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협정의 전면적 개정,주한미군철수의 첫걸음이다
한국 땅, 미군 폭격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6월 19일 오후 4시 45분 매향리. 미군의 기총사격 세례에 40여일 간의 짧았던 평화는 깨졌다.
아침부터 폭격을 알리는 황색기가 사격장 입구에 흩날리고 미군기의 저공비행이 팽팽한 긴장을 유발하더니 기어코 폭격은 재개됐다.
폭격은 밤에도 이어져 밤 10시 50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보통 자정까지도 폭격을 했다고 한다.
폭격에 항의하는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들은 사격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어김없이 한국경찰이 이들을 막아섰다. 앞장섰던 문정현 신부(소파개정국민행동 상임대표)가 경찰에게 떠밀려 주저앉았고 이를 말리던 학생들에게는 방패세례가 쏟아졌다.
"저것들이 농약을 먹었지", "이렇게 폭격소릴 다 듣고도 모른척하는 인간들이 사람이냐?" 17일에도 경찰의 원천봉쇄와 돌팔매질에 경악했던 주민들은 폭격이 재개된 19일에도 변함없는 경찰의 폭력에 원성을 높였다
- 인권하루소식 6월 20일자 중에서.
필자가 보기에도 그곳은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웅장한 평원이었다. 그 평원 한 가운데, 폭격기 기총소사의 표적이 되는 세개의 거대한 과녘이 있고, 그 바로 뒤 섬은 폭격의 참화로 반 이상 허물어진 채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철조망이 평원 전체를 두르고, 사격장 사령관 명의로 접근금지를 알리는 경고문구가 곳곳에 걸려있는 이 곳은 매향리와 고온리의 미군 사격장이다.
미군사격장 전경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매향리 마을회관 벽에는 정부와 미군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다. 지난 50년 동안 주한, 주일, 괌 주둔 미군의 지속적인 폭격훈련으로 주민들의 삶이 피폐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폭격장이 생기고 나서 200여가구 주민 중 32명이 자살을 기도하여 28명이 죽었으며, 9명이 오폭과 오발탄에 맞아 죽었고, 13명이 심한 부상을 당했다. 포탄에 맞아 죽은 사람 중에는 임산부도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폭격장에 전투기가 폭격을 할 때, 주민들은 폭격기 안에 있는 조종사의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머리 위를 날아서 폭격과 기총소사를 하기 때문이다.(필자가 매향리에 간 날, 집회 중에 머리 위 까마득히 높은 곳을 날아가던 두 대의 이름모를 전투기가 집회장의 우렁찬 마이크 소리를 압도하고 날아갔다. 그 전투기가 바로 머리 위에서 날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도 시도때도 없이…) 매향리 주민들은 50년 동안 바로 코 앞에서 날아가는 이 전투기들의 소음을 듣고 살 수 없어, 자살을 하거나 포탄에 맞아 죽어갔다.
SOFA 협정, 굴욕의 역사
매향리가 매화향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마을이 아니라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폭격장으로 변신한 이유는 바로 주한미군과 SOFA 협정(한미주둔군지위 협정)에 있다. 이 협정이 도대체 어떻길래 이 난리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일까?
SOFA 협정은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를 규정한 협정이다. 일반적으로 외국군대는 주둔하는 나라의 법질서를 따라야 한다. 다만, 특수임무의 효율성을 위해 쌍방간에 편의와 배려를 제공하는 협정을 맺는다.
그러나, 한·미간의 SOFA는 미군에 대한 편의제공을 넘어서 한국 주권을 상실할 정도로 다른 협정에 비해 지나치게 불평등하다. 이러한 SOFA 협정의 과정에는 한국의 굴욕적인 역사적 배경과 그 과정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해방직후 미군정 시대에는 한국의 주권이 없었고, 남한에 단독정부가 세워짐에 따라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문제가 제기되자 협정을 맺었다. 그 내용은 한국 정부가 미군의 기지 및 시설사용권은 물론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1949년 미군의 일시 철수로 종료되었다.
그러다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전시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로 미군에게 일체의 재판권을 부여하는 대전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그 이후 13년 동안 유지된 대전협정은 1967년 월남파병을 대가로 현재의 SOFA 체제인 한미행정협정을 맺게 되었으나, 국제법상 가장 불평등하고 후진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다시 24년이 지난 1991년, 한미행정협정이 개정되는데, 부분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한국측의 권리행사를 제한시키는 조항들을 개정하지 않음으로써 기존의 협정과 거의 변함없는 불평등구조를 온존시켰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 협정개정의 조건으로 엄청난 방위분담금을 요구하였다.
1995년 한미행정협정의 재개정을 한미간에 합의하면서 한국 정부는 방위분담금 증액을 약속했으나, 협상은 미국측의 일방적인 협상결렬에 의해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이다.
SOFA의 핵심적인 불평등사항(1) - 미군기지의 공여 및 운용, 반환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관철되어 온 SOFA 협정의 문제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군기지의 공여 및 운용, 반환에 관한 불평등 협정이다.
용산 미군기지 내 불법적인 건축물 증축에 대해서, 용산구청장이 수차례에 걸쳐 그 불법성을 지적하고 중단을 요구했지만 미군은 이를 무시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용산 미군헬기장을 한강 고수부지로 이전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한편, 도심에 위치한 대구 캠프워크 기지 이전에 대한 주한미군측의 반대로 지자체와 대구시민들은 많은 불편과 고통을 당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적발된 군산 미군기지의 계속된 오·폐수 무단방류와 지난 1월 4일 파주 폭발물 관련 소동의 해프닝성 사과 등 웃지 못할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매향리 미군사격장을 포함하여 현재 남한에는 95개의 미군기지가 있고, 전체 면적은 8천 28만평이나 된다. 그러나 매향리의 사례와 같이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에 처하는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협정대로라면, 미군기지는 미군이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무상으로 영구히 사용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비단 사용료 징수문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협정에서는 미군기지 운용에 대해 한국측이 어떠한 정보도 획득할 수 없고, 미군기지 내부에 대한 통제권이 전혀 행사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주한미군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고 통제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고온리 미군사격장의 연습용 핵포탄 사용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군기지 주변에 환경오염과 핵오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SOFA의 핵심적인 불평등사항 (2) - 구속수사 불가
"피의자가 대한민국의 수중에 있는 경우에는 그 피의자는 요청이 있으면 합중국 군당국에 인도되어야 하며 모든 재판절차가 종결되고 또한 대한민국 당국이 구금을 요청할 때까지 합중국 군당국이 계속 구금한다"(SOFA 협정 제22조 제5항 일부)
미군범죄의 경우 적지 않은 수가 살인 등 중범죄에 해당한다. 윤금이씨 살해사건으로 대표되는 미군에 의한 기지촌 여성에 대한 살인의 경우, 최근 1년 동안에만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발생한 신차금, 이정숙씨 살해사건 이태원 미군전용클럽 여종업원 김모씨 그리고 의정부시 서경만씨 살해사건 등 무려 4건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살해사건을 포함해서 하루에도 미군범죄가 5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재판권 행사율은 1%가 채 안된다. 사실상 미군은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한국측은 미군에 대한 수사, 재판, 형집행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SOFA 협정의 구속수사 불가조항을 악용하여 주한미군은 피의자 인도 후에 알리바이를 조작하거나, 진술 자체를 조작하여 사건을 은폐 축소시켜 왔다. 결국 주한미군의 범죄행위는 주한미군 전체의 개입과 SOFA를 통한 구조적인 범죄를 용인하고 있는 셈이다.
SOFA 전면개정은 주한미군 철수의 첫걸음
앞서 살펴본 문제들은 SOFA 협정의 핵심적이지만 수많은 문제들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의 문제, 미군 밀수와 미군 PX 불법유출, 환경파괴 등 작지 않은 문제들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상 불평등한 SOFA 협정 자체도 문제지만, 주한미군의 주둔 자체가 주권국가로서 한국과 한국 민중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즉, 미군사격장을 이전한다고 해서 매향리 주민들의 피해가 사라지지 않고 다른 곳에서 또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한에 대한 핵미사일 위협의 비현실성이 다시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주둔 미군의 문제가 국제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SOFA 개정은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한 가운데, 한·미간에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SOFA 개정은 주한미군의 법적지위를 약화시켜 나가는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SOFA 개정을 요구하는 주요한 맥락이 불평등한 한미간의 관계는 물론 한국 민중들의 삶의 문제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SOFA 문제의 해결은 현실적으로 주한미군의 철군을 향한 첫걸음으로서 의미를 갖게 된다.
6·25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노근리, 익산시 나아가 이북지역의 민간인과 민간시설에 대한 무차별 융단 폭격은 전범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는 얼마전 발생한 코소보지역의 분쟁 당시 미군에 의한 비무장 민간인과 민간시설에 대한 폭격행위와 마찬가지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2차대전 이후 크고작은 분쟁에 미국은 항상 개입했고, 거의 대부분 반평화적인 미국에 의해 비극적인 결말로 끝이 나고 말았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주둔이 전쟁억지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주장은 억지주장에 다름 아니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도 주한미군은 하루속히 철군되어야 한다. 여기에 SOFA의 전면적 개정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SOFA 협정 개정방향과 요구안
▶ 개정의 대전제 (3대 전제)
1.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면 재검토 : 토지소유자의 동의 불필요, 무상 주병권, 주둔기간의 무제한 등
2. 한미행정협정 본협정 및 부속문서를 포함한 전면 개정
3. 방위비분담특별조치협정 폐지
▶개정방향 : 상호성, 호혜성, 평등성, 주권회복의 4대 원칙에 기반
▶요구안
1. 수사 및 재판, 형집행에 이르기까지 형사관할권의 완전한 보장
2. 민사소송 및 판결집행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규정 마련
3. 미군기지 공여 및 운용, 반환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 마련
4. 환경오염에 대한 미국정부의 책임 부과
5. 부대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장
6. 협정 대상자에 대한 통관, 관세, 과세상의 지나친 특혜 폐지
7. 보건 및 위생검역의 강화
6월 19일 오후 4시 45분 매향리. 미군의 기총사격 세례에 40여일 간의 짧았던 평화는 깨졌다.
아침부터 폭격을 알리는 황색기가 사격장 입구에 흩날리고 미군기의 저공비행이 팽팽한 긴장을 유발하더니 기어코 폭격은 재개됐다.
폭격은 밤에도 이어져 밤 10시 50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보통 자정까지도 폭격을 했다고 한다.
폭격에 항의하는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들은 사격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어김없이 한국경찰이 이들을 막아섰다. 앞장섰던 문정현 신부(소파개정국민행동 상임대표)가 경찰에게 떠밀려 주저앉았고 이를 말리던 학생들에게는 방패세례가 쏟아졌다.
"저것들이 농약을 먹었지", "이렇게 폭격소릴 다 듣고도 모른척하는 인간들이 사람이냐?" 17일에도 경찰의 원천봉쇄와 돌팔매질에 경악했던 주민들은 폭격이 재개된 19일에도 변함없는 경찰의 폭력에 원성을 높였다
- 인권하루소식 6월 20일자 중에서.
필자가 보기에도 그곳은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웅장한 평원이었다. 그 평원 한 가운데, 폭격기 기총소사의 표적이 되는 세개의 거대한 과녘이 있고, 그 바로 뒤 섬은 폭격의 참화로 반 이상 허물어진 채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철조망이 평원 전체를 두르고, 사격장 사령관 명의로 접근금지를 알리는 경고문구가 곳곳에 걸려있는 이 곳은 매향리와 고온리의 미군 사격장이다.
미군사격장 전경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매향리 마을회관 벽에는 정부와 미군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다. 지난 50년 동안 주한, 주일, 괌 주둔 미군의 지속적인 폭격훈련으로 주민들의 삶이 피폐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폭격장이 생기고 나서 200여가구 주민 중 32명이 자살을 기도하여 28명이 죽었으며, 9명이 오폭과 오발탄에 맞아 죽었고, 13명이 심한 부상을 당했다. 포탄에 맞아 죽은 사람 중에는 임산부도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폭격장에 전투기가 폭격을 할 때, 주민들은 폭격기 안에 있는 조종사의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머리 위를 날아서 폭격과 기총소사를 하기 때문이다.(필자가 매향리에 간 날, 집회 중에 머리 위 까마득히 높은 곳을 날아가던 두 대의 이름모를 전투기가 집회장의 우렁찬 마이크 소리를 압도하고 날아갔다. 그 전투기가 바로 머리 위에서 날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도 시도때도 없이…) 매향리 주민들은 50년 동안 바로 코 앞에서 날아가는 이 전투기들의 소음을 듣고 살 수 없어, 자살을 하거나 포탄에 맞아 죽어갔다.
SOFA 협정, 굴욕의 역사
매향리가 매화향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마을이 아니라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폭격장으로 변신한 이유는 바로 주한미군과 SOFA 협정(한미주둔군지위 협정)에 있다. 이 협정이 도대체 어떻길래 이 난리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일까?
SOFA 협정은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를 규정한 협정이다. 일반적으로 외국군대는 주둔하는 나라의 법질서를 따라야 한다. 다만, 특수임무의 효율성을 위해 쌍방간에 편의와 배려를 제공하는 협정을 맺는다.
그러나, 한·미간의 SOFA는 미군에 대한 편의제공을 넘어서 한국 주권을 상실할 정도로 다른 협정에 비해 지나치게 불평등하다. 이러한 SOFA 협정의 과정에는 한국의 굴욕적인 역사적 배경과 그 과정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해방직후 미군정 시대에는 한국의 주권이 없었고, 남한에 단독정부가 세워짐에 따라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문제가 제기되자 협정을 맺었다. 그 내용은 한국 정부가 미군의 기지 및 시설사용권은 물론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1949년 미군의 일시 철수로 종료되었다.
그러다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전시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로 미군에게 일체의 재판권을 부여하는 대전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그 이후 13년 동안 유지된 대전협정은 1967년 월남파병을 대가로 현재의 SOFA 체제인 한미행정협정을 맺게 되었으나, 국제법상 가장 불평등하고 후진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다시 24년이 지난 1991년, 한미행정협정이 개정되는데, 부분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한국측의 권리행사를 제한시키는 조항들을 개정하지 않음으로써 기존의 협정과 거의 변함없는 불평등구조를 온존시켰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 협정개정의 조건으로 엄청난 방위분담금을 요구하였다.
1995년 한미행정협정의 재개정을 한미간에 합의하면서 한국 정부는 방위분담금 증액을 약속했으나, 협상은 미국측의 일방적인 협상결렬에 의해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이다.
SOFA의 핵심적인 불평등사항(1) - 미군기지의 공여 및 운용, 반환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관철되어 온 SOFA 협정의 문제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군기지의 공여 및 운용, 반환에 관한 불평등 협정이다.
용산 미군기지 내 불법적인 건축물 증축에 대해서, 용산구청장이 수차례에 걸쳐 그 불법성을 지적하고 중단을 요구했지만 미군은 이를 무시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용산 미군헬기장을 한강 고수부지로 이전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한편, 도심에 위치한 대구 캠프워크 기지 이전에 대한 주한미군측의 반대로 지자체와 대구시민들은 많은 불편과 고통을 당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적발된 군산 미군기지의 계속된 오·폐수 무단방류와 지난 1월 4일 파주 폭발물 관련 소동의 해프닝성 사과 등 웃지 못할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매향리 미군사격장을 포함하여 현재 남한에는 95개의 미군기지가 있고, 전체 면적은 8천 28만평이나 된다. 그러나 매향리의 사례와 같이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에 처하는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협정대로라면, 미군기지는 미군이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무상으로 영구히 사용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비단 사용료 징수문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협정에서는 미군기지 운용에 대해 한국측이 어떠한 정보도 획득할 수 없고, 미군기지 내부에 대한 통제권이 전혀 행사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주한미군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고 통제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고온리 미군사격장의 연습용 핵포탄 사용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군기지 주변에 환경오염과 핵오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SOFA의 핵심적인 불평등사항 (2) - 구속수사 불가
"피의자가 대한민국의 수중에 있는 경우에는 그 피의자는 요청이 있으면 합중국 군당국에 인도되어야 하며 모든 재판절차가 종결되고 또한 대한민국 당국이 구금을 요청할 때까지 합중국 군당국이 계속 구금한다"(SOFA 협정 제22조 제5항 일부)
미군범죄의 경우 적지 않은 수가 살인 등 중범죄에 해당한다. 윤금이씨 살해사건으로 대표되는 미군에 의한 기지촌 여성에 대한 살인의 경우, 최근 1년 동안에만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발생한 신차금, 이정숙씨 살해사건 이태원 미군전용클럽 여종업원 김모씨 그리고 의정부시 서경만씨 살해사건 등 무려 4건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살해사건을 포함해서 하루에도 미군범죄가 5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재판권 행사율은 1%가 채 안된다. 사실상 미군은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한국측은 미군에 대한 수사, 재판, 형집행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SOFA 협정의 구속수사 불가조항을 악용하여 주한미군은 피의자 인도 후에 알리바이를 조작하거나, 진술 자체를 조작하여 사건을 은폐 축소시켜 왔다. 결국 주한미군의 범죄행위는 주한미군 전체의 개입과 SOFA를 통한 구조적인 범죄를 용인하고 있는 셈이다.
SOFA 전면개정은 주한미군 철수의 첫걸음
앞서 살펴본 문제들은 SOFA 협정의 핵심적이지만 수많은 문제들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의 문제, 미군 밀수와 미군 PX 불법유출, 환경파괴 등 작지 않은 문제들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상 불평등한 SOFA 협정 자체도 문제지만, 주한미군의 주둔 자체가 주권국가로서 한국과 한국 민중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즉, 미군사격장을 이전한다고 해서 매향리 주민들의 피해가 사라지지 않고 다른 곳에서 또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한에 대한 핵미사일 위협의 비현실성이 다시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주둔 미군의 문제가 국제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SOFA 개정은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한 가운데, 한·미간에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SOFA 개정은 주한미군의 법적지위를 약화시켜 나가는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SOFA 개정을 요구하는 주요한 맥락이 불평등한 한미간의 관계는 물론 한국 민중들의 삶의 문제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SOFA 문제의 해결은 현실적으로 주한미군의 철군을 향한 첫걸음으로서 의미를 갖게 된다.
6·25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노근리, 익산시 나아가 이북지역의 민간인과 민간시설에 대한 무차별 융단 폭격은 전범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는 얼마전 발생한 코소보지역의 분쟁 당시 미군에 의한 비무장 민간인과 민간시설에 대한 폭격행위와 마찬가지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2차대전 이후 크고작은 분쟁에 미국은 항상 개입했고, 거의 대부분 반평화적인 미국에 의해 비극적인 결말로 끝이 나고 말았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주둔이 전쟁억지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주장은 억지주장에 다름 아니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도 주한미군은 하루속히 철군되어야 한다. 여기에 SOFA의 전면적 개정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SOFA 협정 개정방향과 요구안
▶ 개정의 대전제 (3대 전제)
1.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면 재검토 : 토지소유자의 동의 불필요, 무상 주병권, 주둔기간의 무제한 등
2. 한미행정협정 본협정 및 부속문서를 포함한 전면 개정
3. 방위비분담특별조치협정 폐지
▶개정방향 : 상호성, 호혜성, 평등성, 주권회복의 4대 원칙에 기반
▶요구안
1. 수사 및 재판, 형집행에 이르기까지 형사관할권의 완전한 보장
2. 민사소송 및 판결집행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규정 마련
3. 미군기지 공여 및 운용, 반환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 마련
4. 환경오염에 대한 미국정부의 책임 부과
5. 부대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장
6. 협정 대상자에 대한 통관, 관세, 과세상의 지나친 특혜 폐지
7. 보건 및 위생검역의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