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보상법의 허구와 실상
적당한 생색내기에 그친 졸작-민주화운동 보상법
지난 2000년 1월 12일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사람과 유족들에 대하여 명예회복과 보상을 실시하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이하 '민주화운동보상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7월 10일 위 법률의 시행령이 공포·시행됨에 따라, 현재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절차가 진행중에 있다.
그런데 현행 민주화운동보상법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과연 제대로 된 민주화운동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이 인권대통령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용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만들기는 만들었지만, 적당한 생색내기에만 그친 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민주화운동보상법이 제정·시행에 들어가 민주화운동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 신청을 받고 있다는 언론의 몇 글자 보도 내용만 접한 상태에서 그 실상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드디어 지난 시절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이 확보되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나 보다. 그건 잘 된 일이네'하고 막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직접 당사자들의 적지 않은 경우 또한 '우리가 당시 금전적 보상을 염두에 두고 운동을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과연 보상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불순분자·폭력분자로 매도당하며 고통받았던 것에 대하여 법적으로 정식 명예회복을 받는 것은 필요하지 않는가?'하는 때아닌 고민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 실상과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그다지 없어 보이는 것 같다.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 일정 정도 관여하였던 시민·사회단체 내에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이러한 목소리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아 보인다.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주요내용
◆ 민주화운동의 정의
민주화운동 보상법에서 우선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민주화운동'이라는 개념 정의를 과연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위 법 제2조 제1호는「"민주화운동"이라 함은 1969년 8월 7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한 개념 정의만으로는 어떤 사건들이 민주화운동에 해당하고 해당되지 않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불가능하게 되고,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한 피해만을 대상으로 삼게 될 여지가 있다는 논란을 빚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시행령 제2조에「법 제2조 제1호의 규정에 의한 "항거"는 직접 국가권력에 항거한 경우 뿐 아니라 학교·언론·노동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나 기타의 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폭력 등에 항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권력의 통치에 항거한 경우를 포함한다. 다만 국가권력과 관계없는 사용자 등의 폭력 등에 항거한 경우는 제외한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 민주화운동 관련자 - 적용 대상자
명예회복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적용대상자는 다음의 4가지의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①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②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傷痍)를 입은 자
③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질병을 앓거나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
④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자
여기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이 된 경우는 그 유족(민법상의 재산상속인)이 보상 대상자로 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누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사람으로서 명예회복과 보상의 대상자가 되는지에 대하여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약칭함)에서 심사하여 결정하게 된다.
◆ 보상 및 명예회복의 내용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으로 확인된 사람의 유족 및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은 사람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는 보상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보상금 산정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때 및 상이를 입은 때를 기준 시점으로 잡아 그 당시의 월급액·월실수액(月實收額) 또는 평균임금에 장래의 취업가능기간을 곱한 금액에서 법정이율에 의한 단할인법으로 중간이자를 공제한 금액으로 계산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상이를 입은 경우에 있어서 필요한 요양으로 인하여 수입에 손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요양기간 중의 손실액을 보상금으로 추가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은 사람 중에서 그 상이로 인하여 계속 치료를 요하거나 상시 보호 또는 보장구의 사용이 필요한 사람에 대하여는 치료·보호 및 보장구 구입에 실질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의료지원금 명목으로 일시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위원회는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하여 그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예회복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법에는 규정되어 있는 바가 없고, 시행령에서 위원회는 명예회복의 구체적 조치에 관한 심의·결정 결과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그 조치 결과를 관보 및 2 이상의 일간신문에 공표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또는 그 유족으로서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을 지급받고자 하는 사람은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하여 서면으로 위원회에 그 지급 신청을 하여야 하는데, 지급신청의 기한은 2001년 12월 31까지 하여야만 하는 것으로 그 종기를 법에 못박아 놓고 있다.
허구로 가득찬 민주화운동 보상법- 민주화 운동보상법의 문제
◆ 민주화운동 개념 규정의 모호성
민주화운동보상법과 그 시행령의 개념 정의 규정을 놓고 볼 때 무엇이 민주화운동에 해당되고 무엇이 해당되지 않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구분하는 한계선상을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민주화운동이라는 개념 정의의 모호성 때문이다. 이른바 좌익 활동이 민주화운동에 해당되는가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법 규정상으로는 민주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어야 민주화운동에 해당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민주 헌정질서'라는 것을 어디까지나 현 체제의 틀 내의 것으로만 해석하는 한에 좌익 활동을 이유로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되지 못한다. 이들이 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의해 보상받기 위해서는 자신은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빨갱이로 매도당해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았을 따름이었다고 주장하고 나서야만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 삼선개헌이전은 권위주의 통치가 아니다? -적용시기의 문제
그 적용 시기를 1969년 8월 7일 이후로만 한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69년 8월 7일은 바로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위한 삼선개헌 발의일이다. 그런데 굳이 왜 이 날짜를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으로 잡았을 까? 그 속 사정은 다음과 같다. 애초에 정부와 국회는 적용 시기를 최대한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가깝게 잡으려고하면서 1972년 10월 유신을 시발점으로 잡으려고 했다. 현재의 사회적 성숙도(?)로 볼 때 좌익 활동을 포함한 해방 이후의 모든 사안을 포함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막상 10월 유신을 시발점으로 잡으려고 하니 전태일 열사가 보상 대상에서 빠지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민간단체 측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삼선개헌 발의일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4·19 혁명이나 5·16 군사쿠데타에 항거하다 희생된 열사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에서 제외되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박정희는 삼선개헌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하기 전까지는 권위주의적 통치자가 아니었다는 해괴한 결론이 내려지게 되었다.
한편 민주화운동의 개념 규정에서는 종기가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보상신청 기한을 2001년 12월 31까지로 제한하고 있어 사살상 종기가 설정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보상 내용의 허구성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사망하였거나 행방불명되었거나 후유장애가 남을 정도로 크게 다쳤어야만 한다. 법 규정상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사람의 경우도 민주화운동 관련자에는 포함시키고 있으나 이들에 대해서는 보상금 지급 규정이 없다.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생활지원금이라는 것도 무조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형편을 고려하여 위원회의 판단 아래 지급할 수도 안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다. 유죄판결자 등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규정하고도 실제에 있어서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다면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취지에 분명히 위배되는 것이다.
검거되어 유죄판결을 받지는 않았으나 지명수배로 인한 장기간 도피 생활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민주화운동 전력을 이유로 취직이나 임용 자체가 아예 거부된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현행법상 이러한 사람들의 경우는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아닌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보상금 산정의 기준 시점을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된 때 및 부상을 입은 당시로 잡은 것도 문제이다. 현재까지의 물가상승률이나 화패가치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주화운동보상법상의 보상 수준은 국가유공자등예우및보상등에관한법률의 보상 정도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명예회복 조치의 경우는 전혀 법에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법 명칭은 분명히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로 되어 있는데 말이다. 향후 위원회에서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명예회복 조치가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바, 실질적인 명예회복이 이루어지는 알맹이 있는 내용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진정한 민주화 보상법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해방 이후 우리 역사에서 하루도 거름 없이 진행되어 온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법, 그것이 바로 진정한 민주화운동보상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민주화운동보상법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제대로 보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민주화운동인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선행되어야만 하는데도, 이러한 역사적 평가 작업이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허구와 기만에 찬 민주화운동보상법을 제정한 것은 어떻게서든 자신은 인권대통령이라고 치부하고 싶은 허욕의 산물일 뿐, 지난한 민주화투쟁의 성과물로 생겨난 것이 결코 아님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투쟁하다 산화해 간 열사들의 유족들이 부디 허구와 기만으로만 차 있는 현행 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의한 보상은 거부하고 나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만들어졌던 5·18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의한 보상이 결과적으로 숭고한 광주민중항쟁에 오명을 남기고 만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00년 1월 12일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사람과 유족들에 대하여 명예회복과 보상을 실시하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이하 '민주화운동보상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7월 10일 위 법률의 시행령이 공포·시행됨에 따라, 현재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절차가 진행중에 있다.
그런데 현행 민주화운동보상법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과연 제대로 된 민주화운동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이 인권대통령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용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만들기는 만들었지만, 적당한 생색내기에만 그친 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민주화운동보상법이 제정·시행에 들어가 민주화운동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 신청을 받고 있다는 언론의 몇 글자 보도 내용만 접한 상태에서 그 실상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드디어 지난 시절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이 확보되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나 보다. 그건 잘 된 일이네'하고 막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직접 당사자들의 적지 않은 경우 또한 '우리가 당시 금전적 보상을 염두에 두고 운동을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과연 보상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불순분자·폭력분자로 매도당하며 고통받았던 것에 대하여 법적으로 정식 명예회복을 받는 것은 필요하지 않는가?'하는 때아닌 고민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 실상과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그다지 없어 보이는 것 같다.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 일정 정도 관여하였던 시민·사회단체 내에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이러한 목소리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아 보인다.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주요내용
◆ 민주화운동의 정의
민주화운동 보상법에서 우선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민주화운동'이라는 개념 정의를 과연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위 법 제2조 제1호는「"민주화운동"이라 함은 1969년 8월 7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한 개념 정의만으로는 어떤 사건들이 민주화운동에 해당하고 해당되지 않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불가능하게 되고,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한 피해만을 대상으로 삼게 될 여지가 있다는 논란을 빚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시행령 제2조에「법 제2조 제1호의 규정에 의한 "항거"는 직접 국가권력에 항거한 경우 뿐 아니라 학교·언론·노동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나 기타의 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폭력 등에 항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권력의 통치에 항거한 경우를 포함한다. 다만 국가권력과 관계없는 사용자 등의 폭력 등에 항거한 경우는 제외한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 민주화운동 관련자 - 적용 대상자
명예회복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적용대상자는 다음의 4가지의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①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②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傷痍)를 입은 자
③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질병을 앓거나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
④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자
여기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이 된 경우는 그 유족(민법상의 재산상속인)이 보상 대상자로 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누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사람으로서 명예회복과 보상의 대상자가 되는지에 대하여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약칭함)에서 심사하여 결정하게 된다.
◆ 보상 및 명예회복의 내용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으로 확인된 사람의 유족 및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은 사람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는 보상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보상금 산정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때 및 상이를 입은 때를 기준 시점으로 잡아 그 당시의 월급액·월실수액(月實收額) 또는 평균임금에 장래의 취업가능기간을 곱한 금액에서 법정이율에 의한 단할인법으로 중간이자를 공제한 금액으로 계산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상이를 입은 경우에 있어서 필요한 요양으로 인하여 수입에 손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요양기간 중의 손실액을 보상금으로 추가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은 사람 중에서 그 상이로 인하여 계속 치료를 요하거나 상시 보호 또는 보장구의 사용이 필요한 사람에 대하여는 치료·보호 및 보장구 구입에 실질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의료지원금 명목으로 일시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위원회는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하여 그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예회복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법에는 규정되어 있는 바가 없고, 시행령에서 위원회는 명예회복의 구체적 조치에 관한 심의·결정 결과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그 조치 결과를 관보 및 2 이상의 일간신문에 공표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또는 그 유족으로서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을 지급받고자 하는 사람은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하여 서면으로 위원회에 그 지급 신청을 하여야 하는데, 지급신청의 기한은 2001년 12월 31까지 하여야만 하는 것으로 그 종기를 법에 못박아 놓고 있다.
허구로 가득찬 민주화운동 보상법- 민주화 운동보상법의 문제
◆ 민주화운동 개념 규정의 모호성
민주화운동보상법과 그 시행령의 개념 정의 규정을 놓고 볼 때 무엇이 민주화운동에 해당되고 무엇이 해당되지 않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구분하는 한계선상을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민주화운동이라는 개념 정의의 모호성 때문이다. 이른바 좌익 활동이 민주화운동에 해당되는가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법 규정상으로는 민주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어야 민주화운동에 해당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민주 헌정질서'라는 것을 어디까지나 현 체제의 틀 내의 것으로만 해석하는 한에 좌익 활동을 이유로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되지 못한다. 이들이 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의해 보상받기 위해서는 자신은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빨갱이로 매도당해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았을 따름이었다고 주장하고 나서야만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 삼선개헌이전은 권위주의 통치가 아니다? -적용시기의 문제
그 적용 시기를 1969년 8월 7일 이후로만 한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69년 8월 7일은 바로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위한 삼선개헌 발의일이다. 그런데 굳이 왜 이 날짜를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으로 잡았을 까? 그 속 사정은 다음과 같다. 애초에 정부와 국회는 적용 시기를 최대한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가깝게 잡으려고하면서 1972년 10월 유신을 시발점으로 잡으려고 했다. 현재의 사회적 성숙도(?)로 볼 때 좌익 활동을 포함한 해방 이후의 모든 사안을 포함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막상 10월 유신을 시발점으로 잡으려고 하니 전태일 열사가 보상 대상에서 빠지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민간단체 측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삼선개헌 발의일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4·19 혁명이나 5·16 군사쿠데타에 항거하다 희생된 열사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에서 제외되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박정희는 삼선개헌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하기 전까지는 권위주의적 통치자가 아니었다는 해괴한 결론이 내려지게 되었다.
한편 민주화운동의 개념 규정에서는 종기가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보상신청 기한을 2001년 12월 31까지로 제한하고 있어 사살상 종기가 설정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보상 내용의 허구성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사망하였거나 행방불명되었거나 후유장애가 남을 정도로 크게 다쳤어야만 한다. 법 규정상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사람의 경우도 민주화운동 관련자에는 포함시키고 있으나 이들에 대해서는 보상금 지급 규정이 없다.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생활지원금이라는 것도 무조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형편을 고려하여 위원회의 판단 아래 지급할 수도 안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다. 유죄판결자 등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규정하고도 실제에 있어서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다면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취지에 분명히 위배되는 것이다.
검거되어 유죄판결을 받지는 않았으나 지명수배로 인한 장기간 도피 생활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민주화운동 전력을 이유로 취직이나 임용 자체가 아예 거부된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현행법상 이러한 사람들의 경우는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아닌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보상금 산정의 기준 시점을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된 때 및 부상을 입은 당시로 잡은 것도 문제이다. 현재까지의 물가상승률이나 화패가치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주화운동보상법상의 보상 수준은 국가유공자등예우및보상등에관한법률의 보상 정도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명예회복 조치의 경우는 전혀 법에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법 명칭은 분명히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로 되어 있는데 말이다. 향후 위원회에서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명예회복 조치가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바, 실질적인 명예회복이 이루어지는 알맹이 있는 내용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진정한 민주화 보상법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해방 이후 우리 역사에서 하루도 거름 없이 진행되어 온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법, 그것이 바로 진정한 민주화운동보상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민주화운동보상법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제대로 보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민주화운동인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선행되어야만 하는데도, 이러한 역사적 평가 작업이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허구와 기만에 찬 민주화운동보상법을 제정한 것은 어떻게서든 자신은 인권대통령이라고 치부하고 싶은 허욕의 산물일 뿐, 지난한 민주화투쟁의 성과물로 생겨난 것이 결코 아님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투쟁하다 산화해 간 열사들의 유족들이 부디 허구와 기만으로만 차 있는 현행 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의한 보상은 거부하고 나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만들어졌던 5·18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의한 보상이 결과적으로 숭고한 광주민중항쟁에 오명을 남기고 만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