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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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합의의 한계와 전망

동아시아의 평화를 향한 사회운동의 과제

수열 | 정책부장
무장한 세계화에 맞선 사회운동의 연대를 향해

자본의 세계화는 군사주의의 세계화를 동반한다. 신자유주의 담론과는 반대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세계에 평화가 아닌 폭력과 파괴, 그리고 전쟁을 가져다주고 있다. ‘부시 독트린’이라고 불리는 9․11 이후 미국의 새로운 군사교리는 이러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부시 독트린은 미국의 사활적인 이익을 세계화의 보호로 정의하였고, 잠재적인 적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공격/예방공격 전략을 채택했다. 이런 상황은 자본의 세계화와 군사주의의 관련이 더 밀접해지는 세계화의 새로운 단계-무장한 세계화-로 이해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구도에서 자본의 필요에 따른 한정된 지역들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들만이 세계화의 구도 속에 편입될 뿐, 그 외 광범위하게 배제된 지역들에서는 사회적 몰락이 관찰된다. 신자유주의에 통합된 지역 내에서도 빈곤의 증대와 경제의 불안전성 증가는 일반적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무장한 세계화를 동반하는 것은 이처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세계질서의 해체에 대해, 쇠퇴하는 세계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이 불안전성을 관리하고자 반동적 대응을 전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통치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의 핵 실험을 계기로 표출된 한반도 위기는 이러한 미국의 ‘통치성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금융적 축적을 지속하고자 선별된 지역들만을 포섭, 관리하는 구상만으로는 해체되는 세계질서 전체를 관리하기 어려워지며, 배제된 지역의 이탈은 가속화된다. 이것이 미국의 변화된 전략 하에서 전쟁이라는 극단적 폭력을 부른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겠다.
따라서 북한의 핵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야기하는 폭력을 제어하는 과정과 동일하게 사고되어야 한다. 국가 간 협상의 틀은 현재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으며, 단지 ‘관리’하며 위기의 폭발을 ‘지연’시킬 따름이다. 동아시아 민중의 평화적 생존을 위한 사회운동의 입장과 전략이 고민되어야 할 때다.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북한의 핵 실험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2006년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9월 중국 등 세계 24개 금융기관 대북 거래 중단, 10월 9일 북한 핵 실험 실시, 10월 15일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안 채택, 10월 19일 UN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출범, 10월 23일 북한 화물선 강남1호 홍콩 억류, 11월 15일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하노이 회동, 28일 베이징 북미 회동과 30일 남북 회동, 12월 17일 북미 양자회동 무산, 18일 5차 6자회담 개막,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동결 해제를 둘러싼 공방 끝에 차기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22일 종료, 2007년 1월 16일 베를린 북미 양자회담, 2월 8일 5차 6자회담 진행과 2․13 합의 채택, 3월 2․13 합의에 따른 5개 실무그룹 회의 진행, 19일 6차 6자회담 진행, 22일 또다시 BDA 문제로 휴회 등등. 한달음에 정리하기 힘들만큼 한반도는 격동의 시간 속을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서 열린 5차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선언 초기이행조치’라는 합의가 이루어진 뒤,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6자회담의 중단까지 불러왔던 BDA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북한이 2․13 합의의 이행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 북한의 핵 실험 이후 급속하게 악화되었던 한반도 정세가 극적 반전을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전략 기조가 크게 변화했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2․13 합의를 전후해 북미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아졌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운동진영 일부에서는 ‘핵 보유 선언과 핵 실험, 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선군정치에 미국이 굴복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BDA를 둘러싼 공방은 북한 핵 시설의 폐쇄․봉인과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경제적․인도적으로 북한을 지원한다는 2․13 합의의 이행, 나아가 한반도 평화 체제의 안착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또한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2․13 합의의 초기조치 이행시한을 넘긴 지금까지 실무그룹 회의가 한 차례 씩 진행되었을 뿐 2․13 합의의 나머지 과제들은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2․13 합의 이행의 난점과 한계

2․13 초기조치 이행시한 60일이 지나도록 우리는 BDA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북한은 ‘BDA 동결자금의 전액 해제’를 얻어낸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밝힌 입장대로 이후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행동에 돌입하더라도 여러 난점들이 남게 된다.

1.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1)

HEU 프로그램은 사실 새롭게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2002년 10월 촉발된 이른바 ‘2차 북핵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HEU 프로그램이다. 북한은 줄곧 부인해 왔지만, 미국이나 남한 정부는 북한의 HEU 프로그램 존재를 확신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2)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은 초기 단계(60일 이내)에 ‘사용 후 연료봉’ 추출 플루토늄을 포함한 핵 포기 대상의 모든 핵 프로그램 목록을 6자회담 참가국들과 협의하고, 다음 단계에는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모든 현존 핵시설의 불능화를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핵 프로그램에 HEU 프로그램이 포함된다는 것은 이미 누차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줄곧 존재 자체를 부인해 온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신고 목록에 포함시킬지는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3)

2.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북한은 이번 2․13 합의에 따라 ‘IAEA와의 합의에 따라 모든 필요한 감시 및 검증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토록 초청’해야 하며, 북한이 핵 포기를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1993년 이른바 ‘1차 북핵 위기’의 촉발 요인이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양과 IAEA가 사찰을 통해 추정한 양 사이의 ‘불일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후 검증 과정에서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4)

3. 에너지․경제 지원

북한의 핵 불능화 조치가 실질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에너지․경제 지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13 합의에 따르면 남한 정부는 5만 톤 우선 지원 분을 포함 20만 톤 규모(100만 톤의 중유 지원분을 5개국이 균등 분담할 경우)를 북한에 지원해야 하며, 연간 50만 톤의 쌀과 30만 톤의 비료 지원 재개, 경수로 제공 이전까지 200만 Kw 대북 전력 제공, 경수로 건설비용 분담 등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10년 간 11조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5)된다. 벌써부터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북 강경론자들은 북한에 대한 퍼주기 협상이라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대북 지원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에 있다. 북한의 핵 불능화라는 쟁점에 갇히지 않는, 민중을 위한 실질적 교류와 협력의 차원에서 대북 지원과 향후 발전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4. 북일 관계 정상화

일본의 강경한 입장 역시 2․13 합의 이행의 커다란 난관이다. 일본은 줄곧 자국인 납치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월 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일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45분 만에 막을 내렸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북미 관계 정상화가 추진된다면 일본 역시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시와 함께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정권의 유지․강화 수단으로 삼아왔던 아베 정권6)이, 6자회담과 납치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며 일본이 ‘생떼를 쓰고 있다’고 비판하는 북한과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납치 문제를 둘러싸고 오랜 기간 동안 악화된 일본 내 여론 역시 북일 관계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7)
이후 대북 지원에 있어 상당 부분을 담당해야 할 주체로서 일본이 취하는 입장은 향후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8)

2․13 합의 외부의 문제

2․13 합의와 이후 미국이 보이고 있는 입장으로 인해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화했다는 분석들이 지배적이다. 중간 선거 패배 이후 레임덕에 빠진 부시 정부가 중동과 이란 문제에 발목 잡힌 상황에서 어떻게든 외교 부문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일정 의미 있는 분석이라 생각한다.
2․13 합의를 계기로 동아시아의 향후 정세를 낙관하는 이런 시각들은 한 가지 인식을 전제하고 있는데, 그것은 ‘6자회담이라는 외교협상의 형태가 한반도 전쟁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중대한 해법’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차례 조성되어왔던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북미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처음부터 북한을 고립․봉쇄하고자 한 미국의 패권 전략이고, 여기에서 북미간의 협상은 갈등을 일시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었다.9) 미국의 ‘대북 정책’은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무엇이 아니며, 크게는 미국의 대외 전략과 작게는 동아시아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집권 2기에 들어서 적극적인 군 변형을 진행해왔다. 이는 일차적으로 미군의 기동성,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대중국 봉쇄/견제의 일환으로 동북아시아 미군의 전력구조와 임무를 재편하는 것이다. 여기에 MD 체제와 군사 동맹의 문제가 추가된다. 최근 유럽의 MD 체제 구축과 관련 러시아가 반발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동북아시아 MD 체제와 한미일 군사동맹은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패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대외 전략이며, 여기서 북한의 존재는 효과적인 활용지가 된다.10) 따라서 향후 동북아시아의 정세와 관련해서 미국의 필요에 따라 북한 문제는 다시 쟁점화 될 소지가 다분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동아시아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최근 진행된 한미전시증원연습(RSOI)이나 한미기동훈련(Foal Eagle), 이달 말 예고된 한국․미국․인도 합동 군사 훈련, 베트남 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올 여름의 태평양 군사 훈련 등은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평화 체제 논의와 그 한계

작년 11월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자는 언급을 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국전 종료를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 서명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시의 발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2․13 합의에서 참가국들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노력을 할 것을 재확인’하고,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갖는다.’고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논의는 -그 시작점을 북한의 핵 불능화 이후 단계로 상정하고 있다는 근본적 한계를 차치하고라도- 다분히 정전선언과 협정 체결이라는 제도적 문제에 치우치고 있다. 국가 간의 외교협상을 통한 법제도화는 결국 해당 국가의 역관계에 따른 타협의 형태를 띠게 되며, 불평등한 권력 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현재 상황에서 평화 체제 논의가 진척이 되어 북한의 체제를 어느 정도 보장(북한의 정상 국가화)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력을 근본적으로 침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실질적 요인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실천이 중요한 때다.

1.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고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최근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허용함으로써 한반도에서 미국의 전쟁 개시 가능성을 더 높이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지스함,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도입함으로써 미국의 MD 시스템을 암묵적으로 실현하고 있으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빌미로 한국의 무기증강 시도를 정당화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철수, 호전적 한미동맹의 해소, 한반도 군비감축을 통해 전쟁유발요인을 남한에서부터 제거하는 것이 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대로라면 평화협정이 맺어지더라도 남한에 미군이 계속 주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민들의 강제 이주가 완료된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은 한국 내 주둔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미국과 남한 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라는 법적 형태의 완성과 주한미군 주둔의 문제는 별개의 쟁점이 되고 있다.11)

2. 주변 국가들의 군비 경쟁

동북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4월 14일 새벽 다섯 번째 ‘베이더우(北斗)’ 항법위성을 쏘아 올렸다. 중국은 지난 2000년 10월과 12월, 2003년 5월에 각각 베이더우 1호 A, B, C를 발사했고, 올해 2월에는 베이더우 4호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냉전 이후 아시아의 우주 경쟁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급부상한 중국은 인공위성 요격 실험에 성공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12) 작년 10월 러시아제 Su-33 함재기 50대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중국이 항공모함 외에도 미국과 유럽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는 신형 미사일(DF-31A ICBM)과 최신형 구축함(잉자-83)을 배치했다는 사실도 공개되었다. 게다가 올 초 전투기 독자개발(젠-10)을 공개했으며, 젠-13, 젠-14의 신형전투기를 2015년 경 실전배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러시아제 S-300 PMU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북한 국경지대 등에 모두 28개의 지대공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 3월 요격미사일 실험을 진행했다.
일본은 작년 12월 15일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키면서 군비증강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일본은 신형 이지스함 건조계획과 함께 차세대 잠수함 건조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5,000t급 호위함 4척을 건조할 계획이며, 1만 3,500t급 헬기 탑재 호위함도 건조 중이다. 일본은 현재 80대의 차기 해상초계기와 44대의 차기 수송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5세대 전투기인 미국의 F-22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13)
러시아는 미국의 동유럽 MD 추진에 맞서 핵 및 첨단 미사일 증강, 이동식 미사일 배치 확대, 핵 잠수함 이동배치 등 군사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월 5일 강경한 태도를 밝혔고, 러시아 하원도 같은 날 “미국의 동유럽에 대한 MD 시도가 유럽을 분열시키고 새로운 냉전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 땅에서 다시 새로운 군비경쟁의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동아시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관계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동아시아 및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요원한 문제일 따름이다.

3. 미국의 핵 패권주의와 주변 국가들의 핵 무장 위협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를 폐쇄․봉인하고 NPT 체제에 복귀한다고 해서 핵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NPT 체제는 핵의 수평적 확산만을 문제 삼으며 미국을 비롯한 핵 보유국에 면죄부를 부여해 왔다. 그것은 핵 보유국의 핵무기 개발(핵의 수직적 확산)을 전혀 제한하지 못했고, 그들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에 핵위협이나 핵공격을 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또한 미국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사례처럼 자신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NPT 체제를 자의적으로 활용하거나 무시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핵 패권주의와 NPT 체제의 자의적 활용은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가들의 핵개발 욕구를 자극할 뿐이다.
또한 주변 국가들의 핵 개발 경쟁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 실험이 발표되자마자 남한과 일본의 강경파들은 자국 핵 무장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나카가와 쇼이치 자민당 정조회장과 아소 다로 외상 등 대북 강경론자들은 북한 핵 실험 사태 직후 핵 무장론을 잇따라 제기했다. 또 일본 정부는 일본의 현행 평화헌법은 자위를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할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의 보유를 반드시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에 외교정책 관련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기타오카 신이치 도쿄대 교수는 최근 일본의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무장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을 밝히면서 일본의 핵 무장 옵션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핵 무장 논의가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미지수지만 내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어떻게 논의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 핵 무장론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것이다.14)
현재의 NPT 체제는 반핵을 염원하는 세계 민중의 요구를 실행하는 데 근본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으며, 핵무기의 위협을 제어할 수도 없다. 세계적 핵 경쟁을 부추기며 동맹 내의 핵 개발을 용인하는 미국의 핵 패권주의와 핵우산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향한 사회운동의 과제

1. 주한미군 철수, 전략적 유연성 반대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윈-윈(win-win) 전략의 실패가 드러나면서 미국은 변화된 상황에 대처해 (지역)주둔군 체제에서 신속대응군 체제로 군사전략 구도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를 몇 개의 주요 지역으로 묶고, 각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분쟁들에 대해 동맹국과 함께 한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 광범한 지역에 걸친 대응을 전개할 수 있도록 대응방식을 전환하는 것을 뜻했다. 이를 위해 분산 배치된 주둔군을 몇 개의 거점 중심으로 집중 배치하고, 개별 국가의 상황에 매이지 않는 군사작전의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현재 한반도에서 추진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처럼, 신속대응군 중심의 군사편제와 동맹국들의 군사적 책임의 강화, 개별국가 중심이 아닌 더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군사무기 체계의 개발 등의 변화가 진행되어 온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이전에 비해 군사적 위협을 감소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증폭시키게 된다.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중심에 놓임에 따라 국지적 분쟁이라도 이것이 세계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증폭되어, 특정한 국가/지역들이 비대칭적인 군사적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질서에 대한 헤게모니적 통제의 역량은 약화된데 비해 군사적 대응의 범위와 정도가 확대됨에 따라 분쟁과 충돌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일단 분쟁에 미국의 초국가적 개입이 개시되면 해당 국가나 지역에 대한 엄청난 파괴의 가능성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국제 분쟁 개입 여지를 크게 높인다. 주한미군에게 기지 및 자원을 제공하는 한국 역시 자동적으로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UN총회 결의안 3314호에서 보듯 국제사회에서는 특정 국가가 상대 국가를 공격하는 어떤 국가에 대해 영토를 제공했을 경우 그 국가 역시 선전포고와 무관하게 적대행위를 한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매우 새로운 형태의 군사 위협이다.
전략적 유연성이 열어 놓는 가능성은 미국 군대가 한반도에서 자유롭게 빠져나가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만이 아니다. 한반도가 분쟁 지역으로 규정되는 한에서, 역으로 전 세계의 미군이 한반도에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개념에 포함되어 있다. 전 세계 분쟁 지역에 자유롭게 개입할 수 있는 가볍고 강한 군대는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한층 증폭시킬 것이며, 평화에 대한 한반도 민중의 의사결정은 더욱 철저하게 배제될 것이다. 민중의 평화적 생존을 위협하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군사력 재편은 즉시 중단되어야 하며, 평택과 무건리 등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중단시키고 철수시키기 위한 싸움을 이어나가야 한다.

2. 한미일 군사동맹 해체와 군축15)

한국 국방부는 ‘자주 국방’이라는 미명 아래 1997년 외환위기로 유보됐던 군비증강사업을 재개하고 한국형헬리콥터사업(KHP) 같은 새로운 사업들(차세대 유도무기 SAM-X, 공중조기경보통제시스템 E-X, 차세대 전투기 F-X, F-XX, 공중급유기, 이지스급 구축함, 무공기추진 잠수함 구입 등)을 계획16)하고 있다.
일본은 자위대의 역할을 자국방위와 동아시아의 균형붕괴를 막는 수동적 의미에서 ‘국제평화협력활동’, 즉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바꾸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국 법률의 정리(주변사태법 제정, 대테러대책법과 무력공격사태 3법 통과)도 신속하게 진행하였다. 해외전개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공중급유기와 수송기를 도입하며, 기존의 이지스함 3척에 MD 시스템을 개수할 예정이다. MD의 도입을 위해 무기수출 3원칙을 개정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헌법개정, 집단 자위권의 노력, 보통 국가화, 자위대의 군대화와 같은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가기 위한 노력임과 동시에 미일동맹 강화를 위한 계획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연합군 및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의 압도적 대북 우위, 그리고 이를 활용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작전계획과 군사훈련은 북을 좌절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군사적 불안감을 고취시켜 북으로 하여금 ‘비대칭적 무기’ 보유에 집착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일으켜 왔다. 따라서 북의 핵위협 축소와 한미동맹의 핵위협 및 재래식 전력위협의 축소는 선후의 문제일 수 없으며 한반도,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동시에, 그리고 즉각적으로 해결되어야할 과제다.

3. 원자력 이용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

흔히 평화적으로만 사용된다면 원자력 발전은 인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평화적인 원자력’은 환상일 뿐이며, 원자력 발전은 근본적으로 군사적 목적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원자력의 상업적 이용은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1945년 미국의 원폭투하로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핵무기 개발에 뛰어 들었고, 1949년 소련에 이어 1952년에는 영국까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1953년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 원자력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이를 감시하여 무기 제조를 방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다시 말해, 원자력 발전은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고안된 에너지원이 아니라 핵무기 보유국의 증가라는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을 막기 위한 일종의 타협안이었다. 또한 처음부터 정부 주도로 원자력 발전 프로그램이 진행된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기체냉각흑연로’를 이용해 상업용 전력 생산과 동시에 군사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어 상업적 원자력 발전이 군사적 목적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IAEA가 2004년 한국의 플루토늄 추출 연구를 중단시킨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원자력 발전을 진행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은 핵무기 개발 기술에 해당하는 실험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은 1995년 나트륨 유출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고속증식로 ‘몬주’의 재가동을 결정했다. 겉으로는 잉여 플루토늄을 다시 원자력 발전에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핵연료는 재활용 할 수 있다.’는 환상은 안정성과 경제성 모두에서 이미 깨졌다고 평가된다. 일본의 목적이 ‘원자로급’ 플루토늄보다 순도가 더 높은 특급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매년 평균 핵무기 1천여 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5톤의 플루토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으며, 2020년까지 대략 145톤에 달하는 비축량으로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의 무기급 플루토늄 보유국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여타의 많은 나라들은 북한의 핵실험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핵무기 개발을 위한 절차들을 차근차근 밟아오고 있었다는 것이다.17)
우리가 계속해서 원자력을 이용하는 한 결코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핵무기의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핵에 대한 여론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 지금, 지속적인 핵 위협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자신들이 진행시켜온 핵무장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할 반핵평화 운동의 실질적인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18)

4. 평화주의에 대한 적극적 사고와 무장한 세계화에 맞선 반전평화운동의 연대와 확장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국가 간 전쟁은 민족의 모든 역량을 투여함으로써 상대방 군사력의 완전한 섬멸을 추구하는 ‘절대전쟁’의 형태로 진화했다.19) 민족적 총력전(total war)은 점차 적국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모든 민중의 역량을 파괴하는 경향으로 나아갔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군사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민족적 총동원 체제가 확립되면서 전 국토가 전장화되었고, 대도시, 산업시설, 교통시설에 대한 전략적 폭격이 일반화되어 더 이상 전투원과 비전투원의 구별이 무의미해졌다. 오히려 비전투원의 사상자가 전투원의 사상자를 훨씬 초월하는 양상이 극대화되었다.20) 전면전과 비대칭적 무기에 대한 의존, 자동화/무인화의 추구를 통해 현대의 전쟁은 극단으로의 상승이라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한편으로는 민중에 대한 절대적 파괴를,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에 대한 민중의 절대적 소외를 강화하는 현대의 전쟁은 정치의 연장으로 사고되었던 고전적 전쟁의 개념을 뒤집는다.21) 여기에 더해 무장한 세계화는 민중의 일상에 절멸의 공포를 위치 짓는다.
9·11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쟁과 폭력이 세계화되었다. 지난 9월 24일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16개 정보기관들이 2004년부터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연관성을 분석해서 올해 지난 해 4월 ‘세계 테러경향: 미국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보고서조차 테러의 확산 원인이 이라크 전쟁이라고 인정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수호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세계화는 민중의 안전과 평화를 파괴할 뿐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그리고 레바논 파병에 이르기까지 남한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을 보조하고 미국의 패권 전략에 봉사할 뿐 민중의 평화적 생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철저하게 짓밟아왔으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신자유주의의 야만과 전쟁의 폭력으로 점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역전시켜 내기 위한 민중의 지혜와 직접행동이 절실한 때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몇 해 동안의 반전평화 운동은 민중의 평화와 정의를 세계화하기 위한 대장정의 출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살과 파괴에 맞선 민중들의 움직임은 여러 계기들을 통해 만나고 있다. 지난 3월 에콰도르 키토에서 진행된 ‘외국 군사기지철폐 국제회의(반기지 국제회의)’와 같은 교류와 연대의 성과를 이어받아 실질적인 운동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그 안에서 비핵자치나 비핵지대 등 민중의 평화적 생존을 보장하며 민주주의를 확장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 또한 가능하리라 본다. 5월 26, 27일 진행될 ‘반전반핵평화 동아시아 국제회의’가 반전평화 운동의 소통과 연대의 확장의 계기로써 적극적으로 사고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 우라늄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인 우라늄 235를 정제하기 위한 계획과 원심분리기, 알루미늄 튜브 등의 장비 및 시설과 이를 가동해 얻은 고농축 우라늄으로 만든 핵무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국가는 보통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데, HEU 프로그램은 핵 실험 없이 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플루토늄탄 시설이 미국의 인공위성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과 달리 원심분리기를 여러 곳에 분산해 은닉할 수 있는 우라늄탄 개발 시설은 장기간 노출되지 않고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본문으로
2) 지난 3월 방한한 네그로 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이에 앞서 국정원은 지난 2월에 열린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같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본문으로
3) 게다가 북한의 HEU 프로그램 보유 여부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주장하고 나선 시기는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라크 전쟁의 직접적인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 개발 문제가 정보왜곡을 통한 전쟁의 정당화 수단이었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북한의 HEU 프로그램마저 같은 판정이 날 경우 부시가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본문으로
4) 덧붙이자면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에 있다. 역사적으로 이른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제 하에 진행되는 원자력 관련 기술의 이전은 지속적으로 핵무기 위협을 재생산하는 한 축을 담당해왔다. NPT 체제는 일정한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의 군사적 핵 이용을 통제하면서 핵 보유국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는 분명 한계적일 수밖에 없으며, 핵 보유국의 배타적 지위를 경험한 국가들은 핵 개발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이렇게 발생된 핵 전쟁의 위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IAEA의 사찰은 해체 유무와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척도가 된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진행된 UN의 무기사찰단 활동에서 알 수 있듯 ‘사찰’이라는 형식은 항상 ‘국가 주권’의 경계를 침범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본문으로
5) [※표는 파일을 참조하세요.] 본문으로
6) 아베 정권은 대북강경책으로 지지층을 확대하면서 정권을 출범시켰다. 2006년 7월의 북한 미사일 발사는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대북강경파 아베에게 대단히 유리한 호재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1998년 반대여론으로 난항을 겪고 있던 미사일방어시스템(MD) 도입이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가능했던 것처럼, 북한의 핵 실험은 아베 정권에 평화헌법 개정 및 집단적 자위권 확보라는 정치적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명분과 힘을 제공해주고 있다.본문으로
7) 2004년 5월, 북일 수교회담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일본인 납치문제를 정상 간의 결단을 통해 해결하려했던 2차 북일 정상회담은 잘 알려진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 문제’로 인해 대북 악감정만을 고취시켰다.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양기웅 교수는 납치문제를 감정적으로만 보도하는 일본의 미디어들과 납치문제를 정치적 기회로 이용하고자 하는 일본 보수 세력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납치문제를 둘러싼 확대재생산의 국내정치’가 북일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양기웅.「북․일 관계와 아베정권의 딜레마」참조.본문으로
8) 2․13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날 아베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은 납치문제가 있기 때문에 에너지 지원과 원조에 동참할 수 없다. 일본의 입장을 다른 나라들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본문으로
9) 이에 대한 역사적 고찰은 이소형,「6자회담과 2․13 공동합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사회운동 통권 72호』 참조.본문으로
10) 이런 맥락에서 동아시아의 MD 체제와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한미일 군사동맹이 일정한 완료 단계에 접어든 현재 ‘북한 위협론’의 실효성이 감소했다는 평화네트워크 정욱식의 ‘부시의 변신과 MD, 그리고 동맹(http://www.peacekorea.org/main/board/view.php?id=jws&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33)’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본문으로
11) 북한은 1974년 3월 25일 제5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북미평화협정체결 제안에서 ‘모든 외국군대가 한국에서 철수한 후 한반도를 어떤 외세도 군사기지나 작전기지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기본 내용으로 사고, 북-미 협상의 기본 의제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의제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은 북한의 일정한 입장 선회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심장하다.본문으로
12) 중국에 자극받은 일본도 거액을 들여 정찰 위성 배치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도는 달 탐사 준비를 진행하고 있고, 파키스탄은 미사일 탄두 개발에 성공했다. 인도와 한국, 말레이시아와 대만도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중국에는 못 미치지만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을 배치해 두고 있다. 일본은 지난 2월 지구상의 어느 곳이라도 감시할 수 있는 4개의 정찰 위성 배치를 완료했으며, 현재 매년 정찰위성사업에만 5억 달러의 돈을 쓰고 있다. 일본과 인도, 중국은 자체 개발 로켓을 우주에 발사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파키스탄과 북한은 적극적으로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우주계획 관련 예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0년에 2억 7,700만 달러 상당의 로켓발사기지 건설을 시작했으며 내년에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인도는 찬드라얀 1호 달 탐사선을 올해나 내년에 발사할 방침이며 7억 달러 상당의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중국도 12억 달러 이상을 우주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우주계획 관련 예산은 160억 달러에 달한다.본문으로
13) 한국국방연구원(KIDA). ‘2006~2007 동북아군사력’ 연감.본문으로
14) 일본의 핵 무장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2006년 3월 31일, 아이모리현 로카쇼무라에 위치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의 가동을 시작했다. 이 시설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렇게 추출된 플루토늄을 우라늄과 섞어 또 다른 핵연료 'MOX'를 만들어 이를 다시 원자력 발전소에서 연료로 쓰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는 'MOX'를 원료로 사용하는 경수로가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가 없다.
이번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는 시험 가동 기간이 마무리되는 2007년 5월까지는 4.3t, 그 이후에는 연간 8t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8t은 1945년 8월 10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플루토늄 핵폭탄 1000여 개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일본은 이미 2005년 말 기준으로 43.1t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으며,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분류된다.본문으로
15) 미국의 변화된 전략 속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사회운동 통권 68호』中 「특집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일 군사동맹 재편」을 참조.본문으로
16) 이러한 대규모 군비증강에 의해 국방예산은 GDP 대비 2.6~2.7%에서 3% 이상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본문으로
17) 원자력 발전 프로그램이 전력 생산만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 많은 나라들에서처럼 거대규모의 연구 기관으로 시작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처음부터 거대규모로 원자력 발전을 시작하는 것은 미국의 대규모 원자력 시설을 모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자력 발전 시설이 2차 대전 당시 핵무기를 개발했던 군사 시설에서 출발하였으며 지금도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과정을 포함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본문으로
18) 또한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방식의 문제가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경수로 건설을 합의한 것은 흑연감속원자로를 핵무기 전환 가능성이 낮은 경수로로 대체하여 북한의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합의였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의 문제의식이 진전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수로를 통한 북한 에너지 지원 문제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과 여타 원자력 이용 국가의 경수로 문제를 포함한 문제제기여야 함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겠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링크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renewal_col&id=1002)를 참조.본문으로
19) 1차 세계대전에 이르러 유럽 각국의 노동자운동은 민족적 동원에 포섭되고 2인터내셔널이 결국 붕괴하는 데 이르렀다.본문으로
20) 이런 맥락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에 실행된 핵폭격은 총력전의 완성이자 초월로 간주할 수 있다. 핵전쟁이 전투원과 비전투원의 구별, 군사시설과 비군사시설의 구별이 완전히 무의미해지는 절대적 파괴, 절멸의 극한을 현실화했다는 의미에서는 총력전의 완성이다. 하지만, 핵전쟁은 근대전쟁이 수반했던 민족적·민중적 동원 체계를 상대화한다는 점에서는 총력전의 초월이다. 핵전쟁은 대중을 전쟁에 참여시키기 보다는 체계적으로 배제하며, 모든 권한을 지배세력에게 집중시킨다. 핵전쟁 발발 여부는 최고 지도자의 배타적 권한에 속하게 되거나,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자동화된 반응으로 진화한다. 민중에 대한 절대적 파괴, 민중의 절대적 소외로서의 핵전쟁에서 더 이상 ‘정의의 전쟁’과 ‘불의의 전쟁’은 무의미해진다. 이는 ‘사회주의 조국방어를 위한’ 핵전쟁이란 말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본문으로
21) 이에 대해서는 에티엔 발리바르.「전쟁으로서의 정치, 정치로서의 전쟁 : 포스트-클라우제비츠적인 변이들」.『사회운동 통권 68호』, 특히 p127-130 참조.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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