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확장시키는 또하나의 기구, ASEM
'새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라는 모토 아래 아셈 정상회의가 요란스럽게 준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정도를 유럽의 정상들에게 직접 확인시켜주어 대외 신인도를 높일수 있는 기회이며, 김대중 대통령의 세일즈외교의 성과라고 거창하게 선전되고 있다. 한참 동안 별 진척이 없던 지하철 공사도 뚝딱 마무리되었고, 최첨단 시설이 갖추어진 아셈타워에는 소니, 로레알 등 한번씩 들어봤음직한 이름의 초국적 기업들이 속속들이 입주하고 있다. 심지어, 아시아 유럽 각국의 퍼스트레이디들에게 선보일 초호화 패션쇼도 부대행사로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철저하게 초국적자본을 위한 여느 행사와 다르지 않게, 회의장 주변을 비롯한 서울시내 전역의 노점상을 싹슬이하며 민중의 생존권에 대한 광폭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일본-한반도를 연결하는 해저 터널, 경의선 철도 복원,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로 개설로 두 지역간의 상품 이송 조건을 최적화하겠다는 아시아-유럽 자본의 야심은 현실화되는 것인가?
아셈의 태동
아셈은 한, 중, 일 그리고 ASEAN 7개국과 유럽 연합의 회원국, 유럽 집행위가 참여하여 2년에 한번씩 개최하는 정상회의다. 이는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아시아와 유럽 양 지역의 공동발전과 번영을 지향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1996년 3월 방콕 회의를 시발로 출범하였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세계 질서는 미국의 헤게모니하에 미- 일- 유럽의 삼극체제로 재편되고, NAFTA(북미 자유무역지대),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등 지역블럭 질서가 등장하게 된다. 현재로서 이러한 흐름은 나프타를 남미로 확대시켜려는 미국의 계획(미주대륙자유무역협정 : FTAA), 유럽연합과 북미지역간 자유무역협정(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 : TAFTA),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SEAN-FTA), 그리고 북한을 포함하는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등 모든 대륙에 걸쳐 구상되고 있다. 아셈은 그 과정에서 창설되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을 공략하여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높이고자 하였던 유럽연합과, 성장의 지속 혹은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 유럽의 자본·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수월한 조건을 만들고자 했던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여기에는 APEC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독보적 접근을 견제한다는 유럽의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특히, 수출에 있어서 對美, 對日의존도가 현격하게 높은 한국은 아셈을 통하여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현재 추진 중인 태국, 베트남 등과의 자유무역 협정 체결에 용이한 조건을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아셈 내 투자·무역 자유화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화는 세계화를 촉진시킨다
앞서 우리는, NAFTA로 출발하여 각 거점마다 형성된 지역블럭들을 점차 통합하려는 구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각각의 지역블럭들은 경쟁적 구도를 지니고 있는 듯 하지만 금융시장이 개방된 지역블럭이 등장하게 되면, 이는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금융세계화를 보완하며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 예를 들자면, 유럽연합의 출범으로 유럽 국가간의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지며 동시에 미국, 일본 자본의 유럽에 대한 직접투자에 호조건이 형성되어 미, 일 자본의 유럽 진출이 증가하는 현상이 드러났음을 지적할 수 있겠다. 실제로 미국은 ASEM이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며, '자유 시장 원리의 확산'이라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확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對 중국 정책에 있어서 유럽과의 협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 ASEM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ASEM이 APEC을 지지보족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분화된 3극질서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제3의 길이라 표현되는 유럽의 사민주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유럽판에 다름 아니다. 또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했을 때 제기된 일본의 AMF창설 기도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질서에 대항하는 지역 블록을 형성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금융세계화에 아셈의 미래가 있다!
- 아셈에서는 무엇이 추진되고 있는가?
1996년 1차 방콕 회의에서는 회의 개최가 가지는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이 주요한 과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안보 분야에서- 정치·안보 대회의 촉진, UN 개혁 노력지지, 범세계적 군축 노력지지, 경제분야에서 - 다자주의 자유무역체제 강화, 무역·투자 활성화를 위한 협력 확대, 민간 기업간의 협력확대, 그 밖에 환경·마약·테러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 문화·예술·교육 및 관광증진 등과 같은 의례적인 의제를 선정하고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어 1998년 2차 런던회의에서는 1차 회의에서 채택된 의제들과 후속사업을 논의하는 것과 더불어, '아시아 유럽 신탁기금 설치', '고위기업인 투자 촉진단 파견계획', '무역 원활화 행동계획', '투자 촉진 행동계획'과 같은 아시아의 경제 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계획들이 제출되었다. 그러면서 아셈은 해를 거듭할수록, 합의된 사항의 이행을 점검하는 시스템까지 갖추며 점점 제도화되고 있다.
이번 3차 회의에서는 2차 회의에서 결정한 비전과 목표 등에 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포괄적 아시아·유럽 협력 지침서(Comprehensive Asia-Europe Cooperation Framework)』를 채택하는 등, ASEM의 중장기적인 발전전망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로 되어있다. 이는 김영삼 정부가 방콕 1차회의에서 제안하고, 2차 런던회의에서 설치가 합의된 '아셈 비전그룹'의 연구 결과로 제출된 보고서- 'For Better Tomorrow'를 토대로 논의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다자간 무역시스을 강화하고 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협력관계 구축'을 전제로 하는 아셈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살펴볼 수 있겠다.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자유화와 시장개방', ' 아시아-유럽 금융안정 협력', '아시아-유럽 투자무역 촉진' 등을 중장기적 전망의 핵심의제로 하여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 상품 및 서비스에 관한 완전한 자유
보고서에는 2025년까지 아시아 유럽간 상품 및 서비스 거래에 관한 완전 자유화를 달성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개별 국가들이 단계적 개방화의 전략틀을 채택하여 뚜렷한 기한 및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도록 하여, 모든 분야, 산업, 시장에 걸친 자유화를 달성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WTO추구하는 자유 무역 체제를 '아시아-유럽'이 선도적으로 완성할 것을 계획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 금융개혁과 거시경제정책적 조정
금융안정화 방안으로 다음을 제시하고 있다. 브레튼 우즈 체제의 주요한 기능과 BIS의 기능이 강화되고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단기자본 이동이 가지는 변덕성을 실질적으로 축소하고, 국내 장기금융시장을 강화하도록 권고한다. 또한, 각 회원국들이 외환 보유고, 외채의 규모 등에 관한 금융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세부적인 정부를 공개하도록 한다. 이는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즉, 전세계적인 금융세계화 경향을 합리화하고, '투자'행위에 대한 결과를 최대한 예상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아셈 각 국이 국제적으로 수용되는 회계절차와 금융서비스 지배구조로 금융시스템을 개편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유로화 출범이 유럽연합 내에서 시너지효과를 냈을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스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며, 아셈내의 각 국이 거시경제정책적 조절을 이룰 것을 주장한다.
: 투자·무역의 활성화
다음으로, '투자촉진 계획'으로는 아시아 유럽 간에 투자·무역을 촉진하기 위하여 결성된 '투자촉진 행동계획', '무역원활화 행동계획'을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2002년부터는 아셈 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아시아-유럽 무역주간'을 두어, 이 기간동안 비즈니스 심포지엄, 산업투어, 기술전시회, 무역박람회 등을 개최하여 양 지역간의 투자·무역을 증가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계획으로 제시한다. 또한 초국적자본에게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여 해외직접투자를 증가시킬 것을 요구한다.
투명한 조세제도,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 해외 직접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개선, 노동시장 유연화, 탈규제화 등을 그를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다. 더불어 비즈니스 포럼, 중소기업인 회의, 고위기업인 투자촉진단 등 이를 실행-점검할 시스템을 두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아셈내(內) '고위관리회의(SOMTI)'의 자문기구인 '국제전문가그룹'의 최근 회의 보고서를 보면 이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 촉진과 정책계획(MEM)' 목록으로, '자본 이동에 대한 장벽 철폐를 목적으로 한 자유화 주치들의 중단없는 이행- 외환통제 철폐, 송금의 자유로운 허용', '투자 제도의 개방- 민영화를 통한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개방; 외국인부동산 소유에 대한 규제 철폐', '국내 경제환경 개선- 파업억제, 낮은 법인세, 관세, 간접세'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요컨대, 아셈의 프로젝트는 상품 및 서비스가 자유롭게 거래되고 금융시장은 완전히 자유화되며,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아시아-유럽 지역시장'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국적자본은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가해지는 정치적 압박을 자유롭게 피해가며 마음대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된다. 우리는 NAFTA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의 요구를 묵살하며 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작업장을 폐쇄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켰던 초국적자본의 횡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지 않았던가?
또한, 이러한 지역블록에서는 자본간 경쟁이 강화되어 '효율성'이라는 이름하에 정리해고가 예정된 인수합병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은 기정 사실이다. 게다가, 개별 국민국가들은 국민경제적 필요에 입각하여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미 유럽연합간에는 통화동맹이 맺어져 있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유럽 중앙은행을 통하여 금리·통화정책이 결정되므로 각국의 거시경제정책은 독자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러한 효과가 아시아 지역까지 확대되는 것이 아셈을 통하여 계획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ASEM의 강화는 미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세계 질서에 복무하는, 금융 시장이 개방된 강력한 '일부분'이 형성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이는 제3세계와 민중들에게 제국주의 국가들간의 경쟁과 협력으로 보다 더 강화된 착취질서를 공고히 하는데 일조할 뿐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3차회의가 아시아·유럽 각국과의 무역-투자 등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이 지난한 노력을 통해 경제위기에서 탈출하였음을 확인시킬수 있는 호기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외자유치만이 경제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 목놓아 외치며 추진해온 지난 2년간의 구조조정이 실상은 민중의 삶을 파탄내는 주범이었음을 낱낱이 드러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기본권, 환경, 인권, 문화를 모조리 팔아치우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 책임마져도 내던져버리며 오직 해외투자가들에게 최적의 투자환경을 제공하고, 초국적 자본의 무한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은밀히 추진해온 한미·한일 투자협정의 폐해를 수면 위로 부각시켜야 한다.
그리고, ASEM이 이것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효과를 불러올 것임을 폭로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자유화·개방화를 향한 일련의 시도를 파탄내기 위해 신자유주의에 의해 배재당한 노동자, 농민, 여성, 그리고 금융세계화가 양산해 낸 비정규직, 실업자, 빈민의 투쟁이 집중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시애틀, 프라하에서 이어져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이 이 곳에서는 민중들에 의해 전개되고 있음을 각인시켜내자.
아셈의 태동
아셈은 한, 중, 일 그리고 ASEAN 7개국과 유럽 연합의 회원국, 유럽 집행위가 참여하여 2년에 한번씩 개최하는 정상회의다. 이는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아시아와 유럽 양 지역의 공동발전과 번영을 지향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1996년 3월 방콕 회의를 시발로 출범하였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세계 질서는 미국의 헤게모니하에 미- 일- 유럽의 삼극체제로 재편되고, NAFTA(북미 자유무역지대),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등 지역블럭 질서가 등장하게 된다. 현재로서 이러한 흐름은 나프타를 남미로 확대시켜려는 미국의 계획(미주대륙자유무역협정 : FTAA), 유럽연합과 북미지역간 자유무역협정(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 : TAFTA),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SEAN-FTA), 그리고 북한을 포함하는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등 모든 대륙에 걸쳐 구상되고 있다. 아셈은 그 과정에서 창설되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을 공략하여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높이고자 하였던 유럽연합과, 성장의 지속 혹은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 유럽의 자본·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수월한 조건을 만들고자 했던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여기에는 APEC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독보적 접근을 견제한다는 유럽의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특히, 수출에 있어서 對美, 對日의존도가 현격하게 높은 한국은 아셈을 통하여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현재 추진 중인 태국, 베트남 등과의 자유무역 협정 체결에 용이한 조건을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아셈 내 투자·무역 자유화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화는 세계화를 촉진시킨다
앞서 우리는, NAFTA로 출발하여 각 거점마다 형성된 지역블럭들을 점차 통합하려는 구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각각의 지역블럭들은 경쟁적 구도를 지니고 있는 듯 하지만 금융시장이 개방된 지역블럭이 등장하게 되면, 이는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금융세계화를 보완하며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 예를 들자면, 유럽연합의 출범으로 유럽 국가간의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지며 동시에 미국, 일본 자본의 유럽에 대한 직접투자에 호조건이 형성되어 미, 일 자본의 유럽 진출이 증가하는 현상이 드러났음을 지적할 수 있겠다. 실제로 미국은 ASEM이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며, '자유 시장 원리의 확산'이라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확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對 중국 정책에 있어서 유럽과의 협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 ASEM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ASEM이 APEC을 지지보족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분화된 3극질서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제3의 길이라 표현되는 유럽의 사민주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유럽판에 다름 아니다. 또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했을 때 제기된 일본의 AMF창설 기도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질서에 대항하는 지역 블록을 형성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금융세계화에 아셈의 미래가 있다!
- 아셈에서는 무엇이 추진되고 있는가?
1996년 1차 방콕 회의에서는 회의 개최가 가지는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이 주요한 과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안보 분야에서- 정치·안보 대회의 촉진, UN 개혁 노력지지, 범세계적 군축 노력지지, 경제분야에서 - 다자주의 자유무역체제 강화, 무역·투자 활성화를 위한 협력 확대, 민간 기업간의 협력확대, 그 밖에 환경·마약·테러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 문화·예술·교육 및 관광증진 등과 같은 의례적인 의제를 선정하고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어 1998년 2차 런던회의에서는 1차 회의에서 채택된 의제들과 후속사업을 논의하는 것과 더불어, '아시아 유럽 신탁기금 설치', '고위기업인 투자 촉진단 파견계획', '무역 원활화 행동계획', '투자 촉진 행동계획'과 같은 아시아의 경제 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계획들이 제출되었다. 그러면서 아셈은 해를 거듭할수록, 합의된 사항의 이행을 점검하는 시스템까지 갖추며 점점 제도화되고 있다.
이번 3차 회의에서는 2차 회의에서 결정한 비전과 목표 등에 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포괄적 아시아·유럽 협력 지침서(Comprehensive Asia-Europe Cooperation Framework)』를 채택하는 등, ASEM의 중장기적인 발전전망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로 되어있다. 이는 김영삼 정부가 방콕 1차회의에서 제안하고, 2차 런던회의에서 설치가 합의된 '아셈 비전그룹'의 연구 결과로 제출된 보고서- 'For Better Tomorrow'를 토대로 논의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다자간 무역시스을 강화하고 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협력관계 구축'을 전제로 하는 아셈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살펴볼 수 있겠다.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자유화와 시장개방', ' 아시아-유럽 금융안정 협력', '아시아-유럽 투자무역 촉진' 등을 중장기적 전망의 핵심의제로 하여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 상품 및 서비스에 관한 완전한 자유
보고서에는 2025년까지 아시아 유럽간 상품 및 서비스 거래에 관한 완전 자유화를 달성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개별 국가들이 단계적 개방화의 전략틀을 채택하여 뚜렷한 기한 및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도록 하여, 모든 분야, 산업, 시장에 걸친 자유화를 달성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WTO추구하는 자유 무역 체제를 '아시아-유럽'이 선도적으로 완성할 것을 계획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 금융개혁과 거시경제정책적 조정
금융안정화 방안으로 다음을 제시하고 있다. 브레튼 우즈 체제의 주요한 기능과 BIS의 기능이 강화되고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단기자본 이동이 가지는 변덕성을 실질적으로 축소하고, 국내 장기금융시장을 강화하도록 권고한다. 또한, 각 회원국들이 외환 보유고, 외채의 규모 등에 관한 금융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세부적인 정부를 공개하도록 한다. 이는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즉, 전세계적인 금융세계화 경향을 합리화하고, '투자'행위에 대한 결과를 최대한 예상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아셈 각 국이 국제적으로 수용되는 회계절차와 금융서비스 지배구조로 금융시스템을 개편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유로화 출범이 유럽연합 내에서 시너지효과를 냈을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스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며, 아셈내의 각 국이 거시경제정책적 조절을 이룰 것을 주장한다.
: 투자·무역의 활성화
다음으로, '투자촉진 계획'으로는 아시아 유럽 간에 투자·무역을 촉진하기 위하여 결성된 '투자촉진 행동계획', '무역원활화 행동계획'을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2002년부터는 아셈 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아시아-유럽 무역주간'을 두어, 이 기간동안 비즈니스 심포지엄, 산업투어, 기술전시회, 무역박람회 등을 개최하여 양 지역간의 투자·무역을 증가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계획으로 제시한다. 또한 초국적자본에게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여 해외직접투자를 증가시킬 것을 요구한다.
투명한 조세제도,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 해외 직접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개선, 노동시장 유연화, 탈규제화 등을 그를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다. 더불어 비즈니스 포럼, 중소기업인 회의, 고위기업인 투자촉진단 등 이를 실행-점검할 시스템을 두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아셈내(內) '고위관리회의(SOMTI)'의 자문기구인 '국제전문가그룹'의 최근 회의 보고서를 보면 이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 촉진과 정책계획(MEM)' 목록으로, '자본 이동에 대한 장벽 철폐를 목적으로 한 자유화 주치들의 중단없는 이행- 외환통제 철폐, 송금의 자유로운 허용', '투자 제도의 개방- 민영화를 통한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개방; 외국인부동산 소유에 대한 규제 철폐', '국내 경제환경 개선- 파업억제, 낮은 법인세, 관세, 간접세'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요컨대, 아셈의 프로젝트는 상품 및 서비스가 자유롭게 거래되고 금융시장은 완전히 자유화되며,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아시아-유럽 지역시장'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국적자본은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가해지는 정치적 압박을 자유롭게 피해가며 마음대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된다. 우리는 NAFTA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의 요구를 묵살하며 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작업장을 폐쇄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켰던 초국적자본의 횡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지 않았던가?
또한, 이러한 지역블록에서는 자본간 경쟁이 강화되어 '효율성'이라는 이름하에 정리해고가 예정된 인수합병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은 기정 사실이다. 게다가, 개별 국민국가들은 국민경제적 필요에 입각하여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미 유럽연합간에는 통화동맹이 맺어져 있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유럽 중앙은행을 통하여 금리·통화정책이 결정되므로 각국의 거시경제정책은 독자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러한 효과가 아시아 지역까지 확대되는 것이 아셈을 통하여 계획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ASEM의 강화는 미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세계 질서에 복무하는, 금융 시장이 개방된 강력한 '일부분'이 형성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이는 제3세계와 민중들에게 제국주의 국가들간의 경쟁과 협력으로 보다 더 강화된 착취질서를 공고히 하는데 일조할 뿐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3차회의가 아시아·유럽 각국과의 무역-투자 등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이 지난한 노력을 통해 경제위기에서 탈출하였음을 확인시킬수 있는 호기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외자유치만이 경제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 목놓아 외치며 추진해온 지난 2년간의 구조조정이 실상은 민중의 삶을 파탄내는 주범이었음을 낱낱이 드러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기본권, 환경, 인권, 문화를 모조리 팔아치우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 책임마져도 내던져버리며 오직 해외투자가들에게 최적의 투자환경을 제공하고, 초국적 자본의 무한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은밀히 추진해온 한미·한일 투자협정의 폐해를 수면 위로 부각시켜야 한다.
그리고, ASEM이 이것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효과를 불러올 것임을 폭로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자유화·개방화를 향한 일련의 시도를 파탄내기 위해 신자유주의에 의해 배재당한 노동자, 농민, 여성, 그리고 금융세계화가 양산해 낸 비정규직, 실업자, 빈민의 투쟁이 집중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시애틀, 프라하에서 이어져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이 이 곳에서는 민중들에 의해 전개되고 있음을 각인시켜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