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홍콩 각료회의를 저지하자!
빈곤과 폭력을 넘어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마흔 한 살의 여성농민이 "쌀 개방 안 돼"라는 절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가 제초제를 들이키기 며칠 전 전남 담양에서는 서른 여덟의 젊은 농민이 정부의 살농(殺農) 정책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충남 보령의 한 농민은 쌀 개방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다가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 뿐이겠는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얼마나 많은 농민이, 노동자가, 빈민이 세계 곳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그 첨병 WTO가 전 세계 민중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WTO 10년, 재앙의 역사
자본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출현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파괴적인 조치들을 세계적인 규범으로 만들었다. 유연한 노동이 만연하게 되었고, 금융의 이동과 투기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완화되거나 철폐되었고, 자본 활동의 장벽은 제거되었다. 자유무역의 확대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신자유주의 질서를 이식·확산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과 더불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양대 거두라 할 수 있다. IMF, 세계은행이 (반)주변부 국가들의 외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제하고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 질서를 확산한다면, WTO는 무역협상을 통해 점점 더 많은 부문을 교역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협상의제를 확대하고 자유화를 심화하는 방식으로 자본과 금융의 이동과 이윤추구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해왔다. 여기에는 국가 간, 지역 간에 진행되는 투자협정, 자유무역협정도 한 몫하고 있다. 이런 질서는 사실 전 세계 민중의 삶의 개선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정반대다.
WTO는 출범 당시 자유무역의 확대가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세계 무역에 참가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각 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촉진하고 전 세계 빈곤을 감축하고 소득 불균형을 해소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종자들은 지금도 이런 자유무역의 환상을 유포하며, 더 많은 자유화와 규제 철폐를 요구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환상이 헛된 거짓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WTO 출범 10년,1) 이제 세계 거의 모든 곳이 자유무역의 틀 내로 편입되고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이 자유무역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농업뿐만 아니라 물, 에너지, 의료, 교육 등 민중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영역도 자유무역의 대상이 되었다. WTO 농업 협정은 전 세계를 초국적 곡물, 농산물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장으로 만들어왔다. 초국적 곡물 기업 및 농산물 기업들의 세계적인 영향력은 확대되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소농들은 자신의 생업 자체가 말살될 위기에 처하거나 토지를 빼앗기고 농업 노동자로 전락하여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농사를 짓더라도 농민들은 자신이 온전히 농사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다. 시장 개방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자신이 농사지을 품종을 선택하는 것마저 시장 가격의 눈치를 봐야하고, 초국적 곡물 기업들이 가진 종자에 대한 특허권 때문에 자신의 수확에서 씨를 거둘 수조차 없게 되었다. 농민들이 규모와 기술을 가지고 싼값에 밀고 들어오는 초국적 기업들의 농산물을 당해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소득이 보전될 리가 만무하다. 한국에서도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한 농업 개방 이후 농민들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으며, 죽음을 택하는 농민들도 끊이지 않았다. 이는 비단 한국의 상황만은 아니고, 세계의 수많은 농민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현상이다.
WTO 지적재산권 협정(TRIPs)은 기존의 지적재산권 협정들을 총망라한 것으로 초민족 자본이 무제한적인 독점권을 향유하도록 보장한다. 이 협정에 따라 특허권은 20년 동안 보장될 수 있으며, 미생물과 식물품종에 대한 특허도 보장되었다. 이를 매개로 초민족 자본들은 식물종, 원주민의 전통 지식까지도 자신의 특허로 개발했고, 초국적 제약회사들은 이런 지식을 이용해 만든 약의 가격을 특허를 통해 비싸게 유지하여 높은 이윤을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특허를 통한 무자비한 약탈의 결과는 많은 민중들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의료와 약에 접근하지 못하고 죽음에 내몰리는 것이다. 일례로 죽음의 대륙 아프리카 스와질란드는 인구 50% 이상이 에이즈에 고통 받고 있지만, 특허에 의한 비싼 가격 때문에 약이 있어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가 WTO 자유무역 체제에 포괄되어 있고 아프리카 역시 마찬가지건만, 이 지역에서 기아와 질병이 더욱 심각해지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는 자유무역의 확산은 초민족 자본에게는 이윤을 뽑아낼 무대를 넓히는 과정이지만, 민중에게는 빈곤과 질병 같은 재앙을 불러올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WTO는 그 무대와 대상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서비스 협상은 교육, 의료, 물, 통신, 교통, 환경 등 모든 형태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다. 게다가 이 협정은 향후 다룰 영역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외채, 외환위기를 겪은 많은 나라들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수용하면서 수많은 공기업을 사유화, 민영화해야 했고, 이 기업들은 곧 초민족 자본의 인수, 합병의 대상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물, 의료, 교육과 같은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민중의 접근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윤 추구에 눈먼 초국적 자본들이 이런 권리를 상품화하고 가격을 높이고, 서비스의 질을 낮췄기 때문이다. 일례로 볼리비아의 코차밤바 지역은 유명한 초국적 물회사 벡텔이 수도 사업을 인수하면서 수도 요금이 올라 월 소득 1백 달러가 안 되는 가구에서 25달러를 요금으로 내야하는 사태도 발생했다(2000년 민중들의 투쟁으로 벡텔은 코차밤바 수도 사업에서 손을 떼고 도망갔다). WTO 서비스 협상은 이런 상황을 세계화하고, 하나의 규범으로 만들려는 시도임이 분명하다.
2005년 6차 홍콩 각료회의
WTO 10년이 심화시킨 세계적인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가 점점 더 명확해지면서 WTO에 맞선 세계적인 저항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대세라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강화되고 대안을 세계화하려는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WTO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시애틀과 칸쿤에서 각료회의가 무산된 바 있으며, 2005년부터 시행하려 했던 도하개발의제(DDA)는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갈등이 점점 더 부각되면서 진척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WTO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지배 세력들은 전쟁과 강압, 회유와 같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협상을 진척시키려 하고 있다. 더불어 일반이사회나 통상장관 모임 등 세계 민중들의 눈을 피한 자리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아펙 등 WTO 외곽의 흐름을 이용하여 도하개발의제가 타결되어야만 한다는 합의를 모으기도 한다('WTO DDA 협상에 관한 APEC 정상 특별성명'을 보라).
2005년 6차 홍콩 각료회의는 WTO 자유무역을 확대하기 위해 도하개발의제 협상에 진전을 이뤄내야 하는 지배 세력에게는 중요한 회의일 수밖에 없다. 멕시코 칸쿤처럼 각료회의가 무산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최소한의 합의라도 도출해야 이후 도하개발의제뿐만 아니라 WTO 자체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6일 WTO 사무총장인 파스칼 라미가 회원국들에게 회람한 '홍콩선언문 초안'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WTO 사무국과 회원국들은 이 초안에 대해 실질적인 알맹이가 없는 선언적인 의미이고, 현재의 상황을 중간 점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협상이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의 수준에서나마 어떻게든 각료회의 무산이라는 상황만은 막기 위해 채택된 방식이 바로 이 '홍콩 선언문'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합의는 이후 제네바에서 일반이사회를 통해 진척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WTO 협상 속에서 드러나는 갈등을 무마하려는 매우 정치적인 계획이다. 지난 칸쿤 각료회의 무산 이후 미국은 칸쿤에서 WTO 협상에 불만을 표시했던 개도국들을 협박하고 회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협상 결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G21(브라질, 인도 등을 포함한 개도국 그룹)을 파괴하기 위해 중남미 국가들에게 부분적인 시장개방을 약속하면서 G21에서 탈퇴할 것을 종용했고, 브라질과 인도는 '이해당사자 5개국 그룹(미국, 유럽연합, 호주, 브라질, 인도)'이라는 이름으로 끌어들여 기본골격 초안을 작성하는 데 동참시키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채택된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은 사실 선진국들과 초민족 자본의 이해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농업협정의 기본골격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은 보조금 중 상당 부분을 유지할 수 있고, 시장접근 부분에서도 개도국들이 훨씬 더 큰 폭으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서비스 협정에서는 선진국의 자유화 정도를 최소 기준으로 하여 모든 회원국들이 이를 의무적으로 따르게 하는 '벤치마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반영되어 있다.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협상2)도 강대국의 이해를 반영하기는 마찬가지인데, NAMA 협상에 따르면 개도국들이 자국 경제를 위해 유지하고 있던 고관세 산업부문이 자유화되어야 하고, 소위 '스위스 공식'에 따라 관세가 높은 나라일수록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
홍콩 각료회의를 통해 점검하겠다는 현재의 상황이 바로 위와 같은 기본골격에 기반을 둔 협상이다. WTO 협상이 지지부진한 표면적인 이유는 회원국들 내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갈등이지만, 이것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남반구 민중들의 빈곤과 생존의 위협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자유무역 체제 하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전 세계 민중의 현실과 저항 또한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배 세력들은 어떻게 해서든 WTO 도하개발의제를 유지하려는 기만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으며, 홍콩 각료회의를 그런 계기로 만들려한다.
WTO의 충실한 모범생, 노무현 정부
WTO 회원국들 사이의 수많은 갈등과 이견으로, 또한 세계 곳곳의 저항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임에도 노무현 정부의 의지는 굳건해 보인다. 한국은 농업 협상과 서비스 협상과 같이 협상 진척이 더딘 분야에서도 이미 2003년부터 개방제안서와 양허안을 '자발적'으로 제시하면서 WTO 협상에 촉매제가 되어왔다. 한국의 경우 금융 부분은 이미 거의 완전한 자유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자유화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남은 것은 교육과 의료 등 공공 서비스 분야다. 노무현 정부는 이 두 분야에 대한 개방의지를 강하게 보여왔다. 두 분야는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을 시작으로 각종 특별자치구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개방의 여지가 확대되고 있으며, WTO 서비스 협상 양허안에도 포함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는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농민들의 강경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농업 포기 정책을 꿋꿋하게 유지하면서 WTO의 충실한 모범생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WTO 농업협상을 예비하여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농업협정에 따르면 추곡수매제는 국내보조금의 한 형태이므로 철폐 대상이다), 농업 구조조정을 통해 농업 인구를 줄이는 정책을 꾸준히 펴오고 있다. 이 땅 350만 농민들을 다 죽음으로 내몰더라도 신자유주의 세계화, 자유무역 체제만큼은 기필코 관철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임에 분명하다.
WTO의 충실한 모범생다운 정부의 면모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남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정부와 지배 세력이 채택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다. '동북아 중심국가 플랜'과 같이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전망은 자본(특히 외국자본) 유치를 바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전망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본 투자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려는 각종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가속화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이후 지속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이 과정은 노동 유연화를 통해 만연한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을 노동시장의 일반적 조건으로 만들어왔으며, 현재 노동자 투쟁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소위 '비정규보호입법'은 이 연장선에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양자간·다자간 자유무역협정과 WTO 협상은 필수적이고 확대되어야 하며, 교육과 의료 등의 사회서비스 산업에 있어서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본의 투자처를 축소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그다지 이점이 없는 농업과 같은 산업은 '과감히' 포기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될 뿐이다.
WTO 홍콩 각료회의를 저지하자!
지금까지 한국의 민중을 포함하여 전 세계 민중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수많은 투쟁을 벌여왔다. 이런 투쟁들은 더디지만 끈질기게 지속되면서 점차 확장되고 강화되고 있다. IMF,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이 부과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WTO를 비롯한 다자간·양자간 자유무역협정에 맞서, 초국적 자본에 맞서, 신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각 국 정부에 맞서 투쟁해 온 수많은 민중들은 빈곤과 불평등을 확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고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WTO 홍콩 각료회의를 저지하는 투쟁 역시 이 길 위에 있다.
한국에서도 이 길에 동참하고자 농민, 노동자, 여성, 사회운동단체, 학생을 포함한이 결성되었다. 약 1,400여 명으로 구성된 한국민중투쟁단은 12월 11일부터 홍콩 현지에서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여러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에 맞선 투쟁과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WTO, 노무현 정권이 민중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투쟁과 다르지 않은 투쟁이다. 2005년 한 해만도 류기혁, 김동윤, 정용품, 오추옥 열사가 죽음으로 처절한 현실에 저항했다. 그러나 정권은 살기 위해서는 투쟁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 처한 대다수 민중의 요구는 묵살한 채 오히려 경찰의 폭력으로 전용철 열사를 살해했다. 이에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고 퇴진시키기 위한 투쟁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며 민중을 죽이고 있는 현실을 멈추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WTO 홍콩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은 바로 이런 국내의 투쟁을 지속시키고,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한 투쟁이다. 이는 현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개악안'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쌀 개방에 반대하며 돌아가신 농민 열사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투쟁, 이라크 파병 재연장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과 맞닿아있는 투쟁이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 투쟁이다. 이는 그렇게 확장되어 세계 민중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을 중단시키는 투쟁이다.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내자.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을 중단시키자. 우리가 염원하는 평등, 평화,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세계는 WTO 협상 테이블 안에서 결코 논의될 수 없고, 논의되어서도 안 되는 것임을 똑똑히 알려주어야 한다. 빈곤과 불평등, 폭력과 전쟁을 넘어선 또 다른 세계는 우리 손으로 가능케 할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에서, 홍콩에서, 세계 곳곳에서 WTO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투쟁,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 신자유주의 정권의 폭력과 야만을 알려내는 투쟁을 만들어가자.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WTO 반대! 도하개발의제 중단! 열사정신 계승! 투쟁!
[각주]
1) WTO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8차 무역 라운드인 '우루과이 라운드'를 바탕으로 1995년 1월 1일 출범했다. 그 후속 무역 라운드를 준비하면서 WTO는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이 의제들은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설정된 의제들이었다)을 협상 대상으로 추가했고, GATT와는 달리 회원국들의 의무 이행을 강력하게 뒷받침할 강제적 장치들(무역보복제도, 분쟁해결절차)을 두었다. 1999년 WTO는 3차 시애틀 각료회의를 통해 우루과이 라운드를 이을 새로운 무역 라운드를 개시하고자 했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설정된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에 관한 개방의 폭과 수위를 확정하고, 투자자유화, 무역과 노동·환경 기준 연계 등 새로운 무역협상을 개시하는 것이 3차 각료회의의 목표였다. 잘 알려져 있듯이 시애틀 각료회의는 세계적인 저항과 회원국들 사이의 갈등으로 무산되었다. 이후 WTO는 4차 각료회의를 통해 '도하개발의제(DDA)'를 채택했다. 여기에는 농업협상의 3대 목표, 서비스협상의 방식, 환경이슈 추가, 싱가포르 이슈(투자, 무역원활화, 정부조달투명성, 경쟁) 협상을 5차 각료회의 이후 개시할 것 등이 담겨있으며(결국 싱가포르 이슈에서는 무역원활화만 협상 의제가 되었다), 2005년 1월 1일까지 완료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의 5차 각료회의는 결렬되었고, 도하개발의제는 예정 시한을 넘겼지만 아직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본문으로
2) 공산품, 수산물, 광물 등 농업협정이 다루지 않는 모든 분야를 다루는 협정. 농업협정에서는 무역자유화의 방식을 '시장접근, 국내보조금, 수출보조금'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다루지만, NAMA 협상에서는 시장접근만을 다룬다. 즉 비농산물이 관세, 쿼터, 여타의 수출/수입 제한 없이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 NAMA 협상이 표방하는 목표이며, 모든 형태의 상품에 대해 관세 동결, 감축, 철폐를 달성하고자 한다.본문으로
WTO 10년, 재앙의 역사
자본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출현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파괴적인 조치들을 세계적인 규범으로 만들었다. 유연한 노동이 만연하게 되었고, 금융의 이동과 투기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완화되거나 철폐되었고, 자본 활동의 장벽은 제거되었다. 자유무역의 확대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신자유주의 질서를 이식·확산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과 더불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양대 거두라 할 수 있다. IMF, 세계은행이 (반)주변부 국가들의 외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제하고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 질서를 확산한다면, WTO는 무역협상을 통해 점점 더 많은 부문을 교역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협상의제를 확대하고 자유화를 심화하는 방식으로 자본과 금융의 이동과 이윤추구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해왔다. 여기에는 국가 간, 지역 간에 진행되는 투자협정, 자유무역협정도 한 몫하고 있다. 이런 질서는 사실 전 세계 민중의 삶의 개선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정반대다.
WTO는 출범 당시 자유무역의 확대가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세계 무역에 참가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각 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촉진하고 전 세계 빈곤을 감축하고 소득 불균형을 해소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종자들은 지금도 이런 자유무역의 환상을 유포하며, 더 많은 자유화와 규제 철폐를 요구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환상이 헛된 거짓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WTO 출범 10년,1) 이제 세계 거의 모든 곳이 자유무역의 틀 내로 편입되고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이 자유무역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농업뿐만 아니라 물, 에너지, 의료, 교육 등 민중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영역도 자유무역의 대상이 되었다. WTO 농업 협정은 전 세계를 초국적 곡물, 농산물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장으로 만들어왔다. 초국적 곡물 기업 및 농산물 기업들의 세계적인 영향력은 확대되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소농들은 자신의 생업 자체가 말살될 위기에 처하거나 토지를 빼앗기고 농업 노동자로 전락하여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농사를 짓더라도 농민들은 자신이 온전히 농사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다. 시장 개방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자신이 농사지을 품종을 선택하는 것마저 시장 가격의 눈치를 봐야하고, 초국적 곡물 기업들이 가진 종자에 대한 특허권 때문에 자신의 수확에서 씨를 거둘 수조차 없게 되었다. 농민들이 규모와 기술을 가지고 싼값에 밀고 들어오는 초국적 기업들의 농산물을 당해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소득이 보전될 리가 만무하다. 한국에서도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한 농업 개방 이후 농민들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으며, 죽음을 택하는 농민들도 끊이지 않았다. 이는 비단 한국의 상황만은 아니고, 세계의 수많은 농민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현상이다.
WTO 지적재산권 협정(TRIPs)은 기존의 지적재산권 협정들을 총망라한 것으로 초민족 자본이 무제한적인 독점권을 향유하도록 보장한다. 이 협정에 따라 특허권은 20년 동안 보장될 수 있으며, 미생물과 식물품종에 대한 특허도 보장되었다. 이를 매개로 초민족 자본들은 식물종, 원주민의 전통 지식까지도 자신의 특허로 개발했고, 초국적 제약회사들은 이런 지식을 이용해 만든 약의 가격을 특허를 통해 비싸게 유지하여 높은 이윤을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특허를 통한 무자비한 약탈의 결과는 많은 민중들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의료와 약에 접근하지 못하고 죽음에 내몰리는 것이다. 일례로 죽음의 대륙 아프리카 스와질란드는 인구 50% 이상이 에이즈에 고통 받고 있지만, 특허에 의한 비싼 가격 때문에 약이 있어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가 WTO 자유무역 체제에 포괄되어 있고 아프리카 역시 마찬가지건만, 이 지역에서 기아와 질병이 더욱 심각해지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는 자유무역의 확산은 초민족 자본에게는 이윤을 뽑아낼 무대를 넓히는 과정이지만, 민중에게는 빈곤과 질병 같은 재앙을 불러올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WTO는 그 무대와 대상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서비스 협상은 교육, 의료, 물, 통신, 교통, 환경 등 모든 형태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다. 게다가 이 협정은 향후 다룰 영역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외채, 외환위기를 겪은 많은 나라들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수용하면서 수많은 공기업을 사유화, 민영화해야 했고, 이 기업들은 곧 초민족 자본의 인수, 합병의 대상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물, 의료, 교육과 같은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민중의 접근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윤 추구에 눈먼 초국적 자본들이 이런 권리를 상품화하고 가격을 높이고, 서비스의 질을 낮췄기 때문이다. 일례로 볼리비아의 코차밤바 지역은 유명한 초국적 물회사 벡텔이 수도 사업을 인수하면서 수도 요금이 올라 월 소득 1백 달러가 안 되는 가구에서 25달러를 요금으로 내야하는 사태도 발생했다(2000년 민중들의 투쟁으로 벡텔은 코차밤바 수도 사업에서 손을 떼고 도망갔다). WTO 서비스 협상은 이런 상황을 세계화하고, 하나의 규범으로 만들려는 시도임이 분명하다.
2005년 6차 홍콩 각료회의
WTO 10년이 심화시킨 세계적인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가 점점 더 명확해지면서 WTO에 맞선 세계적인 저항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대세라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강화되고 대안을 세계화하려는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WTO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시애틀과 칸쿤에서 각료회의가 무산된 바 있으며, 2005년부터 시행하려 했던 도하개발의제(DDA)는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갈등이 점점 더 부각되면서 진척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WTO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지배 세력들은 전쟁과 강압, 회유와 같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협상을 진척시키려 하고 있다. 더불어 일반이사회나 통상장관 모임 등 세계 민중들의 눈을 피한 자리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아펙 등 WTO 외곽의 흐름을 이용하여 도하개발의제가 타결되어야만 한다는 합의를 모으기도 한다('WTO DDA 협상에 관한 APEC 정상 특별성명'을 보라).
2005년 6차 홍콩 각료회의는 WTO 자유무역을 확대하기 위해 도하개발의제 협상에 진전을 이뤄내야 하는 지배 세력에게는 중요한 회의일 수밖에 없다. 멕시코 칸쿤처럼 각료회의가 무산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최소한의 합의라도 도출해야 이후 도하개발의제뿐만 아니라 WTO 자체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6일 WTO 사무총장인 파스칼 라미가 회원국들에게 회람한 '홍콩선언문 초안'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WTO 사무국과 회원국들은 이 초안에 대해 실질적인 알맹이가 없는 선언적인 의미이고, 현재의 상황을 중간 점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협상이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의 수준에서나마 어떻게든 각료회의 무산이라는 상황만은 막기 위해 채택된 방식이 바로 이 '홍콩 선언문'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합의는 이후 제네바에서 일반이사회를 통해 진척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WTO 협상 속에서 드러나는 갈등을 무마하려는 매우 정치적인 계획이다. 지난 칸쿤 각료회의 무산 이후 미국은 칸쿤에서 WTO 협상에 불만을 표시했던 개도국들을 협박하고 회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협상 결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G21(브라질, 인도 등을 포함한 개도국 그룹)을 파괴하기 위해 중남미 국가들에게 부분적인 시장개방을 약속하면서 G21에서 탈퇴할 것을 종용했고, 브라질과 인도는 '이해당사자 5개국 그룹(미국, 유럽연합, 호주, 브라질, 인도)'이라는 이름으로 끌어들여 기본골격 초안을 작성하는 데 동참시키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채택된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은 사실 선진국들과 초민족 자본의 이해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농업협정의 기본골격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은 보조금 중 상당 부분을 유지할 수 있고, 시장접근 부분에서도 개도국들이 훨씬 더 큰 폭으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서비스 협정에서는 선진국의 자유화 정도를 최소 기준으로 하여 모든 회원국들이 이를 의무적으로 따르게 하는 '벤치마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반영되어 있다.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협상2)도 강대국의 이해를 반영하기는 마찬가지인데, NAMA 협상에 따르면 개도국들이 자국 경제를 위해 유지하고 있던 고관세 산업부문이 자유화되어야 하고, 소위 '스위스 공식'에 따라 관세가 높은 나라일수록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
홍콩 각료회의를 통해 점검하겠다는 현재의 상황이 바로 위와 같은 기본골격에 기반을 둔 협상이다. WTO 협상이 지지부진한 표면적인 이유는 회원국들 내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갈등이지만, 이것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남반구 민중들의 빈곤과 생존의 위협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자유무역 체제 하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전 세계 민중의 현실과 저항 또한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배 세력들은 어떻게 해서든 WTO 도하개발의제를 유지하려는 기만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으며, 홍콩 각료회의를 그런 계기로 만들려한다.
WTO의 충실한 모범생, 노무현 정부
WTO 회원국들 사이의 수많은 갈등과 이견으로, 또한 세계 곳곳의 저항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임에도 노무현 정부의 의지는 굳건해 보인다. 한국은 농업 협상과 서비스 협상과 같이 협상 진척이 더딘 분야에서도 이미 2003년부터 개방제안서와 양허안을 '자발적'으로 제시하면서 WTO 협상에 촉매제가 되어왔다. 한국의 경우 금융 부분은 이미 거의 완전한 자유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자유화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남은 것은 교육과 의료 등 공공 서비스 분야다. 노무현 정부는 이 두 분야에 대한 개방의지를 강하게 보여왔다. 두 분야는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을 시작으로 각종 특별자치구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개방의 여지가 확대되고 있으며, WTO 서비스 협상 양허안에도 포함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는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농민들의 강경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농업 포기 정책을 꿋꿋하게 유지하면서 WTO의 충실한 모범생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WTO 농업협상을 예비하여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농업협정에 따르면 추곡수매제는 국내보조금의 한 형태이므로 철폐 대상이다), 농업 구조조정을 통해 농업 인구를 줄이는 정책을 꾸준히 펴오고 있다. 이 땅 350만 농민들을 다 죽음으로 내몰더라도 신자유주의 세계화, 자유무역 체제만큼은 기필코 관철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임에 분명하다.
WTO의 충실한 모범생다운 정부의 면모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남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정부와 지배 세력이 채택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다. '동북아 중심국가 플랜'과 같이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전망은 자본(특히 외국자본) 유치를 바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전망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본 투자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려는 각종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가속화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이후 지속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이 과정은 노동 유연화를 통해 만연한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을 노동시장의 일반적 조건으로 만들어왔으며, 현재 노동자 투쟁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소위 '비정규보호입법'은 이 연장선에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양자간·다자간 자유무역협정과 WTO 협상은 필수적이고 확대되어야 하며, 교육과 의료 등의 사회서비스 산업에 있어서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본의 투자처를 축소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그다지 이점이 없는 농업과 같은 산업은 '과감히' 포기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될 뿐이다.
WTO 홍콩 각료회의를 저지하자!
지금까지 한국의 민중을 포함하여 전 세계 민중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수많은 투쟁을 벌여왔다. 이런 투쟁들은 더디지만 끈질기게 지속되면서 점차 확장되고 강화되고 있다. IMF,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이 부과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WTO를 비롯한 다자간·양자간 자유무역협정에 맞서, 초국적 자본에 맞서, 신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각 국 정부에 맞서 투쟁해 온 수많은 민중들은 빈곤과 불평등을 확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고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WTO 홍콩 각료회의를 저지하는 투쟁 역시 이 길 위에 있다.
한국에서도 이 길에 동참하고자 농민, 노동자, 여성, 사회운동단체, 학생을 포함한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내자.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을 중단시키자. 우리가 염원하는 평등, 평화,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세계는 WTO 협상 테이블 안에서 결코 논의될 수 없고, 논의되어서도 안 되는 것임을 똑똑히 알려주어야 한다. 빈곤과 불평등, 폭력과 전쟁을 넘어선 또 다른 세계는 우리 손으로 가능케 할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에서, 홍콩에서, 세계 곳곳에서 WTO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투쟁,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 신자유주의 정권의 폭력과 야만을 알려내는 투쟁을 만들어가자.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WTO 반대! 도하개발의제 중단! 열사정신 계승! 투쟁!
[각주]
1) WTO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8차 무역 라운드인 '우루과이 라운드'를 바탕으로 1995년 1월 1일 출범했다. 그 후속 무역 라운드를 준비하면서 WTO는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이 의제들은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설정된 의제들이었다)을 협상 대상으로 추가했고, GATT와는 달리 회원국들의 의무 이행을 강력하게 뒷받침할 강제적 장치들(무역보복제도, 분쟁해결절차)을 두었다. 1999년 WTO는 3차 시애틀 각료회의를 통해 우루과이 라운드를 이을 새로운 무역 라운드를 개시하고자 했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설정된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에 관한 개방의 폭과 수위를 확정하고, 투자자유화, 무역과 노동·환경 기준 연계 등 새로운 무역협상을 개시하는 것이 3차 각료회의의 목표였다. 잘 알려져 있듯이 시애틀 각료회의는 세계적인 저항과 회원국들 사이의 갈등으로 무산되었다. 이후 WTO는 4차 각료회의를 통해 '도하개발의제(DDA)'를 채택했다. 여기에는 농업협상의 3대 목표, 서비스협상의 방식, 환경이슈 추가, 싱가포르 이슈(투자, 무역원활화, 정부조달투명성, 경쟁) 협상을 5차 각료회의 이후 개시할 것 등이 담겨있으며(결국 싱가포르 이슈에서는 무역원활화만 협상 의제가 되었다), 2005년 1월 1일까지 완료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의 5차 각료회의는 결렬되었고, 도하개발의제는 예정 시한을 넘겼지만 아직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본문으로
2) 공산품, 수산물, 광물 등 농업협정이 다루지 않는 모든 분야를 다루는 협정. 농업협정에서는 무역자유화의 방식을 '시장접근, 국내보조금, 수출보조금'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다루지만, NAMA 협상에서는 시장접근만을 다룬다. 즉 비농산물이 관세, 쿼터, 여타의 수출/수입 제한 없이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 NAMA 협상이 표방하는 목표이며, 모든 형태의 상품에 대해 관세 동결, 감축, 철폐를 달성하고자 한다.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