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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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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 시안 비판

임필수 | 집행위원장
전국민중연대는 2006년 3월 19일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학생행진, 한총련, 민주노동당, 사회진보연대 등 중앙참가단체와 서울, 경기, 인천, 강원, 광주전남, 대구경북, 경남 지역민중연대가 참가한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조직발전방침을 결정했다. 방침은 ‘조직발전추진기획단’을 새로이 구성하고, ‘조직발전기획단’(2005년 9월 구성)이 이번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조직발전 시안(試案)과 학생행진, 노동자의힘, 사회진보연대가 제출한 의견안을 토대로 토론을 지속하기로 했다.
최근까지 조직발전기획단의 시안은 전국민중연대의 조직전망에 대해 ‘연대연합체’, ‘연합전선체’ 등의 용어를 혼용해서 표현했으나, 이번 안에서는 ‘진보진영의 총단결체로서 단일연대조직’이란 용어로 정리했다. 그렇다면 시안이 담고 있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중복된 연대연합체를 해소, 정비한다는 것이다. 시안에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이미 6?15 공준위 결성으로 인해 자신의 역할이 애매해진 ‘통일연대’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숨은 쟁점이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구조의 변화다. 시안은 부문?지역 참여조직의 간부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근거로 대의원대회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합의(협의체)의 정신에 따른 지금까지의 운영방식을 뛰어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대의원구조의 신설은 사실상 다수결제도가 작동하는 연합체로의 전환, 또는 참가단체에 대해 결정력과 구속력을 지닌 ‘상급단체’ 건설과 같은 새로운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1990년대 초반 전국연합을 상기해보면 쉽게 그 상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민중진영의 단결을 고양하는 데 기여할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1997년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중심으로 민중운동이 쌓아온 성과를 유실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 또한 조직 성격의 전환은 조직운영의 민주성을 고양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 운동의 모순을 ‘대의원대회’라는 체계를 통해 은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인가?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답하기에 앞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이는 노무현정권의 등장 이후 전국민중연대 내부에서 경합하고 있는 정치적 경향성간에 정치적?정세적 입장 차이가 오히려 점점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국민중연대는 최근까지도 이러한 갈등을 발전적으로 해소해 나갈 수 있는 민주적 방식을 새로이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 때문에 정치적?정세적 입장 차이가 발생하는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 점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진행해야만 한다. 그리고 무엇이 민중진영의 단결을 훼손하는지 분명히 진단하고 이를 해소해 나갈 수 있는 쇄신된 활동작풍과 조직형식을 계발해야 한다.

전국민중연대 역사에 대한 평가

2003년 본조직의 출범과 함께 우리는 전국민중연대가 신자유주의 세계화(금융?무역 개방화, 상품화), 비정규(불안정)노동, 빈곤과 실업, 이주노동자 등의 이슈를 충실하게 제기하고 다양한 사회운동 간의 연대를 확장함으로써 연대운동의 한 거점으로서, 달리 말해 사회운동네트워크 형성의 한 주체로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본조직 출범 이후 지난 시기를 돌이켜 보면, 전국민중연대가 민중운동의 자율성과 응집력을 고양하고, 연대운동을 역동적으로 확장하였는지 냉정히 반문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자.
첫째, 민중운동의 자율성과 응집력이 약화되었다. 노무현정권의 출범 이후 이라크전쟁 파병방침 발표와 이른바 ‘대미굴욕외교’, 재신임선언과 대통령탄핵안 국회통과, 김선일씨 피살, 청와대-열린우리당의 사회양극화 해소 제안 등 민중운동 진영이 비상한 대응을 해야 할 국면에서 전국민중연대는 정권과 친정권적 시민운동(NGO)에 대해 단호한 태도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는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맥락에서 견결한 정세적 대응을 통해 민중진영과 여러 사회운동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해야 할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민중연대는 ‘반제국주의?반정권’을 사업계획안에서는 항상 공언했지만, 앞서 언급한 주요 국면마다 이미 공공연하게 노무현정권의 분명한 지지세력으로 전락한 시민운동 상층부와의 협의를 우선시하고 민중연대 내부의 토론에서는 시민운동과 짜 맞춘 틀을 강요하는 데 급급했다.
둘째, 조직운영 과정에서 민주성의 위기가 드러났다. 민중연대는 ‘상설공동투쟁체’라는 위상에 따라 협의체(합의제)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사안, 국면에 따라 협의체의 위상이 흔들렸다. 이는 주로 민중연대 외부에 또 다른 연대기구가 꾸려질 때 ‘민중연대’의 이름으로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발생하는 갈등으로 표출되었다. ‘탄핵반대범국민행동’과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가 대표적 사례다. 전자는 민중연대 참가단체가 개별적으로 판단하자고 결론을 맺었으나, 중앙사무처의 활동가 대다수가 범국민행동 집행부에 참여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민중연대의 참여와 다름없는 결과를 낳았다. 후자는 참가단체간의 심각한 이견이 드러났지만 결국 기존의 운영방식을 뛰어넘어 다수결 표결을 통해 참여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향후 구성될 ‘국민통합연석회의’에 민중연대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 놓는 결정이기도 하다(최근 민주노총 중집위는 저출산고령화 연석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는 ‘정치성’과 무관한 대화창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은 정치노선의 갈등을 드러냈지만, 지금까지 의결체계 내에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은 조직운영의 민주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
협의체의 원칙에 따르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각 참가단체가 개별적으로 판단해서 활동을 하면 될 문제다. 그러나 이것이 심각한 쟁점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중앙사무처가 파견활동을 할 것인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사무처의 활동이 상설공투체의 위상을 넘게 되면 여러 문제를 낳는다. 우선 전국민중연대 중앙사무처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독자기구(상층기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민중연대는 각 참가단체의 연대사업(대외협력사업)을 '대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중앙사무처는 참가단체들의 활동을 매개하는 기구로서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또한 전국민중연대의 역할을 민중운동 '단일창구'로 사고하는 경향을 낳을 수 있다. 민중운동의 발전과정에서 자율적인 연대의 흐름이 크고 작은 범위에서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창구단일화'라는 사고는 이러한 흐름을 인위적으로 배제하거나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셋째, 연대확장 전략이 취약하다. 전국민중연대 출범과 함께 선포한 “반전반세계화 민중총력투쟁”의 준비과정은 신자유주의 반대,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해 헌신하는 다양한 사회운동이 자신의 과제를 실현하면서 동시에 연대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보다는, 기존 참가 단위(주로는 민주노총과 전농)의 투쟁 일정을 조정하는 데 머물렀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지금까지도 기존 참가조직 외에는 여러 사회운동 경향과 단체들이 민중연대에 대해 소극적?부정적 인식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예컨대 전투적인 반전운동, 빈곤철폐운동, 인권운동, 여성운동, 장애운동과의 관계는 과거보다 더 소원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포함하여 정치적 일관성과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견지함으로써 다양한 민중세력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해 나가며, 다른 한편으로는 형식적 견고성(또는 폐쇄성)에 집착하기보다는 다양한 반신자유주의 운동 세력과의 폭넓은 활동을 통해 연대 확장을 모색할 때에만 이러한 인식을 해소해나갈 수 있다.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 시안의 문제점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 시안은 앞에서 제시한 문제점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하며, 쟁점이 될 문제들을 모호하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몇 가지 잠재적인 문제들을 언급한다.
첫째는 정치노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전국민중연대의 공식문건은 ‘(반미)반제국주의, 반정권’을 표방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은 종종 정권과 시민운동의 정책의제에 포섭되거나,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판과 투쟁을 회피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노무현정권의 집권 하반기를 맞이하여 특히 노무현정권의 성격에 대한 기본적 인식과 경제사회정책-대북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는 중대한 쟁점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폭넓은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공투체의 정치적 통일성을 높이자는 주장은 갈등의 본질을 은폐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여기서 분명히 밝혀보자.
우리는 노무현정권의 경제사회정책에 대하여 민중진영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맥락에서 견결한 투쟁 태세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동아시아 신흥시장(주식시장) 부양을 최고의 정책목표로 삼는다. 이는 저금리-탈인플레이션 정책으로 지지된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은 필연적인 귀결이다(김대중정권은 분양가 자율화로 부동산거품을 적극 지지했다). 또한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재벌개혁)이 도모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초민족 자본의 인수합병을 가능케 한다. 결국 초민족자본은 주식시장과 인수합병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윤을 수탈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재벌은 스스로 초민족화에 적응하는 경우에만 생존 가능하다. 최근 언급되고 있는 경제양극화(사회양극화)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재벌과 중소기업, 5대재벌과 기타 재벌 등 사이의 격차확대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는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인한 현상으로써, 초민족화에 성공한 기업과 금융화에 적응한 부유계층(주식거래차익, 배당, 스톡옵션, 부동산 투기)의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양극화 해소-사회통합이라는 노무현정권의 정책과제는 신자유주의 노선의 안정적 실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몇몇 대증요법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양극화 해소, 국민통합이라는 노무현정권의 기만적인 의제에 스스로 포박되는 길을 걸어선 결코 안 된다.
또한 우리는 기존 통일운동 단체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민중적 변혁운동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과제를 중심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동의 활동을 모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1990년대 통일운동이 제시한 4대 과제는 연방제통일방안 합의확산, 한반도평화체제 구축(북미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였다. 이 가운데 국가보안법 철폐는 민중의 민주적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완전 철폐되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 철수투쟁은 현재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미(일)동맹 체제 해체를 위한 투쟁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연방제통일방안 합의확산 투쟁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남북의 통일은 양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는 전혀 실현 불가능하며 실질적으로 남과 북의 사회체제가 수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양 체제를 유지하는 '절묘한' 통일방안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통일방안에 대한 남북 민중의 합의가 부족해서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미 6.15 공동선언은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 연방제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하여, 실질적으로 분단을 평화적으로 유지하는 데 합의하였다. 따라서 남북 간의 통일을 지향하는 운동은 실질적인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예를 들어 한미동맹 해체, 남한사회의 민중적 변혁)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이다. 한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변화된 정세를 고려하여 구체적인 전망에 대해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한미(일)동맹이 유지되는 구조를 평화체제라고 부를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결론적으로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 시안은 잠재적인 정치쟁점에 대해 분명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를 둘러싼 광범위한 토론을 충분히 전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구조와 조직규율을 강제하려고 한다면, 이후 더 큰 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또한 전국민중연대는 IMF 범국본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과 반제?반미, 반전평화투쟁을 중심으로 연대운동을 확장해왔던 사실을 명심하고 이를 중심으로 핵심 투쟁과제를 설정하여 견결한 투쟁을 펼쳐나가야만 한다.

둘째는 조직발전에 대한 형식적 접근법이 낳는 문제점이다. 시안이 밝힌 ‘단일연대조직’이라는 표현은 기존 연대기구의 재편, 전국민중연대 내부 형식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민중연대 조직발전 논의는 광범위한 민중운동(사회운동)의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민중연대 자신의 중장기적 역할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 논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전국민중연대 출범 당시부터 ‘일상적인 조직기풍 강화’, ‘지역 민중연대 건설’, ‘대의원구조 형성’ 등이 제안되었다. 이는 조직 발전 논의를 내부 규율 강화나 내부 형식의 보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매년 ‘평가와 사업계획’ 논의 때마다 이 문제를 언급하지만 실제로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직발전 시안이 설사 문서상으로 통과되더라도 실현될 수 있는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현실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다양한 사회운동 경향이 새로이 형성되고 있고, 조직적 결속을 도모하고 있지만(예를 들어 빈곤철폐운동, 여성운동, 반전운동 등등) 중앙?지역의 민중연대의 활동과는 연계가 없거나 취약한 상태에서 활동이 진행되고 있고, 따라서 민중연대 가입단체의 활동은 질적으로 확대되고 있지 않다. 또한 지역민중연대 역시 민주노총의 지역조직(지역본부, 연맹지역본부, 전국규모 노조의 지역단위 등등)과 전농 지역조직이 공동활동을 펼치는데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어떤 지역은 운동적 경향들이 상실될 위험에 처해 있다. 실제로 민중연대라는 이름만 존재하고 전혀 가동되지 않는 지역도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문제는 중앙에서 지역민중연대를 가동시키라는 지침이나 규율이 아니고, 실제 공동투쟁을 펼칠 수 있는 쟁점과 투쟁을 계발하고 매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국민중연대 활동의 어려움은 규율이나 조직형식의 불충분성 때문이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정세와 실천 방향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다. 또한 지역 수준에서는 실질적인 공동활동의 매개를 형성하는 데 따르는 난관 때문이다. 이런 실재하는 차이를 무시하면서 구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설정하지 못하면서 조직형식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기존 민중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의 활동을 고양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전국민중연대가 “전국적인 주요 대중조직과 정치사회운동조직” 중심으로 골간 구조를 형성하고, 기타 단체들은 지역조직으로 편재하며, 의결구조를 피라미드 모양으로 집중하는 방식으로 공동투쟁체의 발전 전망을 세운다는 것이 당장 시급한 과제인지, 나아가 앞으로도 그런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연대운동의 일반적인 방향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민중연대 운동의 발전을 위한 과제

전국민중연대가 민중연대 운동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까지 표방한 ‘상설공동투쟁체’에 적합한 투쟁과제, 투쟁기풍, 조직운영방식의 전형을 새롭게 창출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전국민중연대는 이미 본조직 출범을 선언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을 정치적 과제로서 제시했고, 지역민중연대 건설을 매개로 기층 수준에서 민중운동의 단결의 기운을 고양해 나갈 것을 결의하였다. 이런 과제를 현실에서 풀어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전국민중연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는 중앙의 지침이나 조직형식의 외피로는 구체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신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투쟁태세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실천적으로 모범을 보임으로써 여러 민중운동, 사회운동의 상호신뢰와 지지를 획득하고, 연대운동의 하나의 주체로서 헌신적이고 폭넓은 연대운동을 펼칠 때만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민중연대 운동의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금 확인해야 한다.
첫째,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 확대가 민중연대 투쟁의 정치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민중연대 결성배경은 남한의 외환위기, IMF 구제금융 협약을 매개로 전면화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이었다. 이를 계기로 기존 민중운동 내부의 정치적 견해차이와 갈등을 뛰어넘어 공동의 투쟁을 모색하자는 기운이 형성되었다. 우리는 이런 정신을 발전시킨다는 분명한 지향이 있어야만 조직발전 논의를 추동할 수 있다. 특히 민중운동의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단결을 확장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투쟁의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노무현정권의 성격에 대한 기본적 인식과 정권의 경제사회정책-대북정책의 본질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 합의를 형성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정치적 응집력이 창출될 수 있다.
둘째,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 헌신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의 결집이 조직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남한 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은 이에 대항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을 형성했다. IMF, WTO 체제에 반대하는 (교육, 보건, 에너지, 물, 교통, 통신 등) 공공보편서비스의 상품화와 사유화 반대, 노동 불안정화에 반대하는 노동자운동, 이주노동자운동, 식량주권과 식량안전을 위한 농민운동, 빈곤과 폭력에 맞서는 여성운동,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편재되어 있는 빈민운동, 진보적 인권운동, 반전운동 등등. 따라서 조직발전 논의는 기존 연대기구의 재편, 내적 조직형식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회운동의 연대를 확장하기 위해 전국민중연대가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 논의는 기존 민중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의 활동을 고양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민중연대가 직접 포괄하고 있지 못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과의 협력을 통해 전국민중연대의 활동기풍을 혁신하고 민중연대 운동을 촉진하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두어야 한다.
주제어
노동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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