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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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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불균형과 달러 기축통화제 전망

2차 경제위기와 달러 경착륙 가능성

임필수 | 정책위원장
2009년 10월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버냉키 의장은 ‘달러화 대비로 한국의 원화가치는 2008년 초부터 올해 3월까지 40%나 떨어졌으나 단지 부분적으로만 회복됐다’고 언급했다. 버냉키 의장이 원화의 가치가 절상되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 아시아 경제가 내수 기반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연설은 아시아 국가들이 인위적 환율개입을 통해 무역불균형, 즉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흑자와 미국의 무역적자를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한 것과 같다. 따라서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여러 질문을 낳는다. 세계 경제의 불균형은 무엇이고 어떻게 왜 형성되었나? 불균형을 교정할 수 있는 진정 유효한 수단이 있는가? 버냉키 의장이 말한 것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과연 얼마나 정당한가?
한편 어느 정도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대략 2009년 3월부터 달러 가치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현재 달러가치는 대체로 2008년 9월 리만 브라더스 파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달러 유동성을 둘러싼 각축전이 완화되고 안전통화로서 달러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달러화 약세 경향은 기본적으로 2002년 이후 미국에서 정보기술 버블의 붕괴와 엔론 사태로 인해 미국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신뢰가 붕괴하면서 나타난 달러화 약세 경향이 관철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있다. 즉 달러 신뢰성 약화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역시도 여러 질문은 낳는다. 달러 신뢰성 약화가 세계경제에 끼칠 영향은 무엇인가? 중국 중앙은행장이나 일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달러 기축통화제를 대체할 진정 유효한 수단이 있나?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 전략은 무엇이고 그 함의는 무엇인가?
세계경제의 불균형 곧 미국경제의 불균형,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 약화라는 문제는 현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현실이기 때문에 이 쟁점을 둘러싼 논의가 각계에서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논의 흐름을 살펴보고 그 함의를 따져 보겠다.

미국경제 불균형과 미중 전략경제대화

미국경제 불균형, 어떻게 확대되었나?
미국의 경제학자와 연준 관리들도 이미 10년 전부터 경상수지 적자를 우려했다. 1997년 미국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의 3%에 육박하면서 적자누적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적자규모는 계속 증가하여 2005년에 GDP의 6% 수준을 넘어섰다. 왜 그랬나?
첫 번째는 불황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었다. 2000년 주식시장 거품붕괴로 불황이 나타나자 연준은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정부도 재정지출을 대규모로 확대했다. 하지만 금리인하와 넘치는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 활황, 자산가격의 급격한 성장을 초래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증대시켰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GDP 상승분의 90%가 민간소비에 의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독특한 지위와 관련된다. 미국 대외부채의 구성통화 대부분은 달러인 반면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외자산은 주로 유로나 다른 국제통화로 표시된 자산이다. 만약 달러가 약세이면 달러로 표시된 미국 부채의 가치는 하락하고(달러당 더 적은 외국통화에 상응하게 된다), 외국 통화로 표시된 미국 자산의 가치는 상승한다(외국 통화당 더 많은 달러에 상응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게 자본이득이 발생하고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달러지수는 2001년 6월말부터 2008년 3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물론 이런 상황은 달러가치가 무한정 하락하면 외국 투자자는 자산가치 하락 때문에 달러 표시 자산을 아예 처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안고 있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에 의존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막대한 외환(달러)보유액을 축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에 대비해 자국 통화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 수출을 위한 가격경쟁력이 악화된다다는 우려 때문에 달러를 계속해서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경제의 위기에 직면하여 미국 내에서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대규모 해외자본의 유입은 낮은 이자율, 과도한 유동성, 느슨한 통화정책에 기여했고 해이한 금융감독과 결합하여 과도한 차입, 위험의 과소평가를 낳았다는 것이다. 즉 미국 경제의 불균형이 유지된다면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미국의 대외적자는 미국 예산의 적자 즉 재정적자와 짝을 이룬다. 대규모 재정적자는 일반적으로 해외 상품과 해외자본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고 더 큰 경상수지 적자를 촉진한다. (물론 미국이 현재 처한 상황처럼 재정적자는 늘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감소하는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 오바마 정부와 의회예산국은 미국 예산적자가 과거 기록을 상당 폭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과거 기록인 GDP 대비 6%에서 2030년 15%(연간 5조 달러)로 상승할 것이며 순부채가 현재 3.5조 달러에서 2030년 50조 달러로 (즉 GDP의 140%만큼, 수출의 700%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은 외채 이자를 갚기 위해 매년 산출액의 7%(2.5조 달러)를 외국에 이전해야 한다.
이는 미국에 삼중의 위협을 뜻한다. 첫째, 미국에 대규모 대외적자를 기록하고 세계 각국이 미국에 자금을 공급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현재 위기가 앞으로 또 복제될 것이다. 둘째, 2030년 이전에 달러가치 급락이 야기될 수 있다. 셋째, 설사 미국이 위기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외채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미국 소득을 해외로 이전하면 미국의 생활수준은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경제의 성장이 소비지향이 아닌 수출지향으로 바뀌어야 하고 세계 최종소비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이제는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경제 불균형, 교정 가능한가: 환율조정과 균형예산
여기에서 바로 제기되는 문제가 달러 환율이다. 다른 국가들이 무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추구하면서 달러의 과대평가를 밀고 나가는 경향이 역사적으로 존재했다. 이미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주요국과 환율조정을 시도한 바 있다. 미국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걸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실시했다. 그에 따라 미국 달러 가치는 사상 최대로 높아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다. 미국은 적자 규모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의 평가절상을 종용하여 1985년 플라자합의가 체결되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엔화 강세로 인해 일본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실시하고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진작을 꾀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엄청난 부동산 거품이 생겨났고, 이는 거품경제의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귀결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미국은 경제 불균형을 치유할 방법으로 다시금 주요국에게 환율조정을 요구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심각한 난제에 직면했다. 2006년부터 개최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양국 환율조정 문제가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다. (하지만 2009년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환율 문제가 심각한 화두로 부상하지 않았다. 이는 상당히 미묘한 문제인데 뒤에서 다룬다.) 중국은 수출입 규모가 GDP의 60%에 이르러 일본의 20%보다 3배 더 해외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인위적인 환율 개입을 자제하고 내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구상은 단시일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 바로 일본 사례처럼 중국 인민폐의 평가절상은 수출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경제성장률 저하, 실업 증가로 나타날 수 있고, 내수 기반 확대를 위한 금리 인하는 자산가격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미국 예산균형이 대외 적자와 부채의 누적을 막기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다른 방법은 (현재 경기침체의 사례처럼) 투자를 억제하여 해외상품과 해외자본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이며, 또 하나의 방법은 민간 저축을 높여서 수입품을 포함한 소비자 지출을 줄이고 해외자본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투자 억제는 생산성 성장의 하락과 불경기를 이끌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채택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민간 저축을 높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 위기 직전에 미국 가계저축은 사실상 제로였다. 이 수치는 최근 5-7%로 반등했으나 이는 위기 동안 주택과 주식 가격 하락으로 인해 가계자산이 급감하면서 나타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주택가격과 주식가격이 상당히 회복된다면 (2009년 3월부터 주식가격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높은 저축성향은 쉽게 역전될 것이다. 또한 가계저축 상승을 야기했던 요인들은 기업이윤과 기업저축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계저축 상승이 유지되더라도 이것이 자동적으로 전체 민간저축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예산정책이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9년 미중 전략경제대화 의제와 함의
이러한 조건에서 2009년 7월 27~28일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개최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2005년부터 고위급 전략회담을 개최하며 주로 외교안보이슈를 다뤘고 (한반도 문제도 주요 관심사의 하나다), 2006년부터 전략경제대화를 개최하여 양국 경제이슈를 논의했다. 오바마 정부 등장 이후 두 개의 회담이 통합되어 미중 고위급 전략경제대화로 확대되었다. 부시 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열린 전략경제대화는 주로 양국 간 무역불균형 문제를 다루었고, 매번 대화는 중국의 대미흑자를 줄이기 위해 인민폐를 평가절상해야 한다며 미국이 일방적 공세를 취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중국은 전략경제대화 직전에 인민폐 가치를 소폭 올리거나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하는 조치를 취하곤 했다.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결과는 주로 미국이 발표하고 중국은 가급적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전략경제대화 분위기는 매우 달랐다. 중국도 여덟 차례 기자설명회를 개최한다고 공지했고 고위급 인사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지금까지와 달리 환율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지난 2~3년 전보다 감소했다.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는데 우선 미국의 무역적자가 2006년 이후로 상당히 감소했다. 둘째, 2008년 동안 달러에 대한 인민폐의 가치가 지난 시기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상승했고, 중국의 2009년 2분기 무역흑자가 2008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따라서 인민폐는 달러 대비 평가절상되어야 할 통화 목록에 포함되지만 현재 최상위를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양국 간 불균형 문제는 계속 다루어지겠지만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지난 시기 환율문제가 직접적인 쟁점이 된 것과는 달리 양국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경제성장 모델(금융정책이나 산업정책, 재정정책)과 같이 더욱 포괄적인 문제틀 속에서 무역불균형 문제가 다루어졌다.
현재 중국과의 환율 문제는 상대적으로 유럽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 이후 유로는 상대적으로 평가절상 되었고 미국과 중국이 유로지역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유로지역의 수출지향 국가,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현재의 세계적 금융위기는 미국경제의 불균형(미국의 이중적자/중국의 대미 수출달러 환류)과 (중국의) 과도한 재정, 통화 완화정책의 결과이기 때문에 유럽은 위기를 낳게 된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세계 경제위기의 대가는 유럽이 치러야 하는 형국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환율 문제는 상대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미국 재무부증권의 발행규모와 달러가치의 안정성 문제였다. 중국은 자신이 달러보유 함정에 빠져 있다고 느끼고 있다. 현재 조건에서 중국이 미국 재무부 증권을 판매하면 증권가격이 하락할 것이며 중국이 달러를 다른 통화로 교체하면 달러가 평가절하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 자산에서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중국은 성급히 움직이지 못한다. 케인즈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은행에 천 파운드를 빚지고 있다면 당신의 운명은 은행 뜻에 좌우될 것이다. 당신이 은행에 백만 파운드를 빚지고 있다면 은행의 운명은 당신 뜻에 좌우될 것이다.” 현재 중국이 은행이고 미국은 100만 파운드를 빚진 사람인 셈이다. (자국 통화가 타국 통화에 대비해 절상되지 않도록 환율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타국 화폐를 대규모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이와 같은 위험성을 동반한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중국이 보유한 달러 자산의 안정성을 보장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방법이 실행 가능한가? 만약 중국이 1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에서 중국보다 10%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왜냐하면 미국이 대규모 적자에 처해 있고 재정 관리가 충분히 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입은 10%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중국에게 추가적으로 1억 달러를 제공한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이 과연 현실적인가? 이를 미국 의회가 승인할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에 실행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도 이런 카드가 실행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중국이 미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압박하기 위해 달러 자산의 안정성 보장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간주한다.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이처럼 첨예한 쟁점을 담고 있었지만 동시에 양국은 세계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향한 포괄적 문제를 다루었다. 양국은 회의 주요결과로 ① 강력하고 지속적인 경기회복 정책을 추진한다, ② 강력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③ 교역 투자 개방을 확대하고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합의를 발표했다. 특히 기존 전략경제회담의 쟁점이 주로 환율 문제였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이 균형성장을 추구하면서 미래지향적 화폐정책을 추진한다’는 수준의 언급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는 미국이 국내저축 증대를 추진하고 중국이 내수촉진 거시경제정책을 추구한다는 언급도 포함된다. 또한 강력한 금융시스템 개혁 구축에는 미국이 전면적인 금융규제개혁을 수행하고 중국이 금융시스템 개혁과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자유화를 추진한다는 합의가 포함되었다. 또한 교역 투자 개방 확대와 보호무역 배격에는 2010년까지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의제 협상을 타결한다는 합의도 포함되었다.
물론 이러한 합의에는 상당한 립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국 정부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수출주도 성장을 추구하고 대규모 흑자를 바탕으로 대규모 달러 준비금을 운영하는 반면 미국이 최종소비자로 기능하며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게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중국과 합의하길 바란다. 즉 중국은 내수(특히 소비)를 확대하고 미국은 수출과 생산적 투자로 방향을 재수립해야 하며, 중국은 달러에 대한 인민폐의 평가절상을 더 이상 봉쇄해서는 안 되고, 미국은 경제회복이 허용하는 한 예산적자를 상당히 감소시켜야 한다는 인식이다. 나아가 중국은 대규모 공식적 달러 보유액(약 1.5조 달러)의 안정성을 열망하고, 대미 직접투자에 대한 미국의 억제를 우려한다. 미국은 중국의 산업정책전략이 ‘내셔널 챔피언’이라는 개념(전략부문의 대기업이 이윤뿐만 아니라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개념)과 선호 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보조금을 포함하는 것을 우려한다. 미국은 각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IMF의 더 강력한 감시를 촉구하는 것과 같이 국제금융기구(IMF, 세계은행) 개혁방안이나 국제경제 이슈에 대해 중국이 미국과 공동행보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개방적인 세계무역시스템을 보존하는 데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음을 강조하며 (물론 WTO 도하라운드의 구체적 쟁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 차이가 있지만) WTO 협상 테이블이 다시 열리도록 함께 추동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경제의 불균형, 중국에 의한 수출달러 환류 메커니즘이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미국으로서는 중국과의 정책공조가 사활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심각한 정책변화를 추진할 것이냐, 그리고 미국이 원하는 시점 내에 그러한 변화가 실현될 것이냐는 문제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중 간 대화는 아직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에 이르다. 하지만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더블딥(2차 경기하강)에 빠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달러 기축통화제도에 대한 대안은 존재하는가?

미국경제 불균형과 강한 달러는 양립 가능한가?
한편 미국경제의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서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미국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달러의 국제 지배가 미국 국익에 봉사한다는 견해가 널리 수용되었다. 달러의 국제적 지위로 인해 미국이 끌어들이는 외국돈 때문에 미국인들이 더 높은 생활수준을 향유한다는 것이다. (월마트에서 파는 값싼 중국 상품, 지중해 해변으로 해외여행, 중동국가들에 의해 유지되는 예산적자 등.) 여전히 재무부 관리들은 달러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강한 달러를 반복하려 하거나 달러 가치를 건전한 방향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를 막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재선을 바라보면서 달러 지위 하락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제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복수통화제도나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발전시켜 달러를 다운사이징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특별인출권 현실화 문제는 후술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위기 발발 후 2009년 3월 시점까지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실제로 더 강해졌다. 투자자들이 안전한 곳으로 도피할 때 그들은 미국 재무부 증권으로 도피했다.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여 미국과 외국 투자자는 가장 유동성이 높은 시장인 미국 정부 채무증권 시장에서 피난소를 찾았다.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외환준비금 구성에 관한 자료도 동일한 결론을 보여준다. 공식적인 외환보유액 중 달러의 비율은 2008년 현재 64%로 2002-3년 66%에서 근소하게 감소한 수치다. (중국은 관련 자료를 발표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현재 달러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는 유로는 26.5%에 머물고 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외국 중앙은행이 패니메이나 프레디맥과 같은 정부기관 증권보다 재무부 채권을 축적하고 있으며 장기채권보다 단기증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위기는 외국의 민간 투자자가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억제했을 수 있지만 외국 중앙은행은 최소한 그 전과 마찬가지로 달러를 축적하고 있다.

달러를 위협할 경쟁자가 존재하는가?
달러 특권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주장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달러의 지위는 건재해 보인다. 이러한 격차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달러준비금 보유는 여전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달러로 부채를 빌려오고 달러로 무역결제를 한다. 2008년 말 국제 채무증권의 45%가 달러 표시였고, 2007년 국제결제은행 조사에 따르면 달러는 모든 외환거래의 86%를 차지했다. (외환거래 합계는 200%다.) 2008년 봄 시점에서 66개국이 달러를 환율 기준(anchor)으로 사용한다.
어떻게 통화를 혼합하는 것이 위험과 수익 조합을 최대화하는지 추산할 때는 모든 통화의 매매가 동등하게 용이하다고, 즉 모든 채권시장이 동등하게 유동성이 높다고 가정한다. 즉 유동성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미국 재무부 채권 시장은 유일하게 가장 유동성이 높은 정부 채권 시장이다. (재무부채권 시장은 회전율이 높고 매수/매도 호가 격차가 좁다.) 파운드 스털링과 스위스 프랑은 한때 중요한 준비통화였으나 영국과 스위스 경제는 세계금융시스템이 요구하는 규모의 채무증서를 발행할 수 없다. 일본은 엔화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오랫동안 억제했다. 이는 엔화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환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잠식하고 산업정책을 복잡하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 외국인이 일본 증권을 대규모 매매할 수 있었다면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에 자금이 제공될 수 있도록 금융체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이제 일본은 특히 아시아에서 엔화의 국제적 역할을 열망하지만 이를 억제하려던 과거 정책이 시장의 유동성을 제한하며, 최근 일본경제의 정체와 제로 이자율은 준비금으로서 엔화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유로는 가장 유력한 라이벌이다. 그러나 유로지역의 정부 채무증권은 이질적이다. 각 정부 채권들이 지닌 위험성, 수익, 유동성은 서로 다르다. 독일정부 채권은 안정성이 높지만 기관투자가들이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부족하다. 다른 유로지역 국가는 심각한 금융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위기는 모든 유로지역 국가들이 뒷받침하는 유로지역 채권 발행에 대한 토론을 고무했다. 만약 유로지역 채권 발행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이것이 각 회원국의 채무증권을 대체한다면 유로지역은 미국 재무부증권 시장에 필적하는 시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급진적인 재정 연방주의는 독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 달러를 대체할 수 있나?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일부 국가들은 다른 대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중국 중앙은행장은 준비금통화로서 달러가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러시아는 100억 달러어치의 미국 재무부 증권을 SDR로 표시된 IMF 채권으로 교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는 국제화폐금융시스템에서 SDR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준비금은 그것이 사용될 수 있을 때만 매력적이지만 정부는 SDR을 오직 다른 정부나 IMF에 대한 결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SDR은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나 다른 시장참여자와 거래할 때 사용될 수 없다.
따라서 SDR이 더욱 매력적이려면 SDR이 매매되는 민간 시장이 발전되어야 한다. 즉 정부와 기업이 경쟁적 비용에 따라 SDR 채권을 발행하는 유동성 시장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SDR표시 예금과 대출이 은행에 매력적이어야 한다. 또한 예를 들어 태국 바트화로 남한 원화를 매입하기를 원하는 매매업자가 원화를 구입하기 전에 바트를 팔아 (달러가 아닌) SDR을 구입할 수 있는 외환시장이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1970년대 SDR을 상업화하려는 시도가 결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SDR 채무의 최초 발행자는 초과비용에 부딪친다. 최초의 민간 SDR은 유동성 시장에서 매매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미 달러표시, 유로표시 자산을 매매하는 유동성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초의 SDR은 경쟁의 불이익을 당한다. 민족통화의 대체는 19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힘든 전투다. (중국이 SDR을 준비금 통화 지위로 격상시키겠다고 심각하게 고려한다면 이는 SDR 유동성 시장을 창출하는 한 단계가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SDR 표시 채권을 발행한다면 이는 IMF로부터 SDR 표시 채권을 구매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IMF 채권은 매매될 수 없고 따라서 시장유동성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SDR 시장이 형성되더라도 누가 수요자가 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 다수의 정부채권은 연금기금과 보험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채권의 만기가 그들이 연금수령자와 보험계약자에게 진 채무 만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DR 채권은 그들 채무의 통화표시와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달러가 유로에 대해 평가절하되면 유로 표시 채무는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것이다.
또 다른 도전은 SDR 기반 외환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만약 SDR을 국제 준비금 단위로 심각하게 고려한다면 국제공동체는 IMF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사하게) 시장 창출자로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부합하는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SDR이 진정한 국제통화가 되려면 IMF는 2008년 하반기 미국 연준이 적절한 달러 유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달러 스왑을 제공했던 것처럼 SDR이 부족할 때 주기적으로 SDR을 발행해야 한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IMF 회원국의 85% 이상이 동의해야 SDR을 발행할 수 있다. 따라서 IMF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처럼 독립성과 권위를 지녀야 한다. 즉 국제적 최종대부자로서 세계 중앙은행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중국 인민폐의 국제화는 가능한가?
중국 중앙은행장도 이러한 현실을 잘 알 터인데 왜 SDR을 장려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나의 해석은 그가 G-20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중국도 국제통화시스템 개혁에 대한 발언권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자 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당국이 달러 관련 정책이 실패했다는 언론의 비난을 벗어나고자 했다는 분석도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진정한 목표는 인민폐를 준비금 통화로 격상시키는 것이고 SDR에 관한 언급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인민폐는 태환성(교환성)이 떨어진다. 외국인은 중국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중국 접경국가와의 국경 간 교역을 할 때나 홍콩과 마카오와 같은 특별행정구역에서 인민폐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태환성이 매우 떨어진다. 중국이 아르헨티나, 벨라루스,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남한과 스왑협정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중요성이 없다. 이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인민폐를 활용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없고, 3국으로부터 상품을 수입할 수 없고, 외국 은행이나 채권자에게 지불할 수도 없다. 중국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통해 긴급신용을 공급할 수 있지만 이는 인민폐의 국제적 역할을 개선하려는 인민폐 스왑을 잠식할 것이기 때문에 모순이 발생한다.
언젠가 중국이 증권 유동성 시장을 발전시키고 외국인의 접근을 자유화한다면 인민폐의 태환성이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냐에 있다. 중국이 완전한 자본자유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국이 은행대출과 고정환율이 개발정책의 두 가지 핵심도구가 되었던 성장모델을 수정해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현실은 중국의 금융시장이 외국투자자에게 단지 점진적으로 개방될 것임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시장환율로 계산했을 때 중국 경제성장이 연간 7%에 달한다고 해도 2020년까지 중국의 GDP는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이다. 인민폐 시장에서 유동성과 거래비용은 달러시장과 비교할 수 없고 인민폐로 외화준비금을 보유하는 것은 여전히 제한적 매력만을 지닐 것이다.

2차 경제위기와 달러 경착륙 가능성

한편에서는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성이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달러에 대한 신뢰성 약화와 달러 약세 경향이 기본적으로 관철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서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조정하는 게 미국의 국익을 지키는 길이며 복수통화제도나 IMF 역할 강화 같은 새로운 변화를 예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어떤 의미일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기술혁신에 성공적인 국가의 통화는 평가절상되는 경향이 있고 기술혁신이 지체된 국가의 통화는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국가가 지속적이며 일반적인 생산성 향상을 경험하면 외국에서 그 국가 통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평가절상이 발생한다. 그 국가의 통화가 평가절상된다면, 예를 들어 미국 달러에 대해 일본 엔화가 평가절상된다면 엔화 보유자가 더 많은 달러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며 달러로 가격 표시된 사용가치에 대한 더 많은 권리를 갖게 된다. 이것이 기술혁신에 성공적인 국가에서 평가절상이 나타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은 수입을 확대하고 수출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반경향을 지니기도 한다. 반면 기술발전이 지체된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출구는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향해 열려 있다. 평가절하로 인해 수출품에 대해 받는 외국 통화와 교환되는 자국 통화가 감소하더라도 수출량의 증가는 민족통화로 표시된 이윤량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1973년부터 장기추세로 볼 때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기술혁신이 지체되고 있다, 즉 미국이 세계자본주의의 혁신을 주도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현실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유럽이나 일본 또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머지 국가들도 사실상 환율경쟁에 뛰어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에서도 미국은 헤게모니 국가이자 기축통화 보유국가라는 이점을 살려 얼마간 이득을 얻고자 한다. 달러가 유로나 엔에 대해 상대적 약세를 나타내면 미국의 경기침체를 유럽이나 일본에 수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즉 미국 대신에 유럽이나 일본이 경기침체를 겪게 된다.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미국이 중국에게 지고 있는 부채 즉 미국 정부가 발행한 달러표시 증권의 가치가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게 지고 있는 부채가 탕감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미국이 누리는 상대적 이익은 매우 불안정한 것이다. 미국은 달러 약세가 점진적으로 질서 있게 전개되기를 희망하지만 이를 위협하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달러 위기가 무질서하게 전개될 수도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진 미국 달러를 빌려 다른 통화로 표시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고수익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위협은 미국 경제가 지니고 있는 취약성 그 자체다. 여러 경제지표가 미국 경제가 점차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를 나타내는 듯 보이지만 심각한 위험요인들이 존재한다.
미국 실업률은 2009년 6월 9.5%까지 상승하다가 7월에 소폭 하락한 후 다시 상승하고 있다. 실업률 악화를 억제했던 주요 요인은 신차구매보조제도, 즉 중고차를 신차로 교체하는 소비자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였으나 8월 중에 만기가 완료되었다. 또한 노동자 시간당 임금이 2008년 12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고, 주당 노동시간도 2008년 2월 이후로 하락 추세이기 때문에 노동자 구매력 개선이 더디게 진행 중이다.
신용 스프레드 즉 부도 위험이 없는 국채와 부도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의 금리 차이가 감소하고 TED 스프레드 즉 국채 3개월 수익률과 리보 금리(영국 런던에서 우량은행끼리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의 차이)가 감소하여 신용이 낮은 기업이나 은행들 간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이는 미국정부가 엄청난 돈을 퍼부으며 부실자산 매입, 자본 확충, 유동성 공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대출 기준은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수준보다 엄격하고 가계대출 기피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지방은행들의 도산 건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2008년 26개 은행 도산했으나 2009년 10월 23일까지 106개 은행이 도산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큰 위협 요인이다.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이 급상승하여 2분기에 7.67%를 기록했고 상업용부동산담보부증권(CMBS) 발행 규모도 급감한 상태다. 2010년에 3천억 달러에 이르는 상업용 모기지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 은행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미국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었던 주택시장의 경우 중저가 주택시장 상황은 개선되었다. 여기에는 2월에 발표된 주택구제법안 즉 가계소득이 15만 달러 이하인 경우 최초 주택구매시 8천 달러의 조세를 지원하는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고가주택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 모기지 금리의 상승 가능성, 최초 구매자 대상 조세지원의 만기(11월)로 인해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 힘들다. 특히 고가주택과 관련된 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2008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현재 13.5%에 이른다.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33.7%다.)
결국 고용 없는 회복, 경기부양 수단의 소진에다가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미국경제의 장기침체나 2차 경제위기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말한다. 미국경제의 불균형은 기본적으로 미국경제가 지닌 혁신능력의 쇠퇴, 자본생산성과 이윤율 하락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정책적 대응으로 위기 비용을 유럽이나 일본, 중국에게 전가한다고 하더라도 위기 자체를 해결할 수 없다. 세계 통화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으나 이미 기축통화 달러를 중심으로 구축된 시스템에서 빠른 시일 내로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시스템은 무질서한 달러 위기가 전개될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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