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9-10.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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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_갈월동에서_류미경.pdf

폭력 탄압으로 민중의 불안과 불만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류미경 | 정책위원
2008년 상반기 한국사회 전반을 떠들썩하게 했던 촛불운동은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강력한 역풍을 맞고 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경찰은 촛불시위 참가자 1,530명을 체포했으며 그 중 49명을 구속했다. 촛불시위를 배후 조종했다며 광우병 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 주요 간부들을 구속하거나 수배하고 있으며, 7월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들 역시 구속되었거나 수배중이다. 심지어는 촛불집회에 참가하여 ‘촛불 노동자 13대 강령’등을 알리는 활동을 펼친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주요 활동가들을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체포하기까지 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조중동 불매운동을 주도하거나 아고라 등 포털사이트에서 촛불집회를 공지하고 참여를 독려하거나 카페를 개설하여 촛불집회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 네티즌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경찰이 “불법 촛불집회 관련자에 대해서는 끈질긴 수사를 통해 법질서를 문란시킨 책임을 물어 반드시 엄중 형사처벌하겠다”며 막무가내식 수사를 벌이자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마치 유신시절 시국사범 다루듯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집회 시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이른바 ‘반촛불 입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식량/에너지 위기를 동반한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명박 정권이 취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은 노동유연성을 더욱 확대하고 임금인상을 억제하면서 재벌에 대한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를 촉진하는 등 신자유주의를 더욱 완성하는 것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 반정부 세력에 대한 이와 같은 극심한 탄압은 필연적이다. 경상수지 적자, 원화가치 하락, 외환보유액 축소, 증시 하락이 중첩되면서 연일 위기설이 나도는 한편 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시기 이명박이 내세운 경제 성장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 스스로 경제 성장 목표를 하향조정한 지 오래다. 현재는 촛불시위가 소강상태이지만 친재벌/반민중 정책이 지속되어 민중들의 고통이 가중되면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적 불만은 언제든 다시 폭발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틈을 타 정권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아예 뿌리 뽑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올 초부터 그 양상이 심각하게 두드러진 금융/식량/에너지 위기는 전 세계 사회운동의 공통된 화두다. 사회운동들은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세계적 금융 불안, 국제 곡물가격 폭등, 원유가격 폭등은 지배 세력들이 성장과 번영을 가져올 방안으로 제시해 온 도하개발의제의 타결과 각종 자유무역협정, 경제협력협정의 확산을 통한 투자/무역의 자유화가 이미 실패한 것임을 드러낸다고 지적해왔다. 동시에 생산과 고용을 파괴하는 자본의 금융적 활동을 자유화하고 확대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필요와 권리를 바탕에 둔 무역체계, 초국적 곡물기업의 이윤 확대가 아닌 민중의 식량주권과 지역적 식량생산을 옹호하는 농업-식량 체계,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현재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경제성장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유포하며 당선된 후 세계적인 위기라는 객관적 현실의 원인을 호도하며 노동자 민중을 더욱 큰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연대를 꾀하고 대안적 전망을 모색하는 것은 한국의 사회운동에도 절박한 과제다. 사회운동 9-10월호는 이명박 정권 6개월간 사회운동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하는데 초점을 두고자 했다. 민주노동당 분당사태와 총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광우병 논란으로 개시된 촛불 국면, 산별전환이라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자 운동의 변화된 현실이라는 주요 계기 에서 민중운동의 대응을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하는 글을 시론으로 담았다. 특집에서는 상반기 노동자운동을 관통한 여러 쟁점을 살핀다. 특히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1년을 맞이한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을 평가하고 과제를 살폈다. 일부 글은 집단적인 토론의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어서 다소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있음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상수도 민영화, 국민연금 개혁, 에너지 기본계획을 분석하는 기사와 WTO 7월 각료회의 협상 결렬,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의 의미를 분석하는 기사도 함께 실었다. 이주노동자운동, 여성운동, 반 빈곤운동이 한 걸음 더 나가는 데 필요한 고민을 함께 담았다. 사회운동에 대한 정권의 공세가 어느 때보다 강력해 보이지만 한국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이들의 힘으로 극복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미래는 오직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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