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의 확장과 민중생존권의 국가책임을 요구한다
노동자 투쟁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권과 IMF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으로 시작되었다. 구조조정은 산업전반에 걸쳐 명예퇴직과 정리해고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대체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실업률은 뛰어올랐으며, 전체 고용인구의 60%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언제 다시 짤릴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이어가야 했다. 이 속에서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은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IMF체제 2년동안 민중들에게 남은 것은 불안정한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투쟁은 공장안에서 고용안정과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을 넘어서고 있다. 경찰특공대의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호텔롯데 노동조합과 사회보험 노동조합의 상경투쟁은 한여름의 더위와 함께 아스팔트를 녹이고 있다. 이 투쟁은 단순히 단체협약과정에서 사측과의 교섭결렬에 따른 파업투쟁이 아니라 정권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정치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나아가 사회보험 노동조합의 경우 의료보험제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의 파업 또한, 1차 금융구조조정기 투쟁과는 그 쟁점과 요구가 사뭇 다르다. 금융노조 파업의 경우 정부의 금융지주회사법 제정방침과 2차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예상되는 금융노동자들의 대량 해고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금융노동자의 총파업은 이에 기반해 있지만 정부의 금융정책과 금융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논쟁으로 발전하였다.(애석하게도 이들은 관치금융문제의 왜곡된 인식으로 노·정합의에 의해 파업투쟁을 접고 말았다)
이와 같은 투쟁양상의 변화는 지난해 공기업 민영화에 맞선 민영화 반대투쟁 때부터 보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 특히 대우차의 해외매각과 관련된 쟁점 속에서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쟁점 자체가 '민영화 또는 해외매각 = 정리해고'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가운데 진행되었지만 생존권 문제에 기반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투쟁은 파편화되고 고립되어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이 곧바로 정권에 대한 반대와 정치권력의 정치적 위기로 나타나던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융노동자들의 투쟁이 의사들의 폐업과 마찬가지로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는가 하면, 개별 사업장의 투쟁은 고립된 채 그 자체로 박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완성4사 공대위이다. 대우차의 해외매각 반대를 필두로 현대, 쌍용, 기아차 등 완성차 4사의 공동투쟁 대열이 형성되었지만 4,13 총선을 경과하면서 5월 31일 총파업마저 흐지부지된 채 그 힘을 잃고 말았다.
자본과 정권은 외자유치와 국가신인도 향상을 외치면서 대우차 처리를 해외매각으로 진행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이 과정에서 저들은 '전체 국민이 살기 위해서 어쩔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식으로 모든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파편화시켜 왔다. 즉, 80이 살기 위해서는 20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이른바 '불가피론'은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일부 집단의 이해로 축소시키고 국가를 거시정책의 조정자로 등장하시키는 데 성공했다.
돌이켜 보면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은 물론, 실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철거민들의 민주당사 점거농성, 농민들의 수입개방 저지투쟁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민중들이 투쟁의 거리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권의 위기는 이러한 민중들의 투쟁 속에서 발행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 그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올 상반기 민주노총의 투쟁방침과 민주노총의 사업방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을 위력적으로 전개해서 노정교섭을 이끌어 내고 여기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어낸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위력적인 총파업투쟁을 어떻게 조직해 낼 것인가를 놓친 상태에서,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각 사업장의 단협 요구에 상정되고 몇 개의 사업장에서 쟁취해 내는 성과를 내기도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우호적인 여론작업에 치중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는가."
전국노련 이환재 의장의 얘기다. 그의 평가와 같이 상반기 민주노총의 투쟁은 중앙교섭력 확보에 치중해 있었다. 그것도 언론플레이식 총파업 전술을 통한 노·정 직접교섭이 주요한 투쟁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투쟁방법은 산별건설과 함께 여러 가지 논쟁거리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3말4초의 투쟁은 4,13 총선을 염두에 두었고, 5말6초 투쟁 역시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언론작업으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완성4사의 투쟁은 완전히 무력화되었고, 축협노동자들의 투쟁은 통합농협법의 합헌 판결로 막을 내렸다.
따라서, 정치일정과 결합된 생존권 투쟁 또는 민주노총과 같은 내셔널센터의 교섭력, 정치력 강화로 귀결되는 구조조정 반대투쟁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인가 하는 의문은 당연히 제기된다. 결국 문제는 분출하고 있는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파편적, 고립적으로 가두어 놓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전국적 전선의 형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 생존권의 사회적 성격이 새롭게 제기된다.
공장안의 생존권과 공장밖의 생존권 ; 생존권의 사회적 성격과 신자유주의적 위기
전통적인 의미에서 생존권의 위기라고 하면 일자리 혹은 삶의 터전이 말살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생존권의 위기는 단순히 공장 안 또는 삶의 터전에 국한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즉, 생존권의 사회적 성격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금의 생존권의 위기라는 것이 단순히 일자리 부족으로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이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권을 바탕으로 주거, 먹거리, 건강, 교육, 환경 등 노동자 민중이 가져야 하는 대부분의 권리들이 파괴적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건강권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생존권 위기의 한 표현양식으로 나타난다. 의사폐업과 관련한 핵심적인 문제가 의료수가 문제인데, 이는 곧바로 의료보험의 재정분담과 의료보험의 형태와 연결되어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의료보험에 대한 개인부담의 증가로서 의료보험의 민영화 즉, 암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의 확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동진 민중의료연합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부는 현행 공보험을 보완하는 민간의료보험제도를 도입키로 방향을 정하고 금년 말까지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토록 함으로써 현재 의료보험 문제와 그 위기를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는 의료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전면 부정하는 발상이며, 이것이 건강권의 해체와 관련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이다."
그의 주장을 빌면, 앞으로 돈 없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의료보장 혜택마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주거권의 위기는 더 이상 도시빈민과 철거민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문제로 인식된다. 수입개방의 문제 또한 농민생존권의 말살을 넘어서 먹거리의 일반적인 위기를 낳고 있다. 그리고, 공교육은 해체의 위기에 직면했으며 엄청난 사교육비의 부담속에 교육의 위기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사실상 이 모든 문제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민중생존의 위기인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생존권의 위기는 그나마 부실하게 유지되던 노동권, 주거권, 건강권, 교육받을 권리 등 노동자·민중이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공적 생존체계들이 파괴되고 시장 시스템으로 대치되어 나가는데 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시장 시스템 즉, 사적 생존시스템으로의 대치과정이다. 이것이 과거의 민중생존권 위기와 신자유주의 하에서 민중생존권 위기의 상대적인 차이이며, 생존권의 보편적 보장을 포기한다는 측면에서 과거보다 더 파괴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상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자본의 위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자본이 더 이상 이윤율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자본의 금융적 팽창, 노동의 불안정화와 초과착취를 동반하고 있다.(미국의 자본생산성 하락과 노동생산성 증가를 보라!) 자본에게 있어서 이러한 재편방식은 절대적이며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대처방식은 위기를 지연시킬 뿐이며, 나아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10월, 12월 대란설, 2002년 대란설 등 경제파국에 대한 경고가 부르조아 언론에서부터 끊임없이 얘기되고 있지만, 정작 자본과 정권이 하는 일이라고는 이러한 협박을 근거로 좀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민중생존을 위한 공적체계는 이윤율 회복을 위한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새로운) 시장 시스템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겪고, 이것이 바로 민중생존의 위기로 나타나게 된다.
공공성의 확대와 민중생존권의 국가책임을 투쟁과제로 제안한다
민중생존권 요구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른 생존권의 공적체계의 파괴와 시장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함께 이루어져야 투쟁의 보편성이 획득될 수 있다. 또한, 생존권의 공적체계의 파괴라는 문제는 동시에 국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며, 바로 이 문제가 생존권 투쟁에 기반한 대정부 투쟁의 전국적인 전선의 형성이 가능한 지점이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장 김성구 교수는 '생존권 투쟁과 사회화정책의 결합'으로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반독점 사회화 투쟁은 사회화와 공공부문의 확장과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투쟁 속에서 민주적인 구조개혁을 강제해내고 노동자계급에 유리한 정치 조건의 형성과 헤게모니 창출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탈위기정책으로서 사회화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개혁과 민주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생존권 투쟁과 사회화정책의 결합'을 주장한다.
이와 같은 '생존권 투쟁과 사회화정책의 결합'은 정세적이기보다는 다소간 강령적 과제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러한 강령적 요구와 민중생존권의 위기로부터 발생한 정세의 요구가 수렴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 주장은 충분한 의의가 있다.
올 상반기를 회고해 본다면 대우차 문제, 금융노조의 파업, 의료계 파동 문제에 있어서 공공영역의 강화가 일부 언급되기도 하였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워크아웃 기업의 공기업화와 국가의 개입을 통한 금융자본의 통제, 그리고 의료계 파동의 주원인이 되는 의료보험 재정문제의 국가와 자본가 부담율의 증대 등 공공성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공교육의 축소와 사교육의 확대에 맞선 교사들의 투쟁, 반실업에 기반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실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농업말살과 수입개방에 맞선 농민들의 투쟁, 그리고 주거권의 위기에 맞선 도시서민과 빈민들의 투쟁 등 생존권의 공적 시스템의 파괴에 따른 민중들의 요구는 공공성의 확대와 국가책임을 요구하는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각 영역에서 제기되는 공공성 확대의 요구는 개별 영역 내부적으로는 해결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즉, 구조조정의 여파가 미치는 각각의 영역에서 고립적이고 제한적인 투쟁 양상을 보여왔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각 영역에서 진행된 생존권 투쟁들은 정권의 파편화 전략에 의해 고립되고 축소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 상황에서 수입개방에 따른 농민생존권의 문제가 민주노총의 핵심과제로 인식되고,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 확대를 주장하는 요구가 전교조나 보건의료단체에 국한된 투쟁이 아닌 전계급적이고 전국적인 과제로 인식되고 확장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2000년 하반기 생존권 사수를 넘어서는 공공성의 확대 및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단일하고도 전국적인 전선의 형성을 위해 투쟁할 것을 제안한다. 신자유주의의 전방위적인 민중생존권에 대한 파괴와 사적 생존체계로의 전환에 대한, 부문적 요구가 아닌 전국적이고 전계급적인 요구로서 '공공성 확대와 국가책임에 대한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하자는 것이다. 이 투쟁을 통해 개별화된 생존권 투쟁은 투쟁의 보편성과 총체적인 해결전망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은 대정부·반DJ투쟁으로 전화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으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의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권과 IMF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으로 시작되었다. 구조조정은 산업전반에 걸쳐 명예퇴직과 정리해고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대체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실업률은 뛰어올랐으며, 전체 고용인구의 60%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언제 다시 짤릴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이어가야 했다. 이 속에서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은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IMF체제 2년동안 민중들에게 남은 것은 불안정한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투쟁은 공장안에서 고용안정과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을 넘어서고 있다. 경찰특공대의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호텔롯데 노동조합과 사회보험 노동조합의 상경투쟁은 한여름의 더위와 함께 아스팔트를 녹이고 있다. 이 투쟁은 단순히 단체협약과정에서 사측과의 교섭결렬에 따른 파업투쟁이 아니라 정권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정치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나아가 사회보험 노동조합의 경우 의료보험제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의 파업 또한, 1차 금융구조조정기 투쟁과는 그 쟁점과 요구가 사뭇 다르다. 금융노조 파업의 경우 정부의 금융지주회사법 제정방침과 2차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예상되는 금융노동자들의 대량 해고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금융노동자의 총파업은 이에 기반해 있지만 정부의 금융정책과 금융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논쟁으로 발전하였다.(애석하게도 이들은 관치금융문제의 왜곡된 인식으로 노·정합의에 의해 파업투쟁을 접고 말았다)
이와 같은 투쟁양상의 변화는 지난해 공기업 민영화에 맞선 민영화 반대투쟁 때부터 보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 특히 대우차의 해외매각과 관련된 쟁점 속에서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쟁점 자체가 '민영화 또는 해외매각 = 정리해고'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가운데 진행되었지만 생존권 문제에 기반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투쟁은 파편화되고 고립되어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이 곧바로 정권에 대한 반대와 정치권력의 정치적 위기로 나타나던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융노동자들의 투쟁이 의사들의 폐업과 마찬가지로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는가 하면, 개별 사업장의 투쟁은 고립된 채 그 자체로 박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완성4사 공대위이다. 대우차의 해외매각 반대를 필두로 현대, 쌍용, 기아차 등 완성차 4사의 공동투쟁 대열이 형성되었지만 4,13 총선을 경과하면서 5월 31일 총파업마저 흐지부지된 채 그 힘을 잃고 말았다.
자본과 정권은 외자유치와 국가신인도 향상을 외치면서 대우차 처리를 해외매각으로 진행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이 과정에서 저들은 '전체 국민이 살기 위해서 어쩔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식으로 모든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파편화시켜 왔다. 즉, 80이 살기 위해서는 20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이른바 '불가피론'은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일부 집단의 이해로 축소시키고 국가를 거시정책의 조정자로 등장하시키는 데 성공했다.
돌이켜 보면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은 물론, 실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철거민들의 민주당사 점거농성, 농민들의 수입개방 저지투쟁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민중들이 투쟁의 거리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권의 위기는 이러한 민중들의 투쟁 속에서 발행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 그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올 상반기 민주노총의 투쟁방침과 민주노총의 사업방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을 위력적으로 전개해서 노정교섭을 이끌어 내고 여기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어낸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위력적인 총파업투쟁을 어떻게 조직해 낼 것인가를 놓친 상태에서,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각 사업장의 단협 요구에 상정되고 몇 개의 사업장에서 쟁취해 내는 성과를 내기도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우호적인 여론작업에 치중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는가."
전국노련 이환재 의장의 얘기다. 그의 평가와 같이 상반기 민주노총의 투쟁은 중앙교섭력 확보에 치중해 있었다. 그것도 언론플레이식 총파업 전술을 통한 노·정 직접교섭이 주요한 투쟁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투쟁방법은 산별건설과 함께 여러 가지 논쟁거리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3말4초의 투쟁은 4,13 총선을 염두에 두었고, 5말6초 투쟁 역시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언론작업으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완성4사의 투쟁은 완전히 무력화되었고, 축협노동자들의 투쟁은 통합농협법의 합헌 판결로 막을 내렸다.
따라서, 정치일정과 결합된 생존권 투쟁 또는 민주노총과 같은 내셔널센터의 교섭력, 정치력 강화로 귀결되는 구조조정 반대투쟁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인가 하는 의문은 당연히 제기된다. 결국 문제는 분출하고 있는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파편적, 고립적으로 가두어 놓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전국적 전선의 형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 생존권의 사회적 성격이 새롭게 제기된다.
공장안의 생존권과 공장밖의 생존권 ; 생존권의 사회적 성격과 신자유주의적 위기
전통적인 의미에서 생존권의 위기라고 하면 일자리 혹은 삶의 터전이 말살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생존권의 위기는 단순히 공장 안 또는 삶의 터전에 국한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즉, 생존권의 사회적 성격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금의 생존권의 위기라는 것이 단순히 일자리 부족으로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이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권을 바탕으로 주거, 먹거리, 건강, 교육, 환경 등 노동자 민중이 가져야 하는 대부분의 권리들이 파괴적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건강권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생존권 위기의 한 표현양식으로 나타난다. 의사폐업과 관련한 핵심적인 문제가 의료수가 문제인데, 이는 곧바로 의료보험의 재정분담과 의료보험의 형태와 연결되어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의료보험에 대한 개인부담의 증가로서 의료보험의 민영화 즉, 암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의 확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동진 민중의료연합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부는 현행 공보험을 보완하는 민간의료보험제도를 도입키로 방향을 정하고 금년 말까지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토록 함으로써 현재 의료보험 문제와 그 위기를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는 의료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전면 부정하는 발상이며, 이것이 건강권의 해체와 관련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이다."
그의 주장을 빌면, 앞으로 돈 없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의료보장 혜택마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주거권의 위기는 더 이상 도시빈민과 철거민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문제로 인식된다. 수입개방의 문제 또한 농민생존권의 말살을 넘어서 먹거리의 일반적인 위기를 낳고 있다. 그리고, 공교육은 해체의 위기에 직면했으며 엄청난 사교육비의 부담속에 교육의 위기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사실상 이 모든 문제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민중생존의 위기인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생존권의 위기는 그나마 부실하게 유지되던 노동권, 주거권, 건강권, 교육받을 권리 등 노동자·민중이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공적 생존체계들이 파괴되고 시장 시스템으로 대치되어 나가는데 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시장 시스템 즉, 사적 생존시스템으로의 대치과정이다. 이것이 과거의 민중생존권 위기와 신자유주의 하에서 민중생존권 위기의 상대적인 차이이며, 생존권의 보편적 보장을 포기한다는 측면에서 과거보다 더 파괴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상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자본의 위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자본이 더 이상 이윤율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자본의 금융적 팽창, 노동의 불안정화와 초과착취를 동반하고 있다.(미국의 자본생산성 하락과 노동생산성 증가를 보라!) 자본에게 있어서 이러한 재편방식은 절대적이며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대처방식은 위기를 지연시킬 뿐이며, 나아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10월, 12월 대란설, 2002년 대란설 등 경제파국에 대한 경고가 부르조아 언론에서부터 끊임없이 얘기되고 있지만, 정작 자본과 정권이 하는 일이라고는 이러한 협박을 근거로 좀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민중생존을 위한 공적체계는 이윤율 회복을 위한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새로운) 시장 시스템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겪고, 이것이 바로 민중생존의 위기로 나타나게 된다.
공공성의 확대와 민중생존권의 국가책임을 투쟁과제로 제안한다
민중생존권 요구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른 생존권의 공적체계의 파괴와 시장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함께 이루어져야 투쟁의 보편성이 획득될 수 있다. 또한, 생존권의 공적체계의 파괴라는 문제는 동시에 국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며, 바로 이 문제가 생존권 투쟁에 기반한 대정부 투쟁의 전국적인 전선의 형성이 가능한 지점이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장 김성구 교수는 '생존권 투쟁과 사회화정책의 결합'으로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반독점 사회화 투쟁은 사회화와 공공부문의 확장과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투쟁 속에서 민주적인 구조개혁을 강제해내고 노동자계급에 유리한 정치 조건의 형성과 헤게모니 창출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탈위기정책으로서 사회화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개혁과 민주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생존권 투쟁과 사회화정책의 결합'을 주장한다.
이와 같은 '생존권 투쟁과 사회화정책의 결합'은 정세적이기보다는 다소간 강령적 과제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러한 강령적 요구와 민중생존권의 위기로부터 발생한 정세의 요구가 수렴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 주장은 충분한 의의가 있다.
올 상반기를 회고해 본다면 대우차 문제, 금융노조의 파업, 의료계 파동 문제에 있어서 공공영역의 강화가 일부 언급되기도 하였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워크아웃 기업의 공기업화와 국가의 개입을 통한 금융자본의 통제, 그리고 의료계 파동의 주원인이 되는 의료보험 재정문제의 국가와 자본가 부담율의 증대 등 공공성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공교육의 축소와 사교육의 확대에 맞선 교사들의 투쟁, 반실업에 기반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실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농업말살과 수입개방에 맞선 농민들의 투쟁, 그리고 주거권의 위기에 맞선 도시서민과 빈민들의 투쟁 등 생존권의 공적 시스템의 파괴에 따른 민중들의 요구는 공공성의 확대와 국가책임을 요구하는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각 영역에서 제기되는 공공성 확대의 요구는 개별 영역 내부적으로는 해결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즉, 구조조정의 여파가 미치는 각각의 영역에서 고립적이고 제한적인 투쟁 양상을 보여왔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각 영역에서 진행된 생존권 투쟁들은 정권의 파편화 전략에 의해 고립되고 축소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 상황에서 수입개방에 따른 농민생존권의 문제가 민주노총의 핵심과제로 인식되고,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 확대를 주장하는 요구가 전교조나 보건의료단체에 국한된 투쟁이 아닌 전계급적이고 전국적인 과제로 인식되고 확장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2000년 하반기 생존권 사수를 넘어서는 공공성의 확대 및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단일하고도 전국적인 전선의 형성을 위해 투쟁할 것을 제안한다. 신자유주의의 전방위적인 민중생존권에 대한 파괴와 사적 생존체계로의 전환에 대한, 부문적 요구가 아닌 전국적이고 전계급적인 요구로서 '공공성 확대와 국가책임에 대한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하자는 것이다. 이 투쟁을 통해 개별화된 생존권 투쟁은 투쟁의 보편성과 총체적인 해결전망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은 대정부·반DJ투쟁으로 전화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으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의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