로 강제실시를 허여하지 않겠다고 나선 지 3년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관 기관에 공문을 보내, 타미플루의 복제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제약사가 있는지 조사를 요청하고 동시에 강제실시권을 발동했을 경우, 무역마찰과 특허권 다툼에 대비하기 위해 특허청과 함께 법률적 검토작업에 나서고 있다.2)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강제실시를 언급할 만큼 상황은 절박하다. 타미플루의 독점권으로 약값도 높지만, 당장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 정부에 인구 25%분의 타미플루를 비축하라고 권고했지만, 현실성이 없는 공염불이다. 독점권을 가진 로슈사가 공장을 완전 가동해도 10년이 걸려야 세계인구의 20%가 먹을 수 있는 타미플루만 생산할 수 있다. 로슈는 생산량을 10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방어막을 쳤지만, 값비싼 타미플루를 비축한 국가는 30개국에 불과하다. 정작 조류독감 위험이 큰 동남아시아 저개발국가 정부들은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타미플루의 강제실시를 허용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류독감으로 63명이 사망하고, 가금류 수십만 마리를 폐사시킨 베트남에서는 11월 10일 로슈사의 강제실시 승인을 얻고, 내년부터 타미플루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인도의 시플라사는 내년부터 타미플루 복제약을 시판하겠다고 발표했다.
의약품 공급 난항의 총체적 원인은 바로 특허권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0월 6일 세계보건기구(WHO) 본부를 방문한 현장에서 조류독감의 예방과 치료에 한해선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운을 떼기도 했다. 그러나 타미플루의 공급확대 및 약가 하락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로슈사는 타미플루의 약가를 더 이상 낮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슈사는 이미 타미플루의 약가를 상당히 할인하여 각국 당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조류독감 우려 전에는 타미플루로 적자를 봤고 에이즈와 달리 조류독감은 만성질환이 아니라면서 기존 약가를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로슈사가 각국 보건당국에 제공하는 타미플루 약가는 선진국은 10정당 18달러, 후진국은 10정당 14.4달러 가량이다. 반면 타미플루의 계절성 독감 치료비용은 24 ~ 58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가격을 낮추지 않고, 강제실시를 허용하지 않는 로슈사는 도덕적인 비난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 기업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하고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놓칠 수 있다.
약값을 어느 수준으로 정하고, 어느 정도로 약을 공급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제약회사의 뜻이다. 그리고 이는 특허가 20년 간 부여하는 독점권에서 기인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적재산권협정(TRIPS)은 신약과 신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보상·유인책으로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제도를 도입하였고, 제약산업은 1960년대 냉전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윤율 1위를 고수해온 고수익산업으로서 평균이윤율을 자랑하고 있다.
11월 27일 보건당국은 12월부터 타미플루의 조류독감예방목적의 복용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타미플루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 환자 부담은 치료용(하루 2회씩 5일치)이 4만 1,090원에서 1만 2,327~2만 545원으로, 예방용(하루 1회씩 7일치)이 2만 8,763원에서 8,629~1만 4,382원으로 줄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건강보험료로 제약회사의 배만 불리는 꼴이다.
의약품 안정적 공급을 위한 그림을 그려보자
이미 초국적 제약자본은 일국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거대한 공룡이 되어버렸다. 값비싼 약값으로 인해, 약을 먹지 못하는 민중들의 요구가 드높다. 더욱이 질병의 세계화와 이에 대응하여 의약품을 보유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과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9·11 테러 직후 탄저균 소동이 발생한 미국은 턱없이 가격이 높은 바이엘의 시프로베이에 대한 강제실시를 수행했고, 탄저균 사건이 퍼지지도 않은 인근 캐나다 정부는 자국 회사에 100만 정의 복제약을 생산토록 지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약을 보유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여럿 발생했다.
그러나 초국적 제약자본이 의약품의 생산·공급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이상, 의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환자가 죽어 가는 문제는 앞으로도 숱하게 발생할 것이다. 이미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폐암 치료제 이레사,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는 우리에게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지적재산권협정 체제 하에서는 강제실시만이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인 지적재산권협정으로 의약품을 더 이상 묶어서는 안 된다. 첫째, 생명에 너무나 필수적인 의약품을 지적재산권협정에서 즉각 제외시켜야 한다. 둘째 필수의약품과 급성 전염병에 대한 약물의 공적 생산 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각주]
1) 강제실시권은 국가 비상사태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정하고 있다. 국내 특허법 106조에서도, "특허발명이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지 아니한 경우, … (중략) …,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상업적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서 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2)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이어 일양약품, 한미약품, 종근당, 신풍제약, 대웅제약 등 여러 제약회사들도 발빠르게 자체 생산한 타미플루 샘플을 내놓고 있다. 본문으로
베트남, 태국에서 조류독감 유사증세로 잇달아 여러 사람이 사망하고 중국, 쿠웨이트 등 10개 국가에서 조류독감(H5N1)에 걸린 조류가 계속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인체감염 사례는 없었으나 음성, 천안, 양산, 아산 등지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2년 중증급성기호흡증후군(SARS)의 위협이후 조류독감은 아시아 지역을 또 한번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SARS, 조류독감과 같은 신종전염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69년 미국 공중위생국장 윌리엄 스튜어트가 "전염성 질병은 이제 대부분 끝이 보인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과학기술의 진보를 확신했었다. 그러나 1980년 성매개질환(STD), 1981년 에이즈, 라사열, 라임병, 에볼라 등은 수십 년 동안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환으로 등장하였다. 새로운 질병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어떤 신비한 블랙박스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오지에서 있었으나 독성은 더 강해지고, 한때 자신들을 억제했던 약물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면서 새로운 질병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이 만들어낸 질병
실질적으로 신종전염병의 확산의 주요한 원인은 두 가지로 진단해볼 수 있다. 첫째, ‘세계화’가 질병조차 세계화시키고 있다. 질병은 국경을 넘어 전파되고,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19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이 발생, 18명이 감염되고 6명이 사망했으나 사람간 전파는 없었지만, 이후 홍콩, 네덜란드 등지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새로운 아형이 속속들이 출현하고 있다. 또한 한 지역의 질병유행은 다른 지역으로 재빠르게 퍼지고 있다. 1918년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안 독감, 1968년 홍콩독감, 1977년 러시안 독감 등 독감의 대유행은 세계적으로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이러한 질병의 세계화는 독감이나 조류독감만이 아닌, 다른 질환에도 해당된다.
두 번째, 가금류의 대량사육이 질병의 전이를 가능케 하는 매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한두 마리 가금류를 사육하던 방식에서 대량 사육하는 대공업적 방식으로의 전환으로 인해, 대량 서식하는 가금류의 간에서 미생물은 유전자변형을 일으키는 등 자가발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생물을 접하지 못한 인간에게 전파되면서 엄청난 독력(毒力)을 행사케 되는 것이다.
조류독감의 위협, 그 유일한 치료제 타미플루
이러한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항바이러스 제제를 투여하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미플루'(Oseltamivir Phosphate)는 독감 바이러스가 인체를 통해 증식하고 확산되지 못하도록 효소를 억제하는 혁신적인 치료제이다. 1999년 10월 스위스에서 처음 발매되어 2000년 11월에는 미국, 2001년 11월에 우리나라에서도 발매가 시작되었다. 로슈사가 생산하는 타미플루 캅셀 75mg은 한 알에 4,109원으로, 하루 2알을 5일간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당장 환자개인에게야 한번 먹을 치료제인 만큼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백만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의 생산과 관련된 모든 권한이 한 제약회사 로슈사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타미플루 외에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가 생산·판매하는 항바이러스제 리렌자가 있다고 하지만, 분말로 돼있어 흡입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먹는 타미플루 만큼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만티딘(Amantidine), 리만티딘(Rimantidine) 등의 다른 항바이러스 제제 성분의 경우에도 내성 바이러스가 빈발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타미플루의 대량 구비만이, 조류독감의 재앙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타미플루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 강제실시1)
조류독감 치료제를 구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뜨거워지고 있다. 글리벡 강제실시 당시, 꿈쩍도 않던 국내 보건당국이 되려 타미플루에 대한 강제실시권 발동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해 놀라움을 사고 있다. 글리벡의 강제실시로 인해 통상압력이 들어올 경우, 손해가 더 크다는 이유로 강제실시를 허여하지 않겠다고 나선 지 3년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관 기관에 공문을 보내, 타미플루의 복제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제약사가 있는지 조사를 요청하고 동시에 강제실시권을 발동했을 경우, 무역마찰과 특허권 다툼에 대비하기 위해 특허청과 함께 법률적 검토작업에 나서고 있다.2)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강제실시를 언급할 만큼 상황은 절박하다. 타미플루의 독점권으로 약값도 높지만, 당장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 정부에 인구 25%분의 타미플루를 비축하라고 권고했지만, 현실성이 없는 공염불이다. 독점권을 가진 로슈사가 공장을 완전 가동해도 10년이 걸려야 세계인구의 20%가 먹을 수 있는 타미플루만 생산할 수 있다. 로슈는 생산량을 10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방어막을 쳤지만, 값비싼 타미플루를 비축한 국가는 30개국에 불과하다. 정작 조류독감 위험이 큰 동남아시아 저개발국가 정부들은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타미플루의 강제실시를 허용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류독감으로 63명이 사망하고, 가금류 수십만 마리를 폐사시킨 베트남에서는 11월 10일 로슈사의 강제실시 승인을 얻고, 내년부터 타미플루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인도의 시플라사는 내년부터 타미플루 복제약을 시판하겠다고 발표했다.
의약품 공급 난항의 총체적 원인은 바로 특허권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0월 6일 세계보건기구(WHO) 본부를 방문한 현장에서 조류독감의 예방과 치료에 한해선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운을 떼기도 했다. 그러나 타미플루의 공급확대 및 약가 하락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로슈사는 타미플루의 약가를 더 이상 낮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슈사는 이미 타미플루의 약가를 상당히 할인하여 각국 당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조류독감 우려 전에는 타미플루로 적자를 봤고 에이즈와 달리 조류독감은 만성질환이 아니라면서 기존 약가를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로슈사가 각국 보건당국에 제공하는 타미플루 약가는 선진국은 10정당 18달러, 후진국은 10정당 14.4달러 가량이다. 반면 타미플루의 계절성 독감 치료비용은 24 ~ 58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가격을 낮추지 않고, 강제실시를 허용하지 않는 로슈사는 도덕적인 비난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 기업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하고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놓칠 수 있다.
약값을 어느 수준으로 정하고, 어느 정도로 약을 공급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제약회사의 뜻이다. 그리고 이는 특허가 20년 간 부여하는 독점권에서 기인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적재산권협정(TRIPS)은 신약과 신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보상·유인책으로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제도를 도입하였고, 제약산업은 1960년대 냉전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윤율 1위를 고수해온 고수익산업으로서 평균이윤율을 자랑하고 있다.
11월 27일 보건당국은 12월부터 타미플루의 조류독감예방목적의 복용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타미플루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 환자 부담은 치료용(하루 2회씩 5일치)이 4만 1,090원에서 1만 2,327~2만 545원으로, 예방용(하루 1회씩 7일치)이 2만 8,763원에서 8,629~1만 4,382원으로 줄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건강보험료로 제약회사의 배만 불리는 꼴이다.
의약품 안정적 공급을 위한 그림을 그려보자
이미 초국적 제약자본은 일국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거대한 공룡이 되어버렸다. 값비싼 약값으로 인해, 약을 먹지 못하는 민중들의 요구가 드높다. 더욱이 질병의 세계화와 이에 대응하여 의약품을 보유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과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9·11 테러 직후 탄저균 소동이 발생한 미국은 턱없이 가격이 높은 바이엘의 시프로베이에 대한 강제실시를 수행했고, 탄저균 사건이 퍼지지도 않은 인근 캐나다 정부는 자국 회사에 100만 정의 복제약을 생산토록 지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약을 보유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여럿 발생했다.
그러나 초국적 제약자본이 의약품의 생산·공급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이상, 의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환자가 죽어 가는 문제는 앞으로도 숱하게 발생할 것이다. 이미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폐암 치료제 이레사,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는 우리에게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지적재산권협정 체제 하에서는 강제실시만이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인 지적재산권협정으로 의약품을 더 이상 묶어서는 안 된다. 첫째, 생명에 너무나 필수적인 의약품을 지적재산권협정에서 즉각 제외시켜야 한다. 둘째 필수의약품과 급성 전염병에 대한 약물의 공적 생산 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각주]
1) 강제실시권은 국가 비상사태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정하고 있다. 국내 특허법 106조에서도, "특허발명이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지 아니한 경우, … (중략) …,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상업적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서 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2)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이어 일양약품, 한미약품, 종근당, 신풍제약, 대웅제약 등 여러 제약회사들도 발빠르게 자체 생산한 타미플루 샘플을 내놓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