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4 겨울. 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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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동 정세전망

이소형 | 조직실장

1. 노동시장 주요 쟁점   

 
주요 경제기관들은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을 관통하는 핵심 문제는 생산성 둔화와 더불어 초저출산 및 초고령화이다. 2025년 한국은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장기 하락 추세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2070년대에는 일하는 인구가 4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감소는 잠재성장률을 지속적으로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2024년부터 잠재성장률 1%대의 초저성장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이며, 주류 경제학계는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2050년대에는 68%의 확률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한다.

2025년 거시경제적 불안정성은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3중의 부채위기와 환율상승으로 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내수와 고용 부진으로 인해 수출 대기업의 경제성장 견인 능력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 어두워지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통상정책을 급격히 변화시킬 경우, 대외무역 악재가 가중될 위험이 크다. (자세한 내용은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4년 겨울호의 「한국경제 전망과 제약조건」을 참고하라.) 

이러한 거시경제의 하방 압력이 고용지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3년부터 높게 이어온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특징이 있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올해 10월 8.3만 명에 그쳤다. 통계청의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전체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25만 4천 개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는 2020년 코로나19 고용 충격 이후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건설 경기의 침체와 비IT 부문의 수출 회복 지연으로 인한 건설업과 제조업의 고용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과 도소매업의 고용률 하락은 각각 6개월,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건설업의 고용 감소가 두드러진다. 대형건설사의 실적이 고금리와 시공비 부담 증가로 악화하고 투자 감소, 신규공사 위축과 부동산 PF 리스크가 겹쳐, 건설업 고용 부진은 쉽게 반등하기 어렵다고 전망된다. 

2023년 상반기 전체 상용직 증가폭은 52.4만 명이었던 반면, 2024년 상반기에는 크게 줄어 24.5만 명에 그쳤다. 이와 같이 2023년 나타났던 고용의 긍정적 신호들이 2024년 들어서는 전반적으로 약화하여, 한국노동연구원은 하반기 25.7만 명 수준으로 전망한 취업자 수를 18.2만 명으로 하향 수정해 고용률과 실업률이 각각 62.8%, 2.9%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소폭(2024년 상반기 3.1%)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취업자 수 증가 규모의 축소와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의 고용 부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용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증가 추세다. 일부 업종의 부진으로 비자발적 단시간 노동도 늘어나고 있다. 기간제는 2023년 481만 명(21.9%)에서 2024년 500만 명(22.6%)으로 19만 명(0.7%p) 증가했고, 시간제는 387만 명(17.6%)에서 426만 명(19.2%)으로 38만 명(1.6%p) 증가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중이 전체 취업자 수 증감에 기여도가 높아져, 임금 측면에서도 고용의 질이 악화했음을 시사한다. 

이상을 종합하면, 인구감소와 초저성장 등 경제 침체가 고용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노동시장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불안 요인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년 주목해야 할 노동시장의 주요 쟁점들을 살펴보려 한다. 먼저 주요 대기업의 긴축경영과 희망퇴직, 신규채용 감소의 흐름을 주목한다. 이는 중장년과 청년층 모두에게 고용불안을 심화시키고 노동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것이다. 

두 번째 쟁점으로, 높은 고용률의 이면에 있는 인구구조 효과 문제를 살펴보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주요 부문 고용률을 견인하고 있는 여성과 중장년층 노동력의 활용 방안이 정부 노동시장 정책의 중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쉬었음’ 인구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의 장기 미취업은 노동시장과 잠재성장률에 심각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로,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특정 산업의 수급불균형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돌봄 분야에서 심화한 공급 부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변화가 주목된다. 노동운동이 제기해온 돌봄노동자의 처우와 권리가 쟁점이 될 것이다. 특정 산업의 노동 공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외국인 유입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 또한 노동운동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1) 대기업 희망퇴직: 내부노동시장 고용불안과 일자리 축소 

2024년 상반기부터 제조업 대기업들과 주요 건설사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을 실행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 중 1위인 삼성은 이미 작년부터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삼성전자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LG, HD현대, 포스코, 한화 그룹은 이사 보수 한도와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도 계열사와 지주사의 비용 절감에 이어 사업부 재편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특히 SK온은 최고임원 관리직을 폐지하고 흑자로 전환할 때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했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와 고환율, 고유가 등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하여 수출제조업의 실적이 감소하고 건설업황이 악화하는 데 대한 대응이다. 대기업들의 비상 경영은 대대적인 희망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 KT는 조기 퇴직금을 최대 6억으로 올리며 전체 직원의 6분의 1 가량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LG디스플레이, SK온도 희망퇴직을 실행했다. 신세계그룹 계열 전자상거래 플랫폼 SSG닷컴에 이어 G마켓도 희망퇴직을 공지하였다. 엔씨소프트, SK텔레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SK키파운드리도 위로금을 높이고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실적이 부진한 파운드리 부문에서 30% 감원을 목표로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단행할 것이라 보도되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 결과’를 보면 9월까지 전 사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지속해서 하락했다. 기업이 희망퇴직을 감행하고 노동수요가 급감하면 이미 OECD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한국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더욱 감소할 것이다. 나아가 인구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중·고령층은 물론 경제활동 초기 단계에 있는 청년층에게도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최근 들어 기업인력에서 50대 이상의 비중이 20대 인력을 앞지르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순위 500대 기업 중 최근 3년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123개 사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3년 전체 임직원 141만 7401명 중 20대 이하 직원은 30만 6731명으로, 2021년에 비해 1만 5844명 줄어들었다. 전체 임직원 수는 3만 8천 명 늘었으나 20대 이하 직원만 급감해 비중이 21.6%로 떨어져, 50대 이상 비중(22%)이 20대 직원 비중을 역전했다. 특히 IT·전기전자 업종과 유통·통신 등 서비스 업종에서 20대 이하 직원이 감소했다. 기업인력 고령화로 인해 40~50대 인사적체는 심해질 것이다. 근속이 높은 고임금 간부급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조기퇴직을 권유받거나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것이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비상경영의 영향으로 조기퇴직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의 조기퇴직이 청년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실도 중요하다. 2024년 2분기 청년층 신규 채용 일자리는 145만 4천 개로, 전년 동기보다 13만 6천 개(8.6%p)나 감소했다. 이는 201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청년 신규 일자리 감소율은 청년층 인구 감소(전년 동기 대비 –2.9%p)를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 상황에서 긴축 경영과 희망퇴직이 확대되면 내부노동시장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마저 줄어들어 중장년과 청년세대 모두 고용불안이 심화할 것이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중장년층은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재취업하거나 자영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유입으로 외부노동시장의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저성장의 심화와 동반한 대기업 고용 위기와 일자리 위축은 전체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한다. 


2) 고용지표의 인구감소 효과 

올해 초, 사회진보연대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높은 고용률이 이어지는 원인을 인구감소, 저출산, 고령화와 고령층·여성의 고용률 증가로 설명했다. 2024년 하반기에도 고용률은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이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64세 고용률은 작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69.8%로 1989년 관련 통계작성 이래 10월 기준 가장 높았다. 연령대별, 성별 취업자현황도 작년과 유사한 추세가 이어졌다. 또 고용지표에서 인구구조 변화의 양상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은 2024년 9월 현재 취업자 중 법적정년을 넘긴 60세 이상 취업자의 비중이 사상 최대인 23.4%가 되어 처음으로 전체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해, 연령별 취업자 수 분포가 역(逆)피라미드형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통계청은 고용지표에 인구효과를 반영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와 특히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취업자 수가 줄어들어도 고용률이 오히려 상승하는 통계 왜곡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구구조 변화 영향을 따로 구분하고 있다. 인구효과는 특정 연령대의 전년 대비 인구 감소 또는 증가가 취업자 수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추정하는 것으로, 고용률이 일정하다는 가정 아래 인구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추산한다.
 
최근 고령층·여성의 높은 고용률과 청년층·남성의 상대적으로 부진한 취업자 수는 ‘인구효과’를 반영하면 설명된다. 2024년 상반기 노동시장에서도 인구효과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20대 청년층(15~29세)은 전년 동기 대비 9.2만 명이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폭은 늘어났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을 인구효과 탓으로 분석한다. 20대 취업자는 인구효과에 의해서만 11만 명 감소했다. 반면 60대 취업자 증가폭은 줄어드는 추세임에도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폭을 유지하고 있다.

성별 고용격차도 있다. 30대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9.1만 명 증가했으나 이는 인구효과와 무관하게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꾸준히 증가한 덕분이다. 반면 30대 남성 취업자와 고용률은 감소했는데, 여성 취업자가 9.6만 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40대 취업자 수는 8.2만 명 감소했는데, 대부분 인구효과에 의한 것이다. 여기에서도 성별 차이가 드러났다. 40대 여성은 인구효과를 제외하고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주요 부문 고용률을 견인하고 있는 여성과 중장년층 노동은 향후 정부 노동시장 정책의 중심 대상이다. 고령노동 활용방안으로 정년연장 및 재고용 제도와 고령자 맞춤형 재교육 및 직업훈련, 유연근무제가 적극 검토될 것이다. 여성노동 활용을 위한 출산 및 육아 정책 강화, 고용차별과 임금격차 축소 등은 노동운동이 주목해야 할 주요한 쟁점이다. 

고용지표에 일정한 인구효과를 반영하고 있다 해도, 여전히 현실과 괴리된 측면이 있다. ‘쉬었음’ 인구가 고용지표의 착시효과다. 취업 비희망자인 ‘쉬었음’(구직활동 의지가 없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어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 인구가 늘어나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어 고용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쉬었음’ 인구는 244만 5000명으로 역대 10월 중 가장 많았다. 60세 이상에서 10만 명, 청년층(15~29세)에서 5만 2000명, 30대에서 4만 7000명 늘었다. 취업 비희망자는 지난 4년간 모든 연령대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청년층의 ‘쉬었음’ 규모는 가파르게 늘었다. 2020년 38.9%인 1년 이상 ‘쉬었음’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42.7%로 뛰었고, 현재는 45.7%까지 늘었다. 올해 쉬었다는 청년 가운데 3년 이상 쉬었다는 비중은 전년 17.9%보다 3.1%p나 증가한 21.0%로 나타났다. 9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최종학교 졸업 후 미취업상태인 15~29세 인구는 올해 5월 기준 129만 명이고, 미취업기간이 4년 이상 길어진 인구는 23만 8000명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보였다. 청년층 인구는 갈수록 줄지만 ‘쉬었음 청년’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 향후 잠재성장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처럼 ‘쉬었음’ 인구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들이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아 통계적 착시효과를 만든다. 이들의 장기 미취업은 노동시장에 심각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정부 노동정책의 주요 과제가 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11월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해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높이고자 했으나, 미취업 청년 수는 여전히 감소하지 않고 있다.
 

3) 노동수급 불균형 산업과 해외노동력 유입 

인구변화로 인해 세대별 경제활동인구의 변화가 일정 정도 관찰되고 있지만, 아직 노동력 총량이 감소하고 있지는 않다. 급격한 노동 인력 부족 현상은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인구학자와 경제전문가들은 ‘노동인구 절벽’은 산업별, 지역별, 학령별로 각기 다르게 나타날 거라 예측한다. 인구감소 효과는 노동력 총량의 부족이 아니라 특정 지역과 부문의 심각한 고령화와 인력부족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향후 5~6년 내 노동수급 불균형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야는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서비스업, 특히 ‘돌봄’ 분야다. 또 운전 및 운송 관련직은 26만 명,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 제조 관련 단순노무직, 건설기능직에서 각각 10만 명 이상의 노동공급 감소가 예상된다. 수도권에서는 청년인구 감소로 인해 정보통신업과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 등 첨단업종의 고학력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울산, 경남 등 동남권 지역에서는 산업화 초기 지역 제조업에 대거 진입한 인력이 고령화되고 청년인구가 유출되면서 제조업 인력부족이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 이렇듯 인구변화는 산업, 기술변화와 결합하여 산업 간, 직종 간 노동수급 불균형 문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각 산업 및 직종 내에서도 학력 및 숙련 수준 간, 연령 간 노동수급 불균형이 심각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돌봄 분야 노동시장 수급불균형은 최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고령자 돌봄노동 수요는 빠르게 증가해 2022년 기준 약 79만 명으로 2018년 대비 32% 늘어났다. 반면 가사 및 육아 노동은 출생아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라, 산업 내부에서도 서비스유형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인력난은 더 심화해 돌봄서비스노동 부족 규모는 2032년 최대 71만 명, 2042년에는 최대 155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 산업에서 노동수급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동공급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올해 돌봄 관련 노동공급 정책변화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2019년 공공 돌봄 확대를 목표로 설립했던 서울사회서비스원을 2023년 말 폐지하고 민간 돌봄 시장과 협력하는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2023년 2월에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되었다.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에게 보건의료와 장기 요양·돌봄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으로, 2026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부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5년에는 57~80개 시군구로, 2026년에는 모든 시군구로 확대될 예정이다. 돌봄노동 수요 급증과 공급 감소에 대해 돌봄서비스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재편 과정에서 고용불안과 저임금, 인권 사각지대의 질 낮은 일자리로 인식되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노동자의 처우 문제가 다시 부상하게 될 것이다. 

노동공급 부족을 해외노동력 유입으로 대처하려는 흐름도 가시화되고 있다. 3월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돌봄노동의 높은 비용 부담과 인력난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를 유입하고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행은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개별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시켜 관리 감독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돌봄의 사회화, 국가책임 강화에 역행하고 값싼 이주여성 노동력을 착취하여 열악한 돌봄 노동 내 위계와 차별을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9월부터 시행된 필리핀 가사도우미 도입과정에서 임금과 비용 문제가 노동운동 내 첨예한 쟁점이 되기도 했다. 또 최근 서울시가 마을버스의 노동력 부족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돌봄 분야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과 이에 대한 산업재편의 맥락에서 외국인 노동력 유입이 논란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노동력 유입은 인구변화로 초래될 노동시장 수급불균형을 완화하는 대표적 방안으로 거론된다. 2000년 이후 해외노동력 유입은 주로 국내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는 주로 숙련 정도와 일자리의 질이 낮고 고령 인력의 비중이 높은 부문에 진입하고 있다. 즉, 저임금 부문에 내국인에 비해 높은 비율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구조의 해외노동력 유입이 부문별, 지역별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통계자료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해외노동력 유입이 실제로 국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과 기존 노동자들의 일자리 안정성 및 임금 하락 가능성,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노동권의 문제는 이제부터 노동운동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의제가 되었다.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시장 불안정성에 해법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차원의 사회적 합의 과정 또한 불가피할 것이다. 
 
 

2. 노동정책 주요 이슈   

 
앞에서 내년에 한국 경제가 초저성장, 초고령화에 접어들면, 산업·지역별 고용 부진과 공급 불균형의 영향을 받게 되어 전반적인 노동시장 불안정성이 가중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주류 경제학계는 경제 악영향 요인 때문에 주요 부문의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정부 역시 집권 초기부터 노동, 연금, 의료, 교육 분야의 ‘4대 개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폭풍으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4대 개혁정책은 추진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서는 관련 정책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4대 개혁 관련 이해당사자들은 현 정권에서 사실상 논의가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서 정년연장 등 노동 개혁 현안 논의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정권 퇴진 후에야 대화를 재개하겠단 입장이다. 연금개혁 역시 올해 9월 정부가 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국회가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여야가 언제 관련 논의를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의료 개혁도 정부가 올해 안에 비급여, 실손보험 개선안 등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의료계의 불참 선언으로 발표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당분간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더라도,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5년에는 정년연장과 연금 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적 해결책이 요구되며, 노동운동이 관련 입장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본 글에서는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사회정책의 핵심인 정년연장과 연금 개혁의 경과를 살펴보고 주요 쟁점과 과제를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올해 두 번째로 좌초된 노조법 개정 이후, 최근 정치권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 보호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의 흐름을 검토한다.
 

1)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논란의 부상 

① 정치권의 입법 동향과 경사노위 논의 경과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고령노동 대책으로 현행 60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제기되었으나,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갈등적 쟁점으로 잠복해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하반기 정년연장을 추가로 법제화하는 방안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시점을 맞춰 소득 공백을 방지하고, 고령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노동력 감소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배경에 깔려 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이며, 2028년에는 64세, 2033년에는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33년이 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 사이의 소득 공백(소득 크레바스)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부터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가 60세를 넘어 최대 3년 이상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22대 국회에서는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으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총 5건 발의됐다. 민주당은 강훈식, 서영교, 박정, 박홍배, 박해철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입법안을 냈고 이중 박홍배, 박해철 의원안은 정년을 국민 연급 수급 개시 연령과 일치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 개정 시행일부터 정년을 2027년까지는 63세로, 2028년부터 2032년까지는 64세로, 2032년 이후에는 65세로 상향)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 대표발의안은 정년연장이 아니라 자녀 수에 따른 재고용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11월부터 격차해소특위에서 60세 이후로 정년을 연장하는 입법 논의를 개시하고 있었다. 

노동계는 정년연장 법제화를 찬성하며 임금과 고용 후퇴 없는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정년연장 법제화를 반대하며 재고용 등의 계속고용 방안과 고용과 임금체계 유연화가 우선이라 주장한다. 정부는 법제화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2023년 1월 발표한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에 이미 고령자 계속 고용 시 임금과 직무를 조정하는 등 임금체계 개편 내용을 포함하여 사실상 경영계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정년연장 법제화를 포함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어, 정부의 입장 변화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까지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 과정을 거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경사노위 산하 ‘초고령사회 계속고용연구회’를 통해 노사정 합의 프로세스를 밟고 있었다. 

계속고용연구회는 총 9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진척된 합의는 아직 없다. 다만 논의 쟁점 중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근로자대표제 개정’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영계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60세 이후 고령자 재고용 특별법’을 제정해 사용자에게 65세까지의 고용 의무를 부과하고, 정년연장과 폐지, 재고용 중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자고 한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했을 때에는 근속년수를 재산정하고, 주 20시간 단시간 고령자의 경우에는 야간, 휴일 가산임금 규제를 없애는 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개편이 가능하려면 근기법 94조 근로자대표제를 개정해 개별 노동자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계는 취업규칙 변경 시 노동자 과반 또는 과반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근로자대표제를 ‘취업규칙 변경 절차 특례조항’을 신설해, ‘동의’ 대신 ‘의견 청취’만 있어도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체계 개편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정년연장을 빌미로 전체 노동자 임금체계를 손쉽게 바꾸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정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근로자대표제 관련 근기법 개정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11월 26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와 고용노동부 후원으로 열린 ‘합리적 계속고용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은 “임금체계 개편 원활화를 위해 근로기준법 불이익 변경 절차를 완화하는 제도 변화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없는, 정규직 형태의 정년연장은 인접 연령대와 청년 경력 상승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포함되었던 부분근로자대표제 또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 유연화와 맥을 같이 한다. 계속고용연구회 9차 회의에서 사실상 정부의 입장이라 할 수 있는 공익위원 안이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계속고용연구회는 경사노위 주최 정년연장 관련 토론회를 예정하고 있으며 내년 1분기까지 노사정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 정년연장을 둘러싼 사회적 쟁점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령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고용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년을 추가로 연장하여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고, 청년 일자리를 줄여 세대 갈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사회적인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먼저 정년연장을 반대하는 측은 2013년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 법 개정 시행으로 인해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정년퇴직은 감소하고 조기퇴직은 증가했다는 실증분석을 근거로 제시한다. 



2013년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10년 동안 정년퇴직자는 28.5만 명에서 41.7만 명으로 46.3% 증가한 반면, 조기퇴직자는 32.4만 명에서 56.9만 명으로 76.2%나 급증했다. 정년연장을 반대하는 입장은 이를 명예퇴직, 권고사직, 경영상 해고에 의한 것이라 설명한다.

이들은 조기퇴직 급증이 노동자와 기업 간의 ‘자발적 거래’의 결과라고 본다. 임금 연공성이 강한 정년 제도에서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비용이 증가하여 기업은 희망퇴직, 명예퇴직 유도 유인이 커지고, 노동자는 명예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져 상호가 조기퇴직을 최적의 선택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고령노동 활용의 취지로 정년을 추가 연장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법적 정년연장은 고용을 감소시키므로 노동력 부족의 해소책이나 일할 기회 보장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조기퇴직 증가로 고령층의 소득단절을 더욱 장기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급속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중고령자 조기퇴직이 급증하고 청년고용문제는 계속 악화하는 새로운 현상을 반영한 고령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즉 기업에 노동비용 부담을 추가하는 정책이 아닌, 중고령 노동력이 주된 일자리에 계속 고용될 가능성을 높이고, 이들이 일자리에서 이탈할 시에도 효과적 재취업을 할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정년연장 추가 법제화를 하려면 연공 임금제와 계속 고용의 ‘저해요인’을 제거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년연장 반대의 또 다른 논거는 2016년부터 실행된 정년연장 법제화가 청년층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 후, 2017~2019년 전일제 일자리 기준으로 56~60세 장년층 고용이 1명 증가할 때 23~27세 청년 일자리가 적게는 0.29개에서 많게는 1.14개까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기업에서 정년연장 대상이 1명 증가할 때 평균 0.2명의 청년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며, 사업체 규모가 크고 고용 보호가 상대적으로 강한 기업에서 청년고용에 더 큰 부정적 효과를 난다는 연구 결과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는 대기업 일자리는 퇴직자 자리에 청년을 고용하는 식이므로, 정년연장 논의에서 임금 조정이 빠지면 청년층 일자리를 노인한테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정년연장 찬성 측은 일률적 법제화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를 더 벌린다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그 격차가 크기 때문에 법을 통해 보편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최상위 대기업조차 60세 이후에는 신규 채용 방식으로 재고용을 택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만 고수하면 결국 그 밑의 기업들은 현대차보다 더 낮은 처우의 고용 방식을 택할 것이며, 그로 인해 고령자 고용 조건 자체가 하향평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적 규정으로 최소기준을 강제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여전히 계속고용으로 소득 공백을 남길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정년연장 여력 차이를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에 적용 시점을 유예하거나, 중소기업의 정년연장 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관점 역시 정년연장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노동계가 노동시간 단축, 유연근무제와 같은 직무 공유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초저출산과 초고령화라는 객관적 위험 요인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문제로, 정년연장은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쟁점이다. 노동운동은 이 문제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로서, 노조 조합원들만의 요구를 넘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년연장 법제화 논의에서 노동운동은 매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 정년연장에 대한 찬반 의견 모두 법제화의 전제조건으로 연공형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간 조정 및 고용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특히 연공형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중요한 쟁점이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은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이전보다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는 임금의 연공성이 정년제와 함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기업의 인적 자본 축적에 역할을 했지만, 인구 증가율과 생산성 증가율 저하를 고려하면 오늘날 연공형 임금체계는 높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그에 따라 개별 세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7%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연공급 임금이 생산성을 초과하면 사회적 후생비용은 더욱 커진다. 연공급 임금과 생산성 간의 괴리가 지속된다면 기업은 고령자에 대한 임금과 고용을 조정할 유혹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정년연장의 전제조건으로 거론되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노동운동이 명확한 입장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년연장 대신 고용유연화를 수용하는 것은 곧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노동계의 반대는 이미 예상된다. 경사노위 계속고용연구회의 논의에서도 확인되었듯, 고령자의 계속고용과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취업규칙의 신축적 변경을 위한 근로자대표제 개정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결국 인구감소 시기 사회정책이 노동운동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③ 정년연장 법제화 논란과 노동운동의 대응
정년연장 법제화 대신 임금과 노동 조건을 조정하려는 정책 시도와 노동계의 충돌은 2015년 임금피크제 시행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있었다. 2013년 4월, 국회에서 60세 정년연장이 법제화되었다. 2016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되어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2016년, 중소기업은 2017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정년연장 보완책으로 임금 체계 개편이 권고되었으나, 핵심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의 보완책으로, 공공기관에 한정해 임금피크제 지침을 발표하고 2016년에 전면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노조는 정원 감축과 민영화에 반대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저항하는 공동 투쟁을 조직했다. 공공기관 인력 감축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 강행과 노조의 반발이 충돌하며, 양대 노총의 공동투쟁은 정부의 고령화 대책에 대한 종합적인 비판과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개별 기업 노조 조합원들의 노동 조건 하락 방어에 초점이 맞춰졌다. 격한 노정 대립으로 노사정위원회 가동이 중단되었고, 노정 직접 교섭은 열리지 못했다.
 
공공부문 노조의 공동 투쟁 시도에도 불구하고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도입 쟁점은 개별 기업별 노사 갈등으로 축소되었다. 결과적으로 개별 공공기관들은 상급 단위 투쟁 방향과 별개로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투쟁 종료 후, 노동운동은 정년연장 법제화에 따른 임금 조정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만 남겼다.

당시 공공부문 노조들은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령자 고용 확대가 노동력 투입 증가를 통해 거시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결국 청년 고용도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는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최근 연구 결과와 대립하는 주장이다. 고령자 고용 확대가 전체 국민경제에서 성장 요인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정원과 인건비가 제한된 공공부문과 대기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대기업에서 조기 및 희망퇴직 증가가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볼 때, 일자리가 부족한 고용 부문에서 고령층 고용과 신규 채용이 보완적인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2015년 임금피크제 이슈는 생산 가능 인구 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핵심 쟁점을 피하면서 일부 공공기관 노조의 문제로 국한되었다. 반면 현재의 정년연장 이슈는 인구 감소와 노후 소득 공백 해결이 긴급한 상황에서 연공형 임금체계, 고용, 노동시간 등 노동 시장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조정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논의의 범위가 이전보다 확장되었고, 노동계와의 갈등은 더욱 전면화했다.

한국노총은 작년부터 65세 이상 법적 정년 국민동의 청원운동을 시작했으며, 올해 22대 총선 요구의 핵심에 정년연장을 담았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서 임금과 고용 저하 없는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은 총선 요구안에 정년연장을 포함하지 않았고, 아직 정년연장에 관한 입장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11월 19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년연장에 대해 “그동안 민주노총은 정년연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일자리와 노후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더는 논의를 미룰 수 없어 조직적 논의를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 부문 노조들은 정년연장을 내년 사업의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공무직 노조들은 올해 하반기 행정안전부와 대구시 등 기관들이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상향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는 2018년 위탁용역의 직접 고용 전환자(65세 정년)와 신규 채용자(60세 정년)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며 개별 심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공공기관 전체의 정년연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체협약을 통한 공무직 정년연장의 최초 선례가 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기존 환경·시설 분야 공무직의 재고용 방식(촉탁직으로 65세까지 계속 고용)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년연장 법제화가 본궤도에 오르면 개별 노조들은 단체협약 기준치를 상향 조정하며 쟁점으로 부각할 것이다. 노동계가 추구한 방향대로 정년연장의 대가로 임금 등 노동 조건 저하와 신규 채용 축소를 금지하는 요구들이 전면화될 것이다.

그러나 연공형 임금체계가 유지되는 방식의 정년연장 요구는 노조 내부에서 정년을 앞둔 중장년층과 청년 세대 간의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인건비 제약과 승진 TO가 제한된 공공부문 노조에서는 정년연장 투쟁 방향에 대한 내부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산별노조나 총연맹이 정년연장 법제화를 원칙으로 삼거나 법제화가 이루어지더라도 기업별 노사 합의가 우선시되는 상황에서는 재고용 등 다른 방식의 합의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노조 상급 단위가 임금 및 노동조건의 조정이 없는 정년연장 법제화를 최대 요구로 내걸어도 개별 노사 관계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정년연장 투쟁의 실질적 동력 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와 세대 간 갈등은 노조 내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노조 내 중장년층과 청년층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기업 규모와 재정 상황에 따른 상이한 이해관계가 병존하므로, 노동운동 내부에서 정년연장 관련 논의는 복잡한 쟁점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2015년 임금피크제 도입을 저지하려 했던 노조의 투쟁은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공공기관에 국한된 임금체계를 고수하며, 사회적 대화와 같은 교섭 통로를 모색하기보다는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대한 급진적 반대 투쟁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산별노조 상층부의 구심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기업별 노조를 넘어 개별적 노사관계를 조율할 수 없었다. 현재 정년연장 법제화에 대응하려는 노조의 상황은 과거 공공기관 노조의 상황과 유사하다. 노정 간의 첨예한 갈등, 내부 세대 간의 이해충돌, 기업별 노사 합의의 우위 등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인구감소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사회적 쟁점에 대해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메시지를 남기고 일관된 방향으로 요구와 투쟁을 조직할 수 있을지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2) 연금개혁 

윤석열 정부는 연금 개혁과 관련해 모수 개혁을 넘어 부과제 납부 방식과 기초·퇴직연금까지 포함한 구조 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나 집권 3년 차인 올해 말까지 연금 개혁은 전혀 진척되지 않았고, 오히려 소득 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둘러싼 논란만 거세게 촉발되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고, 여야 정치권은 협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연금 재정 고갈 등으로 연금 개혁은 단기 내에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지금까지의 진행 경과를 평가하며 노동운동의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①연금개혁의 배경  
국민연금은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공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로,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일하는 세대가 납부한 돈으로 은퇴자 노인을 부양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기와 인구 증가 시기에는 재정 자원이 계속 늘지만,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 시기에는 위기에 빠진다. 즉, 인구 구조에 따라 재정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다. 이에 대다수 OECD 국가는 인구 감소를 경험하며 연금의 수지 균형 보험료율(낸 보험료=받는 보험료)에 맞춰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소득 대체율을 내리는 모수 개혁, 기금 적립 방식(부과식, 적립식) 변화, 연금 수급 개시 시점 상향 등의 연금 개혁을 실행했다. 

그러나 한국은 인구 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개혁이 지체되어 소득대체율 40%와 보험료율 9%에 머물러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대체율 40%를 지급하는 데 필요한 수지 균형 보험료율은 19.7%이며, 가입국 평균 보험료율은 18.2%로 현재 한국의 수지 불균형은 심각한 상태다.  

한국은 2060년대 세계 최고의 초고령화 국가가 되어 노년 부양비가 4배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노년 부양비(생산 가능 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 비율)는 24.6명으로 OECD 평균(27.8명)을 소폭 하회하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2070년에는 100.6명까지 상승해 생산 가능 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한국의 고성장, 인구 증가 시기에 설계된 국민연금은 현재 저성장과 인구 감소의 상황에서 연금 재정 고갈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23년 1월 국민연금 5차 재정 추계에 따르면 현재의 9% 보험료율과 42% 소득 대체율을 유지할 경우 기금은 2041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 고갈된다.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2018년 4차 재정 추계보다 기금 전환 시점이 줄어들었다. 2024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54년이며, 기금 소진 후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을 35%까지 올려야 한다고 추산된다. 이는 미래 세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개혁이 불가피하다.

②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경과와 쟁점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연금 개혁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공약했지만, 연금개혁특위는 국회 소속으로 2022년 7월에 출범했다. 2023년 10월 보건복지부는 정부의 연금 개혁안 24가지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하여 결국 국회로 공을 넘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4년 5월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산하에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500인의 ‘시민대표단’을 구성했고, 이들이 다수결 투표로 연금 개혁 방법을 채택했다. 

이들은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 방안에 대해 각각 투표했으며, 1안 소득보장안(보험료율 13% 인상, 소득대체율 50% 인상, ‘더 내고 더 받는 안’)과 2안 재정안정화안(보험료율 12% 인상, 소득대체율 40% 유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 중 1안 소득보장안이 56.0%로 채택되었다. 설문조사는 500인 대표단이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학습하기 전(1차)과 후(2,3차) 총 세 번 진행되었다. 모수 개혁에 대한 설문 결과는 교육 전후가 상이했는데, 1차 조사에서는 2안 재정안정화안 응답 비율이 44.8%로 1안보다 7.9%p 많았으나, 교육 이후 2차 조사부터는 1안 소득보장 강화안의 지지 비율이 50.8%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2안 재정안정화안 응답 비율은 2차 조사에서 38.8%로 줄었고, 3차 조사에서는 42.6%로 늘었다.  

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5살 올리는 방안과 지급 의무를 보장하는 방안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의무가입 상한 연령은 64세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80.4%로 가장 많았고 현행 59세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7.7%에 그쳤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는 논란을 일으켰다. 보건복지부는 현재의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보험료로 소득의 19.8%를 내야 한다고 설명하며, 1안 ‘더 내고 더 받는 안’은 소득대체율에 비해 거의 절반에 못 미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연금 재정의 균형을 맞추려면 소득대체율 10%당 보험료율 5% 인상이 필요한데, 보험료율을 4%만 올리는 것은 더 받는 몫만큼만 더 내는 것이라 연금 개혁의 본질인 재정 위기를 방치하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1안이 기금 소진을 몇 년 늦출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기금의 소진 연도가 약간 늦춰진다 해도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기금 소진 이후 보험료율이 43%로 급등한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의 5배에 육박하는 수치를 미래 청년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공론조사에 참여했던 시민대표단의 구성에 공정성 의혹이 제기되었다. 500명 중 연금의 소득보장 강화론을 찬성하는 시민이 재정안정론을 찬성하는 시민보다 70명 이상 더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구성된 시민대표단 500명중 ‘소득보장 강화 개혁’을 지지했던 시민은 245명(49%)에 달했다. 반면 ‘재정안정 집중 개혁’ 입장은 172명(34.4%)에 그쳤다. 나머지 83명(16.6%)은 의견이 없다고 답했다. 공론화위는 기초조사에서 드러난 연금개혁 관련 입장에 비례해 500명을 뽑았는데, 소득보장 지지측을 재정안정보다 73명(14.6%p) 많게 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공론화위는 최종결과 발표를 포함한 공론화 절차 전 과정에서 대표단 구성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론화위 자문단 내에서도 공개 요청이 있었지만 거부됐다. 자문단 소속인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론화위에 시민대표단 표본 정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구성한 연금연구회는 “시민대표단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공론화위원회의 활동 전반에 대해 공정성과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시민대표단의 결정에 앞으로 막대한 보험료를 부담해야할 19세 미만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국가와 어른들이 이들의 후견인으로서 공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공론화위원회가 내놓은 결과와 그 과정이 논란이 되자, 이를 바탕으로 연금개혁안을 도출하겠다던 연금특위는 큰 혼란을 겪었다. 결국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수준에서 합의했지만, 정부가 모수개혁과 함께 구조개혁도 연금개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최종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후 정부는 9월 초 국민연금 개혁안을 다시 발표했다. 개혁안 중 두 가지 내용이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다. 첫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점진적으로 인상하되(4년, 8년, 12년, 16년), 세대별 차등 인상 방안을 도입한다. 즉, 50대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 0.25%p로 나이를 고려해 잔여기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나이가 많은 가입자의 보험료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젊을수록 인상 속도가 줄어드는 구조다. 

둘째,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조정하되, 인구 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보험료 인상이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소득대체율 상승도 부족하다며, 정부가 국민의 연금 안정성보다 재정 안정성에만 집중한다고 반발했다. 노동계 또한 강력히 반발하며, “세대별 차등 인상은 세대 간 연대 원칙을 훼손하고 세대 갈등을 조장한다”, “자동조정장치는 물가상승률 반영 축소 등을 통해 급여액을 계속 깎는 명백한 급여 자동삭감장치”라고 비판했다. 

관련 쟁점을 잠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은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하는 사회보험 제도의 취지에 위반되며, 정부가 공적 보장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로 인해 미래 청년세대는 현재보다 현저히 낮은 소득대체율과 높은 보험료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차등 인상이 세대 간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미 세대 간 형평성이 깨져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적극적인 차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연금 지급액의 ‘자동조정장치’는 저성장과 저출산이 지속되거나 기대 여명이 길어질 경우 가입자 부담을 늘리거나 수급자 급여를 낮추는 조치다. 이러한 장치를 도입하면 연금의 실질 가치가 줄어들어 결국 은퇴 후 연금액이 대폭 삭감되며, 노인 빈곤을 감소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자동조정장치는 이미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하고 있으며, 그 유용성도 인정받고 있다는 반론이 있다. 다만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은 이미 연금 재정이 안정화된 국가들로, 점진적인 거시경제 및 인구 변화 상황에 따라 연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국민적 신뢰도가 높다는 점에서 우리의 조건과 다르다. 연금 재정이 매우 불안정하고 수지 불균형이 심한 국가에서는 자동조정장치가 급여 삭감에 대한 불안을 더욱 증폭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22대 국회에서는 연금개혁특위를 재구성할지조차 논의되지 않았고, 정국 불안으로 앞으로의 연금개혁 전망은 더욱 불확실하다. 노무현 정부 이후 역대 정부에서 연금개혁이 실행되지 못한 이유는 세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그 갈등의 파급력이 워낙 높아 주요 선거와 정치 일정에서 회피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와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 부양 부담, 그리고 재정 고갈 위험은 세대 간 형평성을 위협하며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따라서 2025년에도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될 수밖에 없다.


3) 특수고용·플랫폼 노동권 보호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2023년 21대 국회와 올해 9월 임시국회에서는 노조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 강행 통과 → 대통령 거부권 행사 → 재표결, 부결, 폐기’를 반복했다. 사회진보연대는 여야가 극단적인 정쟁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국회와 정치 정세에서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의존이 ‘노조할 권리’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며 깊이 우려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은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확보하고,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어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노동권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노조법 2조의 ‘근로자성’과 ‘사용자성’에 대한 규정은 오늘날 산업 재편과 기술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로 핵심적인 노동운동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플랫폼 노동, 비전속적 특수형태 노동자 등 비공식 노동자들이 외부 노동시장에서 주를 이루며 급속히 확대되었고, 이전에 없던 긱 노동자(gig, 정규계약이 아닌 단기 프로젝트 과제 수행으로 보수를 받는 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고용과 계약 방식이 등장했다. 이들은 AI와 알고리즘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되어 사용자 규정이 모호한 상황이다. 이 부문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권 배제는 계속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며, 이 해법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제기하며, 노조법 2조의 확대 해석과 개정,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등 기존 노동관계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법제도 개선 투쟁을 진행해왔다.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부정당한 노동자들이 노조법상으로 인정받은 판례들이 쌓였고,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노동기본권 보장 권고에 이어 2021년 한국의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으로 특고 및 플랫폼 노동의 단결권에 대한 근거가 마련되었다.

노동자성, 즉 노동3권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은 ‘종속성’이다. 종속이란 “근로를 사용자의 처분에 맡긴 것으로 사용자의 계약에 근거한 범위 내 업무지시에 따라 이를 거부하지 않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응해 그 제공 결과에 대해 임금과 휴가를 취득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고용노동부 ‘사용종속관계’ 해설 중). 따라서 종속성이란 노무 제공자와 수령자 간의 관계에서 전자가 자유를 상실하는 것, 또는 독립되지 못한 복종과 의존을 뜻한다. 

학계에서는 종속성의 판단 기준으로 사용종속성(인적 종속성), 경제적 종속성, 조직적 종속성을 구분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종속성(인적 종속성)이 유일한 노동자성 판단 잣대로 작동되고 있어, 경제적, 조직적 종속성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에서도 사용자는 언제나 노동법상 노동권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관련 노동의 사용종속성(인적종속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한다. 플랫폼 노동은 사업장 중심의 획일화된 노동시간과 노무 지휘에서 벗어나, 노동자가 스스로의 재량으로 초단기, 건별 노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과거 인적 종속성의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사용자는 노동계의 사법적, 행정적 소송에 대해 종속성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거나, 강력한 규제력을 가진 노동관계법에 해당 고용관계를 포함하지 않으려 한다. 사용자는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으로 규율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일부 산업재해보상보호법이나 산업안전법, 사회보험법 적용은 특수고용형태 노동에 대한 특례 또는 별도 규정을 두는 방식을 택해 왔다. 그 결과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에서 ‘노무제공자’, ‘종사자’ 등의 개념이 신설되기도 했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노동관계법이 아닌 제3의 법 영역인 특별법 등 별도 법 제정을 통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기존 노동법과 별개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21대 국회에서는 장철민, 이수진 의원이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별도의 입법 흐름은 올해도 계속되었다. 5월 민주당이 발의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최근 국민의힘이 발표한 <노동 약자 보호법>은 정부의 노동 약자 지원 정책과 맞물려 쟁점이 되고 있다. 11월 26일 국민의힘이 공개한 <노동 약자 보호법>은 소규모 사업장, 통번역가 등의 프리랜서, 강사, 대리운전기사, 배달 라이더를 지원하고 보호한다는 취지로, ‘노동 약자 지원 위원회’ 설치, 표준 계약서 제정 및 보급(제12조), 보수 미지급 예방을 위한 에스크로 시스템 도입 및 무료 법률소송 지원(제13조), 분쟁 조정 위원회 설치 지원(제14조, 제15조), 경력 관리 및 공제회 설립 지원(제17조, 제18조) 등이 골자다.

그러나 노동 약자 보호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항목이나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이 없고, 국가의 책무만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법안은 현행법상 특고, 플랫폼 노동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21년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법안>에는 ‘근로자를 전제로’ 고용상 지위 오분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문이 규정되어 있지만, 이번 법안에는 그런 내용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안 발표 후 민주노총은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별도 법으로 노동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노동 약자’에게 노동자성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노동자도 노동 약자로 규정해 근기법 확대 적용 요구를 노동 약자법으로 퉁치려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이러한 최근 입법 흐름은 각기 강조점이 다르지만, 대체로 특고 및 플랫폼 노동 보호에 있어 국가의 책임과 규제를 중심에 두고, 사용자성과 노동자성 규정을 상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노동운동이 노동관계법의 확대 해석 및 개정을 통해 노동권을 보호하려는 경로와는 분명히 다르다. 노동계는 이러한 보호 입법 방식이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를 ‘비근로자’로 전환하려는 관행을 더욱 부추기고, 차별을 고착화하여 노동권 부여를 회피하는 방식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미 플랫폼 노동의 새로운 고용 관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제하는 국제적 흐름이 존재한다. 2024년 유럽연합 의회가 <플랫폼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지침>을 가결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노동조합들은 플랫폼 노동자를 조직하고, 플랫폼 기업을 전통적인 집단교섭 및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의 ‘라이더 법’처럼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추정하고 입증 책임을 기업에 부과하는 급진적 사례도 등장했으며, 자동화된 노무 관리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도 규정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이러한 각국의 입법과 판례가 발전하여 유럽연합의 노동 지침이 만들어졌다. 이 지침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법상 정의를 제시하고,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중간인’을 매개로 한 관계, 공동 사용자 및 복수 사용자의 책임을 명시했다. 플랫폼 노무 제공자 중 ‘노동자’를 판별하는 ‘고용관계 추정’은 지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각국의 국내법으로 고용관계를 추정할 것을 강제하며 입증 책임을 플랫폼 기업에 부과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는 2025년 113차 총회의 국제 노동 기준 수립을 위한 논의에서 플랫폼 노동 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미 ILO의 고용관계 권고(2006년, 제198호)는 “계약 형식으로 인해 노동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를 박탈당하는 상황”을 ‘위장된 고용관계’ 문제로 지적하며, 고용관계 위장에 따른 사용자의 경제적 이익을 근절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개발을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가 노동력을 판매하며 사용자(구매자)에게 종속되어 노무관리의 대상이 되지만,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국제적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고용관계를 입증하려 노력해왔다. 

민주노총은 최근 근로기준법 2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정의 목표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 1항 ‘근로자 정의’에 “자신이 직접 노동을 제공하고 사업주 또는 노동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지급받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제2조 1항의 2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한, 제2조 5항의 임금 규정을 “‘임금’이란 사용자 ‘등이’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는 ‘근로자’, ‘사업이나 사업장’, ‘임금’ 등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완화하려는 취지다.
 
 
노동운동의 기존 전략에 따라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사용종속성(인적 종속성)의 기준을 현재의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종속성 기준을 ‘지휘, 감독’에서 ‘통제’ 또는 ‘관리’로 변경하여 새로운 형태의 고용을 현행 노동법의 범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종속성 기준을 완화하여 근로자 규정을 확대하더라도, 향후 새로운 고용 방식이 등장하면 기존 정의는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 또한 현재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여 이들 각각의 종속성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새로운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종속성이 낮은 노동도 존재한다. 플랫폼 노동에 대해 일괄적으로 노동자성을 규정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종속적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통번역가나 작가는 현행 노동법 체계에서 일괄적으로 종속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에 대한 확대 해석과 개정을 통해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을 포괄하는 시도는 계속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모호하고 불확실한 법리적 다툼으로 인해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보편적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체계 구축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러한 법안이 노동자성을 부정하려는 사용자 측의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지적하되, 동시에 사법적 판단이 어렵거나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할 필요성도 배제하지 말고 다각도의 방법을 숙고해야 한다.

한편 내년 근로기준법 개정에서는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근로자성’ 확대 외에도 정부 여당과 민주당 모두가 추진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김문수 노동부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단계적 적용 방안을 발표했으며, 고용노동부는 국민의힘의 노동약자지원법과 별도로 이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 의원 3인(박홍배, 김태선, 이용우)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모든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도록 하고(김태선 의원은 단계적 적용) 4명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며, 공포 1년 후 시행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그러나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및 연장 근로 등의 규제는 폐업의 증가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의 보편적 노동권 확대, 모든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그리고 노동조합법(노조법) 개정 과제는 현재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각각 노사 간의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노동법 체계를 현대화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 

특히, 최근 두 차례 무산된 노조법 개정은 여야 간의 극단적인 대치 속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말았다. 이는 노동자의 권리 확대가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확대는 노조 스스로가 주도해야 할 고유의 의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법안의 실질적인 내용은 거대 야당의 입법에 의존하면서 노조는 단순히 투쟁 동력을 동원하는 역할에 그치고 최대치 요구만을 앞세우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 단기적인 관점과 시야를 넘어, 노동관계법과 관련 법안들을 통합적으로 검토해 체계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할 때다. 
 
 

3. 정치적 불확실성과 노동운동의 정책과제   

 
이 글은 장기 침체와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동시장 불안정성이 어떻게 나타날지 전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노동정책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았다. 인구 감소, 고용 불안, 산업 차원의 노동 공급 부족, 고령층과 여성 노동 활용 방안, 해외 인력 유입 정책, 정년연장 및 연금 개혁 등은 인구 감소 시기에 대두되는 핵심 의제들이다. 또한,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고용 형태는 노동권 보호 방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할 것이다.

이러한 의제들은 때때로 노동운동의 기존 전략과 상충하거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또한 과거의 노사 간 갈등적 쟁점과 연관되기도 하지만, 경제 정세 변화에 따라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들도 있다.

12월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리가 시작되었고, 당분간 노동 관련 정책의 방향은 정치적 판도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노동 정책의 진행 과정과 여야의 입법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인 경제적 조건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논의한 여러 쟁점은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문제이며, 노동운동이 어렵더라도 마주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쟁점이다. 노동운동은 이러한 정세 변화를 깊이 인식하고 사회적 해법을 제시할 책임 있는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노동권 보호뿐만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노동시장 불안정성에 대응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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