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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9-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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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의 부활

미국은 왜 한미 FTA를 꺼내 들었나

임필수 | 정책위원장
2010년 6월 30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인 3주년이었다. 2006년 1월18일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통해 한미 FTA 협상 의지를 천명하고 6월에 1차 협상을 시작하여 불과 1년여가 지난 2007년 6월 30일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협정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모두 비준동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국회비준 절차를 진행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무산되었다. 특히 2008년 12월 18일에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본회의에 단독상정하려 하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실력 저지하는 사건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한미 FTA 이행을 위해 필요한 국내법 개정 사항을 의회에 통보하고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미 FTA의 파급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밟은 것 외에는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2010년 6월에 들어 갑작스러워 보이는 변화가 발생했다. 2010년 6월 26일 G20 정상회의 중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연기에 합의한 직후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한미 FTA와 관련해 새로운 논의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언론보도가 나오자마자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새로운 논의’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것이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것은 재협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며 “미 의회를 통과하기 위한 부분을 실무적으로 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표현만 바꾼 재협상이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갑자기 한미 FTA가 급진전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을 수정하는 재협상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다. 따라서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늦추는 대가로 한미 FTA를 다시 협상 테이블에 놓는 빅딜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반면 오바마 정부가 한미 FTA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당시에 과거에 자신이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 반대표를 던졌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지했던 적이 없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오바마 정부는 왜 한미 FTA라는 카드를 집어 들었는가? 여기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미국 경제의 불균형 재심화라는 경제적 조건과 최근 국제쟁점으로 떠오르는 동아시아에서 미중 갈등이라는 정치적 조건이 작용했다.

미국경제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불균형 심화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대비연율)이 2010년 1/4분기 3.7%에서 2/4분기 2.4%로 하락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대불황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거의 10%에 육박하고 이에 따라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에도 주택시장은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 소득세와 판매세에 의존하는 지방정부의 세입이 감소해 지방정부의 재정난도 악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버냉키 의장은 7월 21일 “미국경제가 비정상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면서 경제상황을 경고했고 8월에는 추가적인통화완화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불균형 해소는 계속 난제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유로화 약세가 세계경제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로화의 급격한 하락으로 유로존 국가가 앞으로 몇 년간 최소한 연간 3,000억 달러의 흑자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유럽 국가가 엄격한 재정정책을 구사함으로써 국내 수요를 억제하면서 유로화의 추가 하락이라는 느슨한 통화정책을 계속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 타임즈>도 유로존 국가들이 결국 경기침체를 수출하는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6년의 8,000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또한 미국경제의 불균형 해소라는 문제에서 가장 큰 쟁점인 중국 위완화의 평가절상 문제도 미국의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중국의 실질실효환율이 10% 평가절상되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1,700~2,500억 달러 감축되고 미국의 경상수지도 연간 220억~630억 달러 개선될 것이라면서 위완화 환율조정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5년간 위안화가 그 어느 통화보다도 많이 절상되었고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는 위안화 환율과는 관련이 없으며 위안화 저평가라는 문제는 미국 국내의 정치적 고려에 의해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경제의 불균형이 다시 심화된다면 미국 달러와 자산에 대한 시장의 공격이라는 위험을 강화시킬 수 있고, 해외자본의 미국 유입은 다시금 금융위기라는 씨앗을 뿌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실업률이 매우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 상승은 미국 내에서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인다.
따라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바마 정부가 통상정책에 다시 주목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7월 7일 오바마 대통령은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수출위원회를 조직하면서 향후 5년 내로 수출을 5배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그랜드 플랜’을 제시했다. 즉 수출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미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요인으로 지적되는 실업과 민간소비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셈이다.

동아시아에서 미중 갈등의 격화 가능성

오바마 정부의 입장 변화에는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한미동맹에 어떤 작은 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분명히 전달하기 위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상대방은 북한이라기보다는 중국을 뜻할 것이다. 최근 미중 갈등의 격화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주요 정치외교 사안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의견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해양지배권을 둘러싼 군사경쟁이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태도 발생했다. 중국은 2009년 3월 8일 남중국해 하이난 섬 부근 공해상에서 중국 해군 함정 5척을 동원하여 미국의 정보수집 함정 임페커블호의 항해를 방해하며 상당 시간 대치를 했다. 미국은 민간 함정에 대한 공격이라며 거세게 항의를 했고, 중국은 임페커블호가 사실상 간첩선으로 중국에 대한 간첩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곳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속하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은 어느 나라 선박이라고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국제수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남중국해가 한국과 일본의 유조선이 중동으로부터 원유를 수송하는 주요 루트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의 해상패권을 둘러싼 갈등의 화약고가 될 우려가 높은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3월 중국은 ‘남중국해가 중국의 주권과 영토보전과 관련된 핵심이해 사안’이라고 미국 정부에 공식통보했다. 그러나 2010년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은 아시아 공해상에서의 항해의 자유라는 국가적 이해’를 갖고 있다고 천명했고, 시사군도와 난사군도 영토분쟁을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미중 경쟁은 동아시아 국가 간 외교구도에도 반영되고 있다. 2010년 5월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소장 구안 요우페이는 ‘미국이 전략적 동맹을 이용해 중국을 포위해 견제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이 미얀마, 말레이시아, 라오스, 파키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적극적인 외교를 벌이면서 미국이 중국의 아시아 주변국과 협력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전형적인 대중국 봉쇄라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중국이 대북 압박이나 제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 보수파 중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국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거나 대중국 정책에 변화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나쁜 경찰, 중국이 좋은 경찰’을 맡는 그림이 연출되면서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새로운 대안처럼 보이는 효과를 향유하고 있다는 불만이 표출되었다. 이에 따라 한반도, 동아시아 문제에 관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새로운 외교구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6자회담을 폐기하고 미국-남한-일본 3국 동맹을 전면화하자는 제안이 있다. 여기에 호주, 유럽연합, 러시아를 묶어 ‘의지연합’을 형성하여 중국의 안보와 동북아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중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중국을 자극해야 한다,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 남북 양자 평화협정을 중재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최근 미국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가입을 신청했다. 동아시아 지역에는 상당히 다양한 지역협력체가 존재하고 있으며, 각 국가는 이를 두고 동상이몽을 품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꿈은 무엇일까. 클린턴 국무장관은 ‘EAS가 정치안보협의체로 발전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즉 지역의 정치안보는 EAS로, 경제협력과 자유무역은 APEC을 중심으로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동아시아 국가의 일원으로서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는 건재한 위력을 발휘해야 하며 APEC을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로 전화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FTA가 유력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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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의 미래

한미 FTA 조인 후 부시 정부는 법률에 따라 미국무역대표부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협정을 분석하도록 의뢰했다. 분석에 따르면 한미자유무역협정에 완전히 이행되면 미국의 수출이 연간 100-110억 달러 증가할 것이다(금융서비스, 보험, 항공운송서비스, 통신, 농업부문).
하지만 한미 FTA는 특히 미국의 자동차 생산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지연되었다. 최근 한미 FTA 재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처럼 소형 트럭과 스포츠용다목적차량(SUV)에 대한 25%의 관세를 매년 2.5%씩 10년 동안 제거한다는 합의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재협상에서 이 문제가 한국이나 미국에게 정말로 사활적 쟁점인가?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그 분야에서 25%라는 높은 관세는 미국 대 프랑스, 서독의 무역분쟁 과정에서 보복조치로 부과된 예외적으로 높은 관세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이고 앞으로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게다가 최근 경제위기와 유가상승으로 인해 이러한 유형의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고 한국에서 수출을 위한 투자 인센티브가 높지 않을 것이며 만약 수요가 상승하더라도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미국 조립공장에서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여 그 부문의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또한 한국 자동차시장의 비관세장벽을 문제를 제기하는 자들도 있으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수출을 제외하면 미국이 디트로이트나 오하이오처럼 미국 영토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여 해외로 수출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GM대우의 사례처럼 대부분 해외 자회사를 통해 자동차가 생산, 판매된다.) 또한 연구소는 미국 육류 수출업자가 느끼는 현재 수준의 개방도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자동차, 쇠고기 재협상 문제는 실익도 그리 크지 않거나 부차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실용적인 수준에서 해결하면 될 뿐이고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이 미국에 더 큰 이익을 준다는 주장이다. 결국 재협상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 육류에 대한 개방수준은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FTA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미 FTA의 진정한 쟁점은?

한미 FTA는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경제가 진입한 장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자본의 선택이었다.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경제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이라는 형태로 국내고정자본 투자가 감소하고, 초민족 자본의 경제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국부유출’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보통 ‘산업공동화’, ‘초민족자본 지배’라고 표현되는 것처럼 재벌의 해외투자, 재벌과 은행에 대한 초민족자본의 지배력 강화라는 이중적 양상이 동시에 등장했다.) 곧 한국은 장기침체에 돌입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한국경제의 장기침체라는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야만 했다. 기존 한국의 경제발전전략의 핵심은 노동신축화와 원화 평가절하를 통한 대미수출이었다. 그러나 중국을 포함한 신흥경제국과 동일한 방식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기존의 경제전략을 보충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바로 그것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였다. 하지만 한미 FTA가 그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나? 불행히도 그것은 심각한 결함을 내장한다. 한미 FTA는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를 가속화함으로써 평가절상 압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미 FTA는 미국의 입장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다시 확대되고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황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전략이자 미국의 사활적 국익이 걸릴 동아시아 지역을 자유무역지대로 묶기 위한 경제전략이자 군사안보전략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는 한 수출확대 전략이 최소한 단기간에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처럼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 또한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 FTA는 한국 자본의 발전전략이 첨예한 경쟁 속에서 위기에 처하자 선택한 카드다. 그러나 한미 FTA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킬 결함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 없는 게 분명하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모두에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아니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일종의 비상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선택은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라는 해안을 넘지 못할 듯하다.
주제어
경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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