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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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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전후 임금 변화와 노동자운동의 대응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지원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2008~2010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쟁점

2010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듯 보인다. OECD 국가들을 보면 2008년 0.3%, 2009년 -3.4%까지 하락한 평균 경제성장률은 2010년 2.8%로 반등했다. 이번 세계 경제위기의 지속 기간을 단축시킨 1등 공신 중국은 2010년 1분기 11.9% 성장한데 이어 4분기까지도 8% 내외 성장을 하며, 올해도 8%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역시 2011년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도처에 새로운 경제위기 가능성들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화폐 달러에 대한 발권력을 이용해 가까스로 회생한 미국은 여전히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더 많은 수량완화 정책으로 연명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의 뇌관 역할을 한 대형 은행들은 미국 정부가 풀어놓은 달러로 신흥시장에서 자산 투자에 다시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은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이 부도 직전에 내몰렸으며,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도 연쇄 부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로화의 위기로 인해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줄도산하며 제2의 세계 경제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이야기되고 있다.

회복과 동시에 새로운 위기 가능성들이 커지는 현재까지 전 세계 노동자들은 지난 2년간 고용 불안과 임금 삭감에 고통 받았다. 일부 신흥시장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질임금이 삭감되었고,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최근 명목임금을 올린 국가들의 경우에도 작년 하반기부터 치솟기 시작한 물가로 인해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미국의 두 자릿수 실업률이 대표하듯이 가시적 경제성장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수준에서 고용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한편 이번 경제위기는 분할과 배제가 신자유주의의 핵심 노동 정책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노동자 전반에 고용과 임금 위협이 있었지만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의 고통이 더욱 심각했다. 작년 12월에 ILO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번 경제위기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동소득분배율(한해 생산한 순부가가치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몫)이 크게 줄었는데 분배율을 낮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저임금 노동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이는 한국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재벌 대기업의 하청 업체로의 비용 전가와 그에 따른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에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와 실질임금 삭감, 실직과 생활고로 인한 노동자들의 계속되는 자살까지 그 형태도 다양했다. 이러한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는 보수 진영에서조차 복지를 이야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만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올해 무엇보다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는 노동자 운동이 자본이 만들어 놓은 분할, 즉 노동자 간 임금, 노동조건의 격차를 뛰어넘어 단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전략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양적 회복세와 달리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언제 어떠한 계기로 다시 2008년과 같은 상황이 도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운동이 위기가 닥칠 때마다 사회와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되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위기 시기는 자본이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할 기회의 시간이 되는 반면 노동자 계급에게는 노동자들끼리 일자리를 둘러싸고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해야만 하는 절망의 시간이 된다.

노동자 간 단결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본 글에서는 임금 격차 문제를 중심으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고 국외 노동조합이 이와 관련하여 작년 핵심적으로 진행한 임단협 투쟁 사례들을 살펴보며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본다. 금속노조가 3월 말부터 조기 임단투에 돌입하는 만큼 본 글의 분석은 자동차 산업과 금속노조에 초점을 맞춘다.


국외 자동차 산업 임금 동향

먼저 국외 임금 동향을 짧게 살펴보자. 주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에 관해 알아본다.

위 그림은 자동차 산업(산업분류 C34) 노동자들의 임금 변화율 추이를 보여준다. 세계 경제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 모든 국가에서 임금이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한국과 미국의 경우 반대로 변화율이 큰 것이 특징이다. 임금 유연성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크다는 증거다.
위 그림은 자동차 산업 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정도를 보여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을 장기 평균치에서 크게 변하지는 않지만 십여 년 내에서는 경기 변동, 계급투쟁 조건에 따라 국가, 산업, 기업 수준에서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정부의 산업 정책 혹은 산업 내 노자 간 투쟁 양상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위 그림에서 몇 가지 특징을 볼 수 있는데 하나는 2007~2008년 시점에서 유럽 두 나라와 미국, 한국의 차이가 분명하게 난다는 것이다. 모든 나라들의 임금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우 경제위기 시점에서 오히려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매출 감소로 인한 부가가치 감소분에 비해 자본의 이윤에서 지출이 좀 더 발생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한국과 미국의 경우 임금이 크게 감소하자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자본이 위기에 대한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더 크게 전가했다는 의미다. 한국은 2008년부터 현대기아차가 오히려 큰 이익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모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대로 노동자들의 경우 특히 하청 기업에서 큰 임금 감소가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유럽 노조들이 미국과 한국에 비해 좀 더 단결된 교섭과 투쟁을 벌여 자본가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비용 전가를 상대적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막아냈다는 점이다. 기업별 교섭과 투쟁이 지배적인 한국의 상황을 반추해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위기를 빌미로 각종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하청 기업은 이를 그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 내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납품관계가 원청에서 멀어질수록 더 크게 하락했다. 미국의 전미자동차 노조는 2008~2009년 사실상 무쟁의 선언을 하며 자본에게 투항했고, 한국의 노동조합들 역시 제대로 된 중앙교섭도 전국적 투쟁도 만들지 못했다. 독일 금속노조와 같은 사회 협약 중심의 대응이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기업별 대응은 최악의 방식으로 노동자 간 분열을 만들 가능성이 더욱 크다 할 수 있겠다.


한국 자동차 산업 임금 추이

한국 산업 구조의 특징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철저하게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직 하청 계열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 역시 그러한데, 현대기아차를 정점으로 한 하청 체계는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 격차로도 직결되어 나타나며, 또한 기업별 교섭 투쟁이 지배적인 노동자운동과 공명하며 노동자 간 격차를 공고히 한다.

1)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

아래 그림은 고용노동부가 조사하는 사업체 노동력 조사 자료를 근거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의 임금 격차를 기업 규모에 따라 나타낸 것이다. 규모별 임금, 노동시간 등을 볼 수 있는 사업체 노동력조사는 여러 자료를 담고 있지만 5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직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계점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공장인 모비스의 노동자는 300인 미만 하청 업체에 모두 고용되어 있기 때문에 통계에 정확히 포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기 시계열에서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임금 격차 추이를 살펴볼 수는 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임금 격차가 점차 벌어졌다. 위의 [그림 4]에서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 볼 수 있다. 실선은 300인 이상 사업장 대비 임금 비율을 나타내며, 막대그래프는 액수 차이를 나타낸다.

2~3차 하청 업체라 볼 수 있는 30~99명 기업 노동자의 경우 1993년만 하더라도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임금의 65% 정도의 임금을 받았지만 2005년대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5%의 임금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성장한다고 해도 소위 낙수효과 같은 분배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1997~1998년의 경우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공장 사업장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동반한 임금 삭감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2008~2009년에도 볼 수 있다.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것은 경제위기의 한 파고가 넘어갔을 때부터 발생하는데, 1999년 이후부터 2004~2005년까지 임금 격차가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위기 과정에서 하청 시스템을 정비하고 동시에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더욱 가혹한 수탈 체계를 갖추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경제위기 이후 100~299인 사업장과 30~100인 사업장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에서 더욱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 중규모 1차 하청 업체의 하청이 다수 있는 이들 사업장은 원청을 따라가는 중규모 기업들에 의해 한 차례 더 수탈을 감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격차가 거의 존재하지 않던 양자 사이에 큰 격차가 벌어진 것은 1998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이후부터이다. 한편 100~299인 사업장은 원청과 교섭력이 그나마 좀 더 있고, 금속노조의 주력 노조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부분이라 임금 방어가 어느 정도 되나, 100인 이하 사업장들의 경우 무노조 사업장에 원청과의 가격 교섭력도 더욱 떨어지는 기업들이라 구조조정에 매우 취약하다.

경제위기 → 일시적인 임금 격차 축소 → 구조조정과 하청 수탈 강화 → 더욱 큰 임금 격차

대기업 중소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내에서도 원하청 관계에 따라 위와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확대 발생된다. 그리고 2008~2009년 경제 위기 이후 과정에서 위와 같은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작년 언론에도 보도되었듯이 재벌 대기업들은 납품 단가 인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하청 기업에 최저임금 위반도 불사하라고 위협하고 있다.

2) 임금 특성별 격차

한국 제조업 노동자들 대부분은 저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참아낸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내에서 선두를 내어준 일이 거의 없다. 금속노조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임금에서 초과근로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가까이 된다.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구로나 반월 공단에서는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이 지역의 비정규 생산직 노동자들은 임금의 30~40% 가까이를 초과근로수당으로 채우며,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저임금에 시달린다.

위 그림은 임금 각 항목 별로 월총액 임금인상률에 미친 기여도를 나타낸 그림이다. 예를 들어 임금인상률이 10%이고, 정액임금기여도가 5%라고 하면, 다른 부분의 인상 없이도 정액만 올랐어도 임금인상률이 5%는 된다는 이야기다.

위 그림들을 보면 기업 규모별로 기여하는 항목이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0~99인 사업장의 경우 1998년 이전까지는 초과급여나 특별급여에 비해 정액급여(통상급여)가 많은 기여를 했으나 1998년 이후부터는 정액임금이나 특별급여에 비해 초과근로수당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정액급여와 특별급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액급여 항목 중 기본급 비중이 낮은 한국 임금 구조의 특성 상 특별급여와 함께 성과급 성격의 통상수당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소규모 기업에서의 초과근로수당, 중대 규모에서의 각종 성과급이 임금 상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경제위기에 매우 취약한 임금 형태이며, 동시에 원하청 간의 연대를 가로 막는 임금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원청은 기업에서 내리는 인센티브에 목을 맬수록 하청에 대한 수탈에 눈감을 수밖에 없고, 수탈당하는 하청 기업 노동자들은 더 많은 노동시간을 통해 임금을 보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외 금속 노조 임단협 투쟁 사례

국외의 많은 노동조합들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더욱 확대되는 임금 격차를 막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 장에서는 캐나다, 남아공, 이탈리아 등 국외 금속노조의 2010년 임단협 핵심 쟁점과 투쟁을 살펴보고, 2011년 한국 금속노조 임단협 투쟁에서 고민해볼 만한 교훈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1) 자동차 부품사 노동조합의 공동 투쟁: 캐나다 자동차 노조(CAW)

캐나다 자동차 산업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위기를 겪었다. 2007년 250만 대 규모에 달하던 생산량은 2009년 150만 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캐나다 정부는 GM을 비롯하여 여러 자동차 업체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동차 산업 위기는 부품사 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했는데, 부품사 노동자들의 25%에 해당하는 2만 1천 명이 해고되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실질 임금 하락을 겪었다.
부품사 자본은 이러한 위기를 빌미로 단협 개악도 기도했는데 ‘임금 및 연금 삭감’, ‘신규 채용자에 대한 차별적 임금 체계 구축’, ‘노조 동의 없는 공장 이전 계획’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2010년 캐나다 자동차 생산은 2009년에 비해 약 30% 가까이 회복되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오히려 더욱 공세적으로 노조를 압박하며 양보를 요구했다.

이러한 이유로 캐나다 자동차 노조는 2010년 하반기부터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 공동행동(Auto Parts Workers United)을 전략적으로 추진했다. 부품사 노조의 공동 투쟁은 10월 27일 부품사 노동자 현장 총궐기를 시작으로 250여 부품사 노조 간부 합동 수련회, 공동 임단협 의제 선정, 부품사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 전략 토론, 2011년 부품사 노동조합 임단협 컨퍼런스 등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부품사 노조들의 공동 전략은 10월 27일 부품사 현장 총궐기의 날, 2만 부품사 조합원뿐만이 아니라 약 2만 명 이상의 비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캐나다자동차노조 소속 부품사 조합원들은 10월 27일 약 100개 사업장에서 집회를 개최한 이후 온타리오 지역에서 약 1만 5천 명 조합원들이 가두시위를 벌였다.

공동행동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는데 가장 구조조정에 적극적이었던 두 사업장에서 전미자동차노조가 11월 말에 승리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 매그나 인테그람 시트 공장(캐나다자동차노조 444 지역지부)의 경우 10월 27일 보여준 공동 투쟁을 통해 납품처인 크라이슬러 미니밴 공장을 세울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한 사례. 매그나 인테그람을 비롯하여 인근 지역 부품사가 공동 파업에 돌입할 경우 윈저 지역의 크라이슬러 공장은 당장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 444 지역지부는 2010년 성과급 지급과 2012년 4/4분기에 2년간의 생계비 인상분을 반영하여 임금을 인상하기로 합의하였고, 기존에 60세부터 지급되던 퇴직연금을 55세부터 30년간 지급하기로 합의함.
* 온토리오의 마틴리(Martinrea) 샤시 공장(캐나다자동차노조 127 지역지부) 역시 공동행동의 힘을 통해 승리적인 단협을 체결한 사례. 캐나다의 3대 부품사 중 하나인 마틴리는 9월에 시급 기준으로 약 21 캐나다 달러 이상의 임금 삭감안을 노조에 제시.
* 127 지역지부는 10월 27일 공동행동에 전조합원이 참여하며 사측 요구안의 철회를 요구.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에 납품을 하고 있는 마틴리는 공동행동 규모에 놀라 노조 요구 대부분을 수용하며, 2008년 위기 이전 노동 조건을 복구. 더불어 캐나다 자동차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일체의 아웃소싱과 공장 폐쇄를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

부품사 공동 투쟁은 2011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대형 부품사 외에도 소규모 부품사들의 임단협이 계속되고 있으며, 부품사 공동 임단협 교섭 수준을 계속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2) 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와 임금격차에 대한 대응: 남아공 금속노조(NUMSA)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08~2009년 2년간 물가가 18% 인상되었고, 이러한 큰 물가 인상으로 인해 남아공 노동자 대부분은 심각한 실질 임금 감소를 겪었다. 이에 남아공 금속노조는 2010년 20% 임금 인상, 야간 근로 수당 및 주말 특근 수당의 인상 등을 공동 임단협 요구안으로 상정하여 투쟁했다.

그리고 실질임금 감소로 인한 고통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서 더욱 심하게 드러나고, 이에 따라 노동자간 임금 격차 문제도 더욱 첨예하게 등장했다. 이에 남아공 금속노조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상승시키는 데 더욱 노력했고 몇 가지 성과를 쟁취했다.

여러 업종의 교섭이 있었는데, 타이어산업고용주협회와의 업종 교섭이 특히 승리적으로 평가받았다. 2주가 넘는 공동 파업과 거리 시위를 통해 남아공 금속노조는 타이어 업종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교섭을 타결했는데,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단계적 임금 인상 정책이 특징이다.

* 3년 이상 고용된 모든 노동자의 임금은 해당 임금 단계 표의 최고치 임금으로 2011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함.
* 2011년 7월 이후에는 전 산업 임금 인상 평균보다 높은 수치로 임금 인상.
* 단기계약직 노동자에게 정규직과 같은 혜택 제공. 의료 보조금, 노후 수당, 퇴직금 등 정규직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수당 및 보조금 제공.
* 타이어 업종 내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동종 업계에서 타 업체보다 동일 직종의 임금이 낮은 아폴로사와 레이디스미스사에 대해 단계적인 추가 임금 인상. 2단계 임금군 노동자들은 2010년 7월까지, 3단계 임금군 노동자는 2011년 7월까지 임금 인상. 또한 총액 기준으로 2010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54% 이상 인상.
완성차 노조들 역시 위와 비슷한 내용으로 타결했다. 고물가에 수출 감소까지 겹쳐 교섭 환경이 매우 불리했으나, 완성차 노조들은 7일간의 공동 파업을 통해 아래와 같은 합의를 달성한 것이다. 특히 이 협약의 경우 물가인상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 2010년 7월 이후 10% 임금 인상. 2011년 9%, 2012년 9% 임금 인상. 단 물가 인상이 이 이상일 경우에는 물가 인상분만큼 임금 인상.
* 2011년 7월 이전에 공장 단위 고용안정기금을 조성. 1 노동자 1 노동시간당 10센트를 적립하고 기존 고용안정기금의 60%를 공장단위 기금으로 전환.
* 단기계약직에 대한 처우 개선. 동등한 직업 훈련 기회 제공, 퇴직금 상해수당 등에 대한 동등한 제공. 의료 보조금 지급. 부당한 계약 해지 금지.
한편 남아공노총(COSATU)은 2010년 10월에 남아프리카국민전선(ANC)의 성장 노선을 폐기하고 사회주의 구조 개혁을 위한 경제 성장 노선을 전면화할 것을 선언했다. 남아공노총은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성장·고용·재분배 전략(GEAR) 노선을 신자유주의 경제 노선으로 규정하고, 2010년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 노선의 핵심으로 완전 고용 정책을 제시했다. ‘완전고용을 위한 성장 경로’로 이름 붙여진 이 경제 노선은 산업 정책, 지방 균형 발전, 노동 시장 규제, 기술과 인적 자원 개발, 거시 경제 정책, 교육, 건강, 주거, 사회안전망 등에 걸쳐 기존과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민간 부분 고용 및 산업 정책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남아공금속노조는 노총의 구조 개혁 노선을 산별 업종별 단협을 통해 현실화하고자 노력할 것을 결의하고, 남아공 금속노조는 2011년 좀 더 큰 틀에서의 구조 개혁을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3) 교섭의 분권화와 금속노조의 대응: 이탈리아 제1 노총 금속노조(FIOM-CGIL)

최근 이탈리아 제1금속노조(FIOM)는 피아트사의 일방적 공장 폐쇄와 노동조건 개악 기도에 맞서 몇 차례의 총파업을 펼쳤다. 피아트는 2009년 미국 크라이슬러사를 인수하며 작년부터 글로벌 구조조정을 계획했다. 북미 동유럽의 크라이슬러 공장과 이탈리아 동유럽의 피아트 공장들을 최적화된 형태로 구조조정하는 것이 목표이다.

피아트 사측은 작년 초부터 시칠리아 공장 등 남부지역 공장 일부를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토리노 공장 등 북부 지역 공장에까지 공장폐쇄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장 폐쇄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에게 산별협약 파기, 연 잔업시간 대폭 확대, 조립 라인 노동강도 강화, 복지 수당 축소 등을 조건으로 공장 폐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한편 작년 말 제2, 제3금속노조(FIM, UILM)가 사측의 요구안을 받아들이며 공동 투쟁 전선이 붕괴했다. 현재 제1 금속노조가 지역사회단체들과 함께 토리노, 볼로냐 등에서 파업과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톨릭계, 사민주의계 금속노조인 제2, 제3금속노조의 이탈은 이미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2009년 말 두 노조는 세 노조가 함께 체결한 산업별 전국협약(CCNL)을 파기한 것이다. 2008년 체결된 협약의 2010~2011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 내용은 두 노조가 제1금속노조(FIOM)가 제시한 임금 인상안과 중앙집권적 교섭권 유지를 거부하고, 정부가 제시한 좀 더 낮은 임금인상과 기업별 분권화된 교섭권을 받아들인 것이다. 제1금속노조는 8등급 임금군의 평균 130유로 인상을 요구했지만, 나머지 두 노조는 5등급 임금군의 113유로 인상을 요구했다. 제1금속노조에 따르면 두 노조의 임금 인상 수준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낮은 임금 인상 요구이다. 또한 이 두 노조는 기업 단위 노동 시간 유연화와 임금 격차를 폭넓게 허용하는 전국협약을 제시했다.

제2, 제3금속노조의 상급단체 제2노총과 제3노총(CISL과 UIL)은 2010년 초에 기업단위 교섭, 개별 노동자의 근로계약에 대해 산별단체협약을 뛰어넘은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는 노동법 개악에도 찬성했다. 이로 인해 3개 노총간의 공동대응도 파탄이 난 상황이다.

제1금속노조는 이러한 조건에서 2010년 초부터 자체 전국협약안을 전국적으로 선전 선동하며 독자적 투쟁들을 만들어 나갔다. 전국협약안에 대한 기업교섭대표단(RSU) 투표에서 요구안에 대한 총투표 결과 제1금속노조 안 41만, 나머지 27만 투표로 더 많은 노동자가 제1금속노조를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제1금속노조는 이러한 투쟁을 통해 2010년 말 2011년 초 RSU 선거에서도 제2, 제3금속노조를 꺾고 대부분 승리하며 대중적 지지를 확대하고 있다. 2010년 말에는 나폴리, 리에티, 피사 등 지역에서 압도적 승리를 기록했다.

2011년 초반 임단투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피아트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노자 간의 대결만이 아니라 베를루스코니 정권에 대한 타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제2, 제3노총을 다시 노총 공동 투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피아트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 금속노조의 대응

2009~2010년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상당한 실질임금 삭감을 경험했다. 한국 역시 2009년부터 2010년 전반기까지 실질임금이 삭감되었다. 또한 이러한 임금 삭감은 고용 불안정성이 큰 노동자에게 더욱 크게 이뤄졌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경제위기 시기 자본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하청 업체로의 비용 전가, 비정규직 계약 해지, 노동조합에 대한 양보교섭 강요, 노동시간 유연화 등을 추진했다. 이러한 양상은 한국도 역시 동일하다.

한국의 경우 ① 재벌 대기업들의 하청 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 압박과 이로 인한 하청 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② 물가인상으로 인한 실질임금 삭감과 임금격차 확대, ③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노조법 개악, ④ 단기근로 확대 변형근로시간 확대 등 노동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국가고용전략2020 등이 추진되고 있다.

1) 하청업체로의 비용 전가 문제

부품사 또는 하청 업체로의 비용 전가에 맞선 투쟁의 좋은 예는 캐나다자동차노조(CAW)의 2010년 부품사 공동 투쟁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공동 투쟁은 여러 승리를 만들어 내었다.
한국 금속노조에서도 중앙 교섭, 지부 집단 교섭 등을 통해 중앙교섭, 지부교섭에 참여하는 자동차 부품사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 투쟁이 매년 있었다. 하지만 매번 금속노조의 공동 투쟁은 완성차 지부의 교섭 참여 문제, 파업 참여 문제로 공동 투쟁의 결과가 수렴되며 부품사 혹은 하청 업체들의 공동 투쟁이 부차화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캐나다의 예는 완성차 업체의 참여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품사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에 산별노조의 아낌없는 지원과 의미부여를 쏟아 붓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시사점을 남겨준다. 캐나다자동차노조 역시 부품사 공동 투쟁에 완성차 노조를 참여시키는 것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부품사들의 공동투쟁으로 의미 있는 협약들을 쟁취했다.

2) 물가인상으로 인한 실질임금 삭감과 임금격차 확대

물가인상과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한 대응 사례는 남아공금속노조(NUMSA)가 좋은 예를 보여준다. 제조업에서도 저임금 문제가 심각하던 타이어업종의 노동자들이 수 주간의 총파업을 통해 물가인상에 대한 보상, 단기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동일 수당 제공, 업종 내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쟁취했다.

2011년 1월 현재 한국 물가 인상률은 전년 동월비 4.1% 대이고, 생계비와 직결되는 생활물가 인상률은 4.7%에 이른다. 현재 국제유가를 고려할 때 올해 물가인상률은 4%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몇 년간 사실상 실질 기본급은 동결 또는 삭감되고 있다. 금속노조 기본급 인상 요구안은 경제위기가 가장 심했던 2009년을 제외하면 대체로 13만 원 수준에서 제시되었으나, 실제 인상은 매년 5만원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앞의 임금인상 기여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중대형 사업장 임금의 대부분은 성과급과 초과근로수당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당 부분이 실질임금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교섭력이 낮은 사업장, 개별 기업의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사업장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올해는 2008년과 비슷한 물가인상이 예상된다고 할 때, 산별 차원의 임금 요구(현재 금속노조에서는 지부 임금 요구안)에서 2011년 물가인상 +a 등의 실질임금 인상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듯 보인다. 두 자리 수의 물가인상이 있었던 남아공의 경우 고물가를 대비한 물가인상분에 대한 단서 조항을 두었다.

3) 개악노조법 등 산별노조 무력화에 대한 대응

일찍부터 복수노조 조건에서 투쟁해온 이탈리아 제1금속노조(FIOM)는 역사적으로 노조 간 공동 투쟁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제2, 제3 금속노조의 2009년 공동 전국교섭 파기와 베를루스코니의 노조법 개악에 대한 투항은 제1금속노조에게 여러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제1금속노조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피아트 투쟁부터 전국교섭안에 이르기까지 단호한 투쟁과 지역연대 투쟁으로 대중적 지지를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RSU 선거에서 제1 금속노조가 선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탈리아 복수노조와 한국의 복수노조가 같은 조건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이탈리아의 경우 산별교섭이 법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한국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RSU의 경우 전국단위 산별노조의 지분이 상당부분 보장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RSU가 금속 산별노조들의 관장 하에 있다. 한국의 경우는 산업별 교섭도, 산업별 노조의 참여 지분도 보장받지 못하며 철저하게 기업별 교섭으로만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시사점을 얻자면 복수노조 시대의 금속노조 전략은 전국적 투쟁 전선과 노동자 계급의 이해에 기초한 단호한 요구안을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그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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