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3-4.99호
첨부파일
99_회원칼럼_김성진.pdf

성과급과 교원 구조조정의 늪

김성진 | 회원, 초등교사
학교에 적응이 되어 갈 무렵, 학교가 술렁였다.

‘○○○ 선생은 A를 맞았네.’ ‘□□□는 6학년인데 C 받았대.’ ‘교장실에 누가 찾아갔다더라.’ 이런저런 수군거림으로 아침부터 학교가 웅성거린다. 문자로 자신의 등급을 통보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등급에 불만을 드러내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서로의 등급이 알려지면 수군거림은 소란으로 발전한다. ‘왜 저 선생이 저 등급을 맞는지 모르겠다,’ ‘저 사람이 한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와 같은 불만은 ‘결국 교장, 교감의 맘대로 한 것 아니냐’는 관리자들에 대한 원성으로 발전한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미리 자신이 받을 성과급을 계산해서 명품 가방을 샀다는 풍문도 들린다.

교직에 들어선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때, 적개심 가득한 웅성거림은 교직사회 안에 ‘벼린 칼날들’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사라진 투쟁

성과금 등급은 각자에게 문자로 발송된다. 발표 날의 술렁임으로 조용했던 학교는 하루만에 폭풍 속에 떠 있는 배처럼 출렁거리고, 그런 일들이 있고서야 신참 교사인 나는 성과금이 3월에 나오는 줄 알게 되었다. 성과금이 어떤 기준으로 매겨지고 언제 지급되는지, 액수가 얼마인지 모르고 있었지만, 학교 선생님들의 분노에 찬 말과 행동들을 보며 성과급 반대 투쟁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 많은 불만들 중 어디에서도 성과급 반대를 위한 균등분배나 순환등급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심지어 전교조 분회에서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우리 분회도 2~3년 전까지만 해도 균등분배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요새는 성과급 반납 투쟁이나, 균등분배에 대한 이야기조차 꺼내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교사 두 명이 균등분배에 참여하지 않게 되고, 성과금 차등비율이 점차 커지게 되면서 분위기가 확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2001년 첫 시행 당시 차등비율은 10% 였으나, 2006년에 20%로 상승하였고, 점차 차등비율이 늘어나 2011년에는 차등비율 0~70% 중에서 학교가 선택하게 되어 있다. 액수 차이로 보면 밑의 표와 같다.

[표1]

2001년의 성과급 반납투쟁, 2006년 대규모의 2차 반납투쟁 등의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성과급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막아내지는 못했고, 분회 차원에서 조합원들끼리 소극적 균등분배를 하거나 등급이 높은 사람이 한턱 쏘고 넘어가는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이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학교들에서는 서로 더 높은 등급을 맡기 위한 암중모색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받은 등급에 대한 개인적 불만은 성과급 반대 투쟁이 아니라, 보다 높은 등급을 맞기 위한 욕망으로 모아지고 있다. 등급기준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교원들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기준을 선정하는 데 힘을 쏟고, 많은 교원들이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평가기준에 맞춰서 행동하게 된 것이다. 조합원조차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고학년과 저학년간의 우열, 업무에 있어서 점수가 있는 업무인가 아닌가의 문제, 평가영역에 무엇을 포함시키고 뺄 것인가의 문제 등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제 교사들은 벗어날 수 없는 늪에 한 발을 담그게 된 셈이다.

누가 더 ‘좋은, 유능한’ 교사인가를 결정하기는 정말로 쉽지 않다. 수많은 교육학자들이 여전히 골머리를 썩고 있는 문제에 대해 성과급 평가 기준안은 아주 ‘소박하고도 분명한’ 해답을 제시한다. 평가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자, 처음에 사람들은 분개하고 불만을 쏟아냈지만 결국 나눌 수 없는 것들까지 열심히 나누는 시늉을 하게 되었다.


성과급 기준의 덫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성과급 기준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성과급의 평가기준을 작성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과정이 자율적인 것 같지만 교과부의 지침과 예시를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1) 핵심적 지침 중 하나가 경력을 기준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한 것인데 이것이 또 문제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조항은 생각보다 치명적인 효과를 발생시켰다. 교원들이 스스로를 평가하고 등급으로 분류할 때 ‘경력’은 사실 그네들이 합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식적인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성과급 재원이 어떻게 마련되었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과금에 쓰일 예산은 교원들에 대한 총예산과 별도로 책정된 것이 아니었다. 공무원 월급을 동결시키면서 애초에 책정된 월급의 인상분에 해당하는 재원이 성과급예산으로 돌아간 것이다.2) 경력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임금인상분에 해당하는 재원도 더 많은 셈이다. 이런 연유로 경력에 따라 성과급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일정 정도 일리 있는 해법이라는 풍토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결국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경력’은 매년 성과급 기준에서 제외되었고, 교과부의 예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평가기준이 각 학교별로 도입되었다. 교사들은 점차 경쟁적 능력주의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기준에는 ‘교육’과 관계된 조항은 거의 없고, 업무실적, 근무상황, 그리고 승진과 관계된 ‘점수 따기 식’ 연구들이 대부분이다. 업무 실적을 올리고 ‘점수 따기 식’ 연구를 하다보면 자연히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적어진다. 아이들과 멀어질수록 성과급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현실. 이제 교사들은 스스로의 전문성을 교육행위가 아니라 업무능력에서 찾게 되었다.

또 성과급 기준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데,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여기에 근무태도가 포함된 경우이다. 법적으로 정해진 연가, 휴가, 조퇴, 외출까지도 성과급 점수에 포함되는 학교에서 교사들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되고, 아파도, 일이 생겨도 학교에서 버티고 만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근무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셈이다.

교원 내부에서도 고경력 교사들이 업무를 별로 하지 않는 ‘무능한 교사’라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3) 경력은 오래 되었지만 적절한 전문성이나 업무능력을 갖추지 못한 교사들이 존재한다는 비판은 교원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는 교원평가의 빌미가 되기도 하였다. 교사들은 처음에 교원평가 자체를 반대하고 그 기준에 대해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원평가라는 늪에 한 발을 담그자, 기준에 의해 서로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기준을 만들었지만, 이제 기준에 사람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11년

2011년에는 그간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성과급, 교원평가 그리고 학업성취도 평가 등이 하나로 결합된다. 이제 교원 구조조정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다. 2011년 2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발표한 ‘2011년 교육공무원성과상여금(이하 교원성과급) 지급지침’이 바로 그 발판이다. 이번 지침에는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지점이 있다.

첫째, 균등분배 및 순환등급제 등 전교조가 교원성과급을 무력화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들에 대한 명시적 위협 및 협박이 가해지고 있다. 교육청 별로 100개 이상의 학교에 대한 무작위 감사를 통해 균등분배나 순환등급제, 혹은 그에 준하는 성과급제도를 무산시키기 위한 행동을 하는 학교나 교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도 하였다. 또 향후 2년간 학교성과급에서 최고등급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불만이 학교 밖으로 분출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려고 한다.

둘째, 교원성과급에 학교성과급에 관한 부분이 신설되었다. 기존의 교원성과급은 학교와는 상관없이 개인별로 S A B 세 등급으로 나뉘고, 이에 따라 성과금을 차등지급했다. 학교성과급은 이를 확장시킨 것이다. 이제는 학교를 세 등급으로 나뉘고, 해당 학교에서 다시 교원들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서 성과금을 지급하게 된다. 본래 3등급이었던 것이 총 9단계로 세분화된 것이다. 올해는 학교성과급을 10%, 개인성과급을 90% 반영하나 점차 학교성과급의 차등 비율을 높여 2012년에는 30%로 높일 계획이다.4)

학교성과급과 관련하여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 기준에 관한 것이다.
학업성취도 뿐만 아니라 위에 제시된 대부분의 기준은 사실상 학교나 교사 개인의 능력 문제를 뛰어 넘는 것이다. 위의 항목들은 사실 학교가 속한 지역사회나 학생의 가정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학군이 좋지 않다는 동네에 있는 학교는 위의 기준에 의한다면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이 받을 성과급이 작아진다면, 그리고 학업성취에 대한 교사 개인의 책임과 의무만 강조된다면?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교사들이 밀리고 밀려 ‘나쁜’ 학교에 남게 될 것이다. 학교에 올 때부터 교사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것이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교사들에게 배운 학생들은 그 자체로 불행한 것이다. 지역사회와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들은 이제 학교에서도 ‘미운 오리’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5)

[표2]


누구도 원하지 않는, 그러나 누군가는 받아야 하는 돈

학교성과급 지표 안에 학업성취도 평가가 개입되고, 개인 성과급 기준에 교원 평가 결과나 업무중심의 능력주의가 개입되고 있다. 이로써 교원 구조조정으로 가기 위한 제반의 정책들이 성과급이라는 ‘먹음직스러운 돈’과 결합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교사들은 성과급 반대 투쟁을 누가 ‘돈’을 조금 더 혹은 덜 받을 것인가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다. 성과급은 학교와 교육에 불어닥친 경쟁과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돈’의 문제로 협소하게 포장한다. 성과급의 늪에 빠진 교사들은 언제 구조조정이라는 괴물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을 만들려고 하면 할수록 점차 교사들은 스스로를 구분짓고 서로를 경쟁상대로 만든다. 결국 교사들은 스스로 엄격한 기준, 즉 교육행위를 통해 발휘할 수 있는 자기의 역량과 자유를 억누르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내게 될 뿐이다.

한 교사는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다. “성과급을 일 년에 몇 번씩 주는 것도 아니고, 액수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잖아. 아무도 받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왜 성과급을 주겠다는 건지 모르겠어.”

학교, 교사 사회에는 많은 문제가 있어왔고 현재도 많은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 많은 학교와 교사 사회를 경쟁을 통해 ‘정화’해 보겠다는 생각에서 성과급이나 교원평가가 제시된 것일 테다. 그러나 과연 ‘정화’가 가능할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과급으로 인해 교사들은 서로를 나누고 미워하며 아무도 원하지 않던 경쟁, 그러니까 교육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업무의 달인으로서의 경쟁으로, 그리고 아이들의 꿈과 성장을 지켜봐주는 교사가 아니라 시험점수를 높이기 위해 아이들을 쥐어짜는 교사로 무한 경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던 사람들의 희망대로, 학교와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받아야 하는 돈’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1) <교사 성과 평가기준(예시)>
분야초등학교
수업지도수업시간 수수업공개 횟수 등
생활지도학부모 상담 실적선도·교통 지도 등
담당 업무담임 여부근무일수
보직 곤란도연구시범학교 주무 및 운영담당자 여부
업무곤란도(기피업무 담당) 여부담임학년 곤란도
지도 학생 수상 실적통합학급 학생(특수아) 담임 여부 등
전문성 개발연수 이수 시간수업관련 장학 요원(연구교사, 선도 교사)
교육활동 관련 자격증 취득연구 개발 실적(교과서 및 장학 자료 개발)
연구대회 입상 실적포상 실적 등


이 얼마나 어이없는 기준들인가. 도대체 아이들, 진짜 교육과 관련된 기준이란 찾아볼 수 없다! 본문으로

2) 즉, 원래 교육공무원이 받아야 할 액수를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차등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S A B 세 등급 중에 B 등급을 받는 사람의 경우는 받아야할 원래의 몫을 받지 못 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인해, 최하 등급을 받아도 ‘조금 작지만 그래도 보너스니까’ 라는 생각이 강해서, 자신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데에는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본문으로

3) 특히 저경력 교사들의 경우, 고학년과 여러 업무들을 동시에 떠안게 되는 학교의 현실로 인해 당해연도의 업무의 과중함과 고학년위주로 성과급 점수를 부여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게 되면서 점차 이러한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본문으로

4) 올해 개인성과급 90%와 학교성과급 10%를 반영한 각 등급에 따른 액수의 차이는 다음 표와 같다. 차등비율은 대부분이 50~70% 심한 곳은 100%까지도 차등비율을 정할 수 있다.
학교등급SAB차액(SS-BB)
개인등급SABSABSAB
50%3,499,6502,994,8902,616,3203,355,2302,850,4702,471,9003,210,8102,706,0502,327,4801,172,170
60%3,593,0302,987,3202,533,0403,448,6102,842,9002,388,6203,304,1902,698,4802,244,2001,348,830
70%3,686,4102,979,7502,449,7503,541,9902,835,3302,305,3303,397,5702,690,9102,160,9101,525,500

본문으로

5) 학교평가 등에 의해 학교와 학생들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근거없는 예측이 아니다. 영국의 교육 실패를 다룬 『위기의 학교』(닉 데이비스 지음, 이병곤 옮김, 우리교육)은 우리 교육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예고편처럼 보인다. 본문으로
주제어
노동 교육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